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두 얼굴-3화 (3/152)

<-- 월화궁 -->

"내 침전으로 데려오너라."

제 할 말만 마친 황제는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뒤따르던 궁인들은 궁녀를 들쳐업고 목욕간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뜨거운 물에 목욕하는 호사를 즐길 만도 하건만, 궁녀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수많은 손길에 몸을 맡길 따름이었다.

"폐하, 들이겠습니다."

알몸에 하얀 명주 하나만 둘둘 만 궁녀가 침전 안으로 들어섰다. 침상에 앉은 황제의 표정은 따뜻하였으나 그 속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덜덜 떨며 선 궁녀를 본 황제는 쯧쯧, 혀를 차며 제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옷이라도 따스하게 입혀 줄 것이지, 꼭 이리 유난을 떤단 말이야. 이리 와 앉거라."

"예... 예, 폐하."

궁녀는 금방이라도 꺾일 듯한 다리를 애써 가누어 감히 황제의 옆에 앉았다.

"그리 떨지 말거라. 누가 잡아먹는다더냐. 그래, 대식의 상대를 고하지 않아 이리 되었다고?"

"죽여주시옵소서, 폐하."

"죽이긴 왜 죽인단 말이냐. 짐은 네가 정인을 아끼는 그 마음에 깊이 감동하였느니라. 이곳엔 너와 나, 둘 뿐이니 이제 말해보아라. 그 상대가 누구더냐?"

겁에 질린 궁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달콤한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그 마음은 점점 약해졌다.

"겁먹지 말거라. 그저 너와 그 정인이 조용히 지낼 장소를 마련해 주고픈 것 뿐이니. 누군지를 알아야 데려와 너와 함께 보낼 것 아니냐."

"그... 그것이... 참이시옵니까?"

"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 아니옵니다! 폐하, 제, 제 상대자는...."

궁녀가 더듬대며 입을 열자 황제는 따뜻하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밖에 선 환관을 불렀다. 그 귀에 대고 무어라 소곤거리자 이내 허리를 깊이 숙인 환관이 밖으로 나서고, 조금 뒤 돌아온 그의 뒤에는 궁녀가 그리도 깊이 연모한 정인이 서 있었다.

"지... 진아야!"

"소윤아!"

황제의 앞이라는 것도 잊은 듯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두 궁녀를 지켜보던 황제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러나 그 미소는 조금 전까지 그가 물고 있던 따사롭고 자애로운 웃음이 아닌, 금방이라도 피바람이 몰아칠 듯 비릿한 웃음이었다.

"그만 울고 따라오너라. 너희들이 함께 지낼 곳으로 데려다 주마."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꿈 같은 소리에 얼떨떨한 두 연인은 그저 깊숙히 감사를 올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곧 차가운 밤바람을 뚫고 황제의 연을 따라 도착한 곳은 황명으로 출입이 금지된 황궁의 가장 깊은 후원, 바로 금원이었다. 이곳에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윽고 그 금원 깊숙한 곳에서 아담한 전각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황제 폐하 납시오!"

환관이 고하자마자 굳게 닫혀 있던 월화궁의 문이 열리고, 좌우로 늘어선 궁녀들이 일제히 엎드려 그를 맞았다.

"화... 환관장님, 이곳은...."

소윤이라 불린 궁녀가 힘겹게 끄집어낸 겁먹은 목소리는 뒤이어 울린 황제의 목소리에 파묻혔다.

"둘 다, 채비시켜 데려와라."

***

소윤과 진아는 얼떨결에 월화궁 궁녀들과 같은 차림이 되어 수많은 문을 지나 내실로 들어섰다. 그 동안 그녀들의 질문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듯, 한 마디 대답조차 얻을 수 없었다. 그녀를 앞에서 이끌고 가던 궁녀 하나만이 마지막으로 충고를 남겼을 뿐이었다.

"황제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거라. 예서 사람 몇 죽어 보아야 그 누구도 알지 못하니."

그 말을 끝으로 마지막 문이 열리고, 넓고 화려한 침상에서 옷을 벗은 채 궁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는 황제와 그 앞 바닥에 펼쳐진 금침 한 채가 그녀들의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두 사람은 그저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떨며 황제의 명을 기다렸다.

"가까이 오너라. 더 가까이."

엎드린 채 조심조심 황제를 향하던 연인의 몸이 푹신한 금침에 부딪혔다.

"그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마음에 드느냐?"

"폐, 폐하.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나이다."

"내 너희들이 지낼 곳을 마련해 준다 하지 않았느냐. 지금부터 예서 지내거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오늘이 너희의 첫날밤이니, 이제 금침에서 초야를 치루어야지."

