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1 장 「소류타」 2 화 (3/15)

제 1 장 「소류타」

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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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그리츠 제국은 대륙의 중앙을 남북으로 길게 차지하고 있다. 

북쪽에는 불모의 북해, 남쪽에는 페리드 일족이 사는 가제스산맥, 서쪽에는 시킬긴 연합왕

국, 동쪽에는 대명·엠파이어스테이츠를 맞대고 있으며 그 중에는 적국도 많다. 

그렇지만 진그리츠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국가다. 

매년 중앙평원에서 수확되는 짐마차 50만대분의 밀과 가제스 산에서 채굴되는 수많은 광

산물 그리고 동서의 교역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 제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총 병력 40만에 달하는 제국 정규군은 만인에게 무패라고 불려지고 있다. 

그래서 크리온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오성력 1290년 봄 처음으로 국의에 나갈 때까지는 . 

힐발트 왕궁 제나고드의 넓은 방. 

국의가 열리는 회의실인 이 곳에는 지금 답답한 침묵만 깔려있다. 

회의실은 한 변의 길이가 30 야드인 부채꼴을 한 넓은 방이다.

제만트 4세 때에는 5 백명 가까운 제국 귀족이 방을 꽉 채웠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곳은 무서울 정도로 공허했다. 

안에 있는 인간 중 귀족이라는 증명인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자는 불과 50여명.

그 날개도 대부분은 감색이나 검은색 뿐으로 오렌지나 녹색, 청색, 적색 날개는 거의 없

다. 

백작 이상의 대귀족은 거의 다 죽어 버린 것이다. 

대신에 이전이라면 이 방에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던 자들만이 후열에 줄지어 서있

다.

모두 평민문관들이다.

평소에는 귀족의 명령을 받고 실지 정무를 행하는 실무 문관들인 것이다. 

그만큼 제국부의 인재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어두운 것이 인원수가 감소한 탓만은 아니었다. 

「그러면 다음으로 금년의 제국 재정에 관해 말씀드리――」

옥좌의 앞에 서 있는 자는 현재 의장인 이슈나스·렌다크 남작으로 들고 있는 양피지를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여러분 아시는 대로 제국의 재정은 굉장히 궁핍한 상태입니다. 금년은 선황폐하의 붕어와 

물가의 대폭적인 상승이라는 난제까지 겹쳐서 더욱 난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압력도 

높아진 덕분에 군사면에서의 세출도 증가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돌아가셨던 귀족 분들의 

영지가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의 수확 및 세금도 수상하다고 생각하시

는 쪽이 좋을 겁니다」

렌다크는 낮은 소리로 설명을 계속한다. 

「그리고 봄까지 열렸던 무도회와 사냥, 거듭된 원정 등으로 작년에는 6200만 멜다가 소비

되었습니다. 이것은 제국 전 세입의 9할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그 밖의 문교, 복지, 건축토

목, 국채, 사무제비용, 등의 요인까지 더해져 극심한 적자상태가 되어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 제국에는 더 이상 여유가 없습니다.」

거기까지 렌다크가 말한 때 맨 앞자리에 있던 호레이쇼 자작이 외쳤다. 

「렌다크남작! 듣고있자니 간과할 수 없는 발언이 있군요. 경의 말에 따르면 선황 폐하의 

시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군요. 폐하의 성단에 과오가 있을 리가 없는데도… 」

「불경스러운 발언이외다!」

몇 명의 귀족이 동의하는 뜻을 비친다.

모두 젊다.

그레인델 호수의 연회에 불리지 않을 만큼 하급 귀족이거나 죽었던 대귀족으로부터 작위

를 이은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자들이다. 

게다가 아침으로부터 쭉 이런 상태였다.

렌다크가 뭔가 말한 때마다 그들이 트집을 잡고 회의를 지연시킨덕분에 렌다크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다.

원래 그는 남작으로 귀족 가운데에서는 가장 위계가 낮다.

게다가 서슴없는 직언 덕분에 선황 시절부터 냉대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제국부의 생존자 가운데에서는 최고위계층이고 정무에도 참가해 왔었기 때문에 의

장을 맡고 있는 것이지만 본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새파란 귀족들이지만 이어받은 작위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닌 그들의 눈에 

의장의 자리에 올라있는 렌다크남작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폐하……」

렌다크가 뒤돌아서며 옥좌를 쳐다봤다. 

그러면 크리온은 그대로 굳어져 버린다. 

긴 붉은색의 망토에 너무 커서 흘러내릴 것 같은 왕관을 필사적으로 머리 위에 유지시키

고 있는 크리온이다.

눈은 앞을 보고 있지만 특별히 주시하는 것 없이 흐리멍텅했다. 

그에게 있어서 자나고드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처음인 것이다.

9천만의 백성을 총괄하는 지고의 방.

주위에 있는 것은 전부 연상의 성인들.

날개 모자를 돋보이게 한 귀족이나 정말로 완숙해 보인다는 느낌의 문관.

게다가 그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눈빛을 보면 절대 존경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

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걸까. 

덕분에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던 그였다.

「폐하……의견을 」

렌다크가 정중하게 말하자 크리온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좌우에 서 있는 사람들은 늙은 전례장관인 라하슈·쥬디카와 후견인으로서 따라온 그레인

델벨트 후스피그램·츠인드 후작 그리고 군의 참관자로서 나와 있는 데지에라·진피어스 동

정장군이었다. 

하지만 모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쥬디카는 힐금힐금 그를 쳐다볼 뿐이고, 데지에라는 냉정하게 무관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류타의 아버지이자 친아버지와 같이 생각해 왔던 츠인드는 자신의 눈이 가자마자 고개

를 돌려 버린다. 

그러면 크리온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런 황제를 보고 한숨을 쉰 렌다크가 귀족들에게 몸들 돌렸다. 

