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326/337)

너무 비좁고 꽉 조이는 구멍에 페니스를 있는 힘껏 밀어보아도 전진하는 건 아주 조금뿐이었다. 그 조금을 움직이는 동안에 밀려들어 가는 페니스만큼이나 질척한 액체가 결합부 사이로 거칠게 밀려 나온다.

“아으…. 리아, 리아. 조금만 더. 힘 풀어봐요. 조금만이면 되니까… 흐으읏.. 읏.. 읏..!”

있는 힘껏 허리를 내지르며, 들어갈 리 없는 비좁은 살 구멍 속으로 페니스를 우악스럽게 밀어 넣는 소년. 그런 소년에게 허리 채로 붙잡혀 거칠게 범해지는 필리아는 그만이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괴로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쾌락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푸우우욱..!

“키히이이잇..!”

결국 끝까지 들어온 거대한 페니스가 자궁구를 꾸욱꾸욱 누르는 감촉에 짐승처럼 거칠게 울부짖으며, 생존을 위한 발버둥처럼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는 힘껏 페니스를 꽉 조인다.

“후우우… 닿았다… 우으…. 너무 꽉 조이는데...”

일리엔이나 이드리엔처럼 길쭉한 장신의 여인들에게 거칠게 쑤셔 넣는 대로, 자그마한 흡혈귀 공주님의 몸 안에 쑤셔 박은 마레이는 옅은 불평을 내뱉었다.

이미 결합부로 시작해, 자궁구가 있는 위치까지 그대로 거대한 페니스의 윤곽이 선명하게 들어난 하얀 배를 만족스럽게 보며 필리아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천천히 사정감을 억누른다.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본 채,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축 늘어진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몸을 숙여 겨드랑이 뒤로 손을 뻗어 필리아를 안아 들었다. 무척이나 가벼웠고, 또 땀으로 번들거리는 새하얀 피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자연스럽게 필리아의 팔이 목 뒤를 감싸고, 매달리는 듯한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마레이는 그녀의 등을 꽉 끌어안은 채 몇 번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끈적하고 달콤한 체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이렇게 삽입한 상태로 꽉 끌어안을 때, 어깨에 닿는 턱과 맞닿은 배에서 느껴지는 자신이 페니스의 고동에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선 채로 삽입하고 있음에도 침대에서 여체를 짓누르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었다.

어린아이를 달래듯 등을 토닥거리며 필리아의 반응을 기다리기도 잠시, 목 뒤를 꽉 끌어안은 흡혈귀 공주님은 길게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필리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마레이의 뺨을 좌우로 잡아당겼다.

“....조그만 기다리라고 내가… 몇 번이나….!”

화를 내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뭐라고 말해야 될지 생각해보았다. 진심은 아니더라도 이런 말을 내뱉어야 한다는 직감에 본능적으로, 필리아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리아.”

“...........그래.”

필리아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었다.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것 같았지만, 정말로 해야 할 말이라면 내뱉을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마레이는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이제 계속해도 될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대로 일방적으로 쑤셔 박으면 또다시 필리아가 화를 낼 것 같았다.

필리아는 말없이 어깨를 깨물고 있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뾰족한 송곳니가 어깨를 누르고 있어서 묘한 서늘함이 느껴졌지만, 그 감각에 더욱더 사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있잖아…. 흡혈… 한 번 더 해도 돼?”

마레이는 흥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흡혈 당시의 감각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페니스가 꿀렁거리며 쿠퍼액을 울컥 토해냈다.

-찌이익!!

“읏….. 사정하는, 사정 하는... 거야?”

배 안을 찔러 누르는 액체의 감각에 필리아가 되물었지만 마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사정의 쾌감에 비해서 너무나도 부족했고, 너무 흥분해 버릴 때마다 싸지르며 예속된 암컷들의 몸에 흩뿌리는 투명한 쿠퍼액의 감각이었다.

“리아의 모습이 너무 야해서, 쿠퍼액을 싸버렸어요.”

야하다니….. 정말이지...”

못 된…. 필리아는 말을 채 하지 않은 채로 마레이의 어깨를 혀끝으로 가볍게 쓸어내리고 길고 뾰족한 송곳니를 소년의 목덜미에 천천히 박아넣었다. 쿠퍼액이라는 게 사정하듯 찌익- 소리를 내며 뿌려지던 건가. 생각을 하며 천천히 흘러나오는 피 맛을 음미한다.

여린 살주름을 꼬챙이로 꿰듯 한 번에 찔러 누르며 자그마한 자궁구까지 있는 힘껏 들이박은 마레이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이 완전히 정복한 흡혈귀 공주님의 육체의 맛을 만끽하며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흡혈(吸血), 흡혈종들에게는 일종의 식사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피(血)를 흡수한다는 행위는 그저 붉은색의 영양이 가득한 붉은 액체를 위 안으로 밀어 넣는다는 말과는 엄연히 구분해야만 했다.

필리아가 흡혈을 이야기할 때 부끄러워했던 이유, 그리고 평소에는 결코 흡혈에 대해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이유. 확실하지 않아도 마레이는 대충이나마 그 이유에 대해서 짐작할 수는 있었다.

첫 감촉은 피부가 녹아내릴 것 같은 뜨거운 숨결이었다. 그리고 곧장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입술이 목을 약하게 깨물고, 곧장 피부밑에 숨겨진 경동맥에 송곳니가 여린 살 틈을 찢고 들어온다.

“크흐으읏…!”

목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마레이는 옅게 한숨을 토해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곧장 사정해버릴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며, 그와 동시에 음낭이 부르르 떨리며 사정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나가 된 채로, 두 다리로 허리로 감싸며 안겨있는 필리아를 있는 힘껏 꽉 끌어안았다. 생각이 천천히 느려지고, 머릿속은 점차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필리아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 올지도 모르는 교사 뒤편이라는 것도, 그리고 흡혈중인 공주님의 질육 안에 페니스를 있는 힘껏 찔러 넣어 자궁구를 완전히 들어 올리고 있다는 것조차도.

“~♬”

필리아의 옅은 콧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아니, 고막에 닿아 엷은 막을 녹여버리는 것 같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결에 피부 표면이 녹아내려 내면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눈앞이 하얗게, 하얗게 변해가며 시야를 멀게 했다.

그저 지금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 좋은 융해를 경험하며 무슨 말을 내뱉는 지도 모른 채, 입을 허우적거리며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이 길게 이어지다 끊어지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  ~♬”

우습게도, 몸의 자극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겉표면, 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가 녹아내릴 것 같은 끈적한 애무처럼 느껴진다. 지난번, 공국의 호텔에서 느낀 쾌락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거대한 감각이 온몸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후후, 귀여워 마레이. 이번에는 한 번에 마실 거니까….”

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필리아의 목소리만이 허락된 유일한 감각이었다. 그 목소리, 숨결, 그리고 애틋하게 등을 어루어만지는 손길이 마레이에게 허락된 유일한 감각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마레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필리아의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아니, 세상에 오직 그녀만이 있는 것처럼 오감이 그녀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위험할지 몰라….. 괜찮아. 응, 괜찮으니까.”

필리아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마레이는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참아왔던 숨을 겨우겨우 토해냈다. 그제서야 눈앞에 송곳니를 반짝이는 흡혈귀 공주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완전히 녹아내릴 것같이 헤픈 표정으로 필리아 또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술에, 아니. 약에 취한 듯 몽롱한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허공에 송곳니를 부딪히며 흡혈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옅게 묻어있었지만, 두렵다거나 괴기스럽다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라면 한 번 더, 물려도 좋아. 응, 그게 좋을지도 모른다. 마레이는 본능적으로  한손으로 필리아의 머리를 슬며시 끌어안고 자신의 어깨를 향해 당기…

“하아….”

입에서는 달콤한, 너무나도 달콤한 향기가 후욱-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하복부에 준 힘이 풀린다.

“큿….!”

사정. 사정하고 싶다. 흡혈에 의해 막혀있던 감각들이 깨어났다. 그중 가장 먼저, 강하게 본능을 굴복시키는 것은 사정감이었다. 평소보다 더욱더 단단하고 크게 발기해 있는 페니스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방금전 삽입했을 때에는, 자그만한 필리아의 몸 위로 흉악할 정도로 윤곽이 들어난 페니스가 이제는 그녀의 복부를 찢을 것처럼 볼록 솟아나 있었다. 평소보다도 더, 비정상적으로 커진 육봉에서 올라오는 감각은 날카롭게 벼려져 흡혈귀 공주님의 질육 안의 돌기의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기분 좋고, 비좁은 구멍 안에 사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입안에 흘러나올 정도라 그런 걸 셀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지만.

