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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1화 (1/152)

<-- 월화궁 -->

"이만하면 되었군. 경들은 퇴청하시오."

"망극하옵니다, 폐하!"

한 마디 사양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대신들의 얼굴이 피로에 절어 있다. 인심쓰듯 퇴청하라 말하지만 이미 달은 지붕 너머로 기운 지 오래.

희대의 성군이라 불리는 혜국의 황제. 그의 신하가 된 죄로 사나흘씩 부인 손목조차 잡아보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이니 이 정도면 양호하리라.

대신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집무실에 노쇠한 환관의 조용한 발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어느 새 곁으로 다가온 그는 줄줄이 엎어진 나무패가 담긴 쟁반을 황제의 앞에 내밀었다.

"네가 알아서."

귀찮다는 듯 대강 턱짓을 한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저 환관이 가장 많은 뇌물을 받아먹은 후궁을 데려올 것을 알고 있으나 무슨 상관일까. 차피 계집들은 죄 거기서 거기이니, 대강 욕정을 채우고 내다 버리면 그만인 것을.

누군가 지시한 것도 아니건만, 집무실 앞에서 황제가 올라탄 연은 황궁 가장 깊은 곳을 향했다.

"폐하, 홍복을 누리소서."

지나치게 많은 궁녀들이 엎드려 그를 맞는다는 것과 그 궁녀들이 입은 옷이 지나치게 살을 많이 드러내 보인다는 점만 제외하면 여느 궁과 비슷한 아담한 전각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혜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 그러나 누구도 비밀을 가지지 못하는 곳. 밤마다 목패가 뽑힌 후궁이 꽃단장을 하고 들어서는 이 곳, 월화궁. 황제는 이 안에서만 성군의 가면을 벗는다.

"주무르거라."

침상에 깔린 포근한 이불의 감촉과는 별개로 목소리는 한없이 무미건조하다. 너덧 명의 궁녀들이 순식간에 달라붙어 그의 옷을 완전히 벗기고 뜨거운 물을 적신 명주로 구석구석을 닦았다. 이어 정성스러운 손놀림이 부드럽게 뭉친 근육을 풀어내는 가운데, 경국지색의 여인 하나가 방으로 들어섰다.

도도하게 내리깐 눈매에 미소를 머금은 붉은 입술까지. 사내라면 누구나 음심이 동할 만한 자태였으나 축 늘어진 황제의 남성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폐하, 액정궁의...."

"되었고. 벗어라."

귀족 가문의 여식으로 고이 자란 여인의 첫날밤이다. 별처럼 많은 후궁들 가운데서 어찌어찌 선택받아 얻은 천금같은 기회건만, 지아비인 황제의 얼굴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심호흡을 했다.

"벗어라. 내가 한 번만 더 말했다간 네 목이 떨어질 것이다."

황제의 후궁이 되어 기뻐 날뛰던 것이 고작해야 열흘 전이었던가. 그러나 지금 여인은 치솟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문 채 제 손으로 겹겹이 입은 화려한 비단옷을 하나씩 벗어내렸다. 그것도 황제를 둘러싼 궁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꿇어라."

단 한 번도 땅에 닿은 적이 없던 도도한 무릎이 차가운 맨바닥에 닿았다.

"입에 넣어라."

"무... 무엇을?"

다짜고짜 무엇을 입에 넣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인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가 흠칫 놀라 다시 바닥에 시선을 돌렸다. 얼음장같은 황제의 시선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찔러대고 있었다.

"쯧. 쓸모없는 것. 네가 보여주어라."

황제의 입에서 짜증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오자마자 침상을 둘러싸고 있던 궁녀들 중 하나가 황제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대체 듣도보도 못한 그 음란한 짓에 여인은 차마 시선을 두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은 네가 해야 한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한 목이 떨어진다."

그 목소리는 낮고도 잔잔했으나 가련한 후궁의 눈꺼풀을 위로 들어올리기에는 충분했다. 궁녀는 이제 색기어린 신음까지 뱉어가며 단단해진 황제의 보주를 잡고 정성스레 핥고 있었다. 황제는 그런 궁녀의 얼굴을 잠시 내려보다가 이내 삼단같은 머리채를 휘어잡아 제 몸에서 떼어 옆으로 치웠다.

"와라."

