〈 510화 〉42.반은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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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한 소냐씨 덕분에 반나절을 또 섹스에 빠졌다.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제 미국만 정리하면 적어도 지구는 다 끝나는 거네요.”
막 샤워를 마친 뒤의 뽀송뽀송한 소냐씨.
언제 봐도 눈부신 자태다.
“그래도 여러 나라들이 있지 않아요? 유럽이라던가. 항복도 안 하던데.”
“그네들이야 뭐 별 거 없죠. 그나마 미국이니까 상대로 봐줄만 한 거지.”
소냐씨는 미국과 나머지를 넘사벽쯤으로 생각하는 거같다.
뭐, 내 생각도 비슷하긴 한데….
듣기로 미국이 최후의 반항을 준비하고 있다지?
“다 끝나고 나면 뭐 할 거 있어요?”
“흠…딱히 생각중인 건 없습니다만.”
소냐씨가 살풋미소지으며 내 옆에 앉았다.
확 하고 풍겨오는 바디워시의 향기.
아. 이러면 또 설래서 해버리는데.
“애 낳을 생각 없어요?”
“엑.”
그러면서 갑자기 훅 들어오셨다.
아니 임신이라니.
설마 소냐씨 애 갖고 싶어지신 건가.
흠.
그야 뭐 우리 세력이 안정권에 돌입한 건 맞지만…아이라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네.
“애…갖고 싶어요?”
“음…지금 당장은 말고요. 유나도 생각해 줘야죠. 동생이자 배다른 자식이 나오는 건데. 후후.”
“그러고보니…그러네.”
동생이면서 배다른 자식이라니.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족보일까.
“남자의 기쁨은 여자를 임신시키는 거라던데. 유은씨는 안 그런가봐요?”
“아니 뭐…섹스로 충분히 기분 좋다고나 할까.”
“그래도 임신 시켰을 때의 정복감은 남다르지 않을까요?”
소냐씨가 다시 유혹의 미소를 지으며 내 위에 앉았다.
아니!
이러면 자꾸 섹스하게 되잖아요!
“내 자궁 속에…유은씨의 유전자를 새기는 건데.”
“으음.”
고민된다.
어쩌지.
소냐씨는 애가 갖고 싶은 모양인데.
“그런데 유나씨가 있는데도 아이를 낳고 싶으세요?”
“유나는……유은씨의 딸이 아니잖아요.”
“헉.”
“물론 유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 그건 여인의 본능 같은 거랍니다.”
임신…
임신이라…
모르겠다. 솔직히 다른 걸 다 떠나서 내가 제대로 키울 수 있을 지 모르겠어.
악영향 엄청 받지 않을까?
“후후. 너무 급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그냥 그렇다구요.”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시간은 많으니까.”
쪽.
하고 이마에 키스하더니, 그대로 일어나서는 방문으로 향했다.
아.
발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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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날.
한없이 낮은 성공 가능성에, 미칠듯한 위험성에도 A-Force의 대원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 만큼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유은에 대한 증오가 상당하다는 증거였다.
“기뻐해라. 성공확률이 조금 올라갔으니.”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주리엘은 대원들을 모았다.
“호? 올라갔다면 얼마나?”
“한 0.01%정도?”
“씨발. 그게 오른거냐? 그거 때문에 시일을 늦췄다니.”
“0.00001%에서 0.01%가 됐으면 엄청난 거지.”
“염병.”
주리엘이 웃으며 말해보았지만, 대원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반응만을 보였다.
그야 당연하지. 0.00001%든 0.01%든 어차피 거의불가능이라는 측면에선 매한가지일 테니까.
무슨 모바일 게임의 가챠도 아니고, 작전은 시행횟수를 많이 가져갈 수 없다.
딱 한 번.
딱 한 번의 기회가 있을 때, 1% 미만의 확률은 다 거기서 거기다.
거의 확실한 실패와 동일.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의 표정에는 한없는 자부심과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패배할 걸 알면서도 진격할 수 있는 용기,
패망할 걸 알면서도 수행할 수 있는 신념.
미 전역에서 뽑아온 그야말로 인류 최후의 요원들이다.
“근데, 왜 오른 거야?”
“지원이 왔거든.”
“지원?”
“씨발 인류를 지키는 건데 우리만 쌔빠지게 고생하면 수지가 안맞잖아. 다른 나라에서도 힘을 보태야지.”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과연 미국을 제외하고 은하제국과 맞설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A-Force야 타이탄을 비롯한 여러 첨단 병기도 동원하여 싸운다지만, 다른 나라라면…글쎄?
“이 바보야. 지금 D10 회장이 누구냐?”
