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떨림이 심해지는 작은 여체. 질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혀조차 밀어낼 정도로 꽉 조여지기 시작한 살주름의 움직임에, 마레이는 란의 골반을 붙잡아 슬그머니 들어 올린 채로 더욱더 혀를 거칠게 움직여 스승을 관능의 저편으로 쭉 밀어붙인다.
어린 소년에게 들려 바닥에 닿지 않은 두 다리는 힘없이 좌우로 흔들거리고, 온몸을 지지하게 되어버린 가느다란 두 팔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쉴 새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 뺨에 닿는 살집잡힌 살덩어리의 감촉을 잔뜩 만끽하며 마레이는 고개를 간신히 내밀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있는 그대로 꽉 깨물었다.
혀를 더 이상 밀어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조여오는, 아니 이물질을 배제하기 위해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살단지의 움직임, 그리고 동시에 터져나오는 거센 애수가 큰소리로 울려 퍼진다.
“아.. 아… 아아아….! 흐햐야야야야양…!”
짐승처럼 울음을 터트린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슬그머니 몸을 더욱 일으켜 란의 질구에 입을 더욱 가져다 대며, 흘러넘치기 시작한 꿀물을 그대로 받아마시기 시작했다.
-쯔읍.. 꿀꺽.. 꿀꺽.. 꿀꺽…
미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 스승의 액체. 끈적했지만 목 안으로 넘길 때마다 속이 뜨끈하게 데워지는 미묘한 포만감에, 어린 소년은 더욱 정신없이 스승의 비부속으로 혀를 밀어 넣고 꿀단지 속 꿀을 더욱더 탐한다.
“아아, 가, 갔는데.. 갔는데… 그러면.. 아.. 아...”
“란님 맛있요. 쯔읍.. 란님 애액 맛있어요.. 꿀꺽.. 쯥… 쯥..쯔읍.. 꿀꺽..”
제자에게 작은 몸이 그대로 들려 골반 채로 붙잡혀 여성의 구멍이 잔뜩 개발당하다 못해, 이제는 흘러내리는 쾌락의 증표까지 쉴새 없이 빨리며 거칠게 헤집는 혀끝.
다시 한번 란의 관능의 표지 계가 한계를 넘어 드러눕는 것도 곧장이었다.
“제, 제발.. 마, 마시지마아아… 부, 부끄러워.. 부끄러우니까아아아아… 가, 가아아.. 가아아아아아앗!!!”
-쯕… 쯔윽.. 쯕.. 쯕으윽.. 쯔으으윽..!
하체가 완전히 들려 있는 상태에서 거대한 쾌락에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란의 두 다리가 좌우로 잔뜩 벌어진다. 그와 동시에 질구에서 거침없이 뿜어지는 애액 줄기. 일반 남성이 사정하는 것처럼 쯕쯕 뿌려지는 따뜻한 애액이 자신의 제자의 얼굴을 더럽히고 있음에도 란은 두 손으로 얼굴을 잔뜩 가린 채 절정에 달한다.
“아, 아, 안돼에에.. 머, 멈추지.. 멈추지.. 아아아아아…!”
어린 소년의, 그것도 자신이 제자로 받아들인 손주나 다름없는 아이에게 욕정을 느끼는 것으로 부족해, 이미 손가락으로, 혀로 절정에 도달한 란은 수치심과 알 수 없는 도착적인 욕망에 사정에 가까운 절정을 멈추지도 못한 채 강제로 휩쓸리는 거대한 절정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 아.. 아우으.. 우으으… 우… 우우...”
-쯔륵… 쯕.. 쯔으윽.. 쯔륵. 쯕.. 쯔으읏..!
다시 한번 질척한 분출. 마레이의 얼굴과 상의를 적셔버린 채로 란의 몸은 그대로 힘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허리가 잔뜩 붙잡힌 채, 축 늘어진 작은 여체. 발끝은 여전히 땅에 닿지 못해 덜렁거리고 있었고, 힘없이 떨어진 두 손은 주체도 하지 못해 애매하게 땅에 걸쳐 있었다. 성대하게 가버린 란의 모습에 마레이가 천천히 그녀를 내려놓자, 우선적으로 발끝이 땅에 닿고, 그 뒤로 팔꿈치가 바닥에 닿으며 무방비하게 엎드린 상태가 된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그저 힘겹게 숨을 들이쉬며, 쾌락의 여운에 허덕이는 란. 땀에 잔뜩 절은 몸 위로 금색 머리카락이 잔뜩 달라붙어 비단결 같은 장발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한쪽 발 끝에 아스라이 걸쳐 있는 하얀 팬티는 여전히 잔뜩 젖은 채로 바닥에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끈적한 액체를 게워내고 있었고. 작은 키와 맞지 않게 곧게 뻗은 두 다리는 이미 잔뜩 젖어 번들거린다.
힘없이 축 늘어진 꼬리들은 란을 붙잡아 들어올린 방향에 맞춰 허리 쪽으로 밀려 힘없이 축 늘어져 잔뜩 젖은 소매 위에 난잡하게 놓여져 있었다.
잔뜩 내밀어진 혀가 바닥에 그대로 닿아 타액의 웅덩이 한가운데 서 있다.
“란님?”
불러도 대답 없이 작은 등이 슬그머니 위로 올랐다가 내려앉길 반복하고 있었다. 호흡만 간신히 하며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의 부드러운 배에 팔을 걸치고 슬그머니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며 앉는다.
힘없이 축 늘어진 채로 어린 소년의 몸에 잔뜩 기댄 채, 붉게 물든 얼굴로 겨우겨우 숨을 허덕이는 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쾌락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의 자그만한 턱을 붙잡아 슬그머니 위로 젖힌다.
“아우우…?”
아직도 흐물흐물해진 의식을 붙잡지 못한 채 멍하니 마레이를 보는 란. 금색의 눈동자에는 눈물자국이 이어져 있었고,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술 주변과 턱은 잔뜩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가늘게 뜬 눈동자는 마레이를 올곧게 보고 있었고, 어린 소년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입술을 오므리며, 치아 사이로 분홍빛 설육을 슬그머니 내민다.
검지 끝으로 란의 입술을 슬그머니 매만지자, 작은 혀가 자연스레 빠져나와 손가락을 핥기 위해 움직인다. 그 모습에 마레이는 란의 부드럽고 또 따뜻한 입술에 자신의 입을 겹쳤고, 작고 따뜻한 느낌의 입술의 감촉에 자연스레 혀를 란의 입속으로 집어 넣는다.
그와 동시에 란의 몸이 크게 움찔이고, 두 눈이 동시에 커지며 서투른 손길로 마레이를 밀어낸다.
“아… 난.. 난...”
“란님 키스해줘요.”
자신의 등 뒤에서 턱을 붙잡아 올린 채, 말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란은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마레이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존경도, 경외도 한 줌 없는 검은 눈동자. 이미 그런 것을 전부 놓아버린 란이었지만, 검은 눈동자 위로 두려울정도로 가득 찬 애욕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정확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꽉들어찬 육욕의 덩어리. 그러면서 한없이 순수한 검은 눈동자가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마리를 닮아서 피할 수도 없었다. 눈동자 너머로 전해지는 육욕에 자신도 감응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오염된다는 말이 옳을 터.
“란님?”
“아아… 너는...”
눈동자 너머에는 옛 연인이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걸까. 란은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스스로의 입을 벌리고, 자그만한 혀를 길게 내밀며. 마레이의 머리를 감싸 안을 듯 가느다란 두 손을 길게 뻗는다.
스승에게 자신의 타액을 주입한 마레이는 고개를 더욱 숙여 란의 작은 코와 눈가를 아기고양이를 핥는 어미마냥 혀로 꼼꼼히 훑어 내린다. 그에 맞춰 여우 무녀님은 작은 혀를 길게 늘어뜨려 마레이의 이마와 얼굴을 샅샅이 핥으며 서로의 얼굴에 자신의 타액을 끈적하게 칠한다.
스승에게 자신의 타액을 주입한 마레이는 고개를 더욱 숙여 란의 작은 코와 눈가를 아기고양이를 핥는 어미마냥 혀로 꼼꼼히 핥아내린다. 그에 맞춰 여우 무녀님은 작은 혀를 길게 늘어뜨려 마레이의 이마와 얼굴을 샅샅이 핥으며 서로의 얼굴에 자신의 타액을 끈적하게 칠한다.
“란님.. 귀여워요.”
귀엽다는 말에 란은 기쁜 것인지 시선을 돌린 채, 입술 속에서 작은 혀를 하늘 높게 뻗는다.
“키스하고 싶죠? 네? 란님? 제 타액 잔뜩 먹여줄 테니까.”
길게 내민 란의 혀에 자신도 혀를 길게 내밀어 허공에서 설육을 교환한다. 마치 뱀이 서로의 몸을 부비며 교미를 하듯 끈적하게 달라붙은 혀가 이리저리 뒤섞이며 걸쭉한 타액을 만들어 중력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리고, 자연스레 란의 입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작은 손은 마레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어린 소년의 목에 뻗어 두 손으로 고정시킨다. 일방적으로 타액이 흘러내림에도 끈적한 소리를 낸다.
-츠.. 찌접.. 쩝.. 쩝.. 쯔접…
키스할 정도로 가까워진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서로의 입술을 맞대다가 거리를 떨어뜨림에도 두사람의 혀는 마치 하나가 된 것마냥 떨어질 기미도 없이 서로를 향한 애욕으로 결합되어 있었다.
서로를 탐한다는 말이 정확할까. 더욱더 혀를 마찰시키고, 있는 대로 타액을 흘려 넣기를 얼마나 했을까. 마레이는 조심스레 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을 떼어내고, 더욱 몽롱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란의 모습에 그녀의 턱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맛있어요? 란님? 네?”
“맛있어…. 마레이의 타액 좋아해요… ”
무엇인가 바뀐 것 같은 란의 모습에도 마레이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한번 입술을 가져다 대었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그녀의 모습에 슬그머니 바지 벗어 내리자 이제는 한계까지 발기한 자신의 물건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슬그머니 란의 오금을 잡아, 잔뜩 벌린 란의 다리를 가운데로 몬다.
“응… 으응… 응? 아….”
