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특별편] -->
”꺄악! 뭐 해요!“
”이러실 겁니까?“
잘 정리된 침상 위에 목하의 몸이 털썩 뉘어졌다.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도운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그어져 있었다.
”내가 뭘요. 왜 이래요?“
”보름이 넘었습니다.“
”뭐가요?“
”그대가 딴생각을 한지.“
”내가 무슨 딴생각을 해요? 이거 좀 놔요.“
강하게 쥐어진 손목에서 묵직한 통증을 느낀 목하가 그에게서 벗어나려 바둥거렸다. 뒤늦게 도운이 손에 힘을 풀었으나 그녀를 놓아준 것은 아니었다.
”제가 중요합니까, 저 계집이 중요합니까?“
”뭐라는 거야. 오늘 이상해요.“
”이상하게 만든 게 누군데.“
도운의 입이 거칠게 목하의 입술을 삼켰다. 그동안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맛보지도 못한 터라, 그 입맞춤은 더욱 깊고 격렬했다. 오돌토돌한 입천장을 훑다가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자그마한 혀를 잡아 빨아당기고 거기서 나오는 타액을 모조리 들이마셨다. 그리 한참 뒤에야 입술을 떼어낸 도운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누가 더 중요합니까?“
”하아, 당연히... 서방님이죠.“
”한데 왜 저 계집과만 붙어 있습니까?“
”서방님은 바쁘시잖아요. 란이는 할 일이 없고.“
”그럼 제가 퇴궐하면 할 일이 없으니 저와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같이 있잖아요.“
”좀더 성의껏. 제게만 집중하시란 말입니다.“
목하는 낯선 이를 보는 시선으로 제 눈앞에 있는 도운의 얼굴을 살폈다. 불쾌감을 가득 담고 찌푸린 눈썹과 못마땅한 눈빛, 꽉 깨문 입술. 저건 혹시....
”투기하세요, 서방님?“
위에서 목하를 내려다보던 흑갈색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닙니다.“
”투기하네. 세상에, 투기할게 없어 여인을 투기해요?“
”아니라 했습니다.“
”그럼 왜 자꾸 란이 얘기를 해요.“
아니라고 하려던 도운이 입을 다물었다. 자신은 그 여인이 그저 증오스럽기 때문에 싫은 것인가, 종일 목하와 붙어 있기 때문에 싫은 것인가.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아까 입술이 닿은 순간부터 단전 아래가 뻐근하였으니. 가느다란 손목에서 떨어져 나온 손이 아주 능숙하게 옷고름을 풀어헤쳤다.
”아직 해도 안 졌어요!“
”예. 일찍 퇴궐하였습니다.“
부인 보려고. 도운이 말 끝에 덧붙이며 다짜고짜 뽀얀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도대체 얼마만에 맡아보는 살내음인지 모르겠다.
늦게 오면 곤하다고 안 만나주고, 일찍 와서 기회를 노려보아도 그 계집이 옆자리를 떡하니 차지하여 비켜주질 않거나 목하가 딴생각에 골몰하고. 그리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목하는 또 꾸벅꾸벅 졸고.
새삼 억울한 마음에 새하얀 살결에 잇자국을 새겨보지만 그마저도 세게 물지 못하는 도운의 뒤통수를 부드러운 손길이 쓰다듬었다.
”소첩이 근래 서방님께 좀 소홀했나봐요.“
후우. 고개를 든 도운이 낮게 호흡을 골랐다. 이미 한껏 끓어오른 시선이 목하를 샅샅이 삼켰다.
”다시.“
”네?“
”다시 말해 보십시오.“
”소홀했나봐요.“
”그 전에.“
”서방님?“
”그 전에.“
”... 소첩이?“
원하던 말을 들은 도운이 목덜미를 핥아 올리자 목하가 움찔하며 가늘게 떨었다. 타액이 묻어 매끄러운 가슴을 쥔 그의 물건이 터질 듯 팽창한다. 손에 착 감겨드는 촉촉한 살갗은 그가 힘을 주는 방향으로 일그러졌다가 손을 떼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더없이 차가워 보이는 입매로 고백해오는 도운은 평소의 몇 배나 색정적이었다. 그가 침착하게 옷을 벗으면서 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그의 몸이 줄 쾌락에 대한 기대로 다리 사이는 벌써 질척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저는... 이미... 아흑!“
이미 서방님께 마음이 잡혀 버렸다고 하고 싶었다. 아마 도운이 뜨거운 기둥을 축축해진 계곡 사이에 문지르지 않았다면 그리 말했을 것이었다. 기둥에 불거진 핏줄이 통통한 살점 안으로 파고들어 예민한 속살을 문지르다가 어느 순간에 들어갈 곳을 찾아 쑥 파고들었다.