「의사 도중이긴 하지만 폐하께서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이 다음은 내일에 속행하겠습니다. 

―― 이의 있으십니까?」

「도망치자는 생각인가? 」

「귀하에게 별 방법이 없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니요?」

호레이쇼 자작들이 야유를 쏟아 붓자 렌다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우선 자신들이 생각하면 어떤가. 이 쓸모 없는 돼지들아! 라고 속으

로만 외쳐보는 그였다.

렌다크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대처방안이 있었다.

그리고 자만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기 스스로 실력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신분이 낮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뒷좌석에 나란히 한 문관도 같은 심정이었다.

그들도 현장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자기 업무에 종사해왔던 자 들이다.

그래서 사냥이나 연회 등에 빠져사는 대귀족들 보다는 유능한 자들이 많다. 

그렇지만 귀족을 향해 발언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귀족에 대한 분노와 무력한 황제에 대한 실망 그것이 렌다크와 문관들의 공통된 심정이었

다.

벽에 부딪친 논의를 타개하기 위해 렌다크는 쥬디카와 이야기를 했다. 

「쥬디카장관 귀하가 볼 때 어떠신가요. 폐하께서 지금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

「아?……아..아니, 그렇군요. 먼 여행의 피곤이 들 풀리신 것 같습니다.」

「들은 대로입니다. 금일의 국의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귀족들이 불평을 해댔지만 크리온이 일어서자 조용해졌다.

300에 달하는 시선들을 뒤로하고 크리온은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다. 

방을 빠져나오자 빈틈없이 그를 둘러싼 근위병들과 함께 복도를 걷고 있는 크리온의 등에

서 목 쉰 소리가 들려왔다. 

「폐하……폐하!」

「예?」

뒤돌아보면 말라비틀어진 고목과 같이 흐느적거리는 노인이 다가왔다.

쥬디카장관이었다. 

「아, 쥬디카 씨…… 가 아니고 장관」

「폐하 조금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

「말하세요. 」

「그것이 조금… 」

「……비밀이야기 인가요」

「가능하면 그렇게 ……」

「아, 음. ……잠깐 떨어져있거라 」

근위병들이 엷은 웃음을 지으면서 멀어지자 크리온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되었나요?」

「그렇습니다. 폐하.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황제 폐하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음-」

「아시는 대로 선황 제만트 4세 폐하는 18명의 대를 이을 왕자님들을 만들어내셨습니다.. 그

런데도 크리온 폐하를 제외한 17인의 왕자님들은 전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렇죠.」

「우리 진그리츠 왕족의 관습으로는 오직 남자만이 제위를 이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지금의 왕족에 남자는 오직 폐하 한 분밖에 계시지 않습니다. 선황 폐하의 왕후도 

돌아가시고 있고 친인척 중에서도 남아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특히 17명의 왕자님들의 후

손 중에서는 남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전하! 중대사라는 말입니다!」

「아?……」

쥬디카는 나이에 안 맞게 무서울 정도의 열의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지만 크리온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대로 머리를 굴려보다가 대답을 한다. 

「음…… 그래요? 그럼 여자아이도 황위를 이을 수 있도록 법을 바꾸면 된다는 건가요? 맞

나?」

「바..바꾸다뇨! 그런 말도 안 되는 법은 절대 불가입니다! 제가 어찌 그런 불충스러운 말을 

하겠습니까!! 」

안색을 파래진 노인은 길길이 난리를 피웠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을 다물고 크리온에 얼굴을 가져가 귓속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폐하께서 대를 이을 후손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는 것

입니다」

크리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내가?」

「그렇습니다 그것도 시급한 일입니다!」

「그런… 난 겨우 15살인데?」

「상관없습니다. 선황 폐하께서는 14살 때 처음으로 자손을 보셨습니다.」

「그러나 혼인이라니… 난 준비도 안됐고 아니 그 무엇보다 상대가…」

「혼인? 그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결혼식은 조금 시간이 지나 주위 나라의 관계를 정립한 

후 손을 잡을 상대나 아니면 적이 될 나라를 확인하고 나서야 거행하는 것이 옮은 줄로 압

니다.」

처음부터 정략 결혼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고 말하는 쥬디카였다.

하지만 지금 크리온에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리는 없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죠? 아이를 만들기 전에 우선 혼인을 해야 아들이 생기고 

말고 할거 아닌가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측실을 두시면 되니까요. 아드님을 생산하기 위해서 라면 꼭 결

혼식을 통한 정실만이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런 터무니없는! 단지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목적만으로 여자에게 손을 댈 수 있다

는 건가요?」

「터무니없다뇨.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상대 여성도 즐거워할 겁니다. 폐하의 손이 닿는

다면 가문은 황적에 들어가고 평생 뭐 하나 불편함이 없는 생활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다르잖아요! 아이라는 것은 우선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옳은 말씁이십니다.」

갑자기 목소리를 낮춘 쥬디카는 크리온을 매섭게 쏘아봤다. 

「하지만 폐하께서 하시는 말씀은 보통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폐하는 이 진그리츠

제국의 황제이십니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대를 이을 혈통을 남기는 것은 정무나 군무보

다도 중대한 일인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혈통에 자부심을 가지십쇼! 페하께서 첩을 두는 

것은 그 상대에게도 여자로서 최고의 명예를 주시는 것입니다. 그 어떤 여성이라도 폐하께 

안기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좋아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페하에게 

선택되냐 안 되냐의 문제죠. 지금 페하께서 하시는 고민은 전혀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폐

하! 잘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우선 가시죠. 가면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

쥬다카가 성큼성큼 앞서가자 크리온은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천년 백년 계속되고 왔던 왕족의 인습이 노인의 등에 망령과 같이 피어오르는 것 같은 기

분이 들었다. 