“아녜스란 사람이잖아. 엄청 이쁘던데. 너랑은 달리.”
“뒤질래? 내가 훨씬 이쁘지. 어디 아줌마랑 비교해.”
“아줌마…?”
“암튼, 본부도 거의 독일로 이전된 상황이고, 각종 기반시설과 전력도 그쪽으로 이동했단 말이지. 즉, 적어도 모험가 전력에 있어서는 유럽도 무시할 수 없다~ 이말이야. 알겠냐?”
“아, 그래서 그 D10에서 지원을 온다는거냐?”
“거기서도 오고 각 나라에서도 각종 특수부대를 지원해줄 거고. 무엇보다 D10회장이 직접 올거거든.”
“D10 회장이 직접 온다고?”
“어.”
그제서야 대원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현 D10 회장인 아녜스는, 비록 여러 가지 구설수가 있긴 했지만 실력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여인이었다.
유은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비공식적으로 세계 1위의 모험가였고, 지금도 은하제국을 제외한다면 의심의 여지가없는 부동의 1위다.
다만 문제되는 게 있다면, 그녀가 유은과 긴밀한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미국도 당연히 그녀의 딸이 유은의 시녀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점 때문에 최후의 최후까지 아녜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그런 것을 고려할 수있는 단계를 넘어섰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온 힘을 다 끌어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확실한 게 아닌 ‘의혹’정도는 일단 묻어두고 투입하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에라도 아녜스가정말 하렘궁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여인이라면, 이미 그 시점에서 희망이 없다. 은하제국 하나만도 벅찬데 알고보니 D10까지 은하제국 편이었다?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쯤 되면 그냥 항복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여기로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유럽에 가서 그녀와 함께 은하제국으로 넘어가는 거지.”
“대체?”
“D10은은하제국과도 자주 협상을 하던 기관이니까 그녀가 은하제국의 중추, 하렘궁에 들어가는 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냐. 그러니 하렘궁 침입조는 그걸 이용해서 그녀의 호위로 위장하는 거지.”
“헤.”
“D10 회장의 호위쯤 되면 스탯이 수백만 단위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최적이야.”
“달팀은 뭐없나?”
“거긴 알아서 하시고.”
“세상에.”
“와. 대장, 자기는 하렘궁쪽으로 간다고 달엔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냐?”
“이쯤되면 탄핵감이다.”
“탄핵은 지랄. 약해빠진 것들이.”
“이게 대장이라니.”
한참을 장난식으로 떠드는 그들.
마지막이란 생각 때문일까? 오히려 진지해지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조용해졌고, 그 속에서 주리엘이 나지막히 말했다.
“꼭 만나자. 모두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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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orce, 10분뒤 도착한답니다.”
매끈한 다리를 소파의 팔걸이 위에 얹은 채 잠을 청하던 여인.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곧50대의 그것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
그녀는 아이템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20대라 해도 믿을 정도의 신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A-Force….”
비서의 말에 슬그머니 눈을 뜨고는 상체를 일으키는 그녀.
짙은 한숨이 얼굴에 서려 있었다.
“거창한 이름이네. 곧 죽을 것들 치고는.”
바로 오늘, A-Force와 함께 인류 최후의 양동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알까.
아녜스를 비롯한 D10이 이미 은하제국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엄밀히말하자면 밑에 것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정의의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을 부리는 아녜스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유은의 늪에빠져버렸기에 매한가지다.
이미 지금의 D10은 아녜스가 취임하기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서, 회장의 권한이 거의 절대왕정 수준인데다 심지어는 유사시 몇몇 국가의 군사력까지 동원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그녀를 무시할 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각국 대통령보다 그녀의 입김이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그녀는 하렘궁 소속.
유은의 시녀가 되어 장관까지 되었다.
‘이젠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 나네.’
아련한 추억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반년 전만 하더라도 그를 생각하면 사무치는 분노에 어쩔줄을 몰랐는데, 이젠 그저 기억 너머의 추억 정도로만 존재한다.
그를 떠올려도 별 다른 생각이 없고, 그저 옅어져가는 향기로만 남았다.
이게 바로 시녀가 된 결과인가.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쓸쓸하고 두렵다.
딸은 강제로 강간당해 시녀가 되어 착취당하고 있고, 자기 자신도 갖은 능욕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들이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다.
분노의 장작이 되지 않는다.
‘이 너머는 대체….’
문득 떠오르는 광신도의 모습.
결국 자신도 그 임서현 같은 계집과 똑같은 얼굴을 하게될까.
“회장님, A-Force, 도착했습니다.”
“가죠. 슬슬.”
“예. 전용기는 준비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