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0화 〉장송곡 (130/164)



〈 130화 〉장송곡

도르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눈을 찌르는  하다. 눈을 한껏 찌푸리며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해 본다. 병실. 커튼은 제대로 쳐져 있었다. 눈이 빛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하나씩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손가락 여덟개가 전부 움직인다. 여덟개 뿐이다. 감각이 있다. 꿈이 아니다.

그는 잠깐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손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려고 한다. 동시에 그것을 거부하며 이대로 멍청하게 있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떠올리지 않으려 해도 무리였다.


"죽었는가, 아스타."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말하고서, 도르베는 커튼을 밀어내고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다. 쌀쌀한 바람때문에 병실 안은 춥지만, 흰색 이불이 그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있어 문제없다. 분명 귀빈용 병실이겠지.

"죽었는가, 아스타."
햇빛이 따뜻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다만 그것 뿐. 아직 이른 아침인 걸까. 병원의 안은 한산하고 조용하다. 이 고요한 분위기. 칼타코에서는 이런 것을 못 느꼈다. 이런 평온함을 가질 수 없었다. 용케도 무사히 왕도에 도착했다. 마음 편한 왕도.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나의 영혼의 담요.

"죽었느냐, 아스타?"
세상이 이렇게 평화롭고 고요한데. 새들은 지저귀고 이렇게도 마음이 편한데. 날씨는 아름답고 햇빛은 포근한데. 전쟁은 끝났고 내 외상장애도 거의 다 극복했는데.

그런데 네가 죽었다고?

#


소금부대 복귀 후 3일차. 칼린은 리쿠르트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칼린을 배려해 수업을 진행하려 하지 않았으나, 강경하게 요청하는 칼린을 내칠  없어 심화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네, 그렇게. 오른쪽 무릎부터 꿇고서..."
리쿠르트는 그저 칼린을 가르치는 데에 전념했다. 칼린은 리쿠르트의 조금 바뀐 태도를 눈치챌 여유가 없었고, 덕분에 수업은 무탈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요나가 수업에 찾아왔다.


"무슨 일이시죠?"
사무적으로 묻는 리쿠르트. 요나와 그녀 사이에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요나는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무시하고 칼린을 돌아본다.

"칼린. 도르베가 깨어났다."
"네?"
귀족에게 사용할 인사법을 배우던 칼린은 급하게 자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 깨어났다는 구나.  내일이 8영주회의라서 말이지. 오늘 왕도에 가서 도르베를 보고 하루 숙박할 예정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열려 있는 문을 잡고 칼린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같이 가서 만나 볼 테냐?"
칼린은 그 열린 문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곧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제게 도르베를 만날 자격이 있을까요."
"동료가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자격이 필요한가?"
"하지만... 아스타를 죽인 건..."
"너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칼린. 너도 배신당한 거다."
"제가 조금만  신중했다면-"
"실패한 인연 때문에 갖고 있던 인연까지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네가 정 도르베에게 미안하다면 만나서 사과하는 것이 옳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리쿠르트를 향해 미소 지어 보였다.


"어쩔테냐.  가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부르지 않는다."
"전..."
그는 조금 우물대다가 고개를 떨궜다. 겉으로는 침착해진 듯 하지만, 그의 정신은 서서히 유아퇴행을 하고 있었다. 리쿠르트는 그가 보이고 있는 행동에서 그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 가고 싶습니다, 영주님."
"좋아. 바로 나오도록. 마차가 대기중이다."
"하지만 수업이..."
"괜찮아요, 칼린."
리쿠르트는 요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업은 다음에 계속하죠. 급한 일 같으니 부디 따라 가세요."
"... 감사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요나에게 다가가는 칼린. 요나는 웃으며 그에게 만신창이가  가면을 건내 주었다. 칼린은 머뭇거리며 그 갑옷을 끼고 요나를 따라 걸었다. 리쿠르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갤러한에게 연락했다.