「우선 그렇다 해도 아직 나에게는 첫눈에 반한 상대도 없으니……」

「폐하께서 찾아 돌아다니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거죠?」

「후궁(=할렘?)을 지으면 됩니다」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크리온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다. 

「후궁?」

「제가 책임지고 전국에서 미녀를 골라내겠습니다. 폐하는 그 중에서 마음에 드시는 여성을 

선택만 하시면 되는 겁니다」

「그런…… 그럼 선황의 첩들도 여기에 있다는 건가요?」

「음... 선황 폐하의 경우에는 여자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으셔서 현재는 많지 않았습니다」

크리온은 한숨을 돌리는 순간 쥬디크의 입에서 곧바로 다른 답이 나온다.

「대신 남자에 관심이 많으셨죠.」

「!!…………….」

「때문에 선황께서는 단지 황제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겨우 20명 정도의 후궁만 두셨습

니다.」

「겨우……… 20명? …………….」

「하지만 그 이전에 즉 사서에 기록돼있는 것을 보면 다르죠. 오성력 845년 제8올만조의 메

기도 2세 폐하께서는 왕궁 내에 160개의 후궁을 짓고 4 백여 명의 첩을 거기에 살게 하셨다

던지……」

「4…4…4 백명!」

「아. 폐하 그렇게 너무 실망하지 마십쇼. 그 때는 지금보다 나라가 작았던 시기라서 적었던 

것입니다. 폐하의 후궁은 지금의 진그리츠의 국위에 어울리는 규모가 아니면 안되죠. 그러니 

한 천명정도……」

「쿨럭! 쿨럭!……………….」

노인은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크리온에게 이것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는 오라를 물씬 풍기며 그를 압박했다.

아무래도 이 노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지금의 크리온에게는 무리일 것 같았다.

국의 때에는 주뼛주뼛 서있기만 하는 무기력한 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단순한 노인이 전

례장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노인은 왕족의 전례에 관련된 사항이면 이렇게 타오르는 것 같다.

누가 이 사람을 노인으로 보겠는가!

기가 죽은 크리온은 어느 정도 물러서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았어요. 대를 이을 자손을 만들겠어요. 」

「그렇습니까! 결심을 굳혀졌습니까? 그러면 빨리 전국에 전령을 보내 영지에서 가장 아름

다운 미녀 천명을……」

「잠까∼안!」

크리온은 두 손을 들며 쥬디카를 막았다.

「장관도 듣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지금의 진그리츠에는 그런 일을 한 돈이 없어요.」

「아… 그런…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휴… 폐하의 위명에 먹칠하는 것이 되겠지만 사정상 

5 백명이나 3 백명 정도로 줄여서……」

「아예 그러지 말라는 말입니다 !」

크리온은 외쳤다. 

「제가 아니 짐이 혼자서 여자아이 하나 못 찾을 바보로 보이는 겁니까? 저 혼자서도 여

자…정도는 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라뇨! 그것은 안됩니다. 폐하의 아들이라면 장차 제국의 황제가 되실 분. 그런 분의 

어머니가 되실 분이 어떤 분이신지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뽑아야……」

「미리 장관께 물어서 결정을 하도록 하죠! 약속하겠습니다! 」

「음……그래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라서 ……」

「알았어요! 알았습니다! 서둘러 뽑도록 하죠!」

「그렇습니까. 그러면 우선 당분간은 폐하께 맡기겠습니다.…… 아무쪼록 잊지 말고 꼭 서둘

러 주시길」

그 뒤로 여러 번 다짐을 받은 뒤에야 노인은 사라졌다. 

「하아……」

크리온은 한숨을 쉰다.

정치적인 일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운데 지금까지 무해하다고 생각해 왔던 노인에게 터무니

없는 기습을 받아 버렸다.

이쪽의 기분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게 과연 황제라는 것인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다시 근위병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중에는 질공기단의 마이라도 있었다.

그녀는 현재 친위대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그 때 사고로 선황를 섬기고 있던 근위병들도 선황과 운명을 같이 했기 때문에 보충을 위

해 동원돼 있는 것이다. 

「가시렵니까?」

「음……」

마이라가 먼저 나선다.

뒤를 따르는 병사들 안에서 웃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병사들은 크리온을 존경은커녕 비웃지나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

마이라도 직무에는 충실하고 있지만 크리온에 대해서는 일말의 다른 감정도 없는 것 같

다. 

……여기에도 아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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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시간도 크리온은 고독했다.

전용식당에서 전용식탁으로 혼자 먹는데도 불구하고 식사는 50 접시에 이르는 호화찬란한 

것이었다.

그저 1인 분 이상은 먹을 없었던 크리온이 걱정이 돼 급사장에게 물어보자 황제가 입에 

댄 음식은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에 죄다 소각시킨다고 했다.

그것이 끝나면 목욕이었다. 

아직 길을 알지 못하는 크리온은 성내를 전부 마이라와 근위병들을 따라 이동해야만 했

다.

그렇게해서 석조로 된 넓은 욕실에 들어섰지만 마이라들와 5인의 근위병은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크리온은 주눅이 들어 묻었다. 

「저……나가 주지 않겠어?」

「안됩니다. 폐하. 욕실에 들어가실 때 폐하께서는 무방비상태가 되십니다. 」

그렇게 말하면서 쭉 허리의 검에서 손을 띠지 않고 있다.

크리온도 예전부터 생명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익숙했다.

국경지방인 그레인델벨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리민족이나 맹수를 상대로 싸울 경우를 대비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궁 한가운데에서 경호가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비무장이라도 괜찮아요. 목욕할 때는 아무도 없잖아요.」

「아닙니다. 시녀가 몇 명 같이 있을 겁니다. ――아 시녀들이 오는군요.」

몇 사람의 시녀가 나타나서 크리온의 옷에 손을 댔다.

