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두 얼굴-64화 (6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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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말이나 계속해 보아라."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이미 폐하를 은애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아아."

현이 갑자기 입술을 떼어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화연이 종종 급작스럽게 내뱉는 말은 현을 미치게 만든다. 화연을 만나기 전, 그는 은애를 가진 모든 이들을 투기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의 생에서 단 하나 가지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말을 할 때는 예고를 좀 하여라."

"아흣, 폐하도... 예고를 좀."

현이 떼어냈던 입술을 갑자기 비부에 파묻고 갈라진 틈에 혀를 밀어넣자 화연이 다리에 힘을 주고 바동거렸다. 현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부드럽게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자연스럽게 벌어진 다리를 가볍게 누르고 눈앞에 드러난 복사빛 속살을 천천히 핥았다.

가늘게 움찔하는 옥문에 혀를 깊숙히 밀어넣자 화연의 입에서는 떨리는 신음이 새어나온다. 맑게 흐르는 음액을 만족할 만큼 마신 입술이 조금 더 위로 움직여 둥글게 모습을 드러낸 음핵을 물었다.

"아... 폐하...."

입에 넣어 살짝 빨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그에게 애가 탄다. 화연은 손을 뻗어 제 다리 사이에 있는 검은 뒤통수를 누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갑자기 현이 치골을 꽉 누르며 음핵과 속살을 한꺼번에 빠르게 핥았다.

아, 아흑, 화연은 현의 머리를 그대로 누른 채 허리를 위로 휘어올리고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절정의 여운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욕정을 간신히 누른 목소리가 화연의 귀를 핥았다.

"이제 넣겠다. 힘을 빼라."

좁은 옥문에는 지나치게 큰 양물이, 처음인 것처럼 아주 천천히 들어온다. 조금 들어오다가 물러나고, 또 조금 더 밀고 들어오다가 약간 물러나고. 그 때마다 내벽이 움찔대며 빠져나가는 보주를 붙잡았다.

그것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은 현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 화연의 이마로 떨어져 구를 때쯤에야 옥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삼켜졌다.

"가만히. 힘 빼고... 이제 움직이겠다."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인 양, 척추 양 옆으로 갈라진 근육이 부드럽게 물결쳤다. 현은 몸을 숙여 약간 벌어져 달뜬 숨을 내쉬는 화연의 입술을 빨아들이며 한 손으로 젖가슴을 어루만지다 유두 끝을 살살 건드렸다. 그 자극에 반응하는 내벽이 양물을 조였다가 다시 푼다. 현이 감은 눈 위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눈을 떠라. 나를 보아라."

정염과 쾌락, 주체할 수 없는 연모의 감정에 물든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현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양물이 닿는 모든 내벽과 거웃에 쓸린 음핵, 커다란 손에 쥐어진 젖가슴에서 쾌감이 한꺼번에 화연을 덮쳤다.

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 모자란다. 화연은 안타깝게 그의 어깨를 쥐어짜며 새하얀 다리를 들어올렸다.

"폐하, 하읏, 좀 더요. 더, 더요."

현이 상체를 세우고 들어올려진 다리를 단단히 붙잡아 끌어당겼다. 으흑, 뿌리까지 깊숙히 박아넣은 양물을 내벽이 살아있는 듯 쥐어짠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추삽질은 이제 머리까지 울릴 정도로 쿵쿵 박혀들어 화연의 입에서 정신없이 교성을 뽑아내었다.

"아, 아, 아읏, 폐하아!"

크윽, 현이 입술을 깨물고 높이 들어올린 다리 사이로 빠르게 양물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화연이 절정을 맞는 순간은 언제나 그에게 파정보다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해 준다. 그녀가 이불을 잡아뜯으며 초승달같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지금처럼.

그리고 동시에 양물을 세차게 빨아들이는 내벽의 움직임은 현 또한 거센 절정으로 함께 끌고 들어갔다. 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벽 깊숙히 씨물을 쏟아붓고 땀에 젖은 화연의 몸 위로 무너져 내렸다.

"오늘이 처음인 것이다. 너도, 나도. 네 몸에 남은 흔적은 내가 전부 지웠다."

"폐하...."

낮게 울리는 현의 목소리가 화연을 씻어내린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게 하던 그 끔찍한 기억까지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폐하에게 남은 흔적 또한 내가 다 지울 거니까요."

자그마한 몸이 튼튼한 현의 몸을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탁한 씨물이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무척이나 색정적이어서, 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긴 호흡을 내쉬었다.

"눈 뜨세요. 나 봐요."