“사정… 흣… 사정하고.. 흣… 크흐으읏.. 사정하고… 싶, 싶어… 사정…!”

아프다. 아프다. 페니스가 미친 듯이 아팠다. 사정하지 못해서 아기씨가 가득 들어 있는 주머니가 탱탱하게 부어있는 것 같았다. 요도구를 타고 나와야 하는 정액 덩어리의 길고 끈적한 줄기가 꽉 조이는 비좁은 질육에 미친 듯이 내부를 헤집고 있었다.

“마레이.. 마레이… 으으읏.. 웃…! 조금만.. 더어.. 더어어… 아읏.. 흐으읏..!”

눈이 완전히 풀린 채로, 페니스를 우악스럽게 조이고 있는 필리아는 처음 느꼈던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분 좋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침과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혀를 내밀어 쾌감의 해일 속에서 밀려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된다. 마레이는 필리아를 깨운다는 선택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라벨라가 들었으면 깜짝 놀랄 만큼 욕설을 욕으로 반복하며 이 기분 좋은 구멍을. 너무 좋지만, 사정을 허락해주지 않는 구멍안에 정액을 싸지르고 싶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대로 필리아의 살집이 잡혀 있지만 모양이 무너지지 않아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은 채로 양옆으로 벌린다.

-찌끅. 찌극..

제멋대로 움직이는 허리가 비좁은 구멍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사정감에 뇌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있는 힘껏,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자연스레 흡혈귀 공주님의 야누스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흐이히이잇?!”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몸을 퍼덕이는 공주님의 행동에 꽉 조이던 질육이 약간이나마 풀리고 있었다. 지금 사정해야만 한다. 지금 사정하지 않으면 더 꽉꽉 조여서 밖에다가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건 싫었다. 필리아의 몸 안에, 이 외로움쟁이 흡혈귀 공주님 안에 자신의 정자를 있는 힘껏 싸고 싶었다. 그러니까.

“흐읏… 나, 나온...!!”

-콰르르르륵…!!!

피임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로 마레이는 필리아의 질육안에. 슬며시 열린 자궁구 안에 페니스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곧장 있는 힘껏, 그동안 참아왔던 거대한 사정을 흡혈귀 공주님의 태내에 있는 분사 한다.

-콰드득.. 콰르륵.. 콰르르륵..!

사정한다. 사정한다. 사정한다. 누군가 귓가에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마레이는 지금 사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엉덩이에 손가락을 넣어서 그런지, 있는 힘껏 조여오는. 마치 안에다 제발 사정해주세요라고 외치던 질육이 더 광폭하게 변해 사정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조여오는 질육이었지만, 이미 거칠게 뿜어지는 정액 줄기를 막아설 방법은 없었다.

“크흐으읏.. 킷….. 키히힛…!”

필리아는 자궁 안을 직접적으로 후려갈기는 듯한 거친 사정에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마치 암캐같이, 발정 난 암컷처럼 허덕이는 모습은, 아담한 몸집과는 전혀 연관이 되지 않았기에 더욱더 사정을 촉진시킬 뿐이었다.

-쿠륵.. 쿠르르륵.. 쿠르르륵.. 쯔르르륵.. 쯔르륵..!

“하읏…! 이, 이게.. 뭐.. 뭐어… 아읏..!”

초점을 잃은 붉은 눈동자에서는 다시금 총명함이 되돌아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장 자궁 안을 가득 채우는 정액 줄기에 가느다락 목을 보이고, 턱을 하늘로 치켜들며 점토를 양손에 쥐고 꽉 누르듯 질육을 조이기 시작했다.

-쯔르륵..! 쯔르륵..!

“핫… 하앗… 왜에.. 왜… 하아아아앙..!!”

아직 절반도 사정하지 못했다. 마레이는 아직도 팽팽하게 부어있는 것 같은 음낭에서 올라오는 감각에 필리아의 몸을 더욱더 꽉 끌어안은 채 억지로 그녀의 질육안에 정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필리아는 자신이 왜 지금 태내에 무자비하게 사정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게 괘씸했다. 제멋대로 흡혈하고, 이렇게 사정하고 싶게 해놓고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너무 괘씸했다. 그러니까 잔뜩 혼내줘야만 했다.

마레이는 조심스레 필리아를 끌어안은 손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뒤로 천천히 밀려 나가는 필리아의 모습에 오나홀 같다라는 짧은 감상이 남았다. 이제는 두 손으로 골반을 잡은 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태내에 끈적하고 농도가 무척이나 짙은 정액을 있는 힘껏 받아들이다 못해, 결합부 사이로 흘리기 시작하는 흡혈귀 아가씨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쯔르으윽..! 찌걱찌걱쯔륵찌걱찌걱찌걱쯔륵.

사정과 동시에 허리를 흔든다. 귀두가 보일 정도로 있는 힘껏 뽑아낸 페니스 끝에서는 여전히 사정은 이어지고 있었고, 빈공간이 되어버린 질육 안에다가 정액을 그대로 싸지르고 있는 힘껏 허리를 밀어붙이며 고여있는 정액과 자궁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다시금 여린 자궁 안에다 쑤셔 넣는다.

“흐힛…! 흐히힛..! 히힛..! 마, 말도 안… 흐이잇.. 이, 이러어어언… 흐으읏..!”

필리아는 허공에서 스스로의 머리를 감싼 채 자그만한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배 안을 터트릴 것처럼 거대한 페니스와 이미 정액으로 가득 차버린 자궁 안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쾌감에 고통 따위는 느끼지도 못하고 허벅지를 덜덜 떨고 있었다. 허공에서 축 늘어지지 않는 것은 기절할 정도로 넘치는 쾌감이 오히려 그녀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있었다.

-찌걱쯔르륵!찌걱쯔르륵! 찌걱!찌걱! 찌걱. 쯔르르르륵!!

“배에엣.. 배, 배가아앗.. 아읏… 으으응… 아응읏…! 흐으잇.. 흐히히힛..! 그, 그마아아안… 배, 배는 더, 더어엇.. 무, 무리이이잇.. 배가, 배가.. 흐이이이잇.. 자, 자궁이.. 흣.. 터,터져어엇.. 그, 그마아안.. 아아아아아앙!!”

이미 필리아와 마레이에게 있어서 야외에서 섹스하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있는 힘껏 욕정을 풀어낼 뿐, 그리고 배가 부풀어 올라있는데 아프기는커녕 온몸이 저릿하다 못해 녹아버릴 것 같은 쾌감에 허덕이는 자신의 모습에 두려울 뿐.

“안 돼, 안 돼요, 리아. 리아는 벌을 받아야 해요. 이렇게 잔뜩 조여놓고, 잔뜩 흡혈하고, 혼자만.. 으읏… 좋아, 리안 보지 정말 좋아요. 망가지지 않아. 응, 좋아.”

-찌걱찌걱찌걱쯔륵쯔르르륵! 찌걱찌걱 쯔르르륵!!

“그, 그마아안.. 자,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아아앗..! 배, 배가아아앗.. 흐이이잇.. 좋아,, 좋은 게. 이, 이상한데에엣… 크히히힛… 배, 배가 부풀어 올라서.. 크흐흣.. 좋을 리가 없는데에에엣…! 바, 바보.. 바보가  흐이이잉.. 되, 되어엇.. 바보가아아앗..! 그, 그마마마마아아아안!!”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필리아는 제멋대로 내뱉는 마레이의 외침에 사과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외쳐야만 했다. 지금 자신을 거칠게 범하는.

자신의 몸에 있는 힘껏 사정하다 못해, 온몸을 쾌락의 총아로 조교하고 있는 이 소년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그래서 배 안이 점점 부풀어오르고,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한 느낌의 배와 허벅지 근육이 감촉에 위험하다고 머릿속에서 말하고 있는데 몸은 기쁜 듯 쾌락을 토해내고 있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하다고. 필리아는 온몸을 비틀어, 마레이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워 보려 했지만, 아직 약간의 사정감이 남은 마레이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바보가 되면, 잔뜩, 잔뜩 길러줄게요. 응, 리아도 잔뜩 길러줄게요. 그러니까, 괜찮아. 응, 괜찮으니까.. 이제 전부, 전부 쌀 테니까.. 으으읏..!”

길러준다. 길러준다. 소년의 목소리가 필리아의 온몸을 헤집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말했다면 뺨을 후려치고 침을 뱉을 말도 안 되는 모욕이었지만, 저 말이 왜 이리 달콤하게 들리는 것인지. 필리아는 온몸을 벌벌 떨며 소년에게 길러지는 자신을 상상했다.

분명, 그건. 그러니까. 그건. 분명히…..