여인이 조심조심 바닥에 손을 짚었다.

"누가 일어서라고 했지?"

황제의 의도는 명백했다.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치욕스런 상황이나 앞으로 더욱 큰 치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맺히는 눈물을 애써 밀어넣은 여인은 개처럼 네 발로 기어 황제의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천천히. 제대로."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건만, 여인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솟아오른 기둥을 조심스레 입 안에 넣고 혀로 굴렸다. 그러나 그 솜씨가 황제의 마음에 찰 리가 없다.

"꺄악! 폐... 폐하!"

서너 차례 혀를 굴리기도 전에 머리채를 잡혀 침상에 던져진 여인이 공포에 질려 흐느낀다.

"벌려라."

울면서 발버둥치는 여인의 팔다리가 궁녀들에 의해 제압당했다. 벌거벗은 나신이 침상 위에 펼쳐지고, 궁녀들이 하나씩 붙잡은 여인의 다리는 한껏 벌어진 채 그녀 자신조차 단 한 번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비부를 낯선 사내 앞에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다.

"아아악! 폐하! 살려...."

거대한 보주가 젖어 있지도 않은 좁디좁은 옥문을 단번에 꿰뚫자,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하체에서부터 파도처럼 치고 올라와 단숨에 여인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 비명은 궁녀가 입에 밀어넣은 수건에 의해 틀어막혀져 제대로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였다.

아직 풋익은 처녀의 몸은 탐스럽다. 적당히 부풀어오른 둥그런 젖가슴 위에는 분홍빛 유두가 긴장으로 꼿꼿하고, 늘씬하게 이어진 허리 아래 둔부에는 보기 좋은 비단실이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그 어느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오직 그녀의 음부만을 취할 뿐이었다.

"읍, 으읍...."

황제의 거친 허릿짓 아래 흘러내린 붉은 피와 함께 여인은 꺾였다. 은애지정도, 한 자락 다정함도 없는 짐승같은 교접.

시체처럼 축 늘어진 채 고통스런 신음만을 흘리던 여인의 옥문이 별안간 허전해졌다. 그와 함께 여인을 누르고 있던 궁녀들의 손도 사라졌으나 여인은 제 몸을 추스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제대로 하는 것이 없구나. 이런 계집을 후궁으로 올리다니, 점점 성의가 없어진단 말야."

못마땅한 황제의 말이 신호라도 되는 듯, 여인을 제압하던 다섯 궁녀는 그나마 걸치고 있던 얇은 옷마저 벗어버리고 새하얀 나신을 드러내었다. 황제는 커다란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있던 궁녀를 방금 자신이 품었던 후궁 옆에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하아, 아... 폐하... 아앙...."

이미 투명한 액이 흘러넘쳐 견딜 수 없이 사내를 원하던 궁녀의 옥문은 너무나 쉽게 보주를 받아 삼켰다. 철썩 철썩,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음란하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황제의 움직임은 점점 더 거세진다.

후궁은 짐짝처럼 던져진 채 지아비가 눈앞에서 다른 여인과 교접하는 장면을 텅 빈 눈으로 지켜볼 따름이었다.

"잘 보고 배웠다가 다음에는 이리 하거라.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격렬한 추삽질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입에서 기어나오는 목소리는 낮고 잔잔했다.

"하읏, 폐하아... 아윽, 아, 아, 아!"

황제의 아래에서 절정을 맞이한 궁녀가 숨이 넘어갈 듯한 교성을 지름과 동시에 보주가 옥문에서 빠져나왔다. 귀한 씨물은 궁녀의 몸 여기저기에 뿌려지고 그 곁에 움츠리고 있던 여인에게까지 튀었다.

"물러가라."

조금 전 정사를 치른 사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미건조한 목소리. 대야와 수건을 든 다른 궁녀들이 줄줄이 들어와 황제의 몸을 깨끗이 닦아내고 가져온 새 의복을 입혔다.

그것이 끝이었다. 부푼 가슴을 안고 황궁으로 들어온 후궁의 첫날밤은.

깨끗하게 의관을 정제한 황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가고, 벌거벗은 궁녀들은 제 몸을 가릴 생각도 없는 듯 대강 자신의 옷을 주워들고 사라졌다. 커다란 침상 위에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만이 오늘밤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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