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305/337)

병합한 국가들에 차별을 엄격히 금하는 황제였지만,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남아있는 이름만 제국이라 불리는 로우 제국민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고 있었다. 황제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제국의 방향성과 동일했고, 바로 옆에 존재하는 제국민에게 공공연한 차별이 행해지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국가의 사람에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저 멀리 떨어진 동대륙은 어떠할까.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대놓고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속에서 의연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가노 나기사였다. 본제국도 아니고, 로우 제국 출신인 역사학자와 결혼한 동대륙인.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마레이였지만, 라벨라의 가정교육은 마레이에게 이것저것 지식을 잔뜩 주입하고 있었다. 반대급부로 모친의 자궁안에 정액을 잔뜩 주입하는 완벽한 교환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무심한 것은 무척이나 다른 이야기였다. 차오르는 숨을 겨우겨우 억누르고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멍하니 강의실의 중앙을 바라보는 아가노 나기사의 모습에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레이 드 파웬입니까? 늦으셨군요.”

또박또박 흘러나오는 대륙 공용어. 그럼에도 또박또박 발음하기에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게 어눌한 발음. 전에 보았던 것처럼 도복이라고 불리는 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아가노 나기사는 마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다른 교수들처럼 딱딱하게 수업을 진행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시간은 준수해주시길 바랍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아래에서는 갈색 끼가 보이는 검은색 머리카락. 둥글둥글한 얼굴 형태와 다르게 날이 선 검처럼 날이 선 눈매가 인상적인 미녀였다. 날카로운 눈매는 하늘을 비행하는 맹금류를 떠오르게 했다.

처음 라벨라를 만났을 때까 떠올랐다. 미인 양어머니라는 생각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자신을 훑어보는 그 눈동자는 산의 왕을 닮은 것만 같았다. 전혀 다른 사람이었지만, 예리한 눈매에 오히려 마레이는 친근감을 느꼈다.

“주의하겠습니다.”

“예, 대답은 마음에 드네요.”

나기사는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았다. 그저 마레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라벨라나 일리엔이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초리가 아니라 무엇인가 분석하려는 듯한 꼼꼼한 눈초리는 살겹이 하나하나 벗겨지는 듯한 착각이 들 것만 같았다.

“아, 실례했습니다. 이 학교에서 누구를 처음 가르치다 보니... 너무 의욕이 앞선 것 같군요. 검도 수업… 아, 정정하겠습니다. 기초 검술 수업이기도 하니까 일단 몇 가지 질문을 할게요. 검을 배운 적 있습니까?”

“배운 적은 없어요.”

사람의 시선이 움직일 뿐이었지만, 직접 매만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력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주 보아온 일이었지만, 단지 시선만으로 물리적인 접촉의 기분이 드는 것은 또 처음이었고, 낯설었다.

“검을 휘두르거나 사용해본 적은요?”

“그.. 친구들끼리 전쟁놀이 같은 거 할 때 해봤는데...”

“완전히 처음이라는 말이군요. 혹시 가문에서 검술 같은 게 있습니까?”

“......에.. 모르겠어요. 있을 것 같기는 해요… 배운 적이 없어서...”

라벨라가 검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벽장에 걸린 명검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는 것과 마레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실용적인 물건 이외에는 거의 사지 않는 라벨라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있을지도 몰랐지만 배운 적은 없었다.

“제국의 검술과는 다르게 제가 알려주는 것들은 많은 차이점이 있어요. 근본적인 차이라고 해야 될까.. 무엇이 우세하다 무엇이 좋다라고 할 수 없지만, 시작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검도 하나의 도구입니다. 동대륙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만으로 사용되었고, 서 대륙은 몬스터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로 발전되었기에 꽤나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 둘 배우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이야기는 차후에 했으면 좋겠습니다.”

존대였지만, 엄연히 선을 긋고 있었다. 더이상 묻지 말라는 일종의 명령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화가나거나 반발심이 들지 않은 신기한 어투였다.

“가문의 검이 있다면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검사로서의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자세뿐입니다. 물론, 기초 검술 수업이기에 이게 맞기는 하지만….”

나기사는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흰목덜미에 자꾸만 시선이 가서 마레이는 애써 그녀의 코와 입 주변에 시선을 묶어두었다.

화약 무기로 수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은 초인들의 존재였다. 화약 무기가 제한된 법칙 안에서 굴러가고 있었지만, 초인들이 쓰는 힘은 그 밖에 있었다. 마레이도 그저 일리엔에게 배운 이야기이기에 제대로 된 것은 알지 못했다.

“검을 쥐는 파지법과 걷는 법, 숨 쉬는 법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을 배운다 생각하고 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검을 이렇게 쥐어보세요.”

강의실. 허수아비가 잔뜩 서 있고, 타격대가 중간중간 비치되어 있는 넓은 공터가 펼쳐진 장소를 강의실이라 부르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마레이는 나가사가 가져다준 목검을 쥐어보았다.

“핵심은 검이 흔들리지 않게...”

중간중간 마레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오고갔지만, 중간중간 재점검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의 뜻이라도 전부 전달한 나기사가 말이 끝난 것은 막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릴 무렵이었다.

그리고 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하얀 머리카락이 작게 흔들리고, 노란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기사 교수님, 학생 좀 빌려 가도 되겠습니까?”

“쉬는 시간인데 마음대로 하시지요. 제시간에만 돌려보내 주세요. 이하운씨.”

이하운이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빠르게 마레이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자신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우리 밖에서 잠시 이야기좀 할 수 있냐?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시간좀 내줘라.”

“네? 아, 네….”

갑작스레 나타난 이하운의 모습에 마레이는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이하운의 손에 이끌려 교실밖으로 강의동 주변에 있는 카페에 앉혀지는 것도 순식같이었다.

“뭐 마실래?”

“아무거나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제일 비싼 거 두 개 줘. 갑자기 불러내서 당황스럽지?”

이하운이 옆 머리카락을 빙빙 꼬고 있었다. 자신도 지금 이 자리가 편하지 않은지 조금은 초조한 기색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세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이상하게. 아니 진짜 이상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개인사정이라 생각하고 이해해줘. 나도 지금 어린애에게 이런 말 하는 게 진짜 창피해서 죽을 것 같거든?”

이하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라든지,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누나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더 그녀를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니까…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말한다? 아우… 므랑데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좀 물어봐도 되냐?”

“멜란이요?”

이하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상기한 붉은 뺨과 꽉 다물어진 입술이 보였다. 방금전에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횡설수설하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무표정으로 마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레이도 위아래로 잡아당겨 찢어놓은 듯한 동공을 담아낸 금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왜 므랑데에 대한 이야기가 이하운의 입에서 나왔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이하운이 왜 이런 말을 꺼낸 것조차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같았다.

“말하고 싶지 않아요.”

“........마레이.”

이하운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녀가 살짝 인상을 찌푸릴 뿐인데도 마레이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아니, 숨을 쉬는 게 버겁다고 느끼고 있었다.

온몸의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듯한 환영이 보인다.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움츠렸고, 워낙 큰 움직임에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길게 끌리며 괴로운 울음소리를 크게 터트렸다.

이하운이 마레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니, 아니. 착각이었다. 이하운연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만 마레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팔다리가 묶인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마레이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부르르 떨리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적의, 살의, 각종 부정한 감정들이 마레이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온몸의 소름이 돋았다.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는 날씨였지만 한겨울보다 더욱더 아리게 냉기가 마레이를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순간 모든 게 사라졌다.

“.....감정조절조차 못 하는 거냐, 이하운. 하, 제기랄…. 마레이 드 파웬. 이건 내가 잘못했다. 미안해.”

이하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거칠게 헤집으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마레이에게 하는 욕설이 아니라 자신에게 내뱉는 가차 없는 욕설들이 잠깐이나마 이어졌다.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라서 그래. 더이상 누구랑도 싸우지 않는 내가 진심이 될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

“전 잘 모르겠어요.”

이하운은 마레이가 귀엽다는 듯이, 아니. 같잖다는 듯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스스로의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잔뜩 억눌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잘 모르겠다는 건, 조금은 알고 있다는 거라는 거 알고 있냐?”

마레이는 이하운의 노랑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눈동자를 보았지만,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마레이는 왜 므랑데의 이야기가 갑자기 나왔는지, 이하운이 갑자기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다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므랑데와 제 일인데.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왜 이하운 교수님이 이런지 모르겠어요.”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고, 내가 오지랖 부리는 것처럼 보이.. 오지랖을 부리고 있네. 그래, 그건 인정할게. 그냥, 딸아이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어머니라고 좀 이해해줄 수 있냐?”

이하운도 자신의 말이 이상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말하는 중간 마레이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속 시선을 피한 채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다만, 그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입술을 악물고 겨우겨우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긴 문장이 되자 마레이도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갑자기 드는 의문에 말을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므랑데의 어머니셨어요…?”

“아니, 아니. 하프도 아니고 종족 자체가 다르잖아!! 그냥…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고 말해주면 안 되는 거냐.”

