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성무장의 방문자 4 (4/148)



〈 4화 〉성무장의 방문자 4

발가벗은  여인은 가마 위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하게 앉아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예물을 받쳐 들고 있었다.

양세현은 처음에는 발가벗은 알몸으로 가마 위에 앉아 있는 두 여인이 몸을 파는 창기(娼妓)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가마의 움직임을 보면서 두 여인이 상당한 무공을 쌓은 여인들이지 결코 창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인들이 탄 가마를 들고 있는 장한들은 모두 제대로  무공을 익히지 않은 거친 사내들 인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마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가마 위에 앉은 여인들이 들고 있는 예물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여인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저런 흔들림 속에서 예물이 거의 움직이지 않게 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했다. 두 여인은 비록 발가벗은 알몸으로 남의 예물을 들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무공을 익힌 것이 분명했다.

저 정도 수준의 높은 무공을 익힌 여인들이 완전히 발가벗고 사람들 앞에 나서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어 여인의 가장 사사로운 부분인 음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박속처럼 하얀 살결이나 크고 탐스러운 두 개의 젖가슴, 젖가슴의 뽀얀 살결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오똑 솟아있는 새빨간 젖꼭지 등 육감적인 육체가 사람의 눈을 자극했다. 여자인 양세현조차 두 사람의 알몸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에 받쳐 든 예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양세현은 두 사람이 얼굴도 무척 아름다운 미인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흔들리는 가마 위에서 저렇게 움직임 없이 앉아있을  있는 걸 보면 상당한 무공을 익힌 여인이 분명한데 어떤 여인들이기에 저렇게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나서는 걸까? 그리고 혈신문이라는 문파를 대표해 왔다는 저 여인들은 왜 저렇게 발가벗은 여자들에게 예물을 들려서 찾아  거지?’

사파의 수법 중에는 나체의 여인을 동원해서 사람을 현혹시키는 수법이 있고 때때로 승기를 잡기 위해 무공을 익힌 여인을 그렇게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사를 가르는 싸움의 경우에나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예물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벌이는 짓은 아니었다. 저런 행동은 성무장을 모욕하는 행위가 분명했다.

양세현이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노기 섞인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죠.”

청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성무장에 예물을 바치면서 어떻게 아무렇게나 바칠 수 있겠어요. 저희 문주께서 단단히 당부하셨기 위해 특별히공들여 예물을 준비했답니다.”

양세현이 화가 나 미처 대꾸도 못하는데 여인이 가마 위의 두 여인을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예물을 공들여 준비해 놓고 바치는 방법이 나쁘면 애써 준비한 예물이 헛되게 되어 버릴 것 같아 특별히  아이들에게 예물을 들게 했답니다. 좋은 옷을 입혀서 예물을 들게 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 아이들이라면 오히려 이렇게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게  예쁜 것 같아 일부러 옷을 입히지 않았답니다. 부인께서도 얘들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렇잖아도 양세현은 발가벗고 있는  여인을 보면서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아에게 그 같은 말을 듣자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화가 치밀었다.

‘가마 위의 저 발가벗은 여인들은 아무리 봐도 순식간에 기연을 얻거나 특수한 방법으로 속성의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라 십여  이상의 고된 무공을 쌓은  분명해 보인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커다란 젖가슴이나 성숙한 몸매를 보니 어린 처녀는 절대 아니고 적지 않게 나이를 먹은 듯싶은데 저런 어린 계집애들에게 맘대로 다뤄지고 있구나.’

양세현이 여인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잠시 상념에 잠긴 사이 청아가 가마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자, 우리 귀여운 강아지들! 부인과 여러 무사님들 앞에서 재주를 한  넘어보렴.”

청아의 말이 떨어지자 두 여인은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훌쩍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뒤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재주를 넘고는 다시 이전 모습 그대로 가마 위에 무릎 꿇은 자세를 취했다. 여인들은 모두 두 손에 예물을 올려놓은 소반을 들고 있었지만 재주를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소반 위의 예물은 아래로 떨어지기는커녕 마치 아교로 붙여놓기라도  듯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헉!”

유헌백, 두원기는 물론이고 대청 앞에 모인 무사들 사이에서 일제히 비명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양세현도 너무나 놀라 벌린 입을 다물기 어려웠다. 방금 두 여인이 보여준 솜씨는 너무나 뛰어났다.

