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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42화 (42/152)

<-- 혜국의 달 -->

"술을 더 가져오너라."

"폐하... 신첩은 이제...."

벌써 두 병째의 술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윤 재인은 눈이 완전히 풀린 채 스러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들고 현을 말렸다.

"생각보다 술이 약하군. 짐은 술동무가 되어줄 수 있는 여인을 원하는데."

"아, 아닙니다. 폐하. 이보아라, 술을 더 들이거라."

참으로 다루기 쉬운 여인이군. 현은 비웃음을 다정함으로 포장하여 빙그레 웃었다.

"폐하, 술 들이옵니다."

"놓고 나가라. 윤 재인이 짐을 뫼실 것이니 지금부터 이곳 가까이는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

허리를 깊이 수그린 궁녀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세 병째의 술은 속절없이 윤 재인의 술잔에 가득 채워져 찰랑거렸다.

"자, 들거라."

윤 재인은 애써 숨을 가다듬으며 현이 따라준 술을 남김없이 삼켰다. 그러나 이미 한 병을 모조리 비운 윤 재인에게는 그 한 잔마저 무리였던 모양. 그녀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자마자 그대로 무너져 뒤에 기대었다.

"윤 재인."

혹시나 모르니 현은 잠시 윤 재인을 지켜보다가 어깨를 살짝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어떠한 부름에도 그녀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축 늘어진 몸을 안아올려 침상에 뉘였다.

"윤 재인. 자느냐?"

마지막으로 귓가에 대고 윤 재인을 불러보았으나 그저 규칙적으로 내쉬는 숨소리만이 화답할 뿐,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의복을 하나하나 벗겨내어 주변에 어질렀다.

화연보다 젖가슴은 조금 크고, 엉덩이 또한 더욱 풍만하며 그에 비해 쏙 들어간 허리는 한손에 잡힐 듯 갸냘프다. 등잔불 아래 드러난 젊은 후궁의 나신은 이리도 아리따웠으나 현은 별 감흥이 없는 듯 심드렁하게 그녀를 내려다볼 따름이었다.

"참, 별짓을."

현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으나 곧 풍만한 살덩이 위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 입이 지난 자리마다 붉은 꽃자욱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부드러운 젖꼭지를 입안 가득히 물고 세차게 빨아당겼다.

주인이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몸은 충실히 반응하여 이내 젖꼭지가 단단하게 일어섰다. 양쪽 유두를 그렇게 자극하여 단단하게 만든 뒤에는 손가락으로 거칠게 꼬집어 그 끝을 사정없이 비볐다.

"으음...."

윤 재인이 그 자극에 괴로운 듯 움찔하며 신음을 흘렸으나 잠에서 깨어나지는 못하였다. 애초에 사내도 반 병을 비우기 힘든 독한 술을 들이지 않았던가. 현은 유두 끝이 금방이라도 벗겨질 정도로 빨갛게 달구어지자 드디어 그것을 놓고 양 젖가슴을 손에 쥐었다. 사내의 힘으로 힘껏 쥐어짜고 나니 연한 살갗에는 이내 벌겋게 손자국이 올라온다.

그러나 처녀나 다름없는 비부는 전혀 젖어들지 않았으니, 주변을 둘러본 현은 먹다 남은 술을 가지고 와 부드러운 거웃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천천히 흘려 음액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을 흠뻑 젖은 비부 전체에 문질러 부어오르게 만들다 보니 세상 모르고 쓰러져 잠든 여인이 좀 안쓰럽긴 하다.

"어쩔 수 없었다. 잘 해낸다면 큰 상을 내리마."

현은 들리지도 않을 말을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좁은 비문 속에 손가락 세 개를 거칠게 쑤셔박았다. 잘 들어가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쑤셔넣어 세차게 앞뒤로 움직이다가 그곳이 충분히 넓어졌다 싶을 적에 다시 빼었다.

치밀하게도 새하얀 허벅지에 손자국 두 개를 또 새겨넣고 나니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현은 한숨을 쉬며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남근을 꺼내 쥐었다.

"하아...."

술을 저가 마신 듯 축 처져 있던 그의 분신은 눈을 감고 화연을 떠올리자마자 빠르게 부풀기 시작했다. 감은 눈 앞에 있는 화연이 그 요망한 능라옷을 입고선 천천히 다가온다. 꽉 동여맨 가슴은 탄력있게 솟아 아슬아슬하게 유두를 가리고 있고, 걸을 적마다 다리 사이로 음부를 가리는 둥 마는 둥 하는 앙증맞은 속곳이 슬쩍슬쩍 존재감을 드러낸다.

드디어 눈 앞까지 다가온 화연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옷을 하나하나 벗어내렸다. 상상 속 현은 옷이 다 벗겨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먹이를 사냥하듯 화연을 채어 침상 위에 내동댕이쳤다. 양 옆으로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고 끝없이 흐르는 샘물을 받아마시다가 번들거리는 남근을 쑥 집어넣었다. 흐읏, 꽉 다문 이 사이로 억눌린 신음을 흘림과 동시에 넘치도록 나오는 씨물을 모조리 화연의 몸 속에 쏟아부었다.

"헉, 헉...."

가쁜 숨과 함께 현이 다시 눈을 떴다. 인생 두 번째 수음이었건만 화연을 떠올린 그 행위는 생각보다 짜릿하고 마음에 드니, 이제 적응까지 하고 있는 것인가. 피식 웃음을 떠올린 입가에서 어쩐지 들뜬 듯한 중얼거림이 낮게 흘러나왔다.

