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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18화 (18/152)

<-- 네 아랫입이 심히 욕심이 과하니. -->

"감히 옥체에 손을 대다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민 첩여를 옭아매었다. 경솔한 행동을 채 후회하기도 전에 머리채를 집어던진 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치고 있던 흑룡포와 속의대를 차례로 풀어 침상에 던졌다.

탄탄하게 근육이 잡힌 상체가 드러나고, 현이 걸친 것은 얇은 속바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품어주고 싶어도 양물이 반응하지 않으니 안 되겠구나. 네가 노력을 해보아라."

명백한 비웃음과 모욕이었다. 이리도 풍만한 나신을 눈앞에 두고도 일어서지 않은 양물을, 줄줄이 엎드린 궁녀들이 보는 앞에서 손도 대지 않은 채로 꼿꼿하게 만들어 보라니. 모멸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던 민 첩여의 눈이 표독스럽게 빛났다.

달거리가 끝난 지 꼭 보름이 지나지 않았나. 오늘밤 황은을 입는다면 태중에 황자를 품게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컸다. 이것 보라는 듯, 민 첩여는 침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천천히 붉은 혀로 자신의 손가락을 핥았다.

은사를 길게 늘이며 뽑아낸 손가락을 풍만한 살덩이에 주물대자 봉긋하던 젖꼭지가 그 자극에 점점 빳빳하게 일어섰다.

"으음...."

옅은 신음과 함께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그 빳빳한 젖꼭지를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쭉 잡아당겼다.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부드러운 거웃이 보일 듯 말 듯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얇은 천조각 뒤에 감추어진 보주는 도무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폐하아...."

색기어린 입술이 폐하를 부르며 오물거린다. 민 첩여는 넘치도록 출렁대는 젖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받쳐올려 분홍빛 유두를 자신의 입술에 밀어넣었다. 뾰족하게 세운 혀가 노골적으로 입 안을 드나들며 유두를 핥고, 반대편 손은 남은 한쪽 유두를 꼬집고 잡아당기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넘치도록 젖은 음부에 닿았다.

이제 바닥에 닿아 있던 양 발중 하나는 의자 위에 올려져 음란하게 움찔대는 음부를 침상을 향해 훤히 드러내보인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탐욕스러운 아랫입을 파고들어 휘젓는 광경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별 감흥이 없는 듯, 한쪽 팔을 턱에 괸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흣, 폐하!"

옥문에 삼켜지는 손가락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네 개로 늘어났을 때.

"네 아랫입이 심히 욕심이 과하니, 손가락 가지고는 안 되겠구나."

무심한 듯 던져진 옥음에 민 첩여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이러한 모습을 보고도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내가 아닌 것이다. 이제 곧 옥문 깊숙한 곳에 황가의 씨앗이 뿌려지리라. 기대에 찬 머리는 벌써 열 달 후에 황자를 낳고 황후전에 입성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상은 곧 이어진 다음 말에 공기 중으로 차갑게 흩어져 날아갔다.

"넣을 만한 것을 좀 가져오너라."

"예, 폐하."

궁녀 하나가 소반에 받쳐들고 온 것은 바로 남근목. 흉칙하게 커다랗고 오돌토돌한데다 얼마나 굴러다녔는지 본연의 색을 잃어 거무죽죽하게 변한 그것을 본 민 첩여의 눈이 튀어나올 듯 공포에 질렸으나 황제는 냉정했다.

"넣어라."

"폐... 폐하... 이것은...."

"황은을 내려주고 싶어도 내것이 이리 피곤하다는데 어쩌겠느냐. 허나 이리 달아오른 여인을 그냥 보내는 것도 사내의 도리가 아니지. 왜, 싫으냐?"

"폐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죽을 죄는 무슨. 홀로 힘들면 누군가는 도와주어야겠구나."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너덧의 궁녀가 달려들어 민 첩여의 팔을 뒤로 꺾고 바둥대는 다리를 양 옆으로 벌렸다.

"아악! 폐하!"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남근목의 흉칙한 모습에 민 첩여는 기절할 듯 경기를 일으켰으나 그것은 인정사정없이 활짝 벌어진 옥문 속으로 박혀들어 앞뒤로 왕복하기 시작했다.

"아아흣, 폐하, 폐하! 아흣! 한번만 용서를!"

