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각자의 일상
"귀공들의 첫 임무는 성공이라 할 수 없다. 실패에 가까운 성공이야. 이정도의 성적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두번째 임무는, 첫 임무보다는 더 큰 건이다."
그녀는 준비해둔 종이를 펼쳤다.
"우리 부대는 이번에 미등록 마법사를 잡을 것이다."
종이에는 지도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게 그의 이동 경로이다. 눈치챈 게 있나?"
가만히 그걸 바라보던 일행 중, 륑게가 손을 들었다.
"...동북 최전방에서 시작해서 서남방향으로 전장들을 지나치며 내려오고 있는 것 같은데."
요나는 그 말에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압정과 붉은 실을 꺼내 길을 이었다.
"륑게의 말 대로, 이 마법사는 지금 전장을 돌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다음 그의 목적지는 하인킬 영지일 거고, 우리는 그 전에 그가 지난 경로 중 중간 지점인 도나 영지에서부터 그대로 따라가 그를 잡을 것이다. 질문?"
"왜 굳이 그 경로를 따라갑니까? 벨카에서 하인킬이면 마차로 하룻밤이면 갈 텐데."
갤러한의 질문에 요나는 다른 종이를 꺼넀다.
"그는 주민 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았어. 출발지가 다미스 산인걸 보아 거기에 숨어 사는 범죄자들끼리의 자식인 듯하다. 단, 그가 지나간 길에 그의 마법의 흔적이 남아있었지."
요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네크로맨서다. 전장을 돌면서 죽은 자들을 깨우고 다니고 있어. 국가는 그의 마법을 위험도 A로 지정, 다수의 병력을 보냈다가 그의 군세를 만들어 주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소수의 정예 병력으로 사냥을 나서기로 했다. 그는 지나간 전장마다 언데드를 만들어 놓고 방치하며 가는 중이야. 그의 경로를 따라 가면서 언데드들도 같이 사냥할 것이다."
방 안이 어수선해지자, 요나는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을 진정시켰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갤러한이었다.
"주민등록도 안되어 있으면 어떻게 알아봅니까?"
"목격자가 많이 있다. 몽타주가 꽤 성공적으로 완성됐어."
그렇게 말하며 요나는 말려 있던 종이를 내려서 펼쳤다. 거기에 그려진 것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남성이었다.
"얼굴이 안보이는데요? 이걸 몽타주라고 만든 겁니까?"
이리하가 그렇게 묻자, 요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리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래. 후드에 수염은 특징이 될 수 없지. 수염은 깎으면 그만이고, 후드는 벗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라고 운을 띄고 요나는 말을 이었다.
"그는 단 한번도 이 인상착의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처음 발견되었던 곳에서 나온 몽타주부터 가장 최근의 모습까지 그는 변한 것이 없어. 아마 왕국군을 우습게 보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이 건을 질질 끌지 말고 한순간에 끝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다 잡았다가 놓치면, 모습을 바꾸고 도망쳐버릴 테니까."
"그가 하인킬에 도착할 때까지 걸릴 예상 시간은?"
"약 3주일정도로 예상 중이다. 그는 도보로 이동중이야."
그 말에 작은 탄식소리가 들렸다.
"3주면 너무 빠듯한 거 아뇨? 도나까지 가는 것도 나흘은 걸릴 텐데.."
"그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언데드 사냥이 끝나면 바로 바로 다음 마을로 발을 옮겨라. 이 3주의 기간동안 너네가 지나칠 마을은 총 4곳이다."
릴로는 얼굴을 감쌌다. 칼린은 지금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언데드 사냥은 그렇다 쳐도 이번 임무의 주적은 마법사 한 명이었다. 솔직히 괴물사냥보다 쉬울 것 같았다.
"우리가 또 알아야 할 사실이 있을까요?"
"그가 지난 곳에서 주술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마법사인 동시에 꽤 실력 있는 주술사일 것이다. 주의하도록."
핀의 질문에 다시 술렁임이 커졌다. 요나는 바닥을 검으로 세게 내려 찍어 진정시켰다. 다음에 손을 든 것은 라드였다.
"거.. 듣기엔 조금 이상하거든, 국가에서 아무리 소규모 정예부대로 사냥을 결정했다고 쳐도 우리는 그 뭐냐.... 오합지졸 아뇨? 급조된 잡탕 부대인데-"
그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근데.. 그걸로 저 모든 길을 지나며 언데드들을 죽이고, 단 3주만에 하인킬까지 도착해서, 네크로맨서까지 잡아내라고? 윌레인은 우리에게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 게 맞습니까?"