이하운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녀의 눈동자에 흘러나오는 감정이 무엇인지 하나도 알 수 없어도. 이상하게 그렇다고 마레이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하운 교수님이 멜란을 엄청 걱정하고 돌봐주시는 건 알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셔서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시면 어떤 말을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할 말이 있다면…”

“있다면?”

이하운이 되물었다.

“멜란은 뭔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요. 자신이랑 친해져서 좋을 게 없다. 그냥 잊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사라져서. 무엇인지 이야기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또. 그러네. 사실, 그 녀석이…”

이하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자신이 므랑데가 된 것마냥 변명을 내뱉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므랑데를 변호하고 싶어서 그녀는 선을 넘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므랑데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겠지만, 마레이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만.”

“아.....”

마레이의 거절에 이하운은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마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대답을 하지 몰라서 그저 반사적으로 웃는 것 같았다.

“교수님, 멜란의 관한 이야기는 멜란에게 듣고 싶어요. 멜란이 이야기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궁금하지만, 이하운 교수님께 듣는다면 그건 멜란에게 무척 실례되는 일이잖아요.”

이하운이 입을 꾹 다물었다. 노란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둥글게, 너무나도 둥글게 변해서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순한 얼굴로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허탈한 듯 허허 웃음소리를 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맞아…. 그래, 맞아. 그렇지. 네가 나보다는 낫네. 그래, 그래… 다음 수업에 꼭 나와라. 무슨 수를 쓰던지 내가 므랑데 그 애새끼를 꼭 데리고 나올 테니까.”

“네.”

이하운은 멋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 앞에 놓인 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아,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냐?”

“네, 얼마든 지요.”

“그래서. 그렇게 말한 므랑데에 대한 네 생각은 어떤지 물어봐도 되겠냐?”

“마레이 드 파웬은 미래의 이득 따위로 친구를 사귀지 않습니다. 그냥 므랑데랑 친구를 하고 싶어서 옆에 있을 뿐이에요.”

필리아가 해주었던 그 말이 여전히 마레이에게 짓눌린 채로 남아 있었다. 므랑데에게 곧장 해야만했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것이, 그 당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씁쓸한 뒷모습만 남았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기에.

자신이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준 필리아의 말이 계속해서 마레이의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하운의 물음에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래. 수업 잘 받고, 내일 만나자. 오늘은 내가 크게 실례했어. 죄송했습니다. 마레이 드 파웬.”

이하운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이하운 교수님. 저는 기쁜걸요. 므랑데에게 이렇게 멋진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해요. 저도 이하운 교수님과 같은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사람 부끄럽게 하네….”

이하운은 뺨을 긁었다. 마레이는 진심이었다. 물론 자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쌍둥이 엘프들은 선생이라기보다는 암컷에 가까웠다. 줄리아는 멋진 여인이었지만, 솔직히 선생님으로서 어떠냐고 물으면 아직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첫날에 무방비한 자궁 안에 잔뜩 질내 사정을 하느냐 수업을 듣지 못했고, 그리고 다음 수업은 북부 전선에 파견을 나가느냐 수업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음에는 북부에서 돌아온 줄리아와 육체로 대화를 나누고,  무어라 이야기할 틈도 없으니 에르덴에게 납치(?)되어버렸으니까.

“너라면 달라질 것 같아. 믿고 싶어. 므랑데는… 내 아이 같거든.”

하복부, 좀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배꼽 밑. 짐승에게 뜯겨진 것 같은 상처가 드문 보이는 부위를 매만진 이하운은 무엇인가 골똘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하하,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야, 꼬맹이. 꼭 나와주는 거다? 알겠지? 나 믿고 있으니까!! 아프더라도 나와! 병원에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다, 간호까지 해줄게!! 진짜, 진짜 못 나올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하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한 이하운이 떠나고 곧이어 수업의 예비종이 쳤다.

강의실이라 불리는 수련장에 도착한 것도 종이 한 번 더 친 이후였다. 나기사는 시간엄수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하운을 생각하는 것인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발의 보폭은 자세가 무너지지 않은 정도….. 파웬 학생은 엘프와 연이 있나요?”

“예? 아, 네...”

갑작스레 나기사의 질문에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를, 그것도 쌍둥이 엘프를, 그것도 이 학교의 교수로 있는 크사크루 자매를 애완 동물로 기르고 있었지만. 그것도 연이라면 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벼운 움직임이 엘프를 닮았네요. 나쁘다는 건 아니고…. 신기하네요. 그들의 움직임이라는 건 선천적인 것들이라 따라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니, 이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들과 같은데…..”

엘프들 특유의 발걸음. 나기사의 말에 의하면 보법이라고 부르는 발을 딛는 행동이 엘프를 무척이나 닮았다고 말했다. 이드리엔이나 일리엔에게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었기에 마레이는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활을 꼭 배워보세요. 순간 집중력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놀라울 정도에요. 특히 찌를 때, 환상적입니다. 창을 배워도 범인 이상의 재능을 보여주겠군요.”

동체 시력이나 유연함이라든지 민첩한 움직임에 칭찬을 하는 나기사 덕분에 잠시동안은 자신이 검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기사의 칭찬에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우쭐해지는 기분에 쑥스러워 웃어버렸다.

“다만, 검은…. 배우더라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찌를 때는 분명 엄청난 집중력인데, 이상하게 벨 때는...”

제 덩치에 걸 맞는, 그러니까 약골이라고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특정 부분에서 집중력이 문제점이라 지적하는 그녀의 말에 다시 침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근력은 지속적인 연습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찌를 때의 집중력은 확실히 독보적이니, 요령만 터득하면 전반적인 검술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줄 테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물론, 요령이라는 게 다음 수업일 수도 있고, 평생 안 될 수도 있지만...”

나기사 교수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하늘로 치솟다가, 다시 땅으로 처박히는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아마, 서투른 게 아닐까. 마레이는 조심스레 추측하고 싶었다.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무척이나 고되었지만, 시간만큼은 무척이나 빠르게 흘렀다. 익숙해진다는 말을 하루 만에 쓰기에는 부족한 게 많았지만, 기본적인 동작을 배우고 계속해서 교정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마레이도 주변을 신경 쓸 수 있을 정도의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자, 위아래로 베어낼 때 손목의 움직임을 잘 보세요. 빳빳하게 굳으면 제대로 된...”

검에서 시선이 떨어지고 나기사의 가느다란 손목이 보였다. 슬그머니 근육이 올라온 팔은 커다랗지도, 두껍지도 않았다. 건강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검을 쓴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호리호리한 몸이었다.

딱 벌어진 어깨도 아니었고, 타고난 근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흔들림 없는 눈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몇 번이나 ‘다시 해봐요’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검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하운이 즐겨 입는 운동복과 다르게 두꺼운 천으로 만든 도복을 입고 걸음걸이마다 마치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이어질 뿐이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검 끝에서는 이름 모를 꽃향이 났다.

나기사가 신기한 모습으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붉은 꽃 아래로 걷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집중하고 있나요?”

“아, 아, 그게. 그게….”

무엇인가 보였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등골까지 올라왔던 소름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어느새 꽃향은 사라져 있었다. 꽃비가 내리던 풍경이 사라져 있었다. 자신은 무엇을 본 것일까. 마레이는 뭐라 말해야 될지 몰라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기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기본을 잡아줄 뿐이고, 전반적인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성취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걸 명심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엄격한 나기사의 말에 마레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동안이지만 나기사가 마레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였지만, 고개를 숙인 소년이 볼 수 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고생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이 넘게 남았지만 나기사는 일방적으로 수업 끝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나서도 검사로서 가져야 되는 마음가짐을 20분 정도 이야기한 뒤에야 마레이를 풀어주었다.

검가 마음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문가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들어야 된다고 믿는 마레이였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검의 마음, 자신의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닦는 것. 좋은 말들이었다. 이해는 못 했지만….

검을 배우는 동안은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아가노 나기사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두꺼운 옷에 몸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시범을 보여줄 때마다, 맞닿는 도복 위로 드러나는 가녀린 몸매, 그리고 그런 몸매와는 연관이 없어 보일 정도로 도복위에 슬그머니 드러나는 단단해보이는 허벅지의 윤곽. 그리고 도복이 움직일 때마다 존재감이 드러나는 가슴 등이 떠올랐다.

“마레이, 정신 차리자…..”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마레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아름다운 여성들과 매일매일 육욕을 풀고 있는 마레이였지만, 자꾸만 다른 사람. 그것도 미인들에게 시선이 가는 것에 무척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라벨라에게도, 애완 동물인 쌍둥이 자매에게도, 줄리아에게도, 에르덴에게도 모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짐승 같은 욕구가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항상 자신의 육욕을 풀어줄 사람이 있길 바라는 못 된 상상까지 하고 있었다. 학교에 갈 때, 이드리엔의 차를 타고 일리엔에게 봉사를 받는 것도 생각해버렸다. 물론, 해달라고하면 해줄 것 같긴 한데….