#

왕도. 요나는 요즘 이곳을 자주 들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낄  있는 부분이었다.

그들이 왕도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마법 등록이었다. 기재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마법. 입자화. 워낙 특이한 마법이었기에 검사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사결과, 위험도 C. 위험한 마법이지만 적대할 시 확실한 대처법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만 그 편의성을 인정받아 일단 임시로 마정석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보상금으로는 100생텀을 받았다.

"그 돈은 온전히 네가 사용해도 좋다."
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칼린에게 그 돈을 넘겼다. 칼린은 아직 돈의 가치를  모르기에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도 감 잡을 수 없었다. 망연하게 그 돈자루를 쥐고서, 그들은 등록소를 나왔다.

"벨카에도 마법 등록소를 하나 지어 볼 예정이다. 대학 근처에 지어 두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
"... 왕도에 가까운 벨카니까... 대부분 왕도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지만, 감안하더라도 등록소는 지금 넓은 윌레인 땅에 비해 너무 적으니까 말이다.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양을 늘려야 해."
요나는 연신 칼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대며 거리를 걸었다. 칼린은 그저 멍하게 그녀의 옆을 따라걸을 뿐이었다. 병원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사람 하나가 칼린의 어깨에 부딪쳤다.

부딪친 남자는 어떤 얼간이가 자신과 박은 건지 확인해 보았다가, 옷차림에서 상대가 귀족의 종자임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왕도의 시민들은 적어도 하급귀족이다. 그들은 일일이 천민처럼 천박하게 사과하지 않는다. 예법을 지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칠 뿐이다. 그가 그대로 칼린의 옆을 지나려 할  였다.


"칼린! 잠깐!"
요나의 목소리. 지나쳐 가던 남자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어깨를 박았던 장신의 남자가 그를 향해 검집을 휘두르고 있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얼굴에 검집이 강렬하게 꽂혔다. 뒤로 넘어지는 남자를, 칼린은 그대로 집어 누르며 다시 검집을 들어 올렸다.

"칼린! 진정하거라!"
"적이에요, 요나."
그는 무감각하게 말하고서 검집으로 그 자의 목을 눌렀다. 남자는 저항하려 했지만, 상대는 다소 왜소하게도 보이는 덩치에 비해 상당한 힘으로 눌러오고 있었다.

요나는 그의 검집을 옆으로 쳐내며, 그를 향해 외쳤다.


"진정해! 저자는 적이 아니다!"
무표정하고 넝마짝이  가면. 흠씬 두들겨 맞던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부딪쳤던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소, 소금부대..."
"미안하군. 그는 지금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서 말이야."
요나는 그에게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말했다. 남자는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8영주 요나임을 눈치챘다.


"죄! 죄송합니다! 인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됐다. 공식적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니 실수할  있지. 그것보다 부탁이 있다만... 이 일을 불문으로 여겨주겠나."
"물론입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인 일이다. 8영주가 단독으로 이동하는 중에 그 종자와 부딪치다니. 운이 나빴다면 즉결 처형을 당했어도  말은 없었다.


"고맙군. 가문명이 뭐지?"
"세, 세가트입니다!"
"세가트. 기억하마."
요나는 짧게 말하고서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그를 응시하는 종자를 잡고 어디론가 발을 옮겼다. 구경꾼들도 상황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 전부 각자 흩어졌다. 넘어진 하급귀족만이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


"칼린. 방금 무슨 짓을  거냐."
"저자가 우리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적의를 느꼈습니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떨리고 있는  손. 요나는 그런 그를 관찰하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방금 그것은  분명한 실수다. 내가 명령하지 않았던 것을 했으니까."
"하지만..."
"실수다. 넌 강할 뿐인 멍청이야. 내가 너도 읽을 적의를 못 읽겠느냐."
불쾌한듯 나오는 단답에, 칼린은 조금 몸을 움츠렸다. 곧 그는 고개를 숙여 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나..."
"뭐가 죄송한 거냐."
"그...  사람을 때려서 죄송합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
조용한 압박. 칼린은 그 낮은 목소리에 한층 더 고개를 내리 떨군다.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 요나에게까지 버려지고 싶지 않다. 비유하자면, 아이가 부모에게 버려지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마음. 심각한 의존의 증세. 칼린은  뜬 머리 속에서 열심히 이유를 생각해 본다.