”하으읏, 서방님....“
반쯤 눈을 감은 목하가 달콤하게 그를 부른다. 맞닿은 가슴에서 두 개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도운은 목하의 안에 남근을 박아넣은 채로 아직 말랑한 유두를 입 안으로 빨아들였다.
그것을 빠르게 핥고 주무르는 혀의 움직임에 따라 내벽의 근육이 아래위로 오르내리며 남근을 쥐어짰다. 그녀와 닿아 있는 모든 부위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라 도운을 집어삼켰다.
”화는 풀리셨습니까?“
도운이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속삭였다. 왕복하는 기둥이 옥문에서 빠져나와 깨끗한 속살 위를 어루만지고 다시 들어갔다.
”나... 말하는 거예요?“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서도 도운의 말은 이상했다. 게다가 쾌감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발끝을 잡아 누르는 일도 힘겨웠다.
”예. 그만 화 푸십시오.“
조근조근 타이르는 도운 또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여기서 더 마음대로 움직이다가 목하가 더 화를 내면 어쩌나 싶은데 분신은 커질 대로 커져서 이제 통증까지 느껴지는 판이었다.
”화 안 났어요. 제가 왜 서방님한테 화를 내요.“
”진심이십니까?“
”그런데... 빨리 안 해주면 화날 것 같아.“
팽팽하게 긴장한 허리를 살며시 감아 누른 목하가 요사스럽게 눈꼬리를 휘었다. 살짝 벌어진 도운의 입술 사이로 신음성이 새어나오더니 그녀의 무릎 아래로 팔을 집어넣어 들어올렸다.
”아, 아, 아흐윽!“
감당하기 힘들도록 격렬한 추삽질이 앞뒤 보지 않고 이어졌다. 조금씩 튕기던 젖가슴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잘 단련된 근육들이 오직 두 사람의 쾌락만을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며 내벽 속을 가득 채우고 자궁 입구까지 찔러왔다.
뒤로 젖혀진 목하의 입에서 비어져 나온 불규칙한 교성이 도운의 거친 숨소리와 한데 섞여 침상 위에 농밀하게 깔렸다.
”하아. 목하야.“
도운이 정신없이 중얼거리며 목하의 목덜미를 꽉 물고 빨아들였다.
”하, 아흑, 아, 아....“
벼락같은 쾌감이 결합된 부위를 중심으로 두 사람을 휘감았다. 온몸의 피가 미친 듯 날뛰고 심장이 크게 부풀었다. 정인의 것을 뿌리까지 남김없이 삼킨 내벽에 크게 파도가 일다가 잔떨림을 남기고 수축했다. 그 안에 씨물을 넘치게 토해낸 남근이 몸부림치며 마지막 여운을 붙들었다.
절정은 아주 짧은 것 같기도, 또는 너무나 긴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도운이 분신을 빼낸 옥문에서 씨물이 주르르 흘러 이미 축축한 침상에 새로운 얼룩을 만들었다. 아직도 감긴 채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 위에 입을 맞춘 도운이 목하의 머리를 투박하게 쓰다듬었다.
”이제 화 안내십니까?“
”진짜 안 났다니까. 내가 왜 서방님한테 화를 내요.“
”허면 그간 제게 소홀했던 연유가 뭡니까?“
”기분이 조금 우울해서. 서방님, 나 배고파아.“
눈을 살며시 뜬 목하가 도운을 올려다보며 몸을 배배 꼬았다. 잘 쓰지 않는 방법이었기에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도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의심이 단번에 날아가고 지금 당장 음식을 가져오지 않으면 목하가 굶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다급히 영견을 찾아 질척한 체액을 닦아낸 도운이 대강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목하는 아까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다리를 어루만지며 혼자 생긋이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