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두 얼굴-48화 (48/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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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대로 말해 주세요. 폐하께서 하시는 일, 모두 다 알고 싶어요."

현이 팔에 힘을 주어 화연을 끌어안고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가 그를 점령해가는 동안 방금 그가 들은 말을 생각했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화연은 여전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후궁 하나가 회임을 했다. 태후의 세력이지. 만일 황손을 생산한다면, 태후 쪽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피바람의 씨앗이야."

"독사인가요?"

영리하구나. 현은 화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태후 또한 그를 알기에 후궁을 자신의 영역에 숨겼다. 해서 나는, 다른 후궁을 그곳으로 보내 회임한 후궁을 없앨 계획이다."

현이 걱정했던 것처럼, 화연은 그를 괴물 보듯이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긴 속눈썹을 몇 번 깜빡거릴 뿐.

"어째서 처음부터 말해주시지 않았어요?"

"무서웠다. 회임한 여인을 죽이겠다고 하면 겨우 나를 봐주는 네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릴까봐. 나를 괴물이라 생각할까봐."

그래도 최소한의 도덕적 관념은 있는 모양이다. 화연은 그것을 신기하게 여기며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말만 죽인다 하시지, 정말 죽이지는 않는 것 알아요. 허니 그리 마음먹으셨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죠. 그걸 말해주세요. 만일 황자가 태어나면 태후께서 어찌 하시는데요?"

밤처럼 깊은 눈동자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 아마, 무슨 짓을 해서든 나를 밀어내려 하겠지. 혹은 암살하거나."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그 말은 화연을 조금 놀라게 만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천자를 밀어내거나 암살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명분이 없잖아요. 무슨 명분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죠?"

"명분은 만들기 나름이다. 세 사람의 혀가 모이면 못할 일이 없지. 하여 나는 지금까지 그들이 모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시켜왔는데, 이제 와 네가 나타난 것이다. 네가 바로 경국지색이구나. 나라를 기울게 할 여인."

"그래서, 태후궁에 보낼 후궁마마와...."

지난번 현이 굴에 숨어들어간 독사를 잡는 법을 물었을 때, 다른 뱀을 들여보내라 한 이가 바로 자신이었다. 왜 하필 그런 말을 했을까. 이리 속상한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아니했을 터인데.

"허나 합... 후우. 합궁은 하지 아니했다. 정말이다. 다만 그 후궁을 재우고 흔적을 좀 만들어 놓았을 뿐이지. 일어나면 착각하도록."

현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밉다. 이리 미운데 어찌 싫어할 수가 없을까. 화연은 천천히 팔을 들어올려 현의 목에 감았다. 빼앗기고 싶지 않다. 다른 여인을 안고 그 위에서 은애를 속삭이는 현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치솟았다. 처음으로 느끼는 격한 감정이 화연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흣...."

아까부터 잔뜩 일어서 있던 양물은 화연이 옥문에 그것을 맞추자마자 안으로 부드럽게 빨려들어갔다. 잠시 숨을 몰아쉰 그녀는 현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현이 자신을 씹어먹고 싶다 했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며.

"폐하, 하읏... 저는... 싫어요. 폐하께서 필요하시다 해도... 하... 다른 여인을 찾으시는... 아흣, 그건... 싫어요."

신음이 섞인 화연의 목소리는 미칠 듯이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까지. 현은 당장에라도 탱탱한 나신을 엎어놓고 마음껏 허리를 쳐올리고 싶었으나, 지금 제 몸 위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화연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에 그리하지 않았다.

"네가 싫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마."

부드럽게 움직이던 허리가 멈추었다. 그러면서 또 삐죽 내밀어지는 입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가만히 있는 중에도 잔뜩 피가 쏠린 보주는 스스로 꺼떡거리며 다음을 재촉했다.

"화연아."

"잠시만요."

"방법은 나중에 좀 찾으면 안 되겠느냐?"

결국 현은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젖가슴을 덥석 베어물었다. 쉴새없이 빨아들이는 유두가 달큰하게 입 안에 감겨든다. 화연의 숨결이 가빠오는 것을 기분좋게 느끼며 한 손으로 나머지 젖가슴을 쥐고 거칠게 주무르던 현이 하윽, 신음을 삼켰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세류요가 갑자기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 으흑...!"