키스 중에 허벅지에 이상한 감촉을 느낀 란은 슬그머니 턱을 당겨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거대한 페니스를 보고 믿기지 않은 듯 키스도 멈추고, 작게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우람한 고깃방망이를 본다..
“움직여봐요, 란님.”
귓가에 속삭이는 어린 제자의 목소리에 란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허벅지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린 허벅지 살이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게 달궈진 괴물 같은 페니스.
여리지만 통통한 허벅지가 부드럽게 페니스를 감싸며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살집이 조금 늦게 뒤따라와 기분 좋은 자극을 전해준다.
“으으.. 좋아...”
-쯔으.. 쯔으.. 쯔윽. 찌뿝… 찝...
거대한 페니스의 첨단 끝에는 하얀 정액덩어리가 뭉글뭉글 뭉쳐 있고, 너무나도 굵고 기다란 막대기 부분은 여우 소녀의 허벅지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음액에 잔뜩 칠해져 번들거린다.
“이게 좋은 걸까….”
마음속의 중얼거림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란은 어린 소년이 바라는 대로 허벅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성스럽게 페니스를 애무해나가고 있었다.
가슴이나 엉덩이 골사 이와 다르게 미묘하게 차가우면서도 다리근육이 찰싹 달라붙는 감촉에 마레이는 기분 좋게 란의 봉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다음에는 라벨라에게 스타킹을 신기고 허벅지로 비벼달라고 할까라는 음란한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란님 더 빠르게요.”
“으응...”
제자의 재촉에 마레이의 품 안에 기대어 누우며 다리 끝으로 하체를 지지하는 자세로 몸을 움직이는 란. 질척거리는 액체가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비부에 페니스의 줄기에 맞대고 쯔윽쯔윽 소리를 내며 쓸어올린다.
뿌리까지 쓸어내리며 명치를 가뿐히 넘어서는 거대한 살막대기가 자그만한 스승의 허벅지 사이에 끼워져 펄떡펄떡 떨며 쿠퍼액을 질질 흘리기 시작한다.
“으으.. 좋아.. 란님 허벅지가 좋아서.. 우으으...”
“이런 걸 라벨라안에다가…”
뿌리까지 쓸어내릴 때 명치를 찍어 누를 것 같이 단단하게 발기하고 있는 페니스. 장신의 라벨라라고 하지만, 장신의 그녀의 배꼽까지 가뿐히 밀고 들어올 것 같은 우람한 크기에 란은 두려워 하는 것만 보였다.
“만져줘요 란님.. 빨리.. 빨리요.”
“이걸…. 만져달라는 거니...”
스스로 허벅지를 움직이며 어린 소년에게 봉사하고 있는 란이었지만, 짐승의 것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페니스를 직접 만지는 것은 거부감이 있는 것인지 아주 느릿하게 손을 뻗어 나갈 뿐이었다.
“냠.”
“흐이잇..!”
마치 애를 태우는 듯 느릿한 스승님의 모습에 마레이는 삐쭉 솟은 란의 귀를 거침없이 깨물었고. 란은 깜짝 놀라 몸을 들썩 들어 올리더니 손을 제빨리 뻗어 거대한 페니스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아아…”
“어때요? 감촉은?”
여린 두 손으로 페니스를 잡은 란의 여린 등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마레이는 잠시의 여유를 주지도 않은 채 스승님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다만 란은 페니스를 쥔 두 손을 떼어내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었고, 마레이는 재촉하듯 다시 한번 여우 귀의 끝을 치아롤 꽉 깨문다.
“흐읏… 읏.. 읏… 마, 말할 테니까.. 귀, 귀는.. 귀는… 으으…. 뜨, 뜨거워서.. 손안에서 두근거리고.. 뜨거워서..”
“뜨거워서요? 어떤데요? 넣으면 어떨 것 같아요?”
“이걸… 넣으면… 배 안이… 찢어질 걸….”
마치 뭐에라도 홀린 듯 페니스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하는 여우 무녀.
“그럼 찢어지나 넣어 볼까요?”
“이걸… 넣으면..”
란은 몇 번이나 마른침을 꼴깍꼴깍 넘기기 시작했다. 부르르 떨리는 몸은 무엇을 상상하는 것인지, 비부를 꼭 숨기고 있는 둔덕사이로 끈적한 액체가 질질 흘러 나와 자신을 안아 들고 있는 소년의 옷가지를 잔뜩 적신다.
“라벨라의 보지에 잔뜩 넣어도 괜찮았으니까. 란님도 괜찮겠죠? 네?”
“이런 작은 몸에 넣으면… 손으로 해 줄테니까...”
무엇인가 결심한 듯 란은 작은 두 손으로 어린 소년의 살막대기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숨결이 길게 내뱉어지고,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의 아이이자, 제자인 소년의 살막대기를 손아귀에 꽉 쥔 채로 천천히 쓸어내린다.
“우으읏.. 란님 작은 손 좋아...”
“이게… 좋은 거지…? 이렇게 하면 더 좋으려나..?”
-쯕.. 쯕… 쯕..
자신의 애액으로 잔뜩 더럽혀진 페니스를 위아래로 휘감으며, 흘러내리는 점액질의 쿠퍼액을 잔뜩 묻혀 위아래로 쓸어내리기 시작한 란.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페니스가 곧장 흰색 점액질 범벅이 돼버린다.
“조금 더 원을 그리면서.. 아우으읏… 읏…! 그렇게에에...”
“응? 이, 이렇게 말이냐…?”
조심스레 페니스를 만지던 모습은 일절 찾아볼 수 없게, 무녀님은 그대로 페니스를 이리저리 훑으며 자극해나가기 시작한다. 소년이 시키는 대로, 소년의 취향대로 봉사를 배워나가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스승님.
테크니컬한 라벨라등과는 다르게 조금 부족함이 있었지만, 자그만한 란의 체형과 스승님이라 부르며 어머니를 가르쳤던 사람에게 봉사 받는다는 도착적인 쾌감에 마레이는 몸을 덜덜 떤다.
“으… 흐으… 좋아.. 그렇게요...”
작은 손으로 전부 쥐어지지 않은 페니스의 막대부분을 한 손으로 쥔 채로, 다른 한 손으로 귀두를 원방향으로 이리저리 돌리며 봉사하는 자그마한 손가락의 감촉. 부족함이 가득했지만, 자신에게 처음으로 봉사하는 것처럼 어색한 손길이 마음에 든다.
더 이 소녀를. 아니, 이 여인을. 이 사람을 내 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조금 더 꽉.. 쥐워서… 으응.. 그렇게요… 귀두 끝부분을 긁듯이 아읏.. 네에. 그렇게… 네...”
“벌써.. 질척질척해서.. 이렇게.. 하는 게 기분 좋은 게냐… 여길 긁으면 움찔움찔 떠는게… 이렇게….?”
-쯕 쯕. 쯕. 쯔극. 쯔극 쯥. 쯔윽.
정말로 사정시킬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수음해줄 때의 라벨라의 손은 한심할 정도로 몇 분 내로 싸버릴 것처럼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과 비교해서 란의 손은 정말로 형편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능숙해지는 손에 마레이는 스승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작게 신음 소리를 터트린다.
“아아, 스승님.. 네에..네.. 그렇게요..”
“이런 게 좋다니…”
남녀의 행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이런 봉사는 해본 적이 없는 듯 란은 완급조절도 모른 채 열심히 소년의 페니스를 매만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정감은 천천히 쌓여만 갔지만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는 템포에, 매일매일 모친과 주변 여성들의 질 안에 사정하는 소년에게 불만이 조금씩 쌓일 수밖에 없었고, 곧장 행동에 들어간다.
-찌걱!
“읏….!”
어느새인가 허벅지 사이로 밀고 들어온 손이 질구를 벌려 찔러 넣었고. 갑작스러운 제자의 공격에 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덜덜 떨며, 아랫입으로 애액을 한 움큼 토해낸다.
“더, 더 빨리 흔들어봐요.. 란님. 빨리.”
“으읏… 아, 알겠으니까.. 읏.. 읏… 할 테니까.. 읏…!”
-찌걱. 찌걱. 찌걱.
자신의 배 안에 밀려 들어오는 손가락이 이리저리 헤집으며 자극하는 손가락에 란은 벌벌 떨며 마레이의 페니스를 힘겹게 흔들어 보았지만, 무작적 위아래로 흔들어 수음해주는 작은 손에 사정해버릴 정도로 마레이의 경험이 적지 않았다.
“란님, 란님. 더어.. 더.. 더 빨리요.. 더..!”
“으읏… 읏… 하, 할 테니까.. 으읏.. 읏… 빠르게 하고 있으니까아아아.. 아.. 아읏.. 읏..!”
어린 소년의 페니스를 정성스레 쓸어올리고 내리길 반복하고 있지만, 질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손가락이 주는 쾌락에 살짝 들린 하체에 살집 잡힌 엉덩이가 허벅지를 쓸어올리는 듯 미묘하게 움직인다.
“아읏… 아… 그, 그렇게 넣으면.. 아으읏… 모, 못해… 못한다.. 크흐으으응… 읏..”
머리를 거칠게 좌우로 흔들며 차오르는 절정을 참아내고 있는 작은 여체. 다시 한번 소년의 손에 질척한 애액으로 잔뜩 더럽히면서도, 어떻게든 수음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가여우면서도, 그에 무관하게 색정적일 뿐이었다.
“란님, 빨리. 빨리. 빨리!”
하지만 이런 애원에 눈을 깜짝하지도 않는 성욕으로 똘똘 뭉친 소년은 여전히 스승의 질구안에 손가락을 후벼 넣으며 수음을 재촉한다.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손을 빠르게 움직이는 란. 하지만 사정할 기미도 없이 질안으로 더욱 거칠게 밀려들어 오는 손가락의 감촉에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애액을 왈콱 토해낸다.
“으읏… 읏.. 할 게.. 할 테니까..... 머리카락으로 해줄 테니까..”
로렌이 정성스레 빗겨주었던 금색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페니스에 이리저리 달라붙은 모습을 본 란은 그대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마레이의 페니스를 감아 수음을 일어나간다.
-쯔륵. 쯕. 쯔륵. 쯕 쯕 쯕.
“아아… 좋아.. 란님.. 머리카락.. 깔끌깔끌해서.. 우으.. 으..”
-찔꺽찔꺽찔꺽.
“으으.. 소. 손가락이 배 안에서.. 흐으읏…!”
