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대가리는 장식
“뭐하냐? 빨리 앉아라.”
“네.”
아버지, 하멜의 말에 난 자리를 찾아갔다.
고작해야 6명이 앉는 주제에 탁자는 길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부속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탁자 아래, 내 의자 앞에 준비된 유희 거리가 있었다. ‘회의 보조’라고 불리는 부류다.
회의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탁자 아래서 펠라를 해주는 노예였다.
탁자 아래가 일터다보니 미모는 비교적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펠라 실력 하나는 일품이지. 지루할 틈이 없다니까.’
보통 펠라를 받을 때, 5분을 넘어가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해주는 상대측에서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받는 나도 조금 무뎌져 쾌락이 줄어든다.
하지만 몇 시간이 걸리는 회의 내내 펠라를 하는 ‘회의 보조’는 스킬부터가 달랐다.
‘얘네들은 얼굴이 떨어지는 대신에 전원 정령사니까.’
물의 정령, 운디네. 바람의 정령, 실프. 두 가지를 부리는 게 ‘회의 보조’의 최소 조건이었다.
정령술을 통한 다채로운 스킬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침 내가 자리에 앉자, 회의 보조가 사타구니에 바싹 붙었다.
바지를 붙잡고 속삭이는 녀석.
“......내리겠습니다. 허락을.....!!”
“그래.”
가볍게 대답하자, 가냘픈 손이 바지를 끌어 내렸다. 스륵하는 소리와 함께 바지가 내려가고,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미 발기한 몬스터는 회의 보조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퍽-. 회의 보조는 볼따구를 맞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도리어 사랑스럽다는 듯, 내 몬스터에 뺨을 비빈다.
“흐으음.....”
“소리는 내지 말고.”
“네....!!”
이어서 정령술이 시작되었다. 운디네를 불러서 몬스터와 그 주변부까지 깔끔하게 닦은 회의 보조는 다시 실프를 이용해 말렸다.
일련의 과정은 순조로웠으며, 중간중간 입맞춤과 손길로 내 몬스터를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청소 후, 본격적인 펠라가 시작되었다.
운디네를 입안에 소환해서 청량감넘치는 펠라를 시전하는 것이다. 정령은 한껏 고통받을 테지만, 꾸깃거리는 운디네의 감각과 따뜻하게 자극하는 혓바닥은 천국이었다.
‘아, 진짜 존나 좋네.....’
눈을 감고 쾌락을 즐기려는데.
“제스!! 회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깟 보조한테 정신 팔린 거냐!!”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서류를 집을 수밖에 없었다.
“에휴....”
당연한 말이지만, 탁자위에도 ‘부속품’은 있다.
예를 들어 종이는 ‘받침대’ 위에 놓여졌는데, ‘받침대’란 상반신을 벗은 노예를 뜻했다.
조신하게 누워서 복부에 서류를 올려놓는 것이다.
이들의 역할도 당연히 심심풀이다. 서류만 보면 지루하고, 또 머리가 안 돌아갈 수도 있으니 ‘받침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라는 의미였다.
‘이번 받침대는 금발에..... D컵이네.’
D컵이면 딱 평균적인 받침대였다. 가슴을 대주는 게 역할이니 당연히 사이즈와 탄력, 모양이 중요하다.
누운 상태로도 적당히 올라온 가슴은 상당히 보기 좋았다.
난 한 손으로는 받침대의 가슴을 주물거리고, 한 손으로는 서류를 넘겼다.
심심해서 유륜을 건드리니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으흣!”
단번에 쏠리는 회의장의 시선. 아버지를 비롯해 첫째 형이나 둘째 형도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제스, 그거 교육 덜된 거 아니냐?”
첫째 형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어찌 알겠어. 받침대 같은 거 일일이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초짜인가? 궁금해서 유륜을 다시 건드렸다.
볼륨 버튼을 돌리듯 빙글 돌리자 받침대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으읍!!”
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작았지만, 몸이 파르르 떨렸다. 얇디얇은 하의 위로 물로 살짝 배여 나온다.
나는 아래쪽의 반응을 보고 이해했다.
“그냥 조교가 너무 잘 된 모양인데? 원래 밤노예 출신이었나 보지.”
“쯧, 이래서 보직 변경은 안 된다니까.”
첫째 형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존나 고지식한 새끼다.
‘회의할 때 신음도 좀 나고 그러면 좋은 거지. 아버지 목소리만 듣는 게 더 좆같겠다......’
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받침대의 신음을 유발했다. 유륜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니 정신을 못 차린다.
“으아아...... 도려니임....! 흐으윽!”
입을 막으며 어떻게든 소리를 줄이지만, 몸짓은 애처로울 정도다. 이미 주변 하녀들의 시선은 매서웠다.
어쩌면 며칠에 걸쳐 매질을 당할지도 모른다. 내 손길 아래 몸부림치는 ‘받침대’는 그걸 알면서도 쾌락을 참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훈련된 거니까. 재능 없는 여자의 삶이란 거지.’
