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323/337)

마레이는 연상이라기보다는 연하의 소녀 같은 행동을 하는 이하운의 모습에 겉옷을 벗어 그녀를 덮었다.

“이하운 선생님…. 한숨 주무시면 괜찮을 거에요. 아무에게 말하지 않을 테니까. 다음부터 이러고 오시면 안되요. 그러면 화낼지도 몰라요.”

“괜찮아. 괜찮다냥~.”

흐느적거리는 이하운의 손이 대충 허공을 휘저었다. 미지근한 강의실 온도와 미지근한 이하운의 행동에 마레이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미묘하게 이 광경이 싫지 않았다. 재미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몰랐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우리 사위도 재미있냥~!”

왜 자신이 이하운 선생의 사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취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마레이는 대충 알았다 말을 하면서 이하운에게 어서 잠들라는 듯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고, 이하운은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점차 말수를 줄여나갔다.

이제는 완전히 잠든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손을 떼어내자, 갑작스레 엉덩이를 꽉 움켜쥐는 감촉에 마레이는 샛된 비명을 터트렸다.

“히이이이익! 이, 이하운 선생님!”

“크크크큭. ‘히이이이익!’이래. ‘히이이이익!’ 여자애냐? 히이이익~ 거리게?”

얼굴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당황한 마레이는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이하운을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마레이의 반응이 뭐가 그리 좋은지 박수를 치며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한쪽 눈을 반쯤 감은 이하운은 고양이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펴 몸을 늘어뜨렸다. 선명한 복근이 시선이 갔다. 지독하게 술 냄새가 났고, 또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하운은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길게 하품을 한 이하운은 등을 돌리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새하얀 백발은 태양 빛을 머금어도 힘없이 반짝일 뿐이었다. 그녀가 만들어준 빈자리에 앉았다.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근육이 잡힌 복근에도 흘긋흘긋 근육이 보이는 건강한 허벅지에도, 작게 떨리는 발가락에서도 흐릿하게 술 냄새가 난다.

“너 친구 많냐?”

“네?”

“친구 많냐고. 별건 아니고. 으응, 그냥… 그러니까. 그냥 궁금해서 그..”

이하운은 아무런 고저도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끝에 말을 굳이 붙여서 그런 것인지 왜인지 구차해 보인다는 걸 알았지만, 왜인지 묻고 싶었다.

“조….금 있어요.”

“그래.”

방벽이 있던 마을에 또래 소년과, 같은 반 아이들. 같은 반 아이들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하운이 큭큭 소리를 내며 작게 몸을 떨었다. 술 냄새가 났지만 왜인지 그녀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은 것 같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레이는 옆에 누워있는 고양이 수인 선생을 멍하니 보았다.

발을 뻗으며 비슷해질 것 같은 키. 마레이 주변에 있는 성인 여성치고는 평균보다 조금 작은 키. 장신의 라벨라등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교수라는 명함을 달고 있었지만,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가끔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친구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 있어요?”

“사람이 일이 없는 게 더 힘든거다냥. 너도 이 나이쯤 되면 인생의 좆같음을 기억하게 될거다냥. 잊고 있더라도 어느새인가 발목에 족쇄가 되어서 끌려갈 때가 있을 때마다 애기애기 거리고 싶을 때가 있을 거다냥.. 그러면 생각하는 거다냥. 아, 미뤄두었던 일이 터져버렸구나! 하고 말이다냥.”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하운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짐승처럼 몸을 둥글 게 만 채로 말이다. 왜인지 그 모습은 상처 입은 짐승 같았다. 냥냥 거리는 게 심하게 거슬렸지만, 생각보다 귀엽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기에 마레이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취객의 헛소리는 가볍게 무시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괜찮아요. 힘내세요.”

“.....하!”

이하운은 기가 찬 듯 벌떡 일어나 크게 코웃음 쳤다. 그리고 마레이를 보며 이마를 잔뜩 찌푸리다가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고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이번에는 몸을 둥글게 말지도, 슬그머니 자리를 남기지도 않고 다리를 쭉 뻗어 마레이의 무릎에 종아리를 올려두었다.

그 이후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이하운의 모습에 마레이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탈력감은 가셨지만, 이하운 옆에는 누가 있어야 될 것만 같았다.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다. 요근래에 왜인지 옆에 있어 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기분이었다.

미적지근한 날씨에 누군가 붙어있다 보니 허벅지에는 슬그머니 땀이 차기 시작했다.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땀을 머금은 허벅지 위가 조금 차갑게 느껴진다.

“마레이..... 꼬맹이, 자냐?”

“아니요.”

이하운의 목소리에 마레이는 눈을 떴다. 정말로 잠들지는 않았다. 미묘한 오전의 시간을 조용히 유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방벽의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게 이상한 조용한 시골 동네였으니까.

“애들은 금방 어른이 돼. 굳이 달려가지 않아도 찾아오는 게 어른이라는 이름인데. 아이들은 손을 뻗으며 달려가려고 해. 그게 참…..”

“냥이라도 이제는 안 붙여요?”

“시끄러워, 듣기나 해.”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말이야. 이하운은 작게 혀를 찼다. 마레이는 조용히 이하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참…. 안타까워. 근데 더 안타까운 건.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이야. 나이를 먹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어른이 되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아이를 곧장 어른으로 만들게 하는 여러 가지 마법들이 존재해. 가난이라든지, 결핍이라든지, 외로움이라든지.”

지독한 마법들이지. 이하운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야에는 마레이도, 새하얀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천장도 담기지 않았다. 금색 눈동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므랑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레이에게 시선을 돌린 이하운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지독한 마법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건 지독한 현실이었다. 마레이는 어떤 표정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멍하니 이하운을 볼 수밖에 없었다.

“너도 그 녀석도 이렇게 작은 꼬맹이일 뿐인데…..”

평소에 웃으며 장난을 치던 이하운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없게, 그녀의 눈동자에는 미묘한 감정이 잔뜩 담겨 있었다. 평소라면 몇 초간 시선이 마주했다면 피했을 마레이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했다.

노란 눈동자에는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안타까움도, 그리고 알 수 없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어려운 감정들도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왜야…..”

이하운은 몸을 슬그머니 일으키고 두 손을 뻗어 마레이의 목을 감싸 안았다.

술 냄새는 싫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몽롱한 기분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하운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이하운에게 끌어당겨지며 다시 한번 소파 위로 쓰러져 누웠다. 기침이 나올 것 같은 독한 술 냄새, 말캉한 가슴과 딱딱한 여체. 마레이는 당황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아니, 손을 뻗어 이하운의 몸을 슬그머니 끌어안았다. 자신에게 달라붙은 여성들에게 매일매일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에 마레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평소처럼 행동했다.

“......이하운… 무슨 일 있었어요?”

이하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마레이는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왜 이하운이 자신에게 이러는 것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아래로 길게 찢어진 노란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바르르 떨린다.

“그냥 한 시간만 자자. 이대로 말이야.”

“이하운….선생님?”

끊어질 듯-말 듯 한 심장의 고동만이 이하운의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미묘한 온기를 느끼며 마레이도 눈을 감았다. 묘하게 떨리는 이하운의 손을 떨쳐낼 자신이 없었다. 곧장 가냘픈 호흡 소리에 맞춰 천천히 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잠든 그녀의 손가락에 슬며시 깍지를 꼈다. 그녀가 무척이나 작게 느껴졌다.

마레이가 잠에서 깼을 때에는 이하운은 바로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려고 두리번거리는 마레이의 모습에 그녀는 ‘곧 점심시간이야.’라며 짧막하게 말했다. 마레이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종의 안도의 한숨이었지만, 몇 번이나 숨을 들이쉬고 내뱉어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기운이 미묘하게 남아있어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술 냄새를 오랫동안 맡아서 그런지 어지럽기도 했다.

“먹을 걸 사 왔으니까, 우선 먹어.”

이하운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샌드위치를 대충 가리켰다. 옆에 놓인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잠에서 깨어낼 수 있었다. 방금전에 코끝을 가득 채운 술 내음이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므랑데는 오늘 결석인가요?”

“전날에 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다음 주부터는 제대로 나올 거야. 아, 주말에 추가 수업 열어줄 테니까 할래? 므랑데도 데려올 테니까냥.”

“아뇨, 그런데 므랑데 일이라는 게….이하운과도 관련된 일인가요?”

이하운은 어깨를 으쓱였다. 볼을 긁적이더니 담담하게 므랑데가 못 온 이유를 말한다.

“마법의 날이다냥.”

마법.. 마법.. 중얼거리던 마레이는 곧장 무슨 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깨닫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이하운은 읽던 책을 덮고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인간 여성의 마법의 날과는 다른 거야. 흡혈귀들은 보름달이 뜨면 강해진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본 적 있냥?”

“아… 조금이요?”

“보름달이라는 건 그냥 헛소문이고, 생리랑 공통점은 한 달에 몇 일이라는 정도일까. 뭐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피가 끓어오르는 날이 있어. 수인의 발정기 같다고 하면서도 다르기도 해서… 뭐 파괴본능이라든지, 제어가 되지 않는 힘이라든지… 그런 거니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냥. 물론 그 녀석들은 부끄러워 한다만냥”

그러니까, 다음에 만나면 모른 척 해줘. 이하운은 마레이가 입을 대었던 우유컵을 입을 대고 그대로 내용물을 전부 비웠다. 입가에 하얀 우유가 묻어있었지만, 이하운은 팔로 대충 문질러 닦아냈다.

이하운은 말끝에 냥-을 붙이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왜 그녀가 자꾸 냥-이라 붙이다가, 어느 때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따라 한 이상한 접미사를 그만둘지 마레이는 대충 넘어가기로 햇다.