크리온은 놀라 시녀들의 손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잠깐! 뭐 하려는 거야?」

「시녀에게 맡기십시오 폐하」

「그..그럼 난 아무 것도 없이 있으란 말이야? 여자 앞에서 ?」

「걱정하지 마십쇼. 부주의한 자가 있으면 제가 참수해 버리겠습니다」

태연하게 마이라가 말했다.

물론 크리온의 수치심이나 그런 것은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 말이다.

크리온은 엉겁결에 중얼거린다. 

「경호때문이 아니고 ……부..부끄러우니까...」

「폐하의 몸에는 어디 한 점 부끄러운 부분이 없습니다. 선황 폐하의 몸에는 시녀들도 한숨

을 쉬었다고 들었습니다」

관습이니 조용히 받기나 하라고 압력을 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치더라도 마이라의 말에는 왠지 악의가 있는 것 같았다. ―― 선황과 비교해 보면 

네가 너무 허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 그런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물론 선황은 정치는 몰라도 전투/군사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황제였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는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포기한 크리온이 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시녀들이 몰려와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으면 안 된다는 듯 내뿜는 숨까지 조절해가

며 크리온의 망토와 튜닉, 그리고 마지막으로 속옷이 무슨 무서운 괴물이라도 되는 듯 조심

스럽게 벗겨냈다.

거기에 더해진 마이라의 용서 없는 시선에 크리온의 얼굴은 아니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

다. 

알몸이 되어, 욕실로 들어가는 낮은 입구에 서서 크리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안에까지 다 따라붙는 거야?」

「아닙니다. 안에는 남자는 제외하고 여자들만 들어갑니다. 」

무슨 의미로 하는 소리냐 라고 크리온은 속으로 절규했다. 

계속해서 시녀들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망설임 없이 에이프런이라고 불리는 검은 스커트를 벗어 던져 매끈매끈한 알몸이 된다. 

마치 삶은 달걀을 벗기듯 훌렁훌렁 옷이 떨어지며 새하얀 피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때 크리온은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시녀들이 서로의 사타구니에서 손가락을 집어넣고 뭔가를 찾는 듯 더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30여세의 시녀장이 다시 한번 다른 시녀들에게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다가 그

것이 끝나자 마이라에게 보고했다. 

「니센님 이상 없습니다. 」

「좋다. 폐하를 욕실로. 」

밑으로는 20세가 안될 것 같은 어린 시녀에서부터 30세의 시녀장까지 6명의 실오라기 하

나 걸치지 않은 여자들이 크리온을 감쌌다.

시녀들의 몸 사이에 파묻힌 크리온은 빨게진 얼굴을 숙이면서 외쳤다. 

「자..잠깐 그쪽은 왜 벗은 거지? 목욕하는 사람은 난데.」

「무기를 몸에 지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심하십쇼. 몸 속에도 숨긴 것이 없는지 

완벽하게 검사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폐하」 ---합창-

시녀에게 둘러싸인 크리온은 허둥대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은 얼핏 보기에도 한번에 100명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암석온천이었다.

주위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남방의 나무까지 심어져 있어 전혀 

실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멍하니 우뚝 서있는 크리온에게 시녀장이 속삭였다. 

「폐하. 폐하의 몸에 저희들이 손을 대도 되겠습니까?」

「예? 아, 아」

잘 알지도 못하고 수긍하자 시녀들은 향기가 나는 잿물에 거품을 내면서 일제히 크리온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 위세에 놀라 잠시 몸이 굳었던 크리온은 곧 정신을 차리고 몸을 뺐다. 

「아, 잠깐! 내 스스로 할 테니까… 」

「예? 아니 왜……」

시녀장은 의아스럽다는 듯이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뭔가 깨달았다는 얼굴로 수긍했

다. 

「죄송합니다. 폐하. 저 같은 늙은 것이 폐하께 함부로 손을 대다니. ――쥬나, cb로스 너희

들이 하거라」

「네, 토린제님」「예. 알겠습니다」

기쁜듯이 미소 짓는 두 여성이 크리온의 양옆에 섰다. 

「실례합니다……」

두 사람의 여성이 정성스럽게 크리온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크리온은 그냥 포기하고 순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항상 이 정도 인원이 시중을 드는 건가?」

「본래대로라면 1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선황 폐하께서 인원을 줄이신데다가 그 때

의 사고로 많은 시녀가 죽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폐하. 곧 인원을 보충해서……」

오히려 이것도 적다라는 대답을 듣고 크리온은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시녀장이 뒤에 뭐라고 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이 상태로는 혼자서 한다고 말해도 전혀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쥬나와 츄로스는 신선한 유방과 하복부의 어렴풋한 그늘을 전혀 숨기려 하지 않고 부지런

히 크리온의 몸을 씻겼다.

쥬나는 홍차색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짧게 가지런히 자르고 있었고 츄로스는 푸른빛이 

도는 긴 생머리를 머리 뒤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모두 20세 안팎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다른 여성들도 더운물을 부어주거나 향유를 준비하는 등 부지런히 일하면서 20대의 멋진 

몸매를 과시한다.

그것을 지시하는 시녀장 토린제도 자칭 '늙은'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기름지고 풍만한 

몸매를 가진 미녀였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품위있는 표정이나 몸가짐 때문에 그나마 30세 정도로 보였지만 지

금 벗겨 놓고보니 20대 중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크리온의 아랫도리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

크리온의 가슴을 밀고 있던 쥬나가 시선을 떨어뜨렸다. 

「폐하…… 발기하셨습니까?」

「아…… 미안합니다!」

크리온은 허둥대며 손으로 앞을 가렸다.

그렇지만 의지로 억누른다고해서 사그러들만한 것이 아니었다.

