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기분나쁘고 위험한
"전원이 전부 다시 모여줘서 기쁘다. 부대명은 '소금'이다."
첫 정규모집일, 요나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뭐냐."
요나의 말에 릴로가 손을 들었다.
"소금이라니, 어떤 짠돌이가 부대명을 그딴걸로 짓습니까? 거 멋진 동물들도 많았을텐데 폼 안나게 소금이 뭐예요??"
그 말에 요동치며 불만을 표하는 부대원들을, 요나는 한명씩 돌아 보았다. 부대가 조용해 지자, 요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대명은 국왕전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것이다. 소금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품이지. 우리도 또한 그런 존재가 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부대명이다. 불만이 있는 자는 내가 직접 숙청시켜주겠다. 다른 할 말 있나?"
조용해진 부대원들을 바라보고, 그녀는 주제를 넘겼다.
"너희들의 첫 임무지는 라무르 마을이다. 대부분이 떠돌이 출신이니 알겠지. 간단하게만 설명하겠다."
그녀는 준비한 지도를 벽에 붙였다.
"벨카 기준 동남쪽에 위치한 마을이며, 마차로 대략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다. 현재 마을은 끊임없이 출몰하는 소형 괴물들로 인한 고충을 겪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근방 전장의 시체 처리, 군번줄과 무기 회수, 전쟁 피해로 무너진 마을의 복구 작업, 괴물의 처리작업이 될 것이다. 최우선사항은 괴물출현의 근원을 막는 것이니 시체처리업무에 집중하고, 괴물의 수색업무 등은 지역의 자치병력들에게 맡기도록. 이상, 질문있나?"
특별히 질문이 없는 것을 확인한 요나는 다시 지도를 돌돌 말았다.
"제공하는 브로치를 달고 가면 전화국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질문 사항이 더 생긴다면 벨카-요나 전화선으로 연락하면 된다. 출동 전에 마법을 사용 가능한 자들은 자신의 마법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자신의 마법이 무엇인지 노출하는 것은, 노출된 상대에게 치명적인 한방을 양보한다는 것이다. 즉, 대치하게 될 경우 어드밴티지가 사라진다. 모두가 머뭇거리기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나하나 공개하겠다. 그래도 상관 없는가?"
잠깐의 정적이 이어지다가, 결국 라드가 일어났다.
"아주 약한 염동력. 자갈들을 들어올리거나, 서있는 책을 넘어뜨릴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넘어져 있는 책을 세울수는 없는 그정도의 염력이다. 기대는 하지 말아 달라구."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앉으려는 라드에게 갤러한이 쏘아 붙이듯 말했다.
"네 요술밧줄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려고?"
라드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일어나 겉옷의 팔을 조금 거뒀다. 그의 양 팔뚝에는 밧줄이 감겨 있었다.
"이봐, 마도구까지 꺼내서 설명하라는 말은 없어서 넘어가려 한거야. 오해하지 말라구."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올라가는 팔의 높이만큼, 밧줄이 길게 늘어졌다.
"내 마도구다. 길이가 변환되는 밧줄이지. 1미터에서 3미터까지 늘릴 수 있다. 이제 진짜 내 패는 전부 보여준거야. 믿어 줬으면 좋겠군."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착석했다. 그리고 다시 서로 눈치를 보다가, 또 한명이 일어났다. 륑게였다.
"사출형 능력이다. 마나를 모아서 쏘아 보내. 위력은 주먹이랑 비슷하거나 더 아래. 범위는 내 시야안에 있는 대상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닿아. 단 물질 관통은 안되는 정도."
그는 내뱉듯 말하고 라드를 노려보았다. 라드는 어깨를 으쓱 하고 넘겼다. 륑게까지 자신의 마법을 공개하자, 다음 타자는 곧바로 나왔다. 아스타였다.
"내 피는 폭발한다. 손으로 트리거 신호를 넣으면 터지는 형식이지.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어. 너무 자세히는 알려주고 싶지 않군."
그렇게 말하고 앉는 아스타를 보며 라드가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질문했다.
"어이, 영주님, 저건 괜찮은 건가?"
"자신의 마법이 뭔지만 알리면 된다. 세부사항정도는 임무수행중 물어볼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스타가 라드를 향해 중지를 들어올렸다. 라드는 그걸 보고 피식 웃으며 다시 다리를 꼬며 앉았다.
"한명하고 링크해서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해요.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단 링크는 한번에 한사람만 가능하고, 다른사람과 링크하면 전에 링크했던 사람과는 자동으로 연결이 끊겨요. "
"그리고 소니아는 지금 나와 링크되어 있다. 전화국을 이용하기 곤란하거나 긴급상황일 때에는 소니아를 통해 연락하면 된다."
