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293/337)

“주인님이겠죠?”

“주인님 자지, 주인님 자지 가지고 싶어...! 아우우, 가, 가슴은 그, 그렇게 핥으면 흐으읏...!”

라벨라가 교정하듯 짧게 말하자, 에르덴은 바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주인님을 연호하면서 페니스를 조르고 있었다. 성녀의 애원을 달래주듯이 맛있게 씹고 있던 유두를 물어 뜯으며 움켜쥐자, 에르덴의 입에서 터질듯한 교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섹스를 하듯히 몸을 위아래로 흔들어 페니스를 복부에 문지르는 움직임에 따라, 마레이가 집중하지 못한 에르덴의 반대쪽 가슴이 출렁출렁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아앙, 그, 그러면 히으으읏....! 아앙, 가슴 먹여주며 가, 갈 것 같아.. 후으읏...!”

싫다고 말하는 듯하면서도, 마레이의 어깨에 올려졌던 손이 조심스레 움직여 마레이의 목을 끌어안고, 가슴으로 더욱 더 부둥켜안았다.

“아, 아, 가아, 가아.... 가, 가슴만으로... 흐으읏....! 아아, 싫어.... 가, 가슴만으로.. 후으읏...!”

“마레이도 가야죠. 자, 쭉, 쭉 싸버려요. 쭉쭉...! 에르덴에게 밥줘야죠?”

“우우웃....! 나, 나올 것 같아....”

페니스를 두 손으로 훑는 라벨라의 음부도 이미 꿀이 넘치다 못해 홍수처럼 흥건하게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식어버려야 될 흥분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또 달아오르길 반복했다. 육욕을 풀어낼수록 더욱더 달아오르는 여체는 페니스를 가볍게 훑는 것만으로, 가슴을 빨리는 것만으로 가볍게 절정에 이를 정도였다.

기절해 쓰러져도 모를 정도의 쾌락에도 사정을 받아드리고 나면 더욱 넘치는 활력과, 서로에게지지 못하겠다는 경쟁의식에 이미 기분 좋은 쾌락에 정신줄을 놓아버려야 되는 두 사람은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아우으으..... 나와.... 에르덴의 밥... 나와!!”

에르덴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착 달라붙는 여체에 정액이 뿌려진다. 젤리같이 끈적한 정액이 몸 위에 뿌려지는 감각에 에르덴의 하체가 다시한번 푹 젖었다

-쯔으윽...! 쯔으으으윽... 주우우욱...! 주우욱...!

“바닥에다 뿌리면 불쌍하잖아요? 자자, 그릇에.. 밥 그릇에?”

라벨라는 커다란 접시를 들어 마레이의 페니스를 움직여 정액을 접시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물이 담기는 소리가 이어지고 묵직한 느낌일 들정도로 그릇에 정액이 담기기 시작했다.

“후으으...... 아우으....”

“좀 무겁네.... 자, 자... 계속 싸요.. 계속....!

“네에.. 네....”

-꿀럭, 꿀럭... 꿀럭... 꿀럭..!

마레이의 입에서 뜨거운 숨을 터져 나왔다. 페니스에서 쭉쭉 뽑아져 나온 정액이 그릇에 지저분하게 채웠다. 손으로 사정의 방향으로 이끌었지만, 점도 짙은 액체가 바닥과 에르덴, 그리고 접시 주변에 잔뜩 뿌려진다.

춥다. 북부 전선에 도착하자마자, 든 짧은 생각이었다. 모든 게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지나가는 병사들의 복장도, 군부대 건물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 평야도, 높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높게 솟아오른 산도 모두.

“줄리아 파후경, 북부 전선에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번 토벌전만 끝나고 바로 발테르로 돌아갈 것이니, 그렇게까지 환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분명 사관 선배였던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얼굴은 알아볼 수 있었다. 친한 척 인사를 건네는 장교의 모습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이나 쌀쌀해서 다가가는 사람이 냉기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게 만든다.

“바로 작전부로 가시죠. 북부의 추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빨리 돌아가고 싶군요.”

“예, 그러면 바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도움에 감사하네, 줄리아 파후 소령. 아니, 중령인가.”

“소령입니다. 그리고 제대했습니다. 파후경이라 불러주십시오.”

줄리아를 맞이한 노장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딱딱하고, 귀염성 없는 전략을 짜내는 기계. 학교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다길래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지만, 여전히 그가 알던 손녀는 손녀였다.

“오랜만에 보는 할애비에게 쌀쌀하군.”

“저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지도나 보여주시죠.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저를 호출한 것입니까.”

가볍게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해도, 줄리아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장군을 지나쳐 작전 지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펼쳐진 전선을 보고 짤막하게 감상을 내뱉었다.

“......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줄리아 경, 무슨 문제 있나?”

“엘튼 장군, 노튼 요새에 어째서 붉은 기가 걸려있는 것이죠.”

장군은 어깨를 으쓱였다. 줄리아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표독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부관에게 눈짓하자 인사철 하나를 가지고 와 줄리아에게 내밀었다.

“노튼 요새 주둔 사령관이 주론 후작가 가주에 각종 지원과 인맥 질을 해서 장남을 여기로 밀어 넣었다. 개망나니 기질이 보이기에, 실권도 없는 방어요새의 부사령관으로 앉혀놓았는데, 어디서 술을 잔뜩 가져와 요새에서 파티를 크게 치렀다고 하네. 아주 성대한 연회라는 소문이 떠돌더군, 전 장병이 술 파티를 벌여서 경계도 세우지 않았다고 이야기가 들렸다.”