당장이라도 헤프게 절정에 도달해버릴 것 같은 자신의 몸에 란은 하얗게 변하는 시야를 억지로 붙잡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두 부분을 중심으로 거칠게 휘감으며 위아래로 쥐고 흔든다.
“흐앗.. 나.. 나.. 쌀 것 같아.. 란님.. 란님 머리카락이 기분 좋아서.. 으으.. 쌀 것 같아.. 흐으.. 쌀 것 같아요.. 란님.. 우으읏..!”
-찌걱찌걱 쯔륵. 찌걱쯔륵.
여린 속살을 헤집고 손가락을 찔러 넣으며 꿀을 게워내게 하며 만들어진 소리와, 작은 손에 잔뜩 감싸이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혼합되어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흣.. 으흣.. 나도, 나도.. 가, 갈 것 같구나아.. 아아.. 아으으..”
“싼다… 싼다아아..!”
란의 좁은 질안에 손가락을 쭉 욱여 넣은 채로 푸들푸들 몸을 떠는 마레이.
“읏.. 읏.. 가아.. 가아아… 가앗..!”
그와 동시에 페니스를 내려다 보며 숨을 헐떡이며 이전에 없을 정도로 몸을 덜덜 떠는 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며 혀를 잔뜩 내민 채 절정에 도달하는 즉시, 페니스를 잔뜩 움켜쥔 손의 힘이 풀리는 동시에 짙은 백탁액이 그대로 뿜어져 나온다.
-쯔으으으으으윽..!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점액질 덩어리가 허공으로 용솟음치며 그대로 흩뿌려지기 시작한다. 일반 남성의 사정처럼 흩뿌려지기도 잠시, 이어서 그대로 페니스가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제멋대로 찐득한 정액을 토해낸다.
-쯔으윽. 쯔윽.. 쯔윽.. 쀼우우웃.. 쀼웃..!
중력에 따라 이끌린 정액 덩어리들이 란의 얼굴과 주변 바닥을 잔뜩 흩뿌려지고 하얀 소복 위로 잔뜩 자국을 남기고, 붉은 하카마 위로 욕망의 덩어리가 흘러 내린다. 쏟아지는 정액 덩어리들이 소년과 스승의 몸을 착실히 더럽혀 나간다.
-쀼릇.. 뷰우웃.. 쯕.. 쯧. 쯕윽. 쯕. 쯕..!
“으읏… 읏…. 으아… 아.. 아우…. 후우...”
쉴 새 없이 흔들리던 페니스가 점차 진정이 되는 듯, 점차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전히 단단한 채 고개를 들어 올린 채로 요도에 남은 정액을 란의 얼굴에 그대로 뿌린다. 절정에 도달한 란조차 기가 질릴 정도로 쏟아지는 정액량에 놀란 듯 보고 있었지만, 어설픈 수음과 흥분되는 분위기에 제대로 쾌감도 느끼지 못한 채 일단 한 발 쏘고 본 것이라 평소의 성욕의 덩어리인 소년의 사정량보다 무척이나 적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흐하아아….”
기분 좋은 탄성을 내뱉으며 마레이는 란의 등을 꼭 끌어안은 채로 달콤한 향이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란의 가녀린 몸 슬그머니 주무른다.
“으.. 응.. 으응… 응...”
가슴 끝을 꾹꾹 누르고, 유륜 주변을 손끝으로 훑을 때마다 들뜬 숨을 내쉬며 몸을 움찔움찔 떠는 무척이나 자그만한 미소녀. 가슴을 꾹꾹 누를 때마다 쫑긋쫑긋 움직이는 동물의 귀와 정액으로 더럽혀진 꼬리가 방향성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란님, 란님, 란님.”
“아우으… 네에.. 네...”
슬그머니 정신을 차리는 스승의 모습에 마레이는 란의 귀를 입술로 약하게 깨물고 그녀의 이름을 쉴 새 없이 부르기 시작했고. 제자의 부름에 자신도 모르게 존대를 해버리는 란.
“란님 때문에 더러워져 버렸네요.”
“그, 그렇구나...”
스승에게 강요하듯 수음을 시킨 것은 마레이였지만, 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안된다, 안된다 생각하면서도 거부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있으니까 라고 어느새 스스로 합리화가 되어버린다.
“청소해야겠죠?”
어린 소년의 목소리일 뿐인데도 귀속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제자의 손으로 절정에 도달해 추잡하게 소리를 내지른 방금전보다 지금이 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금색 눈동자에 정액으로 잔뜩 더럽혀진 방바닥이 가득 찬다.
액체라기보다는 고형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두툼하게 쌓여있는 점액 덩어리들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얼굴에 잔뜩 달라붙어 있는 정액 덩어리에서 나는 비릿한 향기에 코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우스운 것은 싫다거나 역겹다고 생각하는 대신 묘한 갈증이 난다는 점이었고, 그 갈증은 혀를 조금만 뻗으면 채워질 거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본능 때문이었다.
이성적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정액 덩어리들을 닦아낼 것을 찾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스승의 귀를 입안에 넣고 굴린다. 놀란 듯 몸을 크게 움찔거리는 란이었지만, 애정어린 스킨쉽에 얼굴만 붉힌 채 애써 모른 척 시선을 옮긴다.
그런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작은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정액덩어리들을 손끝으로 슬며시 옮겨 작은 입가 주변에 문지른다. 입을 스스로 벌리며 혀를 내밀려다가 입을 꾹 다무는 여우 무녀님의 모습에 마레이는 꽉 닫힌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 넣는다.
“핥아줘요.”
슬그머니 시선을 올린 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그만한 혀를 내밀어 정액이 잔뜩 묻은 소년의 손가락을 조심스레 핥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분홍색 설육이 손가락을 감싼다.
-쯔읍.. 쯥.. 쯥… 꿀꺽.
정액을 확실하게 삼키는 것까지 확인한 마레이는 란의 혀에 감싸진 손가락을 빼내고, 침으로 더럽혀진 손을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닦아낸다.
“무슨 맛이에요?”
“비리고… 끈적해서 목 안에 잔뜩 달라붙는 게 느껴지는구나.”
마레이와 눈도 제대로 마주 보지조차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작게 중얼거리는 란.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며 입맛을 다신다.
“이상하게 배가 뜨거워서.. 으응..”
그러면서 슬그머니 몸을 들어 올려, 엉덩이를 씰룩씰룩 움직인다. 부드러우면서도 야릇한 살덩이가 마레이의 하복부를 자극해나간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어필이었지만, 여체로 둘러싸여 정열적으로 끈적하게 얽혀오는 일상에 익숙해진 소년에게는 부족하기만 한 어필이었다.
“그러면 더 먹어볼래요? 청소도 하는 김에?”
란을 꽉 움켜 안은 팔을 슬그머니 풀어헤치고, 몸을 기울이자, 란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진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애매하게 상체만 엎드린 것처럼 되는 가녀린 몸. 갑작스러운 소년의 행동에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란은 코앞에 닿을 것만 같은 정액덩어리를 보고 두눈을 크게 뜬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폐포 하나하나에 달라붙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끈적한 냄새. 이런 걸 혀로 핥아서 치우라고 하는 걸까. 란은 자신의 호흡에 젤리처럼 작게 푸릉푸릉 떨리는 정액덩이리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빨리요.”
마레이가 자신을 스승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곳에 그 어떤 존경이나 경외 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란 스스로도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스승님이라 부르며 자신에게 이런저런 행동을 시키면서 배덕감에 흥분하는 소년의 행동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야 하는 게, 아니. 화를 내야 하는 게 맞았다.
그게 맞는데도 이상하게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잊어버렸던 수치심과 모욕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너무 오래전에 잊어버린 감각에 되살아나고 다시 그녀에게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웅얼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주파수가 맞지 않은 라디오의 소리마냥 소음처럼 들리는 무엇인가. 자신의 허리를 꼭 붙들어 바닥에 사정한 정액을 핥도록 강요하는 소년의 손과 내리누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자신 코앞에 있는 정액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재촉하듯 다시 자신을 부르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에 란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슬그머니 열고, 옅은 분홍빛 설육을 그대로 내밀어 바닥에 엉겨 붙어 있는 정액덩어리를 조심스레 가져다 댄다.
-핥짝. 핥짝. 핥짝. 쯔읍. 쯔으읍.. 쯥…
한 번 혀를 가져다대니 꺼릴 것 따위는 없었다. 무엇인가 망가지고 있었다. 무엇인가 잃어버리고 있었다. 란은 알수 없는 결핍을 느끼면서도, 망가지고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욱 커다란. 무어라 설명할지 모를 감정으로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혀끝에 남아, 치아 사이사이에 남아 미끈거리는 정액 덩어리에 토할 것만 같았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비릿하고 끈적한 냄새가 뇌를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토할 수도 내뱉을 수도 없었다.
빠져나가는 것들보다 무엇인가 채워지는 게 더 빨라서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더이상 정액 덩어리가 남아있지 않은 맨바닥을 혀로 핥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려는 찰나, 조금 더 앞에 정액 덩어리들이 이리저리 흝어져 있었고. 란은 엉금엉금 기어가듯 손을 뻗어 다가가 혀를 내밀어 쩝쩝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어린 소년의 욕망의 잔여물을 미식한다.
“란님….무척 야해요.”
정신없이 자신의 정액을 갈구하듯 바닥을 혀로 핥아내리며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이는 스승의 모습에 마레이는 란의 엉덩이를 붙잡아 슬그머니 벌린다. 정액을 탐하느냐 어린 소년이 자신의 허벅지를 슬그머니 벌리는 것도, 페니스를 가져다 대고 있는 것도 모르는 란이 정신을 차리는 것은 그 비좁은 질구에 페니스의 첨단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할 때였다.
“흣…!? 읏?? 으… 으… 마, 마레이…?”
-쯔윽.. 쯕.. 쯕.. 쯕.. 쯔그그극.. 쯔극..
란이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옆으로 젖혀 마레이를 보았지만, 마레이는 란의 질구를 한계까지 벌리고 단숨에 육봉을 스승님의 끈적하게 달아오른 질육 안으로 찔러넣는다.
“아.. 아읏.. 읏.. 흐으으윽.. 읏.. 읏..! 우으으읏…!”
-쯔극쯔극쯕.. 쯔그그극.. 쯔으으윽.. 쯕..!