“.......므랑데를 여전히 친구로 생각하는 거 맞지?”

“네.”

마레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이하운은 그 대답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마레이의 머리를 얄궂게 헤집으며 쓰다듬었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길고, 질척이는 손길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기분 탓으로 넘겼다.

“세상에 성공만 하는 사람이 몇이냐 있을 것 같냐?”

“갑자기요….? 글쎄요.”

마레이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렸다. 에르덴, 라벨라, 줄리아, 이드리엔, 일리엔등.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도 마레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방벽 주변에 있는 마을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내몰리기도 했던 장소였으니까.

“나도 많이 실패하고 살았어. 사냥이든, 친구 관계든, 제자 관계든, 결혼이라든, 전부말이야. 처음 실패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이 오지. 두 번째는 무뎌지고, 다음에는 더, 그리고 더더욱 계속 무뎌질 뿐이거든.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구나… 라는 걸 말이야.”

이하운은 스스로의 머리를 털어내며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툴툴거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부끄러운 것인지 그녀는 계속 말하면서도 시선을 마주 보지 않았다..

“너의 양모라든지, 증조모 같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면 다들 그걸 몸으로 깨닫고 수긍하게 되는 거야. 그리고 자신이 이 드넓은 땅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사는 거지.”

“인정하지 않으면요…?”

이하운의 말에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끊었다. 이하운이 다시금 마레이와 시선을 맞추었다. 노란 눈동자는 음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않으면? 않는다면…. 뭐, 병신이 되는 거지. 몸이든, 마음이든. 그냥 계속 다치고 다치고 다치는 거야. 무뎌지지도 못한 채, 끝없이 상처를 받는 거지. 이전보다 지독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말이야.”

이하운은 자신의 하복부를 쓰다듬었다. 찢어발긴 것 같은 상처가 바지 위로 슬그머니 드러나 있었다.

“교육자나 어른의 입장에서 자기 밑에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길 바라잖아. 이렇게 병신이 된 나도 마찬가지로 므랑데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것도 아주 행복한 동화 속 이야기의 ‘행복한’ 공주님처럼 말이야.”

“......공주님이요?”

“그래 ‘행복한’ 공주님이 말이야.”

이하운은 답답한 듯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행복한 말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이하운에게서 므랑데를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그녀의 말은 무척이나 아려서 뭐라 말을 내뱉기가 어려웠다.

“그 녀석은 그냥 중2병에 걸린 애새끼일 뿐이야. 나는 혼자야.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없어. 내 옆에 있으면 누구든 불행해져. 이딴 소리를 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젖비린내나는 꼬맹이지.”

“므랑데는 그렇게 어리지 않...”

“어려. 어리다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못 한 채, 집안에서만 자라던 애가 뭘 알고 있는데? 기껏해야 학교라는 곳을 다니고, 비슷한 또래의 타인을 만난 지 3년도 안 되는 애가 뭘 아는데?”

므랑데에 대한 냉혹한 평가에 반발심이 들어 무어라 말하려는 마레이였지만, 이하운은 그저 판결문을 읊는 판사마냥 결론을 내릴 뿐이었다. 아니, 결론이라기에는 너무 감정적이었다. 이건 변호나 다름이 없었다.

잔뜩 떨리는 목소리에는 분노보다는 슬픔이 더욱 짙게 깔린 것 같았다.

“두둔하지 마, 변호하지 마. 너도 어리니까.”

술을 마셨을 때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같은 사람이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하운은 다른 모습이었다. 어른이구나. 마레이는 눈앞의 수인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게 묘하게 억울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하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 더욱 그랬다.

“우리가 보기에는 애들 투정에 불과해. 반발심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 우리는 애였던 적이 없을 것 같아? 우리도 너네랑 똑같은 어린애였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았어. 그렇다고 멋지게 해결하지도 못했어. 그냥 눈을 돌리고 무시한 채로 등을 돌렸을 뿐이니까. 우리도 어른은 처음이야.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쯧. 별 병신같은 소리를 해버렸네. 방금 건 잊어버려.”

이하운은 화가 난 듯 샌드위치를 하나를 집어 와구와구 먹고 나서야 말했다.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로.

“그러니까. 네가 그 아이를 좀 붙잡아줘라. 진짜 친구라면 말이야.”

이하운은 마레이의 소매를 꽉 잡았다. 그제서야 이하운이 손은 덜덜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상하게 이하운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느낄 수 없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이하운 선생님.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저랑 므랑데는 친구에요.”

“빌어먹을…. 좋아. 너무 좋아. 그래, 그거면 됐어. 그리고 무슨 일이냐고는 그만 물어. 개인적인 일이니까. 괜찮아.”

“어디로 떠나시는 거에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 오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그 개 같은 년….”

이하운은 단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뿐인데도 그 안에서 섬뜩한 소리가 났다. 이를 악문 채로 여기에 있지 않은 누군가를 상상하며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흘러나오는 살기에 마레이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미안… 하아. 그냥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든…. 므랑데랑은 여전히 계속 친구인 거 맞지?”

“무섭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에르덴 엄, 아니. 누나에게 무슨 짓을 할 건가요…?”

이하운은 코웃음 쳤다. 그리고 배를 붙잡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두눈에 눈물이 고일 때까지 웃고, 또 웃다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노란 눈동자에는 살의가 명백하게 차올라 있었다.

“무슨 짓을 할 수 있었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예를 들면 살인이라든지…. 농담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어. 이런 병신 같은 몸뚱아리로 그 괴물은 못 이겨. 만의 하나라도 생채기라도 내면 기적이라 부르겠다.”

“그러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불안해요.”

이하운은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손가락으로 마레이의 이마를 꾹 눌러 다시금 소파에 눕혔다. 위에 올라탄 것처럼, 숨결이 닿을 거리에 이하운이 있었다.

“너 성녀랑 무슨 사이야?”

“네? 네? 그게...”

끈적한 스킨십은 물론이고, 가슴을 핥거나 빠는 것은 시작이고, 양모와 함께 목줄을 묶어서 교회에서 펫 플레이를 한다고 할 수 없었기에 마레이는 제대로 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 녀석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든. 애들은 조금 좋아하는 편이지만….. 도대체 왜...”

이하운은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머리카락 하나하나, 눈썹, 눈, 그리고 목, 입은 옷까지 전부. 그리고 모르겠다는 듯이 ‘으아아악!’ 소리를 내며 등받이에 기대어 누웠다.

“에르덴 누나가 뭐라고 했나요…?”

“.....아냐.”

이하운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혹시 이하운 선생님을 또 때렸나요…?”

“아니라고. 진심으로 하면 나도 잘 싸우거든? 에르덴 파벨, 그년이 양아치 년이라 그렇지….”

이하운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살기를 풀풀 풍길 정도로 흥분한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못했다. 표정만으로도 더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는 걸.

“그냥… 그냥. 그래. 점심시간이잖냐. 가서 친구랑 밥이나 먹어라.”

“이하운 선생님은 안 드세요?”

“이거면 됐어.”

이하운은 네 개 남은 샌드위치를 가리켰다. 마레이는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왜인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늪을 지나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발목이 푹푹 빠져들어 밖으로 나가는 걸음이 느려진다.

“야, 마레이 드 파웬.”

“네?”

“교수님이야.”

이하운의 말에 마레이는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아니라 교수님이라고.”

“네…. 이하운 교수님.”

“풋…..! 그냥 이하운이라 불러. 선생님이라 부르든지. 가봐라.”

변덕스러운, 장난끼가 가득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이하운의 모습에 마레이를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하고 아까부터 생각들던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선생님. 아까부터 왜 냥- 냥- 붙이다가, 어느 때에는 냥-냥-이라 안 붙이는 거에요?”

“......그냥 취미야.”

이하운은 기분 나쁘게 웃어 보였다. 마레이는 강의실이라 쓰고 체육관이라 부르는 게 정확한 강의실의 문을 닫았다.

-끼이이익….

기름칠을 해야겠네. 이하운은 짧은 감상을 남겼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이제는 완전히 들리지 않을 때쯤에야 그녀는 눈앞에 있는 샌드위치 바구니를 걷어찼다. 샌드위치가 허공을 유영하며 야채나 소스 같은 것을 그대로 바닥에 흩뿌렸다.

“시발… ”

쉴 새 없이 욕설을 중얼거린 이하운은 발치에 굴러다니는 샌드위치를 마구잡이로 짓밟았다. 에르덴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레이 드 파웬이라는 소년이 미워죽을 것 같았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 소년의 모습이 싫었다.

에르덴의 요구를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입에서 토악질이 튀어나왔다. 방금 먹었던 샌드위치의 일부분을 그대로 게워냈다. 들었을 때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웃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미친 소리를 지껄인 그년의 눈동자의 광기는 진짜였다.

“우에에에에엑..!”

이하운은 더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위장에 남은 음식물을 게워냈다. 시큼한 느낌이 목에 들고, 알코올 냄새가 올라왔다.

미친년. 미친년. 이하운은 쉴 새 없이 에르덴에 대해 욕을 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역겨워…...”

에르덴의 제안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하운은 작게 욕설을 내뱉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린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그 두 눈. 조금 빠르게 성에 대해 눈을 뜬다고 해도 아직 야한 책도 제대로 사지 못할 것 같은 그 어린 나이의 소년.

차라리 미워한다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에르덴의 광기를 증오할 용기조차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차라리 어린 소년을 미워하는 게 낫지 않나 스스로 합리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이하운은 이를 악물었다.