술을 가져다준 보급관들을 전원 처형했다. 엘튼이 덧붙였다.

“사령관은 어디 있습니까?”

“책임 소재가 너무 커서 살아봤자 가문에 누를 끼치는 걸 알기에 목숨을 걸고 지휘했다.”

목숨은 일종의 면죄부였다. 목숨을 걸면, 자살을 하면 사람들은 너그러워졌다. 반역죄가 아닌 이상 철혈이라 불리는 황제도 굳이 가문의 남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정치적인 문제가 잔뜩 섞여 있기에 뒷거래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별다른 불만을 내뱉을 수 없었다.

“....부사령관은요.”

“그 망나니 새끼는 혼자 도망쳐 나왔지.”

“미친 새끼.....”

하지만 면죄부가 코앞에 있음에도 쥐지 못한 자들의 결과는 언제 나와 같았다.

“여황께서 대노하셨네. 목숨은 부지했지만, 양팔이 잘리고 주론 가(家)는 백작으로 강등당했다. 방위 사령관의 실책이 있었지만, 전사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기도 애매하다고 그쪽은 무사해. 주론이라는 줄을 잡으려다가 목숨 줄까지 날린 등신일 줄 알았다면, 노튼 요새에 집어넣지도 않았을 텐데.”

코앞의 면죄부를 찢어버린다면 가족이, 가문이 처벌을 받는다. 후작 가문이었기에 비교적 처벌이 가볍게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줄리아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장군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죠.”

“후회중이지, 줄리아 파후경 북부로 다시 돌아오겠나?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서 밀어주마. 북부전선에서 널 중앙으로 보낸 이유는 다 널 위해서였다. 네 큰 애비를 걷어차더라도 널 차기 가주로 세우고, 또....”

가문에 대한 미련은 정말 한 점도 없었지만, 자신을 전력을 다해 밀어준다는 엘튼 장군이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 누군가에게 어쩐다,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이 주일 전이라면 분명히 받아들일 만한 조건.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소년이 마음에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계모와 다른 여선생을 몸을 탐하며 육욕을 풀어내는 문란한 아이였지만, 그마저도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감정이 마레이와 이어져 있었다.

“줄리아 파후....”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장군님. 저는 가문을 나왔습니다.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만 더 꺼내시면 황제의 부탁이든 뭐든 때려치우고 발테르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서 장군, 목표가 무엇입니까.”

“그래, 늙은이의 미련은 좀 추잡했나… 본격적으로 이야기합시다. 우리의 목표는 노튼 요새의 재수복입니다. 경이 제대 직전에 노튼 요새가 함락당할시 수복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줄리아 경.”

노튼 요새라 하면, 이미 천혜의 장벽이라고 불림이 손색이 없는 장소에 여황제가 대규모로 자금을 쏟아부어놓은 요새였다. 역할은 북부 산맥에서 내려오는 오크와 괴물들의 침략을 막아서기 위한 거대한 방패였다. 빼앗겼다는 말에 헛소리로 치부할만한 장소. 거대한 똥을 싸버린 병신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

“북부 전선 전체의 상황이 필요합니다. 자료를 준비해주세요.”

줄리아가 펜던트를 꼭 움켜쥐었다. 작전회의가 무척 길어질 것 같았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냐?”

“예, 장군.”

줄리아가 보기에는 자신이 올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사과학교에서 아득바득 기어 온 천재들이 목숨을 걸고 작전을 짜고 있는데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다만, 엘튼 장군 휘하에 병신들은 무엇이 보석이고 무엇이 쓰레기인지 구분하는 눈들이 없을 뿐이었다.

“사석이니 편하게 부르렴. 네가 가문과 연이 없다고 해도, 나와의 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엘튼 장군이 유리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웠다. 은퇴가 가까워진 늙은 장군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작아 보였다.

“......할아버님이면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부르거라. 너는 몰라도, 나에게는 넌 여전히 손녀다. 발테르의 생활은 만족스럽느냐?”

줄리아의 얼굴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고, 옅게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목에도 오지도 못한 어린 소년을 떠올리니, 첫사랑의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급하게 헛기침으로 열병처럼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른다.

“그 초록도마뱀 녀석이 널 데리고 갈 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너에게는 호재가 되었구나. 나쁘지 않아.... 그래, 나쁘지 않구나....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놈팽이는 뭐 하는 녀석이지?”

“학생입니다.”

잔을 비우던 엘튼 장군의 손이 멈추었다. 다시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천천히 입가를 적신다.

“학생이라..... 조금 어리군. 제국 사관학교인가, 아니면 제국 대학인가?”

“제 학생입니다.”

늙은 장군이 자신의 손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대 이후 손녀가 유머 감각이 갑자기 생겨서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확인하는 눈초리였다. 줄리아의 눈은 무척이나 고요하게 잠겨 있었다. 그 놈팽이. 아니, 자신의 손녀는 발테르 학교의 선생을 맡고 있었다. 그러면 고등학생인가.

엘튼이 생각하기에는 핏덩이라 생각되는 나이였지만, 손녀가 좋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다.

“......네 학생이면 역시 사관학교 지망인가.”

“아직 미정이라고 하더군요.”