비좁고 작은 육단지 속으로 그대로 밀려 들어가는 거대한 페니스. 필리아보다 더 작은 체구라는 게 믿기지 않은 듯, 그대로 배안에 자연스레 들어가는 기분좋은 살단지 속으로,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페니스가 거침없이 빠져든다.
처음에 쓸 때는 미칠 듯이 조여왔지만, 지금은 마치 제 주인에 딱 맞춰진 구멍 같았다. 하지만 앙탈부리는 고양이처럼 끝까지 잘 들어가지 않는 비좁은 구멍에 마레이는 있는 힘껏 허리를 흔들어가며 스승님을 범한다.
“우으읏… 란님 엄청 조여어요오… 으읏.. 란님.. 란님...”
“아아아아.. 아… 오오옷.. 우으으읏.. 읏.. 읏..!”
필리아의 질보다 분명 좁고, 작았다. 아플 정도로 비좁고 작다. 하지만 기분좋게 페니스를 감싸 안고 기분 좋게 꽉꽉 조여주는 작은 암컷의 구멍. 페니스를 밀어 넣음에도 막히는 것 없이 기분 좋게 페니스를 삼켜나가고 엉덩이에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부딪힐 쯤에 되어서야 페니스의 첨단 끝에 그제서야 무엇인가가 닿는 느낌이 든다.
뿌리까지 들어간 육봉에 마레이는 스승의 몸을 정복했다는 정신적인 쾌락, 그리고 너무 기분 좋게 조여오는 육단지가 주는 감촉에, 육체적 쾌락에 짐승처럼 낮게 울부짖는다. 마치 페니스가 제 것인 양 빈틈없이 훑어내는 비좁은 살 구멍 속 주름이 스스로 움직이며 기분 좋게 움직인다.
“아으.. 란님… 보지 따뜻하고 기분 좋아서 우우우...”
야만스런 정복자마냥 자그만한 소녀의 몸 위에 올라탄 이후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길게 내뱉는다. 하복부를 뚫고 나올 것처럼 거대한 페니스의 윤곽이 있는 그대로 란의 배 위로 볼록 솟아올라 있었다.
“크흐으으으… 크흐으응… 크르으으윽...”
짐승처럼 크르릉 거리며 몇 번이나 울며 스스로 두 다리를 곧게 뻗으며 일어서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질의 모양을 잔뜩 망가트리는 거대한 페니스에 계속 일어나려다 무너지길 반복한다.
“흐윽.. 흑… 크흐흐으으으.. 아우으윽.. 읏.. 으으읏…!”
-쯔극. 측. 쯔극 측.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소년의 허벅지를 스치듯 무너지고, 다시 힘겹게 일어나려다 기분 좋게 훑으며 무너진다. 의미도 없는 란의 발버둥을 몇 번 지켜보던 마레이는 슬슬 육욕을 해소하기 위해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찌걱찌걱찌걱!
“하아아아앙. 우, 움직이면.. 움직이며어어어어언!”
“란님의 보지가 끌려와서 우으으… 잔뜩 물고 있어서 딸려들어와서.. 크흐흣…!”
말도 안될 정도로 기분 좋고, 비좁은데도 신축성 좋게 이리저리 모양을 뒤틀며 페니스를 조여오는 보지 구멍은 마치 무엇이라도 포용할 것만 같은 안락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정 이후에도 그대로 페니스를 꽂아 넣고 잠들면 행복할 것 같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살단지속.
쾌락에 허덕이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모성이 담긴 구멍 속에 페니스를 밀어넣는 마레이는 왜인지 모를 불쾌함을 느낀다.
-찌극찌극찌극찌그극. 찌극찌극!
“아 앙, 아앙 앙 너무너무 거칠.. 흐으으으응.. 너무 거칠어서.. 히으읏.. 히.. 히히힛.. 힛… 히읏.. 으읏.. 읏..!”
“란님, 구멍 좋아요.. 흐으읏.. 읏…. 계속 딸려오는 게 기분 좋아서.. 멈출 수가 없어서.. 으으으..”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기분 좋은 살 주름. 왜인지 모르게 오돌토돌한 느낌이 들면서 페니스의 첨단과 줄기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이리저리 모양을 비틀어가며 자극해나간다. 그 말도 안 되는 자극에 꼬리뼈부터 온몸이 저릿저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페니스를 찔러 넣을 때마다, 붕 뜰 정도로 들어 올려지는 작은 몸을 따라 금빛 머리카락이 거칠게 나풀거리다 다시 몸이 들릴 때, 하얀 나신에 부딪히고 다시 한번 허공으로 떠오른다. 어느새 일어나 있는 마레이는 란의 허리를 힘껏 움켜잡고 그대로 허리를 밀어붙인다.
자신의 발 위로 올려진 란의 작은 발, 그리고 허공을 휘저으며 방황하는 두 팔. 밀어 올리면, 올리는 대로 허공을 향해 내밀어지고, 잡아당기면, 가볍게 잡아 당겨지는 작은 몸. 중력에 따라 늘어진 머리카락들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란님 보지 좋아.. 으으 좋아아.. 좋아요...”
“꺄아앙.. 앙. 앙.. 아아앙! 앙! 흐으읏… 읏.. 으읏.. 우으읏… 읏.. 으읏…!”
들뜬 신음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란은 몸이 들린 채로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신음소리를 억누르지만, 그 모습은 마레이를 더욱더 자극할 뿐이었다.
-쯔그으으 쯕! 쯕! 쯔그으으으 쯕! 쯔윽쯔윽 쯕!
비좁은 살단지 속에서 원을 그리듯 허리를 돌리고, 천천히 빼내다 그대로 란의 몸 안으로 거칠게 찔러 넣는다.
“흐으으읏..! 흣..! 흐흐흣… 흣.. 흣.. 흑.. 흣… 흐으윽..!”
“란님도 좋죠? 란님도 제 자지가 좋죠? 응? 그렇죠? 빨리 말해봐요, 란님. 빨리. 빨리!”
탐욕스럽다. 란은 제자에게 범해지면서,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돌아오는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소유욕이 자신을 짓누르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소년은 자신의 입에서 갖은 사랑의 말을 내뱉기를 원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나쁜 버릇을 들인 걸까.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숨을 겨우겨우 헐떡이는 란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릿하게 자신의 입을 가리던 두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허공을 스크레치 내듯 이리저리 손을 뻗다가 자신의 무릎을 꽉 움켜잡으며 드디어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좋아…. 네 자지 좋아.. 으으.. 읏… 좋아아.. 좋아아앗..! 흐으으으으으읏!!”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좋아한다 말 한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마레이는 그것만으로 충분 한 것인지 더욱더 거칠게 란의 몸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페니스의 점단이 신축성 좋게 움직이면서 꽉 들러붙는 여린 살단지속을 개척하는 듯 이곳저곳을 찔러 누르며 거칠게 란을 범한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았다. 마레이는 기분 좋은 란의 살단지 속을 찔러 넣으며, 귀두를 짓누르는 기분 좋은 살 주름을 맛보며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포용력 넘치고, 행복한, 그리고 무척이나 꽉꽉 잡아당기는 암컷 구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필리아보다 비좁은데도 이상하게 막힘 없이 페니스가 들어가고, 이리저리 찌를 때마다 착정하듯 페니스를 조일 뿐이지 자신의 것이 아닌 기분.
그 기분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더럽고 짜증 난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란님, 보지, 으으으.. 내 모양으로 길들여 줄께. 응, 내 전용으로.. 흐으읏…! 란님 구멍은 내꺼니까. 이제부터 내 구멍으로 만들 거야. 응, 그렇게 할래. 읏!”
“아.. 아… 그, 그렇게 후비면.. 아아앗.. 앗.. 아아앙. 좋아.. 기분 좋아… 좋아아아앗…! 보지가 녹아, 녹아버릴 것 같아서.. 흐으으읏..!”
악마. 마레이는 란의 몸을 정복해나가며 자신의 딱 맞게 구멍을 헤집어나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마라는 게 이런 걸까. 스스로를 악마라고 말했던 란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은 악마를 범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이 기분 좋은 구멍은 앞으로 자신의 물건에 딱맞게 길들이고 조교 하고 싶을 뿐이었다.
-찌걱찌걱찌걱….!
“란님, 란님. 처녀가 아닌데 누구랑 처음으로 했어요? 네? 네?”
“아으읏.. 읏.. 읏… 너.. 으으읏…! 도, 동생이랑.. 동생이랑…!”
“동생이랑 섹스한 거에요? 란님 보지는 동생에게 벌리는 그런 보지였구나. 으읏.. 그러니까 이렇게 막 늘어나고, 내 자지도 막 삼키는 거구나?”
란이 누구랑 몸을 섞었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되니까. 광오하다 못해 오만한 생각으로 가득찬 소년은 누군가에게서 란을 빼았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언제, 언제했어요? 동생이랑? 응? 란님보지는 언제부터 이렇게 기분 좋게 조이기 시작한 거에요?”
“아으응.. 응… 기, 기억 안나… 안나아아…. 너, 너무 오래전이라.. 으으으.. 읏.. 으으읏… 그, 그렇게 긁으면.. 흐으으으으읏… 흣.. 으흣.. 읏..!”
“빨리 말해봐요. 란님 처음은 어땠어요? 그때도 이렇게 꽉꽉 조이는 보지였어요? 네? 그때는 어땠어요? 동생은 어디 있어요?”
다른 누군가 물었다면 엄하게 호통을 치거나 내쫓을 그런 질문들이었다. 묻는다고 해서 대답하지도. 아니,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 그런 말들이었지만 란은 마레이의 질문으로부터 외면할 수 없었다.
“으응…. 주, 죽었어.. ”
-쯕..!
“흐히이이잇..!”
란의 몸을 거칠게 찔러 넣은 페니스의 움직임을 끝으로 마레이는 작게 숨을 삼켰다. 방금 자신이 란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계속 내뱉고 란에게 이상한 걸 물어보고 있었다. 머리가 차게 식었다. 다만 여전히 완전히 발기해 있는 육봉은 스승님의 질 안으로 가득 밀어넣어지고 있었다.