“하읏, 하으으으.......!”
물고기마냥 몸을 펄떡이다 아예 축 늘어진 받침대. 흘러내린 금발에 잔뜩 상기된 D컵 가슴, 축축하게 젖은 하의가 돋보인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2분도 되지 않았다.
“으흐으...”
“너, 나중에 침실로 찾아와라. 만회할 기회는 줄게.”
식사 보조에 이어 받침대한테도 이런 제안을 던졌다. 모두가 있는 장소에서 농락하는 것도 재밌지만, 은밀한 곳에서 하는 곳 또 다른 맛이다.
“....네에에.”
“그래.”
흥미가 사라진 나는 가슴에서 손을 떼고 서류에 집중했다.
“흠......”
“제스, 다 파악했느냐?”
아버지의 물음. 사실 받침대를 가지고 노느라 서류는 반도 못 읽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척하는 건 특기다.
“네, 나쁘지 않네요.”
“오오, 정말이냐? 의견에 동의하는 거야?”
대체 뭐가 있길래? 서류의 뒤쪽을 보려는데, 갑자기 회의 보조의 펠라가 격렬해진다. 내 모든 걸 뽑아내겠다는 듯한 흡입형 펠라.
츄르릅-!
단순히 입으로만 하면 내게도 큰 감흥이 없을 텐데, 실프를 활용한 솜씨가 예술이었다.
바람의 정령으로 입안에 진공을 만들어 이토록 짜릿한 느낌을 주다니...... 몬스터가 시큰거리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거 계속되면 쌀 수도 있겠어. 뭐지? 이 정도 실력은 흔치 않은데.....’
회의 보조가 암만 펠라 전문이라고 해도, 정령을 여기까지 다루는 녀석은 드물었다. 대부분 보조 역할로 기존의 두세 배 쾌락을 줄 뿐인데, 이 녀석은 다섯 배를 넘어선다.
몬스터뿐 아니라, 불알에도 감각은 전해졌다. 운디네가 포근하게 감싸며 마사지를 했던 것이다.
‘실프를 극한으로 활용하면서 운디네까지.....! 씨발, 서류를 읽을 수가 없잖아!!’
진심으로 이상하다.
이 가문에서 이십몇 년을 살면서 이토록 뛰어난 회의 보조는 처음이었다.
이런 건 비밀무기 수준인데...... 고작해야 삼남인 나한테 왜 배정된 거야?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내 의견을 물어봤다.
“제스, 정말로 동의한다는 거냐?”
“아니..... 잠시만요.”
“고민할 게 뭐가 있느냐. 네가 알았다고만 하면, 그 보조 녀석도 네 전속이 될 거야. 참고로 교육만 받았지 아주 깨끗한 녀석이다.”
“보조..... 이 회의 보조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꽤, 아니 많이 탐나기는 하는데 뭔지도 모르고 동의할 수는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넘기는 중, 앨리스 기사단장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으음, 제스 도련님을 조금 존경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고민하시는군요.”
“어?”
날 존경한다고? 고고한 처녀 기사단장 앨리스가?
난 그녀를 훑어봤다. 회의실에도 입고 온 가죽 갑옷 때문에 몸매가 부각되진 않았으나, 얼굴은 충분히 부각된다.
곧게 뻗은 콧날에 큼직한 눈망울, 백금발은 합쳐져서 조각상처럼 보였다.
‘뭐지, 뭔데 저년이 날 존경한다는 거야?’
순간 예전에 앨리스에게 남자 취향을 물어봤던 때가 떠올랐다.
‘앨리스경, 넌 남자가 싫나?’
‘아닙니다. 명백한 이성애자입니다.’
‘그럼 대체 어떤 남자를 찾는 건데?’
‘으음, 존경할 수 있는 분이 좋습니다. 제스님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요. 죄송합니다!!’
‘씨발년.’
물론 마지막은 내 뇌내대사였다.
고작해야 삼남, 그것도 망한 자식인 내가 가문의 기사단장한테 씨발년이라 할 수는 없다.
암만 성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앨리스는 존경할만한 남자를 좋아한다.
내가 서류에 동의하면, 앨리스는 나를 존경한다.
즉, 앨리스는 나한테 대줄 거다.
소크라테스가 울고 갈 삼단논법이 완성되었다. 저 꼴릿하게 생긴 년을 따먹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솔직히 나는 대가리 굴려서 살아가지 않았다. 대가리보다 많이 쓰는 게 좆대가리다. 그리고 좆대가리가 외치는 말은 이랬다.
“아버지!! 동의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 하멜은 씨익 웃었다. 왠지 모르게 첫째 형과 둘째 형 모두 웃음을 참는 것 같다.
“크, 장하도다. 하멜, 그러면 우리 가문의 파견군 지휘관은 네가 맡는 거로 하겠다.”
“어..... 뭐요?”
“간단히 말해서, 오크 제국과 싸우는 최전방에 네가 지원했단 소리다.”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