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317/337)

페니스를 찌를 때마다 가버리고, 겨우겨우 숨을 토해내고 다시 가버리길 반복하는 음란하고도 너무 민감해져 버린 극상의 여체에 마레이는 내던지듯 허리를 밀어 붙인 채 꽉 조여오는 질 안을 잔뜩 헤집어놓는다.

“으읏.. 읏… 이제, 이제 나올 것 같아.. 으읏.. 쌀 것 같아. 엄마.. 엄마 보지 안에 잔뜨으윽!”

“앙, 앙, 아아앙.. 네에.. 마레이 전용 육변기 안에 잔뜩 싸주세요.. 엄마 보지는 마레이 전용 구멍이니까.. 으읏.. ”

차마 입에 담기도 저속한 말을 내뱉으며 어린 소년에게 예속의 말을 쉴 새 없는 토해내는 이가 라벨라 감찰국장이라고 하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마레이는 어머니의 음란한 예속의 증거를 울부짖으며 허덕이는 모습에 있는 힘껏 허리를 밀어 올린다.

“아아아앙…!”

자궁 안에 직접 사정하려는 듯, 귀두 끝이 질육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거칠게 밀려 올라가고, 부드럽고 여린 살단지의 가장 중심부까지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우읏… 읏… 나와아앗..!”

마레이는 라벨라에게 들으라는 듯이 크게 외치며 자궁구를 밀어 올린 거대한 페니스의 감촉과 동시에 제대로 사정하지 못했던 것을 보답받는 것처럼, 자신을 키워주는 어머니의 태 안에 있는 그대로 씨를 뿌린다.

-콰륵, 콰르르륵, 콰륵!

“아, 아.. 아아.. 읏.. 으읏..! 자, 자궁 안에 자, 잘 들어오고 있어.. 읏… 마레이 아기씨 잔뜩.. 잔뜩 들어오고 있어요.. 아앙… 배, 배가 노, 녹아버릴 것 같아서.. 흐읏…!”

“응, 엄마 안에 잔뜩 싸고 있어. 잔뜩잔뜩 더 싸줄 테니까… 흘리지 마. 으읏.. 읏… 엄마 보지 좋아.. 읏.. 엄마 좋아해요.. 으으으..”

라벨라는 자신의 태내에 있는 힘껏 사정하며 애정어린 말을 쏟아내는 어린 아들의 모습에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과 행복감에 숨을 허덕이고 있는 힘껄 밀려드는 정액덩어리의 감촉에 행복한 듯 숨을 퍼덕인다.

“아앙, 마, 마레이. 엄마도, 마레이가 좋아. 제일 좋아. 응, 마레이만 좋아해요. 마레이만.. 으읏.. 엄마는 마레이 뿐이야. 언제나 으응… 읏.. 배, 배 안에 가득.. 흐읏..!”

피임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어린 아들에게 질내사정을 당하며 혼자서 피임을 책임지고 있는 라벨라는, 태내에 욱여넣어지는 정액덩어리들의 묵직한 감각에 황홀해하면서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혀를 내밀며 또다시 절정에 달한다.

그런 모친을 현관문에 붙이듯 밀어붙인 마레이는 아직도 이어지는 사정감에 허덕이며, 문을 미는 듯한 자세의 라벨라의 손 위로 손을 감싸 깎지를 낀 채 더욱더 허리를 밀어붙인다.

“으읏.. 꽉 조여엇… 더, 더 꽉 조여줘 엄마. 으읏.. 좋아.”

“앙, 아앙, 또, 또 가아앗.. 어, 엄마 사정받으면서 가아앗..! 아아앗.. 아앗..!”

어린 소년에게 밀려 현관문에 상체를 완전히 밀착시킨 감찰국의 마녀는 어린 소년에게 잔뜩 개발된 몸에 기뻐하며 꿀럭꿀럭 들어오는 정액의 움직임을 머리속으로 그려나가며 다시 한 번 절정에 도달한다.

“어서 와, 마레이. 평소보다 일찍 왔네.”

연구실에서 줄리아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짙은 커피향기 씁쓸하면서도 맑은 정신이 들게 하는 묘한 향. 라벨라가 즐겨마시던 블랙커피 냄새라는 걸 마레이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강의실은 텅 비어있을 테고, 설마 하는 마음에 줄리아의 연구실을 찾았다.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줄리아 선생님?”

“토요일이 제일 좋았지. 일요일은 그냥저냥 할아버님과 시간을 보냈어. 커피 한잔할래?”

“아, 네. 감사합니다.”

줄리아는 마레이의 머리를 간단하게 매만지고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리엔이 주고 간 손님용이 있어서 다행이네. 연구실에는 블랙커피밖에 없거든.”

“다행이네요….”

마레이는 고소한 향을 짙게 뿜어내는 연갈색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리아는 고양이처럼 경계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뭔가 인위적인 개입이 없는 이상은 너무 정형화되어 있는 발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말이야.”

“네?”

“그냥 헛소리가 나왔어. 맛있으니까, 먹어봐. 일리엔이 극찬한 물건이니까”

줄리아는 묘한 괴리감을 느껴지는 현 세태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꺼냈지만, 어린 소년이 듣기에는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다시 주제를 커피로 돌릴 뿐이었다.

“공부는 잘 하고 있는 거지?”

“아, 그게….”

볼살을 조물락조물락 만지던 줄리아의 물음에 마레이는 말을 길게 늘어뜨렸다.

“섹스도 좋지만, 발테르의 학생이라면 공부에도 신경 써야 해. 라벨라씨에게 말씀을 드리긴 해야겠네.”

“아, 공부 열심할 테니까. 엄마에게는… 그러니까..”

“혼내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들이 적당히 조절하자는 이야기지. 성녀님께도 이야기를 좀 드려야겠고. 나도 마찬가지고. 실제로 우리 수업은 내일이 처음이고. 쯧.. 이렇게 자기 조절 못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말이야.”

줄리아는 곤란한 듯 웃고 있었다. 당황한 듯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어린 제자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친해진 애들은? 대부분 수업이 일대일 개인 교습이다 보니 친구 사귀기는 힘든 환경일 텐데.”

줄리아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학생들에게 말할 때처럼 말투가 딱딱했다.

“그냥저냥 즐거워요. 므랑데랑, 필리아, 길라아 정도는 친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하면 친한 거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표현은 생소하군. 이렇게 들으면 네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해. 공작가의 이름을 팔아도 좋고, 라벨라씨에게 부탁해도 좋아, 사교회 같은 데에 참석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파웬가의 이름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마레이였지만, 그래도 가문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교 회장은 계산적인 만남이라고 이야기했던 필리아의 한숨 섞인 목소리를 떠올리면 거부감은 몇 배로 늘어났다.

“뭐, 그런 게 싫으면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알아보고. 성가대에 기웃거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할만한 가?”

“아, 네. 길리아도 있고, 샤샤 선배도 있고. 다들 친절해서 좋아요. 다 함께 합창할 때 묘하게 설레기도 하고.”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 편임. 줄리아는 라벨라와 에르덴에게 보고할 내용을 다시금 머릿속에 정리했다. 라벨라는 일리엔에게 듣고 있겠다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젊은 권력가는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원하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감찰국의 사람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비밀스러운 아들의 사생활을 타인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독점욕일 터.

“잘하고 있네. 공부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 곧 있으면 1차 평가 기간이니까…. 그리고 길리아 마리타를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길리아를요?”

줄리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블랙커피가 반쯤 남은 잔을 깔끔히 비워냈다.

“반장, 길리아 마리타에게 신입생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긴 했는데, 이제는 네가 길리아를 잘 챙겨주길 부탁하지..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인데, 내가 챙겨주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너무 과하게 고마워한다고 해야 하나. 어려운 아이야.”

줄리아는 길리아의 모습이 떠오른 것인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작게 웃었다.

“자, 그럼 오늘 있을 상담은 이걸로 끝이군. 이제, 어깨 빌려도 될까?”

“아, 네...”

마레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줄리아는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여 어린 제자의 어깨에 기댔다. 까끌까끌한 갈색 머리카락에서는 묘한 청아한 향이 흘러나왔고, 목 끝에 닿아 간지럽힌다.

“나, 방금 깨달았는데. 또 군인 때처럼 딱딱하게 말했네. 이상하지?”

“아뇨, 멋졌어요. 줄리아가 군인일 때 만났으면 두근두근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두근두근거리지 않고?”

“지금은 사랑스러워요.”

막힘없이 대답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줄리아는 부끄러운 것인지 소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말없이 부비었다.

“있잖아, 마레이.”

“네, 말씀하세요.”

“군인일 때, 모습 보고 싶어?”

“조, 조금이요?”

욕망에 솔직한 마레이의 모습에 줄리아는 작게 웃어 보이고 큼큼 소리를 내며 목의 긴장을 슬며시 푼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 테이블 위에 앉아 마레이를 내려다본다.

“소년, 이름은.”

“네?”

“소년, 이름이 뭐지?”

줄리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마레이를 내려보고 있었다. 시선만으로도 묘한 냉기가 도는 것만 같았다.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정자세로 앉으며 줄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마레이 드 파웬입니다….”

“말을 길게 늘어뜨리지 말도록.”

“마레이 드 파웬입니다.”

