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숙청회(肅淸會) (89/164)



〈 89화 〉숙청회(肅淸會)

"와... 역시, '오테퀴스'는 최고의 오페라야... 책 볼 때마다 오페라로 보고 싶던 건데..."
소니아는 연신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좋았어? 난 잘 모르겠던데."
"좋았어! 뭐, 중간중간에 각본가가 누군지 생각하면 흥이 확 깨긴 했지만..."
인기 고전 소설 오테퀴스. 각본가, 마레. 소니아는 그를 대면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오페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하, 재능이랑 성격이 일관적인 건 아니지만... 마레가 만든 걸 보고 눈물 흘렸다고 생각하면 좀 기분이 나빠져..."
"거리에서는 제대로 존댓말 붙여... 마레 님도 귀족이니까."
"그러네."
소니아는 크게 기지개를 피고 웃었다.

"아무튼, 오페라  봤어. 식사도 잘 했고. 고마워."
오페라 티켓은 기본적으로 식사까지 제공되는 것이다. 라드는 소니아를 보내며 손을 흔들다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쯤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식사 때  대화를 회상하며 노트를 펼쳤다.


'칼린을 구했을 때 일이 궁금하다고?'
'음... 칼린이 나쁜 애가 아니라는 건 나도 동감이긴 한데...'
'아니, 지금은 칼린을 혼자 둬야지... 아니, 칼린은 나쁜 새끼가 맞아. 하, 진짜... 그냥 넘어가주라...'
'칼린을 구했을 때라... 어떤 식으로 도망쳤는지 대강은 들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건 있었네. 칼린이랑 탈출할 기회가 있었거든.'
'응. 그런데 갑자기 자기가 까먹고 두고 온 게 있다면서 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다들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씩 했지. 근데 막, 그걸  챙기면 평생 쫓길 거라면서...'
'응응, 갤러한이 칼린한테 리쿠르트도 구할 수 있으면 데려오라고 했고.'
'맞아. 그렇게 리쿠르트 구하러 갔다가 잡혀버렸고, 돌아간 거야. 사실 탈출시킬 수 있었던 거지... 아, 탈출시킬 수 있었다는 건 그, 내가 지금 영주한테서 칼린을 빼돌리고 싶다던가, 그런게 아니다? 말이 그런거지...'
라드는  한가운데에서 거기까지 회상해낸 뒤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밑배경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칼린의 '까먹고 두고 온 것'이라..."
라드는 들고 있던 노트에 뭔가를 끄적였다. 그리고 후드를 눌러쓴 뒤 담배를 꺼냈다.


"이게 핵심이구만..."
그는  노트의 종이 사이즈를 대충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조금 계산을 해 보았다. 지금 바로 벨카를 향하면 먼저 간 소니아와 만날 수도 있다. 아직 소니아는 쓸 수 있는 패이다. 거짓말을 들켜서는 안된다. 그래서 그는 시간도 끌 겸 그가 다니던 주술사의 가게를 찾아갔다.

"또 왔네. 무슨 일이야."
"의안에 대해서 말인데."
라드는 가볍게 안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의안을 뽑아 냈다.


"이거, 속은 비어 있다고 했나?"
"응. 대나무 재질에 속까지 비어서 정말 가볍지. 미안하지만, 아무리 우리 사이라도 공짜로 줄  있는  그게 한계야. 그것도  좋은 거라구..."
"아니, 그런 게 아냐. 의안은 어찌되든 좋다고."
라드는 웃으며 그에게 의안을 들이 밀었다.

"그냥 여기에 구멍 하나만 뚫어 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구멍?"


#


"작전은 내일 12시에 진행된다."
검은색 로브를 입은 젊은 남성이 단상 앞에서 트렁크케이스를 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케이스를 단상 위에 올린 후, 열어서 안의 내용물을 눈 앞에 앉은 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안에는 두개의 클램프 레버가 달린 상자가 들어있었다.


"붉은 레버가 1번, 푸른 레버가 2번 안전 장치이다. 이 두개를 순서대로 돌려서 열고 트렁크를 다시 닫으면 된다."
그 남성은 직접 보여주겠다며 그 레버들을 직접 돌렸다.