“에르덴 파벨……”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목소리가 빈 강의실을 채울 뿐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도로를 보았다. 이상하게 이하운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끈적한 감각이 발목을 붙잡은 채 마레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태양은 조금씩 조금씩 제 키보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리를 한참 동안 보던 마레이는 익숙한 인영에 자리에 일어나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작게 웃고 있는 은발의 흡혈귀 공주님. 마레이가 다가오는 지도 모른 채, 필리아는 주변 사람들과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필리아를 향해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마레이를 올 곳이 응시했다. 작게 손을 흔들어 웃어 보이는 흡혈귀 공주님은 주변 사람들과 무어라 간단히 말을 한 뒤, 무리에서 이탈해 마레이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평소와 다르게 가슴 중앙에는 정중앙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브로치를 중심으로 붉은 리본이 그녀의 가슴에 달려 있었다.

“기다린 거야?”

“조, 조금이요….”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 필리아의 말에 마레이는 우연이라 대답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거짓말인지도 모르고 두 눈을 크게 뜨기도 잠시, 곧장 웃어 보이는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 따라 웃어버렸다.

“기쁜데,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모르겠네.”

태양 아래서 우아하게 반짝이는 은색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흡혈귀 아가씨는 쓰게 웃어 보였다. 마레이도 사실 정상적인 남녀의 반응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똑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고양이처럼 가늘어지는 그녀의 눈매에 마레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손을 잡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반갑게 인사를 해야되는 걸까. 친구였다면 오히려 편했을 텐데, 필리아와 있을 때 마레이는 자신이 어린애 같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안겨드는 일리엔이라든지, 자연스레 스킨쉽을 하는 라벨라라든지, 은근슬쩍 손을 잡는 이드리엔이라든지, 두 사람이 있을 때에는 사랑을 속삭이는 줄리아라든지, 우선은 키스를 해버리는 에르덴이라든지와는 전혀 다른 상대.

그동안 수동적으로 상대방이 먼저 해주는 행동에 끌려다니던 마레이에게 필리아와의 연애는 무척이나 답답하면서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필리아는 싫다고 말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답답하다. 이드리엔과의 일은 라벨라의 조언이 있었기에 마레이는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었지만, 필리아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필리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생각나는대로 인사를 건냈다.

“그래, 마레이. 반가워. 어제는 잘 들어갔어? 셰필드 그 쓰레기 때문에 별일은 없었고?”

자연스레 걷기 시작한 필리아를 따라 마레이는 그녀의 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살짝 굽이 있는 구두였는데도, 평소에 마레이가 걷는 속도보다 빠른 걸음걸이였다.

“아, 네. 딱히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잘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거 같아.”

“네?”

필리아는 쓰게 웃으며 고해성사를 하듯 고했다.

“그렇잖아. 난 널 좋아하고 있는데, 취미가 뭔지도 모르고 있는 거 같아.”

“아…..”

마레이는 머리를 맞은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좋아한다는 말이 주는 기쁨보다는 당혹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마레이는 필리아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아니, 서로에 대한 입장은 종종 이야기를 했던 것 같지만 개인과 개인의 만남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거 같았다.

솔직하게 필리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마레이는 모르고 있었다. 그건 필리아도 마찬가지일 테고.

“뭘 좋아해?”

필리아의 물음에 마레이는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 은색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핏빛처럼 붉은 눈동자는 섬뜩하기보다는 매혹적으로 보였다. 슬며시 웃는 입술 사이에 보이는 송곳니에 마레이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뭘 좋아하냐구, 마레이.”

“아, 저요? 저는.. 그게… 책이랑. 운동이랑 동물이랑 친구들이랑 게임도 좋아하고. 그게 저기. 그러니까..”

“풋.”

필리아가 웃는다. 마레이는 얼굴을 굳혔다. 당황해서 너무 횡설수설하게 말했다. 조심스레 필리아의 눈치를 살펴보았지만, 비웃는다거나 얕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슬며시 고개를 숙이고 가녀린 어깨가 작게 떨린다.

“응, 그렇구나. 그래, 나도 책 좋아해. 운동도 꽤나 좋아하는 편이고, 친구들도 좋아해. 게임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동물은 유감스럽게도 싫어해. 나 혼자를 간수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무서운 이야기잖아.”

필리아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점차 가까워지는 거리에 마레이는 필리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필리아의 말에 집중하지 못했다.

“긴장할 필요 없어, 마레이.”

“아, 응….. 리아.”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인다면 숨결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온 필리아는 작게 웃어 보였다.

“나도, 너처럼 처음이야.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그래도 겁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가볍게 윙크를 하는 공주님의 용기에 마레이도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리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 손 잡아도 될까요?”

“......그러니까…. 응. 좋아.”

눈을 질끔 감고 필리아는 마레이의 손을 붙잡았다. 맞잡은 손이 부르르 떨리고, 살짝 아플 정도로 손을 꽉 쥔다.

“부끄러워요…?”

“조금은 말이야.”

필리아 시선을 피한 채,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고 마레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겁먹거나 긴장하지 않았어. 알겠어?”

여전히 그녀의 손을 떨리고 있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공주님.”

“공녀님이라고 했잖아.”

필리아는 만족한 듯 웃어 보였다.

마레이는 필리아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에 핀 꽃에 대한 이야기, 오늘 아침 구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끔 떠오르는 공국의 강에 대한 이야기. 필리아는 평소보다 더욱 활발하게, 그리고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마레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필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앞의 공녀님도 같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짧은 감상도 들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주식이나, 투자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필리아는 결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필리아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생동감 있고, 색채 하나하나가 담겨 있어서 마레이도 무척이나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육욕에 빠져 살아가는 자신과는 다르게 많은 경험과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반성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라도 읽어볼까. 마레이는 자습할 때 쓰던 도서관을 떠올렸다. 필리아가 읽은 문학작품을 이야기하는데, 알고 있는 작품이 몇이 없었기에 씁쓸하게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곤란해하는 마레이의 모습을 알아챈 것인지 필리아는 적당히 웃어넘기며 이야기를 끝 맞췄다.

“시험공부는 잘하고 있어?”

아. 필리아의 질문에 마레이는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부는 성실히 하고 있었다. 예습과 복습은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시험공부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전에 다니던 방벽 주변의 학교에서는 시험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배우고 확인하고, 그저 일련의 과정이었다.

시험이라는 말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 사이로 미묘한 기대감이 자라난다. 물론, 안 볼 수 있다면 안 보고 싶지만 말이다.

“후후, 하나도 안 했구나? 나중에 우리 집으로 와. 공부 알려줄 테니까. 수업은 어때? 셀린에게 듣기로는 파격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들었는데. 할 만은 해?”

“아, 네….”

열성적인 선생들 사이에 낀 마레이는, 단둘만의 시간을 1초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진도를 따라잡으며 겨우겨우 수업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수없이 많은 예시를 들어 억지로 이해’당’하고 있었다.

가장 교육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게 줄리아였다. 머리가 뜨거워질 쯔음 잠시 멈춰서 애정행각이나 가볍게 섹스. 다시 진정하면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일리엔 같은 경우 ‘성적은 만점으로 드릴게요!’라며 진도를 나가지 않다가 라벨라에게 걸려 크게 혼쭐이 나서야 조금 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 일주일의 수업 분량을 30분 안에 끝마치는 일리엔의 진도를 들은 길리아는 너무 ‘대충 가르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었지만. 문제를 술술 푸는 마레이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할 만하다면 다행이네, 성가대는 어때? 매주 금요일마다 가는 거 같은데?”

갑작스러운 성가대 이야기에 마레이는 놀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 크사레티 선배는 학생회장이야.”

아,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라고 부르기에는 나이가 많았지만, 사정이 있어서 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다고 했었지.

“필리아는 샤샤 선배를 잘 알아요?”

샤샤라…. 필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잘 알지, 나도 학생회에 있는데. 근데 애칭으로 부르네…. 부러운데.”

필리아는 묘한 시선으로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다, 갑작스레 턱을 괴고 마레이를 볼뿐이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았다.

“필리아….?”

흡혈귀 공주님은 여전히 말이 없이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한쪽 눈을 반개한 채로, 느긋하게 마레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필리아.”

마레이가 불러도 필리아는 그저 웃으며 보고 있었다. 왜인지 화가 난 것 같았다. 자세히 보자 눈을 웃고 있지 않았다. 입꼬리만 억지로 끌어당겨 웃는 척을 하고 있었다. 왜 화가 난 걸까.

방금 필리아가 뭐라고 했더라.

‘애칭으로 부르네… 부러운데.’

“아, 리아. 죄송해요.”

“응. 좀 늦었네. 눈치 없긴..”

흡혈귀 공녀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회장은 애칭으로 부르면서, 나는 왜 리아가 되었다가, 필리아로 되돌아가는 거야?”

“죄송해요.”

“사과하지 말라고 했잖아. 정말이지…. 딱딱하게 부르면 뭔가 벽이 있는 것 같잖아.”

적당히 훈계하는 느낌으로 말하고 있는 필리아였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닌지  발을 앞뒤로 흔들며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눈도 슬그머니 웃고 있었다.

“잘못했어요 리아. 아니, 사랑해요. 리아.”

“응, 응. 그래.”

“사랑해요, 리아.”

“....응. 그래.”

사랑한다는 말에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공주님의 모습에 마레이는 테이블 위에 있는 필리아의 손을 꼭 붙잡고 다시 한번 말했다.

“정말로 사랑해요 리아.”

“알았어. 알았어. 그만.”

“진심이에요.”

필리아는 곤란한 듯 웃으며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선을 마주치다가도 다시 피했고, 얼굴은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사랑해요.”

“아… 으…. 그만.. 그만. 그만그만! 부끄러워!!”

엘프를 닮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짧고 뾰족한 귀가 붉은색으로 물든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더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가는 당장이라도 공주님이 도망칠 것 같았다. 필리아랑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도망치는 필리아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욕망을 이겨낼 수 있었다.

“리아는 잘 지냈어요?”