흥미 있다는 눈으로 들여다보는 쥬나가 가까이 다가오자 탱탱히 부풀어올라 터질 것 같은 

유방이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손바닥에 눌리는 압력이 더욱 더 커져버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마라. 잠깐 이렇게 돼버렸을 뿐이니 …… 불쾌했다면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폐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말벗이 돼드렸으면 합니

다만. 」

태연하게 말하며 크리온의 허리를 뒤에서 감아오는 츄로스가 미끈거리는 손을 앞으로 빼

내 더듬었다.

그러자 잔뜩 발기해 버린 크리온의 성기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여성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그 곳을 만지게 한 것은 처음인 크리온은 불이라도 댄 듯 재빨

리 몸을 말아 그녀의 손을 피하며 외쳤다. 

「잠깐! 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말벗이 된다니! 설마……」

「폐하의 씨를 받고 싶다고 말한 것입니다」

토린제가 당당하게 말하고 크리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반대로 크리온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씨를 받다니 ……그런… 이렇게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 이런데서 그런 짓을 해도 자

네들 좋다는 건가? 그런 짓을!」

「예.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여기서 폐하의 씨를 몸 안에 주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

다.」

토린제는 정말로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쥬디카님의 명령으로. 함부로 씨를 받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를 잇는 문제가 얽힐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그럼……하지 않는거야?」

크리온은 마음속으로 한숨 돌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그에게도 성욕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이 환경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도덕관이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크리온은 그레인델벨트령에서 상대방과-내심 소류타라고 정해놓고 있었다- 약혼의 언약

을 나눌 때까지는 입맞춤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그 상황을 피하게 되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안심한 것이다.

하지만 토린제는 그런 크리온이 기대를 산산히 부셔버리고 만다. 

「정말 죄송합니다. 폐하께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원하신다면 손이나 입 등은 마음껏 사용

하실 수 있습니다. 정식으로 씨를 받는 행위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마음을 다해 봉사하겠습

니다. 」

「그..그럼 그..그 부분 외에 다른 곳에는 집어넣어도 좋다는 말인가?」

「폐하의 씨를 그렇게 낭비한다는 것은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만 폐하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

을 다하겠습니다.」

크리온은 연이은 공격으로 빈사상태에 이르러 멍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 하나 이의를 주장하지 않았고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토린제가 또 후속 공격을 가한다. 

「물론 폐하가 정식으로 첩으로서 인정해 주신다면 태내에 넣어 주시다해도 문제되지 않습

니다. …… 오히려 모두 기다리고 바라온 바입니다. 」

그렇게 말하고 크리온에게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낸다.

육감적인 알몸 미녀의 뜨거운 눈길을 감당하지 못한 크리온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거기에도 같은 시선이 있었다. 

6명의 시녀들 전원이 그랬다.

토린제도 쥬나도 츄로스도 모두들 물기있는 눈동자로 크리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리온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컬쳐쇼크에 크리온은 혼란스러워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세계와 너무나도 동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상상하고 있던 황제의 생활과도.

기껏해야 매일 뼈 달린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생활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 크리온도 남녀가 어떻게 결합되는지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실 가운데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말이었던 것이다. 

시녀들이 바라는 것 같은 것은 크리온의 상식으로는 창녀나 하는 짓이었다.

그것을 강요하는 남자는 있을거라고 생각 했지만 설마 바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죄악감에 사로잡힌 크리온이 중얼거렸다. 

「그런……그런 것은 안 해도 좋아요……」

시녀들은 아쉬운 눈으로 서로 마주보고 체념했지만 옆에 있던 츄로스가 묘하게 냉정한 어

투로 말했다. 

「그러면 계속해서 깨끗하게 씻겨드리겠습니다.」

웅크리고 있는 크리온의 등에 탄력이 있는 뭔가가 꽉 눌리면서 팽창한다.

유방이다 라고 생각한 크리온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버렸다.

동시에 츄로스의 두 손이 옆구리에 미끄러지며 다리와 허리 사이를 파고들어 크리온의 성

기를 감싸 쥐었다. 

「아, 폐하께 무례하게 ……」「기다리세요 」

시녀들과 토린제가 재빠르게 말을 나누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 신경이 쏠려있는 크리온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헉!……」

허리가 흔들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미한 쾌감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만져지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다고는 생각지 못했었

다. 

츄로스의 나긋나긋한 손가락이 크리온의 아직 미성숙된 성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올라

갔다.

껍질을 벗기자 아주 민감한 지역이 노출되고 손가락이 그 부분을 둘러쌌다.

크리온은 갓 잡은 물고기처럼 흠칫거리며 허리를 튕겼다.

순식간에 강렬한 사정욕구가 끓어올랐다. 

「저... 츄로스……」

「다음은 넓적다리 부분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에?」

크리온이 어렴풋이 눈을 뜨니 츄로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크리온의 넓적다리를 닦

고 있다.

여성의 향기로운 향기와 사라져 가는 쾌감이 크리온에 이성을 날려버렸다. 

「츄로스씨 지금 ……」

「예. 열심히 씻겨드리겠습니다.」

「에. 음……」

「비누칠이 끝나면 욕조로 모셔드리겠습니다.」

등을 돌린 자세에서 크리온의 무릎을 닦으면서 츄로스는 매정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말과는 달리 그 매끈매끈한 허리는 크리온의 허리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이럼 쪽으로 면역이 없는 크리온이 이런 강렬한 유혹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부탁……」

「네?」

「손으로는 괜찮으니까 ……약간만」

「손 말입니까? 그러면 어디를 밀어드릴까요?」

「그 저기……」

「저기라고 말씀하신다면?」

「……여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크리온은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거기에서 소년의 의지를 웅변하듯 분홍색 성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있다. 

츄로스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러면 봉사해 드려도 좋습니까?」

「……응」

「알겠습니다」

시녀들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 차더니 일제히 크리온을 둘러싼다. 