"멋대로... 멋대로 나서서 죄송합니다..."
"구체적으로."
"죄...죄..."
열심히 외웠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단어들이 머리속에서 그저 포류한다. 호흡이 가빠진다.

만약 칼린이 지금 고개를 들어 올려 요나가 짓고 있는 표정을 봤다면, 뭔가가 바뀌었을까. 머리를 조아린 칼린을 보며 음욕을 토해  듯 미소 짓고 있는 요나를 봤다면 뭔가 달라 졌을까.


"칼린. 네가 잘못한 건... 내가 명령하지 않은 짓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것 뿐이다. 사실 마음이 그렇게 상하지는 않았다."
요나는 천천히. 피고 있던 담배를 대충 집어 던지고서 칼린에게 다가갔다. 향수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여 야릇한 향기를 풍긴다.

"그 공격성... 그 공격성은, 아주 칭찬할 만한 것이다."
"공격성... 이요?"
"그래. 나의 적을 자비없이 두들겨 팼던 그 공격성. 그건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다...  세계에서는 꼭 필요한 거야."
"그런가요?"
"그럼. 이 세계에서 그 정도의 공격성은 필수니까. 네가 살던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니까. 네가 드디어 그걸 깨달은 것 같아 기분이 좋구나."
그녀는 칼린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품에 끌어온다.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그 머리를 눌러 품 깊숙이 놓는다.

"네 잘못이 뭐라고?"
"...명령없이 움직인 겁니다."
"그래, 그래... 조금 진정되면 다시 움직이자꾸나."
요나는 그렇게 속삭이며 칼린의 등을 토닥인다. 그 얼굴을 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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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은 도르베를 만나지 못했다. 도르베가 일종의 발작을 일으켰는지 간호사들이 지금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만류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병실은 륑게의 병실이었다. 그러나 륑게도 요나를 꺼리는 것이 너무 얼굴에 티가 났기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칼린과 륑게 둘만의 대화나 한 5분 했을까. 아직 다른 소금부대원들도 병실에는 찾아오지 않은 듯 했다. 이리하만이 전날 소식을 전해주러 왔었다고. 륑게도 상당히 의외였기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요나는 륑게에게 소식과 화분을 전달해  뒤 카운터로 나왔다. 그리고 도르베에게도 소식을 전해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내용은 아스타의 장례식 일정과 다음 임무에 관한 브리핑 일정이었다.

아스타의 장례식은 3일 뒤가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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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칼린과 요나는 착복을 끝마치고 방을 나섰다. 성의 객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왕성의 객실이 부족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둘이 같은 방을 썼던 것은 요나의 강력한 명령 때문이었다.

"여긴 벨카가 아니다. 당연히 옆에서 나를 지켜야지."
"하지만-"
"하지만은 없다, 칼린. 내 명령에 하지만은 없다."
이런 이유로, 내심 각방을 바라고 있던 칼린은 그 날 요나와 같은 방 바닥에서 잠든 것이다.

둘은 착검을 하고 성채 내부의 식당을 이용해 아침식사를 끝냈다. 성 안에서 느린 오전을 보낸 둘은, 12시 회랑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칼린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조금 당황했다.

"... 병사들이  있는 거죠?"
회랑의  옆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들과, 회의실 앞에 각자 다른 자세로 편하게 앉아있는 종자들. 요나는 칼린의 양 어깨를 잡고 말했다.