“응… 아니, 아니. 잘못지냈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 필리아는 성급하게 대답한 게 부끄러운 것인지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뺨을 긁적였다.

“무슨 일 있었어요?”

“일이야 언제나 많지. 그중에 가장 골치 아픈 일은 이거.”

필리아가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 들었다. 읽어보라며 주기에 받았지만, 약간의 무게감에 놀라 떨어뜨릴 뻔했다. 편지를 열어보자, 금빛으로 이리저리 치장된 무늬들로 빼곡했다.

“제국대학에서 유능한 학생들을 스카우트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있는 일인가 보네요.”

라벨라가 기억하라며 보여준 황제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교육에 정말로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는 황제의 소문은 사실인지, 아니면 필리아가 황제의 관심을 끌 정도의 무엇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필로 필리아에 대한 간단한 기대가 적혀 있었다.

“건국제에서 분명히 거절했는데. 이분은 무슨 생각이신 건지….”

톡, 톡, 톡- 필리아의 자그마한 손가락이 테이블을 반복적으로 두드렸다.

“리아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나요?”

“가보고 싶기는 하지, 국내가 어수선하지 않았으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갔을 거야. 제국의 신문물들, 현재 과학과 마법의 최전선, 전 세계 예술이 모이는 곳!”

제국대학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흡혈귀 공주님은 마레이가 아무 말도 못 할 정도로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어디 국가의 무슨 양식, 제국 전통의… 등, 미안한 이야기지만 마레이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다 버리고 가서 공부하고 싶긴 해.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건 너도 잘 알잖아.”

필리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워한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입가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필리아는 필요도 없는 물건이라고 말했지만, 초대장을 결코 버리거나 찢거나 하지는 않았다. 품속에 조심스레 넣고 미묘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분명 필리아는 공국의 공주로서, 작위 계승권을 두고 배다른 남매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격양되는 필리아는 마레이가 알고 있는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 쓰레기도 날 제국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이리저리 찌르고 다니고 있고, 첩 년은 별의별 세력을 공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후계자의 자격도 없는 주제에 후계자로 올리겠다는 건 공국을 이리저리 찢어놓겠다는 의미인데. 외부인에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공왕은 말이야…. 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공왕은 말이야….

필리아는 몇 번이나 자신의 아버지를 불렀다. 하지만 단 한 줌의 애정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어. 몇 년, 요 몇 년간.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해버렸어. 어머니는 그 마녀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니, 아냐. 잊어버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필리아는 후후, 소리내어 웃으며 가볍게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냈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신경 쓰지 마.”

“리아…?”

“그 사생아에게 진다면, 내 그릇은 그 정도라는 거야. 그때는 내가 널 품는 게 아니라, 네가 날 품어주렴. 그거면 돼.”

믿을 만한 사람인가. 짧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쁘고, 참 고마웠다. 자신이 필리아를 품는다.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가 아닌 그녀를 집안으로 들인다 생각하니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프로포즈인가....? 생각도 들었다.

“네, 부족하지만 제가....”

“곤란하네.”

필리아는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쭉 펴며 길고, 무척이나 깊게 숨을 쭈욱 내뱉는다. 마치 긴장을 완전히 털어내듯, 무거운 짐을 벗어내듯 그렇게.

“가볍게 놀릴까 생각하고 한 말인데, 그렇게 진지하게 반응해주니 기쁘긴 한데 말이야.....”

하지만 그뿐이야. 필리아는 말을 덧붙였다. 마치 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긴장을 풀면 죽어버린다고, 사막에 나그네 같은 거야.”

“나그네요….?”

“그래, 사막의 가혹한 날씨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그네 말이야. 밤에는 서리가 끼고, 낮에는 온몸이 익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날씨 속에서 몇 날 며칠을 버티던 나그네를 죽이는 건, 누구인지 모를 사람들이 남긴 불씨 조각이야. 그 조각 속에서 찾은 희미하게 남은 온기를 더듬고 눈을 감으면, 나그네에게 남는 건 동사(凍死)거든.”

긴장이 풀린다는 건, 죽는다는 거야. 필리아는 홍차가 얕게 남은 잔을 원을 그리며 흔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레이는 애써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네...”

필리아는 사막 위에 홀로 서 있었다. 그 누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은 채. 묵묵히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마레이는 그녀에게 자그만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그다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은 눈동자는 아주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사막의 별이 붉은 눈동자 안에서 그녀의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필리아의 손을 붙잡고 싶었지만, 갈 곳을 잃은 자신의 손이 주머니에 밖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 주제는 끝이었다. 더이상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필리아의 자존심을 흔드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화를 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흠흠… 흠... ”

침묵이 어색한 걸까. 필리아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마레이는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다가, 평소의 복장과는 유달리 눈에 띄는 장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침묵이 어색했다기보다는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가슴을 둘러싼 큰 붉은 색 리본. 솔직히 말해서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묘하게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리아는 마음에 든 것이지, 살며시 가슴을 펴고, 리본을 매만지며 마레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럴 때에는 흡혈귀 공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려야 할 것 같다.

“어, 리아. 그 리본 무척 귀엽네요.”

“눈치채는 게 늦어.”

필리아는 향을 음미하듯 두 눈을 감고 옅게 숨을 들이쉬고 잔에 남은 홍차를 깔끔히 비워냈다. 거의 다 식은, 그리고 얼마남지 않은 홍차의 향을 음미할 리는 없었지만, 그 모습이 미묘하게 들뜬 것처럼 보였다.

“예쁜 리본이네요.”

“동생이 준 거야. 후후…. 그 얘도 참.”

그러고 보니 필리아의 동생이 있었다고 들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필리아가 종종 동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직접 만나지 않아도 친근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필리아를 닮은 아이라면, 몇 살이려나. 동생이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본적도, 만진 적도 없는 동생. 분명 필리아의 동생이라면 귀여울 것 같았다.

“필리아를 닮았으면, 엄청 귀엽겠네요.”

“날 닮으면 귀여운 게 아니라, 예쁜 거야!”

네, 네. 마레이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예뻐요, 아름다워요. 필리아가 만족할 때까지 마레이는 비슷한 말을 몇 번 반복했다. 슬쩍 삐죽 나온 입술은 조금 화가 난 듯 보였지만, 그조차 참 귀여웠다.

“리아가 여동생분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건 처음이네요.”

“그랬던가….. 요즘 그 아이가 웃은 적이 없었거든.”

필리아는 두 손으로 리본을 꽉 움켜쥐었다. 분한 듯 보였다. 무엇인가에게 무척이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은 사람을 그리고 있었다.

“여동생분은 어떤 분이에요?”

“흐음…. 어떤 사람이냐...”

필리아는 입을 달싹거리다 입을 꾹 다물었다. 미간을 약간 찌푸리다가, 슬며시 웃고,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웃고, 다시 찌푸리고. 동생에 대해서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것 처럼 보였다.

“착한 아이야. 착해, 너무 착해서 서로가 너무 힘드네..”

필리아는 몇 번이나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가렸다.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시선을 슬쩍 피하며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필리아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욕심이 없는 아이지. 어릴 적에 먹을 거나 가끔 욕심을 부렸을까. 손을 잡으면 그저 끌려오는 애였어. 어딜 가고 싶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뭘 하고 싶다고 말하지도 않았어.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왔어.”

필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제 손을 보고 있었다. 곱게 모은 두 손은 테이블 위에서 곱게 포개어 놓았을 뿐, 서로를 맞잡고 있지 못했다.

“한번은… 그래, 그 아이가 어머니처럼 따른 선생이 한 명 있었어. 일주일에 한 번밖에 없는 수업이다 보니, 전날만 되면 방에 와서 재잘재잘 떠들었어. 내일 뭐 배울까, 내일 어떨까~ 그렇게 신나게 떠드는 걸 듣다 보면 어느새 잠들었어.”

레밀리아는 스스로의 손을 쓰다듬길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수업을 듣기 너무 싫은 거야. 정원에 핀 꽃을 보면서 쉬고 싶은 거야. 전날에 제왕학이라며 하루종일 피곤했거든. 가뜩이나 몸을 험하게 쓰는 수업이다 보니…. 그래서 그 아이의 손을 붙잡고 마당에서 숨어있었어.”

모두가 아는 곳에 숨어버린 거지. 너무 어렸어, 그땐. 필리아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릴 적 이야기였다. 얼마나 어릴 적일까. 허리에 간신히 닿을 정도로 작은 어린아이일 때,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컸을 때?

필리아에 대해서 마레이는 여전히 아는 게 없었다. 그건 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하루하루 서로의 거리감을 좁혀나갔지만,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말한 것들보다 너무나도 많았다.

그게 참 필리아를 멀게 느껴지게 했다.

“결국 걸렸는데, 얘가 펑펑 우는 거야. 가뜩이나 성격이 불같은 선생이다 보니, 얘가 내가 빠지자고 졸랐다고 말하면 어머니나 아버지. 아니, 그 쓰레기가 화를 낼거라 생각에 두려우서 덜덜 떨고 있는데….. 내 이야기는 일절 안 하고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하루종일 울었어. 그냥 내가 끌고 갔다고 하면 되는 일인데…. 선생도 당황했는지, 평소에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꼬리를 그 아이 손에 쥐어줄 정도였으니까.”

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하게 기억이 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그저. 간단히 떠오르는, 피부에 돋아난 길쭉한 털 같은 그런 기억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데, 그저 계속 신경이 쓰이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감정을 남기게 하는 그런 기억.

“착한 아이네요.”

“응, 그리고.... 너보다 연상이니까. 아이라고 부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필리아의 이야기에 마레이는 당황한 듯 볼을 긁적였다. 자신보다 연상이고, 필리아보다 연하라면, 자신과 두 자매는 연 년의 터울이었다.

