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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계집이니 네가 선택해라. 눈 앞에서 다른 사내와 교접시킬 것인지, 살을 베어낼 것인지."
"미친 새끼."
"벌써 십 년도 더 전에 뒤졌어야 할 새끼가 말이 많군."
제운이 더 말을 하지 않고 버티자 태후를 주무르는 손길은 두 개로 늘어났다. 한 명이 손가락을 입 안으로 밀어넣자 태후는 그것이 양물이라도 되는 듯 허겁지겁 삼키고 빨아들인다.
그림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 그녀는 온몸으로 절정했다. 처음에 옷을 잘라낸 그림자가 빨갛게 부어오른 젖꼭지를 거칠게 물어뜯었다. 아아흑, 태후가 다리를 움찔대며 신음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운이 별안간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딴 식으로 더럽게 나오겠다? 시팔, 그래, 마음대로 해봐. 나는 벌써 네 계집 맛본 지 오래이니."
"뭐?"
"겁간했다. 네 계집도 내가 겁간했다고. 크큭, 비명도 못 지르고 질질 짜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지금까지 여유가 넘치던 현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거짓.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 년은 왜 눈을 안 감냐. 아, 이름도 써 놨던걸. 현."
"저 새끼, 눈 못 감게 해라."
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단히 잠겨 있던 창살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 그림자가 제운의 눈을 억지로 잡아 벌렸다. 현은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천천히 태후를 묶은 포승줄을 풀고 남아있던 옷을 모두 찢어 내렸다.
"똑같이 해 줘라."
더러운 지하 감옥과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나신이 핏자국 가득한 의자 위에 힘없이 엎어졌다. 그림자가 꺼내든 양물이 번들거리며 축축히 젖은 옥문에 깊숙히 쑤셔진다. 고요한 감옥 안에 철벅거리는 소리와 쉴새없이 내지르는 태후의 교성만이 울려 퍼졌다. 벌겋게 달아오른 제운의 눈은 그 모든 장면을 하나도 남김없이 보아야만 했다.
"그만. 잠시 멈춰라."
현의 명에 따라 뒤에서 박혀오던 양물이 동작을 멈추자 태후는 채워지지 않은 괴로움에 온 몸을 비틀었다. 아, 제운, 빨리. 아무리 해도 불러지지 않았던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으나 이미 제운에게 기쁨을 선사하기에는 늦었다.
"찌를까, 더 할까."
"시팔, 더러운 새끼야!"
"더 해라."
투기심과 이기심, 그간 한결같이 품어온 은애지정이 제운의 머릿속을 쉴 새없이 휘젓는다. 그의 모든 것. 존재의 이유였던 주군마저 버렸으나 가질 수 없었던 여인. 그래, 어차피 가지지 못할 바에는.
"찔러. 개새끼야. 찌르라고."
"잡아라."
눈 깜짝할 사이 바지를 추스린 사내가 태후를 거칠게 의자에 앉히고 몸을 제압했다. 현은 제운을 똑바로 노려보며 새하얀 허벅지에 단도를 푹 꽂아 넣었다.
"우으윽!"
단단히 틀어막혀진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오고, 솟아오른 피가 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흐른다. 현이 비릿하게 웃고 단도를 반 바퀴 돌려 빼냈다. 그 고통에 미약에서 깨어난 태후의 눈은 제일 먼저 눈 앞에서 그녀를 응시하는 제운을 보고, 그 다음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도를 든 현을 보았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태후마마."
"우읍! 으읍!"
"나는 그저 즐거움을 안겨 드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저기 있는 저 자가 그냥 찔러달라 하더군요. 참으로 대단한 수족을 두셨습니다."
현이 눈짓하자 태후의 입을 틀어막았던 그림자가 손을 떼었다.
"크윽... 황상, 감히...!"
"훔쳐간 내 여인은 이미 돌려받았습니다. 이제 그간 행하신 그대로 돌려받으셔야지요."
***
"폐하께선 어디 가셨나요?"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 침전을 나가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는다. 화연은 넓디넓은 침상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 옆에 선 전 상궁에게 부질없이 물었다. 그리고 그녀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침전의 문이 벌컥 열리며 현이 달리다시피 뛰어들어왔다.
"폐하!"
힘껏 화연을 끌어안는 현의 몸에서 더 이상 먹이나 난향은 나지 않는다. 오래된 곰팡이 냄새, 그을음과 먼지의 냄새, 그리고....
"다치셨나요?"