“우으읏… 더어.. 더…. 갈 것 같아… 갈 것 같으니까.. 더해줘… 마레이.. 더어어… ”
란은 일절 신경 쓰지 않은 듯 어린 소년에게 재촉할 뿐이었고. 마레이는 자신이 저지른 일보다는, 지금 기분 좋게 꽉꽉 조여오는 스승님의 몸안에 자신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욕망에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허리를 거칠게 비틀어 올린다.
“오오오옷… 옷…!”
고개를 거칠게 들어 올리며 암캐처럼 울부짖는 란. 방금전까지 들었던 죄책감이나 수치심은 가볍게 잊혀지고 마레이는 몇 번이나 거칠게 스승님을 범할 뿐이었다.
“으읏.. 란님 보지 기분 좋아. 그럼 이건 내꺼지? 응? 내 전용 보지지?”
“아아아앙. 나, 나쁜 아이… 으흐으읏… 읏.. 읏…”
“빨리 말해줘요 란님. 란님 보지는 제 전용이죠? 그렇죠?”
-쯔으으으으윽..!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페니스를 있는 힘껏 빼낸다. 란이 거친 한숨을 내쉬며 홀쭉 들어간 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자연스레 그 밑에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페니스를 멍하니 바라본다.
“빨리 말해봐요, 란님. 제 전용 보지라고. 응?”
“마, 마레이.. 저, 전용 보지….”
“더듬거리지 말고요. 똑바로 말해줘요. 네?”
란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라벨라는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잊혀질 뿐이었다.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채워줄 게 필요했다.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그냥 이 소년의 거대한 페니스가 몸을 찔러 누를 때마다 채워주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필요했다.
혼란스러운 정신과 말을 듣지 않는 몸과 다르게 입은 저절로 열리며 또박또박 소년이 원하는 말을 내뱉는다.
“저는… 저는.. 마레이 전용보지에요.”
“잘했어요, 란님.”
-찌거어어어어어어억!
템포를 가지고 찔러 넣는 게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괴물 같은 페니스를 란의 작은 질속으로 우겨넣는다.
“오오오오오옷… 옷.. 오오옷…!”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그것도 동생과의 연인이었던 여성을 범한다는 생각이 드니 평소보다 더욱 흥분감이 고조될 뿐이었다.
“이런 좋은 보지를 두고.. 으읏… 안타깝네요.. 란님 보지 제가 대신 위로해줄 테니까..!”
“아으읏.. 읏.. 흐으으읏… 고, 고마워.. 위로해줘서…”
위로해주는 방법으로는 전혀 잘못되었지만 란은 제정신으로 대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어린 소년이 자신의 몸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고, 페니스를 끝까지 찔러넣을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고 잠시 뒤 입을 잔뜩 벌린 채 걸쭉한 타액이 입가를 타고 질질 흘러내리는 장면을 보고 있는 그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대답하겠는가.
물론, 예전의 마레이라면 이런 말을 내뱉을 수도 없을 정도였겠지만. 라벨라와 이드리엔의 합동 야간 교육(?)에 자연스레 물들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도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스스로가 잘 절제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이성을 잃을 때 흘러나오는 야릇한 말일 뿐이었다.
“나와요, 란님. 란님 끈적하고 쫄깃한 보지에 잔뜩 쌀게요. 쌀 테니까.. 우으으읏..!”
“흣.. 흣.. 흣…! 안에는.. 흐으으읏.. 안되는데에… 안되는 데에에에에….”
이성이 날라가고 빠르게 되돌아오길 반복하는 와중에도 란은 의미도 없는 반항의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마레이는 이미 이 극상의 여체를 겸비한 스승의 몸을 놓아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씨앗을 스승님의 몸안에 잔뜩 싸질러 이 소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계속 쏟아붓고, 쏟아부어서 자신의 냄새가 나게. 자신의 자지에 딱맞는 구멍을 갖도록 만들 생각뿐.
“으으읏… 나온다.. 나와아앗..!”
란의 허리대신 통통한 허벅지를 붙잡아 그대로 들어 올린다. 도망치지 못하게 자신의 아기씨를 스승의 몸 안에 가득 넣을 생각만 가득한 소년은. 도망칠 생각이 없는 란의 몸을 억지로 들어 올려 그대로 자신의 씨앗을 뿜어낸다.
-뷰르르르릇..! 뷰우우웃! 뷰우우우우웃!
평소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의 사정량. 지금 당장 시작일 뿐인데도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정액 덩어리가 란의 자그만한 자궁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여린 배를 그대로 부풀린다.
“컥.. 컥…! 커허헉…! 헛…! 헉..!”
갑작스레 배 안을 가득 채우는. 아니, 자궁을 잔뜩 팽창시킬 기세로 밀려드는 사정량에 란은 괴로운 듯 고운 이마에 잔뜩 주름을 만든다.
“란님, 란님 보지 더 꽉꽉 조여서.. 으으읏..”
“아아앙 움직이면, 움직이면.. 흣.. 흣..”
-찌걱찌걱찌걱
-뷰우우웃..! 뷰우우우우웃..!
“크흐흣…. 정액이 밀려 올라가서.. 아.. 아.. 아아.. 아… 움직이면서 사정하면… 흐흣…!”
“란님 보지가 기분 좋아서 참을 수 없어서.. 으으응… 스승님 보지가 꽉꽉 조여서.. 어쩔 수 없어서.. 으으으으..!”
임신한 것마냥 점점 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자그만한 배. 란은 입을 크게 벌리며 쾌락과 고통의 사이틈에서 이성을 잃고 길게 신음을 흘리며 온몸을 경련하듯 부르르 떤다.
-쯔으으윽..! 쯔으으으윽..! 쯔으윽! 쯕!
“아우으읏.. 읏… 거의 다, 다 나왔으니까… 으읏.. 란님 보지 너무 조여서.. 아, 아파아앗..!”
“키히히히히히힛… 힛.. 히히히힛…! 이이잇..! 배, 배에에에.. 배가아아아아앗..!”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온몸을 경련하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었지만, 마레이가 허벅지를 잡아 들어 올린채로 도망치지 못하게 꽉 고정한 자그만한 여체는 헛된 발버둥을 치며 어린 소년의 씨뿌리기 작업에 일방적으로 당한다.
-쯔으으윽.. 쯕.. 쯕.. 쯕.. 쯔윽.
사정이 끝나가자 볼일을 마치고 물건을 흔들듯, 허리를 잘게 흔드는 마레이.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고 란을 단단히 고정시켜 허벅지에서 손을 뗀다.
“우으으으읏….. 좋아… 좋아…. 다 쌋다…… 란님? 스승님?”
눈에는 흰자만 가득한 상태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란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의 겨드랑이를 붙잡아 그대로 쭉 들어 올린다.
-쯔으으윽.. 쯔으윽.. 쯔으으으으으윽..!
쾌락에 실신했는데도 페니스를 물고 놓지 않으려는 질이 그대로 딸려나올 것처럼 페니스를 감싸 안았지만 마레이는 힘을 쭉 주어 란을 떼어낸다.
-꿀럭꿀럭꿀럭.
그러자 동시에 결합부 사이로 끈적이는 정액덩어리들이 쉴새 없이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마레이는 란을 정복했다는 쾌감과 무척이나 음란한 장면에 란의 몸을 돌려 작은 입안에 혀를 밀어 넣는다.
마레이가 란의 신사에서 학교로 되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가볍게 지난 시간이었다. 약속시간에 지각이라도 한 듯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홀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마레이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서툰 손짓으로, 서툰 몸놀림으로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받아주는 란의 포용에 취한 나머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린 게 컸다. 거기에 뒷정리를 도와줘야 했는데, 오후에 약속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자리를 떠나버렸다.
지금쯤이면 임신한 것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배를 끌어안으며 정액을 빼내고 있을 란을 생각하니 방금전까지 마음껏 사정하며 쾌락을 탐하던 페니스가 다시 한번 고개를 치켜 설 것만 같았다.
끈적한 욕망이 마레이의 발목을 슬며시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마레이는 애써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부풀어 오른 란의 배를 눌러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정말로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다음에는 꼭 스승님의 배를 발로 눌러봐야겠다는 반인륜적인 생각도 자연스럽게 해버린다.
발테르의 학교는 무척이나 넓었다. 슬슬 학교에 적응하고 있는 마레이였지만, 미칠듯한 학교 크기에는 언제쯤 적응할 수 있는지 걱정부터 앞서기만 할 뿐이었다. 셀린과 만날 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셀린과 제대로 된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마레이가 셀린 페르디낭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녀가 18살. 아니, 제국 나이로 17살이라는 점. 그리고 새벽의 호수가에서 맡을 법한 청아한 향이 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업이 있는 시간도 아니었고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 없었다. 란에게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버렸다. 시간표대로 생각하다보니, 금요일 오후는 셀린 선배랑 만나야 한다. 멘토 관련해서! 라는 흐릿한 기억으로 나와버렸다.
이건 란님의 잘못일 수도 있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그 자그마한 몸으로 유혹한 게 잘못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럼에도 마레이는 애써 셀린을 찾기 위해서 지난번 그녀와 만났던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을 찾았고,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쯤에서야 이전의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예상외로 셀린은 없었지만 말이다.
“역시 기다리고 있었구나.”
셀린을 기다릴 겸, 책을 읽고 있던 마레이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불꽃이 바로 앞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태워버릴 것 같은 아주 뜨거운 불꽃. 갑작스레 보이는 풍경에 마레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불꽃의 일렁임을 보았다. 그건 무척이나 신성했지만, 불경해 보였다.
“괜찮아? 마레이 드 파웬.”
“천사님..?”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리자, 방금전까지 보였던 거대한 불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불꽃이 타오르던 자리에는 천사님이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불이라는 개념을 인체로 형성해버린 것 같은 이질감. 하지만 그 이질감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응? 틀린 말은 아닌데…. 전에 샤샤라고 소개하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냥… 날개를 보니 저도 모르게.”
“하하하.. 뭐 천사는 맞으니까. 천사님이라 불리면 부끄럽지만.”
고개를 숙여 마레이와 시선을 맞추던 마르크레는 허리를 쭉 피며 마레이를 내려다보았다.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와 노을보다 붉게 타오르는 적발은 사람을 홀리는 듯한 묘한 마력이 있었다.
“마르크레 선생님은...”
“샤샤 선배라 부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편하게 말하렴, 편하게.”