“뭐, 네가 형부니까 큰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야. 뭐 공석에서는 상호 존대일 테니까 별 상관은 없나. 나이에 신경 쓰지도 않는 애니까. 그냥 처음에만 어색하게 누나~ 정도로 부르려나.”

재미있겠네. 필리아는 작게 웃었다. 묘하게 쳐진 어깨가 그녀의 작은 몸집을 더욱더 작고 여리게 보였다. 태양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시계를 보자, 슬슬 자리에 일어나야만 했다.

“자자, 오늘은 이걸로 끝이네. 오후에는 일정이 있어서 말이야. 집에 데려다주고 싶은데. 시간이 잘 안나네.”

일어나는 필리아를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기에 두 사람 다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그리고 갈림길에 서서 필리아는 마레이의 뺨을 매만지다 웃으며 뒤를 돌았다.

“저, 필리아. 월요일은 죄송했어요.”

필리아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마레이에게 되돌아왔다. 그리고 검지로 가슴을 꾹꾹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화가나 보였다.

“그렇게 계속 사과해야 될 일은 왜 한 거야?”

“죄송해요.”

필리아는 피식 웃으며 마레이의 뺨을 좌우로 쭉쭉 눌렸다.

“앞으로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마. 알겠어? 구질구질하게 구는 거 딱 질색이야. 내가 괜찮다고 했으면, 괜찮은 거야. 이 필리아 더 블러드가 괜찮다고 분명히 말했어. 그런데 누가 너를 책망할 수 있는 거지? 너 스스로가 그러는 것도 용서 못 해.”

“네…..”

필리아는 마레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잘못을 했으면 응당 그 책임을 지려는 태도는 아주 좋아. 그러면 말이야.”

필리아는 묘한 웃음을 보였다. 붉은 눈동자가 흥미로 반짝였다.

“키스해줘.”

이곳에 말이야. 흡혈귀 공주님은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레이는 웃으며 그녀의 흰 볼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필리아는 ‘좋아.’ 작게 말하고 일리엔의 강의실 쪽으로 마레이의 등을 떠밀었다.

작게 한숨이 나왔다. 기운이 다 빠졌다. 필리아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치 밝은 빛무리 같아서,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짓이 얼마나 허무한지에 대해서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무엇이든지, 홀로 해결하려는 그녀의 모습에는 일종의 벽이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높고, 두꺼워서 어느새인가 필리아와의 거리감만 체감하게 된다. 분명 바로 앞에 있음에도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필리아와 자신은 하나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체된 생각과는 다르게 어느새 이드리엔의 연구실의 앞에 다다랐다. 은빛 손잡이를 잡는데 묘한 냉기에 손이 움츠러들었다.

이 문고리가 이렇게 차가웠던가. 그저 힘을 주고 문을 열면 되는 데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마음속에서 커지는 필리아의 잔향이 너무 길고, 짙게 남아버린다. 털어내기도 쉽게 않게 말이야.

“왜,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거야? 빨리 들어와!”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리고, 곧장 문이 열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뻗은 손이 마레이의 손목을 붙잡고 방안으로 끌어당긴다.

“정말이지, 점심 내내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백금색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나부끼고, 눈앞에는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춘 녹안의 엘프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직 수업 시간까지는…. 아, 지금 쳤네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업종이 울렸다. 이드리엔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달싹거리는 입술은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작게 입술을 깨물다, 눈을 질끔 감아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슬며시 웃어 보인다.

“그래서, 흡혈귀 공주님과 데이트는 즐거웠어?”

다만 눈은 마레이에게 고정이 되어 있었다. 웃음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이.

“아, 아.. 그게… 네.”

마레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이드리엔의 시선을 피했다. 필리아에 대해서 추궁하듯 묻는 이드리엔의 말에 마레이는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흐응…. 필리아라고 하던가, 그 공녀 몸매도 별로고. 귀염성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타입이 좋은 거야?”

팔짱을 낀채 로 가슴을 살며시 들어 올려 어필하는 이드리엔의 모습에 마레이는, 묘하게 추궁당하는 분위기에서도 차오르는 음심에 얼굴을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라벨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이렇게 쭉쭉빵빵한 누나들이 매일매일 섹스해주는데도 부족한 걸까….?”

어느새 더욱 가까이 다가온 이드리엔의 숨결이 느껴졌다.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지만, 고작 한 발자국임에도 딱딱한 문의 그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두 손이 어느새 마레이를 받치고 있는 문을 짓누르고 있었다.

총명하게 밝았던 녹안은 검고, 끈적하게 물들어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소년을 도망치지 못하게 고정한다.

“우리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저기, 그게.. 그러니까….”

라벨라, 이드리엔, 일리엔. 그리고 줄리아와 에르덴까지.

단 한 명이라도, 이들 중 단 한 사람의 사랑이라도 받기 위해 수없이 구애해오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정도는 마레이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 행위마다, 자신의 흔적을 무자비하게 남기며 쉼 없이 범하고 범하며 그녀들에게 끈적한 소유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흐릿한 윤곽으로 이해하고 있는 마레이였기에, 지금 자신에게 타박하고 있는 이드리엔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질투. 그래, 질투였으니까. 자신도 이드리엔이 자신보다 멋지고, 키도 큰 어른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찌릿한 느낌을 참을 수 없었다.

이드리엔도 마찬가지인 걸까. 그녀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화가 나는 건 왜일까. 라벨라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네가, 감히?

마레이는 잠시 드는 나쁜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가 마레이에게 소중한 여인들이었다. 이드리엔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는데, 감히라니. 마레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깨닫고 나니, 스스로가 조금 두려워진다.

“혹시, 내가 묻는 게 기분 나빠….? 그게.. 나는 그러니까.. 그게…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이드리엔의 목소리가 힘없이 떨렸다.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마치 비를 맞은 채 덜덜 떠는 자그마한 동물 같았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그녀에게 이런 생각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딱딱하게 굳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말을 더듬는, 어쩔 줄 모르는 이드리엔의 모습에 마레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쳤지. 내가 나빴다. 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하면서 불안해 보이는 이드리엔의 하얀 뺨 위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아뇨, 미안해요. 그래도.. 필리아는 친구에요.”

“응, 그래… 나도 추궁하는 분위기는 미안해. 그냥 알고 싶었어. 우리들만으로 부족한 걸까… 하고.”

이드리엔이 말하는 우리는 세 명일 뿐이었다. 줄리아와의 관계에 대해서 묘하게 곁눈질을 하는 걸 보면 네 명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에르덴에 관해서 모르는 이드리엔이 왜인지 모르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라벨라가 제안한 ‘놀이’에 이드리엔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마구잡이로 날뛰고 있었다. 그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도 모른 채. 마레이도 이드리엔이 주도하는 상황에, 그리고 만들어지는 분위기에 흠뻑 젖어 즐기고 있었지만, 묘하게 불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공범이었으니까.

“필리아 더 블러드, 응. 그 이름이겠네. 부학생회장이었지… 그래, 네가 사귀고 싶다면 사귀어도 좋아. 그래도 나랑 언니는 계속 사랑해줘야 하는 거…. 알지?”

이드리엔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자신이 모든 걸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그녀가 느끼는 ‘무엇’인가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날카롭게 벼려진 직감이 그녀에게는 바라보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정작 본인은 귀를 틀어막고 있었지만.

“네…...”

달콤한 향기가 이드리엔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살 내음이, 숨결이 전부 익숙했다. 마레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아, 다음은 이드리엔이었다. 뭔가 놓쳐버리는 것 같았다. 붙잡아야 하는데, 붙잡지를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붙잡지 못할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리자 몸의 힘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이드리엔의 목 뒤로   ㅠ 두손을 뻗어 깍지를 꼈다.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암캐는 기쁜듯 웃어보이며 어린 주인님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댔다.

“후후, 키스하고 싶은 걸까?”

코끝이 키스하듯 서로의 살을 맞댄다. 숨결이 더욱 가까워지고 끈적하게 젖은 녹색의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신에게서 한순간도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은 강렬한 눈빛. 애욕과 소유욕으로 질척하게 버무려진 욕망을 숨겨지지 않는다.

조심스레 혀를 내밀자, 자연스레 혀를 걸어 맞춰 서로의 타액을 맛본다. 끈적하고, 무척이나 음란한 맛. 아무런 맛도 나지 않은 타액을 감로주처럼 흡입하며, 서로에 대한 끈적한 갈망을 삼켜낸다.

“쯔으읍… 아아… 좋아….. 정말이지.”

이드리엔은 무엇인가 만족한 눈치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기세 좋게 웃어 보이는 그 표정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고 또 하찮았다.

“우리들이 사정 관리 하지 않았으면, 벌써 그 흡혈귀 공주도 엉망진창인 육변기로 길들였겠지?”

자연스레 뻗은 손은 어느새 뱀처럼 바지 위를 더듬고 있었고, 바지 안에 잠들어 있는 굵고 두터운 고깃방망이를 정성스레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중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검지와 약지를 쭈욱 뻗어 손톱 끝으로 긁어내리는 기분 좋은 감촉에 마레이는 들뜬 숨을 거칠게 토해낸다.

“빨리 말해줘, 마레이. 내가 잔뜩 싸게 해주지 않았으면. 그 꼬맹이 공주님을 육변기로 만들어서 지금쯤 잔뜩 자궁 안에 싸질렀을 거라고. 말해줘. 응?”

“읏…! 응… 이드리엔 안에 잔뜩 싸지르지 않았으면.. 읏… 꽉 쥐면…큿...  필리아를 육변기처럼 들고 박았을 거야… 꽉 쥐는 건…!”

“누나, 누나! 누나라고 불러줘!!”