"요망한 계집 같으니."

죽은 듯 누운 여인의 나신에 저가 뱉어낸 씨물이 범벅된 모습은 가히 자극적이었으나 그에게만은 그렇지 않았다. 현은 마치 청소하듯 그것을 대충 쓸어 윤 재인의 거웃 사이사이에 바르고 손에 묻은 것을 이불에 문질러 닦아내었다. 이것으로 할 일은 끝났다. 침상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온 그의 발이, 복도 끝에 시립한 상궁 앞에 잠시 멈추어 섰다.

"네 주인께서 지쳐 잠이 드셨으니, 깨우지 말고 푹 주무시게 하여라."

"예, 폐하."

이제 침전으로 돌아가면 진짜 화연이가 있겠지. 현은 조금 전 그린 듯한 미소와는 전혀 다른 밝은 웃음을 물고선 서둘러 그의 보물이 잠들어 있는 황제궁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

"아윽... 밖에 누구 없느냐?"

"예, 재인마마."

"꿀물을 가져다 다오."

머리를 쥐어짜는 숙취 속에서 간신히 눈을 뜬 윤 재인은 궁녀가 가지고 온 시원한 꿀물을 꿀꺽꿀꺽 마시고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기억을 더듬던 윤 재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것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군데군데 남은 붉은 자국과 쓰라리도록 부어오른 유두. 게다가 비부에는 아릿한 통증과 함께 끈적한 액체까지 범벅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냄새는....

"감축드리옵니다, 재인마마!"

"감축드리옵니다!"

후궁이 제 처소에서 황은을 입다니, 현이 즉위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민망함보다 기쁨이 더 큰 궁인들이 앞다투어 축하의 말을 건네는 동안 윤 재인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밤 사이 무언가 야릇하고 아픈 느낌에 문득문득 잠을 깨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황은이다. 정녕 황은을 입은 것이다.

"폐하께서 나가시며 명하시길, 마마께오서 깊이 잠드셨으니 아침이 되어도 깨우지 말라 하셨사옵니다. 정녕 마마를 깊이 총애하심이 아니겠사옵니까?"

상궁의 말은 그렇지 않아도 둥둥 뜨는 윤 재인의 기분을 하늘 높이 날려보내었다.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으려 심호흡을 하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 목욕물을 준비하라 일렀다.

다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간밤에 폐하께서 저를 어찌 안으셨는지 그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으니, 그것 하나 아쉽다. 다음번 또 찾아주시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윤 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의를 걸치고 목욕간으로 향했다.

**

한편, 황제궁에서는.

"천천히 먹어라, 화연아."

지나치게 먹지 아니하여도 문제, 이리 급히 먹어도 문제. 현은 안절부절 화연의 코 앞에 물잔을 들이대고 멀리 떨어진 찬을 당겨놓으며 시중을 들었다.

"헤하, 나 히허 더 어흐해혀."

"이것을 더 먹겠느냐? 전 상궁, 수라간 가서 육전 더 가져오너라!"

입안 가득 음식을 오물거리는 화연이 개떡같이 말해도 현은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새벽 일찍 들어오던 조수라 또한 화연이 일어나는 시각에 맞추어 반 시진이 늦어졌다. 그리 오물오물 냠냠 아침을 맛있게 먹은 화연은 현이 건네는 물을 받아마시고 후우,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었어요, 폐하."

"나 또한 맛이 좋았느니."

누군가와 함께 마주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이리 즐거운 일인 줄 미처 몰랐다. 화연의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절로 배가 부르고 함께 먹는 그 무엇도 넘치도록 맛이 좋다. 현은 싱긋 웃으며 하얀 수건으로 화연의 입가를 톡톡 닦아주었다.

"헌데, 폐하."

"단것을 내오라 할까?"

끄덕끄덕. 화연이 기쁜 낯을 하자 입이 귀에 걸린 현은 서둘러 수라를 내어가고 단 것을 들이라 명했다. 상궁들은 놀라운 속도로 수라를 치우고 그 자리에 꿀에 졸인 과일과 당과, 함께 마실 차까지 올려놓았다.

"차를 우리겠나이다."

"아니아니, 놓고 나가보거라."

"하오나...."

"어허. 나가보래도."

현은 직접 끓인 차를 화연에게 주고 싶었다. 허나 황자로 나고 태자로 자라 황제가 된 현이 차를 다루면 얼마나 잘 다루겠는가. 영 미덥지 않은 그 손길을 바라보던 화연이 현의 손에서 다구를 빼앗아 들었다.

"제가 할게요."

"아니 된다. 뜨거운 물은 위험하다."

"하지만...."

화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모로 들어 현을 올려다보았다.

"제가 끓여드리고 싶은걸요."

현은 이제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는 노력조차 않는다. 화연이 가져간 다구들은 우아하게 움직여 곧 두 잔의 차를 곱게 우려내었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기와 말간 빛깔에서 화연이 차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네 다도 솜씨가 일품이로구나."

"규방에서 늘 하는 일이라는 게 이런 것인걸요."

화연은 살짝 웃고는 입에다가 당과를 하나 쏙 집어넣었다. 입안이 아릴 정도로 달달한 그것이 다 녹아 목으로 넘어간 후에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식후에는 단 것과 차가 최고라 생각하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옆얼굴이 영 따갑다.

"안 드세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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