샤샤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외견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부드러운 느낌이 무척이나 편안했다. 베일을 쓰지도 않은 채, 하얀색 수녀복을 입은 샤샤의 등 뒤로 성인 남성의 키만 한 날개가 장신구처럼 걸쳐저 있었다.
“셀린 녀석 또 안 왔지?”
“또는 아니고.. 아직 안 왔어요.”
그거나 그거나. 샤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마도 바쁜 일이 있는 것 같네. 할 일없으면 내가 재미있는 데 데려다줄까?
“네.”
샤샤의 제안에 마레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시골 촌놈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레이에게 있어서 누군가 소개해주는 발테르는, 학교는 여전히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호기심에 비해 소심한 성격에 묻지도 못 하고 지켜보는 것들이 가득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성가대 견학이야. 자, 빨리 책 챙기고 가자.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일리엔이 분명 뭐라고 할 껄?”
일리엔은 보기랑 다르게 화나면 무섭거든. 샤샤는 멋 적이게 웃어 보였다.
샤샤를 뒤쫓아 도착한 곳은 보는 사람이 경건해질 정도로 아름답게 지어진 성당이었다.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십 수 미터가 되어 보이는 높이에도 단층으로 이루어진 신기한 건물이었다.
오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문 너머로 맑은 목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우리가 조금 늦었나 보네.”
한쪽 눈을 찡긋 감은 샤샤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열린 나무문 사이로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고대어를 읊으며 화음을 만든다.
“와…..”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의 무리가 마치가 하나가 된 듯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테너의 목소리가 성당 안을 가득 메우며 그 뒤를 따라 낮은 음역의 화음들이 뒤따른다. 스테인 글라스 사이로 흐르는 여러 색의 빛의 향연에 매혹된다.
“재미있지?”
“네!”
눈을 반짝이며 작게 박수를 치는 마레이의 모습에 샤샤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성가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다, 도약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조금씩 잦아든다. 그리고 중앙으로 금색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봐봐, 저 아이가 메인 소프라노야.”
마이크 앞에 서 작게 숨을 고르고 있는 갈색 머리 소녀. 어디인가 낯이 익은 것 같은 모습에 마레이는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 성가대의 메인 소프라노의 얼굴을 보았다. 포니테일로 묶은 갈색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 고집 있어 보이는 얼굴.
“길리아 마리타…?”
“아는 사이야?”
“네, 아… 그 친척이에요.”
우연이 다 있네. 성가대의 화음 속에 파묻혀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린 샤샤는 길리아를 보고 있었다. 미래의 장교를 꿈꾸는 소녀. 딱딱한 군인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성가대 중앙에서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감탄 섞인 목소리를 낸다.
“잘… 부르네요.”
“아직 서툴지만 말이야.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음역대가 불안해.”
마레이가 듣기로는 아무런 이상함이 없는 성가였지만, 샤샤는 탐탁지 않은 듯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이하운 같은 느낌인 줄 알았는데, 묘하게 엄격했다.
“저 아이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내가 나서야겠네. 어디로 가지 말고 여기에 있어야 해?”
신신당부를 하는 샤샤의 모습에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착한 아이네하고 방긋 웃어 보이는 샤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붉은 속눈썹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완벽하게만 들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천천히 방향을 잃고 성가가 성스러움을 잃고 평범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길리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고, 성가대의 인원들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잔뜩 퍼진다.
“~♬”
성가대 앞으로 다가간 샤샤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이해할 수 없는 고대어로 노래를 이어나가고, 길리아의 얼굴에는 화색이 띤다. 중앙 마이크에서 멀어지려는 길리아의 손목을 잡고 마이크 앞에 세운 샤샤는 길리아를 재촉하듯 조금씩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나간다.
마른 입술을 핥은 길리아는 샤샤의 얼굴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샤샤를 따라 사람이 내는 게 가능한가? 생각이 들 정도의 고음역대의 목소리를 내며 성가를 이어나간다.
스테인 글라스 위로 스며드는 빛이 성당 안을 가득 비추고, 그 가운데에 샤샤가 서 있다. 두 손을 정갈하게 모아 깍지를 낀 채로 소리를 키워나가는 샤샤. 천천히 움직이는 천사의 날개가 크게 펼쳐지며, 깃털이 흩날리다 하늘로 천천히 떠오른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는 하얀 깃털은 스테인글라스의 색을 따라 여러 색으로 반짝인다. 주인공. 샤샤를 보는 마레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샤샤는 책이나 영화에서나 볼듯한 그런 주인공이었다.
아름답고, 경건하고, 또 보는 사람의 눈을 떼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모습. 에르덴에게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그녀보다는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며 성가를 부르는 샤샤의 모습이 더 성녀 같았다.
화음을 넣는 성가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이제는 소리를 찾아볼 수조차 없게 잦아들고 있음에도 샤샤는 더욱 높게, 그리고 크게 성가를 이어나갔다. 그 어떤 도움도, 조력도 없이 혼자만이 경건한 성가를 완성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또 신기했다. 엘프도, 수인도, 흡혈귀도 모두 같은 세상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샤샤의 모습은 마치 책의 한 장면을 앞에서 펼쳐놓은 것만 같았다.
현실성이 없다고 해야 할까. 마레이는 홀린 듯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귓가에 울리는 한계까지 올라간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그리고 힘있게 터져 나온다.
샤샤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몸의 떨림이 느껴졌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목소리를 담고 싶을 뿐이었다. 시작했을 때부터 끝까지. 옆에 있는 길리아의 목소리는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샤샤의 목소리는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나쁘지 않았지?”
“아, 네? 네? 아, 네. 좋았어요. 정말….”
누군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코앞에 샤샤가 있었다. 홀린 듯 멍하니 목소리를 집중하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났는데 어느새 성가는 끝나 있었다.
“그렇게 칭찬하면 조금 부끄럽네.”
“진짜 대단했어요. 와, 저 성가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샤샤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서 정말이지...”
평소에는 쑥스러워 누군가의 칭찬이 서투른 마레이였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로 샤샤에게 감탄을 내뱉고 싶었다. 무슨 말을 해야 지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횡설수설 말을 더듬는다.
“그만, 그만. 그렇게 칭찬하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잖아..”
“하지만….!”
“길리아! 네 친척 좀 말려봐! 칭찬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과해!”
길리아는 부끄러운 듯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성가대 사람들이 마레이를 잔뜩 둘러싸고 있었다.
“얘가 견학 온 애죠?”
“그래, 마레이 드 파웬. 길리아랑 친척이라고 하더라. 나도 모르고 데려왔지만 말이야.”
“파웬이면 총독의...”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이어지는 질문들. 교실에서는 라벨라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면, 이곳에서는 로렌에 대한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로렌 님과는 안면이 없어서. 여러분보다 제가 그분을 더 모를 거에요.”
라벨라에 대해서는 성감대가 어디이며, 엉덩이 어디에 점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마레이였지만. 로렌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번에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사람을 베어버릴 것 같은 눈만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견학 온 애 너무 괴롭히지 마. 길리아, 친척이 괴롭힘당하는데 안챙겨줄거냐?”
“아, 네! 여, 여러분 너무 그러지마세요...”
길리아 마리타, 반에서는 딱딱한 느낌이었는데, 성가대에서는 이런 느낌이었구나. 짧은 생각이 들었다. 길리아가 말리자 사람들의 질문 공세가 곧이어 잦아들었다.
“부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로 빤히 보는데. 성가에 관심 있으면 한번 배워볼래?”
“네?”
“소프라노나 테너같이 돋보이는 부분은 아니지만 화음을 넣는 정도면 한 번 해보는 것도 쉽고 재미있거든. 학기 초에 견학 오거나 소개받아서 오는 애들도 해보는 거니까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 아, 싫으면 안 해도 돼.”
부담 주고 싶지는 않거든. 샤샤가 두 손을 흔들며 조심스레 마레이를 대했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익숙한 듯이 마레이를 보고 있었고, 길리아는 눈짓과 입 모양으로 해보는 게 어떠냐는 듯 신호를 주고 있었다.
“그… 제가 노래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아, 네. 성가 몇 개는 알고 있어요. 제가 살던 곳에도 예배드리는 곳이 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 뭐야? 음… 이 곡이면 다들 악보는 필요없겠네. 바로 하자, 불러 본 있지? 뭐, 그럼 화음을 넣는 건 어려운 곡이 아니니까. 그럼 한 번 해볼까?”
샤샤가 주변을 흘깃 보자 성가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레이는 샤샤가 건네준 악보를 보고 더듬더듬 주변 사람들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맞아? 음.. 처음인 거 같긴 한데.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 엘프가 부르는 줄 알았네. 남자애가 어떻게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지…?”
노래가 끝나고 샤샤는 놀라운 듯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성가대 사람들도 옆에서 변성기가 오지 않아서 그런가 목소리 톤이 엄청 높네부터 시작해서, 재능이 있다는 둥 마레이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냐, 아냐. 정말 괜찮았어. 관심 있으면 성가대 연습에 참여해도 될 정도야. 조금만 갈고 닦으면 변성기가 온다고 해도 훌륭한 테너가 될 거야.”
샤샤의 끝도 모를 칭찬에 마레이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 더 성가를 같이 불러보고 싶었지만, 과할 정도로 칭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레이는 조금 떨어져서 그들의 연습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길리아가 소프라노의 하이라이트를 부르다 실수할 기미가 보이면 샤샤가 자연스레 이어 부르며 노래를 완성해나가는 모습.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길리아와 그녀를 보면서 기쁜 듯 날개를 흔드는 모습에 마레이는 연습이 끝날 때까지 샤샤에게서 눈을 떼어낼 수 없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나열해 본다면 몇 시간이나 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겨우 몇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메인 소프라노인 길리아가 일정으로 빠져나가고, 몇 번 연습한 이후에 다들 무리를 이루며 성당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학생회 일로 돌아가 봐야 되는데, 이제 뭐 할 거야?”
“조금 이르지만…. 집으로 가게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준비를 조금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셀린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사정이 많이 복잡한 아이라… 네가 이해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샤샤는 마레이의 작은 어깨를 몇 번이나 꾹꾹 주무르고 먼저 성당을 떠났다.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모두랑 인사를 하고 나서야 마레이는 혼자 성당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성가를 부르던 샤샤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리다가, 묘한 아쉬움을 남기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레이는 교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성가(聖歌)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이 화음을 맞춰 부를 때마다 느껴지는 일체감부터 시작해서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온몸에 맴돌아 몸 안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잃어버렸던, 틈이 있는 곳에 무엇인가를 꼼꼼하게 채워 넣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노래를 외우는 것에 미묘하게 서툰 마레이라고 해도. 성가대 사람들과 다 함께 불렀던 노래들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제멋대로 콧소리에 섞여 흘러나온다.