필리아는 네발로 걸어 다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레이를 상상해버렸다. 그리고 이 소년을 자신에게 거대한 페니스를 들이밀….

“좋아… 이제, 이제 큿... 다, 다 나온다….!”

소년의 거친 외침에 필리아의 생각이 멈춰선다.

-푸우우우우우욱!!

그리고 곧장 자궁구를 찌르다 못해, 정액이 가득 고이다 못해 내부를 잔뜩 팽창시켜놓은 자궁 안에 찔러 들어간다.

“흐읏.. 마, 말도 안 되는.. 크흐흐흣.. 으아아아아앙..!!”

그 무지막지한 감촉에 필리아는 두려운 듯 허공에서 두발과 두 다리를 있는 힘껏 움츠리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난 아이처럼 기지개를 켜듯, 온몸을 쭉 피며 거친 신음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다.

-쯔으으윽… 찌이이익.!

임신한 듯 볼록해진 필리아의 배 안에 마지막으로 사정한 마레이는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은 채로 숨을 헐떡였다.

“후우… 후우.. 후우… 다, 다 싸버렸다.. 다 싸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천천히. 아니 잘못 느꼈다. 빠르게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잠시 느껴졌던 피로감은 활력으로 뒤바뀌어 몸이 가벼웠다. 분명 흡혈을 당했는데 상쾌한 기분이었다. 흡혈 당했던 것 이상으로 몸 안에서 피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정 중에 필리아에게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리아도 길러주겠다는 말. 조심해야 하는데. 마레이는 여전히 필리아의 질육안에 페니스를 밀어 넣은 채로 숨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필리아가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필리아가 눈치를 채면 또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라벨라, 일리엔, 이드리엔을 기르고 있다. 모친을 쌍둥이 엘프를 암노예로 기르고 있다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으아.. 아.. 아.. 아으.. 으.. 으아...”

필리아는 입을 뻐끔거리며 축 늘어진 손발로 이리저리 허공을 헤집고 있었다. 물론 쾌락으로 전신의 감각이 녹아 없어진 것 같은 충격에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한 그녀였기에 유의미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필리아는 겨우겨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법 아이템이라는 게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학생 숫자에 비해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넓은 발테르 학교였기에 마레이와 필리아의 비밀스러운 육체의 교류는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멀리서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워낙 수풀이 우거지고 아무도 쓰지 않는 교사 뒤편이었기에 누군가가 발견한다는 건 더 신기한 일이었지만. 꼬챙이에 꽂히듯 페니스에 단단히 고정된 필리아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흙바닥은 끈적하고 하얀색 정액 덩어리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지만 갈아입을 옷이 있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법이 없었다면 이 뒷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두려울 뿐이었다.

길리아에게 듣기로는 부유한 귀족들만 가질 수 있는 사치품중 하나라고 했던가, 가격은 길리아도 모른다고 했던 것 같았다. 마레이는 몸을 축 늘어트린 채 안겨 있는 필리아의 몸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증기가 피어오를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몸, 몸에서 흘러나온 체향이 중독적이었다. 비릿해야만 하는 피 냄새가 필리아에게 흡혈을 당해서 그런지 너무 달콤하게 느껴졌다. 부풀어 오른 그녀의 배를 매만지며 마레이는 조심스레 필리아의 입가를 혀로 핥아 내렸다.

달다. 짤막한 감상이 들었다. 피에서 단맛이 난다니 웃긴 일이었다. 이것도 흡혈종인 필리아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걸까. 자연스레 혀를 엉켜오는 필리아의 행동에 마레이는 그녀의 부푼 배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받쳐 들어 자신의 타액을 흡혈귀 공주님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필리아가 임신하면 이런 느낌일까. 기대가 됐다. 물론, 그건 꽤나 먼 이야기일 테지만. 아쉬울 따름이었다. 공국의 왕이 되고 싶어 하는 필리아를 임신시킨다는 건, 그녀의 꿈을 짓밟는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자신과 라벨라가 도와준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지만, 그저 망상에 불과했다. 라벨라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의 힘이라는 게 마레이가 상상도 못 할 만큼 강하다는 걸 어림잡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엄연히 제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받은 공국의 일이었다.

. 라벨라와 에르덴 등과 다르게 경험도 미천하고 체력도 부족한 필리아랑 단둘이 정을 나누면 이렇게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거기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필리아의 내부에 무작정 쑤셔 넣을 정도로 마레이는 성욕에 굶주린 상태도 아니었고.

필리아의 부푼 배를 두 손으로 쓰다듬었다. 여기 안에 아기가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아으.. 읏.. 으읏.. 읏...”

필리아가 일어난 듯했다. 옅은 신음을 토해내며 제 몸을 끌어안으며 몸을 움찔움찔 떠는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의 보드라운 뺨에 얼굴을 부비었다.

“하아… 배가…. 아프다고…. 아파… 정말….”

필리아는 길게 한숨을 쉬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임신한 듯 부푼 배에 올려진 소년의 손을 보고 긴장이 풀어진 듯 마레이의 품 안에 기대왔다. 배를 끌어안고 움찔움찔 떠는 모습에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로 임신시켜버리고 싶다는 욕망에 부글부들 끌어왔다.

“시간이….. 별로 안됐네.”

필리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루나다이얼이 허공에서 나타나 시계를 보여주고 곧장 사라졌다. 저것도 마법 물품일까, 호기심이 들었지만, 필리아에게 묻고 싶지 않았다. 물어보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 같았다.

“정말… 너라는 남자는… 그만이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무자비하게….!”

“죄송합니다...”

곧장 사과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화가 났다면 지금처럼 뺨을 기대며 기대오지 않았을 테니까.

“임신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 그러면 책임질게요!!!”

대답만 좋다니까. 필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희미하게 웃는 걸 보면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아이는 몇 명 정도면 좋겠어?”

“필리아는… 여섯 명 정도요?”

여섯… 필리아는 작게 중얼거리고 우스운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나중에, 나중에 그랬으면 좋겠네. 지금은 아니지만. 근데 여섯 명이라니.. 너무 많은 거 아냐? 그 정도는 무리라고. 무리.”

“네에….”

잔뜩 실망한 기색에 필리아는 마레이의 턱을 손끝으로 가볍게 긁어내렸다. 날카로운 손톱에 곧장 살이 베일 것 같았지만 간지러울 뿐,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주말에… 시간 돼?”

“주말이요?”

“응, 이제 곧 시험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렇게 보기도 힘들 테고…. ”

그늘에 있을 때에는 필리아의 머리카락은 은색이 아니라 은보라빛으로 반짝였다. 새하얗고 작은 손가락으로 가는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을 빙빙 꼬며 시선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죄송해요, 주말에 선약이 있어서…..”

“그래…… 어쩔 수 없네 뭐.”

필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붉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걸 숨기지는 못했다.

“다, 다음 주에는 꼭…!”

“아냐, 아냐. 다음주부터 시험공부 때문에 정말 바쁘다고… 그리고 그 아이도 집에 있을 것 같고….”

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마레이도 필리아와 주말에 만나고 싶었지만 이미 에르덴과의 약속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했으니까 약속을 어길 수도 없었다.

우선순위를 누군가에게 부여한다는 건 가혹한 일이었다.

“그냥…. 정말 바쁘다는 걸 알았으니까. 괜찮아. 그걸로.”

필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여전히 꾸욱 조여오는 질육의 감촉이 그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생한 감각만을 남길 뿐이었다.

“슬슬 뽑아도 될까요….?”

“아, 응… 그러자… 아직 딱딱하네...”

필리아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슬며시 매만지고 있었다. 또다시 이 소녀 안에 사정하고 싶다. 이 아가씨를 자신의 것으로 완전하게 굴복시키고 싶다. 욕망이 멈추지 않았다. 마레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시에 필리아는 스스로의 무릎을 붙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으읏… 읏.. 크흐으읏…!”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생각보다 근육이 잡혀 있는 허벅지가 매력적이었다. 필리아는 무척이나 야릇한 신음을 토해내며,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어깨, 팔, 그리고 목까지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레이는 그녀의 말랑한 엉덩이를 조심스레 밀어 올리며, 그녀가 일어나도록 도왔고. 몇 번이나 주저앉을 듯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담한 여체는 곧 두발로 대지 위에 섰다.

-뽀오옹..!

병뚜껑을 따는 소리가  결합부에서 나는 것으로 하나였던 두 사람이 다시금 둘로 되돌아왔다.

“하아.. 하아… 하아아… 하아..”

필리아는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 한 채, 무릎을 잡고 겨우겨우 서 있는 상태였다. 거대한 페니스가 뽑히자마자, 재미있는 소리를 낸 질구는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 줄기에 닫히지 못한 질구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부륵.. 부르륵.. 부륵…!

