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두 얼굴-66화 (6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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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릴거야."

현이 한 손으로 바지를 푸는 것을 느낀 화연이 있는 힘을 다해 그를 거부했다. 그러나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현의 손은 더욱 강하게 몸을 찍어눌러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

"하지 마요. 죽어버릴거야. 다시는 이런 식으로 손대지 못하게 할 거야!"

"그 입은 도대체 고운 소리를 못 하는 것이냐."

화연의 머리채를 잡아 몸을 반쯤 일으켜세운 현이 아까부터 거슬리는 말을 내뱉는 입술을 억지로 삼켰다. 자그마한 혀를 뿌리까지 빨아들여 잘근잘근 씹으니 더는 말을 하지 못한다. 머리채를 잡지 않은 손으로 탱탱한 젖가슴을 거칠게 쥐어 비틀었으나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안 위에 손을 짚어 버티고 있는 화연은 반항할 수가 없었다.

"내 허락 없이는 죽지도 못한다. 그 새끼는 물론이고 네 양친까지 죄다 목을 베어 버릴 테니까."

이윽고 입술을 떼어낸 현이 비웃듯 말하며 다시 어깨를 꽉 쥐고 서안 위로 내리눌렀다. 무방비로 벌어진 비부에 성난 양물이 불쑥 파고든다. 화연이 내지른 비명은 이미 입을 틀어막은 손에 막혀 읍읍대는 소리로 새어나왔다.

"으윽!"

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화연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녀가 있는 힘을 다해 깨문 손가락은 벌써 붉은 피멍이 올라오고 있었다.

"너... 하, 미친. 짐승 새끼더냐?"

"폐하가 짐승처럼 하잖아요! 나는 못 해? 하면 안 돼요? 아프다고. 아프고 싫다고!"

화연이 몸을 비틀며 날카롭게 외쳤다. 그 모습이 정말 작은 사슴새끼같기도 하고. 차라리 사슴새끼면 이대로 죽여서 피를 빨아마실텐데.

"하... 하하... 젠장할."

보고 있자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면 안 되냐니, 당연히 안 되지.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현은 손으로 입을 막는 것을 포기하고 상의를 벗어 화연의 입 안에 욱여넣었다.

저 입을 좀 막아버릴 필요가 있다. 그녀가 미운 소리를 할 때마다 미칠 듯 정염이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가만히 좀 있지? 힘 빼도 소용 없으니까."

한 손에 잡힐 듯한 허리를 강하게 찍어누른 현이 천천히 양물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둥거리는 엉덩이가 괘씸하여 한 차례 찰싹 손자욱을 새기고 나니 조금 잠잠해진다. 어느 틈에 조금 새어나온 약간의 애액이 움직임을 수월하게 도와주었다. 조용한 침전 안에 헉헉대는 현의 숨소리와 철벅대며 사타구니가 맞붙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크윽."

현이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하늘로 들었다. 부어오른 비부에 뿌리 깊숙히 파고든 양물이 길게 파정하며 그에게 쾌감보다 더 큰 정복감을 안겨주는 사이, 서안 위에 엎드린 채 힘겹게 반항하던 작은 몸은 이제 포기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만족스럽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앙증맞은 귓볼을 핥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 또한 나를 은애한다 하지 않았느냐. 허니 나만 보아라. 다른 그 누구도 생각치 말아라."

현은 화연에게 물려놓았던 옷자락을 빼내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목욕간으로 데리고 갈까. 잠깐 생각했으나 저 몸 안에 남겨진 자신의 흔적을 씻어내리기가 싫다.

화연을 감싸는 의복에조차 투기심이 올라와, 그는 자신의 옷으로 축 늘어진 몸을 감싸고 침상 위에 뉘였다. 그리고 화연을 꼭 보듬어 안은 채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잠시 나갔다 오마."

"예."

다음날 저녁, 현이 누가 보아도 잠행 나가는 차림으로 나타났으나 화연은 그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던 그는 마음을 바꾸어 침상에 걸터앉아 무표정한 화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계속 보지 않을 것이냐? 그 새끼 하나 안 살려줘서?"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화낼 힘도 없다. 애초에 정상적으로 대화가 가능할 거라 여겼던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미친놈 중에서도 상 미친놈과 무슨 대화를 하겠다고.

"주군. 시각이 다 되었습니다."

화연에게 슬슬 뻗어가던 손이 아쉽게 거두어졌다. 평소의 무복 대신 평복을 입은 흑운이 문앞에 부복하고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몸도 다 낫지 않은 주제에 반드시 따라가겠노라는 통에, 차피 따라올 것이면 그냥 편하게 오라며 현이 억지로 입힌 것이다.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잠행 나갔다 오마."

화연이 현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든 하기 싫어하든, 제멋대로 나중을 기약한 그는 늘어뜨려진 머리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침상에서 일어섰다. 어둠을 뚫고 황궁을 벗어난 두 사람은 각자 말에 올라 목적지를 향했다. 그들이 이 늦은 시각 방문한 곳은, 다름아닌 기방.

"이쪽입니다, 나으리."

