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묶어라. -->
“안 된다!”
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라니, 죽기보다 더한 수치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현은 후희를 즐길 시간도 없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지 않았느냐!”
처음에는 그리도 어렵던 말이 이제 술술 나온다. 화연은 그것이 무척이나 뿌듯하여 손수건을 꺼내와 얼굴과 몸을 닦고 현의 몸도 닦아주었다.
“... 이제 손을 풀거라.”
“저는 하룻밤에 최소한 세 번씩 당했는데요.”
“미안하다 했느니.”
“그것과는 또 별개지요.”
조금 전에 파정하여 한껏 예민해진 보주가 화연의 입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현이 괴로운 신음을 내뱉았으나, 남근이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하윽, 그만... 황명, 황명이다.”
“소녀가 황명 어겼다고 잡아가라 해 보세요. 감히 폐하를 묶어놓고 희롱했다고.”
맹랑하게 대꾸한 화연이 다시 보주를 입에 넣고 아래위로 왕복하다가 별안간 빼내었다. 왜, 왜? 현이 눈을 뜨고 안타깝게 화연을 보았다. 아까는 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왜 그만두냐는 눈빛이다. 그런 현의 입술 앞에 요망한 입술이 들이대어지며 난감한 질문을 던졌다.
“월화궁 다녀오셨지요?”
“그것이… 왜.”
“금일 또한 아무 일도 없으셨습니까?”
황망한 시선이 텅빈 벽을 향하며 입이 다물어졌다. 그냥 없었다 하면 될 일을, 아니. 당당하게 응, 나 황은 주고 왔다. 해보았자 지가 무얼 어찌할 것인가. 그런데도 왜 이리 말을 돌리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폐하가 싫어요.”
다문 입술을 빨아들이며 한번 콱 깨문 화연이 중얼거렸다.
“무섭고 두렵고 징그럽고, 그저 다 싫습니다.”
명확한 거부의 말에 현의 눈빛에 다시 광기가 스쳐지나갔다.
“헌데, 다른 여인을 안는 것은 더 싫습니다. 어찌하지요?”
화연이 손톱을 세워 땀에 젖은 날가슴을 긁어내렸다. 이미 곳곳에 붉은 흔적이 남아 있건만, 더욱 많이 새겨서 다른 여인들이 건드리지도 못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한 연유로 손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 보주를 움켜쥐고 조심스럽게 음부로 밀어넣었다. 이 색정적이기 이를 데 없는 황제를 멋대로 괴롭히다보니 저도 모르게 아래는 축축한 상태. 허나 양물이 반쯤 삼켜지자 또다시 치고드는 통증이 그녀를 멈춰세웠다.
“하아… 앗!”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던 화연이 달뜬 신음을 뱉어내었다. 가만히 있는가 싶던 현의 허리가 갑자기 위로 치닫으며 내벽을 깊숙히 쑤셔온 탓이다.
화연이 어쩔 줄 모르며 눈앞에 펼쳐진 가슴팍을 짚고 신음하는 동안 그 허릿짓은 점점 빨라져 아픔과 함께 온몸을 덮치는 쾌감을 한껏 끌어당겼다. 양물이 내려갔다가 다시 솟아오를 적마다 눈앞이 번쩍거리며 주체할 수 없는 교성이 흘러나오더니,
“하읏, 폐하! 하아, 아… 흐으응!”
별안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내벽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그 감각은 순식간에 온몸을 덮었다가 사그라들고, 정신을 차렸을 때 화연은 덜덜 떨면서 현의 넓은 가슴에 무너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폐하… 방금 이거… 뭐에요…?”
“이거 풀어주면 말해주겠다.”
“안 돼요.”
“왜?”
“또 아프게 할거잖아요.”
“절대 안그러겠다. 약속하마.”
의심을 가득 담은 눈길이 현을 한번 쓸었다가 드디어 하얀 매듭에 고정되었다. 몇 번이나 단단하게 묶은데다 현이 힘주어 흔드는 바람에 더욱 꽉 물려버려 푸는 것도 쉽지가 않다. 화연이 끙끙대며 애쓰는 것을 바라보던 현은 한숨을 쉬며 턱짓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진 흑룡포를 가리켰다.