매일 같이 지나치는 광장을 스쳐 지나갈 때, 분수대에 묘한 노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는 말이 정확했다. 서로의 얼굴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는 애매한 거리였다. 누군가 발목이라도 잡은 듯, 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기에 마레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노인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타오르는 걸까.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샤샤 선배에게서 본 불꽃과는 다른 느낌. 금방이라도 불이 꺼질 것만 같이 위태롭지만,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빛. 아, 불꽃이 아니었다. 옳은 표현을 찾는다면 등대 같았다. 항구 주변을 비추는 환한 등대 그래, 이 보다 어울리는 말이 어디 있을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둥 위에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빛 덩어리.
“어르신, 무슨 일 있으신가요….?”
“길을 잃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꼿꼿하게 펴져 있는 등.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 위로 탄탄해 보이는 몸.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나 지나온 세월을 간접적이게나마 느낄 수 있는 눈가의 주름들과는 반대로 넘쳐흐를 것 같은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질적인 노인이었다.
정말로 길을 잃은 것인지 광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찾을 수 있는 카페를 찾고 있었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
“착한 아이구나.”
슬그머니 누그러진 노인의 분위기에 마레이는 작게 웃음으로 대답하고 노인을 부축하기 위해 옆에 붙었다.
“누구에게 의지할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단다.”
“아, 죄송해요.”
“사과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다.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엄격하다. 처음 만난 노인이지만, 그는 묘하게 엄격했다. 자신을 보는 눈초리는 무척이나 강인했지만, 적대감이나 친근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평가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여기가 어르신이 찾던 곳이에요.”
“예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랑은 많이 달라졌구나. 풍경도, 사람도.”
노인은 중절모를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상하게 노인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분명 처음 보는 노인이었다. 란처럼 알 수 없는 환상과 그리움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런 노인. 그럼에도 왜인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지만 기억에는 없었다.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는 발테르 총독령이 아닌, 발테르 왕국의 수도였지.”
“군인이셨습니까?”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꽤나 남았는데, 말 상대라도 되어주지 않겠나?”
주문을 받으러온 웨이터에게 잔뜩 간식과 음료를 시키는 모습을 보아하니, 마레이가 말 상대가 되어줄 거라는 걸 확신하는 눈치였다. 낯선 사람이 무엇을 사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낯익은 노인의 모습에 마레이는 지금의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군부에 관해서 궁금한 게 많았지만, 라벨라는 관련 질문할 때마다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군복을 입은 성인 마레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잔뜩 두근거린 라벨라였지만. 로렌의 성격상 마레이의 인사이동에 라벨라의 개입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몸이 멀어질 것을 우려한 그녀가 마레이가 군인에게서 관심을 떼어놓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은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노인이 군인 출신이라는 걸 알자, 이상하게 딱딱한 대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네는 발테르 학교 학생인가?”
“예.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도 칭찬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지.”
노인에게 좋게 보일 생각으로 대답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레이의 대답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노인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한데. 조금 물어봐도 되겠나?”
“아, 예. 저희는 딱히 지정된 커리큘럼이 없어서 제국 대학처럼 강의를 선택해서 듣습니다. 인기 있는 과목은 보통 마법 학이나 행정 관련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검술은 어떤가?”
“남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경쟁해서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 행정 관련 수업과 달리 조금 빈자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팡이를 매만지는 노인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인지 잠시 말이 없었다.
“학생을 보면 손녀가 생각나서 산 것이니 좀 들게. 나이를 먹으니 단맛을 잘 못 느끼게 되어버렸거든.”
“감사합니다….”
방벽 주변에 살 때에 비한다면 용돈이 많이 오른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사치를 부릴 정도로 풍족한 편도 아니었다. 수업이나, 생활에 필요한 것이 생기면 미리 구해다 주는 라벨라나 쌍둥이 엘프 선생들 덕택에 용돈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사 먹을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노인의 친절에 부담을 느꼈지만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잘 먹는구나. 여기… 이 아이가 먹은 걸 두 개씩 더 가져다 주시오.”
“그, 그렇게까지는...”
“괜찮단다. 나도 오랜만에 젊은 아이와 이야기를 하니 즐겁구나.”
첫인상과 다르게 노인의 눈은 조금씩 조금씩 누그러진 것만 같았다. 이럴 때에는 마레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마저 이야기나 하자꾸나. 검술은 그렇다 치고, 사관학교를 진로로 잡은 아이들은 많은 편인가?”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친척도 준비 중이고….”
“다행이군. 학생은 생각이 있는가?”
“아직은 생각만 할 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멋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뒤에는 남들에에게 말조차 못 할 고민이 있을 테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성숙하군.”
노인은 끌끌 웃음을 터트렸다.
“학생은 군문에 관심이 있나?”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신경을 쓰고 있긴 합니다.”
“요즘 북부가 시끄럽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데, 생각해 본 적 있나 학생?”
북부. 북부 전선. 인간과 교류하고 또 동맹까지 채결한 수인 족과 드워프와 다르게 인간이 오크에게, 오크가 인간에게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장소였다. 서로의 종족에게 멸종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살육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광기의 장소.
“...오크들 말입니까?”
“그래.”
누가 광기의 살육을 먼저 시작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방벽을 넘는 오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일 뿐이었다. 인간도 방벽 너머로 군인들을 밀어 넣으며 오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할 뿐이었고.
평화를 논하기에는 두 종족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을 뿐이었다. 제국은 나날이 발전할 따름이었고, 농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극한의 땅에서 오크들은 겨우겨우 목숨줄을 연명할 뿐이었다.
인간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극한의 지역에서 그들만의 터전을 꾸리면서.
“수비가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국은 강하다. 마법도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되었고, 뛰어난 장교들도 매년 늘어가고 있고, 이제 냉병기를 쓰는 오크들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곧장 대답하려던 마레이는 이상함을 느꼈다. 격정적인 노인의 말과 다르게 그의 갈색 눈동자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시험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 순서대로 정리하고 천천히 내뱉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대답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크들이 아무리 세를 불려봤자, 동토의 대지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국이 적이 존재하고, 불안한 적을 내버려 두면 안될 때라면 오크 토벌전은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기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부의 수인족이나 드워프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엘프들도 확고한 동맹인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뒤가 안전한 이때야 말로 오크의 뿌리를 뽑는 게 낫지 않은가?”
“제국은 성장하고 있고, 마법과 과학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오크의 뿌리를 뽑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더 적은 희생으로 안정적으로 오크를 물리칠 수 있지 않습니까. 굳이 제국의 피를 동토에 흩뿌릴 필요가 있습니까….? 물론 오크들이 말썽이고 피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수비 병력을 조금 더 늘리고, 레인저의 수를 늘리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비용적으로, 장기적으로 동토의 적을 없애는 게 최우선이 아닌가?”
“더 비용이 들어도 좋습니다, 시간이 더 들어도 좋습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고, 잃어버린 시간은 다른 노력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줄리아가 종종 하는 말이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레이는 돌아가신 모친을 떠올리며 그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생각했다.
“황제님의 확장 정책과 유화정책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한순간에 비대해져 버린 제국을 보면 위태롭다고 생각을 합니다. 발테르나 수도의 모습을 본다면 제국의 영원함을 노래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지방에는 과거의 망령들이나 몬스터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교도들도 날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일반인에게는 정보가 닿지는 않았지만, 에르덴이 자신의 훌륭함을 알려주기 위해 말해준 외딴 지역에서 잦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교도들의 무리. 신문에서 심심하지 않게 튀어나오는 몬스터들 문제. 라벨라가 가끔 말해주는 다른 지방의 반란군 이야기 등이 떠올랐다.
“그럼 언제가 최적기라고 생각하느냐?”
“전쟁에 최적기는 있지만, 이건 전쟁이 아닙니다. 만약에 동토를 짓밟을 조건을 물으신다면…. 제국의 행정가들은 죽어서 휴가를 받는다는 우스운 소리가 사라질 때가 되어야겠죠. 구체적으로는 작은 마을 하나하나에 제국의 행정력이 곧장 이루어질 때쯤이라 생각합니다. 발테르야 파웬 총통의 적극적인 자비 지출과 엘프들이 적극적으로 행정력 투사에 협조적이다 못해 자발적으로 관료가 되었지만, 다른 곳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말이 정복이었지, 제국의 역량을 초월한 땅을 집어 삼킨 탓에, 귀족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운영에 일임하고 있는 편이니.... 물론, 10~20년 정도 계약 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남은 시간 동안 토지를 쥐어짜겠지요. 아니면, 다른 생각을 품거나.... 제국이 안에서부터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느냐? 북부로 올라간다 생각만 하고 모두가 오크를 잊어버릴 것 같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구나. 언제까지 내치에만 집중할 수 있겠느냐. 이럴 때야 말로 북부를 빠르게 정리하고 남은 군인들을 지방 치안 부대로 편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마레이도 자신이 말하는 게 이상일 뿐인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상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제국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정론이지만, 사람들은 병사들을 그리 신뢰하지 못합니다. 군 관계자들이 들으면 기함할 이야기지만, 상비군이라는 개념조차 완성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군인이 온다고 하면 약탈부터 걱정하는 형편이니까요....“
필요할 때만 부르는,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는 용병들에 비하면 상비군은 훌륭했다. 군이라는 기관에 묶여있다 보니 약탈을 할 가능성이 한 없이 적었고 통제도 되었다. 다만,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까, 적을까.
