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노예 만들기
성감대는 왜 생길까?
지구에서였다면 당연히 감각 세포나 호르몬 따위의 대답이 나와야 마땅하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좀 달랐다.
물론 신경이나 호르몬의 작용도 있겠지만, 그못지않게 '기운'의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가장 큰 쾌락을 맛보는 순간은 남자가 사정할 때였다.
양기의 결정체를 흡수하는 순간, 몸이 그걸 흡수하며 황홀경에 빠지는 것이다.
'이걸 활용하면 쾌락을 강제할 수 있지. 특히나 나는 양기가 빨리 회복된다고 했으니까.....'
남자도 비슷하지만, 그건 넘어가자. 내가 조교할 대상은 여자 산적 40명이니까.
행군이 끝나고 저녁까지 해치웠을 때, 나는 산적 40명을 으슥한 곳으로 데려왔다.
뒤에서 에델이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제스님,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괜찮아. 저놈들 나한테 힘의 90%는 빼앗겨서 밧줄 풀기도 힘들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나마 강했던 산적 대장은 훨씬 신경 써서 묶었다.
이 산적들(실은 블랙 용병)의 평균치는 D급 용병쯤이었는데, 90%의 힘을 빼앗겼으니 지금은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그보다 약하려나? 정확히는 모르겠네.'
아무튼 난 산적들을 쭉 둘러봤다. 같이 오는 며칠 동안 좀 씻겨서 행색은 도리어 나아졌다.
"이제 냄새는 안 나는군."
산적 대장이 불안한 듯 말한다.
"우린 무슨 노예가 되는 거냐? 노예도 취급이 다양하다고 들었다."
"그건...... 차차 결정될 문제지. 너희들 재능에 따라 말이야."
이를 악물며 밧줄을 풀려고 낑낑대는 대장. 물론 밧줄은 미동만 할 뿐이었다.
난 40명 중에서 그나마 가장 예쁜 녀석을 골랐다.
붉은 머리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다.
"거기 너."
"네, 네?"
"산적 주제에 뭘 놀라고 있어. 앞으로 나와라."
빨간 머리는 주춤주춤 걸어 나왔다. 허름한 옷에 밧줄이 칭칭 감겨 있어 가슴이 두드러진다.
'보기 좋네.'
"내가 너한테 뭘 할 거 같냐?"
"개발하신다고......"
"말투는 벌써 복종 그 자체네."
난 피식 웃고는 빨간 머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넌 어디에 소속되고 싶냐?"
"그게 무슨....."
"다양하잖아. 밤노예는 별로라고 쳐도, 뭐 식사 보조도 있을 거고 받침대도 있을 거고, 아니면 기술을 연마해서 펠라 전문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
빨간 머리는 눈을 굴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제일 쉬운 게.....?"
짜악-
획 돌아가는 녀석의 머리. 난 턱을 잡아 원상 복귀시키고는 속삭였다.
"노예는 쉬운 일을 고르는 게 아니야. 그냥 주어진 일을 하는 거지."
"......"
좀 소심한 것처럼 보여도, 얼마 전까지 블랙 용병이었던 여자다. 내 말에 쉽사리 수긍하지 못했다.
'가문에선 이런 애들을 어떻게 교육하더라?'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굶기고 말을 들어야만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없는 상황.
훨씬 빠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넌 얼굴이 괜찮네. 그에 비해 몸매는......"
"제, 제 몸매가 어때서!!"
녀석의 항변은 무시했다. 솔직히 가슴이 두드러진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두드러진 상태에서도 출중하진 않았다.
'헐렁한 B컵? 이 정도면 평균 이하지.'
얼굴을 살리는 보직은 당연히 식사 보조였다.
음료를 입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니 당연하다. 그 외에는 마사지 전문 노예나 혀 클리너가 있긴 했지만, 나름 기술이 필요한 보직이다.
"식사 보조나 해라. 입을 성감대로 개발시켜 줄게."
"어.....?"
"나름 잘 팔리는 보직이야."