"...이런 식으로 돌리면 된다. 레버가 두개 다 돌아간 본 트렁크는 30분  폭발한다. 순수 기계공학으로 만들어진 폭탄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들고 있던 트렁크를 닫았다.


"물론 이건 단순한 모형이다. 하지만 내일 우리가 가져갈 것은 진짜 폭탄이다. 혹 망설임이 생긴 자는 지금 손을 들어 말하도록."
자리에는  15명이 있었다. 그리고 이리하를 제외한 전원이 갈색 로브에 후드를 뒤집어 눌러쓰고 있었다. 그들은 젊은 남성의 말에도 전원 침묵을 유지했다.

"우리가 할 것은 구원이다. 마도 방식이라는 인간의 존엄성을 망가뜨리는 것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괴로운 자들을 해방시킬 것이다.
우리가 할 것은 복원이다. 효율을 위해 타락한 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무로 돌려보내 순수성을 복구 시킬 것이다.
우리가 할 것은 지원이다. 선한 의지만으로 이길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나약한 선인들의 대변자이며, 그들의 무력이다.
그 열차에 선인은 없다. 망설임 없이 터트려라. 이상."
그는 엄숙하게 선언하고서 등을 돌렸다. 각자 갈 길로 흩어지는 중, 이리하가 그에게 다가갔다.


"피로만 사제님."
"이리하 사제님."
그 남자는 짧은 금발을 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무표정하고 차가운 인상이다.


"설마 이 작전에 참가하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상전이   같아 죄송하군요."
"아닙니다. 저야 말로 피로만 사제님에게는 언제나 한 수 배우고 싶었던 참이었습니다."
그 말에 그는 기묘하게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여러 번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리던 그는  입꼬리를 조금 올려 냈다. 그의 들어 올려진 입꼬리에서 침이 조금 흘러나왔다.


"사제님."
이리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입가를 만져 보였다. 그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침을 닦아 냈다.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좋아지신 듯해 안심입니다."
그는 표정을 지을 수 없다. 그런 병에 걸려 있다.


"그래서, 왜 부르신 건지..."
"네. 이번 작전에 관한 질문입니다만... '동력원'의 구제는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피로만은 그 말에 로봇같은 무표정함을 유지하며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폭탄의 설치는 외부의 정차장, 승강장, 철로와 내부의 동력실이 동시에 이뤄질 겁니다. 자매님은 그저 배치된 장소에 설치만 해 두시면 됩니다."
"내부 동력실에 설치는..."
"제가 하게 될 겁니다."
이리하는 그 말에 입을 다문다. 피로만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리하 자매님,  열차는 빠릅니다. 달리고 있는 열차에서 폭탄을 설치하고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폭탄이 터지는  최대로 지연한 시간이 30분 이구요. 이리하 자매님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이번에는 저에게 맡겨 주세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입을 맞추었다. 역십자가 형태의 금색 목걸이였다.


"전 설치하고 탈출할 수 있으니까요."


#


아침이 밝았다. 요나는 가만히 거울을 보며 한숨 쉬었다. 오늘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포니테일을 선택했다. 그녀가 전장에 나갈 때 선호하는 머리 스타일이다.

요즘은 정복을 꺼내 입을 일이 참 많다. 칼린이 수선을 끝내 놓은 정복을 끌어 입는다. 그녀는  옷의 냄새를 맡아 본다. 조금 칼린의 냄새가 남아 있는 듯해 마음에 든다.


날이 추워졌으니 코트를 꺼낸다. 화려한 장식의 더블코트, 그녀는 그걸 대충 어깨에 걸쳐 입는다. 그리고 망토처럼 코트를 휘날리며 허리춤에 착검을 마친다. 가슴팍에는 담배가 있는 지 확인해 본다. 칼린이 선물했던 담배. 그녀에게는 이미 부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들어 오거라."
흰색과 금색을 베이스로 한 눈에 띄는 화려한 색의 제복. 그녀는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가다듬고 칼린을 불렀다. 그리고 칼린이 그녀의 방에 들어온다.


"실례합니다."
자신과는 극점에 있는 색. 검정색과 은색을 베이스로 한 말끔한 정장. 그 위에는 가벼운 케이프를 걸쳐 입었다. 볼 때 마다 새롭고 아름답다. 또다시 홀릴 것만 같은 외모이다.