부족한 자신을 사랑해주고 또 사랑을 갈구하는 미녀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 마레이에게 더 다른 사람에게 육욕을 느끼는 것은 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 본인을 타이를 때마다, 저 사람을 눕혀 자신의 페니스로 찔러 올리면 어떻게 울부짖을까 생각이 들면 자신이 한심스럽게까지도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서도 아직까지 시간은 남아 있었다. 줄리아보다 먼저 그녀의 연구실에 가서 깜짝 놀라게 해줄까 생각이 들어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어디서인가 낯선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낯설지 않았다. 그리운 방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울 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딸랑….. 딸랑….

길고, 그리고 묵직하게 퍼져나가는 소리가 환청일리가 없었다. 길을 지나치는 학생들은 무심하게 제 갈길을 갈 뿐이었다. 한참동안 주변을 살펴본 마레이는 이 소리를 자신만이 듣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보고 무엇을 찾느냐 묻는 친절한 학생에게 방울 소리가 안 들리냐고 물었다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듣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밖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환청이라 불러야 하는 걸까. 애써 무시하고 자리를 움직이면 될까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방울 소리가 익숙했다. 친숙하고 또, 그리웠다.

발이 제멋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풀 숲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작정 방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무를 지나치고 경사로를 지나쳤다. 얼마나 걸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알 수 없었다.

멍하니, 그리고 당연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붉은 도라이가 보였고,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새 신사에 도착해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셀 수 없는 많은 붉은 색 토라이가 산 아래로부터 이어져 있었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소리가 점차 커졌다. 아니, 가까웠다. 토라이를 지났다. 란이 있는 곳이었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더욱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신기하게 생긴 건물을 지나치자 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서, 마레이의 가슴에 간신히 올 것 같은 꼬마여우 소녀가 방울이 잔뜩 달린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찍고 있었다.

-쿵…! 딸랑... 쿵…! 딸랑…. 쿵…! 딸랑….

기도를 드리는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닥을 두드리는 지팡이. 그리고 한 박자 느리게 이어지는 방울소리가 그곳에서 났다. 마레이를 이끄는 방울 소리가 지팡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방울소리가 숲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리고 산을 타고 다시 되돌아왔다. 돌고 돌아, 되돌아오는 방울소리는 점차 희미해지다, 새로운 소리에 덧씌어진다.

란이 그곳에 있었다. 어머니의 스승님. 그리고 로렌이 왜인지 모르게 마레이와 이격시키려는 소녀. 소녀라는 말과는 무척이나 거리가 먼 나이겠지만, 마레이가 보기에는 마레이보다 어린 소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란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다.

금색의 짐승. 아홉 개의 꼬리를 달고 있는 작은 여우 소녀. 그러면서 어머니의 스승님. 작은 몸에서 나는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달콤한 향. 맨들맨들한 피부는 조약돌의 표면 같아, 물을 먹으면 빛을 반사할 것만 같았다.

맨살을 씹어보고 싶었다. 귀를 만지고, 꼬리를 끌어안고 품에 꼭 끌어안고 싶었다. 마레이는 고개를 거칠게 털어냈다. 방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스승님에게, 그런 사람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불경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기에, 불경하기에 더더욱 매혹적이게 다가왔다.

마레이가 지척에 왔음에도 란은 무엇을 그리 집중하는 것이 자신의 키보다 한참이나 큰 지팡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대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휘청일 것 같은 작은 몸이었지만, 대지 위에 당당히 서 있었다. 아니 땅을 짓누르고 있었다. 무척이나 작은 몸이었지만, 그 어떤 존재보다 무겁게, 그리고 강하게 땅을 짓누르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감추듯. 그렇게.

마레이는 자신보다 작은 여우 소녀의 모습에서 거대한 산맥을 보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아니, 산맥이 아니라 거대한 늑대였다. 여우일지도 몰랐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보일 것 같은 거대한 존재가 마레이 앞에 서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존재를 만지자, 거대한 짐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란의 어깨 위로 마레이의 손이 놓여 있었다.

“로렌, 제가 의식 중에는….. 마, 마레이??? 어, 어떻게 여기를…”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리는 란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방해하는 존재가 누군인지 확인하자마자 금색 눈동자가 이전에 없을 정도로 크게 떠졌다. 반쯤 벌린 입속에서 부드러워 보이는 설육이 보였다. 치아 위에 가지런히 놓인 분홍색 살덩어리에서 눈을 떼어내기 힘들다.

“방울 소리가 들려서 쫓아오니까. 여기였어요. 그, 죄송합니다… 올려고 했던 건 아니고… 방울 소리가 익숙해서, 그게 너무.. 뭔가, 그리워서...”

“그, 그래… 그렇구나...”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란이었다. 할 말은 많아 보였지만, 당황한 듯 그녀는 입을 다물고 조심스레 마레이를 볼 뿐이었다. 하얀 뺨을 옅은 분홍색으로 물 들 것만 같았고, 호흡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숨결이 미묘하게 따뜻했다. 비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를 끌어안듯 붙잡았다.

“란님?”

“으읏…!”

란을 부축하듯 옆에 있던 마레이의 말이 란의 귓가에 직접적으로 속삭여졌다. 귀엽다고 하기에는 열락이 담긴 뜨거운 신음소리가 란의 입을 헤집고 나왔다. 란은 놀란 듯 꽉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놓고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가린다.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 모습은 큰 실수를 저지를 아이와 같았고, 애달픈 소리로 울부짖는 침대 위의 여인의 모습과도 같았다. 두 가지 모습이 비춰보이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몸의 상태가 좋지 못 한 것 같구나.”

거짓말이었다. 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애써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였다. 마레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거짓말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방금 느낀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

더럽고, 추잡하고, 그리고 끈적한 욕망이 마레이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스승님을 넘어뜨리라고. 스승님에게 자신의 이름을 울부짖게 만들라고.

“괜찮으세요….?”

쿵쿵 뛰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마레이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리운 사람. 어머니의 스승님. 아주 오래된 신님. 그런 단어들을 하나하나 열거해보았지만, 욕망이 억눌리는 대신 더욱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그래, 괜찮...으읏…!”

거짓말하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귓속으로 작게 바람을 불었다. 란의 몸이 크게 움찔 떨리며,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자신을 쫓아낼 때부터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마레이는 확신이 들었다. 이 자그마한 육체가 자신을 원하고 있구나. 스승님은 자신에게 안기고 싶어서 지금 어쩔 줄 몰라하고 있구나.

우쭐한 마음도 잠시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레이를 억누르던 모든 감정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죄악감은 곧장 정복욕으로 바뀌었고, 역겨움은 배덕감으로 이름을 바꾸어 마레이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란님?”

“아우으….. 괜찮아.. 정말아아알…… 흣..!”

혀가 꼬인 것처럼 말을 길게 늘어뜨리고, 숨을 허덕이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부축하던 손을 조금씩 밑으로 움직여 그녀의 작은 가슴을 슬그머니 움켜쥐어보았다. 얼굴을 붉힌 채 반항하지 못하는 작은 신님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심스레 그녀의 몸을 더욱더 강하게 잡아당겼다.

본인은 알 수 없었지만 마레이의 입꼬리가 비틀릴 정도로 웃고 있었다.

“올 줄 알았다면 먹을 것이라도 구해올 것 그랬구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괜찮아요. 이런 것도 다 좋아하거든요.”

란, 그리고 로렌과 마레이 셋이 만났던 방에 마레이는 앉아있었다. 이전과 다르게 어디서인가 가져온 지 모를 고급스러운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란은 간단한 씹을 거리라며 마른 과일을 가져와 마레이 앞에 놓았다.

전부 맛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단맛이 조금 느껴지긴 했다만,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씹는 용도였다. 매일매일 어디선가 과자나 싱싱한 과일을 들고 오는 일리엔 덕분에 장벽에 있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먹을 만한 간식들에 그다지 기쁘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 라벨라의 대한 이야기, 오늘 검을 배운 이야기, 아세멜트 교수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었다. 다만, 란은 마레이의 바로 옆에 앉아있었고, 초조한 듯 마레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하지만 귀여웠다.

무엇인가를 원하는 듯한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신사로 들어오는 내내 란의 가슴을 슬그머니 매만지던 마레이는 신사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거짓말처럼 란을 만지는 것을 곧장 멈추었다. 이대로 해도 되는 걸까. 내 착각이 아닐까. 생각에 마레이는 조심스레 스승님을 관찰했다.

다행이도, 처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듯한 표정의 란에 멈추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란은 지금은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로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마레이를 바라볼 수 있는 맞은 편에서, 간식거리를 가져온 이후에는 바로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작은 여우 소녀의 모습은 생각보다 귀여웠고, 또 사랑스러웠다. 작은 키와 다르게 성인의 인체비율을 가져 이질감과 함께 검은 욕망을 더듬게 만드는 몸은 관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눕혀서 자신의 이름으로 울부짖게 하고 싶을 정도로.

“입에는 맞는 게냐? 먹을 만 하나…?”