이드리엔은 자신의 손아귀에서 부들부들 떠는 마레이를 보고 황홀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들고 박는다고. 오늘 아침처럼. 그 자그만한 흡혈귀의 체구면 안긴 채로 들려서 박히겠지. 저항도 못 하고 벗어나고 싶어도 꺽- 꺽- 거리면서 애액을 왈콱 토해내겠지.

“흣.. 누나아.. 누나아앗..!”

“응? 마레이, 필리아를 육변기로 만들고 싶었구나? 얼마나 많은 여자를 따먹어야 만족하려는 걸까, 이 흉악한 자지로? 후후, 정말 쓰레기 같은 나쁜 남자라니까.”

엘프 교수는 흥분을 참지 못 하고 제멋대로 혀를 길게 뻗어 마레이의 얼굴을 꼼꼼히 핥아 내렸다. 애정표현이라기보다는 들뜬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 방법을 참지 못해 몸부림 치는 듯한, 그런 거친 혀 놀림이었다.

“네가 나쁜 남자가 되지 않도록, 내가 매일매일 사정 관리해줄게. 네 육변기로서, 매일매일 말이야. 오늘 아침처럼… 후…. 으… 봐봐, 상상한 것만으로 애액이 쉴새 없이 흘러나온다고.”

어린 소년의 손을 잡아 이끈 이드리엔은 이미 완전히 푹 젖어, 속옷의 역활을 더이상 하지 못할 팬티 위를 소년에게 자랑하듯 문지르게 한다.

-찌거어억...

“으으읏…..! 제, 제멋대로 찌르면… 흐앙… 아아응…!”

-찌걱! 찌걱!

마레이의 손이 제멋대로 팬티 채, 음란한 암캐의 질육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시작했다. 아직 채 젖지 않은 음모가 얇은 천 사이로 바스락 소리를 내며 자연스레 꿀을 흘리고 있는 꽃잎 속을 헤집는다.

“흐으응…… 좋아앗…!”

제 주인이 온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갈라진 살 틈이 쉴 새 없이 부르르 떨리며 어린 소년의 손가락을 받아들이고, 안으로 삼켜낸다

“흐윽… 읏…!”

어린 소년의 어깨를 붙잡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백금 발의 미녀 엘프. 질육을 가지고 노는 듯한 손가락 장난에 치마에 감싸인 토실토실 한 엉덩이를 부르르 떨며 소년이 주는 쾌락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곧장 주인님에게 삽입되는 상상을 하며 천 쪼가리나 다름 없는 야시시한 팬티를 입은 채로 부드러운 각선미를 뿜어내는 두 다리가 무너질 것처럼 부르르 떨린다.

-찌걱…!

“큭…!”

고개를 푹 숙이며 허벅지에 힘을 꾹 주는 이드리엔. 그에 맞춰 자연스레 허벅지에 근육 선이 슬그머니 잡히고, 얇은 천에 감싸인 손가락을 있는 힘껏 조인다.

“키스해줘, 이드리엔.”

“으읏.. 네에에… 네..”

탁해진 눈동자는 이미 쾌락에 잡아먹혀 자연스레 어린 소년에 말에 전부 따르는 암캐로 돌변하고, 자신도 주인님과 똑같이 거대한 불기둥을 바지 너머로 쉴 새 없이 붙잡고 흔들어 내린다.

그녀에게 호응하듯, 마레이는 손가락 끝을 제지하는 팬티를 가볍게 끌어 내리고, 맨손으로 부드럽고 꽉 조이는 육단지 속으로 손가락을 쑤셔 넣고, 안쪽에서 구부리고 문지르기를 반복한다.

“흐앙… 으응… 안, 안에.. 으읏… 그, 긁으면.. 으흐그… 조, 조하앙.. 좋아앗..!”

어린 소년에게 매달린 채 이드리엔은, 분명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망각의 저편을 넘겨버리며,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가감 없이 터트린다.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보이는 검은 숏팬츠 사이로 밀려 들어가는 손가락이 작게 진동할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떨며 두려울 정도로 기분 좋은 쾌락에 울부짖을 뿐이었다.

아침부터 잔뜩 사용되었지만, 벌써부터 완전하게 회복된 구멍은 아침보다 더욱더 바짝 조여오며 당장이라도 처넣어달라는 듯이 기교 좋게 소년의 손가락을 쭈욱 빨아당기듯 조이고, 풀기를 반복한다.

“으읏… 이 못된 꼬맹이..”

허벅지를 부르르 떨며 애액을 왈칵 쏟아낸 이드리엔은 손끝으로 지퍼를 긁어내리며 가느다랗고 길쭉한 손을 바지안으로 밀어 넣는다.

“끈적끈적한데… 후후, 이 누나의 몸이 그렇게 좋았어?”

쿠퍼액으로 젖어 들기 시작한 팬티 위를 매만지는 차가운 손이 지퍼 틈새 사이로 요령 좋게 팬티를 끌어 내리고, 바지를 벗기며 흉악한 살 막대기를 잡아 이끌어낸다. 몇 번이나 주무르면서, 은근슬쩍 매만지면서 막대기 위로 꿈틀거리는 두툼한 혈관을 따라 쓸어올리는 손.

“이 흉악한 자지로… 내 여기를 꾹꾹 쑤시며, 싸지르고 싶은 거지… 이 색골.”

“으읏...”

페니스를 잡아, 어느새 흘러내린 치마에 드러난 새하얀 복부에 문지른다. 부드러우면서도 근육의 딱딱함이 느껴지며, 요도구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엘프 선생의 매끈한 복부를 끈적하게 덧칠한다.

“흐흐, 꿈틀 거릴 때마다 쿠퍼액이 흘러 나오고 있어. 아침에도 잔뜩 싸지른 주제에, 얼마나 싸야 만족하는 걸까. 후후..”

자신이 마레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 더욱 큰 흥분을 느끼는 것인지, 말하는 것처럼 뻐금거리는 살주름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걸쭉한 액체가 허벅지에 걸친 팬티 아래로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슬며시 페니스를 잡아당겨 자궁에 있을 위치를 꾹꾹 누를 때마다, 농익은 과일을 손아귀에 꽉 쥐는 것처럼 거품이 앵겨있는 끈적하고 투명한 꿀을 흘려내는 구멍에 마레이는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상의 엘프가 주는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가 빨갛게 물든 거 너무 귀여워, 마레이.”

키스하는 것처첨 혀를 내밀었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설육이 향하는 건 주인님의 입아니 아닌, 빨갛게 물든 귓바퀴에 도달한다. 혀끝으로 끈적하게 귓바퀴를 훑으며, 조심스럽게 핥으며 입안으로 빨아들인다.

-쯔읍. 쯥.. 츠읍..

끈적한 소리가 귀속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 귀 자체에 전달되어 뇌를 간지럽힌다. 분명 귀에서 시작된 밀도 높은 진동이 가슴에서, 그리고 몸 안에서 울리는 듯한 착각을 주어 뇌가 범해지는 것 같다.

“우읏….. 이드리엔...”

끈적한 혀. 그리고 도착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봉사. 마레이는 온몸에서 뒤틀리는 듯한, 음란한 소리에 페니스 끝에는 울컥울컥 소리를 내는 것처럼 쿠퍼액이 질질 흘러 여선생의 배에 쉴 새 없이 사정하고 있었다.

”아하핫… 정말 최고라니.. 손안에서 징징하고 울리고 있어. 이걸 내 안에 잔뜩 쑤셔 넣고 싶은 거지?”

젖어 들어가던 음모의 끝자락에서, 배꼽 아래로 이어지도록 문지른다. 얇고 부드러운 표피  너머 딱딱한 복근의 흔적이 느껴진다.

“자, 이렇게..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면...”

가느다란 팔은 무척이나 늘씬한 듯 보이면서도, 터져 나올 듯한 볼륨이 반칙 적으로 뒤섞인 극상의 여체의 중심. 그 백금색 수풀 사이로 숨어 있는 분홍빛 입구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근육이 슬며시 보이는 허벅지 사이로, 천천히 내려가던 쾌락의 총아는 끈적한 고기 동굴의 입구에 다다른다.

“잔뜩, 잔뜩. 젖은 거 느껴져?”

김이 나올 것 같이, 후끈한 열기를 뿜어내는 살단지에서 끈적한 액체가 줄기를 늘어뜨리며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우악스럽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거대한 페니스를 꽉 쥐고 있는 이드리엔의 손에 마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안에 잔뜩… 넣고, 문질러줘서. 잔뜩.. 잔뜩 교.미. 해주는거지?”

“으, 으응..”

한 글자, 한 글자가 귀속으로 파고들어 몸 안으로 스며든다. 페니스를 감싸듯 쥔 손아귀에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아니, 이건 자신의 분신의 맥박일지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이드리엔의 물음에 서투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쯔윽...

페니스가 뜨겁고 축축한 동굴 속으로 천천히 밀려들어 가기 시작한다. 잔뜩 앵글어 있는 과즙을 짜낸 듯, 페니스가 들어간 것 이상으로 끈적한 애액이 울컥하고 쏟아져 내린다.

“흐으읏… 좋아.. 이거야… 크흐으응…!”

만족스럽게 울음을 터트리는 이드리엔은 그저 한 마리의 짐승같이 낮게 울음을 터트렸다. 질척이는 신음소리는 만족감으로 흘러넘치며, 과즙같이 꽉 찬 여체를 바들바들 떤다.

-쯔으윽...

천천히 삽입되는 와중에도 쾌락에 녹아버릴 것 같은 육체에 감화되듯, 이드리엔은 스스로 몸을 위아래로 부르르 떨면서 조금씩조금씩 제 주인의 물건을 받아들인다.

“으으으...구, 구부러져.. 드, 들어오고… 흐으읏…!”

