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아버지와 아들 (39/164)



〈 39화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
도르베는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버지! 제가 돌아왔어요!"
발바닥에  술병들이 걸린다. 도르베는 그걸 억지로 차내며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서 흔들의자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르베는 그 소리를 따라 방문을 힘차게 열어낸다.

"제가 가문의 이름을 되살렸습니다!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흔들의자에 앉아있다. 술병을 기울이며,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본다.

"아ㅂ-"
"부대에서 도망친 걸로 말이냐?"
그의 아버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미동도 하지 않으며 그저 흔들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도르베의 머릿속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네?"
"돈을 들고 도망쳐서, 그 돈으로 가문을 살려보겠다는 핑계로 집을 버리고 나와서, 해낸 것이 부대에서 또 한번 도망쳐 나온 거냐?"
흔들의자가 멈췄다. 아버지의 술잔이 비었다. 도르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동료를 팔아서, 적에게 자비를 구하며 가증스럽게 적의 군가까지 불러주면서 살아남은 네가, 지금 가문의 이름을 되찾았다고 돌아온 거냐?"
그의 아버지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컸던가, 하고 도르베는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가 고개를 돌린다.

"베일라 가문은 죽었다. 되살아  수 없다. 네가 죽였다, 도르베."
아버지의 얼굴이, 절규하는 듯 무너져 내린다.


"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


#

-라고 새끼야! 소집날에 늦잠을 퍼 자냐!"
아스타는 누워있는 도르베의 멱을 잡고 흔들다가, 한대 때리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도르베는 다행히 한  맞기 전에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다.


"빨리 옷 갈아 입어! 바로 출발할 거야!"
아스타는 그렇게 말하고서 그를 놔주었다. 도르베는 급하게 일어나 옷을 벗었다.


"지금이 몇 시지?"
혼란스러운 정신속에서 그의 머릿속에 그가 꿨던 꿈은 이미 떠오르지도 않았다. 아스타는 제자리 구보를 하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존나 뛰어야 할 시간! 다른 애들은 이미 다 갔어! 빨리 빨리!"
도르베는 시계를 볼 여유도 없이  두었던 짐가방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다. 그녀의 말 대로 여관 홀은 텅 비어 있었다.


"빨리빨리!"
재촉하는 아스타의 목소리에 도르베는 급하게 문을 열었다. 만약  소란에 잠을  핀이 아니었더라면, 도르베는 진짜로 속아서 먼저 성에  뻔했다.

"도르베씨, 아스타씨. 일찍 일어나셨네요... 무슨 일이시죠..?"
잠옷을 입고 방문을 열고 나온 핀을 보고 나서야, 도르베는 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집시간은 아직 2시간이 남아있었다.


"...무슨 장난질이냐, 이건."
"고맙다 핀, 거의 다 속인 거였는데."
아스타는 그렇게 말하고서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핀도 대충 상황을 깨닫고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 도르베는 망연하게 서있다가 곧 아스타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


"이번에도 마차는 두대. 전부 준비는 되었나?"
부대원들을 모은 요나는 그렇게 말했다. 소집에는 아무도 늦지 않았다. 모두들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번과 같은 실수는 하지 마라.  지점에 도착할 때 마다 소니아 또는 전화국을 통해 나에게 연락해라. 특히 소니아, 이번 임무는 중요도가 높다. 상시대기 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 특수사항이 생긴다면 보고하도록."
"확인했습니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고 부대원들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맡기지. 네크로맨서 토벌 결사대다.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만."
한명씩 마차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요나는 칼린을 잡았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칼린. 부탁한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부대원 내부의 첩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칼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방을 한번 더듬어 보았다. 전화기는 제대로  자리에 있었다.

"가 볼 게요."
칼린은 가장 마지막으로 마차에 탔다. 그리고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의 인원배분은 지난번과 같았다.

"뭘 아직도 화나 있냐, 슬슬 풀려 있어야 되는 거 아냐?"
아스타는 아직도 자신을 노려 보고 있는 도르베에게 말했다.


"화를 푸는 것은 화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네 의미도 모르는 장난질에 휴식 마지막날의 단잠까지 방해받아야 됐냐는 거다."
"아니, 너무 긴장한 것 같길래.. 진짜 좋은 뜻으로 그런 거라니까?"
"네 도움은 필요 없었다."
티격태격 대면서도 둘은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다. 이 세계에  직후의 칼린이었다면, 그 모습을 보고 웃었으리라.


지금의 칼린은  웃을 수 없게 되었다.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왜 인지 웃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가면때문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위로가 되었다.