진한 피비린내가 난다. 현은 대답 대신 화연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새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겁간하였다. 제운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지독하게 따라붙었다.
그 때 화연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얼마나 울고, 얼마나 저를 찾았을까. 헌데 정작 자신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다른 사내가 들어갔었냐, 그 따위 질문을 말이랍시고 던졌다. 단도가 태후의 심장이 아니라 현의 심장에 가 박힌 듯, 주체할 수 없이 쿡쿡 쑤셔왔다.
"미안하다. 내가...."
"무슨 소리세요, 폐하."
"더럽지 않다. 너를 여전히 은애한다. 절대 더럽지 않다. 화연아, 네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정신나간 듯 중얼거리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았다. 숨이 막혀 바둥거리던 화연의 몸짓이 뚝 멈추었다. 생각조차 하기 싫던 그 날의 기억이 다시 온 몸을 짓뭉개며 들어온다. 힘겹게 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폐하... 폐하. 저는...."
"괜찮다. 너 또한 다른 여인의 흔적을 네가 덮어 없애지 않았느냐."
현이 고개를 들고 화연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응당 광기로 가득 차 있으리라 생각했던 눈에는 옥루가 가득 넘쳐 흘러내리고, 늘 단호하게 다물고 있던 입술은 가늘게 떨리며 화연의 입술을 삼킨다. 눈물이 섞인 입맞춤에서 찝찔한 맛이 났다. 화연은 눈을 감고 현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당겼다.
"다 잊어라. 잊어버려라."
커다란 손이 허리께까지 늘어뜨려진 긴 머리를 꼭대기에서부터 소중하게 쓸어내린다. 입술은 단 한 곳도 놓치지 않는다는 듯 화연의 이마에 닿았다가, 살며시 감은 눈에 닿았다가, 다시 여윈 뺨과 오똑한 콧날에 닿았다가 귓볼을 살짝 씹고는 목덜미로 내려왔다.
"그 자들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섬뜩하게 중얼거리면서도 입술은 정성스럽게 빗장뼈 부근을 잘근잘근 깨물고 어깨를 부드럽게 핥는다. 그의 손끝이 뒷목에서부터 내려오며 척추 부근을 누를 적마다 기분좋게 소름이 끼쳤다.
화연은 그대로 힘을 빼고 현의 손길과 입술, 그리고 숨결에 온 몸을 내맡겼다. 그래서 현은 조금 더 편안하게 화연의 온 몸 구석구석을 자신으로 덮어갈 수 있었다.
"좋아요...."
현이 탄력있는 젖가슴을 입에 넣고 혀 끝으로 유실을 어루만졌을 때 화연이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그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애무였다. 마치 화연이 건드리면 깨져 버릴 듯한, 서역의 귀하디귀한 유리가 된 것 처럼.
현은 화연의 호흡이 충분히 가빠졌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야 반대쪽 젖가슴을 입에 머금고 아프지 않게 빨아들여 핥았다. 그 동안 한 손이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유실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아프지 않게 주물렀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이윽고 젖가슴에 파묻고 있던 머리를 들어올린 현이 화연을 보고 짓궂게 웃었으나 그 붉어진 눈가에는 아직도 채 마르지 않은 눈물꼬리가 매달려 있었다.
"젖도 나오지 않는데 어찌 이리 좋은 맛이 나느냐?"
"폐하도... 좋은 맛은 나는데."
화연이 얼굴을 조금 숙여 현의 젖은 속눈썹을 살짝 빨았다. 두려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내에게 겁간당한 저를 더럽다 할까봐, 가까이 오지 말라 할까봐. 또 광기로 가득 차 거칠게 덤벼드는 쪽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폐하를 은애하지 않는다 생각했어요. 그저 폐하의 총애를 이용해서 내 원하는 것들을 모두 가지리라고. 아버님의 벼슬도 되찾고, 집안도 일으켜 세우고."
"그래도 좋다. 네가 원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젖가슴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던 손이 매끈한 허리선을 따라 움직여 아담한 엉덩이를 쥐었다. 이미 흥건하게 흘러내린 애액이 그 사이를 지나 침상까지 적시고 있었다. 현은 그 감촉을 황홀하게 느끼며 납작한 아랫배 주변을 입술로 조금씩 깨물다가 매혹적인 선을 그리는 치골을 핥았다.
"간지러워요."
화연이 살짝 바르작거렸으나 한 손으로 가볍게 하체를 제압한 현은 계속해서 허벅지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갔다.
"하던 말이나 계속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