거금을 주고 가장 비밀스런 방을 예약한 객들을 기다리고 있던 행수가 직접 나와 현과 흑운을 안내했다. 넓디넓은 방을 차지한 이는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먼저 와 기다리던 사내가 문이 열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현을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더없이 정중한 태도였으나 현의 얼굴은 이미 그를 본 순간부터 불쾌하게 일그러진다. 냉랭한 공기 속에서 화려하게 차려진 술상에 손을 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건."

"여기 있습니다."

은호가 소매 안에서 꺼낸 작은 서책이 현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것을 한 장씩 넘겨보던 현은 곧 표지를 덮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중립이라 생각했던 자들까지 그 서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심지어 황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음에 불구하고. 대체 그 노련한 늙은이들을 어찌 구워삶은 것인지, 우승상의 능력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약조해주신 바는...."

"나는 상벌이 확실한 사람이다. 목숨만은 보전해주지."

은호가 이 서책을 넘기며 현에게 청한 바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의 목숨. 현은 맨 앞장에 찍힌 우승상의 이름과 수결을 찢어내어 등잔불에 가져다 대었다. 차피 이것이 아니라도 태후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승상을 쳐낼 명분은 차고 넘치니, 아쉬울 일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 그 입 닥쳐라."

현의 눈길이 흑운이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검에 가 닿았다. 곧이어 스르릉, 그것이 섬뜩하게 빠져나오는 소리에 은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현이 높이 들어올린 칼끝이 등잔불을 받아 서늘한 빛을 발했다.

"시팔. 빌어먹을."

잠시 망설이던 검이, 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거친 욕설을 배경삼아 바닥으로 추락했다. 흑운은 말없이 그것을 집어 한 차례 닦은 후 다시 칼집에 넣었다.

"내가, 너를 정말 죽이고 싶은데 말이지."

조금 전 황궁을 빠져나올 때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화연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칼을 떨어뜨린 현이 은호를 거칠게 잡아 일으켜 세웠다. 크윽, 무방비로 그에게 명치를 거세게 맞은 은호가 허리를 숙이며 이를 악물었다.

"흑운."

"예, 주군."

"가서 계집 들여와라."

진심이십니까? 흑운은 그리 묻고 싶었으나 즉시 밖으로 나가 지나가는 아무나 잡고 현의 말을 전했다. 그가 무표정 뒤에 씁쓸함을 감추고 별실로 돌아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온갖 치장으로 화려하게 꾸민 기녀 셋이 곱게 들어섰다. 현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는 모습이 무언가 불안하다. 그리고 흑운의 불안은 참으로 정확하게도 꼭 맞아떨어졌다.

"나는 됐고, 저 자식들 옆에 붙어라."

젖가슴을 반쯤 드러내다시피 동여맨 기녀가 요염하게 붙어앉자 흑운의 눈썹이 아주 미미하게 일그러진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나, 그는 지금 현이 그간 봐온 모습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속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반면 은호는 선한 눈매에 웃음기를 띠며 기녀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약간 몸을 비켜주기까지 하였다.

"나으리, 나으리는 소녀가 모시겠습니다."

개중 가장 색기가 흐르는 기녀 하나가 현의 옆자리에 앉으며 풍만한 몸을 비벼댄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웃음이 아닌 보는 이를 얼어붙게 만드는 그의 눈빛. 움찔 놀라 몸을 떼어낸 기녀에게 싸늘한 음성이 꽂혀들었다.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느냐."

"소... 송구합니다."

더 말을 섞기도 귀찮다. 현은 손짓으로 그녀를 문 밖으로 쫓아내고 술병을 들어 제 앞에 놓인 잔을 채웠다. 그 뒤를 따라 기녀들 또한 은호와 흑운의 잔을 각각 가득히 채웠다. 술이라니. 흑운의 눈썹이 아까보다 조금 더 일그러지자 현은 이제 대놓고 큭큭거리기 시작했다.

"눈치보지 말고 마셔라."

명이 떨어졌으나 두 사람의 술잔은 변화가 없다. 홀로 잔을 비운 현이 그들을 둘러보며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마시라고."

"저 말씀이십니까?"

당황스런 은호의 질문에 현이 고개를 까딱했다. 마음은 술이 아니라 독을 내리고 싶다. 왈칵 피를 토하고 엎어지는 꼴을 보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그리할 수가 없으니 갑갑한 속에 다시 술만 들어간다. 은호가 현을 따라 잔을 한 번에 비우고 내려놓자 옆에 앉은 기녀가 안주 한 점을 집어 그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괜찮소. 편히 계시오."

"괜찮긴 뭐가."

젓가락을 든 기녀의 손을 조심히 밀쳐낸 은호에게 차가운 비아냥이 날아왔다.

"너, 오늘 그 자식 수청 들어라. 그냥 나왔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예? 저는...!"

놀란 은호가 약간 큰 소리를 내다가 제 목소리에 놀라 황급히 입을 닫았다. 그러나 현은 명을 거두어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너희 둘 다다. 둘 다 여인을 품어라. 그리고 내 것에는 한 치의 관심도 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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