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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61화 (61/152)

<-- 이 안에, 다른 사내가 들어갔었느냐. -->

"그게... 중요한가요?"

화연이 차가워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묻는 말에만 답해라."

"먼저 말해주세요. 폐하에게 그것이 그리 중요한가요?"

현의 눈빛 또한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니다, 그런 적 없다. 그저 여기서 폐하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리 말해주길 바랬는데. 설령 그 대답이 거짓이라 하여도 괜찮았는데.

"중요하다."

"... 들어갔으면요."

새카만 눈동자가 원망과 두려움을 가득 담고 그를 향한다. 그것은 현이 차마 마주보지 못하여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대답을 종용했다.

"제가 더러운가요? 제가 싫어지셨나요? 저를 버리실 건가요?"

현의 말문이 탁 막히었다. 더럽지도, 싫지도 않다. 하물며 버리다니. 그런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화연은 그 당황스런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가세요. 폐하께 중요한 것이 제가 아니라 순결이라면, 가서 순결한 다른 여인이나 찾으세요."

"화연아."

"부르지도 마세요!"

현이 안타까이 쥔 손목을 휙 뿌리친 화연이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황궁에 회임한 여인만 둘이라면서요! 폐하는 되고 저는 안 되나요? 폐하는 천자고, 저는 첩지조차 없는 노리개에 불과하니까?"

"그래, 너를 만나고 딱 한번 정치적인 연유로 황은을 내린 적이 있다. 허나 그 뒤로는...."

"태후는요!"

화연이 꺼낸 단어에 현의 머리 꼭대기가 서늘해졌다. 너무 끔찍해서, 다시는 꺼내고 싶지도 않았던 기억.

"네가 어찌... 그걸...."

"봐요.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잖아. 왜 저한테는 답하라 하세요?"

"하, 젠장할."

거친 말과는 다르게 현의 팔은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화연을 품에 단단히 가두고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았다. 여전히 먹과 난이 뒤섞인 부드러운 체취가 화연을 가득 채웠으나 그것은 이제 전과 달리 그녀를 편안하게 해 주지 않았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미약이었다. 아주 독한. 내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 허나 그 뒤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

화연의 기억 속에 마지막 순간, 무어라 외치는 현의 목소리와 함께 요란한 소리가 났었던 것이 떠오른다. 화연이 발버둥을 멈추자 조심스럽게 팔을 풀어낸 현이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그 몸을 본 화연의 눈이 놀라움과 슬픔,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미약에서 깨어나려면 그보다 더 강한 고통이 필요하다."

나직한 목소리를 꿈결처럼 들으며 떨리는 손을 들어 드러난 맨살 위에 얹는다. 예리한 것에 베인 상처, 찔린 상처, 심지어 불에 덴 상처까지. 분명 화연이 떠나올 때는 없었던 새로운 상처들이 현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다른 사내와 몸을 섞었는지, 그것이 중요하냐 물었지. 내게는 변함없이 중요하다. 너의 마음, 너의 몸, 네 머리카락 하나까지 모두 나만의 것이고 싶다. 또한 나 역시 너만의 것이고 싶다."

현이 처음 마음을 고백하던 날처럼, 꾸밈없는 목소리에는 진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화연은 고개를 들어 현의 눈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지금 말고... 나중에. 나중에 말해도 되나요?"

"네 마음이 내킬 때."

"제가 무어라 말씀드려도...."

"너를 변함없이 은애한다."

두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화연이 정신없이 빨아들이는 타액에서 그리운 맛이 난다. 현의 손길에 의해 기껏 입었던 옷들이 다시 바닥으로 나풀나풀 떨어지고, 어느 새 침상에 누운 화연의 다리마저 양 옆으로 벌어졌다.

"그리 보지 마세요...."

정염 가득한 눈길이 탐욕스럽게 비부를 훑자 화연이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렸다.

"여기는 생각이 다르지 않느냐."

현이 분홍빛으로 반들거리며 사내를 유혹하는 음부에 입술을 갖다대고 중얼거렸다. 그 진동만으로 화연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허리가 꿈틀거린다. 혀를 내밀어 도톰한 속살을 한 차례 핥은 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밖에 누구 있느냐."