제 언니만큼 사랑하는 어린 소년의 쾌락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겠다는 마음도 잠시, 배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쾌감에 이기지 못해 고개를 천천히 위로 들어 올리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암컷.

땀이 잔뜩 배어 나오는 여체에서는 달콤한 암컷의 냄새가 쉼 없이 흘러나오고, 눈앞에서 푸릉푸릉 흔들리는 거대한 가슴에 마레이는 자연스레 손을 뻗어 과실처럼 크게 베어 문다.

“아응… 으응… 삽입하면서, 가슴을 빨면.. 흐읏.. 읏… 깨, 깨물지마아앗…!”

잔뜩 발기해 있는 젖꼭지를 가지고 놀듯 치아로 잘근잘근 씹어 깨물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며 뜨거운 살단지 않에 페니스를 꽂아 넣는다. 이미 잔뜩 발정 난 암캐의 질육안은 페니스가 눅진눅진해질 것처럼 끈적하고 뜨끈한 액체로 잔뜩 차 있어서 밀어 넣을 때마다, 구불구불 주름진 살주름의 형태가 그대로 느껴졌다.

-쯔으으윽..!

“...흐읏.. 좋아… 자지… 크흐읏… 좋아...”

이드리엔은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주인님의 은총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배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는 게, 1초, 아니. 0.1초, 아니 그보다 더더 짧은 시간이 마치 한 평생인 것처럼 강렬한 쾌감과 녹아버릴 것 같은 정신에 이드리엔은 허벅지를 덜덜 떨며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소년의 어깨를 붙잡은 채,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몇 번을 쑤셔도, 몇 번을 사용해도 여전히 꽉 조여오는 질육. 마치 꽉 끼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페니스를 조여온다.

“흐으… 자궁을.. 누르고.. 크으응.. 누르는 거.. 흐으읏… 좋아.. 좋아.. 더, 더… 눌러줘어…. 줘어엇..!”

온몸의 털이 곤두서다 못해, 전신을 바들바들 떠는 극상의 여체의 뱃속에서 느껴지는 고동. 쿵- 쿵- 소리는 내는 것처럼 흉악하게 맥동치는 페니스의 반응에 따라, 반 박자 늦게 꾸물꾸물한 육단지가 거칠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그렇게 페니스를 밀어붙이고, 자궁구에 페니스를 꽉 붙인 채, 살짝 들어 올린다.

“하아.. 하아….. 다, 다 들어왔다아….. 후후후, 마레이… 봐봐, 딱 맞아.. 네 전용이라서 그런가 후후...”

딱 맞기에는 살짝 부족해서 발끝을 미묘하게 들어 올린 이드리엔이 흥에 취해서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의 가슴을 쭙쭙 소리를 내며 빠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끈적한 한숨을 옅게 토해냈다.

가슴이 그렇게 좋은 걸까. 지금 자신이 직접 삽입해줬는데도 가슴에만 열중하는 못된 소년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아쉬운 듯 마른 입술을 핥는다. 뭐, 지금 움직인다면 엄청난 쾌락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으니 이런 완급조절도 나쁘지 않았다.

정수리가 보이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이드리엔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하복부 위에 손을 대보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평소대로라면 거대한 페니스의 윤곽이 그대로 들어나 있을 터. 물론, 손으로 매만지며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자신의 주인과 정반대로 자기주장이 강한 페니스가 제멋대로 자궁을 밀어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살단지에 제멋대로 솟아올라 하복부가 페니스의 흔적 그대로 불룩해져 있었다.

“후후, 잔뜩 들어가 있네, 주인님의 자지. 응? 가슴만 말고, 보지 안도 신경 써주세요. 주.인.님.”

츕. 츕. 쯔읍. 쯔읍. 가슴에 정신이 나간 듯 게걸스럽게 물고 핥는 어린 주인님의 모습에 이드리엔은 고개를 숙여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를 마레이의 귓가에 냈다.

-쯔그으윽..!

“히이익..!”

그리고 자궁을 기점으로 곧장 반응이 온다.

-쿵! 쿵! 쯔으그윽..!

“흣…. 흣….. 물면서.. 허리만.. 크흐응.. 응...”

가슴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로,  작게 뛰어오르듯 허리를 흔들며 육욕을 채워나간다.

“우히히힛…. 괴, 굉장해앵…..”

조절도 되지 않은 몸이 제멋대로 비음을 내며 소년의 율동에 따라 움직인다. 어린 소년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 발의 앞꿈치로 높이 섰다가 주저앉는 듯 움직이는 여교수.

-푸욱.. 주우욱.. 푸우욱.. 주우욱.. 푹푹.푸우욱.. 쯔윽..

어린 소년에게 매달리 듯, 아니 어린 소년에게 제멋대로 봉사하며 거칠게 몸을 흔들고 있는 이드리엔이었지만. 이미 수십 번의 조교로 길들여진 그녀는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하복부에 있는 그대로 힘을 주어 배 안을 유린하는 거대한 살방망이를 훑는다.

“읏….!”

거칠게 움직이는 암캐의 행동에 마레이도 더이상 참기 힘든지 마음껏 물고 빨던 유방을 입에서 떼어내고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 입과 잔뜩 충혈된 분홍빛 젖꼭지 사이로 투명한 색의 실타래가 두 세 번의 신음을 터트릴 쯤에야 툭- 소리를 내며 끊긴다.

“흐으… 흐으…. 정말… 이지…. 가만히,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 데에….. 날 이렇게 범하고 싶은 걸까… 후후...”

그 누가 이 광경을 지켜본다고 할지라도, 음욕에 눈이 먼 성인 엘프가 어린 소년을 벽에 밀친 채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지만. 이드리엔은 마치 자신이 아래에 깔린 것처럼, 소년이 밀어 넘어뜨린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같잖은 우위를 점하는 말이었지만, 어린 소년에게는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올라 탄 것처럼 슬며시 주저앉는 여교수의 질벽이 페니스를 꾹 조여오며 향긋한 꿀을 마구자비로 흩뿌리기에 허리를 밀어 올린다.

살단지 안은 진창 같았다. 늪지대. 그래, 늪지대 같았다. 마치 펄펄 끓어오른 늪.

거기에 자신의 타액으로 잔뜩 번들거리는 유두도 더이상 딱딱해질 수 없을 만큼 딱딱해져 버린 게 눈으로 보일 정도로 푸드푸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읏… 읏… 아, 아앗… 역시… 너무.. 커다래… 흐으.. 흐으… 아웃… 읏… 굵어서.. 크흐으응…!”

거기에 덜덜 떠는 허벅지와 하복부는 더더욱 페니스를 조이기 시작하며 기분 좋은 쾌감을 더해나간다.

“이드리엔… 읏… 단단히 조여서.. 응…. 너무 꽉 조이면.. 읏… 좋아...”

“이렇게.. 이렇게. 꽉.. 꽉 조이는 게 좋아…? 응…? 흐읏.. 이렇게에엣…?”

이드리에는 달콤한 소리를 지르며, 허덕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페니스를 완전히 삼킨 구멍을 더더욱 조인다.

쾌락을 참지 못하고 한쪽 눈을 감은 채, 벌려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혀끝으로 침이 질질 흘러나오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신 혼자였지만.

“흐읏… 가, 가만.. 읏…. 길게.. 쑤시면.. 아읏.. 으으아아앙..!”

-쯔르르으윽… 쯔르으으윽..!

제멋대로 구는 건방진 섹스 펫을 교육하듯, 마레이는 제 좋을 대로 떠들고 있는 이드리엔의 질육의 깊숙히 페니스를 찔러 올리고, 근육과 살이 적당히 섞여 육덕진 허벅지를 붙잡아 슬며시 올리며 긴 스트로크로 페니스를 출입시켰다.

미끈미끈한 액체로 번들거리는 거대한 페니스가 귀두의 중간까지 빠져나오다, 다시금 완전히 길들여놓은 육단지속으로 밀어 넣어지며 길고 질척한 소리를 흘린다.

“응햐아앗…. 아앗, 으히이잇… 그, 그렇게… 흐으읏… 찌르, 찌릇.. 크흐으읏..  아읏…. 대, 대단해앵… 흣… 하아앗.. 히힛.. 잇.. 아, 아앙..!”

페니스가 출납할 때마다 거칠게 뿜어지는 애액의 모습은 단지 안에 들어 있는 꿀을 손가락을 찔러 넣어 긁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쯔으윽..! 쯔르으윽..! 쯔르으으윽..!! 쯔르으으윽..!

점점 빠르게 허리를 밀어붙이고, 그와 동시에 여선생의 허벅지를 붙잡아 들어 올리고 당기길 반복하면서, 가득 차 있는 고기 구멍 안으로 페니스를 쑤셔 는다.

“하히이잇… 아아앗… 아앙… 배, 배 안을 긁으면.. 흐읏… 또, 또오오.. 가아앗….. 아우읏… 아우아아앗..! 읏, 아아아!!”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새하얀 피부를 새빨갛게 물들인 이드리엔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절정의 주기에,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년과의 행위임에도 한심할 정도로 엉망이 된 얼굴로 눈물을 질질 흘린다.

“아, 아, 앗하응…. 더, 더… 더 해주세요오…. 자지로.. 자지로 잔뜩.. 흐아앙...”

어린 소년에게 연상으로서 기세 좋게 우위를 점하려던 이드리엔은 이어지는 절정과 배 안을 가득 채우는 두 번의 사정 만에 곧장 짐승으로 격하되고 말했다.

“키스도 해줘, 잔뜩. 잔뜩 입안에… 흐으읏.. 으하양..”