"긴장돼?"
 모습을 보고 있던 이리하가 칼린에게 질문했다.

"아뇨.. 생각보다 긴장은 안되네요."
"그럼   도와줘."
"뭐를...아!"
이리하의 옆에 앉아있던 소니아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떨고 있었다. 이리하는 나름의 방법으로 그녀를 안심시켜 보려고 하고 있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결사대라니.. 씨발... 진짜 이날이 오다니... 떠돌이 하면서 빠르게 돈 벌고 술집이나 하려고 했는데..."
죽은 눈으로 그렇게 혼잣말하던 그녀는  손톱을 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갤러한...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
"소니아씨! 일단 진정하고!"
칼린이 이리하쪽으로 붙으며 소니아에게 팔을 뻗었다.


"우리 죽으러 가는 거 아니잖아요. 분명 전부 살아서 돌아갈  있을 거예요!"
"카...칼린..!"
그녀는 칼린의 말에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실전 두번째인 너가 말해도 위로가 안돼... 아스타, 우리 살아 돌아 갈 수 있을까?"
주눅든 칼린을 밀어내며 소니아가 그렇게 묻자, 아스타는 조금 생각해보고 대답했다.


"음... 임무의 성공 여부는 둘째 치고 말이야.. 살아 남기만 하는 거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오, 그래? 그런가?"
"응. 그냥 뭐, 죽을 것 같으면 싹싹 빌면 되는 거 아니야?"
"오! 그런가? 하긴, 특별히 막 시발, 우리가 뭐 그 마법사 부모를 죽였거나 하지는 않았잖아? 무릎꿇고 빌면 살려주겠지?"
"그렇게 살아남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소니아와 아스타의 대화가 고조되자, 도르베가 대화 중간에 꼈다. 그의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분노가 느껴져서, 소니아도 조금 정신을 차렸다.

"적에게 목숨을 빌어서 살아 남으면..그건 사는 게 아니야. 적이 연명해준 인생에 억지로 질질 끌려가는 것일 뿐이야."
"....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사는 게 사는 거지 무슨 시발.."
도르베의 말에 아스타도 조금 자극 받았는지 그렇게 말했다.

"...미안하군. 혼자 자극받아서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어. 네 말이 맞다."
도르베의 표정이 어두웠다. 너무 순순한 사과에 아스타도 조금 놀라고 있을 때, 그는 모포를 끌어 올렸다.

"먼저 좀 자도록 하지. 누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잤거든."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은 도르베는, 귀이개를 끼우며 덧붙였다.


"그리고 국가에서 결사대로 칭하는 부대는 보통... 내가 아는 경우에는 생존률이 약 7퍼정도였다. 아스타 말 대로, 살고 싶다면 그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이런 씨-"
겨우 진정했던 소니아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스타가 싹싹 비는 법을 강의하려 할 때, 륑게가 손을 들었다.

"뭐, 아직 임무 시작도 안 했고, 마법사 본인도 안 만났는데 초상집 분위기는 이르지 않아?"
"나 유서는 처음 써봤단 말이야..."
기죽은  말하는 그녀에게, 륑게는 종이 하나를 꺼내줬다.


"모두들 억울해서라도 죽지 않도록 하는 마법의 도구가 있지."
"..주술 관련이면  쓰는  좋을 것 같은데."
아스타의 걱정과는 달리, 종이는 그냥 흰 종이였다. 다만 거기에 소금 부대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뭔데?"
이리하가 관심을 가지며 묻자 륑게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부대원들 안에서 하는 보험이라는 거지."
갤러한은 그 종이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갤러한씨?  글자는  읽어서..."
핀의 말에 갤러한이 생각 못했다는 듯 머리를 쥐었다.


"아.. 설명하자면, 우리들 전부 돈을 모으는 거다. 적당한 금액으로. 대신, 한사람이 추가금액을 넣으면 모두가 그만큼 더 넣어야 돼."
갤러한은 그렇게 말하고 나무함을 하나 꺼냈다.


"계속 이렇게 넣으면서 모았다가, 부대가 해산될 때 남은 인원들끼리 엔빵으로 받아 먹는 거야. 어때?"
"우리 넷이서만 하는 거야?"
"아니, 저쪽 마차에서는 륑게가 설명해 주고 있을 꺼야. 부대원들끼리 즐기는 '보험 게임' 인거지."
릴로의 질문에 갤러한이 만면의 미소로 답했다.