끊어지지도 않은 채, 뭉텅이 채로 쏟아지는 백탁색 젤리는 하나의 슬라임이 그녀의 질구안으로 밀려들어 왔다가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필리아는 가느다란 허리를 자신도 모르게 앞 뒤로 흔들어가며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이를 악물고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제 무릎을 꽉 붙잡고 있었다.

물론, 무척이나 점성이 짙고 배가 불룩해질 정도로 가득 받아들인 정액들은 끝을 모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으읏… 크흐읏.. 흥…. 흐으읏..! 크흐흣..!”

필리아가 괴로운 듯 몸을 떨며 질구에서 정액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마레이는 안된다 생각하며 조심스레 그녀의 배를 안고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잔뜩 웅덩이진 음액들에 철퍽소리가 크게 났다.

“키히히힛..!”

주저앉는 충격이 배에 전해지자, 쯔으으읏!!! 소리를 내면서 울컥 토해지는 백탁색 정에 필리아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적인 모습도, 동경하게 되는 모습도 일절 찾아볼 수 없는 필리아의 짐승 같은 행태였지만, 그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다리 사이에 주저앉은 필리아를 슬며시 가슴팍에 눕히고, 그녀의 턱을 잡아 입술 안에 턱을 밀어 넣었다. 꽉 다문 하얀 치아는 익숙한 설육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틈을 만들어 주었고, 타액으로 잔뜩 번들거리는 자그만한 혀가 조심스레 얽혀왔다.

“아음… 쯔음… 너, 너무.. 으읍… 쭙.. 쯔으읍…!”

작게 불평하는 필리아였지만, 마레이는 그녀에게 불평을 다 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의 배를 두른 손에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흐음...응… 우으읍… 응… 흐으읏.. 쯔읍.. 쯥.. 흐우으응.. 우웅..”

필리아는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제집인 것마냥 활보하기 시작하는 소년의 혀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배를 꾹꾹 누를 때마다 몸을 바들바들 떨며 귀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론, 빈틈없이 입을 맞추고 있었기에, 그녀의 귀여운 울부짖음은 입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부푼 배를 꾹꾹 누를 때마다, 고무공 같은 저항력이 손바닥을 밀어낸다.

꾸욱 -쯔으윽…!

하지만 결합부 사이에서는 걸쭉한 백탁액이 꿀럭꿀럭 소리를 내다 못해 급하게 뿜어져 나오고, 극상의 명기는 제 입구를 닫기 위해 저절로 다물어져 자궁을 가득 채우다 못해 배를 부풀게 할 정도의 정액 덩어리를 조금씩 조금씩 게워낸다.

“우우우웅!!! 웃… 우우으으응..!”

좌우로 몸을 흔들어 비틀어 내보지만, 자신의 배를 꾹꾹 누르는 손을 자그만한 손으로 약하게 움켜쥘 뿐, 그 이상의 반항 따위는 없었다. 새하얀 나신 위로 봉긋 솟은 가슴, 그 위로 딱딱하게 솟은 분홍빛 유실.

마레이는 손가락 끝으로 필리아의 분홍빛 유두를 쭈욱 잡아 늘리며, 동시에 그녀의 부푼 배를 다시금 꾸욱 눌렀다. 고무처럼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며 꾹 눌리며, 동시에 하얀 정을 토해내는 꽃잎이 크게 움찔움찔 격련하며 정액 줄기를 앞으로 뿜어낸다.

-쯔으으으윽…!!

“크흡… 흡.. 큿.. 으읍.. 읏.. 읏..!!!”

발작하는 것처럼 품 안에 안 켜 거칠게 움직이는 필리아. 마레이는 사정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차오르는 사정감에 필리아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몸집에 비해 무척이나 음란하게 성장하고 있는 엉덩이골 사이로 페니스를 끼어 넣었다. 물론, 워낙 거대한 물건이다 보니 그저 슬쩍 끼운 정도에 불가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또다시 사정하고 싶었다. 이렇게 음란한 모습으로 유혹하는 못된 흡혈귀 아가씨의 몸 위로 자신의 흔적을 잔뜩 남기고 싶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허리가, 공녀님의 풋풋하지만, 살집이 보기 좋게 잡힌 둔덕 사이로 쉴 새 없이 비벼진다.

“프하아아합!!! 그, 그마아안..  그마아안..!”

거친 행위에 어느새 키스는 끝이 났다. 속박에서 풀려난 필리아는 겨우겨우 숨을 내뱉으며 덜덜 떨리는 허벅지를 내보이며 사정하고 있었다. 질구에서 쉴 새 없이 정액 줄기를 뿜어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제대로 말도 내뱉어서 작게 웅얼거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마레이는 올라오는 사정감을 참아내지 않았다.

“우, 움찔, 움찔.. 흐으읏… 싸, 싸면서.. 아읏… 그, 그마아안… 꺄아앗!?”

검붉게 달아오른 페니스 끝에 하얀 정액 덩어리가 나오는 감각과 동시에 마레이는 필리아는 밀어, 엎드리게 했다. 그와 동시에.

하얀 정액 범벅이 되어 있는 거대한 페니스의 끝에서 다시 한번 정액 덩어리를 분출한다.

-쯔르르륵!! 쿠르륵!!

페니스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며 쏟아지는 정액 덩어리는 곧장 정액이 꿀럭꿀럭 거리며 흘러내리는 필리아의 질구 주변으로 뿌려지고, 그리고 곧장 하얀 엉덩이, 방금전까지 기분 좋은 자극을 주던 엉덩이골 사이, 반쯤 찢어진 듯이 벗겨진 원피스와,  채 벗겨지지 않아 등에 애매하게 고정되어 있는 브래지어, 그리고 보랏빛을 띄는 은발에 뿌려진다.

-찌걱...촤아압…!

손아귀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정액 줄기가 흡혈귀 공주님의 머리, 등, 맛있는 엉덩이에 골고루 뿌려진다.

“크흣… 으… ”

지금 이드리엔이 있었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드리엔이나 라벨라가 해주던 모습을 떠올리며, 마레이는 제 페니스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이 주는 자극에는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있는 힘껏 페니스를 앞뒤로 흔들며 사정을 이어나간다.

-탁탁!!탁탁!!탁탁!!탁탁!!

페니스를 움켜잡느냐 구부러진 손날과 하복부가 거칠게 부딪혀 살 소리를 내고, 그러면서 이미 정액으로 더럽혀진 필리아의 온몸에 끈적한 정액을 내뿜는다.

“크흐으읏….! 큿….!”

정액 줄기를 맞으면서도 필리아는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스스로 허리를 부르르 떨며, 배 안에서 거칠게 뿜어지는 정액 줄기와 온몸에 느껴지는 온기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

“흐히이이잇..!!”

소리를 지르며.

“아읏.. 그, 으스… 아, 아아.. 아… 아아...”

길게 한숨을 토해는 동시에.

-조르르륵… 조르르르륵… 조르르륵….!

마치 사정하듯 정액을 뿜어내는 극상의 명기, 위에 있는 자그만한 요도구에 약간 누런 빛의 투명한 액체 흘리며 검갈색으로 변한 흙바닥 위로 무너져 내린다.

해는 점차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오를 막 지났는데도 그 높이가 기울어지지 않았다. 수풀 사이로는 미묘하게 미적지근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직 완연한 여름은 아니었기에 땀으로 젖은 몸에 약간의 열기를 앗아갔다.

관리되지 않은, 빈 건물 뒤편은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저 멀리서 새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워낙 먼 거리에서 들려왔기에 방향은 알 수 없었다.

하얗게 물든 머릿속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흐히힛…!  힛.. 힛..!”

엉덩이를 위를 향해 추잡하게 들어 올린 채, 널부러진 필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장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농후한 정액 냄새가 났다.

내가 뭘 하고 있던 거지.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다. 그제서야 긴 스트로크로 페니스를 스스로 수음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탁탁!탁탁!탁탁탁!

-쯔르으윽.. 쯔르르르륵… 쯔르륵!

마치 팬케이크에 꿀을 덧칠해서 뿌리듯, 흙바닥에 뒹굴며 절정의 파도에 허덕이는 흡혈귀 공주님의 몸에 백탁액을 덧칠한다.

“흐읏.. 읏.. 우으읏.. 웃..!”

잔뜩 젖어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흙바닥 위로 정액과는 명백히 다른, 점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액체가 그 흔적을 넓힌다.

“리아.. 예뻐요, 예뻐요…!”