아래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과 모멸감 속에서도 내벽은 어김없이 쾌감을 찾아낸다. 교성과 울음을 함께 내뱉으며 폐하를 외치던 민 첩여의 발버둥이 점점 지쳐가자 심드렁하게 그를 보고 있던 현이 한손을 들어올렸다.

아랫배를 꿰뚫을 듯 하던 무자비한 왕복은 멈추었으나 단단히 제압된 팔다리는 흉하게 벌어진 그대로였으며, 남근목 또한 옥문에 반쯤 삼켜진 채 꽂혀 있었다.

"양물 하나 못 세우는 주제에 잘도 환관을 꼬여내 황은을 차지하려 했구나. 네게 어울리는 양물은 지금 물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한 번만 더 허튼 짓 했다가는 그것이 모자란 것으로 알고 더 큰 것을 준비해 주마. 또한 네 궁은 앞으로 배정되는 내탕금이 없을 것이며, 수발을 드는 궁인들 또한 모두 물리고 상궁 하나만 남긴다."

"폐하! 차라리 신첩을 폐하여 내보내 주소서!'

"그리는 안 되지. 후궁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여 황궁 밖으로 내보내다니, 황제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

들어올 적의 그 자만심 넘치고 한껏 요염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추함밖에 남지 않은 민 첩여가 울부짖지도 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리는 꼬락서니가 참으로 혼자 보기엔 아까운 것이었다.

명색이 정3품의 첩지를 받은 후궁을 이리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연유는 사실 환관에게 뇌물을 건네려 했다는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모르는 이가 화연과 접촉하려 시도했다는 사실. 그 단순한 일이 어찌 이리 분노를 불러일으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 끝났나요?"

필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귀를 막고 있던 화연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폐하를 부르짖던 여인의 교성 대신 훌쩍대는 울음소리와 나직하게 무어라 말하는 목소리만이 벽을 뚫고 전해져 온다.

분명 눈앞에서 후궁과 교접까지 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쩐지 황제가 월화궁에 들어 자신을 버려두고 홀로 침전을 향할 적부터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하더니 여인의 신음소리와 교성이 들려오자 이제 찌르는 듯 아파오는 것이다.

덜덜 떨리는 입술을 애써 가누며 귀에서 손을 떼고 웅크린 화연의 등에 이윽고 낯익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오십시오."

눈물마저 맺힌 검은 눈동자가 안쓰럽다. 흑운이야 침전에서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다지만 화연은 이 작은 방에서 벽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만을 듣고 있었으리라. 얼마나 찍어눌렀는지 발갛게 변한 귀가 그녀가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흑운은 무어라 말을 보태는 대신 예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그녀를 밖으로 모실 따름이었다.

"... 얼굴이 왜 그러냐."

"......"

화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현의 뒤를 따라 얇은 보폭을 떼어놓았다. 현의 미간이 점점 못마땅하게 찌푸려진다. 월화궁을 나와 다시 황제궁으로 향하는 내내 뒤가 신경쓰이는 탓이다.

또다시 욕정이 솟아오를까 부러 보지 않은 얼굴이건만, 조금 전 스치듯 눈에 들어온 조그마한 얼굴이 하얗게 질린데다 표정이라곤 없었다. 서로간 불편한 심기를 안고 침전에 돌아왔으나 넓은 침상에 홀로 누운 현도, 곁방에 몸을 말고 누운 화연도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전전반측 뒤척이던 현은 벌떡 일어나 자신의 침상을 벗어났다.

"자느냐?"

"......"

문 밖에서 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화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왠지 대답하고 싶지가 않다. 눈을 감고 자는 체를 하노라니 조심스레 문을 여는 소리에 섞인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안 자는 것 알고 있다."

"... 자고 있어요."

홱 돌아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화연의 어깨에 다정한 손이 닿았다. 토닥, 토닥. 자신이 했던 행동을 어설프게 흉내낸 토닥임이 규칙적으로 이어지자 똘망똘망하던 눈이 점점 감겨온다. 그리고 화연이 그렇게 반쯤 잠에 빠져들 때 즈음,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훑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도대체 왜 변명을 하는지도 모른 채 본능이 시키는 대로 서둘러 말을 뱉은 현은 그것을 지워버리기라도 할 듯 계속해서 화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어느 새 자신 또한 침상에 엎드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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