"너무 악취미적인 게임 같은데요... 목숨으로 돈놀음 하는  아닌가요?"
"마! 떠돌이들은 원래 그렇게 놀아."
핀의 꽤 유약한 소리에 갤러한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배당금을 높이려고 서로 공격하는 일이 생기는  아닌가?"
라드의 건조한 질문에 갤러한은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딴 생각을 하는 건  밖에 없을 거다, 또라이 새끼야..."
"난  생각 밖에  들던걸. 아니면 뭐, 다른 의도가 있나?"
갤러한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우리 부대원들을 한번 슥 둘러보니까 알겠단 말이지. 칼린과 핀은 모르겠지만, 나머지 부대원들은.. 우리는 전부 자기 돈 남한테 넘겨주면서 죽는 건 못할 새끼들이야. 정확히는,  잘되는 꼴은 못 봐줘."
그는 그 종이를 펼치며 라드에게 보여줬다.

"그래서, 죽기 직전에, 똥물을 구르면서 이젠 죽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  보험이 떠오르는 거야! 그 새끼들한테 내 돈은 못 주지! 하면서 일어나게 해 주는 거지. 빡쎈 임무니까, 이정도는 있어도 좋잖아?"
핀은 그제서야 웃었다.

"갤러한씨...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거? 진짜 좋네."
"초기 참가비용은 100생텀이고 매번 임무가 끝날 때마다 함에 들어가 있는 금액은 은행 공동계좌에 넣을 거야."
"잠깐만요."
핀은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나도 100생텀 넣어두지. 마음에 드네."
릴로는 그렇게 말하며 지폐를 꺼내 함에 집어넣었다. 라드는 가만히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할 꺼야, 안  꺼야?"
갤러한의 말에 라드는 조금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너랑 문제가 있는 건 륑게고, 난 뭐.. 너가 마음에 안  뿐이니까. 게임에 참가 정도는 시켜 줄 수 있어. 륑게에게 허락도 받았고."
라드는 그렇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다가, 모래처럼 웃으며 그의 망토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길다란 손으로 부적 하나를 꺼냈다.


"난 일하러 갈 때 지갑을 따로  챙겨서 말이야.. 언제나 최저한의 현금으로만 들고 다녀서, 선뜻 100생텀을 내주기는 힘들어. 대신 이걸 걸지."
갤러한은 그 부적을 받아 살펴보았다. 복주머니 같은 형태였다. 열어보니 안에는 마정석 덩어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거라면 100생텀 값은 충분히 될 것 같군. 소중한 부적이거든."
갤러한과 릴로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릴로가 쥐어 짜내 듯 물었다.

"마법 등록도  된 거야?"
"마법 등록도 안된 거지. 신삥 마정석이야."
"하..하지만 이러면 첫 참가 비용부터 너무 높아져.. 이건 못 받아."
갤러한의 말에 라드가 웃었다.


"맞출 필요 없다고. 현금 대신으로 내는 거라면 당연히 더 가치가 높아야지."
삐걱거리는 듯 웃는 라드를 갤러한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핀이 껴들었다.

"100생텀이요, 갤러한씨!"


#

"160생텀."
"200생텀. 쫄리면 다 빠지던가."
"210, 덤벼."


칼린의 마차는  험악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시작은 칼린의 질문이었다.

"우리 전원 살아남으면 그냥 낸 만큼 돌려 받는 거네요?"
"아니아니, 은행에 넣을 거니까, 이자만큼 추가 돼서 돌려 받지. "
"야, 그러면 많이 넣을 수록 이득보겠네?"
소니아의 말에 아스타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 살아남을 자신 있으면 많이 넣겠지!"
그게 시작이었다. 그 말이 시작점이다.

"215. 더 늘릴라고?"
"220. 잘 생각해, 시작점이 너무 높으면 저쪽 네 명은 참여 안 하려고 할 수도 있어."
"225. 어쨌든 내가 멈추지는 않을 거다."
"...226."
참가비용을 내려고 시작한 것은 이제 배짱 싸움이 되었다. 잠들어 있는 도르베를 제외하면, 참가하지 않고 관전하는 것은 칼린 혼자 뿐이었다.


"일단 모두 진정하는게.."
"227. 너네 지금 다들 돈 가져오기는 했냐? 어음은  받을 거거든?"
"228. 난 지갑 들고 다녀."
"230. 야, 여기서 끝내자. 저쪽도 같은 금액으로 해야 된다니까? 저기서 안 받으면 다 꽝이야!"
"232."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칼린은 강경 수단을 사용했다.