한 번 더, 이 아가씨 안에 페니스를 쑤셔 넣고 범해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것이라는 흔적을 전신에 정액을 뿌리는 거로 남겼는데도, 아직도 필리아를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다는 편협한 소유욕에 범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억지로 범해서 길들이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이드리엔처럼 억지로 범하고, 또 범하고 회유해서 완전하게 사육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게,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할 수 없어 참을 수 없게 그녀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두근두근 거리는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그런 소설처럼 필리아를 가지고 싶었다. 물론, 이미 수십의 과정을 건너뛰고 이렇게 육욕으로 얼룩져버렸지만….

“흣.. 으읏.. 읏..!”

하얗고 물컹한 정액들로 뒤덮여 정액 범벅이 된 흡혈귀 아가씨의 모습에 또다시 사정감이 차올랐다. 마레이는 있는 힘껏 스스로의 페니스를 움켜잡고 앞뒤로 흔들어 다시 한번 걸쭉한 정액을 필리아의 등 허리에 잔뜩 싸질른다.

-찌이이이익! 찌이이익!!

허공에서 꼬물꼬물 거리며 S자로 휘청이며 필리아의 몸과 주변 땅을 더럽힌다. 필리아는 제 몸에 쉴 새 없이 뿌려지는 소년의 풋내는 정액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스스로의 몸을 끌어안고, 엎드린 채로 멈추지 않는 쾌락에서 남아있는 일말의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허덕일 뿐이었다.

“크흐으읏.. 으아아앙..!”

그러다가 한계에 도달한 이성이 쾌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임계점 이상의 감각을 외면했던 벌을 한 번에 받는 듯, 조금씩 조금씩 다물어지던 질구가 활짝 열리며 정액과 애액이 잔뜩 섞인 음액을 있는 힘껏 분출한다.

-쯔윽.. 쯔으윽.. 퓨퓨퓻..!!

“가아앗.. 가, 가아아앙.. 이, 이거.. 이거어엇.. 흐아아아앙!!”

애무를 받는 것도, 말도 안 되는 크기의 페니스에게 강제로 쾌락을 주입받는 것도 아닌데, 그저 배 안에 있는 정액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강제로 절정에 달하는 필리아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허벅지를 부르르 떨며 울부짖는다.

“리아, 리아.. 읏.. 읏..! 야해서.. 큿…!”

페니스를 있는 힘껏 쥐어서 그런지 조금 아프다는 감각이 들었지만 발기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욱더 단단해질 뿐이었다. 요도구 끝에는 요도에 남은 정액 줄기가 툭툭 소리를 내며 필리아에게 뿌려지기는커녕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하야양….! 햐아아아..! 싸, 싸면서.. 가, 가는 거.. 이, 이상해애앳…! 흐이이잇.. 힛.. 힛…! 히히힛.!!”

-쯔으으윽..! 쯔으으으윽..!

필리아의 질구가 활짝 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자신이 마음껏 싸지른 특농의 정자가 있는 힘껏 바닥에 뿌려지고 있었다. 지금 범해 버릴까. 다시금 저 배 안에 정액을 잔뜩 싸질러 배가 잔뜩 불러 임신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다. 마레이는 다시금 단전되는 이성의 감각과 함께 필리아를 향해 한 발자국 움직였다.

“큿.. 흐크으읏.. 흣… 흣.. 우으으.. 으.. 으.으..”

부르르 떨리는 여체는 마지막으로 분출을 끝냈는지, 좌우로 힘껏 엉덩이를 움직이며 바닥에 정액덩어리를 게워내고 그대로 푹 늘어졌다..

축 늘어진 그녀의 모습에 흡혈귀 아가씨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아 들어 올리려던 손이 멈췄다. 마레이는 몇 번이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길 반복하면서 다시금 되돌아오는 정신에 멍하니 필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기절한 필리아를 억지로 한 번 더 하려고 했다니, 이건 나쁜 짓이었다. 기절해도 계속계속 범해달라고 조르는 음란한 모친이나 기르는 애완동물들과 다르게 필리아와 자신에게는 묘한 선이 있었다. 이게 선을 넘는 행위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참아야만 했다. 지난번, 화가 났던 필리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참자.

마레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정액으로 완전히 범벅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필리아의 모습을 보았다. 보랏빛이 섞여 있는 은발은 이미 하얀 정액으로 잔뜩 더럽혀져 은발이 아니라 백발로 보일 정도였다.

중간에 벗겨지다 만 옷 위로 잔뜩 싸지른 정액덩어리들은. 야한 만화책에서 본 것처럼 수십의 오크에게 윤간당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검은 스타킹 위로 싸지른 정액이 데닝 사이로 스며 들어가 있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랬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페니스를 조심스레 흔들어가며 축 늘어진 필리아의 볼에 페니스를 꾹꾹 눌렀다. 필리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성이라고는 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눈으로 작게 혀를 내밀어 페니스의 첨단, 정액이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갈라진 틈을 정확히 핥아낸다.

-핥짝. 핥짝. 핥짝.

길을 잃은 고양이가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반복되는 동작으로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는 페니스를 핥고 혀끝에 잔뜩 담긴 물컹하고 짙은 백탁액을 입안으로 넣는다.

“리아, 잘하고 있어요… 잘한다...”

정액으로 더럽혀진 필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레이는 그녀의 입가에 페니스를 가져다 대었다. 반쯤 감긴 눈동자에는 무엇인가를 잔뜩 놓아버린 것처럼 그저 짙게 빛날 뿐이었다.

“너는… 무슨… 하아….. 됐어. 빨리 말하기나 해!!”

필리아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다행이도 지난번처럼 결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심통이 난 듯 마레이의 뺨을 꼬집어 당기며 빨리 말하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가볍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혹여나 냄새가 날까 봐 일리엔이 준 향수를 뿌린 이후였다.

물론, 모든 행위가 끝난 동시에 재빨리 주변을 수습하고 멀리 떨어진 벤치까지 빠르게 걸음을 옮긴 채, 평범한 연인처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빨리 말하니까!”

필리아는 조근조근 말하면서도, 마레이에게 잔뜩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마레이도 필리아가 억지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로 화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귀여웠다. 그래도 쭉쭉 당겨지는 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필리아가 원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아에게 사정하고 싶을 때에는 허락을 받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필리아가 원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자, 그녀는 만족한 듯 웃어 보이며 마레이의 뺨을 놓아주었다.

“그래, 다음에는 꼭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야. 알겠지?”

어린아이를 혼내듯 검지를 까닥이며 말하는 필리아의 모습에 위협은커녕 그저 사랑스럽다, 귀엽다라는 분홍빛 생각만 이어질 뿐이었다.

“네에...”

“말은 누구든지 할 수 있어, 다시 한번 말해봐.”

이번에는 반대편 뺨이 붙잡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아의 극상의 보지 안에 사정하고 싶을 때에는 꼭 허락을 받아 사정하겠습니다.”

“극, 극상… 거기에 보, 보지라니….. 다, 다시 해!! 날 놀리는 거야? 응? 응? 마레이?”

필리아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이번에는 마레이의 귀를 잡아당겼다. 마레이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를 반복하고 필리아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을 작게 투닥거렸다.

오늘도 마법에 편리함에 마레이는 감탄하고 말았다. 인식저해라든지, 투명화 등 일리엔등이 보여주는 재주와 그들이 주는 마법 도구를 보면 정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이라는 건 만능도구 같네요.”

“다능한 뿐이지.”

웃음 섞인 목소리가 마레이가 가진 마법에 대한 환상을 정정했다.

“마법을 배우면 저도 이 팔찌 같은 걸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겠죠?”

필리아는 검지 손가락을 구부려 입술을 슬며시 가리며 쿡쿡 웃었다.

“글쎄…. 이거 얼마 하는 줄 알아?”

필리아는 그녀의 손목에 달린 팔찌를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마레이 것과는 다른 모양이었지만 기능은 비슷했다. 옷을 갈아입혀주고,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신기한 팔찌.

“많이 비싸요….?”

“네 것이 조금 더 비쌀 수도, 저렴할 수도 있겠지만 대충… 이정도일려나? ”

필리아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속삭였다.

“네?”

“후후, 얼마인지 모를 것 같긴 했어.”

필리아는 깜짝 놀란 마레이의 모습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녀의 반응이 어떻든 마레이는 자신이 들은 팔찌의 액수를 생각해보았다. 비현실적인 가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 가격이면…..”

“들고 다니는 건물이지. 그것도 꽤나 고층 건물로.”

필리아는 벤치에 앉은 채, 발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놀라는 자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신이 난 것 같았다.

“거, 거짓말이죠?”

“거짓말은 안 해. 정말로 그 정도가 평균가야.”

필리아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 뒤로 조금의 속임수는 가끔 있지만 말이야. 하면서 가볍게 윙크를 했다.

