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편없구나. -->
"저리 가! 아아아악!"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현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젠장, 이 늙은 환관놈을 그냥 두는 게 아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환관이 너무 놀라 침상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침상 위에서 화연을 깔아뭉개고 정신없이 풍만한 젖가슴을 빨아들이던 중이었다.
"...흑운."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흑운이 검을 꺼내들었다.
"편히 죽이지 마라. 손가락, 발가락부터 하나하나 썰어 마지막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 그 조각은 젓갈로 만들어 이 자의 집으로 보내 첩들로 하여금 먹게 하라."
"존명."
한 마디 한 마디 씹어뱉는 현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린다. 이미 환관복은 소피로 푹 젖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후궁들에게 건네받은 뇌물로 고래등 같은 집과 수많은 첩을 거느리며, 월화궁의 궁녀들마저 마음대로 희롱하던 그의 최후였다.
"나와라."
현이 몸을 가리지도 못한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화연을 향해 명했으나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자기 전에 느슨하게 풀어두었던 옷은 이미 아래로 끌려내려가 거의 나신이나 다름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 현의 양물은 반응하지 않았다. 현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넋을 잃고 침상에 그대로 누운 화연을 두 팔로 안아들었다.
"폐하...."
얼굴에 따뜻한 체온이 닿자 화연이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침전에 들어선 현은 그녀를 그대로 안은 채 침상 위에 올라가 앉았다.
"왜 이제 오셨어요. 빨리 저를 범해주세요. 그러면 아무도 제 몸에 손대지 못할 것 아닙니까. 제발요."
추악한 환관의 얼굴이 다가오고, 그 손이 저를 찍어누르고, 더럽고 끈적한 혀가 몸을 핥던 감촉이 지워지지 않는다. 화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후둑후둑 눈물을 떨구며 현의 각대를 더듬어 풀었다. 그 손목을 쥐어 제지한 현이 침상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뉘었다.
"가만히."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리 생각하면서도 현은 옆에 있는 수건에 물을 적셔 화연의 몸을 닦아내었다. 눈물이 젖은 얼굴부터 매끄러운 목선, 동그마한 어깨를 지나 아까 환관이 물고 있던 젖가슴은 몇 번이나 닦고 또 닦았다. 이윽고 온몸을 깨끗하게 닦아내었을 때 화연은 눈물을 멈추고 그가 하는 양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돌아가라. 너의 집으로. 지금 당장."
"집... 이요?"
넋을 잃고 있던 화연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세차게 도리질을 치며 현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아니요. 저를 돌려보내시면 저는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겠습니다. 가문의 치욕이 될 바엔 그것이 낫습니다."
"가문이 다 뭐란 말이냐. 너는 이 황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 한몸 건사하자고 원수의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머리를 올렸을 때 이미 한번 죽은 몸입니다. 그때 버린 몸입니다. 그를 폐하께서 거두어 주셨으니 이제 제 주인은 폐하십니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후궁 아니라도, 무엇이라도 좋아요. 이 궁에서 궁녀로 살아도 좋고, 무수리로 걸레질을 하며 살아도 좋습니다."
잠시 말을 끊은 화연은 침상에서 내려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옷을 풀고 속곳마저 벗어 옆에 놓았다. 눈물에 흠뻑 젖은 얼굴과 현이 바라던 대로 빛을 잃은 눈동자가 그를 향하자 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양물이 서서히 일어서며 숨이 막혀온다. 화연은 손을 들어 겹겹이 입은 황제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렸다.
"그만. 알았다."
현이 화연의 손목을 잡아채어 품 안에 단단히 가두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궁녀라도, 무수리라도, 그 무엇이라도 좋다 하였느냐?"
"예, 폐하."
"허면 소원대로 해주지. 흑운."
갑자기 튀어나온 흑복의 사내에게 화연이 놀라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현은 그녀의 나신을 넓은 소매로 가려주고 품에 더욱 깊게 끌어안았다.
"가서 환관의 옷을 가져와라. 여인의 몸에 맞을 정도의 것으로."
"존명."
흑운이 사라지자 다시 침전에는 둘만 남았다. 살그머니 고개를 든 화연의 눈이 의문을 가득 담고 현을 보았다.
"무엇이라도 좋다 하지 않았느냐? 방금 환관 하나가 죽었으니 지금부터 네가 내 곁을 지키거라."
***
"잠시 눈을 감아 주시면... 안되겠죠?"
흑운이 가져다준 초록빛 환관복이 눈앞에 놓이자 화연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현에게 물었다. 그동안 현이 계속 품에 안고 토닥여 준 덕에 많이 진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감히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황제더러 옥안을 닫아 달라니, 기가 차서 호통 대신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입을 줄은 아느냐?"