슬며시 입술을 가져다 대자, 기쁜 듯이 혀를 뻗어와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년의 혀를 휘감고 자신의 입안으로 끌어들여 거침없이 빨아당긴다. 배 안에는 이미 어린 소년의 씨앗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흉악한 살 막대기는 여전히 단단한 상태로 자궁구를 짓누르며 엘프 선생의 균열 안에 잔뜩 잠겨 있다.

키스 중간중간 내뱉은 비음 섞인 숨소리와 더욱더 원한다는 듯이 옆구리 사이로 들어와 등을 끌어안는 길쭉하고 얇은 팔. 서로의 타액을 쯔읍- 소리가 나도록 빨고, 두툼한 허벅지가 허리를 감싸는 힘이 일정 간격을 두고 조여오다 풀리길 반복한다.

“키스하면서, 잔뜩, 잔뜩 박아줘. 흐으읏..”

서 있는 채로 한 발, 다리가 풀린 이드리엔 위에 올라타서 한 발, 그리고 간이침대 위에서 이어지고 있는 끝없는 육욕의 파티가 이어진다.

-찌급.. 찌구우웁.. 찌브브읍…!

싸구려 간이침대가 살 막대기가 육단지를 휘저을 때마다 삐걱삐걱 울음을 터트린다.

“흐읏.. 읏… 안이.. 흐윽… 좋아.. 좋아.. 잔뜩, 잔뜩 사랑해줘. 사랑해줘어...”

페니스를 가장 깊숙이 받아들인 채로, 넣는 사람이 버거울 정도로 꽉 조여오는 질. 몇 번이나 쑤셔 박아도, 몇 번이나 질내사정을 해도 풀리기는커녕, 자신의 물건에 꽉 맞게 조여오기 시작하는 살단지는 점점 사정하기 좋은 질주름이 뭉치가 잔뜩 담긴 고깃동굴로 변모하고 있었다.

등을 끌어안은 이드리엔의 손이 어깨를 더듬다, 어린 소년의 머리를 끌어안아 가슴에 파묻는다. 그리고 박힐 때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허덕이는 소리를 어린 소년의 귓가에 자랑스레 토해낸다.

위에 올라탄 자그만한 소년에게 매달리듯 몸을 꽉 웅크린 채 끌어안은 여선생에게는 더이상 학생들이 따르게 되는 권위도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카리스마도 없는 그저 한 마리의 암캐일 뿐이었다.

마레이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감싸는 가슴을 턱으로 짓누르며 몸을 조금 더 앞으로 내밀며, 이드리엔의 목덜미를 가볍게 핥으며 쇄골에 키스 마크를 남긴다.

“흐읏.. 하아앗… 조, 좋아아.. 가슴도.. 젖꼭지도 잔뜩. .잔뜩 빨아주세요.. 주인님.. 흐으읏.. 읏…!”

-쯔으윽.. 쯔윽.. 쯔으윽..

이드리엔은 끌어안은 마레이의 머리를 가슴을 향해 꾹꾹 누르며 봉사하기는커녕 봉사 받기를 원한다. 거절하기는커녕 감사할 따름인 마레이는 이드리엔의 분홍빛 유두를 잔뜩 들이마시며, 딱딱하게 굳어, 고개를 치켜든 함몰 유두를 입안에 넣고 혀로 잔뜩 굴린다.

유두를 혀로 꾹꾹 눌러 밀어 올릴 때마다, 질내가 꿈틀거려 사정해달라고 조른다.

“흐읏.. 딱, 딱해… 읏…. 아읏… 가앗... 흐으읏… 자, 자궁을 꾹꾹 누르면.. 흐아야양….!”

“쯔읍.. 쯥.. 쯥.. 으읏… 이드리엔 사랑해. 응, 쯔읍.”

이드리엔의 거친 신음소리에 아무렇게나 대답한 마레이였지만, 예속되어버린 여체는 주인님의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질육을 전방위로 조여오며 페니스를 빈틈없이 감싼 채 꾸물꾸물거리며 어린아이의 정을 자신의 태내에 달라고 졸라온다.

“안에... 흐으읏.. 아기 같아아.. 흐이잇…. 안에.. 안에… 주인님으로 가득해서… 흐응.. 흐응으으읏..!”

어린 주인님을 꽉 끌어안으며 몸을 둥글게 말으면서도 허리를 흔들며 봉사하는 이드리엔. 꽉 조이는 것으로는 부족한지, 자궁구를 향해 쉴 새 없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살 주름의 움직임이 있는 그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제 몸을 어린 주인님에게 쉴새 없이 문지르며 감촉 하나하나를 전신으로 기억하고, 음미한다. 지금은 홀로 주인님을 독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었다. 언니와 함께할 때도 즐겁지만, 이런 시간 하나하나도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드리엔은 머리는 벌써부터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지성으로부터 애써 눈을 돌린 이드리엔의 몸은 그저 자신이 모두의 머리 위에 올라와 모든 걸 조정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애써 들러붙는 불안감과 미묘한 이질감으로부터 이드리엔은 벗어나기 위해 더욱더 어린 소년을 더욱더 끈적하게 끌어안는다.

“아앙, 아, 아, 아읏.. 자지. 자지.. 좋아… 좋아아앙.. 하아앗.. 으으응.. 읏.. 으오옷… 오오옷..!”

“이드리엔의 보지도 기분 좋아. 잔뜩 살찐 둔덕이 뿌리 휘감는 거. 아으읏… 꽉 조여서.. 큿…!”

이미 서로 흘린 땀으로 잔뜩 적셔진 채로, 두 사람의 호흡은 잔뜩 섞여 방안을 맴돌고 있었다. 이성이라고는 눈꼽만큼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어린 수컷과 완숙한 암컷의 교미일 뿐이었다. 땀과 각종 음액으로 더럽혀진 침대 시트 위로 두 짐승의 호흡이 잔뜩 스며든다.

-찌그으윽.. 삐걱! 찌그그으윽.. 삐걱!  찌극 삐걱! 찌그으윽 삐걱!

하나가 된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 이드리엔은, 주제넘게도 우위를 점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몸을 이리저리 뻗고 휘감으며 야릇한 행위를 조르고 쾌락에 허덕일 뿐이었다. 하나로 연결되어있음에도 불안한 듯, 본능적으로 꽉 끌어안은 이드리엔은 칠칠치 못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허덕인다.

“아아악, 하아앙, 아아앙. 아흣… 우읏.. 아, 아앙, 아, 아앙, 아, 아, 아..!”

다물어지기는커녕, 크게 벌린 입사이로는 타액으로 잔뜩 눅진눅진해진 입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입술에 간신히 달라붙은 설육 위에는 투명한 타액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치아와 치아 사이는 끈적한 타액의 실타래가 천천히 얇아지며 제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홍조로 잔뜩 발갛게 물든 얼굴과, 쾌락에 탁해진 초록빛 눈동자는 연구실 전들에 희미하게 반짝인다. 자연스레 몸에 새겨진 테크닉을 보일 새도 없이 무자비하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피스톤 질을 반복해 질육을 맛보고, 페니스의 감촉을 즐긴다.

“큿.. 크흑… 큿… 자, 자지가... 안에 퍽퍽.. 때려서.. 하으읏… 자, 자궁이 떨리는 게 흐으응… 아아아읏..!”

살주름으로 빽뺵한 구멍은 쉴 새 없이 페니스를 빨아당기고, 조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정해주세요. 사정해주세요. 간절히 외침이 그 역동적인 움직임에 담겨 있었다. 마레이는 이제 나올 것 같은 감각에 허덕이며 이드리엔의 가느다란 어깨를 붙잡아 밑으로 찍어누르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읏.. 사, 싸 버리고 싶지. 흐으읏... 내 안에 또, 잔뜩 싸버리고 싶은거어엇… 지이이….. 흐으읏.. 씨뿌리기 직전 찌르는 거 좋아앗… 다, 단단해서.. 크흐으읏…!”

“아우….. 이드리엔 보지, 너무 기분 좋아서.. 더, 더 쓰고 싶은데.. 큿… 나올 것 같아… 으읏..!”

소년의, 아니. 인간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살막대기가 비좁고 무척이나 깊은 엘프 선생의 무자비하게 찔러 들어가 자궁구를 그대로 들어 올린 채 빠져나오길 반복한다. 이드리엔은 격렬한 소년의 행위에 온몸을 둥글게 말며, 마레이를 껴안으면서 전신을 떤다.

-찌르르륵…! 푸욱! 찌르르르윽..! 푸욱! 찌르르륵..! 푸욱!

길게 스트로크로 밀어 넣다가, 정액이 밀려 나오는 자궁구로 거침없이 페니스가 밀려들어 가며 이전에 싸지른 정액을 다시 한번 여선생의 태내에 쑤셔 넣는다.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버둥버둥거리며 쉴 새 없이 절정의 흔적을 나타내는 자궁구를 거침없이 찔러. 꽉 닫힌 구멍속으로 억지로 페니스를 밀어 넣는다.

“아아아앗, 으아앙… 앙.. 하아악.. 학… 학.. 핫하학… 흐아앙. 아앗! 아앙, 아아, 하아앗..! 앗하아악..!”

연구실이 떠나갈 듯 거칠게 호흡을 내뱉으며 신음을 토해내는 이드리엔의 맞춰, 페니스의 뿌리를 결합부와 하나가 되도록 그대로 밀어 올린다. 더이상 들어가지 않은 페니스를 억지로 찍어 눌러 자궁구를 밀어올리다 못해 그대로 자궁구를 헤집고 페니스가 들어가기 위해 돌진한다.

자궁구가 찔릴 때마다 꺽- 꺽- 소리를 내며 죽을 듯 숨을 내쉬는 모습에도 마레이는 완성되어가는 육변기가 주는 쾌감에 배려 따위는 일절 없이 무자비하게 여교수를 페니스를 찍어 누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