「폐하 넓적다리 좀 넓혀 주시와요.」

「아! 폐하! 어리신 나이에… 정말 훌륭하십니다!」

「뒤로 누우시길. 제가 받아 모시겠습니다. 」

토린제가 크리온의 뒤에 길게 누우면서 크리온을 끌어당기자 그 위에 눕게 되었다.

풍만한 육체가 고기 침대가 되어 크리온의 등을 받쳐주었다. 

목 부분에 깔린 탄력있는 유방은 그 어떤 베개보다도 안락하였다.

위로 향해 눕게 된 크리온의 사타구니에 날씬한 페니스가 결사적으로 항의를 한다.

츄로스가 그것에 손을 가져가고 옆에서 쥬나가 끼어들었다.

그 둘은 서로에게 질세라 부지런히 애무를 시작했다.

나머지 여성들은 따돌려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크리온의 양손에 양다리에 자신의 

부드러운 유방이나 배를 갖다대고 비벼댄다. 

「크리온 폐하……」 --- 또 합창-

사방에서 달콤하게 졸라오는 소리를 듣고 몸 전체를 여자들의 피부에 둘러싸인 크리온은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도원향이었다.

이것이 황제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습니까? 폐하.」

토린제는 그의 몸의 아래에서 관능적으로 꿈틀거리며 온몸으로 미묘한 자극을 주었고 두 

손은 크리온의 가슴을 껴안고 인자한 어머니처럼 애무하고 있었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그 성숙한 육체에서 머리가 아찔할 정도의 육향이 피어올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토린제의 몸에 둘러싸인 크리온은 소리 없이 수긍했다. 

「폐하……폐하 정말 깨끗하십니다……」

페니스를 쓰다듬고 비비고 있던 쥬나도 욕념에 빠진 것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직 15세 시군요. 피부도 매끈매끈하고 뼈도 가늘고…… 얼굴에도 괜찮으십니까?」

실눈을 뜨니 쥬나의 홍차색의 머리가 바로 옆에 있다.

큰 눈과 오똑한 코, 윤기있는 입술, 입술 사이로 흰 이가 보였다.

「응……」

힘없이 크리온이 허락하자 쥬나는 뺨에 입술을 대어 왔다.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맞추며 온 얼굴을 누비고 다녔다. 

「매우 근사하십니다……폐하 같이 아름다운 남자가 정말 좋습니다. 실례입니다만 방사의 

경험은 ……」

「아직……없어서」

「아!……그러면 우리들이 폐하의 최초로 …… 영광입니다」

더욱더 얼굴을 파고들며 쥬나는 크리온의 귀에 혀를 집어넣었다. 

「아! 츄로스. ……이런 깨끗한 폐하를 섬기게 되다니 정말 행복하군요.」

「…예.」

사타구니에 붙어있던 츄로스가 대답하면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허리를 크리온의 얼굴 옆

에 옮겨 왔다. 

기척을 느낀 크리온이 옆을 보니 츄로스의 음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미려한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가 두 갈래로 쪼개져 있고 그 사이로 매우 낯선 것이 보였

다.

드문 드문 물방울이 매달린 가느다란 털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 사이로 분홍색

의 주름이 살짝 열린 채 물기어린 빨간 열매가 살짝 엿보였다.

여자의 성기! 크리온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깨달은 츄로스가 속삭였다. 

「폐하……어떻습니까?」

지독하게 직선적인 권유였다.

크리온은 유혹에 질 것 같았다.

츄로스의 가느다란 허리와 허리에서 급격히 넓어지는 둥근 엉덩이, 밤송이 같이 살짝 벌

어진 엉덩이 사이로 또 다시 살짝 벌려진 열매, 보면 볼수록 욕망만 높아진다.

그만한 것에 크리온의 도덕심이 부서진다면 그 누구도 나무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대로 있으면 크리온은 츄로스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았다.

그것을 막은 것은 쥬나이였다. 

「아, 츄로스 교활해요……」

크리온의 뺨으로부터 얼굴을 뗀 쥬나가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츄로스 맞은 편에서 크리온에게 츄로스보다 조금 작지만 역시 유혹적인 엉덩이를 과시했

다. 

「폐하 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에……」

크리온은 망설였다.

이 때 그의 의식은 혼란스러웠고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어느 쪽의 여성을 먼저 껴안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츄로스보다 성미가 급한 쥬나가 손으로 만지고 있던 크리온의 페니스에 얼굴을 묻는다. 

「폐하 입으로 실례하겠습니다」

「에?」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들을 사이도 없이 페니스가 따뜻한 점막에 둘러싸였다. 

「하악! 아아앗! 읍...」

크리온은 엉겁결에 경련 했다.

약간 얼굴을 들어 내려다 보니 쥬나가 자신의 것을 입에 넣고 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리온은 강렬한 죄악감에 사로잡혀 외쳤다. 

「안되요! 그런 짓은! 타락한 자나 하는 짓이라고요! 」

「괜찮습니다. 폐하를 위해서라면 타락해도 상관없습니다」 

잠깐 입을 떼고 말을 한 쥬나는 다시 한번 크리온의 것을 입안에 가득 빨아들였다.

오목해진 뺨과 영활하게 움직이는 혀가 크리온의 것에 어마어마한 자극을 주기 시작한다. 

곧바로 옆에 츄로스가 끼어들었다.

지지 않으려는 듯이 쥬나의 옆에서 입맞춤하고 크리온의 페니스 주위를 한 치의 틈도 없

이 둘러싼다. 

「그런 그런……」

진그리츠 국교인 이후라 교회가 가르치는 바에 의하면 구강 성교는 파문감이었다.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해 교회는 정상위의 성교만 인정하고 있다.

아니, 그것에 따르면 우선 이런 난교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허용되지 않는 것을 자신을 위해 행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고 크리온은 심한 걱정을 느꼈

다.

