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구름 -->
"정말요?"
"그냥은 좀 그렇고."
화연을 괴롭히는 일이 왜 이렇게 좋을까. 보지 않아도 기쁨과 쾌락, 수치심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알 수 있다. 현은 작게 웃으며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상의를 완전히 벗겨내고 새하얀 어깨 위에 다시 자국을 남겼다.
"말 잘 들으면. 사냥 다녀와서 연회를 열어 주겠다."
"지금도 잘 듣는데...."
유두가 빨개지도록 괴롭히던 손가락은 드디어 허리로 내려갔으나 화연은 안심할 수 없었다. 어느 새 엎드린 그녀의 등에 닿은 입술이 어느 부분은 깨물고 어느 부분은 혀끝으로 꾹 누르며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으므로. 새하얗던 등 곳곳에 백일홍이 피어났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
그 입술은 섬뜩한 말을 잘도 아무렇지 않게 읊조리고는 골반 부근을 깨물었다.
"인형으로 만들어 내 앞에 박아놓도록. 그럼 길가는 돌멩이 하나에도 눈길을 주지 못하겠지."
"미쳤어."
"내 생각과 같구나."
잠시 몸을 일으킨 현이 화연을 내려다보며 벗은 흑룡포가 사락대는 소리를 내며 침상 아래로 떨어져 쌓였다. 화연은 반쯤 풀린 눈으로 그것을 응시하며 지금 뒤에 있을 현의 몸을 상상했다.
칼에 벤 듯한 흉터가 있는 다부진 어깨와 마른 듯 잡히는 근육의 움직임 등을. 새하얀 속의대가 흑룡포 위를 덮었으니 지금쯤 등잔불이 그 색정적인 몸을 비추고 있겠지.
"네가 황손을 생산해도 너는 그 아이를 키워선 아니된다."
"진짜 미쳤나봐."
어느 틈에 얇은 천조각에 덮여 있던 엉덩이가 드러났다. 묵직한 손길이 날씬한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깊이, 손끝에 느껴지는 물기를 타고 조금 더 깊이.
"유모가 키우면 되지. 너는 내 옆에 붙어 있기도 바쁘다."
하아, 화연의 입에서 자그마한 숨이 애닳게도 새어나왔다. 어느 새 하나가 더 파고든 손가락이 어느 부분을 더 자극할지 고민하듯 미끈한 속살을 제 마음대로 헤집고 있었다.
"그래서... 연회는 언제 열어주시는데요."
"말 잘 들으면, 이라니까."
현이 장난스럽게 봉긋한 엉덩이를 깨물며 웃었다. 아무리 작은 연회라도 그리 순식간에 준비할 수 있을리가. 이미 예부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터이지만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아릿한 통증에 화연이 허리를 살짝 뒤트는 사이 내벽 끝까지 파고든 손가락이 더욱 힘을 주어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아, 으... 흑."
흥건하게 흐른 음액이 손가락을 타고 흐를 정도가 되어서야 현은 손을 빼내고 입 안에 넣어 핥았다. 한참 전부터 일어서서 꺼떡대는 양물을 잡아 뽀얀 엉덩이 사이로 집어넣고 천천히 문지르니 한줌이 조금 넘어 보이는 허리가 꿈틀댄다.
몸에 내려앉는 애무 하나하나에 신음하는 그녀가 예뻐서 조금 더 즐기고 싶은데, 제 분신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벌써 들어갈 구멍을 찾아내어 기어들어가는 것을 보니.
"조금 더 조여보아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설마."
현은 허리를 살짝 들어올리고 한 손을 화연과 침상 사이로 쑥 집어넣었다. 음핵을 찾아 누르는 손끝이 능숙하면서도 뜨겁다. 손가락이 한 바퀴를 돌 적마다, 살 위를 적당한 감도로 누를 적마다 신음하던 화연이 빨라지는 애무에 비명같은 교성을 흘리며 나비마냥 떨었다. 동시에 경련하는 내벽이 아프도록 양물을 쥐어짜자 현이 미간을 약간 좁히고 낮게 신음했다.
"할 줄 아네."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그는 화연의 등 위에 겹쳐져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 더 빨리 해 줬으면 좋겠는데, 조르고 싶으나 입 안에 들어온 손가락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어 갑갑하다. 그것을 몸으로 표현하느라 밑에 깔린 세류요도 함께 움직이자 못마땅한 목소리와 함께 거친 손길이 허리를 잡아 꾹 눌렀다.
"가만히 좀 있거라."
천천히 즐기고 싶은데 이리 움직여버리면 더 버틸 수 없지 않나. 그냥 두 번 해버려야겠다, 갑자기 빨라진 추삽질에 놀란 몸이 움츠러들다가 곧 뱃속 깊은 곳의 감각에 집중하며 다시 달아오른다. 아아, 폐하, 폐하, 귓가에 울리는 달콤한 교성이 파정을 재촉하고, 음액이 흘러넘치던 내벽은 거세게 뿌려진 씨물에 범벅이 되었다.