륑게의 질문에 요나는 즉답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귀공들의 첫 임무도 쉽지 않은 것이었다. 결과는 그랬지만, 그건 모두에게 알려지는 사실은 아니지. 라무르 영지 근처에만 조금 퍼지고 말 사실이다. 즉 왕도는 우리를 '국가가 버린 영지의 마음을 열어내고, 한달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마을을 복구시키고 신종 괴물을 사냥해낸 부대'로서 인식 중이다."
륑게가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확실히 왕도에까지 퍼질 만한 사실은 아니었지만, 현재 다임상회의 상인들이 널리 퍼뜨리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안해도 부대의 이미지에 확정타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큰 폭로는 되지 못한 듯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만, 그래도 우리는 해야 한다. 그걸 감안하며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요나는 단상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우리 부대는 이번 임무에서 '결사대'로서 취급된다."
숨막히는 위압감이 그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르베는 가슴에 송곳이 날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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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놈새끼야!"
여관에 도착하자 마자 소니아가 갤러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걸 신호로 릴로와 륑게도 덤벼들기 시작했다.
"이젠 빼지도 못하잖아! 이 개새끼야!"
"야! 잠깐! 야! 나도 이런 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어!"
갤러한은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6방위에서 날아오는 발길질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했다. 갤러한이 넘어지자 세명은 그를 밟아 대기 시작했다.
"야! 뼈! 씨발! 타임!"
그렇게 소리지르며 필사적으로 구르는 갤러한을 보며 칼린이 다른 부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특히 도르베는 마리가 죽은 직후의 얼굴과 비슷한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들 왜 이렇게 경계하는 거죠? 언데드는 상대가 까다로운가요?"
상대적으로 조금 상태가 좋아 보이는 아스타에게 칼린이 그렇게 질문했다. 아스타는 자리를 잡아 앉으며 조금 생각해 보았다.
"그게... 넌 분명 성 안에만 있었다고 했던가?"
"네."
"우리가, 그.. 실력은 다들 좋거든? 진짜 좋아. 인성이나 팀워크는 둘째 치고, 전부 실력으로 막 부족하다는 소리는 안들을 인원들이야. 아, 나도 그걸로."
음식을 주문하려는 핀에게 대충 그렇게 말하고 아스타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밝혀진 것도 없는 A등급 위험도 마법사를 상대하는 건 말이야.. 아, 물론 네크로맨서인 건 알겠는데, 1면마법사인 지는 모르는 거잖아? 찾은 흔적이 언데드 뿐인 거니까. 그리고 주술도 사용한다 하고... 맞지?"
"하지만..그래도 한 명 아닌가요?"
"그치. 한명이지.."
테이블에 올라온 술을 따르며 그녀는 되뇌이듯 말했다.
"그 한명이.. 그 한명이 문제인 거거든. 강한 마법사라는 건 그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린 전부 죽을꺼야.."
라고 말하며, 약하게 꿈틀대고 있는 갤러한에게 파운딩하면서 울고 있는 소니아에게 다가갔다.
칼린은 모두를 한번 돌아보다가 술자리에 참여도 안하고 들어가려는 도르베를 보았다.
""도르베, 괜찮아요?"
도르베는 흙빛이 된 얼굴로 칼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속이 별로 안 좋군. 일찍 들어가서 쉬겠다."
"그러면-"
"칼린."
도르베는 지친 듯 칼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병원이든, 약이든, 위로든, 전부 필요 없다. 조금 쉬면 나을거다. 걱정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도르베는 등을 돌렸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며 다가온 것은 이리하였다. 그녀는 어깨동무를 하며 자연스럽게 칼린의 등을 돌렸다.
"지금은 마셔. 바로 이틀 후 출발인데, 즐기라구!"
이리하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관의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칼린도 그런 그들의 반응에 불안해져 술이 안 들어 갈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저도 그냥-"
칼린은 차라리 먼저 성으로 돌아가, 영주에게 여러가지를 더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칼린에게 이리하가 더 바짝 붙었다.
"미등록 마법사를 적대하는 게 신경 쓰이는 거지?"
칼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는 칼린을 보며 이리하가 말했다.
"너무 신경쓸 것 없어. 비즈니스 적인 거니까. 감정 이입하지 말고 빠르게 끝내자구."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웃은 뒤 칼린에게서 떨어졌다.
