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두 얼굴-30화 (3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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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묶어라. 묶여 있으면 아프게 하지 못하겠지."

"아하."

화연은 한 마디 사양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고 서투르지만 꼼꼼하게 현의 손목을 묶어 침상에 고정했다. 완성한 후에는 몇 번이나 잡아당겨 풀리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대강 묶어둔 침의 안에서 흔들리는 젖가슴이 현의 눈앞에 아른거렸으나, 그것을 삼키지 못하니 현은 그저 가빠지는 숨을 다스리며 입술만 벙싯거렸다.

"와...."

드디어 만족스러울 정도로 단단히 손목이 고정되자 조금 떨어져서는 현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던 화연이 조그맣게 탄사를 터뜨렸다. 손이 묶이며 광기까지 묶이기라도 한 것 마냥 얌전해진 황제가 애타게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이, 이리 만족스러워도 되는 것일까.

드디어 왔다. 그동안 그녀를 괴롭혀오던 거친 손길과 자비없이 박혀들던 양물에게 복수할 기회가.

"폐하, 손목 좀 힘껏 당겨보실래요?”

화연의 주문에 현이 순순히 손목을 당겼다.

"더 세게요."

탕, 힘껏 당겨진 끈에 침상 기둥이 흔들렸으나 포박된 손목은 그대로였다. 화연은 그제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으읍!”

손가락 하나를 현의 입에다가 쏙 집어넣어 휘저었다. 이 미친 황제도 분명 이리 하였겠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든 말든, 끈질기게 따라간 그 작은 손가락은 혀를 훑고 오돌토돌한 입천장을 문지르며 마음껏 입 안을 돌아다녔다.

"뭐 하는 것이냐!"

손가락이 빠져나가자마자 현이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버럭 소리쳤으나 화연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간 당한 겁박이 얼마이고 소리는 또 얼마나 질러대었는데 이 정도에 겁을 먹을까.

"폐하의 가르침을 그대로 행하고 있나이다."

눈을 빛내며 현의 몸 위에 올라탄 화연이 이번에는 용안을 향해 고개를 숙여왔다.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저도 모르게 현의 입술이 벌어져 곧 들어올 따뜻한 것을 기다렸으나 그 입에서는 이내 으윽, 하는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화연이 꽉 깨물어버린 귓볼에서 아릿한 통증과 함께 묘한 쾌감이 전해지며 허리가 제멋대로 들썩거린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화연의 치아가 양 귓볼을 마음껏 물고 핥다가 아래로 내려가 목덜미를 무는 순간 더욱 격렬해졌다.

"하아... 화연아, 그만."

"아직 멀었어요."

화연의 시선이 위로 올라가 묶인 팔에 가 닿았다. 저가 지난번 남긴 것이 분명한 잇자국. 그 부분을 손끝으로 쓸어보니 커다란 손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참으로 재미가 난다. 이 맛에 그리 사람을 들들 볶은 것이라면 나 또한 그리 하여야지.

화연이 팔 안쪽 연한 살만 골라 심술맞게 씹을 적마다 심호흡을 하며 입술을 깨물던 현은, 야무진 손끝이 탄탄한 가슴에 솟은 유두를 꼬집어 비틀자 결국 낮게 억눌린 신음을 흘려내고야 말았다.

“아윽….”

"아프죠?"

아프기보다는 미치겠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그리 바로잡을 생각도 없이 현이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거렸다. 그 반응에 더욱 신이 난 화연은 이제 가슴팍 곳곳을 꽉 깨물어 시뻘건 꽃을 피워내고는 유두를 입에 넣고 혀끝으로 튕기며 희롱하다가 또 잘근 씹었다.

“하아윽… 잠깐만….”

실컷 장난치던 입술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손은 집요하게 유두 끝을 아래위로 튕기고 문지른다. 그러면서 다음은 또 어디를 어찌 하였더라, 고민하는 사이 현의 남근은 단단하게 부풀어 제발 꺼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빨리… 화연아."

"뭘요?"

"이것, 빨리."

묶인 주제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양을 보니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다. 화연은 생긋 웃고는 눈에 힘을 주어 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얇은 속고의를 거칠게 휙 벗겨내었다.

"무, 무... 무슨!"

"빨리 하려면 당연히 벗어야지요."

천자는 무치, 천자는 무치. 그 당연한 말을 아무리 되뇌어도 수치스럽다.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여인들 앞에 옥체를 내보이면서도 이런 수치는 느껴보지 못하였는데 어찌 된 것일까. 붉어진 빛깔을 숨기려 옆으로 돌려 어깨에 파묻은 얼굴을 가녀린 손이 잡아 바로하고 입술을 부딪혀왔다.

