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것이다. -->
"흑운?"
꾸역꾸역 집어넣었던 광기가 다시 터져나온다. 자신의 흑룡포와 속의대를 모두 벗어던진 현은 떨어져나간 옷고름을 집어 화연의 손목을 침상에 단단히 묶고는 하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으읏!"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화연이 몸부림쳤으나 자유를 잃은 손으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현이 한 손으로 젖가슴을 모아 쥐었다. 짐승이 물을 마시듯 정점을 빠르게 핥다가 입에 넣어 세차게 빨았다.
그와 함께 한꺼번에 옥문으로 파고든 두 개의 손가락에 허리가 요동치며 그것을 빼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그 때마다 내벽은 꿈틀거리며 손가락을 더욱 죄어들어 현을 자극했다.
"폐하, 폐하!"
"걱정 마라. 흑운은 처음 네가 온 날부터 모조리 다 보고 있었으니까."
"네...? 흣!"
화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 현이 두 다리를 팔에 걸어 위로 올리고 외음부 전체를 혀로 핥은 것이다.
이 부끄러운 모습을 타인이, 그것도 얼굴을 아는 사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수치스러워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었으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현의 윗입술에 삼켜진 음핵은 본능에 충실하게도 울컥, 애액을 토해냈다.
"아흑, 아, 아읏... 폐하, 그만, 그만!"
단단히 잡힌 다리도, 접혀 올라간 허리도, 기둥에 묶인 손도 꼼짝할 수 없어 화연은 그저 부질없이 머리만 저으며 울먹였다.
이제 세 개의 손가락이 옥문을 들락거리는 동안 현의 입은 외음부의 도톰한 살덩이를 깨물고 그 안의 여린 살을 혀로 찔러가며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애액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비부를 희롱하던 현이 위로 올라와 비릿한 맛이 나는 혀로 화연의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너는 돌려보낼 수 없다."
"무슨 소리세요. 폐하, 아파요... 아아악!"
가늘게 대답하는 목소리 끝에 찢어지는 비명이 고요한 침전을 가른다. 빡빡한 옥문에 파고든 양물이 피를 머금었다.
사내의 팔에 의해 강하게 눌러진 허리는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꿈틀대었으나 현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양물이 못마땅해 다시 꼿꼿이 일어선 유두를 튼튼한 치아로 꽉 물어버릴 뿐이었다.
"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느라 꽉 물려있던 내벽이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 커다란 양물이 뿌리까지 밀고 들어왔다. 화연은 작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온몸을 집어삼키는 통증 앞에서 덜덜 떨었다.
"폐하... 너무 아파요."
애처롭게 애원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현은 앞뒤로 허리를 움직이며 거칠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양물이 빠질 듯 나오다가 다시 뿌리까지 거세게 박아질 적마다 교성이 아닌 비명이 터져나오고. 여린 손목은 묶여있는 끈에 쓸려 벌겋게 부어올랐다.
"아악! 폐하! 흐윽, 아파, 아파, 아파요!"
다가오는 파정에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 양물이 빠르게 왕복하자 화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몸부림치다 별안간 침상 위에 축 늘어졌다. 양물이 뽑혀나간 옥문에서 울컥 흘러나온 씨물과 선홍빛 핏줄기가 침상에 어지러운 문양을 그려내었다.
"내 것이다."
혼절한 화연의 손목을 풀어내며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흑운은 똑똑히 알았다. 그러나 너무 세게 말아쥔 주먹에 손톱이 파고들어 미지근한 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몰랐다.
***
화연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처음에 무엇도 보이지 않던 시야는 눈을 깜빡일수록 밝아지며 천장에 새겨진 용이 또렷하게 보인다. 아니, 움직인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던 용이 고개를 돌려 화연을 노려보았다. 사나운 비늘이 벌어진 다리 사이를 꿰뚫었다.
"아아악!"
"아씨, 아씨!"
나이 든 여인의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화연을 깨웠다. 누구지? 생각할 틈도 없이 화연은
더듬거리는 손으로 따스한 체온을 잡아 끌어당겼다.
"유모, 유모, 나 아파. 추워. 집에 가자, 응? 유모...."
촛점을 잃은 눈으로 중얼거리던 화연이 전 상궁의 손을 꼭 쥐고 까무룩 잠이 들자 손의 주인은 곤란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지금 막 석강을 마치고 돌아온 황제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송구합니다, 폐하."
전 상궁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성큼성큼 침상으로 다가온 현은 전 상궁의 손을 단단히 움켜잡고 있는 화연의 손목을 강하게 쥐었다. 통증에 반사적으로 잡고 있던 손은 놓았으나, 촛점없는 눈동자는 현을 바라보지 않고 다시 눈꺼풀 뒤로 숨었다.
"눈 떠."
대답 대신 고개를 젓는 화연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젠장. 현은 잇새 사이로 침음성과도 같은 욕설을 흘리며 그렇지 않아도 붕대를 감고 있는 화연의 손목을 쥐고 흔들었다.
"눈 떠! 나를 보란 말이다!"
"집에 보내주세요. 집에 갈래요."
애절하게 중얼거리는 입술을 집어삼키자 데일 듯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거의 나아가고 있었는데 또 그놈의 열이다.
"왜. 왜 또."
사납게 중얼거린 현은 거침없이 화연이 걸치고 있는 하얀 침의를 벗겨내렸다. 근처에 시립해 있던 궁인들은 눈치껏 허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으나, 전 상궁의 마음은 절대 편치 않다.
낮 내내 미음 한술을 뜨지 못하고 죽은 듯 잠만 자다가 눈을 뜨면 헛소리를 하며 다시 잠들던 아씨였다. 이러다 생목숨 하나 죽어 나가겠구나. 전 상궁의 안타까운 눈빛이 닫히는 문 사이로 침상 위를 보았다.
"이제 여기가 네 집이다. 돌아가고 싶거든 보내줄 때 갔었어야지."
며칠이나 굶은 짐승처럼 허겁지겁 젖가슴을 베어 문 현이 중얼거렸다. 눈을 뜨게 하고 싶다. 그 눈으로 나만 바라보게 하고 싶다. 삐뚤어진 욕망과 받아본 적도, 주어본 적도 없는 서투른 애정, 그리고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가학성이 만난 지점은 참혹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화연은 현이 무슨 짓을 하든 인형처럼 축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현은 그것이 못마땅하여 군데군데 붉은 자욱이 남은 한쪽 젖가슴을 터뜨려버릴 듯 꽉 움켜쥐었다.
"읏...."
인형이 고통에 반응하며 허리를 뒤튼다. 정신은 있구나. 현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 조그만 혀를 빨아들이며 잘근잘근 씹었다.
"눈을 떠라."
"......."
"눈을 뜨지 않으면 흑운을 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