“보통 18살이면 결정하지 않나? 그 녹색 할망구의 학교인데.”

“마레이는 15살입니다.”

주름진 손에 잡힌 유리잔이 산산이 부서졌다. 담겨있던 와인이 쏟아져 내려 옷을 더럽혔지만, 엘튼 장군에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장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기에, 어떤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자신하던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열다섯이라고....? 스물다섯이 아니라? 서른다섯도 아니라?”

발테르 학교라 불리는 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붙어있긴 했다.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지만,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긴 하니까. 집과 인연을 끊었다고 해도, 혈연의 무거움을 지울 수 없었다.

적당히 손녀의 소식을 드문드문 듣고 있던 엘튼은 라벨라가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열다섯이라니. 자신이 지금 노망이 난 게 아닌 이상, 상식선에서 아직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될 나이가 아닌가.

“월반했습니다.”

엘튼의 생각을 읽었는지 줄리아는 짧게 대답했다. 엘튼 장군은 작은아들 녀석의 영정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더 먹먹한 감각에 의자에 기대어 누웠다.

“....어디 가문의 아이냐고 물어봐도 되겠느냐?”

“비밀입니다.”

얼굴의 주름이 수십 개가 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영특했고 어른들의 말에 반항하지 않은 착한 손녀. 군인이 되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엘튼의 사랑을 독점한 줄리아였다. 물론, 가주 자리를 그녀의 백부에게 물려주고 전선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던 그에게 있어 마지막 남은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줄리아가 험한 북부 전선보다 중앙에서 편하게 있길 바라던 자신의 바램과 줄리아가 북부에서 명성을 쌓길 원하지 않는 파후 가(家)의 가주. 줄리아의 큰아버지의 이해가 어떻게 맞물려 그녀를 중앙으로 좌천(그녀가 느끼기에, 보통은 권력과 가까워 도약의 발판이 된다.)시켰다.

“아직도 우리가 미운 게냐.”

“그런 시시한 감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첩이라도 받아만 준다면....”

새로운 잔을 찾던 엘튼이 몇 번이나 쉼호흡을 하더니 와인병을 들어 물처럼 마시기 시작했다. 멍해지는 머리와 흐릿해지는 판단력에 이게 꿈이라는 걸 그는 완벽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악몽이군. 제기랄!

“이딴 눈의 지옥보다 중앙은 승진하기도 좋은 곳이다! 너라면 거기서도 잘할 수 있다 믿고 있었고. 북부 전선에서 네가 쌓은 공을 생각하면 더 이상 전쟁터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딱히 불만이 있어서 군을 나온 게 아닙니다. 로렌, 그 녹색용이 제가 바라는 걸 들어준다고 했을 뿐이지요. 그녀가 의도한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바라던 걸 찾았습니다.”

새하얀 눈보다 더욱 차갑게 가라앉은 벽안이 무표정하게 엘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안에 대해, 자신에 대해 같잖은 불만을 표현하려고 그러냐는 물음에, 그녀는 웃지도 않고 담담히 제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인사이동에 불만이나, 파후 가문의 가주님에게, 할아버님에게 불만은 없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냥 가족이었었지요.”

‘가족이었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저는 제가 결정해서, 제가 하고 싶어 발테르로 간다고 했습니다. 가문을 나온 이유는 제 의견을 결코 수용할 생각이 없는 가주님과 할아버님 때문이었죠. 북부 전선에 파후 가(家)의 이름을 가장 높게 세웠습니다. 제가 가문에게 받은 것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수  많은 전공으로는 부족합니까?”

“내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잖니, 줄리아.”

“줄리아 경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할아버님.”

마레이가 보았다면, 담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차갑고 너무 딱딱한 반응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튼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하고 또, 친숙했다. 첨예하게 세운 발톱을 숨기지도 않은 북부 전선의 괴물. ‘선생 줄리아가‘ 아닌, ‘군인 줄리아 파후‘,

장군이 손날로 병의 목을 베어냈다. 속에 끓는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술을 위속으로 쑤셔 넣었다.

“줄리아.”

“줄리아 경입니다.”

“줄리아!!”

“줄리아 경이라고 했습니다.”

-쾅!!

분을 이기지 못한 엘튼이 테이블을 후려쳐 박살 냈다.

“네 나이가 몇 살인 줄 알고나 하는 말이냐!! 열다섯 핏덩이와 무슨 사랑?! 가문의 먹칠을 해도 유분수이지, 아직 어린 꼬맹이와 연애?! 그것도 네가 가르치는 아이와!?”

“저는 가문 외 사람입니다. 할아버님.”

“가문이라는 이름을 네가 벗어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제멋대로 나와서 연을 끊었다고 해도, 세간에는 너는 파후 가문의 여식이다!! 그런데, 첩이라? 첩이라고 했느냐! 제국의 통합되기 이전부터 북부를 지켜온 우리 가문의 여식이 첩이라고!? 황제가 남자였고 그래서 널 첩으로 달라고 해도 역정을 낼 이야기인데! 고작 열다섯 핏덩이의 첩!? 미친 게냐, 줄리아 파후!!”

자신을 노려보는 할아버지의 눈초리에 줄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저는 제가 살고 싶은 데로 살 뿐입니다. 결혼하면 성을 바꾸겠습니다. 어머니처럼요.”

“솔직하게 말하거라! 네 큰애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 할애비가 원망스럽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당신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했을 뿐입니다. 믿고 싶지 않다면 믿지 마십시오. 할 이야기는 끝입니까?”