가뭄에 비를 만난 농부의 심정이 이에 비할 것인가? 현은 안으로 침입해온 먹음직스런 고기를 놓치지 않으려 정신없이 힘껏 빨아들였으나 이내 허벅지 안쪽을 긁어올려 어느 지점을 꾹 누르는 화연의 손에 하윽, 하며 신음을 내뱉으며 먹이를 놓쳐버렸다.

"제가 여기에 시퍼런 멍이 들어 걷기도 힘들어요. 아세요?"

"무엄하다!"

"또 누구 죽이시게요?"

현의 시야에서 화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함께 조금 전까지 끈적한 손길이 주무르고 긁던 허벅지에 또다시 잇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화연이 제압하기에 단단하게 근육이 잡혀 갈라진 현의 허벅지는 과하게 튼튼하였으나, 그가 다리를 움직이려 하면 화연이 사타구니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손으로 꾹 눌러버리는 탓에 방비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아니. 안 죽이겠다. 허니...."

"허니, 뭐요."

"... 젠장할."

아니, 평소에는 입에 물어라, 빨아라 잘도 명하던 입이 이 상황에 어찌하여 떨어지지 않는 것인지. 이 손만 끊어낼 수 있다면 당장 화연을 잡아 넘어뜨리고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손목을 세차게 흔들어 본다. 허나 그 힘에 침상까지 덜컹거림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살갗만 쓸려 벗겨질 뿐, 단단히 묶인 끈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말씀하세요."

화연의 손이 위로 올라붙어 단단히 긴장한 고환을 꽉 쥐고 주물거렸다.

"하윽...."

"이제 폐하께서 저를 왜 그리 괴롭히시는지 알았습니다.”

고환을 쥐고 주름 사이사이를 긁어올리는 손톱에 현이 허리를 뒤틀자 화연이 한손으로 치골 위를 꾹 눌러 침상에 도로 붙였다. 그간 당한 경험이 얼만데, 몸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 하나 배우지 못했을까. 달뜬 숨이 새어나오는 황제의 입술을 핥자 그 입이 당장 벌어지며 애타게 달려드는 것이 더욱 기분좋은 우월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내가, 괴롭힌 것이 아니라...."

"저는 괴로웠는데요."

가만히 있어라. 더 아프기 싫으면. 화연은 욕정에 물들어 정신이 나갔을 때 현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손안에 가득 들어차는 양물을 꽉 잡았다.

“흐윽!”

“헌데 이리 제가 하니 좋네요.”

현의 손가락이 손목을 잡아맨 끈을 부질없이 감아쥐었다. 거침없이 주물러지는 남근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입에서는 저절로 신음이 기어나오는데, 수치심에 그것을 꾹꾹 누르자니 정작 나오는 것은 교성보다 더욱 음탕한 소리다. 게다가 더 미치겠는 일은 화연이 양물을 주무르거나 손끝으로 건드리기만 하고 흔들어주질 않으니, 바로 코앞인 절정에 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바람에 이제 지나치게 피가 쏠린 그것은 묵직한 통증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하… 으읏. 화연아….”

“예, 폐하.”

“아… 픈데....”

“저도 아팠는데.”

“아, 그것이, 윽!”

화연의 입술이 임금 왕[王]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아랫배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거기를 힘껏 물어뜯었다. 그러면서 슬슬 올라와 다시 목덜미를 핥고 빨며 타액이 묻은 유두를 살살 튕기는 동안 현은 숨을 헐떡이며 애타게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것이 왜요?”

“하, 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화연이 다시 양물을 꽉 쥐고 주무르자 현은 그제서야 그녀가 원하는 답을 알아차렸다. 그것을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질 못해 그저 벙싯거리던 입술이, 엄지손가락이 빙글 원을 그린 양물 끄트머리에 의해 빠르게 벌어졌다.

“미안하다!”

젠장할. 진정 욕정의 숙주인가. 단 한번이라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말이 이리도 쉽게 튀어나오자 현은 자괴감에 휩싸였다. 허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래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은 잠시의 딴생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를 빠르게 파정으로 끌고 나갔다. 으윽, 거친 신음과 함께 분출된 씨물이 화연의 몸을 적시고 얼굴까지 튀었다.

“닦을 물을 들이라 하겠습니다.”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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