란의 물음에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란을 어떻게 할까라는 게 지금 어린 소년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 차 있었다. 당장이라도 밀어 넘어뜨리고 손목을 잡고 목에 입을 맞추며 애써 안되는 척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 같았다. 귀여운 목소리로, ‘안 된다. 하지 말거라. 안 된다.’ 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다리를 벌려 자신에게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니, 욕망을 참지 못하고 란이 자신을 밀쳐내 올라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끈적하고 관능적인 모습을 상상하자, 저도 모르게 로렌의 모습이 떠오른다.

란을 넘어뜨리고, 란을 이용해서 로렌을 넘어뜨리면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까. 그 도도한 얼굴이 잔뜩 찡그려질까, 아니면 싫다고 하면서 자신의 물건을…..

“마레이?”

“네, 네? 아, 죄송합니다. 그 못 들었어요. 다, 다른 생각을. 생각을 하느냐..!”

란의 목소리에 마레이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의식의 흐름이 제멋대로 흐르고 있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전혀 상상도 하지 않을 그런 역겨운 상상이 제멋대로 따라 흐르고 있었다. 포식자처럼 끊임없이 피식자를 먹어 치우는 그런 욕구가 왜인지 모르게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라벨라나 에르덴의 교육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상상도 못 한 채. 소년은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인은 영영 알지 못하겠지만.

“어디 아프니?”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묻는 란의 모습을 보면 마레이가 아니라 그녀가 환자였다. 지금은 눈앞의 여인에 집중할 차례였다. 자신을 억누르던 수많은 감정이 타올라 더욱더 거칠고 뜨거운 욕망을 토해내게 만들고 있었다. 란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린 손을 쉴 새 없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고 또 억누르는 란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자신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가볍게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경계하지 않도록. 이드리엔이 말했던 것처럼.

“란님.. 꼬리 만져도 될까요?”

꿀꺽. 란의 목울대가 슬그머니 움직였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결은 무척이나 뜨겁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슬그머니 입을 벌리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모습에 마레이는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란의 귓가에 속삭였다.

“란님의 꼬리 만지고 싶어요.”

“흐윽…! 나, 나는….”

귓가에 속삭이자 란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흥분하고 있구나. 마레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상하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쓰러질 것처럼 란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바닥에 손을 대고 간신히 몸을 지탱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응? 란님, 란님 꼬리를 만지고 싶어요. 입으로 물어보고 싶고.. 또, 또...”

“하아아양….. 그, 그만… 그만…”

짐승이 된 것처럼 낮게 울부짖은 란의 입에서 쉴 새 없이 그만이라는 말이 기도처럼 반복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고해하듯이, 누군가에게 죄의 댓가를 치루게 해달라는 듯한 고해였다. 신사에 오면서 가슴을 슬그머니 주무르며 늘려놓았던 옷 사이로 단단하게 발기한, 무척이나 앙증맞은 분홍빛 유두가 보였다.

입안에 넣고 굴리면 어떤 표정으로 울부짖을까.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음을 터트릴지도 몰랐다.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마냥 마레이는 란을 가지고 이런, 모든 행위를 해보고 싶었다. 다만, 그건 조금만 더 뒤로 미뤄도 괜찮았다.

“응? 란님, 부탁이에요. 네? 란님?”

란님, 란님, 란님. 마레이는 란의 귓가에 쉴 새 없이 그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바람을 불어넣어 파르르 떨리는 여우귀속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욱여넣고, 바람을 불어 간지럽히기를 반복했다. 숨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질 정도로 란의 호흡이 거칠게 변해간다. 붉은 하카마 너머로 부르르 떨리는 허벅지의 움직임이 보였다.

“마, 만지게 해줄 테니까.. 그, 그만… 제발.. 제발 그만… 귀는.. 귀는.. 으읏.. 응.. 응..!”

란의 몸이 쉴새 없이 부르르 떨렸다. 란이 입은 붉은 하카마 위로 검은색 얼룩이 조그만하게 퍼져 있었다. 아니, 점점 늘려가고 있었다. 귓가에 속삭여주는 것만으로 젖어 들다니, 라벨라랑 비슷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제는 크사크루 자매랑 비슷하다고 말해도 될 것 같았다.

젖어 든 얼룩은 손을 대면 그 열기에 화상이 입을 것처럼 뜨거울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과 헤프게 벌려진 입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입안에서 갈 곳을 찾지 못 한 분홍색 혀가 끈적한 실을 입안에서 만들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지금 당장일 뿐인 짧은 순간만을 겨우겨우 모면한 란은 숨을 간신히 고르고 있었다.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선택이 더욱 그녀를 처참한 꼴로 만든다는 것을 생각도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그녀는 이상야릇한 감각에, 기대감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란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레이는 절정으로부터 몸을 수습하는 란에게 쉬는 시간 따위도 주지 않고 곧장 그녀의 뒤로 가 부드러운 꼬리를 매만졌다. 부드러운 감촉에 매만지던 이전과 다르게, 모친을 비롯해 여러 여인들의 몸을 다루던 것처럼 거칠고 부드럽게. 그리고 관능적이게.

마레이의 손길에 의탁하듯 기대오는 꼬리를 잡아다 마레이는 약하게 깨물어보았다.

“아읏…. 그, 그렇게 만지면…. 흐히힛..! 깨, 꺠물면.. 흐으읏… 아응… 아앙, 앙…!”

부르르 떨리는 몸, 교태 어린 울음소리. 뒤에서 보아도 절정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보일 정도로 란은 허리가 활처럼 휘었고 몸이 위로 뛰쳐올라갈 것처럼 슬그머니 붕 뜨는 것처럼 움직였다.

“네? 란님 무슨 말씀 하셨어요?”

“아우으… 으으…. 아, 아무 말도 하아.. 하아.. 안 했으니까… 읏…!”

언제까지 란이 버틸 수 있을까. 마레이는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달래며 란의 꼬리를 이리저리 구부렸고, 그중 하나의 꼬리를 붙잡아 혀로 길게 핥아 내렸다. 혀끝에는 털이 얽히기는커녕 조금 상큼한 맛이 났다. 짐승을 닮았지만, 짐승을 닮은 형태를 할 뿐인 것 같았다. 마치, 먹기 좋게 포장된 것처럼.

“히야아아양! 으읏…. 으으… 으으으흐...”

흐느끼는 듯이 울부짖는 란의 모습에도 마레이는 계속해서 란의 꼬리를 집요하게 애무했다. 슬그머니 손을 뻗어 꼬리가 붙어있는 허리 주변을 매만지고, 뭉클뭉클한 엉덩이도 손아귀에 넣고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자그마한 몸과 어울리지 않는 무척이나 야한 엉덩이였다.

마시멜로 같이 손가락이 잔뜩 파고들어 가는데도, 탄력 좋게 손가락을 밀어내고 제 모양을 되찾았다. 중독될 것 같은 감촉이었다. 마치 자신의 암컷들의, 다 익은 암컷들의 몸을 닮아 있었다.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것도 집요하게,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란도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제자의 아들이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데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호통을 쳐 쫓아낼 수도 없었다. 직접적으로 마레이가 무엇이라고 말할 때까지, 그저 지옥 같은. 아니, 너무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란님, 땀이 흥건해요… 더우세요?”

“...으응…. 더, 더워어….”

차라리 지금 이시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말이 란에게 더 정확할지 몰랐다. 지금이 끝나고, 몸이 식었을 때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할지 두려울 뿐이었다. 마레이를 혼낸다면 그나마 자신의 몸을 추스를 수 있었지만, 이 어린 소년의 손길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이 두려울 따름이었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옷을 벗겨나가는 마레이의 손길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받아드리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아… 하아… 하아...”

란의 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옷은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속옷은 역시 입지 않고 있었다. 그게 무척이나 음란해서 혼을 잔뜩 내줘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도록 잘 교육(?)도 하고 싶었다.

“란님, 자, 손을 들어요, 벗겨야 되니까요.”

“네… 네에에….”

란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는 육체의 반응에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입가에서 침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어린 소년이 만족하고 끝내기를.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적당히 만족하 끝내기를.

그러면 전부 없는 척 연기하면서 웃을 수 있을 테니까. 로렌이 살아온 세월이 우스울 정도로 살아온 란이었다. 대부분의 일을 가슴으로 묻고 또, 없는 척. 감정을 이격할 수 있는 그녀였다. 다만, 몸 안에 날뛰는 흥분이 그녀의 관록을 짓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을 기다리겠지. 하지만 그건 안 된다.

자신의 제자의 아들. 그런 아이에게 옷이 벗겨지고 있었다. 상의가 벗겨지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신이 드러났지만, 수치심보다는 어서 빨리 자신의 몸을 만져주길 원하고 있었다. 이성이 녹아버릴 정도로 강력한 성욕이, 마레이를 원하고 있었다.

안 되는 건가? 어차피 이 소년은 자신의…..