영주가 아무 말없이 조용히 있자, 칼린은 조금 불안한 듯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어디 잘못 입었나요?"
"아니, 아니다."
요나는 벌어진 입을 못 다물며 칼린에게 다가갔다.

"아름답구나...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보다도."
그제서야 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요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그럼, 준비는 되었느냐."
"네."
"그래. 가자."
둘은 성을 나왔다. 그리고 요나의 개인 마차에 올라탔다. 왕도에서 보낸 것보다는  화려했지만, 그럭저럭 품위를 지키기에는 충분했다.

"왕도로."
둘은 벨카를 떠나간다.


#

"형씨, 오늘도 근무인가?"
라드는 영주의 근위병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근위병은 투구를 고쳐 쓰며 급하게 정자세를 만들었다.

"구국영웅 라드씨를 뵙습니다!"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우리 친해진 것 아니었나?"
이 시간대의 근위병과는 안면을 텄다. 지난 번 영주가 라드를 따로 불렀을 때, 이미  입구에서 아는 채를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십니까?"
"지휘관님이 부탁한 게 있어서 말야. 잠깐 들어갔다 오도록 하지."
"어어, 안됩니다!"
자연스럽게 성으로 들어가려는 라드를 근위병이 크게 당황하며 막아냈다.


"뭐야, 왜 안돼."
"그, 오늘은 영주님이 성에 안 계십니다."
"뭐?"
"칼린씨랑 같이 왕도에 가셨습니다."
라드는 잠깐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는 척을 해 보였다.


"그러면 칼린도 지휘관님도 성에 없다?"
"네."
"갤러한도?"
병사는 뜬금없는 질문에 조금 당황했으나 곧 대답했다.

"네! 아무도 안 계십니다."
라드는 계속 고심하는 척을 했다. 그러고 곧 턱을 톡톡 치며 말했다.


"아니, 알다시피 난 또 벨카령에  살거든... 마차 비용이며 시간이며 그냥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말이지..."
"저, 정말 죄송합니다! 라드씨가 왔다 가셨다고 영주님에게  전달 드리겠습니다!"
"아니아니, 형씨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왜 그렇게 굳었어!"
라드는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근위병에게 어깨동무를 걸었다.


"이봐, 형씨. 형씨 근위병 짬밥이 어떻게 되지?"
"11년째 하고 있습니다!"
"오호. 그럼 이제 관리 쪽이겠네?"
"네. 정문 쪽 근위병 전원의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뭐야, 그런 사람이 왜 정문을 직접 지키고 있어? 복지가 안 좋구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덩달아 근위병의 고개도 끌려 내려갔다.

"이봐, 중간 관리직이라는 게 참 힘들어. 그지?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놈 아랫 놈 사정 다 신경 써주다 보면 결국 나가리는 나 혼자란 말야. 뭔 기분인지 알지?"
"그, 그게..."
"그래! 모를 리가 없지. 그러니까 형씨, 같은 중간관리직으로서 부탁 하나만 하자."
"무슨...?"
"가져다 놓을 것만 놓고 바로 나올게. 그거면 되지?"
근위병의 얼굴이 굳었다.


"진짜 힘듭니다, 라드씨... 좀 봐주세요. 업무태만처리가 된단 말입니다."
"업무태만은 자네가 13시부터 15시까지 하는 일이고. 안 그래?"
그 말에 근위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라드는 웃으며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 표정은 허락인 걸로 치자구."
그리고 천천히 성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여기서 뭐라도 건져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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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구역 준비 끝났습니다.'
임무를 위해 모인 인원들은 전원 링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조직원  하나의 마법이었다.

"2번. 준비 끝."
이리하도 그렇게 말하며 트렁크를 다시 닫고 벤치 아래에 끼웠다. 그리고 그 벤치에 앉아 얌전히 시계를 바라보았다. 약 3분 후, 그녀의 머리 안쪽으로 또 소리가 들려왔다.


'1번. 준비 끝."
피로만 사제의 목소리였다. 이로서 전원이 준비가 끝났다. 그녀는 가만히  안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모든  추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시설만 보자면  곳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예술적인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다.