"자, 잠시 제 의견은......"
손이 뒤로 묶인 빨간 머리는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난 녀석의 목을 낚아챘다.
"커허억!!"
"까불기는."
원래도 500kg을 드는 근력이 필요한 회의실을 열던 나다. 이번 폭주로 인해 한층 강해졌으니 이 녀석이 반항 못 하는 건 당연했다.
목이 졸려 침을 흘리는 빨간 머리. 난 녀석의 입속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이어서 양기를 조금, 아주 조금 흘려넣는다.
"꺼어어....... 으읏?"
"좋지? 좋을 수밖에 없지. 블랙 용병 따위가 양기를 맛봤을 리가 없으니까."
눈을 부릅뜨는 녀석.
힘을 빼앗겨 손이 묶였다는 사실이나, 목이 졸리고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저 내가 흘리는 아주 미세한 양기를 빨아먹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이다. 정신없이 손가락을 빨아대는 녀석.
츄릅- 츄르르릅-
"그만."
나는 그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빼냈다.
"더..... 더.....!!"
간절하게 외치는 빨간 머리. 물론 그 말을들을 생각은 없었다.
난 이번엔 기운을 뿜지 않고 녀석의 입안을 툭툭 건드렸다.
"느껴라."
"......?"
"간절히 희망해라. 네 입으로 절정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나아져야만 아까의보상이 돌아올 거다."
빨간 머리의 눈에 혼란이 감돈다.
"방법을 모르는데...... 그냥 아까 거를 다시 주시면."
짜악-. 더욱 거세게 돌아가는 녀석의 머리. 반항하는 노예 상대로는 역시 체벌이 답이다.
난 빨간 머리의 입안을 계속 쑤셨다.
"상상해. 너는 입으로도 느끼는 노예라고 상상하는 거다."
"으, 으헤하능할 리가....(그게 가능할 리가.....)"
나도 알고 있었다. 바로 바뀔 순 없다.
'사실 상상만으로 되는 건 아니야. 양기를 맛본 신체 부위는 좀 더민감해지지.'
여자한테 양기는 강해지는 수단이었다.
그러니 양기를 한번 흡수한 신체 부위는 다음에도 흡수하려고 저절로 감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반복될수록 더욱 민감해졌다.
일종의 신체적 적응도 있는 셈.
내가 하는 일은 신체적 적응에 더해 본인 스스로도 세뇌시키는 거였다.
입이 성감대가 될 거라고 믿는다. -> 신체적 적응으로 인해 실제로 민감해진다. -> 변화가 본인의 믿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세뇌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런 흐름이다.
특히나 남자를 못 만나서 양기 맛을 못 본 여자들에게 잘 통했는데, 그런 면에서 블랙 용병은 제격이었다.
'돈만 주면 나라도 배신하는 놈들. 즉, 궁핍한 놈들.'
남자를 만났을 리가 없다.
생각을 끝냈을 즈음, 빨간 머리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이랬다.
"입으로 느껴.... 입으로. 그래야 다시 쾌락이......"
이쯤에서 보상을 한번 줄 때다. 난 녀석의 입술부터 천천히 훑으며 들어갔다.
아까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많은, 따지자면 1.1배쯤 되는 양기를 흘린다.
'노예 상대를 많이 해서 양기 조절은 씹고수지. 낭비하면 큰일이기도 하고.'
빨간 머리는 내 팔을 꽉 붙들었다.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마구 흡입한다. 거의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건 뭐, 10일 굶은 거지보다 심하네."
"쮸으으으읍, 흐릅. 너무 좋아아아......."
다리까지 풀려 비틀거리는 순간, 나는 거칠게 손을 빼냈다.
탁-.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을 하는 빨간 머리.
난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
"어때? 아까보다 더 좋지?"
"네, 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아니, 평생 모실 테니까."
"쉿."
"......"
어느새 빨간 머리는 내 말을 따르고 있었다.
손이 묶인 채 침을 흘리며 손가락을 탐하는 모습이란.
난 가볍게 웃으며 녀석을 쓰다듬었다.