란은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에 자신의 손이 제멋대로 덜 여문 둔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가락을 타고 흐를 것만 같은 금색 꼬리가 손아귀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털이 조금 흩날리기는 했지만, 마레이는 즐겁게 웃으며 란의 꼬리를 애무하기를 반복했다.

“란님 꼬리가 부드러워요.”

란의 몸이 움찔 떨렸다. 두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손을 움직이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만,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마레이가 란의 꼬리끝을 이로 잘근잘근 씹으며 쾌락인지 고통인지 모를 감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계였다. 한계라고 말하는 것도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몰랐다. 그만이라고 호통을 친다면 이런 못된 짓을 벌이는 제자의 자식의 행동을 막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인간의 아이였다.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서 마레이의 손을 붙잡고 작게 경고하는 것만으로 떨쳐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 더 만져줬으면 좋겠어요? 란님, 란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래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육체라는 것은 어차피 란을 묶어두는 족쇄에 불과했다. 미련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다. 원래라면 어린 소년에게 짓밟히더라도 별 생각하지도 않을 터.

“란님…?”

“으읏…. 그, 그대로… 조, 조그만 더어...”

귓가에 바람을 부는 소년의 행동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건 왜인지 란은 그 어떤 대답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혀가 잔뜩 꼬인 말이 자그만한 입 밖으로 끈적한 타액과 함께 질질 흘러나올 뿐이었다.

육체를 통제할 수 없다라는 말이 정확했다. 아니, 오히려 육체에서 뻗어 나오는 헤아릴 수 없는 쾌락이 정신을, 영혼을 물들인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몰랐다. 하얀 피부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이 곧장 흘러내리고 있었다.

작은 몸 위로 짙은 색기가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땀을 머금은 하얀 피부는 새하얀 도자기를 닮아서 방안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것만 같았다. 만지면 그 특유의 맨들맨들한 질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

“흐으읏…! 읏..!”

척추 선을 훑는 어린 소년의 손길에 란의 여린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입을 벌리고 자신의 감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고 있었다.

도자기 특유의 질감이 아니라 부드러운 살결과 살가죽 아래로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척추들의 감촉에 마레이는 다시 한번 란의 등을 쓸어올렸다.

“힛….! 키으읏…!”

란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꼬리가 빳빳하게 굳어서 마레이를 파묻을 것처럼 부피를 잔뜩 늘린다. 만지면 만지는 대로, 귓가에 속삭이면 속삭이는 대로 허덕이는 란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더이상 어머니의 스승님이나 그리운 존재라는 의미가 희미해져 있었다. 아니, 그런 의미가 마레이를 더욱더 끈적하고 추잡한 욕망의 절벽으로 자신을 밀고 있었다.

자그마한 손이 허벅지 위에서 파르르 떨리다가, 아랫배 쪽으로 움직이다, 다시 허벅지로 돌아와 소매를 꽉 붙잡는 모습에 마레이는 란의 등을 훑으며 그녀의 손을 슬그머니 밀어 비부 쪽을 향하게 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들뜬 울음소리를 내는 란이었지만,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 속에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를 마레이는 놓치지 않았다.

“란님, 너무 좋아해요. 란님이 제일 좋아요.”

마레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제일이라는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또 자신이 제일이 아니라는 것조차 란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거짓말임을 알아도 몸이 파르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서로에게 꽉 맞물려 있던 허벅지가 스스로 벌어지고, 자위를 해보라는 듯이 손을 중앙으로 내모는 마레이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란의 얼굴은 정말로 엉망이었다. 입가에는 침이 질질 흘러서 턱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커다란 눈망울에서는 이미 눈물이 흘러나와 볼을 적시고 턱에서 타액과 잔뜩 섞여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엉망인지 란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정말로, 그걸 원하냐고 묻는 것처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마레이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진하게 웃고 있는 얼굴은 란이 가장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어째서인지 침을 뱉을 수도, 욕을 할 수도 없었다.

다만 몇 번이나 마른 침을 삼킨 그녀는 원래 있던 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리고 아주 느릿한 속도로 자신의 자그마한 손을 천천히 붉은 하카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읏..!!”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는 쾌락에 란의 몸이 슬그머니 허공에 뜰 정도로 크게 움찔였다. 다만 꼬리를 꽉 붙잡고 여전히 끈적한 손길로 자신을 매만지는 마레이 덕분에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쳤지만.

“란님? 어디 아프세요?”

마레이의 목소리가 또다시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린아이가 감히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방금전에 말도 안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던 장소를 항해 다시 한번 하얀 손을 슬그머니 움직였다. 좋다. 좋아.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붉은 하카마, 그리고 새하얀 팬티 사이위로 느껴지는 맨들맨들한 감촉. 그리고 조금 더 손을 움직이면 꽉 닫힌 둔덕이 느껴졌고. 란은 숨을 겨우겨우 내뱉고 다시 한번 꽉 닫혀 버린, 그러나 갈라져 있는 살덩이 속으로 손가락을 슬그머니 밀어 넣진다.

“키이이히힛..!”

란 스스로도 자신이 내뱉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친 울음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쾌락은 저주와도 같았다. 자신을 좀먹고 있었다. 다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니,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어린 소년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는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소년이 바라는 대로. 아니, 자신의 욕망이 속삭이는 대로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말하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몇 배나 기분 좋은 쾌락이 란의 자그만한 몸을 짓이기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보고 침을 삼키며 욕정하고 있는 마레이의 뜨거운 눈빛에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하…. 하…! 하….. 아.. 아아...”

란의 눈동자가 크게 떠지고, 입 밖으로는 바보 같은 목소리가 드문드문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가락을 억지로 밀어 넣어야 될 둔덕이, 활짝 벌려지며 질척한 액체를 거칠게 뿜어지는 감각에 란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이건 쾌락이라는 단어로 단순히 말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이 어린 소년의 몸에서 여러 여성의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몰랐다. 아니, 당연했다. 이런 감각을 느끼게 한다면 그 어떤 존재가 이 소년에게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난다는 말조차 어폐였다.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걸할 터.

“란님? 란님? 란님~?”

내 이름을 부르지 마.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절정에 달한 몸이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일 리 없는 둔덕이 제멋대로 벌어지며 끈적이는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다. 단지 이름 한 번 불리었다는 사실만으로 끝없는 쾌락의 지옥에 끌어내려 지고 있었다.

“끄읏…. 귓가에… 소, 속삭이면….히이잇..!”

축 늘어진 여우 귀에 뜨뜨 미지근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끈적한 설육이 귀를 헤집자 란은 몸을 벌벌 떨면서 오늘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절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빳빳하게 굳은 몸이 천천히 풀리면, 온몸의 모공에 땀이 줄줄 새어나가는 느낌에 란은 다시 한 번 몸을 축 늘어뜨렸다.

다만 끝까지 꼬리를 붙잡고 놓지 않는 어린 소년의 손길에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겨우겨우 앉아있을 뿐이었다.

“란님 계속 만질게요… 네? 괜찮죠?”

“아…. 우으….. 네.. 네에.. 네…..”

입 밖으로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어린 소년의 숨결이 몸을 타고 흐를 때에도, 꼬리를 매만지는 손길 하나에도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신을 담아둔 육체였다. 숨을 못 쉰다고 죽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란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거대한 쾌락이 란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은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너무 놀란 몸이 제멋대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전부 쓸모가 없었다.

저주라고 할 수 있을까. 란의 의식이 중간중간 끊겨 제대로 된 사고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바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있는 대로 수분을 전부 흡수했던 하카마는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몸을 들어 올린다면 바닥은 애액이 눌러붙은 자국이 있을 것만 같았다.

“란님… 매일매일 이렇게 꼬리 만져도 될까요?”

“으으으…… 매일…? 그, 그러면… 흐읏…! 아우으으…. 네, 네에… 매일매일… ”

그러니 제발.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사랑했던 제자의 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웠다. 자신을 어떻게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싫지 않았다. 아니, 좋을 지도 몰랐다. 그래, 좋았다. 인정하자. 그런 생각을 할 수록 몸이 떨림이 더욱 심해졌다. 비부를 간신히 만지던 하얀 손가락이 대담하게 둔덕을 벌리고 끈적한 젤리처럼 엉겨 붙는 살덩이 사이로 밀고 들어갔다.

“아아아아앙…!!”

란은 숨길 생각도 없어진 것처럼 거칠게 애수를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몸이 축 늘어졌다. 마레이도 더이상 란을 붙잡지 않았고, 란의 몸이 제멋대로 앞으로 구부려지고 자연스레 어린 소년을 향해 엉덩이를 내민 형태가 되었다.

‘이제….’

치마속에 두 손을 넣은 채로 란은 어린 소년에게 자신의 몸을 진상하듯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면 매일매일 찾아올게요. 란님?”

“아우……….. 으응… 네에...”

다가올 새로운 쾌락을 두려운 듯 몸을 바르르 떨며 기대하고 있었지만 마레이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란의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바닥에 달라붙은 고개를 슬그머니 마레이를 향해 돌려보았다.