"먼저 성으로 돌아가. 내일 모래 다시 만나자."
"그게 무슨-."
칼린은 말을 하려다 멈췄다. 이리하는 이미 술잔을 쥐고 테이블에 앉았다.
"말이예요..."
혼자서 작게 말을 마친 그는 여관을 나와 담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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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로, 라무르 마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소문이 너무 빠르고 넓게 퍼지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 임무지로 라무르 마을을 고른 것은 별로 그곳이 가장 위급한 상황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나라에서 버렸던 곳이며, 영지는 작고, 다른 귀족들도 한 명씩 교류를 끊던 곳이다. 성공하면 선전이 될 것이고, 실패하면 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문제는 상회였다. 다임상회, 즉 에테롬은 요나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어디선가 그 실패담을 듣고 상인들을 통해 이야기가 각지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묘한 것은, 또 상회들을 전부 활용하고 있는 것 치고는 그렇게 공격적인 속도는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악평을 막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요나는 현재 자신의 부대 내에 에테롬의 첩자가 하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했다. 소니아의 보고에 따르면 라무르 마을에는 다임상회 출신의 보부상도 온 적이 있었다. 그 보부상은 도마의 영주가 자살해서 혼란하기에 라무르로 내려왔다고 했었다. 요나가 알아본 결과, 도마의 영주는 실제로 죽긴 했었다. 병사(病死)였다.
평민이라면 영주의 사망 사유까지는 모를 수 있다. 도마의 평민들끼리 그런 소문이 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로 살아남는 상인이 그걸 혼동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상인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급하게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요나는 이 말을 굳이 소니아에게 하지는 않았었다. 쓸데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보부상은 그들이 괴물을 잡으러 가기 전 날에 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들어온 타이밍도 나간 타이밍도 너무 잘 맞는다. 그리고 소금부대의 괴물사냥 전 날에 마을을 떠난 것이라면, 보부상은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떠난 것이다. 그러면 두가지 경우가 남는다.
보부상이 소문을 퍼트린 것이 아니거나, 보부상이 사건이 터질 것을 미리 알았거나.
어느 쪽이든 보부상은 미심쩍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보부상과 접촉하려던 부대 내 첩자가 있을 것이다.
그 의혹 때문에 요나는 일부러 블러핑을 넣었었다. 그녀의 부대는 지금 전혀 '국가가 버린 영지의 마음을 열어내고, 한달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마을을 복구시키고 신종 괴물을 사냥해낸 부대' 같은 게 아니었다. 상회가 음해를 계속하는 한, '언제까지 자리를 유지할지 모르는 부대'로 남을 것이다. 그게 이런 무리한 임무를 맡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두번째는 이리하에 대한 문제였다. 그 '미망인'년이 계속해서 칼린에게 집적대는 것 같았다.
칼린은 임무 중에 계속 가면을 썼다고 말했다. 꽤 극한 상태에 몰려 있을 때 했던 말이니 거짓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즉, 그 이리하라는 년은 뭔가 다른 것을 보고 칼린에게 집적대고 있었단 것이었다.
더러운 모험가 따위가 손 댈 수 있는 칼린이 아니다. 하지만 왠지 그년이 오르지 못할 나무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속이 꼬인다.
오늘 소집 때는 칼린과 대화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기도 했었다. 그년이 첩자 같지는 않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알레프."
노집사는 언제나 그랬듯 요나의 뒤에 서 있었다.
"우리 부대원 중 이리하라는 자가 있었지."
"있었습니다."
"그자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다."
알레프는 그 말에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렸다.
"어느 정도 까지요?"
요나는 가만히 그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류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알아 낼 수 있는 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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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은 방 안에서 자신의 마법을 사용해 보고 있었다. 좀더 구체적인 모양도 만들어 보기 위한 훈련이었다.
그러던 중 방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노크라면, 누구인지는 뻔했다. 칼린은 아무 경계도 없이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요나."
그리고 예상대로, 문 앞에는 요나가 있었다. 그녀는 칼린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마법 훈련을 하고 있었나?"
칼린은 만들고 있던 말머리 모양을 서둘러 뭉갰다. 그리고 휴지 위에서 마법을 해제했다. 피 몇 방울이 그 자리에서 떨어졌다.
"그냥.. 좀 더 섬세하게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었어요."
칼린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영주가 바로 뒤에 서있었다.
