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내 전속 하녀는 고위 마법사(2)
"에델...... 축하한다."
축하할 수밖에 없다. 6위계 고위 마법사가 되었다. 게다가 충성도 확실하다.
'내가 죽으라고 말만 하면 에델은 죽어. 그렇다고 에델이 자유를 위해서 나를 암살하면? 그래도 에델은 죽어.'
나를 거역할 수도, 나를 암살할 수도 없는 완벽한 관계. 도리어 내가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충성에 보답해줄 수 있을까?
'살을 한 덩어리 더..... 아니야. 솔직히 하루에 두 덩어리는 무리야.'
오크의 침공 때도 느꼈지만, 포션을 짧은 시간 안에 과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며칠 지난 후에나 다시 떼어줄 수 있으리라.
대신에 나는 치렁한 머리를 거침없이 잘랐다.
후드득-
남자치고는 길었던 머리칼이 단박에 짧아진다. 나는 한웅큼 쥐어서 에델에게 내밀었다.
"이제는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감사의 표시로 받아줘."
"예."
내 머리카락을 받아서 잘 간수하는 에델. 내친김에 하멜의 양기도 다시 줄까 하다가 멈칫했다.
'요즘 소비가 좀 극심한데..... 이거 다시 받으려면 족히 몇 년은 걸려.'
참자. 전투 중에 유용하게 쓰거나, 부하들에게 포상을 내릴 일이 있을 거다. 하멜의 양기를 다시 갈무리하고는 에델에게 물었다.
"20년 치의 수련 성과를 얻은 거지?"
"맞습니다."
에델은 이전처럼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 대신에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충성스러우면서도 자신감넘치는 부하인 셈이다.
"어떤 방식이지? 20년 치의기억을 얻었나?"
"으음...... 비슷하지만 훨씬 압축된 느낌입니다. 마치 골방에서 20년 수련한 기억을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듯한....."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에델의 태도에는 여유가 넘쳤다.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었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나는 그녀를 보다가 와락 껴안았다.
작디작은 체구가 몸에 쏙 들어온다. 신체 단련은 기사들보다 훨씬 덜한 터라, 몸 자체가 부드러웠다.
나는 그녀를 꽉 안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고마워."
"......아닙니다. 제스님이 주신 은혜에 보답한 것뿐입니다."
"크큭, 살 한 덩이와 목숨을 맞바꾸는 건 수지가 안 맞지 않아?"
"괜찮습니다. 제스님은 그만큼 소중하니까요."
차려자세로 서 있던 에델은 조심스레 팔을 뽑아서 내 허리에 둘렀다.
에델은 밤노예 출신이다. 스킨십에 서투를 리가 없을 텐데도, 지금 손길은 꽤 어색했다.
엉덩이와 허리의 사이 즈음에 애매하게 걸친 에델의 손.
"한 곳을 확실하게 골라봐."
"예, 예? 아..... 어디든 다 좋아서....."
슬쩍 내려본 에델의 얼굴에 홍조가 든다. 나는 무릎을 굽혀 서로의 볼을 맞대었다.
부드러운 볼살에서 후끈하는 열기가 전해졌다.
"뜨겁네? 왜 뜨거워?"
"......놀리지 마십시오."
"내가 놀리면 뭐 어쩌려고?"
"제, 제가 제스님을 가르쳤습니다."
으음, 이 부분은 할 말이 없다. 에델이 앨리스를 성교육한 것처럼, 나도 에델에게 배우긴 했다.
'사실 에델말고도 형들이 야매로 알려준 것도 있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가문 최고가 됐지만 말이야.'
섹스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나는 묘한 오기가 생겼다.
"내가 그 시절이랑 같을 거 같아?"
"저도 다릅니다."
도발하는 에델. 그녀의 속내가 조금 보이는 듯했지만, 모르는 척 넘어가 줬다.
"네가 가르쳐준 놀이나 해볼까?"
"웃음 참기 말입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 발짝 물러서 자신만만하게 팔짱 끼는 에델.
"얼마든지 받아주겠습니다. 참고로 6위계 마법에는 쾌락 조절도 있습니다."
"오....."
참 쓸모없는 게, 위계는 쓸데없이 높다. 하지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긴 충분했다.
'고위 마법사라.....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자그만 에델의 체구. 겉보기에는 한없이 만만해보인다. 그런데 속은 어떨까?
나는 두 손에 양기를 불태우며 말했다.
"모래시계 어디 있어? 누가 오래 버티는지 해보자고."
"좋습니다."
웃음 참기.