바지 위로 거대한 페니스가 윤곽을 비치고 있었지만, 마레이는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웃고만 있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듯 모습을 보이는 마레이의 행동에 란의 몸은 달아오르는 것보다, 더욱 빨리 식어버렸다. 아직도 꽉 닫힌 둔덕이 제멋대로 움직여 스스로 벌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눈앞의 소년이 달려들었다면 못이기는 척, 아니 기쁜 듯이 다리를 벌릴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소년의 모습에 란은 자신이 모든 걸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란님? 괜찮아요?”

로렌의 생각조차 읽을 수 있던 란이었지만, 지금의 마레이를 분석할 수 없었다. 이성으로는 마레이의 우스운 도발과 행동을 이해했지만, 마음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너무나도 격렬하게. 알면서도 속을 정도로…

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런 그녀의 아이에게 스스로가 다리를 벌리다니. 마리에 대한 모독이었다. 란은 옷을 겨우겨우 추슬렀다. 마레이의 눈동자에 담긴 끈적한 욕망에 도발하듯 옷을 슬그머니 걸쳤다.

정말로 이게 끝이라고? 란은 되물어보았지만. 란의 안부를 묻는 소년의 모습을 보면 정말 끝인 것만 같았다. 짙은 아쉬움이 그녀의 그림자에 눌러붙어 무어라 자꾸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 이걸로 끝이구나.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아쉬움이 더욱 짙게 남았다. 란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물잔에 손을 뻗었다. 진정하기 위해 물을 마시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덜덜 떨리는 손이 자연스레 컵을 놓았다.

중력을 따라 떨어지는 물이 애액으로 잔뜩 젖은 붉은 하카마 위에 뿌려진다.

“.....물을 흘렸구나… 옷을 갈아입고 오마.”

란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마레이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저 구실에 불과했다. 자신을 잡아달라고. 거짓말이라고 비웃으라고. 하지만 마레이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정말로 끝이구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자신은 그게 더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눈동자에 담긴 그것이 문제였다. 아니, 자신이 문제구나라는 걸 깨달은 란은 이를 악물었다. 옷을 갈아입고 왔음에도 마레이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초조한 눈으로 마레이를 흘깃흘깃 바라보아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년의 모습에 란은 잔뜩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감정을 품는 자신에게도, 이대로 끝을 내버린 소년의 모습에도. 아득해서 기억에 남지 않았던 감정들이 란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레이의 소매를 란은 잡을 수밖에 없었다.

“란님?”

의아해하는 소년의 모습에 란은 소매를 쥔 손을 놓았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잡았을 뿐이지. 어떤 의도도 없었으니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란의 모습,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로 청조하다고 느껴지는 그녀의 행동에 배덕감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란의 귀가 축 늘어졌다. 여우가 아니라 강아지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슬그머니 무릎을 굽히고 그녀와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무녀복 사이로 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손가락 끝을 대면 그대로 미끄러질 것처럼 땀투성이가 된 몸은 여전히 열기를 머금고, 더 뜨거운 사내의 열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대로 밀어 넘어뜨려도 괜찮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레이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웃을 뿐이었다.

“다음에도…. 또…. 또… 오거라…. 기다릴 테니까...”

마레이가 네라고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란은 기쁜 듯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소년이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평범하게 할 수 있는 기다린다는 말이 왜 이렇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지. 그녀는 내면에서 울렁이는 감정을 간신히 짓누르며 멀어지는 마레이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란의 끈적이는 눈동자를 애써 무시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마레이는 길게 숨을 들이마쉬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작고 어린 모습을 한 란을 보고 느꼈던 감정은, 그리고 했던 행동은 믿기지도, 실감 나지도 않았다.

꿈을 꾸듯이, 마치 누군가 속삭이듯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뿐이었다. 그것도 재미있다는 듯이, 기대된다는 듯이 말이다.

스스로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은 깨달은 마레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생각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에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라벨라와 자신의 집에 도착해 있었다.

습관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다녀왔어요.”라는 말을 내뱉고 현관으로 들어간 마레이의 눈에는 대부분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모친인 라벨라와, 일리엔과는 쌍둥이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자신에게 예속된 이드리엔이 마레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마레이. 데이트 할래?”

들어오자마자 마레이에게 끈적하게 달라붙는 이드리엔이 마레이의 귓가에 데이트라는 단어를 연호하며 속삭이고 있었다. 까끌까끌한 스웨터의 촉감도 잠시, 얼굴을 감싸는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야.”

이드리엔은 정말로 기쁜 듯 마레이를 꽉 끌어안았다. 절정에 도달할 때마다 몸이 으스러지게 끌어안는 정욕적인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게 끌어안은 애정어린 포옹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똑깥이 끌어안았다.

“네 엄마도 같이 데려가려는 데 괜찮지? 응?”

“네? 엄마도…?”

라벨라와 일리엔 두 사람과 고급 레스토랑의 룸에서 끈적하게 몸을 섞던 소년에게 두 여인과의 데이트는 처음은 아니었지만, 아직 익숙하다고 말은 할 수 없었다. 다만, 라벨라에게 응어리진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던 이드리엔이 먼저 라벨라를 포함한 셋이서 데이트를 나가자는 말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의 시선이 자연스레 라벨라를 향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라벨라의 모습에 라벨라가 여전히 연극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눈치 빠른 소년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평소에도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선호하던 그녀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실내에서 입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 라벨라. 벗어봐요. 아들에게 보여줘야죠?”

“큿…!”

약을 올리는 듯이 웃는 이드리엔과 분한 듯 소리를 내는 라벨라. 라벨라는 조심스레 바바리코트는 슬그머니 좌우로 움직여 보였다.

“어때? 섹스용 노예에게 딱 어울리지 않아?”

이드리엔이 마레이의 어깨를 붙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다만 목소리가 커서 라벨라에게 충분히 들릴 만한 목소리였다. 수치심에 눈을 감아버린 라벨라의 모습에 즐거운 듯 이드리엔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바바리코트 안에 라벨라는 검은 스타킹 이외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가슴을 강조한 듯, 그리고 음부를 강조하듯 밧줄로 묶여있었다. 야한 책에서 종종 나오는 귀갑 묶기로 묶인 모친의 모습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어때, 지금 한번 써볼래?”

써볼래. 이드리엔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아들에게 제 모친을 써보라고 쥐여주는 꼴이라니. 원래의 자신이라면 듣자마자 귀가 썩어버린다고 무시해버릴 이야기였지만, 허벅지가 덜덜 떨릴 정도로 흥분이 이어졌다.

침을 삼키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귀엽다는 듯이, 그의 귀를 슬그머니 입술로 물었다. 이런 어린아이가 뭐가 좋은 건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어떻든 좋았다. 라벨라만 제대로 조교 시킨다면 언니와 함께, 이 소년 아래에 깔려서 계속해서 있을 수 있다라는 사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침을 삼키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귀엽다는 듯이, 그의 귀를 슬그머니 입술로 물었다. 이런 어린아이가 뭐가 좋은 건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어떻든 좋았다. 라벨라만 제대로 조교 시킨다면 언니와 함께, 이 소년 아래에 깔려서 계속해서 있을 수 있다라는 사실이 그녀 앞에 먹음직스레 놓여있었으니까.

“내 선물 마음에 들어?”

이드리엔은 마레이의 뺨을 슬그머니 핥아 올렸다. 지금의 자신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가 알고 있었지만,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욕망에 솔직해지고, 자신의 속마음을 제멋대로 펼칠 수 있는 지금의 훨씬 좋았다.

“아우… 네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의 모습, 그리고 손이 잔뜩 부풀어 오른 하체를 슬그머니 가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끈적하게 설육을 나누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드리엔은 자신의 감정에 더이상 자책 따위는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욕망에 솔직했다면 지난 몇 주가 그리 괴롭지 않았을 텐데. 지금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았을 텐데. 그리고 이 소년에게 더욱더 짙은 사랑을 나누어주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그녀의 입술을 비틀린 듯 미소짓게 했다.

“자, 잠깐 이드리엔….!”

마레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이드리엔의 두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타구니를 가리는 어린 소년의 손을 밀어내고, 익숙하게 벨트의 한끝을 붙잡아 벗기고, 바지의 단추를 풀어내고 그대로 지퍼를 쭉 내렸다.

“이렇게 단단하게 발기했으면서.. 싫다고 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팬티를 찢어발길 것처럼 부출어오른 고간을 팬티 위로 꽉쥐며 천천히 쓸어올리자, 마레이의 발끝이 바닥을 밀며 슬그머니 붕 떴다. 마레이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두 개의 중량감 넘치는 가슴이 소년이 몸을 일으킨 만큼 위로 들어 올려진다.

“으읏…!”

“아들의 자지를 원해서 저렇게 빤히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데이트 전에 구멍에 한 발은 싸주고 가야, 진정한 효자(孝子)가 아니겠어?”

패륜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더러운 일을 효도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한 이드리엔은 두 손을 어린 소년의 팬티 속에 자연스레 집어넣어, 괴물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고기방망이를 끄집어냈다.