“좋아.”

줄리아는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손으로 턱을 괴고 마레이를 훑고 있었다. 마레이는 눈앞의 존재가 짐승처럼 느껴졌다. 약점을 찾으면 곧장 날카로운 이빨로 곧장 물어버릴 잔혹한 짐승.

“아하하하, 이정도야. 뭐, 이러고 해보고 싶긴 한데. 오늘은 별로 시간이 없으니. 주말에 해볼까?”

방금전의 긴장감을 조성하던 것이 거짓인 것처럼 잔뜩 긴장한 듯 보이는 마레이의 모습에 줄리아는 기쁜 듯 웃었다.

“...좀 무서웠어요.”

“흐응~. 귀여웠어 마레이. 평소보다 더. 좋아, 주말에 뭘 해야 할지 생각했는데. 성녀님께 말하고 역할극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줄리아는 한쪽 눈을 감고, 창문 너머의 대성당을 힐끗 보았다.

“흥분했어? 여기가 잔뜩 딱딱하네?”

“으읏.. 쓰, 쓰다듬으시면.. 아, 쥐면.. 으읏..!”

“해주고 싶은데. 조례까지 시간이 애매하긴 하네… 어쩔 수 없… 응?”

애타는 목소리로 허덕이는 마레이의 모습에도 줄리아는 바지 위를 쥔 손을 떼어냈다. 아침부터 제대로 성욕처리를 하지 못한 에로한 꼬맹이는 대담하게 담임선생의 손목을 붙잡았다.

“줄리아... 싸고 싶어요. 줄리아 안에 잔뜩, 잔뜩이요 싸고.”

“정말…. 이름을 부르는 건 치사하잖아.”

자신의 이름을 막 부르는 제자의 모습에 줄리아는 등줄기가 오싹해짐을 느끼며 미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이들하고 개인 면담이 있으니까. 가슴으로 해줄게. 나머지는 이따가 해줄 테니까. 지금은 이걸로 용서해주기다?”

망설임 없이 제자의 다리 아래에 무릎 꿇은 담임선생은 한쪽 눈을 찡긋하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줄리아가 하얀색 브래지어까지 망설임 없이 풀어내자, 거대한 살봉우리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게 작게 푸릉푸릉 떨린다.

능숙한 손길로 소년의 바지를 벗겨내는 담임 선생은 묘한 설렘을 억누르고, 거칠게 튀어 오르는 거대한 살막대기를 가슴 사이로 끼워 넣고 슬며시 몸을 일으켜 기울인다.

“후후, 라벨라씨랑 몇 번이나 한 거야? 킁킁, 라벨라씨의 냄새가 잔뜩 나네.”

“아침에 네 번밖에.. 응…”

“잔뜩 했네. 그러면서 이렇게 딱딱하게 세우기나 하고.. 흐응… 엄청 뜨겁네.”

평소에 무겁다고 툴툴 대면서, 발끝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기만 한 살덩어리라고 가슴을 인식했지만, 작게 몸을 떨며 기쁜 듯 허덕이는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그동안의 불편함을 감수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밑가슴부터 들어 올리며 무게감 있는 커다란 유방을 중심으로 모른 채, 뿌리부터 귀두 끝까지 가슴으로 꾹 누르며 밀어 올린다, 얼마나 강하게 좌우로 밀어 누르는 것인지, 페니스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이는 부드러우면서도 기분 좋게 조이는 모성의 총아.

“마레이, 자지가 두근두근거리는 게 느껴져. 이렇게 가슴으로 해주는 것도 좋지?”

탄력감이 넘치는 두 개의 유방이 뿌릉뿌릉 흔들리면서도 쉴 새 없이 귀두를 감싼 채 위아래로 마찰시킨다. 소파의 팔걸이를 꽉 움켜쥔 채로 기분 좋게 숨결을 토해내는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기세 좋게 더욱더 거칠고 빠르게 가슴을 움직인다.

“으응… 줄리아 가슴 부드럽고 따뜻하고 좌우로 비틀리듯 조여서, 조, 좋아..”

크사크루 자매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일반인보다 압도적인 크기의 가슴에 끼인 것만으로도 묘한 흥분감과 정복욕에 기분 허리를 부르르 떤다.

좌우로부터 조여오는 부드러운 고기의 벽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올려다보는 담임선생. 골짜기 사이에 담긴 페니스로부터 따뜻한 감촉이 올라오고 미묘하게 집중되는 조임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끝이 잔뜩 화가 나 있네. 할짝. 쯔으읍.. 쯥… 핥짝. 응응… 응...”

가슴 골짜기 사이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귀두 끝은 가슴으로 몇 번 문지른 것만으로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줄리아는 혀를 내밀어 요도구를 핥고 입을 가져다 대고 작게 빨아올린다.

어린 남자아이에게 가슴과 입으로 봉사하는 와중인데도, 줄리아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허벅지를 움찔움찔 움직이며 뜨거운 숨결을 페니스 위로 토해낸다.

“이렇게 해주면 좋은 거지? 후후...”

선이 가느다란 몸과 다르게 거대한 페니스와 색소가 슬그머니 빠져나가 분홍빛을 잃어가는 귀두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며 키스하며 가슴을 쉴 새 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웃어 보이는 음란한 담임선생.

“아응, 움직이면 힘들어.. 자, 맞춰줄 테니까. 조금만 천천히. 그래. 응.. 쪽… 쪽. 입술에 키스 받고 싶은 거야? 후후, 정말이지...”

평소처럼 섹스로 길들여진 암컷들의 자궁구에 페니스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허리를 들어 올리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몸을 슬그머니 일으켜 여유 공간을 두고 얼굴을 찌를 기세로 거칠게 다가오는 페니스의 끝에 입을 맞추며 츕츕 소리를 낸다.

페니스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기분 좋게 조여오고, 귀두 끝에 말랑한 입술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귀두 첨단에 입을 맞춘다.

“지금은 내가 봉사해주는 거니까. 가만히 있어야지. 마레이.”

슬그머니 일어나 여선생을 범할 준비를 한 소년의 기세에 눈치를 챈 듯, 줄리아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가슴으로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소년을 다시금 거칠게 앉힌다.

“주, 줄리아. 한 번만 더 하자.. 응..? 이걸로 싸버리고.. 한 번 더.”

“안되는 건 안 돼. 다른 아이들도 생각해줘. 이따 잔뜩 해줄 테니까. 일단 빨리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줘.”

혀를 길게 내밀어 가슴골 사이에 끼여 쿠퍼액을 질질 흘리는 페니스 위에 정확하게 타액을 흘린 줄리아는 곧장 가슴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밑가슴을 붙잡아 쓸어올리던 두 손은 어느새 좌우에서 가슴을 꾹꾹 누르며 골짜기 사이에 있는 페니스를 꾸욱꾸욱 조여온다.

좌우로 눌리며 잔뜩 망가지는 모양의 가슴과, 그에 맞춰 꾸욱꾸욱 조여오는 살골자기의 사이. 질주름과 엉덩이 구멍과는 전혀 다르지만, 기분 좋은 새로운 살단지의 감각에 마레이는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담임선생의 개인 연구실에서 본인에게 페니스를 물리고 가슴으로 봉사시키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앞에서 정갈히 무릎 꿇은 채 봉사하는 여선생의 부드러운 가슴 속.

“흐응~ 기분 좋아? 어때? 핥짝. 쯔읍.. 쯥… 쿠퍼액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네. 가슴에 마레이 즙으로 잔뜩잔뜩 차 있는 것 같아. 들어봐.”

-찌즙찌즙찌찌즙.

가슴속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쉴새 없이 울려 퍼지고, 그 안에서 페니스가 좌우로 쉴 새 없이 흔들리며 가슴에게 가혹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학대받고 있었다. 물론, 그 살막대기에서 올라오는 쾌감은 그런 학대가 더욱더 이어지길 간절히 바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으응.. 아, 읏… 줄리아.. 가슴 꽉꽉 조이고….”

“네가 좋아하길 바라면서 영상을 이리저리 찾아봤어. 마음에 들어? 쭈웁… 쭙… 정말… 구하는데 부끄러웠다고…”

작게 칭얼거리면서도 풍만한 유방으로 꾹꾹 누르며 기분 좋게 조이면서도, 중간중간 귀두 끝을 빨아올리며 적극적으로 애무해오는 손길에 마레이는 두 손으로 여선생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길게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읏… 줄리아.. 이제.. 나.. 읏…!”

“꿀떡꿀떡 움직이고 있어.. 후후, 쌀 거 같아? 응? 마레이? 쌀 것… 꺄앙~  잔뜩 싸고 있어.. 후후, 쯔읍.. 아아, 끈적해...”

매일 아침마다 하얀 손으로, 초록빛 머리카락으로, 입으로, 그리고 아랫입으로 잔뜩 봉사해가며 성욕이 넘치는 어린 아들을 진정시켜주던 어머니의 부재는 너무나도 컸고, 마레이는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도 금방 담임선생의 가슴에 사정해버린다.

-꿀럭꿀럭꿀럭

가슴 정중앙에 머물러, 아니. 갇혀있는 귀두는 살단지 사이에 곧장 정액을 싸지르고, 자연스레 페니스를 꾹 누르고 있는 유압에 따라 가슴골 위로 샘솟기 시작한다.

