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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해주세요."
하, 황제의 차가운 얼굴에 떠오른 비웃음은 다행스럽게도 그의 당혹감을 감추어 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를 범하신다 하셨잖아요."
"내 말은...."
말을 이어가려던 황제가 다시 피식 웃었다. 그러나 이번에 흘러나온 웃음은 이 조그만 계집의 말에 꼬박꼬박 대꾸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조소였다. 그래. 딱 한 번만 더 대답해주자. 이 계집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도록.
"내가 왜, 네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지. 그것을 물은 것이다."
"폐하께선 선대황 폐하의 아들이시니까요."
딱 한번만 더 대답하겠다는 황제의 결심이 무너졌다.
"그것이 어쨌단 말이지."
"그리고 저는 제 아버님의 딸이구요."
"... 네 아버님이 누군데."
이번에는 화연의 눈에 당혹감이 번졌다. 설마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납치해왔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므로. 잠시 말을 멈춘 채 아직도 뜨거움이 남은 몸을 가라앉히며 황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화연은 약간 조심스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대체... 저를 왜 데려오신거죠?"
"그걸 내가 대답해줘야 하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씀은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리 속으로 중얼거린 화연은 조금 전 황제의 질문에 대답하기로 했다.
"제 아버님께선... 서씨 성을 쓰시고 성함은 이자 흥자 되십니다."
서 이흥. 잠시 화연을 바라보던 황제는 저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짚었다. 모를 리가 있나. 선대황께서 약해질 대로 약해져 힘없이 휘둘리던 붕어 직전까지도 그의 편에 서서 싸우다 결국은 밀려나 유배까지 갈 뻔 하였던 그 충신.
선대황의 마지막 유언으로 유배는 면하였으나 지금 고향으로 내려가 유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들었다. 기실 지금 비워둔 대승상 자리도 언젠가 그를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젠장할. 하필이면."
받은 만큼, 혹은 그 몇 곱절로 반드시 되갚아 주는 황제였다. 그것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잠시 그렇게 앉아있던 그는 이윽고 담담하게 궁녀들에게 명했다.
"풀어 주어라. 옷도 입혀주고."
"예, 폐하."
조금 전까지 화연의 몸을 핥고 빨던 궁녀들은 묶인 손을 풀고, 나머지는 물과 옷을 가져오기 위해 침전 밖으로 나갔다. 잠시 어리둥절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화연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다급히 황제를 소리쳐 불렀다.
"폐하, 폐하!"
"또 왜."
짜증스러운 황제의 목소리에 애꿎은 궁녀들이 놀라 바닥에 엎드렸으나 정작 화연은 태연했다.
"저를 어쩌실 건가요?"
"돌려보낼 것이다. 우승상의 집으로. 네 부친께 감사하거라."
"저, 저를... 범하시겠다 하셨잖아요."
어지간히 감격스러운 모양이군. 황제는 떨리는 그 목소리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범해달라고?"
"네."
"뭐?"
"저를 범해주세요.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십니까?"
당돌하게 되묻기까지 하는 조그만 계집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 눈을 입안에 넣어 버리고 싶다, 황제는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불 자락으로 간신히 몸을 가린 주제에 저를 범해달라니,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는가.
"너도 내 후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으냐? 원한다면 그리 해주지."
거친 손가락이 화연의 뽀얀 뺨을 섬뜩하게 쓸었다. 다분히 모멸감을 주기 위한 말과 행동이었으나 화연은 그 손가락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라도 되는 마냥 꼭 채어쥐고 기대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열심히 눈을 깜빡였다.
"그리 해주시겠습니까? 이번엔 참이시지요?"
"차피 이번에 후궁 셋이 죽어나가 빈 전각이 생겼거든. 허나...."
황제는 허리를 숙여 눈앞에 있는 계집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게 들어가면 죽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고, 평생 후사를 갖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무도 찾는 이 없고 황제의 총애나 은애지정 따위는 꿈도 꾸지 말거라. 이번에 나간 후궁 셋도 그리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니."
다시없이 소름돋는 말이었으나 화연은 더욱 반갑게 고개마저 끄덕여 보였다.
"예, 폐하. 이 은혜 백골난망입니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리 말하면 겁에 질려 당장 돌아가겠다 울고불고 매달릴 줄 알았거늘, 계집은 오히려 손가락을 더욱 꽉 그러쥐며 기뻐하고 있지 않나. 그 바람에 나신을 가리고 있던 이불자락이 떨어져 뽀얀 젖가슴 위로 꽃잎같은 유실이 드러나자 황제의 눈에 순간적으로 욕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럼 이제 소원대로 범해줘야지."
황제는 잡힌 손가락을 빼고 이불을 옆으로 치웠다. 수많은 촛불들이 마치 대낮의 햇살처럼 깨끗한 나신을 남김없이 비추고, 그 가운데 방금 그의 눈을 잡아끈 분홍빛 꽃잎이 긴장으로 꼿꼿해지고 있었다. 크고 거친 손이 손가락 사이에 그 유실을 끼우고 잡아당기자 흑, 하고 울음과도 같은 신음이 황제의 귀를 울렸다.
"내가 하는 것보다 궁녀들이 해주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좋을텐데."
"... 황궁 가장 깊은 곳에, 영원히 꽃이 지지 않는 후원이 있다더라."
"뭐?"
화연의 입에서 마치 노랫가락같은 낮은 속삭임이 흘러나오자 황제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매일 밤 꽃은 피고, 꺾이고. 또 새 꽃이 피고, 꺾이고. 한번 꺾인 꽃은 다시는 피어나지 않는다더라."
월화. 동이 트면 꽃을 떨어뜨리고 다시 밤이 되면 소담하게 피어올라 결국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는 달의 꽃. 지금 계집이 말하고 있는 장소는 틀림없는 월화궁이었다.
