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은 여기에서 나오는데. -->
"폐하,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뭘?"
손가락으로 충분히 자극받은 유두는 뜨겁게 자신을 찔러오는 혀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현은 참으로 재주 좋게도 두 개의 유두를 동시에 혀와 손으로 자극하며 대화까지 해내고 있었다. 비록 탱탱한 허벅지에 문질러지는 남근은 다급할지라도.
"아... 하아, 폐하한테 물이 든 것 같아요."
간신히 말을 이어가면서도 화연의 손은 자연스럽게 제 허벅지를 비비는 남근을 손으로 쥐었다. 후우, 현이 짧게 숨을 내쉬고는 반대편 유두를 입에 물었다.
"물이 들어?"
"폐하가 워낙 밝히시니까... 나도. 아흑!"
부드럽게 혀에 감기던 유두가 세차게 입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화연이 허리를 움찔했다. 현은 장난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축축한 비부에 밀어넣고 속살을 어루만지다가 내벽 속으로 쑥 밀어넣었다.
"물은 여기에서 나오는데."
"... 폐하도 나오는데."
승기를 이어가려던 현의 시도는, 화연이 매끈한 엄지손가락으로 양물 끝에서 나온 끈적한 액을 문지르는 순간 옅은 신음과 함께 미끄러졌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느냐?"
"가마수두라요."
하필이면 그런 책을 정독할게 뭐람. 헌데 또 그다지 싫지 않은 것이 문제다. 현은 심호흡으로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벽에 들어간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넣었다. 안에 있던 씨물이 주르륵 빠져나와 새하얀 침상 위로 번져갔다.
"폐하, 나 그거 말고."
"말고...?"
"이것."
양물을 어루만지던 자그마한 손이 약간 힘을 주고 아래위로 움직였다.
"나 이거 넣고 싶어."
세상에. 이런 요물은 살다살다 처음 보았다. 현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옆으로 누운 자세 그대로 화연을 약간 돌려 다급하게 옥문 속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아흐읏, 사람을 미치게 하는 교성과 함께 늘씬한 허리가 스스로 움직이며 아까보다 더 커진 듯한 남근을 쉴새없이 집어삼킨다.
그는 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선대황들이 어쩌다 복상사를 하곤 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 또한 위험하다는 사실도.
"크읏, 너, 하아, 윽...."
현이 잠시 느리게 움직이는 사이 화연이 그의 허리를 타고 앉았다. 정확히는 사타구니를. 처음에는 단단한 가슴팍을 짚고 앞뒤로 움직이던 그녀는 이내 몸을 뒤로 휘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정염에 뒤덮여 몽롱해진 현의 눈은 그 모습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감상했다. 화연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그 중심에서 꼿꼿하게 선 유두, 흘긋흘긋 드러나는 교접부위 등을. 그리고 화연이 움직임을 멈추고 부르르 떠는 순간 다시 한번 황홀한 파정을 맞았다.
"하아, 하... 이런 것도... 가마수두라에서 배웠느냐?"
"네. 5장 3절요."
도대체 그 책에 무어라 씌어 있는지 나중에 한번 봐야겠다. 현은 그리 생각하며 가슴 위로 무너진 자그마한 몸을 감싸안았다.
"... 울어요?"
문득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든 화연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보지 마라."
현이 다급하게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화연은 그의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방울을 본 뒤였다.
"왜, 왜 울어요!"
"안 울었다."
"거짓말, 우는 거 봤는데! 화났어요? 내가 미안해요, 응?"
화연은 어쩔 줄 몰라 정신없이 사과를 건넸다. 자신이 화가 났을 때 현이 그러하듯. 그런 화연에게 돌아온 것은 자신을 꽉 끌어안는 단단한 팔뚝과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네가 나를 원했다. 그것이 기쁘다."
뭐야. 이 덩치 큰 미친놈이 귀여울 때도 다 있다. 화연은 풋, 하고 웃으며 땀에 젖은 가슴팍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곧 후궁 첩지를 내려야 한다. 그 뒤부터 침전에서 함께 지내지는 못하겠지. 허나 괜찮다. 네가 나를 원하는 것을 알았으니."
화연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다가 왈칵 터졌다. 현이 어째서 눈물을 보였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새 커다란 손이 토닥토닥, 제 품에 파묻힌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고 있었다.
***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황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거두어 주시옵소서!"
유난히 커진 병부상서 파의 목소리가 전과 달리 거슬린다. 현은 예상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이 반응에 심드렁하게 정전을 내려다보았다.
"고작 후궁 하나 들이는 일이다. 경들의 윤허를 받아야 하는가?"
"허나 이는 나라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일이옵니다. 이미 한 차례 시집을 갔던 몸으로서 어찌 폐하를 모실 수 있으리오까."