“차오르는 게 보여? 후후, 진짜. 엄청난 사정량이라니까. 이런 걸 피임 없이 자궁에 받아들이며 그대로 임신확정일 텐데.”

음란한 말을 쏟아내며 소년을 더욱더 자극해 나가는 담임선생은 사정할 기세가 줄어들지 않는 페니스를 가슴에서 찌걱찌걱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슴골에 가득 찰 것만 같았던 정액덩어리들이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아, 아까워라. 마레이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 마레이.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줘. 가슴에 잔뜩 담아줘. 마시고 싶단 말이야. 후후.”

“읏.. 읏.. 줄리아… 읏.. 이제, 이제 다, 다나오는데에… 으읏..!”

마레이는 허리를 움직여보려 하지만 여선생의 가슴에 잔뜩 짓눌린 하체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무의미한 반항일 뿐이었다. 야릇한 힘겨루기 와중에 줄리아는 슬그머니 져주었고, 마레이의 페니스가 가슴골 위로 번쩍 솟아올라와 그대로 여선생의 얼굴에 백탁액을 싸지른다.

“아앙, 얼굴에 잔뜩 싸버리면.. 다시 씻어야 하는데. 하음.. 음.. 쯔읍… 맛있어.. 쯥...”

“읏.. 읏.. 다, 다나온다아..!”

-뷰르르릇!

어린 소년의 외침과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리고 귀두 끝을 머금은 미녀의 입안에 젤리 같은 정액 덩어리가 왈콱 쏟아진다.

“..쯔읍.. 쯥.. 꿀꺽.. 아… 으.. 으… 목 안에 잔뜩 달라붙는 거 같아.. 후후, 자, 만족했지? 마레이. 이제 강의실로...”

음란한 모습을 잔뜩 보이며 약 올리듯 움직인 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만족하기는커녕 더욱더 큰 육욕에 휩싸였고 정액으로 더럽혀진 암컷의 얼굴에 부드러운 입안으로 그대로 페니스를 찔러 넣는다.

“줄리아가 나쁜 거니까… 딱, 딱 한 번만 더 쌀 테니까.. 읏.. 꽉 조인다...”

“우읍.. 읍.. 으읍..! 읍!! 으읍..! 읍! 끄읍..! 읍..!”

갑자기 목까지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페니스에 기겁한 줄리아는 손바닥으로 어린 소년의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려가며 반항해보았지만, 배려심 따위는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구강성교 행위에 손에 힘이 빠진 채 미묘하게 소년의 엉덩이를 감싸 안는다.

파이즈리 펠라에 만족하고 정리하고 강의실로 갔다면 둘 다 늦지 않았을 터이지만, 아침부터 욕구불만인 채로 참아온, 무한에 가까운 정력을 가진 소년에게는 딱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담임선생의 여체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슴에 한 발, 목 안에 한발을 싸지르고 나서 여선생을 엎드리게 해 다시 한번 행위를 이어나가던 마레이를 깨운 것은 무척이나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울리는 수업 종소리였다.

아쉽게 여체에게 떨어진 마레이는 휴지로 페니스 주변을 빠르게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줄리아는 아쉬운 듯 촉촉한 눈으로 마레이를 몇 번이나 바라보다 얼굴을 닦아내고 옷을 추스렀다.

줄리아가 조절을 한 것인지 얼굴을 잔뜩 적신 정액덩어리들이 머리카락을 적시는 불상사는 없었고, 줄리아는 정액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채로 브래지어를 급하게 걸친 채, 번들거리는 육감적인 육체에 착 달라붙는 와이셔츠를 입은 채 빠르게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죄, 죄송해요 줄리아 교수님.”

“아니야. 뭐..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개인 상담 전에는 깔끔하게 하고 싶었는데. 뭐, 한 번쯤은 괜찮겠지.”

줄리아는 수상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개인적인 일로 늦었버렸군. 반장, 이상 유무가 있다거나 지각한 학생이 있나? ”

“없습니다. 저…. 파웬이 지각하긴 했습니다.”

“전달할 사항은 없으니 앞번호부터 상담을 실시하겠다. 시간은… 20분 뒤부터 상담을 시작하도록 하지. 파웬 군은 오늘 지각에 대해서 이야기도 할 겸 마지막에 오도록. 자, 이상.”

마레이를 강의실 안에 밀어 넣고, 문 앞에서 2분 정도 기다리고 들어선 줄리아의 조례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숨을 헐떡이는 마레이의 모습에 길리아가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괜찮아? 아침에 학교 앞에서 본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뇨. 그게, 그러니까… 깜빡 졸아버려서..”

“뭐야, 그게.”

마레이조차 무슨 변명을 이렇게 해버린 걸까 생각했을 정도니, 길리아는 황당했는지 옅게 웃으며 적당히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렇다고 줄리아의 파이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라마치오를 한 번 더 해버려서 늦어버렸다고는 자신에게 예속의 맹세를 한 암컷들 이외에는 결코 말할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줄리아 선생님이 조금 화내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겨우 한 번 지각이니 적당히 훈계하시고 끝날 테니까.”

마레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 말라고 다독이는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익숙한 듯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고, 마레이도 아침에 말했던 줄리아의 경고(?)를 떠올리며 공부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따라 가방 안에 든 전공 서적을 꺼내 들었다..

시험이라… 생각해보면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틈틈히 시간 날 때마다 교재를 보고, 선생들이 준 노트를 공부하면서 어찌어찌 책에 있는 문제들을 풀 정도는 되었지만 귀족가의 아이들에 대한 묘한 선망이 있는 마레이에게 있어 이 정도 공부는 다른 아이들도 전부 기본적으로 하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마레이는 여지까지 레포트라는 걸 써본 적도 없었고. 교수님의 수업 시간의 대부분은 학업이 아닌, 아기 만들기 예행 연습 시간에 대부분을 쓰고 있기에 정말로 괜찮은 걸까 두려울 따름이었다.

이럴 때라도 바짝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유급이라는 걸 할지도 몰라! 셀린과 필리아의 경고 아닌 경고가 떠오르자, 줄리아 등에게 개인 과외라도 부탁할까 하는 나쁜 생각으로 의식이 흐른다.

일단 책에 있는 문제를 어찌어찌 다 풀 수 있었지만, 추가적으로 몇 문제를 더 풀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에 마레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책을 덮을 쯤에 이상하게 산만한 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반의 분위기가 묘했다. 그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자습을 시작한 지, 두 시간쯤 흐른 뒤였다. 남학생들은 묘하게 긴장한 듯 보였고,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있지를 못하고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여학생들은 뭔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지 멍하니 책이나 허공을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네요….?”

쉬는 시간에 길리아에게 가서 먼저 말을 걸었다.

“아, 그, 그러니까…. 조금.. 아니다. 아니야.”

뭔가 횡설수설한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더 캐묻고 싶어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상담이 끝난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도 못 하고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물론 자리를 떠나는 남학생들은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아서 교실 안이 무척이나 한산하기도 했다.

“마레이 드 파웬…..?”

“네?”

“아, 응… 그러니까 줄리아 교수님이 마지막 상담이라고 오라고 하네.”

얼굴을 붉히는 남학생이 마레이에게 작게 속삭이고 곧장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딜 가는 걸까. 마레이는 이상한 교실 분위기에 꺼림칙함을 느끼고 줄리아의 연구실로 들어섰다.

연구실을 나서기 전까지 나던 농후한 정액 냄새와 발정한 암컷 냄새로 가득 찬 방안은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짙은 행위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문은 잠그고 들어오고, 앉아. 마레이.”

줄리아의 말에 문을 잠그고 의자에 앉은 마레이는 책상 건너 앉아 있는 줄리아의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물에 젖은 듯 와이셔츠는 살에 잔뜩 들러붙어 있었고, 그 위로 하얀색 브래지어가 있는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옅게 웃고 있는 담임선생은 북방의 냉혹한 ‘전술가’라기보다는 짙은 색기를 흘리며 인간을 홀린다는 서큐버스를 연상시킨다.

“정액으로 옷안이 찐뜩찐득한 거 보여? 다들 땀에 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

“아, 응… 네.”

검은색 외투를 완전히 벗어 의자에 걸어둔 줄리아의 모습은 대단했다. 정말로 땀에 절은 듯 와이셔츠 안이 반쯤 비춰 보였다. 오히려 당당한 모습에 담임선생의 가슴에 마음 것 사정했던 마레이조차 물을 흘렸거나 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색정적인 암컷의 향이 묘하게 사람을 홀리고 있었다.

“왜, 놀랐어?”

“네… 그대로 상담할 줄은...”

“쿡쿡…. 다들 시선도 못 마주던데. 와이셔츠 안이 정액으로 잔뜩 칠해졌다는 걸 알았으면 어땠을까?”

마레이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자신 앞에서는 개처럼 짖어대고, 정액으로 가득 찬 콘돔을 입에 문 상태로 꿀꺽꿀꺽 넘기는 모습을 보며 즐겼지만, 그건….

“줄리아… 그, 그러면 안 돼요.”

“왜? 왜 안 되는데?”

오히려 되묻는 줄리아의 태도에 마레이는 이유를 모를 화가 욱하고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곧장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줄리아는 제, 제꺼라고 했죠?”

