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편없구나. -->
성난 보주가 눈앞에서 흔들린다. 화연은 일단 집게손가락을 들어 끝에서부터 뿌리까지 한번 훑어내렸다. 그 작은 동작만으로 보주는 더욱 크게 자라 이제 핏줄까지 불거지고, 맨 꼭대기엔 맑은 액이 맺혀 아래로 흘러내린다.
아래가 먼저였나, 위가 먼저였나. 잠시 고민하던 화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기둥뿌리를 혀로 한바퀴 돌려 핥았다. 움찔하는 반응이 느껴지자 더욱 용기가 샘솟는다. 화연이 뿌리부터 입술로 물어가며 혀를 열심히 놀리자 현은 저도 모르게 크읍, 하고 숨을 삼키었다.
"빠... 빨리."
제 입에서 나온 말에 자신도 깜짝 놀란다. 여인에게 명령이 아닌 부탁조로 재촉을 하다니. 그러나 화연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위에서 아래로 입술을 미끄러뜨려 그 끝을 입 안에 머금었다.
"크읏."
단지 입 안에 머금은 것 뿐인데 난생 처음 여인을 품는 듯한 쾌감이 현을 덮치며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양의 씨물이 조그마한 입 안에 분출되었다.
맛은 비릿하지만 먹을 만 하다 생각하며 화연은 목구멍으로 흘러드는 그것을 꿀꺽 받아 삼키었다. 그러나 양이 워낙 많으니, 타액과 섞인 씨물이 붉은 입술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 하아... 빌어먹을."
양물을 입에 문 채 붉은 입가에 하얀 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화연의 얼굴을 보니 또다시 아랫배에 힘이 쏠린다. 현은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으며 꼭 잡고 있던 화연의 머리칼을 뒤로 당겨 그 입에서 자신의 양물을 빼내었다.
"다시 데려가라."
심심할 적마다 괴롭히고 망가뜨리기는커녕, 이러다 말라죽을 것 같다. 문을 향해 걸어가는 화연의 복숭아같은 엉덩이가 분홍빛 능라 아래 좌우로 흔들리자 현은 더 견디지 못하고 다시 옆에 있는 궁녀를 잡아채어 거칠게 추삽질을 한 뒤에야 다시 월화궁을 나설 수 있었다.
***
"이것이... 참입니까?"
흑운의 손에서 서찰을 받아든 서 이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눈물을 머금고 시집보낸 고명딸의 비명횡사에 부인은 지금까지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누워만 있고, 시신조차 찾지 못해 빈 관을 묻은 터였다.
"서찰은 지금 태우시오."
대답 대신 자신의 검을 내보인 흑운이 옆에 놓인 화로를 가리켰다. 그 검에는 황제의 그림자임을 나타내는 검은 구름이 선명하게 양각되어 있었다. 화로에 던져진 얇은 종이는 훅 타오르며 이내 하얀 재로 변했다.
"이리 전해주어 감사합니다. 제 여식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다친 곳은 없습니까?"
마지막 희망인 양 한 줌의 머리카락을 쥐고 흑운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간절하다. 납치해온 꽃가마의 문을 여는 순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동자와 닮았다 생각하며 흑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체면 불구하게도 자리에 엎드려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한 이흥이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손에 쥔 여식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면, 여식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 생각했으리라.
이흥은 한참동안 그것을 어루만지다가 이 기쁜 소식을 어서 아내에게 전하기 위해 문을 박차고 안채로 달려갔다. 바깥에서 그 모습까지 확인한 흑운이 다시 담을 뛰어넘어 황궁을 향해 말을 달렸다.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참으로 감사하다 하였습니다."
간단한 말이었으나 현이 모든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제 우승상을 쳐낼 때까지 황궁 내에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서 이흥이 대승상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에게 화연을 돌려줄 일만 남았다. 문제는 그 때까지 자신이 화연을 안지 않고 버틸 수 있냐는 것. 당장 그녀를 떠올리기만 해도 단전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 참으로 요물이란 말이지."
홀로 중얼거린 현이 발치에 부복한 흑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알아보았느냐?"
"예. 아시다시피 서 이흥과 우승상은 철천지 원수입니다. 헌데 그 막내아들이 우연히 친척집을 방문하려 황성에 온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했고, 청혼서를 넣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 집안을 뒤집었다 합니다."
"거절하면 되지 않느냐."