어찌 이리 핑계도 참신하지 못한 것인지. 근간이고 나발이고 저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을테다. 그저 윤 첩여가 성총 잃을까, 그로 인해 줄을 댄 자들에게 불이익이 닿을까 두려운 것이겠지.
"중서령."
"예, 폐하."
"내 어제 그대에게 이르기를, 지난해 안건들 중 아직 진행중인 것들을 뽑아 올리라 하였다. 그 일을 마쳤는가?"
"황공하옵니다, 폐하. 즉시 착수하였으나 그 양이 워낙 방대하여 근 스무 날은 걸려야 하옵니다."
"허면 그 일은 한 것인가, 하지 않은 것인가?"
"아직... 하지 못하였사옵니다."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시려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시나. 대신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서령의 답이 옳다. 착수는 하였으나 마치지 못하였으니 아직 하지 아니한 것이지. 서가 화연은 비록 사주단자가 오가긴 하였으나, 혼례식은커녕 친영도 마치지 못하였다. 허면 이는 혼례를 한 것인가, 하지 아니한 것인가?"
대답 대신 조용한 침묵이 대신들의 어깨를 내리누른다. 현은 그 침묵을 수긍의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그대로 다음 안건이 적힌 두루마리를 집어들었다. 저 늙은 머리들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만 하니, 엉뚱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도록 오늘부터 혹독하게 몰아칠 생각이었다.
***
황후 민씨가 아주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대강 교지를 적어 눈앞에 엎드린 여인에게 집어던졌다. 회임한 여인만 둘에다가 셀 수도 없이 많은 후궁들이 가득하거늘, 또 후궁 하나가 늘어난 것이다.
비록 자신이 황후 자리에 앉아있다고는 하나, 뒤를 봐주던 태후가 처형당하고 우승상은 유배를 앞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헌데 이 와중에 서가의 여식에게 후궁 첩지를 내리라니.
"받고 꺼져라. 꼴도 보기 싫으니."
"망극하옵니다, 황후마마."
본디 붉은 비단에 올려져 황후로부터 직접 건네받아야 하는 교지가 쓰레기처럼 바닥에 나뒹군다. 화연은 그것을 집어들어 품에 안으면서도 미소를 놓지 않고 예를 갖추어 절을 올렸으나, 황후는 그 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휙하니 들어가 사라졌다. 그 태도에도 꿋꿋하게 절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새로 배정된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이 중에서 한 번이라도 황은을 입은 아이는 앞으로 나오너라."
화연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태도로 침상에 걸터앉아 명했다. 하루의 일을 마친 현이 궁녀들의 손에 몸을 풀거나 내키는 대로 욕정을 풀던, 바로 그 침상.
쭈뼛쭈뼛 서로 눈치를 보던 궁녀들이 앞으로 나서니 그 수가 근 반절이 훨씬 넘어간다. 화연의 얼굴이 절로 못마땅하게 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첫 번째, 집과 땅을 마련할 재물을 받아 출궁한다. 두 번째, 무수리로서 황궁 생활을 계속한다. 아, 출궁하게 되면 재가 역시 가능케 해 주겠다. 출궁할 자는 이쪽, 황궁에 남을 자는 이쪽."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하여도 항아님, 항아님 하며 꼬박꼬박 존대를 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 화연 또한 정4품 미인의 첩지를 받은 어엿한 후궁이자 이 월화궁의 주인인 것이니. 말은 선택하라 하지만 선택의 여지 따위 없음을 화연이 더 잘 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앞으로 나온 모든 궁녀들은 잠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모두 출궁을 택했다.
"차례차례 나와 옷과 재물을 받아가라."
"예, 미인마마."
미리 준비한 의복과 금붙이들이 간당간당할 정도로 출궁하는 궁녀의 수는 많았다. 그들은 모두 어둠을 틈타 흑운의 인도로 황궁을 빠져나가고, 남은 궁녀들은 모두 화연의 차지였다.
수가 너무 많은데. 번다한 것을 싫어하는 성미와 맞지는 않았으나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기에도 뭣하다. 게다가 황제의 지밀 못지않게 무척이나 입이 무겁기도 하고.
대강 궁녀들을 정리한 화연은 눈에 띄지 않도록 환관복으로 갈아입고 현이 기다리고 있을 침전으로 갔다.
"정녕 게서 지내도 괜찮겠느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어쩐지 좀 어두운 얼굴로 냉수부터 찾아 들이키는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린다. 현이 슬슬 화연의 심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다른 궁과 가깝지도 않고 후원 또한 아름다워 좋습니다."
"헌데 안색이 어찌 그리 어두운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