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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두 얼굴-132화 (132/152)

<-- [외전 특별편] -->

"항아님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목하가 뺨을 부비던 손이 겨드랑이 아래로 쑥 파고들었다. 한쪽 젖가슴을 가지고 놀듯 이리저리 형태를 어그러뜨리던 손가락이 분홍빛 유륜 주변을 빙빙 맴돌다가 딱딱해진 유두 끝을 톡톡 건드린다. 허리를 다시 한번 눌러 고정시킨 한손은 촉촉하게 젖은 수풀을 헤치고 그 안에 숨은 구슬을 찾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하아앙...."

"가만히 계셔도 된다니까."

"가만히 있었는데요."

흑운이 찾아낸 구슬을 양 옆으로 살짝 흔들었다. 찌르르한 진동에 저절로 발끝이 곱아들고 근육이 수축했다.

"이렇게 움직이시는데."

이제 완전히 다시 커져 옥문 속을 가득히 채운 남근이 뒤로 빠지다가 다시 앞으로 밀려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놀아나는 음핵도 터질 듯 부풀어 속살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채 이리저리 굴려지고 있었다.

다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들만으로 정신이 혼미한데, 바로 귀 뒤쪽에서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흘리는 신음도 미칠 것 같다. 저절로 비비 꼬이는 몸을 흑운이 더욱 단단하게 감싸안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 유두를 비틀었다.

"아... 하응!"

"여기가 좋으십니까?"

귓가에서 느릿하게 속삭이는 저음에 온몸이 짜릿하게 진동한다. 목하는 손을 뒤로 돌려 제 엉덩이에 꼭 붙은 흑운의 치골 부근을 꽉 눌러 당겼다.

"말 하지 마요."

"느끼는 것을 말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이 여린 가슴을 스치는 감각조차 쾌감이었다. 음핵을 굴리던 손이 어느 순간 과감하고 빠르게 그것을 비볐다.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짜릿함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또다시 절정하는 그녀의 귓가를, 은밀한 속삭임이 핥았다.

"뜨겁습니다. 부드럽고."

흑운이 실컷 주무르고 난 가슴이 보드라운 이불에 납작하게 눌려 형태를 잃어버리고, 동그란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약간 부어오른 옥문이 씨물을 주르르 흘리며 탐욕스럽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넣고 싶습니다."

그 말에 충실하게도 딱딱하게 솟아오른 기둥이 아랫입 안으로 당당하게 침입했다. 뒤에서 힘껏 처박아오는 양물이 내벽의 주름 사이사이를 비비고 쑤신다. 철퍽철퍽, 살이 맞붙는 소리와 함께 단정하던 침상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하으응, 아, 흑운 님, 아흐윽!"

거칠게 허리를 쳐올리던 흑운이 목하의 엉덩이를 꽉 쥐고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눈앞에서 제 것을 오물오물 물고 있는 구멍이 너무 음탕해서 정신이 이상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파정할 듯 딱딱하게 부푼 양물을 빼내자 채 빠져나오지 않은 씨물이 음액과 뒤섞여 후두둑 떨어졌다.

목하를 옆으로 눕히고 힘없이 늘어뜨려진 다리 하나를 어깨 위로 잡아올린 후 다시 추삽질을 시작한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풍만한 젖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쾌락에 취한 동공은 눈꺼풀 뒤에 감추어졌다.

"크윽, 항아님."

깊숙히, 그리고 빠르게 양물을 박아넣으면서도 풀어진 눈으로 목하를 응시하던 흑운이 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목하의 몸 위로 떨어졌다. 잔뜩 수축한 내벽을 흠뻑 적신 씨물이 꺼떡거리는 남근을 타고 바깥으로 흘렀다.

"빼지 마요."

이제 막 빠져나오려는 하체를 목하가 살짝 잡아 눌렀다.

"오늘 이러고 잘 거야."

흑운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결합된 부위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누워 목하를 품에 안았다.

"아직 못 주무십니다."

"왜요?"

"두 번밖에 안 했습니다."

"진짜 다섯 번 하게요?"

"예."

"... 황명이죠?"

흑운이 대답 대신 품에 안긴 목하의 머리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보드라운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제 의지대로 움직여 본 일이 없습니다."

"평생?"

"예. 항아님을 안기 전까지."

따스한 품에서 꼬물꼬물 빠져나온 목하가 고개를 들고 흑운을 똑바로 보았다. 차가운 눈매에 긴 속눈썹, 약간 높은 콧대. 전혀 웃을 것 같지 않은 입이 아주 조금의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응시했다.