손가락질하며 역정을 내는 엘튼에 모습에도 줄리아는 정자세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저 가벼운 농담을 하는 푸른 눈동자에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너와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나가라!”

“작전 설명을 더 듣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나가. 나가...! 나가!!!”

줄리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진정이 되지를 않았는지 엘튼 장군은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거칠게 허덕였다. 몇 번이나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고 술병을 붙잡았다. 몇 모금 연신 들이키다, 부관에게 연락을 넣었다.

“발테르 학교, 15살, 마레이. 조사해와!!

-예?

전화 너머로 들리는 얼빠진 부관의 목소리에 손아귀에 잡힌 와인병이 산산이 조각 난다.

“당장 조사해오라고!!! 이름이든 성이든 상관없어, 15세 마레이라는 소년! 발테르 학교에 다니는!!”

통신기계도 늙은 노장의 힘을 이기지못하고 그대로 으스러지다 박살이 났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의 손녀딸이 어린 핏덩이에게 반해서 ‘첩’ 같은 소리를 내뱉은 걸.

“줄리아....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탄식과도 같은 노인 목소리가 빈방을 떠돌다 사그라든다. 와인병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병신 같은 년. 병신 같은 년. 병신 같은 년.

머릿속에서 자학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이드리엔은 세면대의 거울에서 멍하니 자신을 보았다. 헤프게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매만졌다.

왜 웃고 있는 거냐. 이를 악물었다. 아니, 악물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암컷처럼 헤프게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얼굴로 집까지 걸어왔다고. 죽고 싶다. 아니, 죽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으면 죽으면 됐다. 하지만 살고 싶었다. 미친 듯이 살고 싶었다.

이드리엔은 얼굴을 몇 번이나 매만지고 나서야 평소의 자신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야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지 깨달았다. 곧장 올라오는 욕지기에 이드리엔은 주저앉고 말았다.

더럽다. 더러워, 더럽다고…!

머릿속에 수도 없이 같은 말이 울린다. 변기를 끌어안고 배 안에 가득 찬 것들을 잔뜩 게워낸다.

“우에에에에에엑...! 우에에에에에엑...!”

진득한 백탁액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내렸다. 몇 번이나 걸쭉한 액체를 뱉어내고 있었지만, 얼마나 위 속으로 정액을 쏟아부은 것인지 아직도 기분 나쁜 포만감이 들 뿐이었다.

“후으... 후으.... 우에에에엑...!”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숟가락 한 개 분량. 이전에 남성과 행위를 한 적은 없었지만, 그 정도가 일반적인 남성의 사정량임을 알고 있었다. 입 밖으로 거칠게 정액이 뱉어진다. 목 끝에 눌어붙는 끈적한 느낌에 몇 번이나 변기에 침을 뱉길 반복했다.

“하아... 하아... 하아...”

이드리엔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위액에 목이 쓰라렸다. 치유 마법으로 목을 진정시키고 변기를 붙잡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직도 포만감이 가득한 위. 목에 손을 밀어 넣다가 힘이 빠져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싫어.... 싫어....”

방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정액의 사정을 떠올리면 두려움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어린 학생에게 천박하게 몸을 벌리며 사용해달라고 조르는 것도, 혀끝으로 함몰된 유두를 끄집어내는 것도, 가벼운 애무로 절정에 가는 것도 모두. 싫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언니. 언니. 몇 번이나 일리엔을 불러보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좋아했던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에에엑… 웨에에엑!!! 제기랄.... 제길.... 우에에엑!!”

하지만 무엇보다 싫은 것은 은근히 그 어린 소년의 손길을 기대하는 자신이었다. 정액을 전부 토해내면 더 이상 괴롭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변기를 붙잡고 억지로 토악질을 했지만, 두세 번 토악질을 하고 나면 몸이 제멋대로 멈추었다.

목을 눌러 붙은 비릿한 정액의 느낌이 좋았다. 위를 가득 채우는 정액이 주는 포만감이 기분 좋았다. 아직도 질에서 슬그머니 새어 나오는 끈적한 정액의 감촉이 좋았다. 엉덩이 사이로 가득 남아있는 정액덩어리들의 움직임에 몸이 천천히 떨린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이드리엔은 고개를 털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런 꼬맹이가 이상한 마법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터무니없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왜, 왜 언니가 거기에 온 거지. 언니 때문이야. 언니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거야.

“싫어... 싫다고.. 싫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어진 정사를 떠올리자, 손이 금색 수풀을 헤집고, 정액이 새어 나오는 비부를 슬그머니 쓰다듬었다. 언니에게 범해진다고 생각했나, 언니를 범한다고 생각했나. 그런 의문이 멈추지 않았다.

“그으.......!”

이드리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복부를 몇 번이나 매만지다, 다시 한번 조심스레 비부로 기다란 손가락이 움직인다.

“시, 싫어... 싫은데... 우우으.....”

달콤한 울음소리가 좁은 화장실에 맴돈다. 어느새 가느다란 허리를 낮게 숙이고, 꽉 물린 허벅지 사이로 손이 끼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도 손은 멈출 줄 몰랐다.

-찌걱.... 찌걱... 찌걱....

“거짓말이야... 거짓말.... 아아....”