끈적한 소유욕. 남들 앞에는 고귀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서는 그 어떤 탕녀보다 음란한 행동을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소년의 끈적한 소유욕이었다.

“후후, 그래. 앞으로는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줄리아는 기쁜 듯 웃어 보이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상담 전, 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볍게 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담하게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학생들과 상담할 수 있었다. 수치심이 분명 존재하긴 했으나, 끈적한 소유욕을 보이는 자신의 어린 학생의 모습에 중간중간 후회하던 감정들이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그러면 말이야.”

자리에 일어나, 테이블 위로 네발로 기어오른 줄리아가 마레이를 향해 웃어 보인다.

“주인님이 하지 말라는 걸 해버린 못된 담임선생님을.”

슬쩍 몸을 일으키고, 마레이 앞에 앉아 슬며시 다리를 벌리는 줄리아.

“잔뜩 혼내 줄래?”

스커트를 들쳐 올리자, 잔뜩 젖어있는 순백색 레이스 팬티가 보인다.

“조금 전에도, 사실 강의실로 가는 대신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마레이가 안에다 아기씨를 잔뜩 부어줬으면… 하면서 기대했거든.”

자신의 비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더욱 대담하게 다리를 뻗어 허벅지를 소년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자신의 비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더욱 대담하게 다리를 뻗어 허벅지를 소년의 어깨 위에 올려두며 스스로 팬티를 끌어 내린다.

곧장 갈색 음모로 뒤덮인 음모 사이로 끈적한 꿀을 토해내고 있는 갈라진 틈이 보이고, 그 바로 위에는 발기해 있는 클리토리스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질육과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떨리는 음핵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처, 처음에는 혀, 혀로… 해줄 수 있어?”

자신이 부탁하는 게 부끄러운 듯 말을 더듬더듬 떠는 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망설임 없이 갈라진 꽃잎 사이로 입을 가져다 댄다.

“흐으으으읏, 아, 아 바로, 바로 빠, 빨면.. 읏.. 읏…!”

-쯔릅. 츠읍. 츠으읍. 쮸르릅.. 쯔읍.

망설임 없이 담임선생의 부드러운 질육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혀를 밀어 넣고 빨기 시작하는 어린 소년은 물고기마냥 퍼덕이는 여선생의 골반을 단단히 부여잡고 부드러운 속살을 헤집는다. 최대한 혀를 찔러 넣고 부드러운 살주름을 그대로 긁어내리고, 혀를 굴려 흘러나오는 꿀을 탐한다.

“아으.. 읏.. 으읏.. 너, 너무 능숙해서.. 읏.. 이게.. 아아, 자, 잠까아안.. 앙.. 아앙…!”

물 밖으로 건져내진 물고기마냥 상체를 퍼덕이며 몇 번이나 몸을 일으키다, 질육을 헤집는 부드럽지만 집요하게 성감을 짓누르는 혀의 감촉에 곧장 쓰러져내리 길 반복한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테이블 위에 흘러내린 애액 줄기가 작게 웅덩이를 만들 쯤, 마레이는 잘 차려진 여선생을 다른 방법으로 즐기기 위해 꽃잎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아읏.. 읏.. 으으읏..! 아… 아, 왜에.. 왜.. 멈추는…..?”

자신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보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줄리아는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소년을 올려다본다.

“더 좋은 걸로 해줄게요.”

“바, 바로는 싫은데… 더, 더어… 으읏?! 소, 손가락… 크흑…!”

말로는 바로 싫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심 기대하던 줄리아는 바지를 벗는 대신 갑작스레 손가락을 질 안으로 밀어 넣는 소년의 행위에 귀여운 소리로 울부짖으며 허벅지를 바들바들 떤다.

“여기를 꾹꾹 누르는 걸 좋아했던 거 같은데.. 역시 꽉꽉 조이네.”

“흐힛.. 힛..! 아, 아아. 긁, 긁으면 안되에에.. 아아앙, 앙, 앙…!”

어린 소년에게 스스로 다리를 벌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애무 한 번에, 손가락질 한 번에 애액을 질질 흘려대는 음란한 몸의 여성을 누가 줄리아 파후라고 생각할까. 마레이는 집요하게 여선생의 g스팟을 꾹꾹 누르며 절정을 강요하고 있었다.

“아흐흣….. 흣… 아, 아앙, 버, 벌써어…. 흣..! 아아아아, 가아아앗..! 가아아악..! 아…!”

거칠게 비명을 터트린 여선생은 허벅지를 바짝 움츠려 질 안을 잔뜩 헤집는 소년의 손을 멈추기 위해 손을 감싸고 있었지만, 이미 여러 여성들에게서부터 몸으로 습득한 테크닉에서 벗어나기에는 의미 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것인지 멍한 눈빛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가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마레이만 침묵이 맴도는 교실의 분위기가 거북하게만 느껴져 도망치듯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줄리아와의 상담이 끝났으면 굳이 교실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암묵적인 분위기가 학생들을 교실에 남겨두었고 그게 자연스레 자습 시간이 되었을 뿐이었다. 반 분위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는 마레이였지만, 오늘따라 유독 남자아이들의 빈자리가 메워지지 않았고 뭔가 숨이 턱 막히는 분위기에 책을 들고나왔다는 말이 정확했다.

다른 학년과 반의 아이들이 저 멀리 지나가는 게 보였다. 무슨 목적으로 만든 것인지, 이 넓은 학교는 안 쓰는 곳이 너무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높은 건물들이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데 그 건물을 온전히 쓰는 경우가 너무 드물었다.

“여기서 뭐 해?”

길리아는 마레이를 깜짝 놀래킬려는 듯 옆자리에 앉는 대신에 벤치 뒤에서 몸을 걸치고 슬그머니 상체를 내밀고 웃고 있었다.

“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서 빠져나와 있었어요.”

“그, 그러게… 아, 맞다. 주말에 뭐 했어?”

말을 더듬는 길리아는 무엇인가 생각이 나는 듯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곧장 털어냈다. 재빨리 화제를 전환한다.

“그냥… 쉬었어요.”

마레이는 이런 질문이 싹 달갑지는 않았다. 토요일 오전에는 성녀와 담임선생님과 함께 콘돔을 쓰며 난교를 벌였고, 오후에는 쌍둥이 엘프와 함께 라벨라를 범했다. 일요일은 에르덴과 라벨라 셋이서 몸을 섞었다가, 기습적으로 찾아온 이드리엔과 엄마와 함께 여러 플레이를 즐겼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으니까.

참고로 집에 가면 뭐하냐는 질문에도 딱히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음란하기. 아니, 문란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그것도 모친인 라벨라의 질안에 마음껏 사정하고, 봉사를 받는 것이 기본이 되어있는 집에서의 일상을 어떻게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수상하다는 듯이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는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냥 웃어 보이며 그냥 이 관련 주제를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숨겨야 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거짓말을 내뱉는 것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다행이도 길리아는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상투적인 인사말에 불과했는지 곧장 이야기의 주제가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뭐 공부하고 있어?”

“일리엔 교수님 교재에요.”

이드리엔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첨삭 및 추가 설명을 잔뜩 써놓아 책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누구에게 말하기에는 무척이나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거기까지 진도가 나간 거야? 우리보다 훨씬 빠르네...”

길리아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부러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말할 수 있는 것도 왜인지 하나둘 적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드리엔의 글씨체를 알아보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에 마레이는 책을 덮었다. 공부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마레이에게 있어서 이런 혼자만의 시간은 소중했지만, 혹시나 이상한 의심을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물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즐거웠지만.

“그러고 보니 길리아는 사관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죠?”

“말 편하게 하라니까. 나이도 같…. 내가 한 살 더 많은가. 편하게 말해, 편하게.”

“아… 응.”

길리아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사관학교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야. 추천서도 준비해 뒀고, 공부도 나쁘지 않게 하니까.”

“멋지네요. 아니, 멋지네.”

“그게 뭐야. 줄리아 선생님과 정 반대네.”

줄리아는 종종 군대에서 쓰는 듯이 딱딱한 말투로 학생들에게 말하곤 했지만, 스스로 깨달을 때마다 어색하게 평범한 사람처럼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줄리아가 그런 실수를 할 때마다 귀엽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마레이가 조심스레 존대를 하다가, 평범하게 말하는 모습은 줄리아의 모습과 정반대처럼 보일만도 했다. 마레이도 공감이 갔기에 하하… 하며 적당히 웃어넘겼다.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실례인가 하는데….”

“뭐가요?”

“또 존대한다.”

“죄송해요….”

사과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진로를 잡고 노력하는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꿈을 꾸는 사람은 반짝이는구나라는 짧은 감상평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익숙해지면 편하게 말해.”

“네에...”

방벽주변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는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소녀가 몇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함께 뒹굴고 같이 놀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편해서 쉽게 쉽게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낯선 곳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자신보다 연상의 친척에게 편하게 말할 정도로 마레이는 그렇게 신경줄이 굵지 않았다.

“저번에 묻던 거 말이야...”