이를 악물고 있는 라벨라였지만, 바바리코트가 팽팽해질 정도로 좌우로 넓히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강조하듯 무릎을 살짝 굽히고, 아들의 정액을 몇 번이나 빼낸 가슴과 음부를 강조하듯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천박한 년. 이드리엔은 목에서 올라오는 욕설을 간신히 참아냈다. 아직 조교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으니 반발심을 키워주는 일은 자제해야만 했다. 물론, 전부 끝나면 매일매일 마레이의 엉덩이 구멍을 핥게시킨다던지, 집안에서는 언제나 네발로 기어 다니게 만들 생각이 가득했지만.

“자, 마레이. 어서… 맛있어 보이지 않아? 응? 저기 반짝이는 거 보여? 네 자지를 가지고 싶어서 벌써부터 보지가 푹 젖어있는 거야.”

품 안에 안긴 어린 소년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제대로 된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러니 처음에 모친을 범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겠지만. 침을 꿀꺽꿀꺽 삼키는 마레이의 몸이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드리엔은 소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이드리엔… 왜…?”

“내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그러면 내 부탁 하나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드리엔의 가느다랗고 하얀 손이 어린 소년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은 투박하고 거대한 검붉은색 고깃방이를 천천히 쓸어올리기 시작했다. 페니스의 뿌리까지 부드럽게 잡아  당기고, 귀두의 첨단까지 힘차게 밀어올리는 손길에 마레이는 몸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아으… 이드리엔…. 우우우…!”

-즉..! 쯔윽…! 즉..!

페니스의 첨단에서 쿠퍼액이 슬그머니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이드리엔은 익숙하다는 듯이 손바닥에 어린 소년의 쿠퍼액을 잔뜩 묻히고 페니스에 골고루 펴바르듯이 봉사를 이어나갔다.

“으으.. 이드리엔… 그, 그마아안….. ”

어린 소년의 애틋한 중얼거림에도 이드리엔의 손은 멈출생각이 없었고, 성숙한 여인의 몸에 틈이 없을 정도로 잔뜩 밀착된 소년은 더이상 움직일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발끝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이게 좋은 거잖아? 마레이? 응?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주는 게 좋지? 응?*

어린 소년의 거대한 페니스를 두 손에 쥐고, 슬쩍 몸을 구부려 소년을 꽉 끌어안는 것처럼 보이는 이드리엔은 마레이의 몸을 들어 올릴 기세였다. 그러면서 귓가에 쉴 새 없이 달콤하고도, 음란한 유혹을 이드리엔이 이어나가자. 마레이는 겨우겨우 숨을 내쉬며 거대한 양물을 펄떡이며 기분 좋은 봉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우… 이드리엔… 정말로.. 흐으읏… 으… 으….?”

사정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질 것 같은 이드리엔의 하얀 손이 마레이의 페니스에서 떨어져 나갔다. 허공에 반쯤 들린 채로,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여성에게 몸의 통제권을 빼았긴 채, 부유하던 마레이의 몸이 조심스레 바닥으로 착지한다.

기분 좋은 봉사가 전조도 없이 끝나자, 마레이의 입에서는 아쉬운 듯 신음소리를 냈다.

“내 부탁 들어줄 거야? 응? 마레이? 마레이도 잔뜩 즐기게 해줄 테니까? 어떄? 응?”

어린 소년의 페니스를 쥐고 흔든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 것인지, 잔뜩 홍조를 띠고 있는 이드리엔의 얼굴에는 끈적한 웃음이 질척하게 담겨있었다.

“해줄게… 해주게 할 테니까…”

좋아. 본능적으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소년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기대에 찬 검은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한번 불타오를 것같이 뜨거운 소년의 페니스를 두 손으로 맞잡았다.

“으으…..! 이드리엔.”

“너에게 최고의 밤을 선물해줄게.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도 말이야.

뒷말을 굳이 내뱉지 않은 이드리엔은 입을 벌린 채 허덕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고개를 깊게 숙여 자신의 혀와 끈적한 타액을 소년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도톰한 입술이 입가를 포옹하듯 감싸왔다. 자연스레 휘감기는 성인여성의 혀에 마레이는 입을 벌리고 탐욕스럽게 달라붙는 설육의 감촉에 페니스가 제멋대로 움찔거리며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의욕만 잔뜩 앞선 움직임이기에 몇 번 간지럽히고 꾹꾹 눌러주자 어린 소년의 혀의 움직임에 맞춰 간신히 따라오는 모습이, 자신의 페니스가 박히면 꼼짝도 못 하는 이드리엔의 몸과 꼭 닮아있었다.

“쯔으읍… 쯥..”

자신 있게 마레이의 입안에 혀를 밀어 넣고 타액을 주입하던 이드리엔이었지만, 길들여진 몸은 자연스레 소년의 혀가 자신의 입안에 들어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고. 끈적한 타액을 감사하게 빨아 마시고 있었다.

모친이 보는 앞에서 어린 아들을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슬그머니 벌어지고, 오늘을 위해 입었던 끈 팬티가 더이상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허벅지에 애액이 줄줄 흘러나올 쯤에 되어서야 이드리엔은 어린 소년과의 키스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더어.. 이드리엔.. 키스해줘.”

“라벨라… 이리 오세요. 와요, 와. 명령이에요. 빨리, 빨리. 오라구요. 빨리 오라고요!!”

이리오라는 이드리엔의 신경질적인 외침에 라벨라는 여전히 바바리 코트를 좌우로 펼치며 천천히 다가왔다. 자신의 몸을 어필하는 듯,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며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였지만 이드리엔조차 갈증이 나는 듯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자지를 핥아요. 빨리. 아드님의 자지를 핥으라구요. 라벨라 감찰국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요?”

이드리엔은 자신의 명령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즐거운 듯 작게 웃었다. 문과 그리 멀지 않은 복도에 이드리엔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벨라는 입술을 더욱 강하게 물고 있었다. 도톰해 보이는 입술 사이로 하얀 치야가 파고들어 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걸 보면, 오히려 자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헤프게 아랫입으로 울음을 터트리면서 말이야.

“아들의 자지를 빨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부터 꿇어야죠? 자자, 빨리요. 빨리 꿇어주세요. 감찰국장님. 부탁할게요? 마레이를 위해서 빨리 꿇어주세요. 저도 하고 싶다구요, 라벨라가 끝나야 제 차례니까. 부탁할게요. 진심이에요.”

라벨라는 여전히 바바리코트에서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언제나 현관에서 봉사했던 것처럼 자연스레, 그리고 정갈하게. 다만 수치심과 굴욕으로 얼룩진 표정일 뿐이었다. 좋아. 좋아. 이드리엔은 척추를 타고 오르는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레이의 페니스가 더욱 빳빳하게 굳어가는 걸 손안의 감촉으로 느낀 이드리엔은 기쁜 듯 작게 콧소리를 냈다.

“자, 빨리 빨아봐요. 라벨라가 제일 좋아하는 아들의 자지잖아요? 하얀 즙이 쭉쭉 나오게 해주세요. 저에게도 조금 나눠주셔야 해요?”

무릎을 꿇고 앉은 라벨라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이마에 페니스가 닿을 것만 같이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페니스였다. 입술을 깨물던 치아가 조심스레 떨어지고, 작게 벌려진 입술은 감탄과 탐욕의 한숨이 슬며시 새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 위로 페니스가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얼굴의 절반을 덮을 것 같은 너비, 숨 막히는 두께, 그리고 자궁구까지 있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길이. 그녀는 몇 번이나 마른 침을 꿀꺽꿀꺽 삼켜냈다..

“10초 줄게요. 그때까지 아들의 자지를 물지 않으면…. 알죠?”

라벨라와 이드리엔 사이에 모종의 계약이 있는 것인지. 이드리엔의 말에 라벨라는 자국이 남을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드리엔은 곧장 초를 세기 시작했다. 엘프 교수는 얄미울 정도로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

분한 듯 얼굴을 붉히고, 수치심으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달릴 것 같았지만. 라벨라의 보라색 눈동자는 여전히 마레이의 페니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숨이 턱하고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홉”

바바리코트에서 하얀 손이 떨어지고,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몸매를 얇은 바바리코트 하나가 반쯤 가려졌다. 라벨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린 아들의 페니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덟.”

느릿느릿 움직이는 손에 이미 몇 초가 지났지만 이드리엔은 아주 천천히 숫자를 세어나가고 있었다. 이성에 제지당하던 본능이 아슬아슬한 선 위를 걸어가는 라벨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며 곧장 본능에 빠져버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일곱.”

“으읏… 엄마...”

라벨라의 두 손이 어린 소년의 것이라고 믿겨지지 않은 거대한 페니스의 중간과 첨단을 꾹 쥐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어루어 만지는 것 같은 섬세한 손길이었지만, 방금전까지 거침없이 애무를 당한 페니스는 민감한 것인지, 모친의 손이 닿자마자 옅은 쿠퍼액을 라벨라의 얼굴에 뿌린다.