그녀는 끝까지 잠궈 두었던 코트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역 안쪽은 따뜻했다. 바람 없이 햇살만이 내리 쬐지는  곳은 낮잠을 자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바람소리조차 없는 한적함. 늘어진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잠깐 벤치에서 일어나  안의 상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상점 주인이  끝을 흐린다. 곧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쓸어 넘긴다.


"우리 상점은 흰둥이는 안 받아."
"돈은 있어요."
"저주받은 돈이겠지. 저리 꺼져."
"하지만-"
"위병을 부를 거야."
일관된 상인의 태도에 이리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분노를 참아냈다. 지금 소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얌전히 등을 돌리며 상점 밖을 나온 이리하는 그제서야  상점의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았다.

'미망인 금지.'
불쾌한 것을 봐 버렸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찼다. 그리고 그 때, 그녀에게 노숙자가 하나 다가왔다. 머리가 약간 벗겨지기 시작한 중년이었다.


"아가씨... 저기..."
약간 매섭게 노려보자, 노숙자는 조금 주눅들었다. 그녀는 노숙자의 손을 내려 보았다. 그는 트렁크를 들고 있었다.

"이거... 벤치에 두고 가셨소..."
그녀는 아무 말없이 그 노숙자를  아래로 훑어보았다. 몇달은 씻지 않은 듯한 땟국물로 얼룩진 얼굴, 너무  져서 하나로 뭉친 것처럼 보이는 머리, 자세히 보니 꽤 젊어 보이는 얼굴에 비해 깊게 새겨진 주름들, 귀족들이 버린 옷들을 주워 입은 듯한, 이젠 회색 빛을 띄고 있는 원래는 하얬을 옷. 그리고 한쪽이 묶여 올라간 바지. 그에게는 다리가 한 짝 없었다.


"전쟁에 참가하셨었나요?"
자신을 적대하듯 바라보던 여자가 갑자기 경계심을 내리자, 노숙자도 조금 위축된 등을 폈다.


"네. 볼샤비크 침투부대에 속해 있었습니다만..."
이제 보니 그의 목에는 은빛의 줄이 하나 걸쳐져 있었다. 이리하는 그것을 꺼내 보았다. 그가 가진 것 중에서 유일하게 광채를 내며 빛나는 것, 그것은 그의 군번 줄이었다. 눈 앞의 남성은  구정물같은 인생속에서 자신의 군번줄이 더럽혀지는 것만은 피하며 살아왔다. 긍지는 더럽히지 않았다.

이리하는 그를 껴안았다.


"아, 아가씨?"
당황한  남자의 귀에 그녀는 속삭였다.

"조언 하나 해 드릴 게요."
"네?"
"그 가방을 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 역에서 빠져나가세요. 뒤돌아보지 마시고, 현장에서 최대한 멀리 가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그에게서 떨어진 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냈다. 300생텀이었다.


"지금요."
노숙자는 뭔가를 파악한  돈을 받아 들고서 가방을 내려 놓았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그는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이리하는 웃으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더럽고 추한 남자였다. 하지만 선한 자였다. 그녀는 다시 가방을 집어 들어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트렁크를 원위치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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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모인 것 같군."
이번 8영주 회의의 의장은 네르바의 영주, 허버트가 맡게 되었다.

"의제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나에게 불만이 있어 보이는 자들이 있군. 말해 봐라."
그는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대면서 담배를 꺼냈다.


"설마 내가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를 노려보며 심지를 붉히고 있는 것은 지난 회의의 의장이기도 했던 데버만의 영주, 아이델이었다.


"비공식적인 합의였다고는 해도,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5인의 상호 합의가 있었다.  거절하는 입장도 아니었었고."
그의 규탄하는 듯한 말에 조닐의 영주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런 제재없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해명할 기회는 지금 뿐이다. 해명을 들어도 우리의 결정은 바뀌지 않겠지만."
8영주의 지휘박탈은 원탁의 나머지 7인이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그들의 '합의'에 찬동자가 5인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를 제외한 7인중에 4인은 그의 퇴출을 결정하게  것이다.


모두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네르바의 영주는 웃음지었다.

"아직 상황판단을 하지 못했군."
"뭐?"
"이 자리는 자네들의 생각을 위해 열린 것이 아니야."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잠깐 그에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이 자리는 자네들의 선택을 위해 열린 것이라네."
이들에게도 선택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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