탄탄한 허벅지에 꽉 붙잡힌 손목이 이리저리 비틀리며 비부의 가장 깊숙한 곳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더러워, 더러워. 몇 번이나 속으로 중얼거려도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니, 이상하게 몸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역겨운 행위, 떠올리기 싫은 방금 전의 기억인데도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며, 갈증이 늘어간다.

-찔꺽...!

“아우으으... 기, 기분 좋을 리가.. 으으우.... 어, 없어.. 흐읏...!”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양물로 범해졌다고 믿을 수 없이 꽉 닫힌 비부 사이로 손가락이 제멋대로 출입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을 가슴을 잡아 점토를 주무르듯 서투르게 매만진다.

쾌감으로 흠칫거리는 신체에서 암캐의 향이 물씬 풍기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끝없는 부정의 말만 이어지고 있었다. 가슴을 쥐어짜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젖가슴에 파묻힌 젖꼭지를 꺼내려는 것 같지만, 꽉 누를 때마다 작게 비명을 터트릴 뿐 마레이처럼 쉽사리 끄집어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우으읏... 으.... 아, 아앙, 흐으으..... 기분... 크흐흣.... 조, 좋지... 않아.....!”

어린 소년이 여체를 마음것 애무할 때처럼, 가슴의 정 중앙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숨어버린 분홍빛 과실을 추잡하게 애무해 나간다.

-찌걱찌걱찌걱...!

바람 빠지는 소리가 이어지고, 이드리엔의 몸이 좌우로 슬그머니 움직이고 있었다. 페니스를 받아드리고 나서 제멋대로 허리를 흔들며 쾌락을 바래왔던 방금 전처럼.

“아으읏.... 조, 좋을 리가.. 응후으읏...! 어, 없잖아.. 아으응.... 마, 말도 안돼에에....응아아아...!”

-찌꺽찌걱찌걱찌꺽!!

스스로의 손목을 붙잡아 멈추어보려고 했지만, 질 안을 헤집는 손가락이 제멋대로 안을 넓히고 부드러운 살단지를 긁어내며 억지로 절정으로 이끈다.

”기, 기분 좋지.. 흐으으.. 않아... 우으읏...!“

초록색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 입가를 흘러내리는 침처럼 금방이라도 질질 흘러내릴 것 같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달아오른 몸이 속삭이는 소리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가, 가고... 우으읏... 가고 싶어... 가고 싶어... 아우으으..... 마레이... 마레이... 흐으...”

귓가에 맴도는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기분 좋은 쾌락의 파도가 몸을 덮쳐온다. 거칠게 수음을 이어가던 이드리엔의 몸이 거짓말처럼 멈춘다. 그 아이라면 손가락보다 더 깊게.. 그리고 기분 좋게….

이드리엔의 두눈이 두려움으로 물든다.

“시, 싫어... 내, 내 머리 속에서... 머릿속에서 나가... 나가란 말야!!”

히스테릭한 비명소리에 결국 눈망울에 가득 고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방금전의 행위가, 어제의 행위가 잊혀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하루 종일 계속해서 이어졌다. 숨을 쉬기도 버거웠다, 쾌락이 목을 조르고 있었다.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육체가 정신을 내리누르며 제멋대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꺽... 찌걱... 찌걱....!

“가, 가고 싶지 않아.... 흐으읏....! 아아, 가고 싶지 않아 우으읏...! 가고.. 가고 싶... 흐으읏...! ”

가느다란 허리가 꼿꼿이 펴졌다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가벼운 절정. 발끝이 쥐가 난 듯 쫙 펴졌다가, 잔뜩 굽혀진다. 가슴이 눌러 숨을 쉬는 게 조금 버겁게 느껴져 슬쩍 몸을 비틀었다.

“........더러워.”

질을 헤집던 손가락에 애액과 잔뜩 섞여 농도가 옅어진 정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더럽다, 더럽다. 어디엔가 씻을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갈증이 점점 심해지고, 제멋대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댄다.

“우음..... 맛있어... 맛... 우으......?! 말도... 우으윽.....! 안돼... 우으... 우에에엑...!!”

사탕이라도 된 것 마냥, 끈적한 액체로 뒤덮인 손을 핥다가, 갑작스레 정신이 들었는지, 입안에 머금은 정액덩어리를 그대로 뱉어내고, 또다시 변기를 붙잡아 억지로 토악질을 시작했다.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아니면 누구를 유혹하듯이, 엉덩이와 그 아래에 보이는 비부가 움찔움찔 떨었다. 백색 수풀 사이로 정액이 조금씩 밀려 나오고 있었다.

마레이가 성녀와 모친과 애완동물 플레이로 한참 밤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이드리엔은 욕실을 나설 수 있었다. 물기를 닦지 않은 몸 위로 물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로 얼마나 오래 씻었는지, 몇 분이 지나도 나체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그녀는 욕실 문 앞에서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더럽다고 말하면서도 몇 번이나 정액찌꺼기에 입을 가져다 대었고, 정액을 빼내면서도 몇 번이나 자위를 이어나갔다. 몸의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싫어.”

분홍색 입술에서 짤막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드리엔은 그대로 주저앉아 몸을 둥글게 말아 울음을 터트렸다. 수치스러웠다. 죽어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소년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그 소년 때문이었기도 했다. 차라리 개에게 물렸다고, 무슨 사고라도 당해 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해버리자고 생각하자고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쓰레기 같은 놈에게 몸을 더럽히고, 결국 몸을 팔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은 잘못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괴로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흐으읏...!”