"주목!"
모두가 멈추자, 칼린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저도 참가하고 싶은데 전 돈이 없거든요.. 그냥 참가 비용은 100생텀으로 시작하고 보면 안될까요?"
사실 이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누구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니까. 쓸데없는 배짱 싸움이라도 침체된 분위기보다는 훨씬 보기 좋았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미안하네, 칼린. 넌 솔직히 돈 같은 거에  욕심이 없어 보였거든. 묘하게 초연해서.. 참가하는 줄도 몰랐어."
륑게는 그렇게 말하며 잠들어 있는 도르베를 바라보았다.


"저쪽 도련님도 일어나면 참가 여부를 물어봐야  텐데, 금액이 너무 크면 불참할 지도 모르고 말이야. 다들 철없이 굴지 말자고."
그리고 륑게는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다들 100생텀씩 이 종이 백에 넣어. 반대쪽 마차에 있는 함에다가 합쳐 넣을 예정이니까..."
그리고 거기서 100생텀 지폐  장을 꺼내 집어넣으며 말했다.


"너네 좆밥들은 100생텀씩만 넣어도 돼. 솔직히 무섭잖아."
눈썹을 구기며 도발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륑게를 보며, 칼린은 조금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리하도 그런 륑게를 보며 비웃듯 뺨을 들어 올렸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고, 륑게.."
그리고 지폐를 3장 꺼냈다. 100생텀 2장에 50생텀  장이 추가된 금액이었다.


"그렇게 쫄보인  부끄러워 하라고!"
소니아와 아스타는  걸 수 있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결과에 수긍했다.

"250생텀으로 해, 새끼야!"
"인당 250, 출발선으로 딱 좋네! 난 안 죽을 꺼니까!"
칼린은 한숨을 쉬며 지갑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인당 250생텀의 보험이 시작되었다.

#

도나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나흘이 예상 되었었으나, 의외로 빠르게 이동 한 덕분에 사흘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르베는  '보험'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스타의 삼일간의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그의 상태가 상당히  좋았기에 아스타도 강요를  수는 없었다.


다른 마차의 4명은 의외로 흔쾌히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제 '보험게임'에 모인 금액은 총액 2250생텀이었다.

"내가 왜 너를 게임에 참가하도록 허락했는지 잘 생각해봐라, 라드.. 뒷통수 조심하라고."
"슬슬 용서해   되지 않았어?"
라드와 륑게는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륑게와의 관계만 제외하면, 라드도 꽤나 순조롭게 팀원으로 들어오고 있는 듯 했다.


칼린은, 매일 저녁 요나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보고 했다. 정말 모든 것을 보고했기에, 보험에 대한 이야기부터 무슨 동물의 피를 체취 했는지까지 전부 말했었다.

딱히 칼린이 요나와의 대화가 그리워서 이것저것 얘기하던 것은 아니었다. 요나가 말한 새로운 규정, 불확실 하다면 전부 물어보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칼린의 조금 많은 질문에도 요나는 지치지 않고 전부 대답해 주고는 했다.

그 정도의 삼일이었다. 마차가 도착한 것은 도나 영지가 아니었다. 도나 전장의 근처에서 마차는 멈추었다.

"더 가까이 가면 말까지 공격당할 거예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마부들은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가려고 하지 않았다. 칼린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달밤 아래에서  멀리 들려오는 스산한 울음소리들이, 이 곳이 어떤 몰골이 되어 있을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뭐, 해  적은 없다만... 한 번 죽은 거 때려잡는 건데 어렵겠냐?"
갤러한을 선두로 소금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노인은 숲길을 지나가고 있다. 걷는 중간중간 하늘을 바라보며 움직이던 그는, 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는 잠깐의 휴식을 위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멈춘 곳은 샘이었다.


그는 적당한 바위 위에 앉아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담배가  떨어졌음을 눈치챘다. 그는 자루를 뒤져 보다가, 문고리를 꺼냈다. 둥글고 나무로 만들어 져 있는, 정말 평범해 보이는 문고리였다. 다만 맨들맨들하게 니스칠 된 듯한 질감 뒤에 작게 문자모양으로 파인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 문고리를 발을 디딘 땅에 갖다 댔다. 그리고 그걸 돌려서 열어내  잡아 당겼다. 그의 발 밑 땅이 열리며, 빨려 들어 가듯 그 틈으로 들어갔다. 마치 문고리를 기준으로 어딘가에 이어지는 '문'이 생겨난 듯했다.

잠시 뒤, 그는 똑같은 방법으로 거기서 나왔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인킬까지 가는 길은 아직 멀다.

그가 하인킬에 도착할 때 까지, 앞으로 약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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