"오늘 또한 황명이 맞습니다. 허나 그 황명으로 항아님과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싫으십니까?"

"나는...."

싫진 않은데. 목하는 잠시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흑운 님이 자의로 저를 만나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황명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또 서운한 것이 있습니까?"

"흑운 님 얘기를 더 해주세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어릴 적.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으나 굳이 더듬을 만한 기억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을 받고, 하루 두 번 정해진 양의 식사 후 다른 무사들과 함께 잤습니다. 황궁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게 전부입니다."

흑운이 커다란 손으로 목하의 벗은 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황궁에 들어온 뒤에는요? 지금은 뭐 해요?"

"인시(새벽3~5시)에 일어나 검술 훈련을 한 뒤 다른 그림자들을 점검합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폐하의 뒤를 지킵니다. 밤에 폐하께서 침수 드시는 것을 확인하고 저도 잡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자는 거예요?"

"하루로 따지면 두 시진이 조금 못 되게 잡니다."

"말도 안 돼."

나는 자도자도 졸린데. 목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곤하지 않아요?"

"예. 그림자는 필요하다면 닷새까지 자지 않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 힘들었겠다."

목하는 자그마한 손으로 흑운의 얼굴을 감쌌다.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그가 황제의 뒤에 석상처럼 서 있는 모습은 저녁이 되면 해가 지는 만치 너무나 당연했기에, 단 한번도 어떤 하루일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힘들었지요?"

"이제 힘들 것 같습니다. 항아님 때문에."

"무슨 뜻이에요?"

"모르겠습니다."

다시 지분지분 엉덩이를 향해 내려가는 흑운의 손을 목하가 잡아 멈추었다.

"나... 수태하면 어쩌실 거예요?"

***

까드득 까드득, 물어뜯은 손톱이 밤새 이불 위에 쌓여가고 손끝에 피가 맺힐 지경이 되었으나 목하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돌아오질 않아. 또 사내와 뒹굴고 있는 게야?

하늘 끝까지 치솟았던 기분이 다시 발끝으로 추락해 자근자근 밟힌다. 언제나 나란히 서 있던,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진 것 모두 동등하던 동무는 란이가 아무리 바라보아도 머리카락 한올 건들 수 없는 사내를 가졌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유난히 환해진 얼굴로 살금살금 처소에 발을 디뎠다.

"어디 다녀와?"

"아, 깜짝이야!"

유난히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목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 이렇게 귀신같이 불러?"

"어디 다녀오냐고. 밤새 어디 있었어."

"귀비마마 심부름 다녀왔어. 거리가 멀어서 궐문 닫히기 전에 못 들어왔어."

"무슨 심부름?"

"웃전의 명을 어찌 발설하니?"

톡 쏘아붙이고 면경 앞에 앉은 목하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거울에 비친 란이가, 세상 다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왜... 왜 그렇게 봐?"

까드득, 피 맺힌 손톱이 다시 물어뜯겼다.

"란아!"

사색이 된 목하가 벌떡 일어나 동무의 손을 잡아채었다.

"손톱 물어뜯지 말랬잖아!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어?"

란이는 불안하거나 심중 괴로움이 있으면 어김없이 손톱을 물어뜯곤 했다. 목하는 그 버릇을 고치기 위해 란이의 양손을 동여매 보기도 하고 손톱 끝에 씀바귀즙을 잔뜩 발라 놓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밤 사이 이게 뭐람.

"네가 연통도 없이 안 들어오니까 걱정되서 그랬어.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제 손을 부여잡고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구르는 목하를 바라보던 란이가 손을 확 잡아당겨 뒤로 감추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못 살아 진짜. 기다려, 내 약 받아 올 테니."

성가시게 발목을 휘감은 치맛자락을 감싸쥔 목하가 바삐 밖으로 사라진다. 란이 홀로 남은 텅빈 방 안에서 까드득, 다시 손톱 물어뜯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퍼졌다.

"뻔뻔한 계집애."

란이는 약을 가지고 돌아올 목하를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목하의 문갑을 열고 그 안을 미친 듯 헤집었다. 맨 밑바닥에 소중히 감춰져 있던 검은 무복. 그것을 가슴에 안고 곧장 찾아간 곳은 최고상궁인 염 상궁의 처소였다.

"마마님, 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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