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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58화 - 초능력 듀오 (59/74)



〈 59화 〉58화 - 초능력 듀오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아침 식사를 마쳤다.
오늘 새 보급대가 진입했을 테고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오전 중엔 도착할 터였다.

"충분히 잘 하고 계시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그럼 다녀 올게요. 무슨 일 생기면 조명탄으로 신호 꼭 해주시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 일도 없는게 가장 좋긴 하겠지만, 알겠습니다."

오늘은 한소희와 둘이서 반대쪽 탐색을 나가기로 했다.
전투원들이 채워지더라도 어차피 본대는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우리 둘이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하는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동쪽으로 정찰을 진행하는 건 처음이었으나 워낙에 지형이 똑같다 보니 새로운 게 하나도 없었다.
한 시간을 달려나가고 바닥에 앉아 휴식을 가졌다.

"허구한 날 초원을 달리고 있자니, 말이라도 된 기분이에요."

"바람도 시원하고, 이런 뻥 뚫린 평야를 달리면 가슴이 탁 트이고 좋지 않아?"

"좋은 것도 한두 번이죠. 이젠 지겹다구요. 괴수라도 마주치면 위험하기까지 하구."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치~ 나가면 완전히 뜯어 먹을거야.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어요 증말루."

다시 출발해 두 시간을 마저 달려도 아무것도 나온게 없었다.
세 시간동안 100킬로미터는 족히 이동했을 터인데.

"어떻게 이 넓은 땅덩어리에 먹을게 이렇게 없어요? 과일이랑 야채가 먹고싶어요."

"초원에서 야채나 과일을 구하기는 어렵지. 지천에 깔린게 풀때기인데 먹어도 되는건지 알 수가 없으니, 원."

망원경으로 지평선을 살펴보는 중에 무언가 희끄무레한 게 보였다.

"저기 뭐가 있는데? 저쪽 한 번 봐봐."

"네, 보여요. 가까이 가보시게요?"

"확인해보자. 그러려고 나온 거니까."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십여 분을 이동하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평범한 사람은 망원경으로 봐야 할 거리긴 했다.

50여 마리 정도 되는 코뿔소 괴수였다.
어림잡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도 아니라, 정확하게 세어보니 52마리였다.

"음, 저놈들은 박격포로 조져야 하는데."

"언니! 설마 싸울 생각하시는 거에요? 저 덩치들은 총알도   박히잖아요."

"잘 안 박히는거지 쏘다 보면 들어가긴 하잖아. 니가 묶어놓고 약점에 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무리에요, 무리. 오십 마리를 무슨 수로 묶어놔요 제가. 어제만 해도 무리하지 말라더니? 언니  막 바꾸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아니~ 그렇게 쏘아 붙이지말고. 아쉽잖아, 기껏 발견했는데 그냥 가기가. 저놈들 잡으면 공략 끝날지 알게 뭐야? 그럼 대박이잖아."

"그렇다면 솔깃하긴 하는데... 그래도 무리에요. 저 괴물들은 너무 살벌하다구요. 본대랑 같이 와요."

"아쉽네 정말. 이럴  알았으면 박격포 챙겨올걸. 그랬으면 지금 고민도 안 했을 텐데."

"언니,  쏠 줄 모르시잖아요."

"아, 맞네.  왜 이러니."

정확히는 포각 계산을  줄 모른다. 하긴, 그게  줄 모르는거지.
다음엔 공부 좀 해둬야   같다. 국방부에 얘기해서 포술 훈련장에서 교육 좀 해달라면 해주겠지.
요즘엔 국방부에서도 훈련 영상도 올리고 화력 시범 영상도 올리고 하던데, 내가 방송 소재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떡한다? 예전 같으면 고민도 안 해보고 도망쳤을 텐데, 자꾸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소희의 능력이 강력한 속박이고 내 능력은 공격과 동시에 속박도 겸한다.

"그러고보니 소희야,  정도 덩치도 손가락 하나에 한 놈씩 가능한 거야?"

"더 커지면 모르겠는데,  정도 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강철 코뿔소는 그 크기가 일반적인 아프리카 코끼리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가능하다니. 안 된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려 했는데, 이러면 해볼 만했다.

"할 거지?"

"니예니예~ 어련하시겠습니까."

괴수를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계속해서 거리를 더 좁히자 놈들이 우리를 인식했다.
놈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는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사선을  번이나 넘은지라 이제 전투에 관해서는 베테랑이나 다름이 없었다.
침착하게 총열을 확인하고, 예비 탄창의 위치를 확인하며 준비를 했다.
이미 확실하게 확인해 두었지만, 전투를 앞두고 하는 일종의 의식행위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놈들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전투의 흥분으로 인한 고양감에 지르는 함성도, 절제된 사격 명령도 없었다.
그저 각자의 판단에 따른 사격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투다다다당- 따다다다당-

총성이 대기를 가르며 울려퍼지고, 강철의 피부에서 불똥이 튀었다.

티디딩-티디디팅-

강철 코뿔소의 매끈하고도 단단한 외피는 총알을 빗겨내긴 했으나, 완전히 튕겨내지는 못하기에 결국 유효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제 아무리 덩치가 비대하다고 하여도, 급소에 총알이 박히면 거꾸러지기 마련이다.

200미터 정도의 유효 사거리부터 시작한 사격은 맷집이 좋은 괴수를 몇 마리 처리하지 못했다.
코뿔소는 거대한 덩치에 비해 낮은 무게중심을 이용한 특유의 안정성으로 인해 달리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탄창 두개를 갈아끼며 백발이 넘는 총탄을 쏘는데 고작 15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놈들은 이미  앞까지 다가왔다.