“아, 참고로 네 팔찌에 있는 보석은 제외한 가격이야.”

“이거 장식 아니었나요?”

“장식은 맞지, 가짜 보석이나 유리로 생각한 거야?”

마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아는 잠에서 깨어나듯 기지개를 켰다. 무엇인가 개운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놀랍네요…. 마법이라는 건...”

“뭐, 언젠가는 적당한 가격으로 내려오겠지. 제국에서 이렇게 교육을 하고 있으니…..”

필리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발테르를 보고 있었지만, 그저 호의적인 시선은 아닌 것 같았다. 왜인지 그녀가 멀리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마레이는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응? 왜?”

“아뇨, 그냥…. 그냥. 그게. 그러니까.”

갑자기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다라고 말하면 필리아는 자신의 대답에 귀엽다고 웃어버릴 것 같았다. 그게 좀 부끄러웠다.

“마, 마법이라는 건 정말 신기해요. 그렇게 더러워졌는데…. 이렇게 깔끔히.”

필리아는 한쪽 눈을 감은 채 마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웃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돌리는 소년의 모습에 적당히 어울려주기로 했다.

“만능은 아니라니까. 겉모습뿐이야. 지금도 안에서 부글부글 끌고 있다고….”

“안에요?”

필리아는 자신의 복부를 원을 그리며 쓰다듬으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 마레이를 보고, 얼굴을 붉히고 작은 주먹으로 작게 투닥투닥 가슴을 두드렸다.

“정말이지….. 안에는 남아있다고… 화장실이나 집으로 돌아가서 꺼내야 해.”

작게 한숨을 내쉬는 필리아는 지친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봄의 기운이 남은 태양을 받으며 나른한 느낌으로 마레이에게 기댔다.

“죄송해요...”

“넌 뭐만 하면 죄송하다 하는구나. 괜찮다니까. 정말….. 너랑 다르게 모든 시간을 수업을 듣지 않아서 앞으로 두 시간 정도는 자유시간이야. 샤워장에 가서 가볍게 씻을 거야.”

“샤워장이요?”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교수에게 교수 공간이 하나씩 주어지거든, 연구실이라 붙어있는 거.”

“아, 그거요….?”

줄리아, 일리엔, 이드리엔의 연구실에 있는 샤워장은 마레이에게 없으면 안 되는. 일종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버린 곳이었다. 지금처럼 씻을 데가 없으면 마법으로 처리하지만, 왜인지 직접 씻지 않으면 묘하게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 없었다.

“흐응…. 알고 있는 걸 보니, 교수들에게도 인기 만점인가 보네?”

필리아가 손을 뻗어, 다시 한번 마레이의 뺨을 꼬집었다.

교수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라니… 혹시 무슨 흔적이라도 남은 걸까…?

“네?”

“아냐, 그냥… 아무것도 아냐. 후후, 마레이는 열심히 하니까.. 그냥...”

필리아는 서둘러 뺨을 매만지던 손을 치워내고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묘하게 상기된 얼굴과 귀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휙 돌렸다.

“혹시, 리아 질투해요?”

“아니거든.. 질투 같은 거 안 하거든!”

필리아는 당황한 듯 주먹으로 마레이의 가슴을 작게 두드렸다. 이전과 다르게 조금 아파서 곧장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리아, 그만. 그만요!”

손목을 붙잡힌 필리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당황한 듯 보였다. 정말 질투한 걸까. 무엇을? 생각이 빠르게 이어졌다. 줄리아 등과의 관계를 리아가 알리는 없었다.

“그냥… 이상한 생각을. 아니다. 아니야. 잊어버려.”

필리아는 잡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털고 슬며시 마레이와의 거리를 벌렸다.

필리아는 아쉬운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에는 허공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회중시계가 놓여 있었다. 마레이의 두 눈에는 부드럽게 움직이는 회중시계의 초짐을 향해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이 끝이네…. 응? 이거 가지고 싶어?”

“아, 그게.. 그러니까… 그게요..”

가지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그랬다. 그렇다고 필리아에게 떼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사면 되니까. 다만 은고리에 매달려 허공에서 시계추마냥 흔들리는 회중시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필리아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시계를 마레이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포물선을 따라 내려오는 회중시계를 두 손으로 받았다.

“선물이야. 가져.”

“괜찮은 건가요….?”

필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물건은 그게 처음이네.”

“아하하….”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될지 몰랐기에 뺨을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에도 그렇고, 회중시계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은데, 그렇게 마음에 들어?”

“아, 네… 그게, 요즘 광장에서 만나는 노인이 계시는데….”

마레이는 이름도 모르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주름진 얼굴과 다르게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눈빛,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감과 카리스마.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회중시계에 대해서.  생각나는 거 모두.

특히 노인이 슬며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볼 때마다 두근두근거릴 정도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수상한 사람이네.”

필리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노인에 대해서 평가를 내렸다.

“그런가요….?”

“처음 보는 애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어딜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노인인데….”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는 마레이의 모습에 필리아는 당황한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아니, 그래도 뭔가….”

마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다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익숙했다. 하지만 왜 그리도 익숙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노인은 누구일까. 어느새인가 노인과의 만남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무엇인가 홀린 듯이.

“노회한 사람들은 조심해야 해. 속에 수백 마리의 너구리를 키우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특히 너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어.”

“네…..”

노인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갔지만, 나쁜 방향은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 안에는 불꽃이 끝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무척이나 뜨겁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은 노인 스스로를 불태우며 제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바라고 접근한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레이는 말 없이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고, 열기를 반복했다. 그 노인은 누구일까. 라벨라와 관련된 사람일까, 방벽에서 만난 사람은 아니었다. 가끔 지나치는 여행자들이 있었지만, 노인처럼 뚜렷한 특색을 가진 사람을 자신이 잊어버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익숙하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왜 그 노인에게 익숙한 기분이었을까. 아니,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가족같이.

“벌써 점심시간이 절반이나 지나버렸네. 슬슬 식사나 하러 갈까? ”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멈추지 않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마레이를 현실로 부르는 목소리에 마레이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서 걸어 나가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시간이 별로 안 남았어, 빨리 가자. 빨리!”

손목을 잡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1시간이나 남았는데요…?”

“1시간밖에 남지 않은 거야!”

마레이에게 있어서 2시간이 조금 넘는 점심시간이란 건 평범한 학교에 다니던 마레이에게 널널하다 못해 지루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지루함을 달래주는 암컷 선생들이 존재했기에 지루함을 느낌 틈도 없었다.

그런 지루함을 달래주는 극상의 암컷 노예들이 자신만의 연구실에서 주인님을 기다리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해서 애타게 문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마레이는 알지 못하고 있지만.

“점심시간의 넌 너무 느긋하다고….”

“하지만… 다른 시간이랑 비교해서 시간이 많이 남기는 하잖아요?”

필리아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부끄러운 것인지 마레이도 서둘러 걸음을 옮겨 필리아 옆에 섰다.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달콤한 체향이 그녀에게 물씬 풍겨왔다.

“마레이, 너처럼 그렇게 빡빡하게 수업을 들으니까 길다고 느끼는 거라고. 아쉽단 말이야.”

무엇이 아쉽다고 말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은 필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필리아에게 무어라 말을 걸어야 될지 몰라서 마레이는 그녀를 따라 묵묵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체르 발렌타인 수업…. 정말 괜찮은 거지?”

필리아는 힐끔 마레이를 보고 조금 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미묘한 속도 차이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필리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문제가 있는 거라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였는데 조심스레 반응을 살피는 모습은 마치 무엇인가를 피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에게도, 그리고 이체르 발렌타인 교수에 대해서도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걸까. 마레이는 말 없이 필리아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게 말이야. 아니, 아니야.”

필리아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꾹 닫았다. 무슨 말이기에 자신만만한 흡혈귀 공주님이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필리아가 자신에게 이체르 발렌타인에 대해서 할 말이 무엇이 있을까. 짐작가는게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다.

혹시, 필리아는 이체르가 다크엘프 인 걸 알고 있는 걸까. 그 사실을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먼저 내가 이체르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말하면 되는 걸까.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그러면 이체르가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싶어 하는 다크 엘프라는 사실이 퍼질 수도 있었다. 물론, 필리아가 소문을 퍼트리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체르 교수가 숨기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자신은 그걸 지켜줄 의리가 있었다.

조금씩 멀어지는 필리아의 손이 보였다. 작고, 또 귀여웠지만 길쭉한 손가락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특히 페니스를 훑어줄 때, 그리고 뺨을 매만질 때 느껴지는 그 애정어린 손길을 떠올리자 마레이는 손을 뻗어 필리아의 손을 꽉 붙잡았다.

“응? 아… 후후, 손잡고 싶었어?”