"이번 회의 안건에는 꽤 민감한 사안들이 다뤄질 예정이라서 말이다. 외부인을 배제해 두는 거지."
"아..."
"뭐, 원래도 가끔씩 이런 식으로 했을 거다.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만, 이런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도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라 더군."
할말을 하고서 다시 당당히 뒤로 돌아 걷는 요나를, 칼린이 조금 몸을 움츠리고 따랐다.

"그러니 다른 종자들과 함께 밖에서 대기하도록. 소란 피우지 말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공손히 인사하는 칼린을 두고, 요나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언제나 와 같은 원탁. 아직 두 사람이 오지 않았다. 회의 시작 전의 조금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라티아의 영주 미로코가 먼저 요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요나... 수완이 좋더군. 요즘 아주 공적을 화려하게 쌓고 있는 모양이야."
"과찬이십니다."
"반말해도 좋아. 난 신경 안 써. 것보다 회의 시작하면 서로 말 놓을 텐데 편하게 대화하자고."
"아뇨, 그럴 수는."
"종자도 없잖아. 품위니 뭐니 내려놓고 질문 하나만 하려고 그래."
미로코는 그렇게 말하고서 웃으며 원탁 위로 팔을 올렸다.

"미쉘.  죽였냐?"
요나의 눈이 가늘어진다. 다른 영주들도 굳이 그 주제를 꺼낸 것에 대해 눈가를 덮어낸다.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이유를 모르겠거든. 왜 죽인 거냐? 자백도 안 했는데. 너한테 좋을 게 없는 선택이었다고."
"미로코경, 그만하세요."
"아이델경, 안 궁금하십니까? 뭐라고 답할지?"
미로코는 이제 세차게 요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은 적의에 가까운 것이었다.

"말해봐. 미쉘을  죽였지? 쫄리는 거라도 있었나?"
"... 미로코경."
요나는 천천히 웃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는 제게 자백할 테니 자신을 풀어 달라고 했습니다."
"... 미쉘이 그랬을 리 없는데 말이지."
"뭐라고 하시든, 그걸 요구하셨습니다.  그녀가 요청한 곳으로 그녀를 풀어주었고,  장소에서 괴한들에게 습격 당했습니다. 저항하던 그녀를 제압 하려다 보니 그만..."
"...뭐?"
"괴한들은 알아보니, 맙소사... 다임상회측 요원들인 것 같더군요."
미로코는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없는 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요나를 바라보다가, 곧 크게 웃으며 그 작은 몸을 웅크렸다.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그렇게 나오는 건가! 걸작이로군!"
몇 번인가 원탁까지 내려치며 웃던 그녀는, 곧 숨을 고르고 눈가를 닦아내며 요나를 노려보았다.


"미쉘 투옥의 진실을 아는 우리들 에게도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건가... 근데 어쩌냐? 우리는 정당한 증언이나 증거물 없이 미쉘과 상회가 연루되었다는  받아줄 생각이 없어. 미쉘을 죽여버렸으니, 그 증거를 구할 방법 따위는-"
"있지요."
요나의 오묘한 표정은 바뀌지 않는다. 미로코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곧 어딘가에 생각이 미친다.

"너... 설마..."
믿을 수 없다는  요나를 쳐다보는 미로코. 그녀는 급하게 다른 8영주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벌써 눈 앞의 괴물이 어디까지 집어 삼켰는지 조금이라도 상황 파악을 해보기 위해서 였다.


"하, 하하... 장난이 아니군. 용케 그 나이까지 정계에 올라오는 것을 참고 있었어..."
"이런 쪽은 아직 서투르지만... 지키고 싶은  생겨서 말입니다. 분발해야 겠지요."
눈을 감고 담배를 꺼내는 요나를 보며, 미로코는 침을 삼켰다. 타이밍 좋게 마지막 영주가 들어왔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이번 회의의 의장을 맡게 된 카뮈다. 안건은 칼타코에 대한 것이다."
회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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