뜨거운 물이 파도를 일으키며 화연의 움직임을 방해하니, 현은 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화연을 돌려세우고 자신을 괴롭히는 옥문에다 있는 힘껏 양물을 박아넣었다. 통통한 엉덩이에 사타구니가 부딪힐 때마다 물 튀는 소리가 요란하다. 현의 움직임이 거칠고 빠를수록 화연은 더 큰 쾌감을 느끼며 목욕통 가장자리를 잡고 버티었다.

"다른 여인은 안을래야 안을 수 없다. 이것은 너만을 원하니까."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두 사람의 몸은 꼭 맞았다. 파정이 임박한 양물이 더욱 커지며 질구를 한 구석 남김없이 꽉꽉 채워 찔러대는 느낌에 화연의 눈앞이 번쩍거리며 통제할 수 없는 교성이 입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아... 아아, 폐하, 폐하!"

"하윽... 화연아."

절정의 순간을 맞이한 내벽이 세차게 양물을 빨아당기며 진동하자 현 또한 더 참지 못하고 파정을 맞이했다. 그에게 있어 파정보다 더 큰 쾌감은 다름아닌, 화연이 그를 먼저 원해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인의 투기가 이렇게 짜릿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숨을 헐떡이며 양물을 뽑아낸 질구가 움찔거리며 방금 받은 씨물을 투명한 물 속에 뚝뚝 떨어뜨렸다.

"폐하."

정신을 차린 화연이 돌아서며 탄탄한 가슴에 폭 안겨들었다.

"제가 이름 썼잖아요. 폐하는 제 것이니까, 아무한테도 못 빌려줘요."

조금 사그라들었던 흥분이 제 것, 이라는 말에 다시 거세게 현의 머릿속을 정복했다. 그가 투명한 어깨를 잘근잘근 씹으며 화연을 데리고 당장 침전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제 말을 이어갔다.

"저만 보세요. 저만 은애하고 제 말만 들으세요, 폐하."

***

"그래서, 생각은 해 보았느냐?"

화연이 제대로 목욕하지 않은 목욕간에서 나와 옷을 챙겨입자 장난스러운 물음이 날아들었다.

"네."

그 와중에 생각을 했단 말이지. 현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왔으나 티는 내지 않았다.

"뭔데?"

"잠행 나가요, 우리."

"안 된다."

한 마디로 거절하며 표정이 딱딱해지는 현을 본 화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아직 옷을 완전히 입지 않은 그의 가슴에서 자신이 새긴 글자를 발견했다.

"절대 도망 안 갈께요."

"저녁까지 생각해 보마."

밤새 잠을 설친데다 아침부터 격한 교접에 완전히 지쳐버린 화연은 침전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덕에 현은 모처럼 집무실에 틀어박혀 밀린 일을 해결할 수 있었으나 고개를 들면 눈앞에 있었던 그녀가 보이지 않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져, 결국은 잠시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감아야만 했다.

"폐하, 옥체 미령하시나이까."

"잠을 좀 설쳤소."

"허면 금일 석강은...."

"취소."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리는 현의 대답에 우승상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황제가 일을 대충 할 수록, 숨겨놓은 계집에게 푹 빠져들수록 좋다. 그 계집을 잃은 막내아들이 폐인이 되었듯, 황제 또한 폐인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모이고 쌓여 결국 민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황제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대신 석강시간 전까지 예 있는 일은 모두 해결해야 할 것이오."

번쩍 눈을 뜬 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두루마리를 읽고 옥새를 찍거나 집어던졌다. 그래, 화연이 잠행 가자 하였겠다. 도망만 가지 아니한다면 못 갈 이유는 없다. 그녀가 원하는데 무엇을 망설일까. 낮것상까지 집무실에서 대신들과 어울려 대강 해결한 그는 해가 지기 전 아슬아슬하게 쌓인 서류들을 모조리 치울 수 있었다.

"퇴청!"

퇴청하시오, 이 말도 길다. 단 두 글자를 던져놓은 현은 황급히 일어나 침전으로 향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집무실에 박혀 있는 동안 화연에게 무슨 일은 없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아니, 그 동안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의 불안감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조그만 방에서 서책을 읽고 있던 화연이 문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일찍 오셨네요?"

"하아, 화연아."

현이 다급하게 화연을 끌어안았다. 있다. 그 자리에 있었다. 낮 동안의 걱정과 괴로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흑룡포를 누구에게도 주어버리고 화연과 함께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꼭 산이 아니라도 좋다. 이 숨막히는 황궁과 늙은 대신들이 아닌, 온전히 그녀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았다.

"나가자. 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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