“저거. 왼쪽 소매를 뒤져보아라.”
화연이 시키는 대로 소매를 뒤적여 보니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작지만 날카로운 단도. 황제의 눈 앞에서 칼을 드는 것은 반역에 해당되는 중죄이다. 그를 잘 아는 화연이 흠칫 놀라며 칼을 내려놓았으나 침착한 목소리가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괜찮다. 내가 윤허했으니. 그것으로 잘라라.”
지키는 이조차 없는 방, 손이 묶인 황제, 그리고 칼. 당장 화연이 그 칼로 목을 찔러온다 해도 막을 방편은 없다.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 작금 현이 그녀에게 맡긴 것은 바로 황제의 목숨인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화연의 마음 속에서 금이 갔던 벽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그럼 자를께요.”
현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조금은 시간이 걸렸으나 어쨌든 매듭은 잘려나갔다. 그 순간.
“꺄악! 안 하신다면서요!”
“아프게 안 한다고 했지.”
그대로 화연의 양어깨를 침상에 누른 현이 입으로 침의를 풀어내고 아까부터 눈앞에 아른거리던 젖가슴을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달큰한 향에 한입 깨물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초인적인 노력으로 눌러 참고 그저 부드럽게 유실을 혀로 어루만지니, 따끔한 감각 뒤에 간질간질한 쾌감이 화연을 덮쳐온다.
"하...."
"아프면 말하여라."
대답이 없기에 혹시나 싶어 만져본 아래가 아직 촉촉하다. 만지는 김에 계곡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꼭꼭 숨어있는 구슬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 천천히 돌리자 화연의 입이 벌어지며 숨을 할딱거리기 시작했다. 현은 아직 파정하지 못한 양물을 한 손으로 잡고 울컥 솟아나오는 애액을 발라 조금씩 안으로 밀어넣었다.
“하응, 폐하아....”
한번 들어갔던 보주는 두 번째에 더욱 손쉽게, 하지만 천천히 조심스레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만져지는 구슬은 애액을 줄줄 흘려내며 침입자를 재촉한다. 이윽고 보주가 끝까지 삼켜지자 현이 몸을 낮추어 조그만 귓볼을 입에 살짝 물고 속삭였다.
“이제 움직이겠다. 지금 아픈가?”
도리도리. 화연이 고개를 젓자 몸 속 가득히 채워졌던 양물이 빠져나가는가 하더니 다시 쑥 들어왔다. 이미 절정을 맛본 내벽은 그 동작 하나하나에 세차게 떨리며 마치 살아있는 듯 양물을 움켜쥐고 빨아당겼다.
“아, 흐윽, 폐하, 폐하!”
처음에 조심스럽게 시작된 허릿짓은 이내 화연의 떨림에 반응하여 자신감을 얻고 제멋대로 내벽 곳곳을 빠르게 자극했다. 온몸에 번개가 내려치는 쾌감은 비단 화연의 몫만은 아니다.
화연이 아까보다 더 큰 절정에 비명과도 같은 교성을 흩뿌리며 허리를 뒤로 휘고 파르르 떠는 순간 퍽퍽대는 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양물을 박아넣던 현 또한 크윽, 신음을 긁어내리며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 파정했다.
“하아… 화연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늘어진 채 가쁜 숨을 내쉬는 화연의 입술에 지친 듯 달콤한 입맞춤이 와 닿았다. 현이 부드럽게 입술을 핥자 화연 또한 힘겹게 눈을 뜨고 그를 응시한다. 자연스럽게 타액을 받아삼키는 도톰한 입술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현의 눈꼬리가 휘어지며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웃음을 띠었다.
“아팠느냐?”
“조금… 그래도 좋았어요.”
드디어 돌아왔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눈 동그랗게 뜨고 말하던 여인이. 현은 피식 웃으며 땀에 젖은 조그마한 머리를 품에 보듬어 안고 쪽, 입을 맞춘 뒤 그대로 따스한 미소를 문 채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