황제의 말은 그 의미가 분명했다. 새하얗게 질린 연인은 더듬더듬 금침 위로 올라섰으나 차마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를 지켜보던 황제가 못마땅한 듯 짙은 눈썹을 찌푸리자, 그의 발치에서 다리를 주무르던 궁녀 하나가 일어서서 금침을 향해 다가왔다.

-짝!

"꺄악! 제발!"

뺨을 맞은 쪽은 가만히 있는데 왜 애꿎은 쪽이 비명을 지르며 매달리나. 황제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삐뚤어진 감정이 깊은 곳에서부터 타고 올라온다. 투기. 그래. 그것은 투기였다.

"빨리 하지 않으면 다음은 칼이다."

선택의 여지란 없음을 깨달은 두 여인의 입술이 맞닿았다. 촉촉한 혀가 붉은 입술을 벌리고 타액을 빨아들이며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걸치고 있던 얇은 옷 한겹마저 벗어내린 그녀들은 서로를 향한 욕망에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하아, 읏...."

풍만하게 솟아오른 소윤의 가슴을 주무르던 진아가 볼록 솟아오른 자줏빛 유실을 입에 물고 이리저리 굴렸다. 매끈한 손가락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비부를 겨우 가린 속곳 위를 아래위로 문질렀다.

두 사람만의 행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수치심은 이미 묘한 흥분이 되어 두 사람을 더욱 큰 쾌락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어느 새 흠뻑 젖은 속곳마저 옆으로 던져버린 진아는 소윤의 유실을 입에서 놓고 아래로 내려와 비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그때.

"잘 하는군. 꽤 볼만했어."

황제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억지로 잡아떼어졌다.

"폐하!"

"거기 묶어놔라. "

진아는 나신인 채 손이 뒤로 묶여 바닥에 꿇어앉혀지고, 소윤은 그대로 침상으로 끌려올라갔다. 조금 전 뺨을 때린 궁녀가 소윤의 머리채를 단단히 휘어잡고 황제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었다.

무엇을 하라는 말은 없었으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난생 처음으로 보는 남성의 기둥이 사정없이 들어와 입 안을 휘저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하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감는 순간 이 계집은 죽는다."

진아는 눈앞에서 범해지는 연인의 모습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소윤의 목구멍을 찔러대던 기둥이 이윽고 빠져나갔으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두 명의 궁녀가 양쪽에서 소윤을 일으켜 몸을 돌린 뒤 그대로 황제 위에 앉힌 것이다.

"으...으으윽!"

"아... 아아...."

이미 진아와의 행위로 축축히 젖은 옥문은 별다른 저항도 없이 쉽게 뚫렸다. 두 명의 궁녀는 그 상태로 소윤의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리고 점점, 소윤의 입에서 나오던 고통스런 신음은 쾌감으로 바뀌었다.

"하, 하, 하응... 아... 폐하...."

억지로 몸을 잡아 흔들던 궁녀들의 손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 그러나 소윤은 제 손으로 하얀 가슴을 짓이길 듯 강하게 주무르며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들며 교성을 내질렀다. 벌어진 입에서 교성과 함께 흘러나온 타액이 출렁대는 젖가슴을 지나 끊임없이 그녀의 음부로 흘러내렸다.

"소윤아, 안 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멍하니 연인을 지켜보는 궁녀의 모습에, 소중한 것을 빼앗은 삐뚤어진 만족감이 황제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저리 은애하는 사이이니 한 쪽만 품어줄 수는 없지. 황제는 눈앞에서 요분질을 하는 소윤의 등짝을 세게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진아에게 다가갔다.

"소윤아! 아, 폐하, 제발!"

연인이 침상 아래로 굴러떨어져 바닥에 널부러지자 진아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손이 뒤로 묶인 채 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린 그녀의 비부를 묵직한 것이 파고들었다.

"으읏, 아!"

꽉 깨문 입술 사이로 어쩔 수 없는 신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높이 들려진 엉덩이 사이로 들락거리는 커다란 기둥이 불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황제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비벼지는 유실의 통증이 진아를 어쩔 수 없는 쾌락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하읏... 아, 아앙, 앗!"

진아의 몸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폭발하기 직전, 아쉬움만 남기고 빠져나온 보주에서 하얗고 투명한 액이 뚝뚝 흘렀다. 황제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던 소윤을 손짓하여 부르자 그녀는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입을 벌려 그것을 깨끗히 핥았다.

"꽤 만족스러웠으니 여기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씨물을 완전히 핥아 삼키고 엎드린 소윤의 등에 황제의 옥음이 떨어졌다. 황제가 궁녀들의 시중을 받아 몸을 닦고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엎드려 있던 두 연인은, 황제가 나가자마자 몸을 일으켜 서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문 밖으로 나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