“네.”

마레이가 부끄럼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유로워 보이던 필리아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그리고 곧장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간다. 길쭉한 귀가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정말이지, 어떤 모습인지 하나만 하라고!!”

“네? 아, 죄송해요.”

사과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필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마레이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줄였다. 대범할 때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거칠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멈춰달라고 해도 우악스럽게 행동하는 모습과 다르게, 이럴 때는 말하고 싶은 걸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소심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면 이질감이 들 뿐이었다.

어떤 게, 이 아이의 진짜 모습일까. 필리아는 차오르는 한숨을 폐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여전히 알기 어려운 아이였다. 아니, 아이라고 하기에는 완연한 수컷이지만. 아니, 수컷이라니. 필리아는 고개를 털어냈다.

수컷이라니, 그렇게 비유하면 자신은 그저 암컷에 불가했다. 그렇게 칭하기에는 그녀의 고귀한 프라이드가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찬 필리아는 긴장한 듯 손에 힘을 주는 소년의 모습에 이질감을 털어낼 수 없었다.

마치 둘 중 하나는 억지로 형성된 모습 같아서.

-냐아아앙~!!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레이가 걸음을 멈추었고, 깍지를 끼고 걸어가던 필리아도 멈춰어 설 수밖에 없었다.

“응? 무슨 일이야?”

“아, 저기….. 고양이가 있어요.”

“아는 고양이야?”

마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분명….

“.......갈비?”

므랑데가 지어준 이름을 부르자 기쁜 듯 도도도!!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고양이가 곧장 점프해 마레이의 품안에 달려들었다. 야생 고양임에도 므랑데가 잘 길들여서 그런지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안아 들자, 오히려 품 안에서 배를 보이며 이리저리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에 마레이는 갈비의 턱을 매만지며 포유류 새끼 특유의 높은 체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네가 기르는 아이야?”

“아뇨, 친구가 밥을 주는 거로 알아요… 야생고양이에요.”

“야생이라고….?”

필리아는 조심스레 마레이 품 안에 있는 고양이를 훑어보았다. 인상을 찌푸리고 면밀히 살피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깨닫고 한 발자국 물러났다.

“리아도 만져볼래요?”

“미안, 동물들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러지 말고 한 번 만져봐요. 귀여워요.”

고양이를 안아 들고 필리아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윽- 소리를 내고 한 발자국 물러났다.

“... 죄송해요. 정말 싫어할 줄은….”

“아냐, 아냐. 좋아해. 좋아하는데. 조금 트라우마가 있거든.”

필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묘한 표정으로 마레이 품 안에 안긴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네?”

“어릴 적에는 힘 조절이 미숙했거든. 그래서 손안에 있던 강아지가.. 그냥…. 쮸압… 이 되어버려서.”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떠올려서 그런지 필리아의 얼굴이 더욱 더 하얗게 질려있었다. 물론, 필리아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상상한 마레이의 얼굴도 필리아를 따라 하얗게 질린다.

“지금은 힘 조절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잘돼서 동물을 끌어안는다고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지만, 자그만한 동물들을 보면 자꾸 그게 생각나. 특히 그 정도 크기인 녀석들을 보면… 차라리 호랑이나 말 같은 건 괜찮은데….. 손바닥만 한 녀석들이 다가오면 고기완자가 되는 환상이 자꾸 보여서 말이야.”

필리아는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며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혐오감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제 손을 쓸어넘긴다.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갈비를 놓아주고 손을 잡았고, 필리아는 깜짝 놀라 몸을 크게 움츠렸다.

“......고마워.”

그리고 이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활짝 웃어보였다.

필리아가 식사하러 가자는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자, 꽤나 북적이는 레스토랑이 나왔고, 예약을 잡은 자리로 가니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선배, 늦으셨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셀린 페르디낭이 슬쩍 시간을 보며 읽던 책을 내려놓았다.

“미안해. 마레이랑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연락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걱정했습니다.”

“응, 그래. 미안해. 자, 자, 우선 식사부터 할까?”

필리아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웨이터가 급하게 달려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곧장 음식 카트를 들고 왔다. 필리아에게 받은 회중시계를 슬쩍 보니 식사 시간이 50분이나 남아있었다.

“급하게 오시고, 급하게 가실 것 같아서 코스요리를 취소하고 간단한 식사류로 주문을 바꾸었습니다.”

“역시, 셀린이야. 유능해.”

“감사합니다.”

필리아의 칭찬에 약간 얼굴을 붉히는 셀린의 모습에 마레이도 서둘러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식사 준비를 마쳤다.

간단한 식사류라고 했지만, 식탁 위에 올라오는 것은 큼지막한 스테이크 덩어리와 얇은 반죽의 손바닥을 두 개 합친 크기의 피자, 그리고 하얀 크림이 가득한 파스타였다. 다만 문제점은….

“조금 과해, 셀린. 이걸 전부 먹을 수 있는 건 마레이 정도라고.”

필리아는 각자의 자리 앞에 놓인 스테이크, 피자, 그리고 파스타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마레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뿐이었다. 남자아이는 많이 먹으니까 중얼거리는 셀린의 말과 다르게 이건 양이 조금 과했다. 마레이와 필리아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 사람마다 각각 배정되어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아가씨.”

“뭐, 어쩔 수 없지. 늦은 건 우리니까. 남겨도 상관없으니까 무리하지 마. 알겠지?”

“예.”

셀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필리아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인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하얀 치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분해 보였다. 무척이나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필리아는 그런 셀린의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식기를 들었다. 식기를 들어. 라고 작게 말한 흡혈귀 공주님의 모습에 마레이와 셀린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식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필리아만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멘티, 멘토는 잘하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도와줄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생각 중입니다.”

“느긋하게 해, 느긋하게. 이번 학기만 할 것도 아니고…. 동료라고 생각하고 해, 어린애라고 생각하지 말고.”

셀린은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고, 필리아는 고개를 숙인 셀린을 앞에 두고 무심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뿐이었다.

셀린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눈을 질끔 감고 있었다.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선배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셀린 선배가 주신 공부 노트가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리아.”

“흐응~.”

필리아는 눈을 반짝이며 셀린을 보았다. 파란색 눈동자가 조심스레 제 주인을 향해 움직였다. 긴장한 듯, 몸을 꼿꼿이 세우고 필리아를 보는 셀린은 마치 시험 성적을 확인하기 직전의 상위권 성적의 학생 같았다.

“잘하고 있나 보네. 후후, 긴장하지 마, 셀린 페르디낭?”

“예,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학점이 30이라서….”

우울하게 중얼거리는 셀린의 모습에 필리아는 쿡쿡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번 호된 꼴을 당해봐야 다시는 그렇게 무식하게 커리큘럼을 안 짤 테니까, 이번 학기는 적응한다고 생각해도 좋아. 성적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성장을 기대하는 거니까.”

“저, 리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마레이의 대답에 필리아는 묘한 시선으로 마레이를 보았다. 그리고 곧장 셀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음.. 셀린은 어떻게 생각해?”

“라벨라 드 파웬을 생각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셀린의 대답에 마레이는 자신과 라벨라를 비교해보았다. 엉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슬며시 허리를 들어 올려 박아달라고 유혹해오거나, 봉사하겠다며 기세 좋게 올라타다가 몇 번 찔리는 것만으로 한심하게 실신해서 벌을 주듯 교배프레스를 당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라벨라 드 파웬이라는 발테르 감찰청의 주인.

“마레이, 네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라벨라. 그러니까 감찰국에서 사람들을 찍어누르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흠칫 놀라게 하는 지적이고 강인한 여성.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필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레이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라벨라 드 파웬. 네 어머니는 네 어머니고, 너는 너야. 비교하지 마 마레이.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필리아의 말에 두 눈을 있는 힘껏 뜨고 마레이를 보는 셀린은 위협적으로 반짝이는 필리아의 붉은 눈동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못 들은 듯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면 될까요….?”

“그래, 노력하면 되는 거야.”

셀린 터져 나올 것 같은 한숨을 간신히 삼켜냈다. 자신이 아는 필리아 더 블러드는 결과가 만든 괴물이었고, 따라서 그녀를 만든 부모인 결과를 최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셀린은 답답한 기분을 참을 수 없어서 잔에 반쯤 차 있는 탄산수를 억지로 위로 밀어냈다.

말로만 하는 위로가 아니라, 마레이 드 파웬에게는 결과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노력하면 된다니, 그 말을 필리아 더 블러드에게서 들을 줄이야. 셀린은 자신보다 연하의 소년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는 필리아의 모습을 힐끔 살펴보았다.