"다시 상상해."
"네.....?"
"상상하니까 아까보다 좋았잖아? 그 효과를 누리고 싶으면 다시 상상하라고. 네 성감대는 입이고, 넌 입으로 절정하는 암캐년이라고 말이야."
"아아....."
멍한 얼굴의 빨간 머리. 쾌감은 확실히 더 컸을 거다.
'내가 양기를 1.1배로주기도 했고, 두 번째라서 감각도 더 예민해졌을 테니까.'
상상하면 쾌락이 커진다는, 내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빨간 머리는 아까보다도 더욱 열중했다. 눈까지 꼭 감고 중얼댄다.
"입, 입, 입, 입, 입...... 난 입으로, 혓바닥으로, 입술로 느끼는 암캐입니다......"
"좋아. 딱 그 자세라고."
이 정도면 벌써 훌륭한 식사 보조가 아닐까?
물론 제대로 개발할 때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지금까지 쓴 시간은 기껏해야 7분.
앞으로 시간 단위로 투자해야 빨간 머리의 성감대를 확실히 만들어줄 수 있을 거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쾌락에 대한 갈망으로 눈이 시뻘게진 빨간 머리.
난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번엔 쌀 수 있어?"
"네!! 물론입니다!! 전 입으로 절정하는 암캐니까......"
"그럼 빨아."
양기의 양을 1.2배로 높인다. 빨간 머리는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팔을 붙잡고 손을 빨았다.
거의 씹어먹을 기세. 난 웃으며 그걸 관찰했다.
문득 다른 산적들까지 생각이 닿아, 시선을 돌린다.
대장을 비롯한 기타 산적들은 황당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본인들도 똑같은 신세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한 채.
이날, 내가 길들인 노예는 총 8명.
가장 충실하게 변한건 산적 대장이었다.
"끄하아아아악, 죽을 때까지 따먹어 주십시오오오오오오!!!"
-------
며칠 후.
"쏠쏠하십니까, 제스님?"
전속하녀, 에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쏠쏠하냐고? 그야 물론이다!
난 충실한 암캐로 변한 산적들을 생각하며 대꾸했다.
"괜찮더라고. 40명 돌려가면서 먹으니까 천국이야."
"전 음기 보충 차원에서 물은 겁니다."
"그것도 물론 좋지."
지난며칠 동안 난 천국 같은 생활을 했다. 암만 귀족가의 삼남이라고 해도 노예를 40명이나 독식하지는 못한다.
살면서 처음 하는 경험이란 거였다.
'게다가 백지잖아? 남자를 못 만난 년들한테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꽤 재밌었다. 그러니까, 말 대신에 산적 대장을 타고 다닐 정도로 재밌었다.
"이봐."
"네, 주인님."
네 발로 기어 다니며, 등에 나를 태운 산적 대장의 대답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지만, 내가 현실로 만들었다.
이 녀석을 움직이는 동력은 간단하다.
"엉덩이 좀 쳐줘?"
"헤으으으응, 벌써 젖을 것....."
"천박한 말 하기는."
짜아악-. 일반인이라면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엉덩이를 후려친다.
산적 대장의 성감대는 엉덩이였다. 다른 녀석보다도 훨씬 철두철미하게 개발시켰다.
아픈 게 당연한 타격이지만, 산적 대장에게는 그만큼 짜릿한 쾌감이리라.
"끄으으아아!!"
흥분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산적 대장. 나는 녀석의 속도감을 즐겼다.
'속도는 대충 경보 수준이기는 한데, 뭐 재밌잖아? 내가 좀 늦는다고 별일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이번엔 녀석의 엉덩이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자 바로 애액이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흐으읏!! 머, 먹으시는 겁니까....?"
"글쎄."
먹는 건 사양이다. 섹스는 서로 기운을 교환하는 행위.
나는 일방적으로 이놈들에게 음기를 착취해야 했다.
'조교하면서 양기를 좀 썼잖아? 이미 회복은 끝났지만, 그 이상 뽑아내야 한다고.'