그 꼬맹이, 마레이가 맛보여준 절정이 자꾸만 떠올라 손이 멈추지 않았다. 드문드문 가벼운 절정에 달해도 채워지지가 않았다. 아니, 더 갈증을 부추기고 있었다. 목이 말라 죽어버릴 것 같은데, 혓바닥에 물이 한 방울 떨어지고 끝날 뿐이었다.

이 갈증은 독이었다. 바다 한가운데 표류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목이 마르다. 눈앞에 바닷물이 보였다. 어차피 저 물을 마셔도 갈증으로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죽을 수는 없었다.

“나쁜 놈... 개새끼... 쓰레기 같은 새끼...”

-찌걱... 찌걱.. 찌걱...

욕설을 입에 잘 담지도 않은 이드리엔의 입에서 거친 말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랫입에서는 짙은 액체가 쏟아지듯이.

“우으읏..... 크흐흣..... 으... 으읏...! 으...... 부, 부족해...”

다시 한번 이드리엔의 몸이 축 늘어졌다. 주저앉아있던 몸은 어느새 엎드린 채로 절정을 맞이해 그대로 쓰러졌다. 뜨거운 숨을 몇 번이나 내쉬며 몸을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정말로 미쳐버린 것인지, 차라리 그 소년을 사랑한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언니도 이랬을까. 생각하니 두려울 뿐이었다. 언니처럼, 언니같이.

그냥, 정말로 연인이 되어서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마음 것 육욕을 나누며 달콤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그런 모습이었다면 행복할 텐데....

“......제기랄... 제기랄....”

정신이 망가지고 있었다. 이드리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딴 쓰레기를 두고 하는 상상이 매혹적이라, 너무 달콤해 보여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언니가 자꾸만 상상에 끼어들고 있었다. 아, 언니. 일리엔. 일리엔. 내 언니. 내. 내.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어제 사두었던 피임약을 먹고, 몇 번이나 물을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어느새 마레이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한번 비부를 가리는 수풀을 헤집는 자신에게 진저리치며 이드리엔은 이불을 꼭 끌어안았다.

“공국......”

마레이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나간 뒤, 정신이든 이드리엔은 도망치듯이 옷을 대충 걸치고 집으로 달려 나갔다. 사랑스러운 언니가 갑자기 교문에서 자신을 붙잡더니, 휴일 동안 공국에 가자며 먼저 제안을 걸어왔다.

분명, 그 꼬맹이의 제안이겠지.

이드리엔과 일리엔의 거리는 두 발자국이었다. 언니가 자신의 스승에게 버려지고 나서 이드리엔이 먼저 선을 그었고, 일리엔은 그 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일리엔이 그 애매한 거리를 무시하고 다가왔다.

자매끼리의 가까운 거리를 한 걸음 더 뛰어넘어서, 마치 유혹하듯이, 팔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꼭 끼어 넣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슬며시 팔을 하복부에 가져다 대는 언니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언니..... 제발.... 제발.....”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처음 겪는 수십의 절정에 세계수의 맹세를 아무렇게나 해버렸다. 몸이 조금 진정되었을 때, 모든 게 끝났다고 좌절했지만 그래도 마레이가 제대로 알지 못하겠지 하며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날... 날.... 유혹 하지 마... 언니....”

마레이가 자신의 몸을 축제 기간에 즐기고 싶으니 따라오라고 분명 말했는데, 언니가 곧장 나타나 같이 공국의 축제를 가자는 제안을 꺼냈다. 우연의 일치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자신을 유혹하듯 교태를 부리고 손을 하복부로 이끌어 슬며시 원을 그리게 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끝나버린 것 같았다.

-찔꺽... 찔꺽...

“아으읏... 언, 언니.... 만지면... 만지면 안 돼요.. 흐으읏...!”

손이 제멋대로 비부를 슬며시 헤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매달려 교태를 부리던 일리엔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우으읏.... 언니... 언니... 크흐흣.... 아우으읏.... 그, 그렇게 안에.. 마레이.. 너, 너도으읏…! 히이익...!”

-찌걱찌걱찌걱찌걱...!

이드리엔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채워지지 않을 갈증에 매달려 거칠게 울음을 터트렸다. 누군가에게 숨듯, 이불로 몸을 칭칭 감싼 채로 이드리엔의 몸이 침대 위에서 거칠게 흔들린다.

-찌걱...! 찌걱...!

“.....으으읏...! 읏...! 으읏...! 가아.. 가아... 마, 마레이... 우으읏..!”

-찌걱찌걱찌걱찌걱!!!

이불에 둘둘 쌓인 여체가 다시금 힘을 잃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소년과 행위를 할 때마다, 기운이 넘쳐나고 기분 좋은 쾌락이 넘실거렸는데. 지금은 손가락을 까딱 할 힘도 없었다. 절정에 도달해도 기분 좋은 쾌락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저 더러운 기분만 남아서 어떤 위로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언니 대신에 그 작은 소년의 이름을 부르짖은 것에 이가 악물릴 정도로 분했다. 울음을 터트리고, 소리를 지르고, 손에 잡히는 걸 전부 부수고 싶을 정도로 분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누가... 누가... 도와줘....”

허망한 중얼거림이 침실을 떠돌았다.

라벨라와 에르덴과 함께 보낸 교회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수 없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넓은 교회에서 세 명이 보낸 끈적하고 농밀했던 파티.