길리아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검지 끝과 검지 끝을 맞대며 마레이의 시선을 피했다. 저번에 묻던 것이 무엇인지 마레이는 열심히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혹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벨라는 여러 사람들에게 참 인기가 많았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모두. 왜인지 모르게 라벨라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마레이는 우쭐해지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유명한 사람이 어머니라는 사실에 우쭐하는 어린아이 같은 감정부터, 그런 사람을 자신 앞에 엉덩이를 흔들며 ‘자지 주세요...’라고 조른다는 사실까지 전부 마레이를 기쁘게 했다.

“편하게 물어보세요. 저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는 건 말씀드릴 수 있어요.”

편하게 물어보라고 했을 때, 정말로 별의별 이상한 걸 질문 받아본 적 없는 마레이에게 지인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건 아무런 부담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라벨라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체위, 말하기 부끄러운 곳에 붙어 있는 점과 키스할 때 어떻게 하는지. 그런 걸 전부 말이다. 물론, 말할 리는 없겠다만.

“라벨라님은 평소에 뭘하고 지내셔?”

평소에. 마레이는 잠시 생각하기 위해 대답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의 기억 속에 집에 돌아온 평소의 라벨라는 언제나 야릇한 옷을 입으며 자신에게 정성스런 봉사를 하거나 아래에 깔려 울부짖는 모습만이 기억될 뿐이었다. 그래도 가끔 보이는 모습을 하나둘 떠올리면 마레이는 입을 열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든지, 책을 읽으셔요. 친구분들도 자주 찾아와서 이야기도 하시고.”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이유는 마레이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이고 싶은 욕심이었고, 읽는 책은 교육에 관한 여러 논문이나 서적들이었다. 그리고 친구분이라고 하면 이드리엔, 에르덴, 일리엔 정도가 찾아오는데. 이들이 찾아와서 단지 이야기만 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적당히, 그리고 잘 포장한 이야기에 길리아는 실망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리아에게 라벨라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마레이는 짐작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라벨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하지만 능력 있는 여성이었고. 마치 제국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마레이는 라벨라가 그냥 일을 하는구나 생각하는 것들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집에서 사랑스럽게 포옹해주고, 찐득하게 어서 오세요 키스와 봉사를 하는 모친이 그런 사람이라고는 어린 소년이 상상하기가 더 힘들 터.

“좋아하는 음식이라든지, 음악 같은 거는?”

“딱히 좋아하는 음식은….. 정.”

마레이는 자신의 페니스에 찐득하게 달라붙어,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요도 입구에 핥짝대며 정액을 음미하는 라벨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정액이라 대답할 뻔했지만 다행히 말을 멈출 수 있었다.

“정?”

“저, 정말로 없는 것 같아요.”

“흐응…. 음악은?”

“가사가 없는 악기 연주를 좋아하세요. 딱히 모으는 건 없고, 마음에 드는 걸 사는 걸로 알아요.”

마레이도 라벨라에게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오후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하나가 된 두 사람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였던 것이 기억이 났다. 분명 그때 라벨라는….

“앵알앵알 거리는 목소리가 짜증 난다고 했던 거 같네요.”

“감찰국의 마녀라는 이름답네. 아, 이런 별명 싫어하셔?”

“별로 신경 쓰지 않으세요. 오히려 공직자는 그런 별명을 가질수록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라…..”

정확히 말하자면 마레이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그런 별명을 활용해서 이런저런 일을 조금 더 유순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도구쯤으로 여긴 라벨라였지만, 이제는 전심전력으로도 부족할 존재가 생겼기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게 되었다. 물론, 이 소년과 소녀가 알 리는 없었다.

“멋지네. 확실히 돼지 도살자라 불리는 엘튼 장군도 자랑스러워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네.”

“돼지 도살자….”

북부 전선의 엘튼 파후 장군의 경우는 엄연히 말하자면 오크 도살자가 맞겠다만, 오크에 대한 멸칭으로 돼지라 부르기도 했으니 이해는 갔지만. 그래도 오크 도살자라는 이름이 더 멋진 게 아닐까 짤막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길리아는 북부로 가신다고 하셨죠?”

“줄리아 선생님의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추천서도 써주시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길리아는 자랑스러운 듯 슬그머니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슬그머니 하얀 목덜미가 보였다. 대학을 갈 때에도 추천서, 북부 전선에 갈 때에도 추천서. 그 추천서라는 게 단지 이 사람의 신원과 실력을 보증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마레이에게 있어서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생각이 들 뿐이었다.

“북부 전선에서 줄리아 선생님이 그렇게 유명하신가요? 방벽에서는 엘튼 장군님 이름만 들어봐서...”

“원래 참모보다는 책임자가 더 유명해지는 게 일반적이니까. 줄리아 선생님도 누구에게 자랑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입증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도 아니고. 가문의 일이니까 그럭저럭 넘기신 것 같던데…. 뭐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까 별 상관도 없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척이나 유명하지.”

소문은 알게 모르게 전부 퍼지거든. 길리아는 한쪽 눈을 찡끗 감았다. 이렇게 대하고 있으면 정말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므랑데도, 필리아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가가면 계속 거리를 벌리는 금발의 흡혈귀 아가씨와 서로 족쇄를 채우는 필리아와의 관계보다 훨씬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듯하는 여성들과 언제나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던 마레이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무척이나 즐거웠다.

“아, 화요일날 저희 집에 오실래요?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셨는데.”

“정말? 정말?! 와!”

길리아는 생일 선물이라도 받은 것마냥,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다. 시골에 있을 때 느낀 가족 같은 느낌의 친구. 친척이라는 말이 정확하겠지만. 아무튼, 그런 그녀에게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길리아는 고개를 마구마구 끄덕이면서 마레이에게 달려들듯이 다가와 꼭 포옹했다.

“조, 조금 놓아주세요… 너무 꽉 안으면… 숨이 막혀요...”

“미안, 미안! 와, 라벨라님과 만난다니… 와...”

길리아는 지금의 행운이 믿기지 않은 듯 연신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었다. 라벨라를 만나는 게 그렇게 기쁜 일인가? 생각한 마레이는 지난주에 로렌에 대해 물었던 길리아의 모습이 기억이 나 로렌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날 로렌 님에게 초대받아서 총독성에 가봤어요.”

“초, 총독성에…?”

“네.”

역시 방계라고 해도 파웬의 이름을 가진다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성마저 다른 파웬 가문과 마리타 가문였지만, 자신에게 답장 한 번 보내지 않은 총독이 눈앞의 소년을 직접 초대한다니.

“어땠어? 로렌 님은?”

“무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냥… 눈빛이나 말씀 하시는 게...”

“무슨 말씀 하셨는데?”

“딱히 말하신 건 없으신데… 그냥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해서 왜? 왜? 왜? 를 연발하는 길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무어라 대답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라벨라보다 더욱더 성숙하다 못해, 음란하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극상의 여체를 보고 흥분했다던지. 아니면 자신의 턱을 만지며 재미있으니 자주오라고 했다는 사실 중 그 어느 것도 말할 수 없었다.

“가서 뭐 했어?”

“그냥… 식사랑 간단하게 차를 마셨어요. 그리고 일이 있으셔서 곧장 가셔서. 저도 이야기를 깊게 한 게 아니라...”

“그래….?”

길리아는, 당시 마레이가 느꼈던 두려움과 좌절감보다 더욱 크게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그 뒤로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기에 학교 주변에 있는 음식점이나 간식 가게 같은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공부하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둘 다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게 참 미묘할 뿐이었다. 길리아도 사교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고, 마레이도 먼저 말을 꺼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몰랐다.

“이드리엔 교수 수업을 어때? 지루하지? 남자애들은 예쁜 엘프 교수와 단둘이 수업이라며 부러워하는 것 같은데… 과제량은 어때?”

“딱히 과제는 없었네요. 대부분은 교육이다 보니까….”

쉬는 시간이라는 명목하에 시작되는 끈적한 육욕의 파티에, 이드리엔이 승자가 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가벼운 몸으로 연구실 문을 나서는 어린 소년은 과제도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만 즐기고 나오면 되는 일이었다.

정상적인 진도를 나가고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전에 딱히 별일은 없었다. 길리아는 길리아 대로 관심사가 있었고, 마레이는 마레이 대로 관심사를 가질 수 없는 환경에 있다 보니 공통된 주제가 없었고. 자연스레 서로 말없이 공부하는 진정한 스터디 모임이 되어버렸다.

물론, 길지 않았지만.

“나는 이만 가볼게, 군사학 모임이 있어서 말이야.”

“모임 관련은… 금요일 오후 아니었나요?”

“뭐 시간 날 때마다 모여서 공부하거나 입시 준비를 하는 거라. 우리는 딱히 그런 게 없네. 아, 마레이는 멘티가 누구야? 우리는 그냥 모임으로 묶여있다 보니 멘티-멘토 개념보다는 동아리 소속 같은 거라서 누구라도 말할 수가 없네. 필리아 선배라 소문이 있는데 진짜야….?”

“아니에요. 샤샤 선배에게 추천받아서, 셀린이라는 분과 함께 하고 있어요.”