남자가 사정할 때, 양기를 내뿜는것처럼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낄 때도 음기가 나온다.
정액은 양기의 결정체지만, 애액도 그런 건 아니다.
여자한테 나오는 음기는 안개와도 같았다. 내가 알아서 흡수해야 하는 셈.
난 심심할 때마다 산적의 엉덩이를 후려치며 나오는 음기를 빨아들였다. 아까와 같은 식으로.
"흠, 다른 녀석들도 맛보긴 해야지."
"제스님, 참 좋으시겠습니다."
"그럼그럼."
이유모르게 가시 돋친 에델의 말을 흘려듣는다. 난 산적 쪽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39명이 우르르 몰려온다.
"시키실 일이라도?"
"제, 제가 은총을 받을 겁니다!!"
"이 약아빠진 년이!! 넌 아까도....."
"전부 닥쳐!! 난 첫날 은총을 받고 지금까지...."
아수라장이다. 전부 나와 접촉하고 싶어서 안달난 놈들이다.
확실하게 성감대가 생기고, 남자 맛을 너무 인상적으로 본 탓에 쾌락의 노예가 된 거다.
'사실 이게 오래가지는 않아. 진짜배기 노예로 만들려면 꾸준히 교육해야 하지만......'
그건 이놈들을 사는 노예상이 생각할 일. 물꼬를 터 줬으니 유지는 훨씬 쉽다.
나는 첫날 이후 남자맛을 못봤다는 산적을 불렀다. 부르고 보니 그 빨간 머리다.
"네가 입이었던가?"
"마, 맞습니다!! 역시 기억하시는군요!! 헤헤, 저는 특별한 암캐......"
"닥치고 빨기나 해."
내가 아래쪽을 가리키자 녀석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산적 대장도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바지가 내려가고 치솟듯이 등장하는 내 몬스터.
빨간 머리는 눈을 빛내며 입을 벌렸다.
"하아압, 츄릅..... 흐으윽!!"
"좋으냐?"
"네에에에..... 츄르릅!!"
녹아내릴 듯이 몸을 흐물거리면서도 입은 열심히 펠라를 행한다. 기술이 서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쾌락을 향한 열망과 암캐라는 자각이 있었으니.
빨간 머리의 혀는 내 몬스터의 뿌리부터 귀두까지끊임없이 오갔다.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에 몬스터가 움찔거린다.
'펠라받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가. 자극이 괜찮네.'
암캐의 본능일까. 빨간 머리는 목구멍까지 활용하며 몬스터를 열심히 삼켰다.
크게 삼키고 핥았다고, 다시 입술을 이용해 키스하듯 몬스터에 비빈다.
누가봐도 정말 좆을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제스님..... 저희가 봐도 괜찮습니까?"
에델의 물음에 난 간단히 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어디 부끄러워할 사람인가?"
"......"
산길 한복판, 그것도 사병들과 백합 기사단이 전부 쳐다보는 와중에 펠라는 계속되었다.
참, 내 누나도 있었다. 한나 누나는 포기했는지 창으로 애꿎은 땅만 쿡쿡 찔러댔다.
"진짜 발정 난 동생이네...... 언젠가는 내가....."
난 한나 누나의 말을 무시하고 펠라에 집중했다. 가문에서는 매일,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받았던 거다.
근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받질 못했다.
그 결과, 빨간 머리의 정성 들인 펠라에 난 쿠퍼액 한 방울을 흘리고 말았다.
“끄으음, 좋긴 하네.”
전립선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리는 쿠퍼액.
마침 뿌리부터 핥아 올리던 빨간 머리는 쿠퍼액을 뒤늦게 발견했다.
"흐르릅, 어.....?"
그녀의 혀와 쿠퍼액에 만난다. 짧게 울리는 의문사.
이어지는 반응은 반쯤 발작이었다.
"끼에에에에엑!!"
정액은 양기의 결정체다. 쿠퍼액은 열화판 정액쯤 되는 존재다.