요나가 그렇게 덧붙였다. 다음 순서는 도르베였다.
"마나로 얇은 장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창문정도의 강도이며, 공격을 막아내는 것보다는 입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요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 그는 그 후 다른 일행들도 한바퀴 둘러보고 덧붙였다.
"너네 버러지들도 잘 알고 있어라."
다시 정적이 왔다. 그리고 요나를 제외한 핀을 알고있는 모두가 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저는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서.."
눈치를 보며 핀이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요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부대원중 절반이 마법을 사용이 가능하다. 분명 강한 부대가 되겠지. 이중에 2면 마법사는 확실히 없는 거겠지?"
칼린은 처음듣는 단어에 조금 떠올려 보다가 옆에있는 갤러한에게 작게 질문했다.
"2면마법사는 뭐예요?"
"음... 간단히 말해 마법을 두종류 사용하면 2면, 세종류 사용하면 3면, 그런거야. 이곳에 마법을 두종류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지."
"아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칼린은 다시 영주의 말에 집중했다.
"뭐, 기본적인 설명도 끝났다. 더이상 전달사항은 없다. 30분후 이 장소에 재집합하면 바로 마차를 타고 이동할 것이다. 그 시간동안 장비나 도구를 각자 챙겨 오도록."
그 말에 방 안의 전원이 일제히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얼타던 칼린은 이제서야 지금 이곳이 군대같다고 느꼈다.
"칼린."
방으로 돌아가려는 칼린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 보았다. 요나였다.
"네 장비는 내가 준비해 두었다. 따라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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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따라간 곳에 있던 것은 거치대에 걸쳐져 있는 갑옷이었다. 단 전신은 아니고, 여기저기가 누락되어 있는 듯한 갑옷이었다.
"네가 지금 입고있는 평상복 위에 걸치거라. 네 수행능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경갑으로 준비했다."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대, 견갑, 정강이 갑옷, 가슴 보호대였다. 그는 그걸 한번 장비해 보았다. 정장위에 갑옷을 입은 꽤 우스운 꼴이 되었다.
"네가 평소에 입는 평상복의 재질은 상당히 뛰어난 것이다. 다방면에서 고성능을 자랑하지. 그냥 평상복 위에 갑주를 입는 것이 가장 기동성에 유리할 거다. 그리고 무기이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무기거치대를 밀어서 가져 왔다. 거기에는 길이가 160센치정도 되는 검과 30센치정도 되는 소드브레이커가 같이 있었다. 그가 훈련에 사용했던 검이 그대로 진검으로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장검을 들어 보았다. 진검의 무게는 목검보다 훨씬 무거웠다. 단 단순하게 무게차이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섭고 무거울거다. 진검을 처음 잡는 것은 그렇지."
그녀는 그런 말을 하면서 칼린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감싸며 검을 같이 쥐었다.
"검의 무게는 네가 베려고 하는 생명의 무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 무언가를 베게 될 때에는 검이 무겁고 다루기 힘들다고 느껴지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 상태에서 칼린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검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 질 수록, 그 검은 가볍다고 느껴지게 될 것이다. 네 뜻대로 움직이게 되겠지. 칼린, 검의 무게를 경계하거라. 너무 무거워져서도, 가벼워져서도 안되는 것이 검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칼린에게서 떨어졌다. 칼린은 처음 자신이 짐승을 죽였을 때 느낀 혐오감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검으로 또 그런 짓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검을 칼집에 넣고 그렇게 말하는 칼린을 보며 요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지에 가서 칼린이 또 어떤 상처를 입게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요나도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선물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셔츠의 단추를 세개정도 풀었다. 그리고 자신의 테이블에 걸쳐 앉아 셔츠를 한 쪽 어깨까지 내렸다.
"배 터지게 먹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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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져가요, 갤러한."
리쿠르트가 갤러한에게 작은 함을 건내 주었다.
"매일 저녁마다 여기에 마법을 사용할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종이에 적어서 보내주시면 돼요. 부디 사양말고 사용해 주세요."
함을 가만히 바라보던 갤러한은 리쿠르트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마 씹는 담배만 주구장창 요구하게 될 것 같군. 잘 부탁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뭐 어쩔 수 없죠."
가만히 서로를 마주보다가, 갤러한은 그 함을 자신의 배낭에 집어넣었다. 리쿠르트는 조용히 말했다.
"...무사히 돌아 올 거죠?"