파웬이라는 이름은 분명히 영향력이 있었다. 아니, 차고 넘쳤다. 하지만 저 소년은 라벨라 드 파웬의 양자였다. 라벨라 드 파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지금 저 소년이 가진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쓸 수 있을 때 최대한 사용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필리아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게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을 이용한다는 게 마음 편할 리가 없었으니까.

“다음은 검술 수업이었나? 그러면 든든하게 먹어야지, 자, 아~ 해봐!”

필리아가 먹기 좋게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소년에게 먹이고 있었다. 애정표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모이를 주는 것 같았다. 혹시나, 혹시나. 우리 공주님은 저 파웬이라는 소년을…..

“옳지, 올지, 잘 먹는다. 자, 아~”

“부, 부끄럽다고 리아. 머, 먹을 테니까…!”

두 사람의 행동에 셀린은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 데도 자꾸 아~ 아~ 하면서 스테이크를 먹여주는 필리아 때문에 마레이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라벨라나 일리엔 같은 연상의 여인들이 먹여줄 때에는 뭔가 우쭐함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은 부끄럽다는 감정만 들 뿐이었다.

“배고프지 않아?”

“아, 배불러요. 솔직히 필리아의 스테이크를 저 혼자 다 먹었다구요….”

셀린은 수업을 준비해야 된다며 곧장 자리를 떠났다. 무례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필리아는 흔쾌히 셀린을 보내주었고, 디저트를 앞에 둔 채로 마레이와 필리아만이 식탁에 남아 있었다.

“남자아이라면 잔뜩 먹어야지. 그래야 키가 쑥쑥 크지.”

“아이 아니거든요…..!”

그래, 그래. 필리아는 눈을 감고 웃고만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필리아도 아이였다. 내년에 성인이 되지만, 그래도 몸집만 보자면 자신과 크게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데, 필리아에게 지는 듯한 기분에 제멋대로 입이 움직였다.

“필리아도 작잖아요….”

“뭐, 지금은....다음 각성시기가 되면 더 자라겠지. 지금은... 일종의 정체기니까.”

“흡혈종은 몇 살까지 크나요?”

“글쎄,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서… 대충 3번 정도 각성을 하니까…. 20대 후반 정도까지 큰다고는 들었어. 공국의 나이를 세는 법은 따로 있긴 한데, 뭐 이제는 제국법으로 통일되어있으니까. 대충 그쯤일 거야.”

10년 동안 필리아는 계속 자란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자신은 앞으로 4~5년이 고작일 텐데, 나중에 둘 다 완연한 성인이 되어 있는데, 필리아보다 키가 작은 걸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왜, 그리 죽을상이야?”

“그… 필리아가 저보다 한참이나 크면...”

“키가 큰 여자는 싫어?”

마레이는 서둘러 고개를 도리질했다. 이미 자신에게 종속된, 아니 길들여진 암컷들은 전부 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아이를 몇 명이나 임신시키기에 적합한 몸을 가진 극상의 여인들이었다. 사실 필리아가 라벨라처럼 쭉쭉빵빵한 몸매가 되면 좋을 것 같았지만, 지금의 아담한 체구도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면 마레이가 많이 먹고, 더 크면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키는 대충 부모님을 따라간다고. 어머님이 165cm쯤이니까…. 나도 대충 그것보다 조금 더 크거나 작겠지. 솔직히 여황제처럼 180cm 정도로 크고 싶긴 한데, 그렇게 크면 징그러울려나?”

“리, 리아라면 190cm라도 좋아요! 제가 한참 올려봐야 되다고 해도…!”

필리아는 눈물이 찔끔 맺힐 정도로 웃었다.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았다. 다만, 정색하고 말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면 진실을 말하는 거겠지. 필리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은 배 안에 꾸물꾸물 거려서 집중을 방해하는 정액 덩어리를 집으로 돌아가서 긁어내야만 했다.

“자자, 너는 이제 곧 수업이야. 지금 안 일어나면 달려가야 할 껄?”

“아, 벌써 시간이...”

마레이도 빠르게 자리에 일어났다. 계산을 치루지 않고 나서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가 깜짝 놀라 필리아를 붙잡았다.

“이미, 계산했어. 카드를 맡겨놓았으니까 마레이도 오고 싶을 때 와서 먹으면 돼.”

“아, 네…..”

부잣집 아가씨. 마레이의 머릿속에 필리아의 존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팔찌의 가격이나 보석 장신구, 마법 물품들의 가격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부잣집 아가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을 하면 필리아가 화를 낼 테지만, 그녀가 공주님이었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고 만다.

강의동 앞까지 데려다준다던 필리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필리아, 무슨 일 있어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필리아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꽤나 지나다니고 있었다. 조심스레 손짓하는 그녀의 손에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흘러내리고 있어…..”

마레이는 깜짝 놀라 필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아랫입술을 깨문 채,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에 마레이는 숨이 턱 막힌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걸을 수 있겠어요?”

필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검은 스타킹이라 그런지 흰색 덩어리가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아직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어서 그런지 가까이 와서 보지 않는다면 눈치채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수치심에 고개를 숙이는 필리아의 모습에 마레이는 그대로 필리아의 오금 뒤로 손을 밀어 넣고, 그녀의 옆구리를 붙잡아 한 번에 들어 올렸다.

“꺄앗?!”

“일단 움직여요!!”

깜짝 놀라서 발버둥 치던 필리아가 치마를 내리눌렀다. 공주님 안기보다 지금 팬티스타킹 너머로 흘러넘치는 정액을 더 수치스러워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몇 번 넘어질 뻔도 했지만, 요근래 근력이 늘고 있는 마레이는 간신히 필리아를 인적이 드문 곳까지 안아서 옮길 수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오고 머리가 멍할 정도로 달렸지만, 말 없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흡혈귀 공주님의 모습에 후회는 없었다.

“제길.”

필리아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제길, 제길! 제길!!”

그리고 곧장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든 마레이의 품 안에서 발버둥 쳤다. 물론, 몸집이 비슷하다 보니 공주님 안기라기보다는 그저 중학생 소년소녀의 장난처럼 보일  뿐이었지만.

“넘어져요! 리아, 넘어진다구요!”

“됐어! 됐다고!!”

소리를 치며 마레이의 가슴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는 필리아의 행동에, 겨우겨우 그녀를 내던지지 않고 조심스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필리아는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최악이야…!”

“죄, 죄송해요.”

필리아는 히스테릭하게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니, 아니. 너에게 화가 난 게 아니야. 거기서… 거기서….”

하아. 필리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페부 아래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숨까지 끌어내 토해내듯, 길게.

“고마워. 마레이. 그냥.. 그래, 고마워.”

“아니에요. 제 잘못도 있는걸요.”

필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필리아는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상처 입은 짐승 같았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나는 말이야, 마레이.”

필리아가 눈을 떴다. 붉은 눈동자는 흉흉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위협하는 것처럼. 핏빛 눈동자는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필리아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는.

그리고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한번 ‘나는.’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필리아, 자신 스스로도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전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언어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었다.

연설할 때도, 사교 회에서 사람들을 끌어드릴 때에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게. 나는 지금 엄청 화가 나 있어. 나 스스로에게. 거기서 왜 내가 걸음을 멈춰선 걸까? 그저 조금 움직여 사람이 없는 골목길로 갔으면 됐어. 다른 방법도 많았어! 누가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그 희박한 확률에 나는 왜 두려워한 거지? 왜 아무것도 못한 것이지? 하고 너무 화가나 미칠 것 같아!”

리아. 마레이는 짧게 그녀의 애칭을 불렀다.

“근데.. 더 화가나는 건. 아니, 무서운 건. 너야. 너라고, 마레이 드 파웬.”

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네가 너무 커져 버리고 있어. 내 안에서 자꾸 커져 버려서, 너에게 의지하고 싶어져. 빌어먹게도, 나는 어른인데. 자꾸. 하아… 그래, 그래서 화가 난 거야. 날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너랑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데, 이렇게 내가 바뀌면 안 되니까.”

“그러면. 그러면요. 제가 바뀔게요.”

필리아가 눈을 떴다.

“제가 더더욱 커지고, 더더욱 바뀌어서 필리아가 변하지 않도록, 네. 변해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자랄게요. 그래서 필리아가 어떻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자신 있게 말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필리아는 멍하니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작게 코웃음 쳤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가 의미도 없이 식어 내렸다. 기운이 빠졌다. 필리아는 몇 번이나 작게 웃을 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딱딱하게 굳은 마레이의 얼굴을 가볍게 매만졌다. 자신의 뺨을 매만지는 손길이 간지러운 것인지, 아니면 좋은 것인지 몰라도 희미하게 웃는 모습에 필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레이의 양 뺨을 좌우로 쭉쭉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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