남녀가 서로를 공략하면서, 쾌락으로 인한 웃음을 유발한다. 더 오래 버티는 쪽이 승리다.
에델은 눈금이 새겨진 모래시계를 가져왔다. 면적이 좁고 세로로 길쭉해서, 나름 정교하게 시간을 잴 수 있다.
그녀는 날숨을 한번 뱉더니, 모래시계를 휙 뒤집었다.
"시....작!!"
처음은 분위기 형성이다. 나는 에델의 코앞까지 다가가서 양기를 안개처럼 뿜었다.
이러면 여자들은 몽롱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어때? 나 정도로 진한 양기 안개는 처음이지?"
"......"
에델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지만, 코가 살짝 움직였다. 정확히는 킁킁거리는 모습.
저도 모르게 양기를 찾아 갈구하는 것이다.
고작 안개에 킁킁댈 정도면 이후는 쉽다. 그리 생각할 때였다.
에델은 눈을 감더니 빠르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그녀의 손에 뭉쳤다가 흩어져서 머리에 들어간다.
스스스-.
"뭐, 뭘 한 거야?"
"쾌락 중추를 조절했습니다."
"그게 뭔....."
"이제 평상시의 절반 이하, 아마도 반의반 정도만 전달될 겁니다."
"반의반? 이건 반칙이야!!"
에델은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따지면 섹스 기술이 아니라, 양기로 유혹하는 제스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나는 테크닉도 좋다고!"
"인정은 합니다만..... 양기도 확실한 영향이 있습니다."
쳇, 나를 걸고넘어지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입술을 씰룩이다가 단단히 결심했다.
'좋아, 반의반이랬지?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마!'
모래시계는 이 순간에도 착실히 떨어지고 있다. 나는 양기 그득한 손으로 에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꺄악!!"
그리고 테이블에 처박는다. 물론 책상과 충돌하는 부분은 내 손으로 감싸서 안전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에 눕혀진 에델. 그녀의 눈이 묘하게 흥분으로 물든다.
'에델은 원래 당하는 걸 즐겼으니까. 밤노예 출신이라 새겨진 취향일 수도 있고.....'
"하아아..... 제스님."
한 손으로는 머리채를 붙잡아 고정시키고, 다른 손으로는 목을 감싼다. 나는 정확히 경동맥을 짚었다.
'목을 졸라서 기절시키려면 동맥을 압박해야지. 쓸데없이 기도를 누르면 기침이 나올 뿐이야.'
서서히 압박을 가한다. 에델은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로 신음을 내뱉었다.
"아..... 아.....!!"
뇌에 피가 적게 공급되면 기절한다. 일명 기절놀이나 sm에서의 목조르기 플레이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기절하기 직전, 또는 아슬아슬하게 피가 공급될 때의 몽롱한 감각.
그에 더해 양기까지 퍼붓고 있으니 버틸 도리가 없으리라.
"시작부터 조금 세긴 하지만..... 빨리 끝내야 하니까."
"하....으. 제스니이임!"
에델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래 봐야 효과는 없을 거다. 신선한피가 머리로 가지 않을 테니까.
그녀 핏발 선 눈이 스르르 감길 때쯤, 재빨리 압박을 풀었다.
삽시간에 본래 색으로 돌아오는 안색.
"하아악, 하아아..... 다, 다른 여자한테는 안 쓰는 기술이잖습니까!"
"그치. 하지만 너한테는 특효약이야."
에델은 축 늘어진 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요."
"다시 갈까?"
눈을 크게 뜨는 에델. 그녀는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제스님도 제가 그리웠던....."
"됐다!! 너 방금 웃었지? 분명 웃었어. 어디보자, 시간이 얼마나 된 거야."
희희낙락하며 모래시계를 확인한다. 4번째와 5번째 눈금 사이까지 차오른 모래시계.
채 5분도 지나지 않은 거다.
'후훗, 내 인내심이라면 5분은 충분히 버티지!'
웃음참기는 이긴 거나 다름없다. 역시 제스 홀란트! 실력이 죽지 않았다니까.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문득 에델이 유독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
"어... 에델?"
"그래요. 제가 웃.어.버.렸.네.요."
에델은 아주 활짝 웃었다. 그녀의 뒤로 검은 기운이 어스름히 피어난다.
"하하하. 제가 웃었네요, 제스님. 그만 주제도 모르고 추억에 빠져 웃었습니다."
"그으......."
에델은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말했다.
"그럼 제 차례군요. 새로 얻은 힘을 최대한 열심히 실험해보겠습니다. 이건 시.합.이니까요."
미안, 내가 잘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