"별 일 아니라니까. 첫 임무부터 그러면 힘빠지지."
"그치만..."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방에 노크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묘하게 활기가 넘치는 칼린이었다.
"...성 안에서라도 그 가면좀 벗고 있으면 안되냐?"
갤러한이 그렇게 말하자 칼린이 팔을 저으며 말했다.
"슬슬 가야될 때인데 벗으면 안되죠. 나가기 전에 선생님좀 뵈러 왔어요."
칼린은 그렇게 말하고 리쿠르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안전하게 다녀 올게요. 그 사이에 다 나으셔서 다시 수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요."
리쿠르트는 그렇게 말하는 칼린을 보며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다. 그의 예민한 감수성이 전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가면을 써서 그 표정도 보이지 않는 칼린의 손을 리쿠르트가 양손으로 붙잡았다.
"서로를 잘 부탁할게요. 다치지 말고 돌아오세요."
그 말에 갤러한과 칼린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갤러한은 작게 웃으며 혼잣말했다.
"참, 엄마도 아니고.."
그러고 칼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부탁한다고."
"믿을게요, 갤러한씨!"
갤러한은 바닥에 내려놓은 짐을 둘러메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나가기 전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였다.
"...매일 저녁마다 꽃을 보낼게. 꽃병에 넣어둬."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붉어진 귀는 숨길 수 없었다. 칼린은 거기에 리쿠르트의 어깨를 찰싹거리며 친다는 지극히 아저씨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갤러한을 따라 나갔다. 리쿠르트는 그런 둘의 모습을 한동안 웃으며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시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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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전보다 조금 지쳐보이는 요나가 인원체크를 끝마쳤다. 마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마친 그녀는 자신의 부대원을 한명씩 돌아보고서, 칼린을 보며 말했다.
"모두들, 무사 귀환을 기원하지. 이만."
그리고 그녀는 성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두개의 마차에 다섯명씩 나눠서 탑승하기로 했다.
"영주님은 정말 멋있군. 칼린, 어떤식으로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이냐?"
칼린과 같이 타게된 것은 도르베, 륑게, 아스타, 핀이었다. 특히 도르베는 칼린의 옆에 앉아 즐겁다는 듯 말을 걸고 있었다.
"음.. 숲속에서 떠돌아다니던 저를 영주님께서 거두어 주셨어요."
"오, 뭔가의 비유표현인가? 고풍스럽군, 마음에 든다!"
그렇게 말하며 등을 팡팡치는 도르베가 칼린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건방진 동생이 생긴 느낌이라서 상당히 즐거웠다.
"근데 도련님, 그 가면은 설명 안해줄 거야?"
아스타의 질문이었다. 칼린으로서는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었다. 뭐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칼린은 너무 잘생겨서 가면을 썼다, 라고 말할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는 않았다.
"그러네요, 릴로씨가 칼린님은 제 눈을 뜨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게 생기셨다고 하던데 가면을 쓰고 계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마법사도 아니신데 왜 그런 가면을 쓰고 계시죠?"
그 성가신 질문에 핀도 합세했다. 칼린은 그 둘과 따로 이야기 해본 적도 없었기에 농담으로 넘기기도 힘들어 조금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뭐? 릴로 걔가 얼굴은 엄청보는데? 야, 그 가면 벗어봐라!"
흥미를 가지며 가면을 벗기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을 도르베가 막아냈다.
"천한 것들은 가리는 것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쓸데없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 폐가 될수도 있음을 자각해라."
쏘아붙이는 듯한 도르베의 말에 아스타에게서 뿌득 소리가 났다.
"...아니, 마법사도 아니고, 그렇게 잘생겼다면, 궁금증 정도는 가져볼수도 있는 거 아닐까, 꼬맹아?"
"세상에는 말못할 사정이 더 많을 텐데, 그렇게 자기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살면 상당히 편하겠군. 스승이 누구지? 광견병에 걸린 개인가?"
"아니 근데 씨발 한마디를.."
"바로 이빨보이는 거 봐라, 스승한테 잘 배웠군 그래."
둘의 대화의 수위가 거세지자, 핀과 칼린이 각자 한명씩 잡아 말렸다.
"뭐, 진정하세요! 칼린씨가 가면을 벗지 않는 다고 하면 그게 다인 일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우리 생각이 조금 짧았다는 걸로 하고, 넘겨요!"
"네! 이야, 가면에 대해서는 설명 못드리지만 다른거는 많이 알려드릴 수 있거든요, 저! 도르베씨도 제 생각을 해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말이 너무 심했어요! 그쵸?"