길리아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갈색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셀린.. 셀린… 설마 셀린 페르디낭? 진짜? 그 사람 소문이 별로 안좋은데……. 다른 사람이랑 바꾸는 게 낫지 않아?”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은 안 들었는데… 소문이나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저랑 맡지 않는 사람일 뿐이겠죠.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직접 본 셀린 선배는 나쁜 소문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 같아요.”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하겠지. 난 식사 약속이 있으니까 먼저 갈게. 예비 군인들이라 그런지 식사는 모여서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후후, 다음에 봐 친척 씨.”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길리아는 크게 손을 흔들고 빠르게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절제되어 보이지만, 왜인지 말괄량이 같은 소녀였다. 어 른같으면서도 아이 같았다. 그냥 자기 자신과 비슷해 보여서 옆에 있으면 라벨라등과 다른 의미로 편안한 사람이었다.

슬슬 식사를 하러 갈 생각에 가방에 책들을 집어넣는 중에 시선이 검게 물들었다. 자리에 급하게 일어났지만, 여전히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굴까?”

“필리아인가요?”

“재미없게. 그때는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줘야지. 이러면 무안해지잖아.”

눈을 가리던 두 손이 떨어지고, 다시금 세상은 색을 머금었다. 뒤를 돌아보자 뾰루퉁한 말과 다르게 필리아가 웃고 있었다. 미묘하게 기뻐 보였다. 엘프처럼 뾰족한 귀 끝이 파닥거리듯 접혔다 펴지길 반복했다.

“어떻게 찾아오셨어요?”

“시간도 남고 해서, 반으로 찾아갔어. 그런데 너희 교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야… 길리아 마리타랑 같이 있다고 애들이 신나서 이야기해 주던데?”

필리아가 건물 한쪽 창문을 가리켰다. 반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마레이와 필리아를 보고 있었다. 괜히 부끄러워 가방을 급하게 챙기고 고개를 푹 숙이자, 뭐가 그리 재미있는 것인지 필리아는 입을 가리고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마레이의 외투를 정돈해주며 필리아는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길리아랑은 아는 사이인가요?”

“사교계에서 파웬가의 뿌리다 뭐다 하면서 종종 신나게 떠드는 쓸모없는 가주의 성 마리타라는 정도로 알고 있지. 마리타 영애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 가문의 후계자도 아니고, 삼녀인가, 사녀인가. 기억도 나지 않네. 기억하기에는 알아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고.”

정말이지, 난 천재가 아니란 말이야. 작게 칭얼거린  필리아는 길리아가 앉아있던 자리를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약혼자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른 학생회 사람들의 식사 요청도 뿌리치고 왔는데, 혹시 가련한 공녀님을 혼자 두실 건가요? 마레이 드 파웬?”

“가, 같이 먹어요!”

필리아는 한쪽 눈을 감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게 대답한 게 웃긴 것일까. 마레이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실수해버린 걸까.

“비웃는 거 아니야.”

“네? 그게 어떻게….”

“네 표정에 다 들어나 있거든. 그냥 귀여워서 웃었어. 능글맞게 대답하는 걸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

“능글맞게요?”

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는 마레이의 모습에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묘한 망설임이 그녀의 눈가에 달라붙어 있었다.

“음…. 예시를 알려줘야 하나…. 정말이지. 딱 한 번만이야. 그러니까… 흐음… 아, 이 정도면 될 것 같네. 잘 들어. ‘오, 가련한 공녀님을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죠. 신사라면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필리아 더 블러드.’”

“풋. 정말 그런걸 생각한 거에요?”

“아이…! 이래서 해주기 싫었다고!!”

필리아는 화가 난 지, 주먹으로 마레이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약한 힘이 담긴 주먹에 마레이는 작게 웃으며 필리아의 어깨를 슬며시 붙잡았다.

“해드려요?”

“정말이지…. 날 뭘로 보는 거야…...? 너랑 있으면 나도 어린애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

필리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붉은 눈동자가 힐끔 마레이를 담아냈다가, 급하게 시선을 피한다.

“그래도 조금, 조금이지만, 아주 조금이지만…! 보, 보고 싶을지도.”

흡혈귀 공주님의 붉은 눈동자가 애꿎은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흠흠…! 오, 가련한 공녀님을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죠. 약혼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어요, 필리아 더 블러드.”

“....귀엽네.”

필리아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슬며시 기울어진 고개와 입술을 가리고 있는 검지손가락이 무척이나 요염해 보였다.

“용기 내서 말했는데. 귀엽다니.. 차라리 멋지다고 해주세요.”

“응, 멋져.”

“놀리는 거죠?”

“아냐, 진짜로 멋졌어. 귀여웠고. 한 번 더 보고 싶기도 해.”

“정말요?”

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오, 가련한...”

“하하하하, 그만. 그만 마레이 드 파웬. 어디까지 날 웃길 셈이야. 장난이야, 장난. 멋지고 귀엽고 또 사랑스러웠어. 응, 해달라고 전부 해주는 건 밀고 당길 때에는 좋은 버릇은 아니야.”

“너무해요, 필리아….”

엄격하게 말하던 필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침울해하는 마레이의 등을 슬며시 쓸어내리고  가볍게 허리를 두드린다

“밖에 나가서 먹을까? 괜찮은 레스토랑을 알고 있는데.”

“지난주에 너무 많이 써버려서, 이번 주에는 아껴야 되는데…. 학원 식당도 괜찮을까요?”

필리아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한번 마레이를 본다.

“용돈 받아?”

“아, 네.”

“어느 정도인데?”

마레이가 말하는 액수에 필리아는 작게 입을 벌리고 놀랄 따름이었다. 귀족가의 도련님. 아니, 파웬가의 도련님이 받는 용돈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아니, 다른 귀족가의 아이들에 비하면 받는 수준도 아니었다.

비교를 하자면, 학교에서 먹을 점심값 정도일까. 저녁은 집에서 먹으라는 악의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정도였다. 라벨라 드 파웬은 후계자 교육에서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라벨라 감찰국장도 대단하네….. 이건 검소하다는 걸 넘어서 구두쇠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는데.”

“필요할 때 쓰라고 카드는 받았는데,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고 싶지는 않거든요.”

마레이는 지갑에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모양의 금박이 잔뜩 붙어있는 카드를 떠올렸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꺼내면 된다고 라벨라가 이야기를 했던 걸 생각하면 마레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결제수단이 아니라고 짐작할 따름이었다.

“뭐 그러면 적당히 먹기로 할까. 자, 빨리 가자. 아침에 동생 때문에 제대로 뭘 먹고 오지도 못해서 배고프거든.”

슬며시 손목을 잡고 움직이는 필리아. 자그만한 체형에서 나온다고 믿기지 않는 거대한 힘이 마레이를 이끌었다.

“처, 천천히 가요. 필리아!”

“생각보다 점심시간은 짧다고, 파웬.”

필리아는 싱글 생글 웃으며 점점 빠르게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걸음에 따라 걷자 어느새 학교 식당 앞에 도착했고, 곧장 지나쳤다.

“학교 식당, 방금 지나치지 않았나요?”

“그렇네.”

“자, 잠깐 필리아. 저희 어디로 가고 있는 거에요? 지금 교문으로 가는 거죠?”

“맞아.”

필리아의 적안이 장난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레이는 힘을 주어 필리아를 멈춰보려고 했지만,  흡혈귀 공주님의 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레스토랑은 안 갈 거에요!”

“알아, 알아.”

마레이의 거절을 가볍게 지나친 필리아는 슬며시 웃어 보일 뿐이었다.

“어, 어디로 가는 건데요!“

“글쎄, 어디일까…? 마레이가 원하는 곳?”

필리아는 아랫입술을 슬며시 핥으며 은근슬쩍 마레이의 손에 깍지를 낀다. 미묘하면서도 적극적인 스킨쉽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 앞서 걸어가는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소녀.

태양 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은빛 머리카락 사이에서는 묘한 달콤한 향이 났고, 백옥같은 피부는 여전히 병적으로 하얗게 보여 하나의 예술품 같아보이기도 했다.

“제, 제가요…?”

“응, 가보면 알 거야. 어디인 것 같아?”

“자, 잘 모르겠는데요...”

필리아는 묘하게 웃고 있었다. 손안에 잔뜩 움켜쥔 온기가 무척이나 따스해서 필리아를 가지고 싶었다. 라벨라처럼. 마레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부여잡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여기인가요?”

“왜, 적당한 가격으로 밥 먹고 싶은 거 아니었나요, 마레이 드 파웬 공자?”

필리아는 이동식 차량을 개조해 만든 식당 앞에서 짓궂게 웃고 있었다. 원하는 곳이라는 말에 어디를 말하는 건가 생각을 했다가, 사실대로 생각하면 조용한 모텔까지 생각해 버린 마레이는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뭐야, 어디를 생각한 건데?”

“모, 몰라요.”

필리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마레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친다. 음식을 받아든 두 사람은 말없이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고, 그 뒤에야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뭘 생각한 건데?”

“...몰라요.”

“남자아이들은 항상 ‘그것’만 생각한다는데, 마레이도 비슷한 걸까?”

오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마레이 나이대의 남자아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그것’이긴 해도, 항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마레이의 일상이 필리아가 말하는 ‘그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왜인지 아까부터 잔뜩 괴롭히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제대로 된 반항도 못 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드디어 고개를 치켜들고 흡혈귀 아가씨와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뭐예요? 필리아.”

“응…? 그거야 당연히..”