‘대단했지.’

다른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은 주말이었다. 라벨라와 에르덴은 애완동물의 역할을 서로 바꾸어가며 경쟁하듯 마레이를 유혹해나갔다. 나중에는 두 여인의 동시에 목줄을 잡아 이끌고 교회 곳곳을 산책하면서 차마 남에게 말 못할 플레이들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것은 주말에 다시 한번 찾아와달라는 에르덴의 부탁과 성녀님에게 뜨거울 정도로 경쟁심을 보이는 라벨라 때문이었다. 오히려 기대로 가득 차 초조함이 폐에 가득 담겨 옅은 숨과 함께 새어 나왔다. 다음에는 어떻게 두 사람이 자신을 위해 봉사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하체로 피가 몰려든다.

밖에서 무슨 생각이람. 고개를 재빨리 털어내고 색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일회용 커피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달콤한 캐러멜 향이 코끝을 적셨다. 고소한 우유 냄새를 내리누르는 초콜릿 향도 난다. 혀끝을 가져다 대자, 여린 살이 데일 것 같은 뜨거운 커피의 씁쓸한 맛이 났다. 곧이어 달달한 향 속에 눌려 있던 우유 특유의 고소함 짙게 느껴진다, 스쳐 지나가듯 옅은 달콤함을 음미하기도 전에 끝이 찾아와 약간 짭조름한 느낌을 남긴다.

“꼬마 손님, 어때 괜찮지?”

“네, 첫맛이 살짝 쓰긴 하지만.....”

커피를 계속 홀짝이는 마레이를 이동식 카페의 점장님이 작게 웃고 있었다.

“꼬마라서 그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공국은 처음이지?”

“아, 네..... 티가 나나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시선이 가는 걸 보면 대충 알지. 같은 관광객들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관심이 있으면 말이야.”

싫어하는 사람들 있으니 조심하라며 말을 남긴 포장마차(?)의 점장은 새로 온 손님들에게 관심을 옮겼다. 다시 가득 찬 커피잔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주변이 온통 낯선 풍경이었지만,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에 달콤한 향이 물씬 났다.

공국의 수도는 발테르보다 더욱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거리 중간중간 작게 공연을 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고, 선남선녀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다만, 백옥처럼 하얀 피부색에 약간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국 출신이니?”

“아, 네.”

물론 맛있는 커피를 팔고 있는 점장 또한 이질적인 느낌의 중후한 멋을 가진 중년 남성이었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웃음 속에서 보이는 뾰족해 보이는 송곳니.

“매년 축제를 지켜보면,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보인단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묘하게 기분도 좋고.”

무어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물론, 점장도 마레이에게 무어라 대답을 원해서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 잔 더.... 아니, 세 잔은 어린애에게 조금 이르려나. 우유를 데워줄 테니 먹겠니? 아, 물론 공짜야. 돈 벌려고 장사하는 게 아니거든.”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딱히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점장의 친절을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시 이동식 카페로 돌아간 점장의 뒷모습을 보다, 다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자, 우유 가져왔다. 따뜻할 때 먹으렴. 이 도시에도 점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구나.”

마레이의 시선과 다르게 점장의 시선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옅은 웃음에는 느긋함이 담겨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저기.... 이 ‘블러드’라고 적혀있는 건 뭐에요?”

“응? 아아, 그거? 그건 현지인 사람들 시키는 메뉴인데. 제국 출신이 알기에는 조금 그럴 텐데, 알려줘?”

“아뇨.....”

무엇인지 짐작은 갔지만, 그래도 확실한 대답을 들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기에 마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루마니아는 흡혈귀들로 이루어진 공국이었다. 당연히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친한 아저씨 같은 느낌의 점장님이 왜인지 모르게 멀게 느껴졌다.

마레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은 점장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 사람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에 약간 몽롱한 기분이 든다. 에르덴이 주었던 팔찌가 슬쩍 열기를 내뿜었다. 마력을 담아 연주를 하는 걸까. 멀찍이 보이는 연주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뾰족한 귀를 발견했다. 엘프일까, 아니면 흡혈귀일까. 의식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제멋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연주를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반대편에서 낯선 소란이 일어났다. 큰 소란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연주가 끝났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미묘한 웅성거림이었다. 호기심이 멈추지 않았기에 점장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고 소란의 중심지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잖아!!”

“저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벽을 타고 넘어왔다. 구경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저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손에는 일회용 잔에 우유가 가득 담겨 있었기에 사람들을 헤쳐 나갈 수도 없었다. 발끝을 들어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려 했지만, 빽빽이 둘러싼 사람들에게 가려 확인할 수도 없었다.

“어... 어...! 자, 잠깐... 미, 밀지 마세요.....!

불을 찾은 나방처럼 몰려든 사람들이 소란의 중심을 확인하기 위해 마레이를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 끝까지 들어 올린 발끝에 놓인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자, 인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어린 소년의 애틋한 만류는 소란스러운 군중 속에 섞여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사람들에게 치이면서도 우유가 흘리지 않게 꼭 끌어안은 채, 어느새 맨 앞으로 내팽개치듯 밀렸다. 들고 있던 일회용 컵이 쏟아지고 반쯤 담겼던 우유가 허공을 춤추었고.

“오늘 내 기분을 나락으로 끌어내릴 생각이었으면..... 합격점을 줄게.”