"칼린, 이번 임무는 정말로 위험하다. 넌 아직 진짜 마법사를 경험해 본적이 없겠지."
요나가 너무 가까워서 칼린은 오른쪽으로 좀 빠져나왔다. 그러자 요나도 같이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놈은 주술까지 사용한다고 하니까. 정말, 정말 많이 위험할 꺼야."
요나는 칼린의 양 손을 붙잡았다. 칼린은 갑자기 묘한 분위기에 고개를 뒤로 뺐다.
"그..런가요?"
"그래. 칼린, 널 보내고 싶지 않구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게획이 틀어진 거다.. 에테롬이 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어. 설마 바로 이런 일을 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칼린, 넌 아직 미숙하니까, 이번 임무에서 빠지고 싶다면 내가 빼 주마. 걱정마라, 핑계도 정해 뒀으니까."
그제서야 칼린은 요나를 제대로 마주한다. 요나 답지 않은 말이었다.
"요나, 저는- 저는 괴물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칼린은 요나를 조금 떼어 냈다.
"안 그래도 신세를 지고 있는데, 이런 일에 일일이 도망치다가는 평생 영주님에게 신세를 지게 될 거예요.. 저는 여차하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살아남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요나는 그렇게 말하는 칼린을 보았다. 아직이다. 아직 칼린은 완전한 나의 것이 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그저 불안감에 서둘렀을 뿐이다.
"미안하군. 약한 소리를 했다."
"아뇨, 뭘.."
칼린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생각해 준 것이니까.
"그래. 넌 강하다. 이 임무는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다만-"
요나는 칼린에게서 떨어져 다시 침대에 앉았다.
"네 동료들을 조심해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목을 조금 옆으로 젖혔다. 칼린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동료들을요?"
"그래. 너와 같은 부대원들."
칼린은 입을 벌린다. 요나는 눈을 감는다.
"그중에 첩자가 하나 있다.. 칼린, 아무도 믿지마.. 누구와도 친해지지 말거라.."
그녀는 자신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은 칼린을 감싼다.
"모두를...경계..하면서...의심 가는 자는 즉시 보고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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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이 되었는데도, 그 처녀는 마차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뒤에는 마을의 구호물자들을 담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의 위험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었다.
앞에 등불을 두개 달았지만, 그걸로 숲 길이 충분히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느린 속도로 길을 지나며 처녀는 바짝 겁먹어 있었다.
그리고 조명으로 보이는 시야의 끝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남성이 하나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마차를 멈춰야 할 지 한순간 고민했다. 그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을 조금 앞서간 뒤 마차를 멈춘 그녀는, 등불을 뽑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봐요..."
그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이었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어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 치고는 상당히 젊은 몸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 보니 그는 커다란 자루 하나도 둘러메고 있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시죠...?"
낯선 숲에서 낯선 사람이었지만, 일단 노인이라는 것에 그녀는 조금 안심했다. 어쩌면 치매에 걸린 노인네가 숲에서 길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일단 친절을 보였다.
"하인킬로 갑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후드 너머에서 그런 말이 들려왔다. 그 처녀는 잘 떠올려 보았다. 하인킬이면 여기에서는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대도시이다. 그러나 분명 전쟁으로 인해 외부 객을 받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그걸 떠올리고 나니 노인의 모습이 퍽 이상해 보였다. 로브는 계속 걸어온 것 치고는 너무 깔끔했고, 광인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눈은 깊게 눌러쓴 후드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생각해보면, 조명 없이는 한치 앞도 안보이는 이 숲길을 저렇게 후드까지 뒤집어쓴 노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뽑아 올린 검을 힘차게 휘둘렀지만, 그녀의 검은 괴한에게 닿지 않았다. 그 괴한은 자신의 지팡이를 조금 들어 올려 검을 막고, 그 상태에서 지팡이를 돌려 그녀의 이마를 살짝 쳤다.
부딫힌 부분에서 작게 푸른 빛이 났다. 그녀는 무기를 놓치듯 떨어트렸다.
괴한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니, 그녀를 지나쳐 가 마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향하고 계셨었나요?"
"...티본마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약 30분 거리입니다..."
"저도 거기 까지만 동승해도 될까요?"
"...네..."
그녀는 멍하니 서 있다가, 얼이 빠진 듯 몸을 흐느적 대며 마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명을 재설치 한 후, 노인의 곁에 앉아 고삐를 쥐었다.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삐그덕거리며, 그녀의 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