도리도리. 사내의 의복, 그것도 환관의 의복을 혼자 알아서 입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지. 도와주겠다."
어쩌지. 어쩌지. 비록 황제께 안기겠다 마음먹었으나 그것과 사내의 손에 의복이 입혀지는 것은 또 다르다. 허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화연은 어쩐지 비장한 표정으로 가녀린 손을 들어 현의 눈을 가렸다.
"잠시만 눈 감고 계세요. 속곳만 제가 입겠습니다."
"속곳?"
현은 눈이 가리워진 채 손을 더듬어 아래쪽으로 미끄러뜨렸다. 허벅지와 허리가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더듬어 내려가자 부드러운 음모가 손가락에 감겨온다.
"흐윽."
화연이 아닌, 현의 입에서 나온 신음이었다. 조금 만져만 보려고 했던 것 뿐인데 아플 정도로 달아오른 양물이 그새 파정을 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그것이 토실한 엉덩이를 쿡쿡 찌르자 잠시 고민하던 화연은 일단 손가락 사이로 옥안이 감긴 것을 확인하고 바닥에 떨어진 속곳을 주워 재빨리 입었다.
"눈 뜨시면 안 됩니다."
현이 착실하게 눈을 감고 있는 것은 화연의 말 때문이 아니다. 다만 눈을 뜨고 그녀를 보는 순간 욕정이 시뻘겋게 덮쳐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불경을 외우며 마음을 가라앉히던 현의 아랫도리가 갑자기 서늘해지며 갑갑하게 눌려 있던 보주가 벌떡 일어섰다.
"뭐하는...크윽."
현의 손이 침상에 놓인 금침을 그러쥐며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마수두라에서 본 바에 따르면, 사내의 양물이 이렇게 성이 났을 때 어떻게 해주지 않으면 무척이나 괴롭다 하였다. 나를 두 번이나 구해주신 폐하께서 괴로워하게 둘 수는 없지. 지난번 이것을 입에 넣자마자 하얗고 비릿한 액체와 함께 성난 것이 부드럽게 줄어들었던 것을 생각하며 화연은 촉촉한 입을 벌려 보주 끝을 물고 깊숙히 빨아들였다.
"헤하, 너므 커어. 이에 어허헤 하하여?"
폐하, 너무 커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은 것이나 말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목구멍 바로 앞까지 밀어넣은 양물에게 묘한 진동과 함께 엄청난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뭘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세차게 분출된 씨물이 화연의 입안을 채우고 목으로 흘러들어갔다.
"무슨 짓이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현이 무섭게 외쳤으나 화연은 무얼 잘못했는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참으로 요망한 것. 현은 더 무어라 하는 대신 화연의 몸을 안아 침상에 눕혔다.
"네가 유혹한 것이다."
조그마한 귓볼을 깨물며 속삭인 현이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으며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다. 핥으면 핥는 대로, 깨물면 깨무는 대로 정신을 아릿하게 하는 달큰한 향기가 배어나와 폐부마저 마비시킨다.
반듯하게 누워도 형태가 망가지지 않은 탄력있는 젖가슴을 입안에 가득 물고 그 끝에 수줍게 꽃핀 유실을 혀끝으로 감아 핥아올리자, 그 향기는 더욱 진해지며 끊어질 듯 내쉬는 한숨소리가 현의 귀를 농염하게도 파고들었다.
"젠장할. 미치겠군."
현은 낮은 욕설과 함께 일자로 도드라지는 빗장뼈 아래를 세차게 물어뜯었다. 가녀린 피부에 새겨진 잇자국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끊임없이 빨아마시며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가득 쥐어짜 욕심껏 비틀었으나 화연은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있는 힘껏 그 고통을 참아내었다. 그것이 더욱 사내를 자극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채였다.
그러나 굵고 거친 손가락이 아직 완전히 젖지 않은 질구 부근을 훑어내리자 어쩔 수 없이 힘이 풀리며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아... 읏... 폐하, 이상해요...."
"소리내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혼미한데 신음소리까지 들으니 완전히 돌아버릴 것 같다. 이 여인을 발끝부터 와작와작 씹어 머리카락 한 올,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삼켜버린다면 이 갈증이 가실까.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현은 아래로 내려가 희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아 벌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은 화연이 반사적으로 뒤로 몸을 빼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현이 더욱 강하고 우악스럽게 다리를 활짝 벌려놓게 하는 셈이 되었다.
"저, 폐하... 안 될 것 같아요. 잠시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