자연스레 말을 할 뻔한 필리아는 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꾹 다물고 마레이를 바라보다 묘하게 시선을 피한다.

“그게 뭔데요, 필리아. 알려줘요.”

“......몰라.”

마레이가 반복해서 내뱉었던 단어가 필리아에게서 흘러나왔고, 마레이는 필리아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기고 있다. 묘한 승리감이 마레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필리아가 자신을 놀린 것만큼, 그 이상으로 이 흡혈귀 공주님을 괴롭히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면서도 부끄러움을 애써 숨기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가씨를.

“전 정말 모르겠는데, 말해줘요. 그게 뭐에요? 제가 매일 생각하는 게 뭐에요?”

“아, 알고 있잖아…. 둘이 있을 때 잔뜩 말해줄 테니까. 그, 그만...”

“그거 알아요, 필리아?”

필리아는 고개를 돌린 채,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 마레이를 본다. 마레이는 새가 날갯짓 하는 것처럼 접혔다 펼치길 반복하는 필리아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전 필리아를 생각하면 항상 ‘그것’만 생각해요. 필리아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매일매일 필리아랑 ‘그것’을 하고 싶어요.”

“읏…!”

“그게 뭔지 속삭여 줘요. 필리아. 아무도 못 들을 거예요. 네? ”

“그, 그마안...”

필리아가 마레이의 가슴을 슬며시 밀어냈지만, 힘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그저 의미 없이 작게 칭얼거리듯 움직일 뿐이었다.

“필리아랑 잔뜩 ‘그것’을 하고 싶어요. 제 방에서 하루종일, 주말에 하루종일. 매일매일. 필리아랑 결혼해서 아기도 잔뜩 만들고 싶어요. 필리아도 그렇죠? 필리아도 ‘그것’을 하고 싶죠?”.

모친의 정성스러운 교육(?)으로, 전신을 사용(?)한 교육(?)으로 성장하고 있는 마레이는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채. 흡혈귀 공주님에게 자신의 원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파웬. 그만.. 제발.. 그만… 마레이.”

작게 입술을 달싹거리며 마레이만 간신히 들을 수 있게 속삭이는 필리아는 귓가에 닿는 소년의 숨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흥분에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잔뜩 모은다.

“말해주면 그만할게요. 제 귓가에 속삭여줘요. 제가 필리아를 생각하면 항상 하는 ‘그것’이 뭔지 말해줘요. 필리아랑 잔뜩 하려는 ‘그것’을. 제 방안에서, 학교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해줘요. 빨리.”

“아으… 으…. 세, 섹…. 섹스… 섹스야.. 이, 이제 그만…..”

흡혈귀 아가씨의 입에서 나오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 만족한 마레이는 슬그머니 필리아를 끌어안았다.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두려움에 떠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묘한 충족감과 정복감을 느끼며 잔뜩 단단해진 물건을 필리아의 하복부에 잔뜩 붙여 꾹꾹 누른다.

저 입에서 교미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일리엔등처럼 저속한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대신 그녀들과 다르게 잔뜩 붉어진 얼굴로 수치심으로 가득 찬 얼굴로 자학을 하며 묘한 갈증으로 자신을 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사랑스러운 공녀님을 범할 장소를 찾을 수 없었다. 요즘 들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친의 교육(?)이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면 이미 근처 모텔로 필리아를 끌고 들어갔겠지만, 아직 어린 소년에게 그런 깜냥은 없었다.

“필리아랑 하고 싶어요.”

“여긴 밖이야...”

“안이면 상관없어요? 우리 집으로 갈래요? 멀지 않은데.”

“그,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필리아가 소리를 꽉 내질렀다. 마레이는 깜짝 놀라 필리아를 품 안에서 놓아버렸고. 필리아는 거칠게 마레이를 밀어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다투는 연인에게 쏟아졌지만, 발테르의 청춘들이 의례 보여주는 일이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친다.

거칠게 거절하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방금전까지 자신이 벌였던 행동을 깨닫고 깜짝 놀라 필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로 보이는 거야, 파웬?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벌려주는? 하, 날 그렇게 생각했더니. 정말… 정말...”

“아니에요, 필리아. 잘못했어요.”

“.....우리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먼저 가볼게.”

필리아는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고 마레이를 두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마레이는 서둘러 달려가서 그녀를 붙잡았다.

“정말 아니에요, 필리아. 진짜로.”

“.....됐다고. 이 손 놓지?”

“못 놔요.”

필리아는 인상을 구기고 마레이의 손목을 붙잡고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손목이 으스러진다는 감각이 이런 걸까. 마레이는 감각이 천천히 사라지며 고통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손목에도 필리아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놔, 안 놓으면 다쳐.”

“못 놔요. 절대. 진짜로 잘못했어요 리아.”

“.......그 이름 부르지…...하아.”

필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네가 잘못했어. 하아…. 너도 네가 잘못한 건 알지?”

“네.”

필리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으스러지도록 잡은 마레이의 손목을 놓았다. 손자국이 있는 그대로 찍혀있고, 핏기가 하나도 없는 소년의 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몇 번이나 길게 한숨을 내쉬기 반복했다. 마레이는 여전히 필리아의 손목을 붙잡은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럼 왜 그랬어.”

“피, 필리아를 쉽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필리아랑 같이 있고 싶어서….”

마레이 스스로도 참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필리아를 쉽다고 생각한 건 절대 아니었다. 같이 있으면 두근거리는 아름다운 소녀. 동경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감정에 마레이는 자신의 말재주가 정말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넌 도대체 뭘까 마레이 드 파웬.”

필리아의 눈동자가 우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레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필리아를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차라리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실컷 욕이라도 하고, 때려서 내쫓아버릴 텐데.”

필리아는 입술을 잔뜩 오므리다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하는 행동이, 나에게 어떻게 비칠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넌 생각할 필요가 있어. 넌 방금 나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모멸감을 주었어. 근데 그것보다 나쁜 게 뭔지 알아?”

필리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젖은 눈동자가 마레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리아.”

“넌 내게 어떤 존재인지 자각이 없다는 거야.”

“미안해요.”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건…… 널 용서해야겠다고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게 나고.”

마레이는 필리아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알 수 있었다. 필리아는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마레이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분해 보였다.

“나는 오늘 일을 없는 거로 할게. 하지만 말이야. 네가 나를 정말 생각한다면. 지금의 일을. 네 가슴에 새겨. 그리고 잊지 마. 그럴 수 있어?”

“...미안해요.”

필리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강하게 입술을 깨물고 마레이를 슬며시 밀어냈다.

“.....그리고 유혹할 거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위기도 맞추고. 알겠어?”

“네에….”

“여심을 생각하란 말이야!”

등 뒤에서 투닥투닥 두드리는 필리아의 손짓에 마레이는 묘한 죄책감과 두려움에 필리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마레이는 자신 앞에 잔뜩 놓인 책들과 노트를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무엇을 더 공부해야 되는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풀 수 있고, 논설은 작성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할 방법이 없었다.

제국대학에 다니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다. 마레이에게 도서관이라고 하면 오래된 책 냄새로 가득 차서 문을 여는 순간 잠시동안은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고, 익숙해지면 묘하게 집중이 잘 되는 곳 정도였지만.

발테르 학원의 도서관은 마레이가 상상하는 동네 도서관과는 크기조차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무척이나 거대했고, 개인 공부실부터, 단체 스터디를 위한 룸도 잔뜩 있는 새로운 세계였다.

이드리엔의 ‘원소마법 기초’ 강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만 해도 책장이 십수 개가 넘었고, 읽어볼 만한 책을 세 권 정도 고르는데 30분이 넘게 걸려버릴 정도였다.

기세 좋게  책을 고르고 여러 개를 펼쳐 비교, 및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서로 설명도 묘하게 다르니 새로 공부할 양만 두 배 정도 늘어난 기분이었다. 거기에 점심쯤 필리아와의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반복될 뿐이니 집중이 될 리도 없고.

마레이는 이상하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근소근 거리는 잡담이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 아주 조용히 주변을 헤집고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린다.

손바닥으로 눈을 꾹꾹 누르며 집중하자, 집중하자 몇 번 중얼거리던 마레이는 다시금 펜을 잡았지만, 잡담은커녕 책 넘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싸늘한 침묵에 고개를 들었다.

“이, 이드리엔…. 교수님?”

“열심히 하네.”

마레이의 맞은 편에 이드리엔이 턱을 괸 채로 웃고 있었다. 마레이는 깜짝 놀라 자리에 일어날 뻔했지만,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는 여교수님의 모습에 멍하니 그녀를 볼 수밖에 없었다.

기다란 백금 발 머리카락은 중력에 따라 이끌려 의자 등받이 뒤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장난기로 가득 찬 녹색 눈동자는 마레이를 보고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마레이는 갑작스레 찾아온 도서관의 침묵의 정체가 눈앞에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엘프 교수 때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들 이드리엔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눈치라 말하기에는 다들 그녀를 쳐다보기 바쁘다.

이드리엔은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의 어린 소년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세계에는 자신과 눈앞에 어린 남자아이만 존재하는 듯이.

“바빠서 공부는 손을 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틈틈이 하고 있던 거야? 열심히 하고, 기특해. 후후후.”