"그것을 어디서 들었느냐."
"저자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제가 오늘밤의 꽃이라면, 다시는 피어날 일이 없겠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아비를 맞는 밤에 다른 여인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아비라. 너무도 생소한 단어가 치고 들어오자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할 뻔 하였으나 그것을 애써 없애버리려는 듯 손에 힘을 주어 탄력있는 젖가슴을 마구 일그러뜨렸다.
"아윽...."
계집의 입에서 기어나오는 고통스런 신음이 만족스럽다. 황제는 손가락 사이로 붉게 도드라진 유실을 입에 물어 깊이 빨아들였다.
"아... 흣... 폐하... 또 부탁이 있습니다."
"또 무어냐."
황제가 여전히 입 안에서 유실을 놓아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이름을 알려주세요... 아앗!"
무엄한 말에 황제가 꽉 깨물어 버린 유실에서 아릿한 통증이 밀려올라왔다. 화연은 아픔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젖가슴을 빼어내려 몸을 비틀었으나 그것은 다시 거칠고 차가운 손 안에 점령당해 멋대로 주물러지고 있었다.
"유 현."
굵은 손가락이 화연의 음부로 파고들어 속살을 훑어내렸다.
"흐윽...."
"네 이름은 무엇이냐."
"하앗, 화연... 서 화연."
화연. 현은 그 이름을 곱씹으며 조금씩 흘러나오는 액을 손끝에 묻혀 음부에 천천히 문질렀다. 속을 감추고 있는 통통한 살집을 어루만지던 손가락이 점점 안으로 들어가며 얇고 매끄러운 살을 희롱하자 화연은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안타깝게 손을 이리저리 더듬다가 이불을 끌어당겨 입에 물었다.
"입에 넣을 것이 필요한가보군."
화연의 입에서 이불자락을 빼앗아 다시는 손이 닿지 않도록 멀리 치워버린 현이 다시 그녀의 입 안에 혀를 밀어넣었다. 아까와는 달리 세차게 빨아당기는 조그마한 혀에 더욱 달아오르는 자신이 낯설었으나 이 타액이 너무 달콤하여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현의 손끝이 은밀하게 숨어있던 구슬을 누르는 순간.
"아앗!"
늘씬한 허리가 튕겨져 올라가며 뽀얀 허벅지가 반사적으로 닫혔다. 그러나 현은 억지로 그것을 다시 벌리고 집요하게 손가락 전체로 음핵과 속날개를 함께 문지르기 시작했다. 화연에게서 흘러나온 액이 손 전체를 적히고 침상으로 흘러내리자 그는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며 중지를 좁은 옥문에 반쯤 밀어넣었다.
"하... 응... 폐하, 이건 어떻게... 하는거에요?"
이 상황에도 질문이다. 어이가 없어 고개를 든 현의 눈에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는 새카만 눈동자가 들어왔다. 붉은 입술을 벌리고 숨소리마저 음란해진 주제에 아직도 반짝이고 있는 눈. 자신은 가지지 못한 저 눈빛을 망가뜨리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온다.
현이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옥문에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넣고 조금씩 움직이자 화연은 아릿한 고통과 함께 덮쳐오는 쾌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들썩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화연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것을 확인한 현은 미련없이 손가락을 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순진하기에 더욱 음란해 보이는 고운 얼굴과 붉은기를 머금고 일어선 유두,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허벅지가 견딜 수 없이 그를 유혹하나 지금은 참기로 한다. 극한으로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이 더욱 달콤한 것, 나중에 있을 더 큰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데리고 나가서 씻겨라.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이곳에 방 하나를 내어주고."
엎드려 있던 궁녀들 중 두 명이 일어나 넓은 명주로 화연을 감싸 밖으로 데려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은 문이 닫히자마자 가장 가까이 있는 궁녀의 목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꺄악!"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것 뿐이나 그 대가는 무척이나 썼다. 현은 다시 잡은 목을 들어올려 건방지게 소리를 지른 궁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조금 전, 화연에게 입을 맞추고 음부를 헤집던 궁녀가 아닌가. 헌데 갑자기 왜 이리 꼴보기 싫은 것이지.
그녀는 그대로 목이 잡혀 짐짝처럼 내던져지고, 그 옆에 있는 다른 궁녀를 잡아 바닥에 처박은 현은 양물을 꺼내어 거침없이 옥문에 끼워넣고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연을 애무하던 손길과는 전혀 다른 거친 추삽질이었다.
"우읍, 읍...."
조금 전 소리를 낸 동료가 어찌 되는지 보았기에 궁녀는 덜덜 떨며 입을 틀어막고 안간힘을 다해 거대한 양물을 받아들였다. 현은 눈을 감은 채 조금 전 자신을 올려다보던 화연을 떠올렸다. 그 뽀얗고 순결한 나신, 파르르 떨리던 속살이 생각나는 순간 파도처럼 몰려오는 쾌감과 함께 급히 빼어낸 양물이 파정을 맞았다.
"핥아라."
엎드려 있던 궁녀가 몸을 돌려 양물 전체는 물론, 단단하게 근육이 잡힌 허벅지에 흘러내린 씨물까지 깨끗히 혀로 핥아 삼켰다. 그러는 동안 현의 서늘한 눈은 감히 비명을 질러 기분을 상하게 한 궁녀를 아래위로 훑었다.
"저것은 가져가서 혀를 뽑고 궁 밖에 내다 버려라."
아무렇지도 않게 섬뜩한 말을 뱉은 현은 그대로 대강 옷을 정리하며 밖으로 나갔다. 여러 겹이 문이 열리고, 남은 것은 궁녀의 처참한 울부짖음뿐이었으나 그 소리에 귀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