그때 한소희의 손가락 끝이 희미한 빛으로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빛이 강해지며 순식간에 눈 앞의 괴수들이 그 자리에 붙들렸다.

쿵- 쿠웅-

노림수가 통했다. 소희의 속박 능력에 붙잡히면 그 자리에 완전히 고정된다.
전방의 괴수들을 멈춰 세우자 뒤따라오던 놈들은 전부 단단한 강철 벽에 부딪히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그대로 머리를 부딪힌 충격에 머리가 터지거나 목이 꺾이며 즉사하는 녀석들이 속출했다. 나는 넝쿨에 묶인 녀석들의 눈알에 총알을 박아주며 움직였다. 눈알을 뚫고 들어가 뇌까지 헤집어 놓을 정도로 넉넉하게 방아쇠를 당겨주었다.

넘어졌던 놈들이 일어나 장애물을 비켜서서 오려는게 보였다.
속박된 놈들은 모두 처리하고 능력사용을 마친 한소희가 총을 들어올려 사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에 검은 안개 왕관이 씌워졌다.

콰직-

끔찍한 파육음과 함께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그대로 곤죽이 되며 납작해졌다.
연이어 다가오는 놈의 육탄 돌격을 바닥을 박차며 피했다.
놈에게 총탄을 퍼부으며 다른 녀석에게 매콤한 중력의 맛을 보여줬다.

투다다당- 콰직-

한소희도 오른손으로 사격을 하며, 왼손에서 뻗어내는 넝쿨을 이용해 능력을 사용해 가며 놈들을 상대했다.

수십 마리에게 접근을 허용했음에도, 총탄과 초능력의 조합에 괴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들이 받으려고 하면 넝쿨에 묶이고, 총알을 버텨낸다 싶으면 강력한 힘에 의해 머리통이 짓눌리며 으깨졌다.

넝쿨에 붙잡힌 놈을 피해서 돌아가야 했고, 그 와중에 총알에 맞아 죽거나, 총알세례 마저 뚫어내면 강력한 힘에 짓이겨졌다. 묶였던 놈들은 급소에 총알이 박히며 그 자리에서 저항도 못하고 죽어나갔다.

일방적인 학살이 끝나고, 괴수들의 시체로 대지가 어질러졌다.
완벽하게 승리했지만, 승자들은 당당히 서있지 못했다.
과도하게 사용한 초능력의 반동으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으... 죽겠다... 몸이 안 움직여."

속이 먹먹한게, 가슴에 바람이라도 집어넣은것 같이 답답했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고 거침없이 방망이질 쳤다.
전신에 경련이 일어나며 근육들이 찢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마치 극육이 녹는것 같았다. 두방망이질 치던 심장에서 통증이 느껴지더니, 입에서 핏줄기가 뿜어나오며 각혈을 했다.

나는 앓는 소리라도 했지, 한소희는  한마디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듯했다. 결국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참지 못한 그녀가 바닥에 구토를 했다.
토사물 위로 다시 굴러서 머리카락과 얼굴이 범벅이 됐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상태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고통은 줄었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었기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나는 누운채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좀 괜찮아졌어?"

"네, 힘드네요."

한소희는 물통으로 얼굴과 머리에 물을 뿌리며 말했다.
그걸로 부족한지 내 것까지 요구하기에 말없이 건네줬다.
토사물이 범벅된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피해 없이 이겼어."

"이게 피해가 없는 게 맞는 거예요? 차라리 좀 다치는 게 낫겠어요."

"능력이야 사용할수록 느니까. 실전에서 써먹었으니 평소에 하는 훈련보다 효과가 좋았을거야."

"아까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입가에서는 피를 질질 흘리시더니, 어떤 의미로든 정말 대단하십니다~ 예에."

"너는... 아니야."

"제가 뭐요?"

"아니야, 가자."

"흥."

내 반동을 가지고 놀리기에 그대로 되갚아 주려다 그녀가 상처 받을까봐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눈치채고 삐져버렸다. 토라진 모습도 귀여웠다.

몸도 지쳤고 가는 길은 조금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주둔지에 도착하면 저녁때가 될 즈음에 맞춰서 이동 속도를 조절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시점이었다.

베이스캠프가 어렴풋이 보이는 거리에서 하늘 위로 조명탄이 날아올랐다.

"뛰어!"

한소희와 나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력질주를 하니 고속 주행하는 자동차와 맞먹는 주력이 발생했다.
쏘아 올린 조명탄 덕에 주변에 대낮처럼 밝았다.
예광탄의 방향을 보니 사격 방향이 우리쪽이 아니었기에 속도를 유지하며 캠프에 붙었다.

캠프를 향해 우리보다  빠르게 달려드는 소수의 치타괴수가 있었고, 그 뒤로 꽤 많은 수의 개괴수가 달려들고 있었다.

놈들은 피해도 거의 입지 않은 채 상당히 가까이 접근한 상태였다. 이동 경로에 시체가 없었다.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발견이 왜 이렇게 늦은거지?

뒤늦은 박격포 사격이 시작됐다. 진작에 쐈으면 붙기도 전에 대부분 처리했을텐데.
이미 놈들은 1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까지 접근했고, 그에 반해 전투원들은 준비가 덜 됐다.

하지만 총탄으로 수월하게 처리가 가능한 놈들이니, 화망만 조성되면 피해 없이 격퇴가 가능할 것이다.
영거리 사격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나와 소희가 능력으로 붙들어 놓으면 될 터였다.
분명히 그랬어야 했다.

"도망치지 마! 뭣들 하는 거야!"

이제  전투가 시작되어야 하는 순간에 등을 보이며 도주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적에게 가장 큰 피해를  수 있는 골든 타임이 그대로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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