그렇게 싸움을 뜯어 말리자 그 둘은 불만족 스럽다는 듯 서로 반대쪽 창가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겨우 꺼진 불에, 륑게가 다시 한번 불을 붙였다.
"난 이유 알것 같은데."
아스타와 핀이 솔깃해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르베도 힐끔거리며 그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네가 그걸 어케알아?"
"그, 원생텀 분들은 부대 개설 전에 칼린님의 개인 교사같은 걸 잠깐 맡았었거든요. 칼린님이 가면 쓰기 전에 만났다고..."
아스타의 질문에 핀이 대신 대답했다.
"오, 진짜냐! 얼른 설명해봐!"
아스타가 재촉했다. 그러나 륑게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아무 것도 없는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이새끼..."
아스타가 설마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5생텀짜리 지폐를 한장 꺼내서 건내 주었다. 륑게는 웃으며 그 돈을 받고 고개를 돌렸다.
"감 다 잃었어, 아스타."
"별거 아니면 진짜 터트려버릴거야."
"뭐,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것 같긴 한데-"
어느새 마차 안에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륑게는 거기서 한번 숨을 잡고 다시 말했다.
"별거라고 하면 진짜 별거이긴 하지."
"아이 씨발! 뜸들이지 말고 말을 좀 해!"
아스타가 그의 멱살을 쥐었다.
"아니, 릴로도 말했다시피 칼린은 좀 한 외모 하거든. 근데 그게 좀...심해. 응. 본인 앞에서 말하는 건 부끄럽지만 말야, 남자든 여자든 눈깔달린 것들은 전부다 끌리도록 만들어진 것 같은 얼굴이거든. 그래서 영주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게 할라고 그 가면을 씌운 거라고 생각하는데...내말이 맞아, 칼린?"
칼린은 그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서 그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확한 정답이었다. 당황한 칼린을 보며 륑게가 웃으며 말했다.
"본인에게 그걸 묻는 건 조금 괴롭히는 짓이려나. 미안해."
아스타는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못해 그대로 륑게에게 한방 먹일 생각을 하고 있다가, 칼린이 반응을 보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멱살을 쥐었던 손을 풀고 칼린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가면 딱 1분만 벗어보자."
"고..곤란해요!"
"이야, 눈이 안보이는 게 한이네요."
아스타는 멈추지 않고 가면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칼린은 도르베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도르베도 왜인지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있었다.
"도르베, 도와줘요!"
도르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눈을 피하고 말했다.
"아니, 그, 마차가 움직이는 중이니까. 과한 움직임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나? 음."
그런 말을 하며 자신을 보지 않는 도르베를 보며 그가 도와주지 않을 것을 안 칼린은 가면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안돼요! 어쩄든 안되는 건 안돼요! 아무리 터무니없는 이유라도 부대 지휘자이자 직속 상관이신 영주님의 명령이에요! 제 가면에 손대면 마차 멈추고 바로 소니아님께 보고할 겁니다!"
아스타는 그제서야 손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쩨쩨하기는."
조금 삐진듯한 아스타를 보며 칼린은 살짝 버둥거리다가 이내 륑게에게 시선을 돌렸다.
"륑게씨,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그렇잖아요!"
"5생텀 값은 해야지."
"뭐, 이정도로만 하죠."
중재자는 핀이었다.
"이야기가 진실인지 궁금한 거면 갤러한씨랑 소니아씨한테도 물어보면 되는 일 아니겠어요? 감정 상하지 마시고. 칼린씨도 영주님 명령으로 쓴 거라고 하시니까."
"흠, 뭐..."
아스타는 나름 진정한 듯 했다.
"이해해줘서 감사합니다, 아스타씨."
"..그냥 편하게 아스타라고 부르면 돼."
그 말에 얌전히 있던 도르베도 칼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와는 서로 말을 놓을 수 있으면 좋겠군."
갑작스러운 부탁은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말을 놓아 달라고 부탁했었으니까. 칼린은 아직 서로 반말을 쓰는 것은 어색했지만, 도르베가 꽤 마음에 들었다.
"반말이 조금 어색하긴 한데 괜찮을까요?"
"그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도르베가 그 말에 상상한 것은, 귀족 자재들이 간간히 서민인 척 할때 사용하는 반존대같은 것이었다. 도르베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칼린에게 반말을 가르친 것이 갤러한 일행이었다는 것이다.
"그럼, 잘부탁한다, 씹새야!"
너무나도 상쾌하게 뱉어진 그 말에 마차가 한 번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