"하아...."
눈앞이 어질어질하던 정사가 끝나고 나자 화연의 입에서 아쉬움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한숨이 흘렀다. 잠시 숨을 고르던 현이 침상에서 내려와 탁자 위에 있는 물을 잔에 따랐다.
꿀꺽 꿀꺽, 목울대가 그 소리를 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화연은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 끝까지 숨어버렸다. 저렇게 벗은 몸으로 일어서서 움직이는 모습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되질 않는 까닭이었다.
"어딜 숨느냐."
이불을 확 걷어낸 현이 이불 대신 제 몸으로 화연을 덮어버린다. 갑작스런 무게감에 파닥거리던 그녀가 간지러움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간지러워요, 폐하."
"은애한다."
"갑자기?"
또 까르르. 근래 들어 화연은 잘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가 심장을 간질일 적마다 현 또한 웃었다.
"아무래도 한 번은 더 해야겠다."
"또요?"
"네가 은애하노라 해 주지 않았으니까."
"은애해, 나도 폐하를 은애해요!"
황급히 외쳐 보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아까만큼이나 커진 양물은 별 저항도 없이 아직 축축한 옥문으로 침입했으므로.
"잘 안들리는데."
퍽, 뒤로 끝까지 밀려났던 양물이 안으로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아흣, 은애... 한다니까요."
"얼마나?"
다시 퍽. 현은 그녀가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부분을 정확하게도 찾아 찔렀다.
"하윽... 폐하랑 죽고 싶을 만큼."
이번의 대답은 만족스러웠다. 천천히 화연을 일으켜세운 현이 침상에 걸터앉아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 깊은 연모와 끈적한 쾌락으로 붉어진 눈동자가 서로를 삼킨다. 잠시 빠져나왔던 양물이 다시 옥문 속으로 들어가고, 유두를 입안 가득 빨아들여 혀끝으로 튕기던 현은 입을 다른 쪽으로 가져가기 전에 한숨처럼 읊조렸다.
"벼슬을 주마. 네 부친과 오라버니들, 모두."
**
사냥에 나선 모든 이들의 시선이 어쩔 수 없이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망측하다 망측하다 하여도 이리 망측할 수가 있나. 현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였으나 화연은 벌겋게 물든 얼굴을 감추질 못하여 푹 숙인 채 자그맣게 속삭였다.
"저어, 폐하... 저는 가마를 타면 안될까요?"
"게가 어디라고 가마를 타겠단 말이냐."
"걸을께요, 그럼."
"말이 되는 소릴."
"하지만 후궁들은 다들 걸어오는 것 같은데요...?"
"너는 다르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할까."
"아이 참, 어떡해애."
"어떡할 것이 무에 있느냐. 가만히만 있거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몸은 쉼없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뒤에서 수군대는 대신들이나 투기 혹은 부러움에 가득 찬 후궁들의 눈빛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지금 흔들거리는 말등에 앉은 현에게는, 제 품에 폭 감싸인 화연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 느껴졌으므로.
"당도하였나이다, 폐하."
"벌써?"
불만스레 미간을 좁혀 보지만 바로 앞에 병사들이 미리 쳐 놓은 막사들이 줄을 지어 서 있으니 어쩔 수 있나. 말에서 뛰어내린 현이 조심스럽게 화연을 안아내리자 문무대신들과 병사, 호위들 또한 모두 말에서 내려 한꺼번에 허리를 숙였다.
"각자 짐을 풀고, 반 시진 뒤에 집합한다."
"예, 폐하."
대강 지시를 내리는 도중에도 서 귀비를 감싼 황제의 팔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 사냥이 끝나고 나면 모든 이들은 성총이 어디를 향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리라. 그리고 자신들이 줄을 서야 할 곳이 어디인지 또한. 빠르게 돌아가는 그 머릿속들이 훤히 보였으나 그것이 되려 의도한 바이니 현은 그들을 비웃지 않았다.
"가자."
"저, 폐하. 황공하오나 귀비마마께선 이쪽이시옵니다."
사냥에 따라온 정5품이상 후궁들의 수는 열 대여섯.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막사를 사용하는 그들과 달리, 화연의 막사는 현의 것 못지않게 크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면 무엇 하는가, 황제께선 당연하다는 듯 서 귀비를 자신의 막사로 데려가고 계신데. 또 불호령을 들어먹을 것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고하는 필두의 태도에 모두가 탄복했다.
"아, 그렇군. 저기인가?"
어쩐 일로 순순히 귀비마마를 놓아주시는가, 조금 환해지던 필두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