그래서 뭐라고 하려고 한 순간 토린제가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폐하는 황제입니다. 황제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타구니에 더해지는 쾌감.

여성들에 의해 몸과 마음 양면으로 봉사받는 쾌감이 다시 한번 크리온의 생각을 암흑 속

으로 빠트렸다.

「폐하」「폐하……」

시녀들이 크리온의 사지를 애무하면서 교묘한 움직임으로 스스로의 성기로 크리온의 손가

락을 유도하며 말한다. 

「정을 ……」「어떠세요. 저는 ……」

전신의 피부를 하나도 빠짐없이 덮고 있는 여성들의 몸. 귀를 간질이는 간청소리, 은근슬

쩍 코로 스며드는 달콤한 육향, 혀에 닿는 다른 여성의 혀. 그리고 사타구니를 끊임없이 핥

고 빠는 2개의 입술.

그것은 총력의 기교를 다하는 쟁탈전이었다.

여성들은 어떻게든 황제의 관심을 손에 넣으려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감의 전부를 끈적끈적한 성의 늪에 잠겨버린 크리온은 특별히 떠오르는 생각

이 없었다.

다만 가끔 허리가 기계적으로 흠칫흠칫 거릴 뿐이었다. 

「아, 앗!」

그 때 클리온의 성기를 애무하고 있었던 것은 쥬나이였다.

지금이 말로만 들어온 그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크리온의 육봉을 깊숙이 삼키

고 빨아들였다.

남아 있던 츄로스는 재빠르게 고환에 혀를 대고 움직였다.

성기 주위 전부가 둘러싸인 상태에서 크리온은 사정했다. 

「흐으음∼」

기쁜 듯이 쥬나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크리온의 성기가 한 번식 약동할 때마다 쥬나의 입안으로 정액의 쏟아졌다.

그런데 도중에 미소를 짓던 쥬나의 얼굴에 약간 곤혼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우우웃 우우웃」

그와 상관없이 크리온은 말할 수 없는 벙어리같은 신음소리는 내며 계속해서 사정했다.

그는 몽정의 경험은 있지만 자위를 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몸은 젊디젊었고 그 최초의 정액은 지금까지 저장해 놓은 것을 다 토해내겠다는 

듯이 막대한 양을 자랑했다. 

처음 겪어보는 강렬한 애무가 그것을 전부 방출시킨 것이다.

쥬나는 도중에 숨이 막히는지 입을 떼었다.

노출된 페니스는 그래도 분수와 같이 단속적으로 하얀 즙을 날리기를 계속했다.

재빠르게 츄로스가 달려들어 그것을 받아들였다. 

입가로부터 점액을 실을 늘어뜨리면서 쥬나가 감동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굉장한 양……과연 제국을 다스리는 분의 혈통이신가봐요. 」

그렇게 말하며 쥬나는 몸을 일으켜 등을 돌렸다. 

크리온은 여전히 츄로스의 입 속에다가 사정을 계속했다.

츄로스의 입가로부터도 정액이 넘치려고 할 때쯤 되서야 방출이 수그러들었다.

츄로스는 얼굴을 떼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꿀꺽 소리를 내며 그것을 다 마신다.

「아……」라는 주위의 여성들으로부터 부러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한 절정의 순간을 지난친 크리온은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츄로스가 계속이라고 속삭인다. 

「어떻습니까」

「음……좋았지만 ……」

역시 이런 일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려는 크리온을 츄로스가 차단했다. 

「몸 속에다가 방출하시면 지금의 몇 배 이상 기분이 좋다고 해요」

돌아오던 도덕심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의식이 날아가 버렸을 정도로 좋았던 지금보다 몇 배의 쾌락! 

토린제가 뒤에서 손을 뻗어 크리온의 사타구니를 만졌다.

그것은 아직 단단함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상태였다. 

「폐하 아직 만족하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아… 음……」

「계속할까요? 입 말고 몸 속에다가요 . 다른 여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구잡이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국의 힘이라면 첩 몇 십명 정도는 편안하게 기를 수 있습니다. 

……저희들 전부에 손을 대주셔도 좋구요」

토린제가 크리온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여기만의 이야기입니다만 ……저도 선황 폐하께 정을 받았습니다. 비밀로 했기 때문에 첩

이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 그러나……덕분에 남자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기술이라면 제가 가

장 탁월하죠. 정형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는 다른 시녀들과는 틀립니다.」

교활한 접근이었다.

그렇지만 크리온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심정과 어머니 같은 토린제의 몸에서 나오는 온화함이 그를 혼동시키고 있었

다.

그렇다. 비웃음 당할 것 같은 다른 여자아이 말고 처음부터 상냥하게 이끌어줄 사람이 

……

재빠르게 츄로스와 젊은 시녀들이 합세한다.

「폐하! 폐하께 저희들의 정조를 바치고자 합니다. 저희는 선황 폐하를 섬기기 때문에 다른 

남자들과 만나는 것이 금지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선황 폐하도 저희들의 손으로 주시는 것 

외에는 정말로 정을 주셨던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제발 저희들에게 남자에 관해 가르쳐 주십시오. 남자를 받은 적 없는 깨끗한 몸으로 정성껏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정욕이 사고를 흐트러트리고 왜곡시켰다.

이렇게 원하고 있는데 한 명이 아니라 이 여자들 전부를 ……

그 때 시녀 중 하나의 외침이 불순한 망상을 깨부수었다. 

「쥬나! 뭐 하고 있는 거죠!」

갑자기 모두들 뒤돌아보았다.

그 앞에는 쥬나가 등을 돌린 채 자신의 아랫배 쪽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쥬나!」

츄로스가 달려들어 쥬나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넓적다리가 벌어지며 쥬나의 음부가 공공연하게 노출됐다.

쥬나가 거기에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가 하고 바라본 크리온은 아연질색했다. 