제국에서 전국에 학교라는 것을 만들고, 부족한 행정력에도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생각해서 파견된 교사들에게 배운 학생이라는 개념에 묶일 수 있는 아이들은 몰라도, 정복 전쟁을 겪어본 사람들에게는 군인이나 용병이나 큰 차이를 모르고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저는 북부로 진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크의 위협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섣부르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도 주기적으로 토벌전을 벌이고 있고, 전투부대를 운용해서 끝없이 압박을 넣으며 충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번 요새를 빼앗긴 것을 종종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시는 군부가 그런 일을 벌이지 않기를 기도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좋은 관계라고 하지만 남부의 이 종족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고, 잠재적인 서부의 시그마 제국에게 북부 정벌은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부 전선에 있는 군인의 숫자를 아는가? 역량을 자세히 알고 있는가? 이들이 남부로 간다면, 서부로 간다면 그들의 위협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제국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잘하고 있으며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버둥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칠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라고 함부로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거대해지는 지역이 있지 않습니까. 모든 도시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며, 우리는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식어가는 커피를 붙잡고 마레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레이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내뱉은 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이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추론했다고 하기에는 밑바탕은 빈약했고, 지식은 부족했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고 있는, 왜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지식들을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이게 옳다는 듯이, 이게 정답이라는 듯이.
“저희에게 녹지 않은 동토가 의미가 있습니까. 수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해서 동토 속에 군인들을 밀어 넣을 만큼 의미가 있습니까?”
마레이는 자신이 내뱉으면서 스스로의 발언에 소름이 돋을 것만 같았다. 희생자는 안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부로의 진격은 안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었지만, 자신이 내뱉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을 거세한 것만 같은 너무 이성적인 대답이었다.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건가? 그 번영이 도달할 때? 아니면 거의 피해 없이 동토를 점령할 수 있을 때?”
“군은 타국이나 땅을 점령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제국을 외부로부터 방어를 위해 존재합니다.”
마지막 말까지 내뱉은 마레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인 앞에서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아니, 자신보다 연장자인 사람에게, 군인에게 가르치듯이 말할 주제는 아니었다.
“요즘 애들은… 우리 때랑 다르게 똑똑하군.”
노인은 식은 커피를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은 채 마신다. 여전히 엄격한 눈은 여전히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감탄이나 칭찬은 아니었다. 그냥 빈말이었다는 것 정도라는 걸 왜인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노인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슬쩍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기다리던 사람이 올 시간이구나.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묻다 보니 너무 오랜 시간 잡아두어 버렸구나. 더 먹고 싶은 게 있느냐?”
“괜찮습니다. 충분히 잘 먹었습니다. 부족한 의견이지만 참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인은 즐거웠다는 말을 다시 내뱉고 마레이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멀어지는 소년의 등을 보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말하는 게 꼭 줄리아를 닮아군. 무서울 정도야.”
노인은 중절모를 쓰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줄리아의 제자라고 했던가, 닮은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배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평소에 그녀가 자신에게 말하던 내용보다는 무척이나 유순했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할까.
다만, 자신의 눈빛에 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말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반짝이면서 또렷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열변을 토해내는 모습이 줄리아를 정말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줄리아의 아이라고 하면 더 믿음이 갈 것 같았다. 슬그머니 등을 돌려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노인은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마레이 드 파웬… 용사의 피는 묽어져도 용사인가.”
노인은 망설임 없이 광장을 떠났다.
마레이는 오늘 처음 만난 노인에게 자신의 의견이 옳은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제대로 된 평가조차 듣지 못한 것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줄리아나 라벨라가 이야기해 준 것을 정리해서 이야기했지만, 자신이 제대로 이야기한 것 같지도 않았고.
말하다 보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자기 할 말만 한 게 아닌가, 잘못 말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군인 출신인 노인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떠든 것인지 떠든 것인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생각보다 집에 도착한 게 늦어버린 마레이는 자신과 라벨라의 집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스러운 마차를 발견했다. 녹색용과 검을 물고 있는 조악한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총독의 것이었다.
“공자께서 마레이 드 파웬… 맞으십니까?”
낯선, 그러니까 초면이라고 자신 할 수 있는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따라 노인들과 인연이 있는 것만 같았다. 먼지 한 점 묻지 않은 하얀 장갑으로 쥐고 있는 나무지팡이는 잘 다듬어져 매끄러워 보였고, 단정하게 정리한 수염은 지저분하다는 생각은 일절 들지 않고 기품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예? 아, 예….”
이런 사람이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을 찾아온 노인이 내뱉을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는 파웬가의 집사장을 맡고 있는 뎀버라고 합니다. 도련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총독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연장자의 모습에 마레이는 화들짝 놀라 노인을 만류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집사장이라고 소개했지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딱딱했다.
“공자께서는 친절하시군요. 파웬가의 입적하신 도련님께서 부디 잘 적응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 이런 잡담을 나누다가 시간을 잊어버리고 말았군요. 더이상 시간을 지체한다면 총독님께서 경을 치실 수도 있습니다.”
“아, 네… 가, 갈게요!”
딱딱한, 그러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노인이었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이 어디인가 어색해 보였다.
“라벨라님께서 양자를 들였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들었지만, 찾아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셨기에 이렇게 늦게 인사드립니다. 저를 뎀버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뎀버. 저는 마레이라고 불러주세요.”
“다른 가문과 다르게 파웬가의 집사장은 방계 같은 게 아닙니다. 로렌 님을 모시는 하인일 뿐이지요.”
“그래도, 어떻게 연장자에게…...”
“마리 님을 닮으셨군요. 이 노인네가 말년에 또다시 즐거운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제 소소한 기쁨과는 다르지만 마레이님께서는 그렇게 하셔야만 합니다. 파웬가의 후계자는 남에게 고개를 숙이면 안 됩니다.”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총독부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도 있으신지요? 요리장에게 지금이라도 연락해 준비하도록 시키겠습니다.”
“딱히… 가리는 음식은 없는데요.”
“라벨라님의 식사를 생각하신다면 약간 간이 부족할 테니, 참고하라고 했습니다. 혹시 기호를 알 수 있겠습니까? 주방장이 단단히 기대하고 있답니다.”
“라벨라… 어머니께서 고기를 더 먹어야 된다고 하긴 했어요.”
이런 대화를 하나, 둘 지나치고 있었다. 뎀버라 소개한 노인은 마레이가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조용했다. 대화를 시작하는 건 뎀버였지만, 대화의 마무리는 계속해서 마레이였고. 대화의 주제는 뎀버가 이끌어가고 있었다.
“....도련님. 나이를 먹으니 쓸데없는 걱정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주제 넘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아, 네에….”
단어만, 문장만 놓는다면 기분이 나쁜지도 몰랐지만. 집사장이 말하니 그런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 들어야겠다라는 짧막한 생각만 남았다.
“현재 살아있는 로렌 님의 혈육은 라벨라님 오직 하나뿐이십니다. 혈육에게 관대한 총독님이시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무척이나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계십니다. 라벨라님께서는 단, 한 번도 로렌 님을 실망하게 한 적 없었습니다.”
뎀버는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마레이도 뎀버를 보고 있었지만, 볼 수 없었다. 분명 눈에 담고 있는데도 뎀버라는 인물을 알 수 없었다. 분명 보고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 뎀버라는 인물을 그릴 수 없었다.
“도련님께서 마리 님을 닮았기에 저는 기쁩니다. 이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늙은이는 그저 파웬가문에 도련님 같은 분이 나타났다는 게 얼마나 큰 흥복인지 감읍할 따름입니다.”
인식 왜곡. 머릿속
에서 그런 단어가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일리엔이 가끔 스스로에게 걸고 마레이와 팔짱을 끼고 교내를 돌아다닐 때 쓰는 마법. 위험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색인지 인지할 수 없는 그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그게 퍽이나 안심됐다. 에르덴이 준 팔찌를 믿는 것도 한몫했다만….
“그러기에 저는 두렵습니다. 혈육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시는 로렌 님에게 도련님이 어떻게 상처 입을지 말입니다. 그러니….”
뎀버는 망설이는 듯 보였다. 이 노인은 자신의 친어머니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묻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는, 갑작스레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도 알지 못했기에 마레이는 그저 뎀버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내해주시길 바랍니다. 로렌 님은 파웬가의 가장 큰 어른이십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고룡(古龍)이십니다. 제가 이런 주제 넘는 말을 하는 것도 알고 계시겠지요. 한 번도 고집을 부려본 적 없는 라벨라님께서 도련님을 양자로 들이신 이유가 있다고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부디 총독님과, 라벨라님의 기대를 져버리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마레이는 깨달았다. 뎀버라는 인물은 친절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정신이 확 들기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머리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뎀버라는 집사장은 지금 경고하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로렌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뎀버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눈의 초점은 마레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레이는 묵묵히 뎀버의 시선을 받아냈다. 아니, 그를 보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에는 그려지지 않는 그의 얼굴을 천천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연장자라고 했지만, 초면인 자신에게 너무 무례했다. 하지만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레이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왜 자신은 화가 나지 않은 걸까. 단순히 나이 많은 노인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유는 짐작이 갔다. 로렌이 마레이에게 했던 말들. 초면인 마레이에게 거침없이 내뱉은 독설과 모욕. 그 기억이 스쳐 지나가자 마레이는 자신이 지금 왜 이렇게까지 초연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로렌 드 파웬에게 아무런 기대조차 없었다.
총독이라는 이름에 이름 모를 설렘을 느낀 적도 있었다. 발테르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적도 많았고, 로렌이 가끔 언급하는 할머님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풍선마냥 거대하게 부풀어 있었다.
다만, 너무 크게 부풀었던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로렌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예리했기에 마레이의 기대를 펑 하고 터트렸는지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기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선망이라는 말이 옳을까. 마레이는 뎀버를 보면서 슬며시 웃어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었고, 비유하자면 유리 파편 같았다. 하나하나는 계속해서 기억나지만, 이어지는 기억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면전에서 어머니의 욕을 하는 로렌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
로렌은 어른이었다. 그것도 가문의 가장 큰 어른. 파웬가에 남은 사람은 로렌과 라벨라밖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켜야 될 것은 지켜야만 했다. 로렌이 마레이를 보며 내뱉은 말들에 반발심리가 없다는 건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레이가 로렌과 싸운다는 것은 정말로 아니었다.
로렌에게 몸을 잔뜩 구부리고 버텨낸다고 무엇이 주어지거나,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친어머니였던 마리 드 파웬이었다면 지금의 마레이의 결정을 이해해줄 터. 라벨라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 라벨라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지만 애써 말하지 않았다.
혹여나 로렌의 편을 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때문에 라벨라에게 남은 하나뿐인 혈육인 로렌과 싸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커다랗기 때문이었다.
“공자께 무례한 말을 해버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