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도 아픈가? -->
“어제는….”
미안했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던 말이기에 현은 다음을 잇지 못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대신 몸을 숙여 납작한 아랫배 주변을 정성스럽게 문지르며 깨끗이 씻겨낸 후 반대편으로 돌아 화연의 정면에 섰다.
“발, 이리 주거라.”
“안 돼요!”
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를 젓는 화연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울상이 되어 계속해서 안 돼요를 중얼거리던 화연은 그 눈빛에 결국 조그마한 발을 들어 목욕통 밖으로 꺼내놓고는 눈을 감았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이 발바닥을 엄지로 문지르다가 앙증맞은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파고들며 물을 끼얹었다.
“이쪽.”
이번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반대편 발이 물 밖으로 올라왔다. 현은 그것을 최대한 천천히 씻기며 애써 시선을 천장으로 향했다. 지금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있다면 절대 저렇게 눈을 감고 있지는 못하리라.
올라간 다리 사이로 새카만 거웃이 아른아른 춤을 추고, 반쯤 물에 잠긴 젖가슴은 굴절로 인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뒤, 날씬한 종아리를 조물조물 압박하던 결국 현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조그만 발을 입안 가득히 삼켜버렸다.
“아, 폐하!”
눈을 감고 있던 화연이 기겁하며 다리를 거두었으나 이미 단단히 잡힌 발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현은 그저 손보다 작은 요 새하얀 발이 한 입에 들어갈까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나 막상 입 안에 따뜻하게 익은 발이 들어오자 살짝 깨물 적마다 움찔하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다시 뺄 수가 없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핥고 깨물며 맛있게 삼킨 현은 아치형으로 들어간 발바닥을 혀로 핥으며 발목까지 올라와 복사뼈를 이로 살그머니 깨물었다.
“오늘은 싫어요….”
달큰한 맛에 취하여 끊임없이 발을 빨고 종아리를 주무르는 현과 달리, 화연은 또다시 황제가 양물을 꺼내고 달려들까 두려워 벌써부터 몸이 떨려온다. 그리고 그 떨림은 어김없이 현에게도 전해져 손에서 발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잠시 아쉬운 듯 먹다 만 다리를 바라보던 현은 한손으로 목욕통 가장자리를 짚더니 풍덩, 안으로 들어와 떨리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무것도 안 하마. 약속한다.”
물에 젖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체취가 현을 몽롱하게 만들었으나 그는 꿋꿋하게 호흡을 가누며 매끄러운 등 가운데에 반듯하게 이어지는 척추뼈를 따라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손끝에 동그란 엉덩이가 잡혔을 때는 확실히 위기가 왔으므로, 현은 화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애타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뒤로 돌아라.”
화연은 시키는 대로 잠자코 몸을 뒤로 돌렸다. 한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어깨를 할짝이며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가라앉히던 현이 붉은 흔적이 남은 뽀얀 허벅지를 쓸어올리다가 손을 멈추었다.
“여기는 네가 해야지.”
무슨 뜻인지 물어보기도 전에 작은 손이 쥐어져 음부 위에 덮였다. 엉덩이에 비벼지는 양물의 감촉이 너무나 적나라하여 거기에만 신경을 쏟고 있던 화연은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움츠리다가 부어오른 부위에 스친 손톱에 아읏, 하며 작은 신음을 뱉았다.
“씻겨줄까?”
“아니, 아니에요!”
화연은 다급하게 도리질을 하고는 보드라운 손바닥으로 다시 음부를 덮었다.
“보시면 안 돼요.”
“벌써 눈 감았다.”
거짓말. 현은 나른하게 뜬 눈으로 조그마한 손이 붉게 도드라진 음부를 문지르는 모습을 하나도 남김없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화연도 그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단단하게 일어서 있던 양물이 더욱 크고 딱딱해지며 끊임없이 엉덩이를 찔러왔으므로.
게다가 뒤에서 허리를 안고 있던 손도 슬슬 올라와 젖가슴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받쳐올리며 아프지 않을 정도로 주무르고 있었다.