-쯔으즈즉…!

당황한 듯 라벨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하얀 정액으로 칠해진 얼굴은 이미 황홀하게 녹아내린다.

“여섯.”

이드리엔이 다시 숫자를 세자, 라벨라는 얼굴에 느껴지는 뜨겁고 황홀한 향을 뿜어내는 쿠퍼액의 감촉을 애써 무시하고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다섯.”

“으… 엄마… 빨리…!”

라벨라의 숨결이 느껴지자, 마레이는 몸을 더욱더 부르르 떨었다. 뜨거운 호흡이 페니스 부근에 닿자 마레이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모친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넷.”

“빨리 빨아줘.. 엄마.. 빨리..!”

모친의 초록색 머리카락을 강하게 움켜쥐고 자신을 향해 강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아들의 거침없는 행동에 당황한 것인지 라벨라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셋.”

“아아…. 아….”

입가에 닿을듯한 페니스에 라벨라는 입을 슬그머니 벌렸지만, 입안에 넣기에는 엄두도 나지 않은 거대한 페니스의 크기에 두려운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둘.”

“엄마, 빨리…! 빨리..!”

라벨라는 빠르게 침을 삼키고 입을 크게 벌렸다. 치아 사이로 끈적하기 이어지는 은빛 실타래가 슬며시 보였고, 입아래 잔뜩 눌린 분홍색 혓바닥을 본 마레이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자신의 허리를 모친을 향해 거칠게 내질렀다.

“우으읍… 읍…! 읍..!”

제대로 준비를 하고 페니스를 물어도 버거운 게 당연한 크기, 대물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아니 부족할 것 같은 고기방망이를 삼킬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찔러 넣어진다.

“우욱.. 웃.. 욱.. 우웁.. 웁.. 우욱..! 웁!! 웁..!”

라벨라는 반항하듯 머리를 뒤로 움직였지만, 어린 소년의 손은 괴로워하는 모친의 반응에도 그대로 모친의 머리를 자신을 향해 쭉쭉 잡아당기고 있었다.

벗어나지 못하고 손아귀에 비단같이 부드러운 모친의 머리카락을 잔뜩 움켜쥔 채로.

“하나… 벌써 엄마 입에, 안에 삽입한 거야? 욕심쟁이라니까 마레이는.. 후훗...”

광기라고 표현해도 부족한 패악의 현장에서 이드리엔은 흥분될 뿐이었다. 아들의 양 허벅지를 두 손으로 밀어내며,  버텨보려는 라벨라. 그런 모친의 반응에도 머리를 붙잡은 채 페니스를 밀어 넣는 아들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그만 지려버린다.

“크흐읍… 읍…! 으윽…! 윽..!”

“엄마 목 보지 가득 조여어엇..! 크흑…!”

아들에게 목 보지라 불리는 순간 라벨라의 몸의 반항이 순간 잦아들었고, 이미 수 십 번이나 비슷한 행위를 한 마레이는 그런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을 베테랑이 되어있었다. 그 짧은 틈을 타 거침없이 자신의 페니스를 모친의 목까지 박아넣었다.

“읏…! 으읏…! 읏…!”

마레이의 허벅지를 밀며 겨우겨우 버티던 라벨라의 양손이 힘을 잃은 듯 축 늘어지고, 아들의 다리를 쓸어내리듯 움직이는 두 손은 바닥에 힘없이 놓여진다.

-푹욱..! 푸우욱..! 푹..!

“아으… 역시 엄마의 입안은 최고야…!”

아무런 반항도 못 하게 된 것인지 라벨라는 마레이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로 도구처럼 사용된다. 아들이 모친인 자신의 입안을 범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겨우겨우 숨을 내쉬며 몸을 간신히 들썩거릴 뿐이었다. 다만 애액으로 반짝이던 초록색 수풀사이로 이제는 끈적이는 꿀물이 질질 새어 나와 바닥을 더럽히고 있다는 점이 다를까.

두 모자의 행위를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는 것인지. 이드리엔은 마레이를 옭아매던 손을 풀고 자신의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이게 최고였다. 봐도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았다. 평생, 평생 이렇게 사용해줄게. 라벨라.

이전에는 천박하다며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내버려 두었다면, 지금은 쾌락에 솔직해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제 파웬 모자의 집은 자신의 왕국이었다. 자신은 여왕이었고. 이 둘은 노예였다. 아니, 마레이는 자신의 대공이었으며, 대공의 어미는 씨받이었다.

“흐읍…. 으응, 으응.. 우웅..!”

일방적으로 목 안에 페니스를 삽입 당하던 라벨라도, 그동안 철저하게 교육(?)받아왔기에 자연스레 봉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목을 자연스레 앞으로 길게 빼내어 페니스를 더욱 길고, 깊게 받아드리기 시작했다.

“아우읏.. 엄마 목 보지.. 너무 좋아.. 으읏..!”

이제는 자신의 전부나 다름이 없는 아들의 페니스를 입안에 넣으면서, 라벨라의 뺨이 잔뜩 홀쭉해져 갔다.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모친의 행위에 마레이의 입에서는 들뜬 신음이 터져 나왔다.

초록색 머리카락 아래에는 연갈색의 바바리코트가 보였고, 그 아래에는 몸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나서, 풍만한 엉덩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검은 스타킹으로 둘러싸인 다리가 정갈하게 꿇어앉아 있었다.

“엄마.. 라벨라.. 으읏…!”

라벨라의 초록색 머리카락을 움켜쥐던 마레이의 손의 힘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본인이 라벨라를 움직이는 대신, 스스로 봉사를 해주는 모친의 움직임에. 어느새 소년의 두 손이 그저 머리에 얹힌 채로만 있을 뿐이었다.

입안에 잔뜩 고인 타액 사이로 페니스가 훑고 지나가며 입안에 마저 남아있는 공기를 빼니, 탁탁탁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읏… 아우.. 버, 벌써.. 벌써… 쌀.. 으읏..!”

점점 격렬해지는 모친의 봉사에 마레이는 라벨라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멈춰 세워보려 하고 있었지만, 라벨라에게 어린 소년의 손짓이 의미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드리엔을 역으로 길들일 계획 중이라, 적당히 그녀의 계책에 어울려주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으로 흥분한 것은 이드리엔 뿐만이 아니었다.

홀쭉한 입안에 단단하게 조여지는 입술 사이로 거대한 페니스가 쉴 새 없이 출입하고 있었고, 그런 분홍빛 입술 사이로 타액이 잔뜩 섞인 하얀 점액 덩어리들이 입가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우읏… 어, 엄마.. 처,천천히… 아으… 조, 좋아.. 아으읏..!”

조금 더 모친의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 탄력적으로 조이는 입안을 느끼기 위해 라벨라의 템포를 늦추기 위해 마레이의 손이 라벨라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려고 했지만, 어느새 양손은 라벨라에게 붙잡혀 있었다.

수십번 아들의 물건을 물고, 끝없이 아들의 씨앗을 삼켜나간 라벨라의 목은 이제 하나의 성욕 배출용 구멍이라 부르기 좋게 조교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탈이 나도 어디 하나 크게 날 법도 했지만, 드래곤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라벨라에게는 크게 무리가 있는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라벨라는 언제나 마레이에게 기분 좋은 구멍을 제공할 수 있었고, 사랑스러운 주인님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아가는 아들에게 여자를 다루는 법을 온몸으로 가르칠 수 있는 영광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더욱더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페니스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드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더더욱 강하게 어린 아들의 페니스를 빨아당기는 것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배려라는 일절 없는 이드리엔의 거친 수음에 잔뜩 흥분했던 페니스가, 이제는 모든 걸 감싸 안으면서도 사정을 하라 윽박을 지르는 것 같은 펠라치오에 순순히 정액을 내놓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우읏… 나아.. 나아앗…!”

욕망 그대로 마레이는 허리를 꼿꼿이 피고,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따끈따끈하고 끈적한 점액질 덩어리나 다름없는 정액을 그대로 모친의 입안에 게워내는 일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슈우욱…! 쀼우웃..! 뷰우우웃….!

일반인의 사정량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량의 정액이 거대한 페니스를 따라 그대로 뿜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곧장 받아마시지 않으면 양 볼이 불룩해질 정도로 거침없이 뿜어지는 어마어마한 양.

라벨라는 길쭉한 코끝을 마레이의 하복부에 닿을 듯 고개를 파묻었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정액을 끝임없이 받아마시기 시작했다. 지금 마시는 정액 한 방울이라도 자궁에 쏟아부어, 어서 마레이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했지만. 자신의 입과, 음부, 그리고 뒷구멍까지 모두 정액으로 채워 넣어야 만족하는 마레이를 생각하면 그런 욕심정도는 가뿐히 참아낼 수 있었다.

좀 더, 좀 더 이 소년의 물건으로 인정받고 싶다. 언제든지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은 어떤 짓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라벨라의 반짝이던 보라색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흐릿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사정을 멈출 생각이 없는 소년의 페니스를 라벨라는 더욱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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