「폐하의 ……폐하의 씨……중요한 씨……」

헛소리와 같이 중얼거림이지만 쥬나의 손은 음부를 주무르고 안쪽까지 파고든다.

맑은 적색의 음모의 사이에 하얀 것들이 달라붙어 있다.

그것이 적어지면 쥬나는 입가에 손을 가져가 새로운 즙을 토해서 다시 사타구니에 칠하는 

것을 반복한다. 

크리온의 정액이었다. 

크리온은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다들 쥬나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던 중 츄로스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쥬나

의 손을 막았다.

「그만두세요 쥬나!」

「아니, 싫어! 처음으로 씨를 받을 수 있다고!」

「쥬나!」

5명의 시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쥬나를 꽉 눌렀다.

입에 손가락을 넣어 정액을 토하게 하고 손을 더운물에서 씻어낸 다음 무리하게 사타구니

에 넣어 닦아내려고 한다.

츄로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토린제님……이 아이 벌써 속까지 」

「……너무 빠르군요. 쥬나.」

토린제는 일어서면서 소리를 질렀다. 

「니센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처리?」

놀란 크리온 앞에 시퍼런 칼날을 빼든 마이라가 들어왔다.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쥬나에 목을 칼을 들이댄다. 

「불상사란 ?」

「허락을 구하지 않고 감히 폐하의 아이를 임신하려고 했습니다. 왕족의 피를 함부로 이으

려 한 즉결처분감 입니다」

「흠……여기에서 처리하는 것은 안 좋으니」

마이라는 검을 내리고 난폭하게 쥬나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나서 다른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랫배만 걱정하고 있는 쥬나를 무리하게 질질 끌

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크리온이 외쳤다. 

「잠깐! 기다리라! 지금 뭘 하려는 건가!」

토린제가 뒤를 돌아보며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희들은 평민입니다. 본래라면 폐하에는 손이나 입으로도 모실 수 없을 만큼의 비천한 

몸. 그러나 이런저런 편의를 위해 이렇게 묵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씨를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츄로스가 뒤를 이었다. 

「폐하의 씨를 받으면 첩 즉 귀족으로 승격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는 평민. 이렇게 

신분이 변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합니다. 정식으로 첩이 되

기 위해서는 폐하의 확실히 허락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쥬나가 한 짓은 평민이 멋대로 귀족이 되려고 한 것입니다. 남자라면 반란감이

지요 . 그리고 반란은 교수형……」

크리온은 오싹했다.

자신은 정욕에 이끌려서 가벼운 기분으로 여자들을 껴안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그녀들의 신분과 인생을 바꿔버리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것도 알지 못하고 쉽게 정액을 주었던 탓에 한 여성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것이 크리

온은 견딜 수 없었다. 

「안된다. 사형따위는」

「그러나 폐하……」

「안되면 안되다! 나는 황제다 ! 황제가 말한 것이 들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러자 마이라가 뒤로 돌아서며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폐하께서 이 여성을 첩으로 받아 주실 수 있습니까」

「그것은 ……」

크리온은 말이 흐려졌다.

쥬디카의 말을 생각해 냈다.

그 때 자신은 당당하게도 대답했다.

아이는 서로 사랑한 두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

어떻게 여자를 찾아서 아이를 만들겠다는 등의 헛소리를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럴 생각이 없으신 것 같군요. 그럼」

마이라가 등을 돌리자 크리온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내가 나빴다! 내 의지가 약해서 이렇게 된 거야! 뭔가 잘 처리할 방법은 없는 건가?」

「……」

「 어쨌든 사형만은 절대 안된다!」

크리온은 달려가 쥬나의 팔을 잡았다.

마이라가 뭔가 중얼거린다.

유약하다 라고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크리온은 필사적으로 마이라를 노려보았다. 

잠시동안 그렇게 대치하고 있자 토린제가 말을 꺼냈다. 

「니센 님. 호그의 뿌리를 이용하면……」

「……그것이 있었는가」

마이라는 문득 얼굴을 들어 토린제를 다시 보았다. 

「그렇지만 이 여성에 이르러서 관습이 깨진다면 가장 화를 낼 사람들은 너희들이 아니냐? 

그렇게 해도 좋을 정도로 형편이 너그러운가 보지? 」

「……」

시녀들이 꼼짝하지 않고 크리온을 보았다.

어떤 된 것인지는 몰랐지만 사형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생각한 크리온은 최대한 

무섭게 보일 것 같은 얼굴로 토린제들을 노려보았다. 

토린제는 이윽고 한숨을 쉬었다. 

「저의 감독이 미흡한 탓입니다. ……폐하의 뜻대로 해 주시도록」

「그러면 호그의 뿌리를 쓰겠다.」

마이라는 그대로 쥬나를 질질 끌고 나갔다. 

크리온은 맥이 빠져 털썩 주저않았다.

그 옆에 토린제가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 

「쥬나는 선황 폐하 때에 한번도 씨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는 5인의 여동생들이 있기

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이런 일을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그러니 그렇게 노여워

하지 마시길」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해 본 크리온은 뭔가를 깨달았다.

「그것은……요컨대 황제라면 누구라도 괜찮다는 말이 아닌가?」

토린제는 차가운 눈으로 크리온을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되풀이하여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얼굴.

즉 크리온이 말한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창녀다.

역시 이 사람들은 창녀였던 것이다.

신분을 손에 넣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것이 돈 받고 하는 창녀와 뭐가 다르는 건가.

크리온은 구역질을 느꼈다.

당장 시녀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 아까 먹은 저녁을 다 토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쥬나를 구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인지도 이제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라고 하는 자신의 신분에도 혐오감을 느꼈다. 

「폐하……」

그에게 다가가려는 츄로스의 손을 크리온은 뿌리쳤다. 

「시끄럽다 만지지 마라 !」

그렇게 외치며 크리온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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