“다… 씻었어요.”
화연이 손을 거두어들이자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현은 한손으로 허벅지와 비부가 이어지는 오목한 곳을 짚어 꾹꾹 눌러가며 거웃이 시작되는 위쪽까지 올라왔다.
“여기도 아픈가?”
“아니, 거기는….”
현이 손끝을 세워 거웃 사이를 긁어내리자 화연이 허리를 뒤트는 동작에 양물이 빠르게도 반응한다. 화연은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그 무서운 몽둥이가 다시 옥문을 뚫고 들어오리라 경고하는 것만 같아 현의 탄탄한 허벅지에 손을 짚고 밀어내었으나 밀어질 리가 없다.
“흣.”
그 작은 손이 닿은 허벅지에서부터 찌르르 전기가 퍼지는 감각에 현이 작게 신음하며 화연을 꽉 끌어안았다.
“손대지 마라. 겨우 참고 있으니까.”
잠시 그렇게 화연을 끌어안고 거친 숨을 내쉬던 현은 그대로 일어나 화연을 목욕통 밖으로 꺼냈다. 절대 내키지 않는데. 무명 수건으로 꼼꼼하게 물기를 닦아내면서도 고민이 깊다.
“밖에 필두 있느냐.”
“예, 폐하.”
“데려가라. 흑운, 너도 함께 가라.”
어느 틈에 챙겨왔는지 커다란 비단이 화연의 몸에 덮어씌워졌다. 필두가 화연을 안아 밖으로 데려가는 것을 확인한 현은 아직까지도 입고 있던 속고의를 벗어 목욕통에 걸쳐놓고 아직도 수증기를 내뿜는 물 속으로 첨벙, 몸을 담궜다.
눈을 감아도 떠도 조금 전 이 안에 있었던 화연의 체취가, 매끄러운 살결이, 양물에 비벼지던 동그란 엉덩이가 떠오른다. 현은 결국 터질 듯 부풀어오른 자신의 양물을 쥐고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아….”
양물을 쥐지 않은 손이 부질없이 물을 긁어모으다가 결국 목욕통의 가장자리를 꽉 잡았다. 상상 속에서 그 손은 화연의 목을 조르다가 숨이 막히기 직전 힘을 풀고 탱탱한 젖가슴을 움켜쥔다.
아래위로 왕복하는 손은 음탕하게 젖은 옥문에 손가락을 가득 박고 그 속을 들락거리며 마음껏 휘저었다. 화연의 입술이 벌어지며 교성과 함께 폐하를 부른다. 폐하, 폐하… 그 목소리가 정말 귀에 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투명하던 물에 뿌연 씨물이 번져갔다.
“미친.”
미친 듯 날뛰던 욕정이 가라앉자 현은 그 자리에 앉은 채 헛웃음을 터뜨렸다. 수음이라니. 한창 피끓던 열여덟에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지금 한 것이다. 물에서 나와 몸을 닦으면서도 어이가 없다. 도대체 저 작은 여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욕정이 치솟는 것인지.
현은 아무래도 오늘밤에 월화궁에 가야겠다 생각하며 옷을 대강 걸치고 목욕간을 나섰다.
***
“태후마마, 채녀 한씨 드옵니다.”
“들여라.”
권태로운 목소리에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잔뜩 긴장한 여인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병부상서 윤 수찬이 목숨보다 아끼는 외동딸, 윤 소유. 마른 하늘의 날벼락같이 입궁하긴 하였으나 아직 용안 한번 본 적이 없는 순진한 여인이었다.
“윤 채녀가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가까이 오너라.”
화려한 태후궁과 수많은 궁인들에 기가 죽은 윤 채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키는 대로 앞으로 나섰다. 태후라기엔 너무나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 조금 놀라긴 하였으나 고개를 들 정도로 깜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굴은 쓸 만하구나.”
“화… 황공하옵니다.”
"옷을 벗어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