"폐하!"

화연이 화들짝 놀라 그의 입을 막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예, 폐하."

"소셋물 들이거라."

워낙에 조그마한 집이라, 그 목소리는 그나마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병사들의 감시를 받고 있던 은호에게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 그러시오."

급작스런 명에 우물이 어디 있는지, 물은 어찌 데워야 하는지 허둥지둥하던 병사들은 그의 말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은호는 부엌으로 들어가 물 끓이는 솥을 열었다. 아침에 데워둔 물이었으나 아직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옆에 있는 대야를 한 번 헹구고 그 안에 다시 따뜻한 물을 채워 새하얀 영건과 함께 밖으로 내어갔다. 아침 저녁으로 부인에게 가져다 주던 소셋물을 마지막으로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소셋물 들이옵니다."

밖에서 들려온 은호의 목소리가 화연을 흔들어 놓는다. 현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이불을 들어 화연의 머리 끝까지 씌워놓고 직접 일어나 문을 열었다.

"네게 시킨 것이 아니다."

"송구합니다. 병사들이 집안 살림을 알지 못하여 그리 되었나이다."

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베어버릴 듯한 눈빛이 스쳐지나갔으나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현은 거칠게 문을 닫고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깨끗하게 씻어 영건으로 닦았다.

"뭐 하세요?"

"계속 산을 뒤졌다. 손이 더럽다. 네 몸은 깨끗하고."

"대체 뭘 하시려고...."

"이렇게."

아흑, 말이 끝나자마자 화연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렀다. 이불 안으로 불쑥 들어온 현은 보이지 않는데 눈 앞에서 별만 번쩍거린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쉴새없이 몰아치는 쾌감에 연신 허리가 들썩이며 어느 새 화연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한 손으로는 허전한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읍... 흑...."

혹여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꾹꾹 억누른 신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밖에 있을 그 자식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죽이겠지만, 죽이기 전에. 유치하게도 이 여인이 누구의 여인인지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

계속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비부 위를 왕복하며 음핵을 자극하던 손가락이 불쑥 옥문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어디를 어찌 하면 가장 격하게 느끼는지 너무나 잘 아는 손끝은 끝을 약간 휘며 가장 안쪽을 꾹 눌렀다 떼고, 위로 휘어오른 허리가 바닥으로 내려앉기 전에 다시 눌렀다.

매끈한 질벽이 손가락을 꽉 물고 점점 조여온다. 찔걱대는 소리에 맞춰 부드럽게 음핵을 물고 혀끝으로 감아 살짝살짝 빨아들이니 얼마 가지 않아 더 버티지 못한 교성이 울먹이는 소리에 섞여 만족스럽게 터져나왔다.

"아, 아흑, 폐하, 그만, 그만요!"

"이것이 꽉 물고 놔주질 않는데."

짐짓 여유로운 체 농을 걸지만 현의 얼굴 또한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이불 안을 가득 채운 더운 공기와 화연의 체취, 음란한 냄새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화연이 이불을 걷어내는 순간 짐승처럼 그녀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곧장 그 안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화들짝 놀란 화연이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조였으나 그것은 되려 현을 더 깊이 밀어넣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흑... 폐하, 그만요, 그만. 여기서는...."

"여기서 뭐."

현은 애타게 도리질을 하는 화연을 깨끗하게 무시하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가는 지금 당장이라도 파정할 것만 같았으므로. 양물을 꺼낼 듯 뒤로 빼었다가 다시 천천히 끝까지 밀어넣고, 오물거리는 내벽이 그의 것을 꽉 물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멈춘다.

화연은 미칠 것 같은 와중에서도 조금 전 소셋물을 가져오던 은호의 목소리에 죄책감을 느끼며 힘껏 그를 밀쳐내었다. 그가 이 침상에서 자신과 나란히 누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들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황궁에... 아읏! 황궁에 가서...."

"황궁에 가서는 또 그때고. 나는 지금 당장 너를 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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