이드리엔은 집에서 공부하고 있던 마레이를 발견한 라벨라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손을 쭉 뻗어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는 애정이 어린 행동에 사람들의 관심이 이드리엔 뿐만 아니라 마레이에게도 향했고, 온몸이 따끔거릴 정도의 시선에 마레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그렇게 푸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접근을 하는 게 맞겠지. 봐봐.”

이드리엔은 반대편에 앉아있음에도 정자로 마레이가 읽고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정갈히 문제 풀이를 써 내려갔고 마레이는 이해가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풀이 시도는 좋았는데. 이 부분, 계산이 틀렸잖아. 아직은 부족한 것 같네.”

이드리엔은 마레이에게 보여주는 평소처럼 옅게 웃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가면의 미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드리엔의 웃음에 헉-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흘린다.

“여기인가요?”

“그 아래, 집중해. 그리고 제대로 계산했다고 치더라도, 이 부분에서 왜 갑자기 백마법 술식으로 넘어가는 건데? 문제 풀이에 익숙해지지 말고, 개념을 생각하라고 개념을. 발테르 애들은 머리가 좋은데, 다들 성적에만 신경 쓰다 보니 문제 풀이에만 혈안이라…. 내 애제자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이드리엔은 손가락 끝으로 마레이의 뺨을 잡아당기고 슬며시 놓길 반복한다. 마레이는 이드리엔의 애정어린 스킨십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리엔이 슬며시 몸을 붙이고 마레이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인다.

“....그거 알아?”

“예?”

작게 속삭이는 이드리엔의 목소리에 마레이도 똑같이 이드리엔조차 간신히 들릴 것 같은 목소리로 작게 대답한다.

“나 같은 미녀 교사를 옆에 두고 공부하니까 어때? 다들 널 부러워하는 거 같은데. 아까전부터 우리를 보는 시선에 오싹오싹할 정도야.”

“앗….?!”

이드리엔의 속삭임에 정신을 차린 마레이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서관의 중심이 된 것처럼 힐끔힐끔 보는 시선들의 향연에 마레이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개를 숙인다.

“자, 다 풀었으니까. 봐봐, 어때?”

이드리엔은 어느새 노트에 잔뜩 적어놓은 걸 자랑하듯 마레이 앞에 내밀었다. 자로 잰듯한 반듯한 글씨로 쓰여 있는 글은 마레이가 풀던 문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단어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섹스할래?

맨 위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여길 보라고 마레이. 네 전용 육변기가 안달이 나 있는 거 안 보여?

두 번째 줄을 읽은 마레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옆을 흘깃 보자 이드리엔은 턱을 괸 채 마레이만을 보고 웃고 있었다. 더 읽어보라는 듯이 가느다란 턱으로 노트를 다시 가리킨다.

-마레이 전용 빨통도 잔뜩 빨리고 싶어. 아, 흥분된다. 지금 젖어버렸어. 나도 언니처럼 개변태육변기인가봐.

웃으면 안 되는 데, 이상하게 야릇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마레이가 슬며시 웃자 이드리엔은 마음에 드는 것인지 슬며시 마레이를 끌어안듯 달라붙고 노트위에 다시금 글자를 써내간다.

“읏…!”

책상 밑에 내려간 손이 어느새 바지 위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마레이는 작게 몸을 뒤로 내뺐지만 이드리엔의 집요한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지, 마레이?

“이, 이드리엔.”

-서필로 해. 여기가 좋은 거야?

공개된 장소에서 망설임도 없이 유혹하기 시작하는 이드리엔의 행동에 마레이는 긴장한 듯 주변이 눈치를 흘깃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주변 남학생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상함이나 의혹 같은 감정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드리엔, 그만 해요. 밖이잖아요.

-난 여기가 좋냐고 말했는데, 별로야? 역시 이게 좋아?

단단해진 페니스를 바지 위로 꽉 움켜잡은 이드리엔은 자연스레 손톱을 세워 페니스를 지긋이 눌렀고, 깜짝 놀랄 정도로 솟아오르는 쾌감과 옅은 아픔에 마레이는 조용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입술을 꽉 깨문 채 신음을 토해낸다.

“큿…!”

-조금 축축한데, 쌌어?

“이드…..”

장난기 가득한 육변기 엘프 선생은 결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드리엔을 질책하려고 했던 마레이는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에 담긴 짙은 애욕에 마레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다시금 펜을 집어 들었다.

-싸지 않았어요.

-그러면 이건 쿠퍼액이야? 이제 쥐고 흔들어줄까?

-제발 그러지 마요, 이드리엔. 부탁할게요. 제발.

말로 내뱉었다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내뱉었을 테지만,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자 더듬거리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손톱을 세워 요도구 주변을 꾹꾹 누르기 시작하는 이드리엔의 새로운 수음에 마레이는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악필로 마구 끄적이기 시작했다.

-난 마레이가 사정하는 거 보고 싶은데. 짐승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사정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단 말야. 한 번만 해주면 안 돼? 환각마법으로 아무도 모르게 할 테니까. 응?

“읏… 읏.. 큿… 크윽… 읏….”

“마레이? 어디 아프니?”

얼굴이 붉어진 채, 허덕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미녀의 여교수를 훔쳐보던 학생들의 시선이 의혹으로 물들었지만, 깜짝 놀란 것처럼 목소리를 살짝 높여 묻는 이드리엔의 행동에 다들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볍게 잊어버리고 질시어린 눈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 어린 소년을 본다.

-마레이, 직접 만져줄까?

-제발, 제발. 이드리엔 제발.

-치적치적.

바지 위로 존재감을 슬며시 들어난 페니스의 끝을 쥔 채 원을 그리듯 시계방향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는 이드리엔의 손에 바지 위로 옅은 얼룩이 샘솟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필리아 공주랑 데이트를 했다고 들었거든?

-네, 했어요.

-그것 때문에 삐지거나 한 건 아냐. 난 마레이의 육변기고 그런 꼬맹이랑 다르게 입보지랑, 엉덩이보지, 그리고 소중한 자궁까지 마레이의 정액을 받아먹을 수 있으니까. 근데 부럽네.

마레이는 집요하게 바지 위를 쓰다듬는 이드리엔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미소를 지은 채, 포식자의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못된 육노예의 모습에 왜인지 그녀가 뭘 바라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드리엔이랑 데이트하고 싶어요.

-난 싫은데.

페니스를 콱 움켜지는 여교수의 손에 마레이는 몸을 크게 떨었다. 이게 아닌가. 마레이는 살면서 지금처럼 빠르게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수없이 이드리엔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드리엔이랑 데이트하고 싶어요. 데이트 해주세요. 하게해주세요. 하게해.

-고민되네~?

이드리엔은 만족한 듯 웃고 있었다. 마레이는 재빨리 노트에 읽기 힘들 정도로 악필이 되어버린 글씨체로 펜을 움직였다.

-이드리엔이랑 데이트하는 게 소원이에요. 제발 데이트해주세요. 제발제발.

“좋아.”

이드리엔은 펜을 내려놓았다. 의자를 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코웃음 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공부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과제 첨삭 받으라고 오라고 했던 거 기억해?”

“네….?”

“직접 데리러 와서 좋게 이야기를 했는데, 모른 척 한다 이거야? 이드리엔 크사크루의 제자가 되려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했던 거 기억하나, 파웬? 따라와. 오늘 제대로 정신교육을 시켜주지.”

이드리엔은 방금전 보였던 장난기 어린 모습이나, 애정어린 눈동자를 연상시킬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움이 그대로 묻어날 것 같은 표정으로, 목소리로 마레이를 매도하고 있었다.

이드리엔을 훔쳐보던 학생들도 역시나, 역시인가 하는 분위기로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읽히지 않는 책에 집중하는 척하며 흥미진진한 느낌으로 청각에 집중했다.

“첨삭부터 전부 다 한 뒤에, 따로 이야기하지. 빨리 짐 챙겨.”

“아, 네에….”

마치 처음 이드리엔을 만났을 때처럼, 냉혹하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마레이를 대하는 이드리엔의 모습에 마레이는 지금 꿈을 꾸는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짓눌리는 이드리엔의 분위기에 그녀의 말대로 빠르게 가방을 정리하고 먼저 걷기 시작한 그녀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마레이, 빨리 따라와.”

“아, 네….”

약간 화가 난 것인지 이드리엔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낮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냉기가 풀풀 풍기는 엘프 교수의 모습에 지나가던 학생들은 제각기 수군거리며 교재를 꽉 끌어안은 채 이드리엔을 따라가고 있는 마레이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이드리엔 교수님….”

마레이가 부르자 이드리엔은 뒤를 돌아보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언니를 어린 소년에게 빼앗겼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처럼.

“따라오라고 했을 텐데?”

“네...”

다시 앞서 걷기 시작한 이드리엔의 뒷모습에 마레이는 긴장한 듯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언제나와 같이 꾸밈없는 하얀 와이셔츠와 그 아래로 검은색의 세미롱 스커트. 발끝까지 이어지는 커피색 스타킹.

세미롱 스커트 위로 확연하게 보이는 부드럽고 힙라인에 마레이는 이드리엔이 혼내는 분위기에도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켜냈다.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로 커다란 엉덩이는 손바닥으로 누르면 푹 들어가면서도 미묘하게 밀어내는 반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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