성인 남성보다 더 커다란 붉은 창을 들고 있는 소녀가 우유로 더럽혀진 모자를 잔뜩 구기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챙이 들어가 있는 빵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소녀 주위에 있던 남성들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낮은 목소리에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붉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반짝이고 덜덜 떨리는 몸에서 제멋대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마레이의 모습에 서둘러 사죄를 하자, 험악한 표정이었던 상대방의 얼굴이 미묘하게 풀린다. 그녀는 하얀 재킷과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봉긋 솟은 작은 가슴과 모자의 긴 챙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외모만 아니었다면 남자라고 착각할만한 복장이었다.

“너, 이따 보자.”

손아귀에 잔뜩 구겨진 모자를 다시금 끝까지 눌러쓴 소녀가 시선을 옮겼다. 어깨까지 오는 은색 단발 머리카락 아래로 흰 목덜미가 보였다. 검지로 창대를 잡고, 다른 손가락들이 물결을 치듯 창을 잡았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으로 보였지만, 이상하게 몸이 잔뜩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스치듯 훑던 붉은 눈동자에 담긴 살기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정확한 말이었다.

몇 년 전, 산속에서 늑대를 만났을 때가 갑작스레 생각이 났다. 자신의 입술에 간신히 닿을 것 같은 작은 여자아이인데도, 그녀의 모습에서 한 마리의 야수가 떠오른다. 그리고 붉은 장미가 떠올랐다. 아름답지만, 손대면 다칠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경고했어. 다음은 없으니까 아버지에게 나를 그 불편한 모임에 참석시키고 싶으면, 옆자리에 창녀가 아니라 어머니를 앉히라고 똑똑히 전해.”

소녀의 경고에 바닥을 기고 있던 남성들이 서로를 부축하고 사라졌다. 정원에 홀로 핀 장미처럼, 정원을 감싸는 하얀 울타리같이 인파의 벽으로 막힌 공간에 서 있는 건 그녀가 유일했다.

“야, 정신 차려 봐,  적당히 제압하다가 뒤로 대충 넘겼는데 하필이면... 아우.... 이러면 화내기도 애매한데.”

소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마레이를 잡아 일으켰다. 마레이의 옷의 앞부분이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녀가 창으로 가볍게 넘겨버린 남성중 하나가 마레이 위로 넘어졌던 게 원인이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귀찮아 질 테니까. 일단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하지? 따라와.”

“....네.”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면서 손목을 놓지 않은 소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끌리듯 걸음을 옮겼다.

“자, 이제는 괜찮겠지.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인파를 억지로 헤치고, 좁은 골목길을 타고 한참이나 움직인 소녀가 대뜸 말을 걸었다.

“네, 조금 옷이 더러워진 건 빼고.... 우유는 죄송해요. 사람들에게 밀려서 넘어져서...”

“괜찮아. 화를 주체할 수 없을 때에 우유를 맞았더니 좀 거칠었네. 내가 더 미안하네. 이렇게 쉽게 화를 내지는 않는데.”

소녀가 얼룩이 진 모자를 쓰레기통에 대충 던져 넣었다. 그리고 재킷의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 쓰레기통으로 던져진 물체가 하나 더 늘었다.

“공국에 처음 오지?”

“아, 네....”

소녀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노점에서 파는 모자와 옷을 사서 걸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레이도 홀린 듯 그녀를 따라 걸었다. 미묘하게 우유 냄새가 났지만, 우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대신 우유향 화장품처럼 부드러운 향이 나풀거리듯 흘러 코끝을 맴돌았다.

“어디서 왔어? 수도? 변경?”

“발테르에서 왔어요.”

소녀의 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뒤를 돌아 마레이의 몸을 가볍게 훑었다.

“발테르라고? 흐음.....”

그리고 혼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감긴 한쪽 눈이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 같이 위험하게 반짝인다. 슬쩍 올라가는 소녀의 붉은색 입꼬리에 시선이 빼앗긴 걸 깨닫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공국이 처음이고, 발테르에서 왔다.... 그러면 공국의 명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겠네?”

“네, 뭐.......”

“그러면 명예로운 뱀파이어의 일원으로서 낯선 방문객에게 이 도시를 소개해주는 게 예의겠지~.”

소녀는 자신이 내뱉고도 우스운지 입을 가리고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만났을 때 야수를 떠올리고, 또 유일하게 피어있는 장미를 연상시키던 모습과 다르게 다가와 묘한 설렘을 이끌어냈다.

“돈은 넉넉해? 발테르에 비하면 조금 싸긴 하지만, 그래도 유명 관광지라 꽤 물가가 비싸다고?”

“저, 적당히요...”

자신의 두툼한 지갑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의 끝에 에르덴이 맛있는 걸 사 먹으라고 쥐어준 돈과 공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라벨라 몰래 용돈을 쥐여준 일리엔 덕분에 지갑은 꽤나 풍족했다.

물론, 두 사람 다 상식선의 용돈을 주었기에 아주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명한 음식점 같은 데가 아닌 이상. 길거리 음식을 잔뜩 사 먹어도 남을 금액이 잠들어 있었다.

그래도 시골에 살던 마레이에게는 아주 많다고 느껴지는 돈이라 지갑에 들어 있는 지폐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쓰라고 안쪽 주머니에 넣어둔 라벨라의 카드가 왜인지 모르게 무겁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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