그게 성감대인 입에 닿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빨간 머리 입장에서는 극상의 쾌락이 느껴질 수밖에.
"하으윽! 주, 주인니이이임!!"
"죽겠냐?"
"죽어도 좋습.... 끄흐으으!!"
눈을 까뒤집으며 쾌락을 표현하는 그녀. 어쩌면 평생 나를 못 잊을 수도 있겠다.
극상의 오르가즘에서 나오는 음기는 남김없이 흡수했다.
"하악, 하아아. 주인님, 제가 봉사를 좀 더...."
"넌 됐다."
다시 입을 벌리는 빨간 머리를 밀어낸다. 다시 빨아먹을 년이필요했다.
"이번엔 네가 와봐라."
가슴이 두드러지는 여자를 불렀다. 능욕할 여자는 많고 많았다.
난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아주 환상적인 나날을 보냈다.
-----------
"후, 드디어 왔네."
한나 누나의 지겹다는 중얼거림. 난 멋쩍게웃었다.
"좀 불편했나?"
"조금이겠냐!! 넌 어째 나보다 체력이 좋더라? 40명을 데리고 밤낮도 없이 그렇게....."
끝없이 능욕했던 걸 말하는 건가. 난 어깨를 으쓱하고는 성문으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반프레 시'지만, 지금 온 곳은 무역도시 올톰이었다.
내가 개조시킨 40명의 노예를 팔기 위함이다.
'솔직히 즐거웠지만, 전쟁터까지 끌고 갈 수는 없으니까. 느린 것도 그렇고, 가문 이름에 똥칠이라고.'
전쟁터에 여자 노예를 40명씩 데리고 가는 꼴통 가문. 이렇게 찍힐 생각은 없었다.
도시 가까이 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후우."
성문을 통과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무역도시인 만큼 유동 인구가 많아 항상 이 꼴이다. 그만큼 노예도 확실히 팔긴 하겠다만.
투덜거리는 한나 누나.
"어유, 아침에 왔는데 오후에나 들어가게 생겼네."
"음? 무슨 말이야?"
난 씩 웃으며 에델에게 턱짓했다.
"가서 불러와."
"예, 제스님."
에델은 아주 자연스럽게 경비병에게 걸어갔다. 우리도 길게 늘어선 줄을 무시하고 앞으로 향했다.
"어떤 놈들이!!"
"지금 새치기....."
이렇게 따지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의 규모를 보고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도리어 이런 수군거림이 들린다.
"와, 저기 노예 40명인 거 봤어? 뭐 하는 놈이길래...."
"조용히 해!! 딱 봐도 귀족인데다가 남자야."
남자 귀족. 그것만으로도 평민 여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생긴다. 그들은 아무 불평 없이 순서를 내줬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흠칫거리는 여자들.
"어, 얼굴이....."
"안 들리게 중얼거려라."
핀잔 한 번 주고는 지나쳤다. 사병과 노예를 끌고 성문에 도착하자, 앞서간 에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홀란트 가문을 무시하는 겁니까!!"
"아, 아니...... 참, 양해를 구한다는 거죠."
버럭 화내는 에델과 쩔쩔매며 성문을 막아선 경비병.
대충 그림은 그려졌다.
‘우린 검문하려고 하는 건가? 찔리는 게 없으니, 괜찮지만 대체 왜?’
본가와 그리 먼 도시도 아니었다.
여정 떠난 지 얼마 안 됐으니 당연하다. 홀란트 가문이란 이름이 먹히는 지역인데, 검문을 하는 이유가 뭘까.
난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반갑다, 제스 드 홀란트라고 한다.”
“아, 아...... 귀한 분을 뵙습니다!!”
엉거주춤 무릎을 꿇으려 하다가 허리만 깊게 숙이는 경비병.
난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귀족을 이 정도로 가까이서 보면 무릎부터 꿇어야지.’
교육을 덜 받았나? 그럼 의심까지 들었다. 차분하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 무슨 일이지?”
경비병은 땅을 본 채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하지만, 지금 올톰에서는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남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