"서씨 가문에서는 딸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나, 이미 온 청혼서를 되돌려 보내면 그보다 더 낮은 가문에서는 청혼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만일 더욱 낮은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 그는 거절당한 가문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승상보다 더 높은 가문은 존재치 않으니 서 이흥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 혼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뿐인 여식을 처녀귀로 만들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 그래서 납치당한 주제에 그리 담담하였군."
저를 범해달라던 화연의 말은 그저 어린 계집의 객기나 철모르는 욕정이 아니었다. 제 몸을 버림으로서 원수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가문의 치욕을 씻기 위한 여인의 기개였던 것이다. 제 손가락을 동앗줄마냥 꼭 쥐고 간절하게 바라보던 눈빛이 생생하였다.
"어찌할까."
얼핏 흑운을 향한 질문 같았으나 실상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취하여 후궁으로 들이고 싶다. 밤마다, 아니. 낮에도 곁에 두고 마음껏 농락하고 싶다. 그 반짝이는 눈동자가 빛을 잃고 현에게만 반응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나 그에게는 충신의 여식을 처녀로 되돌려보내 좋은 가문의 안주인으로 번듯하게 살도록 해줄 의무가 있었다. 이 황궁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현이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이, 정작 화연은 월화궁에서 무척이나 잘 적응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명망높은 귀족 가문의 여식이라, 사람 부리는 것이 누구보다 익숙하니 당연하게 궁녀들의 시중을 받고 때로는 궁금한 것도 물어가며 제법 입지를 다져갔다.
"나 배고파."
"벌써요? 아씨, 저녁상도 받으셨고 조금 전에 야참도 드셨잖아요."
"먹을 것이 없었는걸. 황궁은 원래 이리 찬이 박한거야?"
황제께서 특별히 이곳에 방을 내어주라 지시하신 객이다. 자신들이 파리목숨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월화궁에서 화연의 심기를 거스를 이는 없었으나, 음식만은 어쩔 수 없었다.
수라간이 딸리지 않은 월화궁에서는 궁녀들이 직접 돌아가며 밥을 짓고 반찬을 해야 했는데 그마저 식자재가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 항시 좋은 음식만 먹어온 화연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폐하께서 오시거든 한번 주청을 드려 보세요. 저희도 어쩔 수 없는걸요."
"에이...."
후궁으로 삼아달랬더니 이 헐벗은 궁녀들이 가득한 곳에 사람을 가둬놓고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다니. 잘생기면 뭐해, 사람이 이상한데. 배가 고프니 만사가 다 짜증이 난다. 한숨을 내쉬던 화연은 문득 이 가슴을 꼭 조이는 궁녀의 옷이 무척이나 답답하다는 걸 깨닫고 매듭을 느슨하게 풀었다.
"하아."
막혔던 피가 통하며 몸이 편안해지자 졸음이 밀려온다. 화연은 배고픈데 잠이나 자자, 하며 침상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
"머리."
넓은 침상에 드러누운 현이 낮게 뇌까리자 궁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꾹꾹 눌러가며 지압했다. 여인을 안지 않을 때도 그는 이렇게 월화궁을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내 냄새를 맡는 것이 너무 싫어서.
"화연은 어찌하고 있느냐?"
계집에서 화연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정작 현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지금 주무시고 계시옵니다. 깨워올까요?"
"아니다. 그냥 두어라. 불편한 점은?"
"저... 그것이...."
현은 이렇게 뜸들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용안에 미세한 주름이 그어지는 것을 본 궁녀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밥상에 먹을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뭐? 무엇을 주었길래?"
"소인들은 이곳을 나갈 수 없으니 저희가 먹는 것으로 차려 드렸는데... 귀한 댁 아씨라 입맛에 맞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반찬 투정이라니, 여유롭기도 하지. 현은 뒷목이 당기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부터 좋은 식재료를 골라 보내줄 것이니 입맛에 맞게 찬을 해 주어라. 또 불편한 것은?"
"의복이 불편타 하시었습니다. 그 또한 저희들이 입는 것을 주었사온데...."
이 요망한 능라옷이다. 이것을 입고 걸어오던 화연의 탐스러운 젖가슴, 슬쩍슬쩍 보이던 속곳이 떠오르자 또 망할 양물이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현이 진저리를 치며 의복도 보내주겠다. 하는 순간.
"꺄아아아아!"
바깥에서 문을 넘어 들어와 넓은 침전까지 뒤흔드는 여인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곳의 궁녀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목이 달아나니까. 그렇다면 이 목소리의 주인은 단 한명. 벌떡 일어난 현의 발이 빠르게 문턱을 넘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저리 가! 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