위에서 내리누르는 화연의 무게만으로도 양물은 이미 다시 일어나 들어갈 곳을 찾고 있었다. 그것을 살짝 깔고 앉은 화연이 현의 온 몸을 뒤덮은 상처 주변을 손끝으로 쓸었다.

"저는... 나쁜 년이에요."

"그래도 네가 좋다."

"폐하께서 이리 다친 것이 슬퍼요. 마음이 아픕니다. 헌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기뻐하고 있어요. 이리 저만 생각하는 나쁜 계집입니다. 그래도 저를 은애해 주세요."

"은애하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보주를 타고 앉아 서투르게 음부를 앞뒤로 미끄러뜨리던 화연이 엉덩이를 들고 작은 손에 그것을 살짝 잡았다. 곧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옥문에 가득 들어찬 양물이 기쁘게 꿈틀대었다.

그녀가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현의 가슴팍을 짚고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은 어디에도 비할 바 없는 절경이었다. 그러나 현은 그 느린 움직임을 더 견디지 못하고 손을 뻗어 여성스럽게 굴곡진 골반을 꽉 쥐었다.

"해 주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지."

"들어와 있기만 해도 미치겠는걸요."

"그런 말을 예고를 좀 하라고."

단단히 잡힌 골반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그에 맞추어 현의 허리가 들썩거리며 벌어진 입에서 거친 숨소리에 뒤섞인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화연은 눈앞이 새하얘지는 와중에도 그 소리가 너무나 색정적이라고 느끼며, 앞선 두 번의 절정보다 더 큰 쾌감에 온 몸을 떨었다.

그녀가 절정하는 동안에도 양물은 쉴새없이 안으로 찔러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크으윽, 현이 마지막으로 힘껏 양물을 박아넣으며 다시 한 번 씨물을 토해냈다.

"참으로 나쁜 계집이로구나. 네 치마폭에 싸여 나라를 망칠 것 같으니. 이제 성군 소리 듣기는 다 글렀다."

풋, 화연이 숨을 할딱거리며 웃었다.

"성군이 아니라도 좋아요. 종일 내 치마폭에만 싸여 있어도 좋아요. 아, 미치겠다. 그냥 다 좋아요. 좋아 죽겠어."

양물도 빼지 않은 채로 제 위에 엎드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격식 따위 없이 마음을 고백해오는 여인이, 그 또한 좋다.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현은 깊은 은애가 심장을 쥐어짠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화연을 가득히 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

"폐하,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평소의 침착함을 잃은 우승상의 외침이 정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분노에 가득 차 얼굴빛마저 시뻘겋게 변한 그와는 정반대로, 용상에 삐딱하게 앉은 현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였다.

"그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어찌 태후마마를, 정당한 절차도 없이, 그것도 지하 감옥에 구금하시다니요!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한 목소리로 우승상의 뒷말을 받는 대신들이 어림잡아 삼분지 이가 넘어가겠다.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던 현이 손놀림을 뚝 멈추는가 싶더니, 자세를 고쳐 앉은 그의 음성이 용상 아래로 낮게 깔리었다.

"정당한 절차? 어이가 없군."

"절차는 또한 국법이옵니다. 폐하오께서 국법을 가벼이 여기시게 되면 그 아래 백성들이 어찌 이 나라와 황실을 따르겠나이까! 지금 당장 태후마마의 구금을 풀어주시옵소서!"

"풀어주시옵소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외치는 대신들의 목소리가 그렇지 않아도 아픈 머리를 쩡쩡 울린다. 현은 귀찮다는 듯 눈썹을 약간 찌푸리고는 바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그 절차 지금부터 밟아 보도록 하지. 죄인을 들라 하라!"

꽉 닫혀 있던 정전의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질질 끌려 들어왔다. 그를 본 우승상의 시퍼런 낯빛이 못내 흡족하다. 웅성거리는 대신들 사이로 걸어나온 현은 우승상 앞에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약간 기울여 바닥을 향한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이죽거렸다.

"낯빛이 좋지 않군. 어디 불편하신가?"

젠장. 우승상의 머릿속이 바삐 움직였다. 그리 조심하라 일렀거늘, 역시 그 허술한 누이를 믿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태후는 틀렸다. 이 난관을 어찌 빠져나갈 것인가.

"아니옵니다, 폐하."

"아니, 불편해 보이는데. 퇴궐할 적에 약재를 좀 받아가도록 하시오."

싱긋 웃고 다시 고개를 바로 세운 현이 천천히 걸어 제운의 바로 앞에 섰다. 온 몸이 모진 고신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음에도 짐승같은 눈빛은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쉽게 꺾이면 재미가 없지. 현의 입가에 삐뚤어진 웃음이 번졌다.

"경들은 이 자가 누구인지 아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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