여인들처럼 완전히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조금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뒤로 재주를 넘고 예전 자세 그대로 돌아간다는 건 어지간한 무공을 갖추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움직임인데 더구나 여인들은 두 손에 예물을 올려둔 소반까지 들었을 뿐만 아니라 소반 위에 얹힌 예물 또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대청에 있는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로는 꿈도  수 없는 수준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양세현 자신이나 유헌백과 두원기  사람 정도만이 겨우 가능한 수준의 무공이었다. 아니 유헌백과 두헌기 두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양세현 자신만이 가능하고 유헌백과 두원기 두 사람은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마 강호 전체를 통틀어도 저 정도 무공을 보여 줄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양세현이나 유헌백, 두원기 같은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무림맹에서 온 송석주나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은 모두 십여 년간 고되게 무공을 익힌 몸인지라 방금  여인이 펼친 동작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리 없었다. 자신들이 앞으로  년을 더 연마한다한들 저런 경지에 이를 것 같지는 않았다.

양세현과 유헌백, 두원기는 물론이고 젊은 무사들도 모두 너무나 놀라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렇게 높은 무공을 가진 여인들이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완전히 발가벗은 채 알몸을 남들에게 보이고 있다니 직접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아니었다면 남들이 말해줘도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양세현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마음속에  가닥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저렇게 높은 무공을 가진 여인들을 발가벗겨서 강아지 다루 듯 다루어대는 눈앞의 혈신문 소속이라고 밝힌 여인들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였다.

성무장의 인물들이 놀라 바라만 보고 있는 가운데 가마를 짊어지고 있는 장한들은 가마를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가마가 바닥에 놓이자 가마 위의 두 여인이 예물을 들고 일어나 가마에서 내려왔다. 여인들의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가 사람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키에 늘씬하게 뻗은 팔과 다리, 개미처럼 가는 허리와 단단한 허벅지가 깊은 무공을 익힌 여인들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 여인은 날씬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저렇게 단단하게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저런 몸매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춤을 보여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무희가 아니라면 강호 무림의 여인들뿐인데 여인들이 보여준  수는 무희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재주가 아니었다.

여인들은 가마에서 내려서도 여전히 예물을 올려둔 소반을 얼굴 높이로 들고 있어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었다. 양세현은 두 여인의 허리에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거쳐 종아리에 이르는 선과 무릎과 정강이에서 발등을 거쳐 발끝까지 그리는 곡선을 살피 러며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저런 곡선을 그리는 몸매는 단순히 기연을 만나거나 속성의 무공을 익혀 짧은 시간에 높은 무공을 가지게 된 사람은 결코 가질  없는 몸이아니었다.

아무리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공을 오래 수련하다 보면 몸의 선이 조금씩 변하는 법이었다. 외공 중심의 무공은 특히 심해서 단련한 부분이 아예 기형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머리를 주로 단련하는 경우 대머리가 되거나 팔다리 한 곳은 단련하는 경우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커지거나 했다.

내공을 바탕으로 한 무공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예외는 되지 못한다. 다만 구대문파나 사대세가 같은 곳에서 배우는 아주 높은 수준의 내공을 바탕으로  고급 무공의 경우 오랜 수련을 거치면 반박귀진이라고 하여 변했던 몸의 선이 수련 이전의 모습으로 도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 예전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무공을 펼치는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변하게 된다.

지금 양세현의 눈앞에 있는 두 여인이 바로 그랬다. 어떤 무공인지는 몰라도 최고 수준의 무공을 이십년 이상 고되게 수련한 여인들이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여인들이기에 저런 엄청난 무공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고 예물을 들고 있단 말인가.

무릎을 꿇고 있을 때는 허벅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여인들의 음부도 활짝 드러났다. 놀랍게도  여인 모두 성숙한 여인이라면 마땅히 무성하게 자라있어야 할 사타구니의 체모가 한 올도 없었다. 때문에 체모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세로로 깊게 갈라진 음부의 고랑과 매끈하고 도톰한 둔덕이 사람들의 눈앞에 훤히 드러나 보였다.

무림맹이든 성무장에서든 무공 수련에 방해가 될 정도만 아니면 소속무사들이 여자를 가까이하는 걸 특별히 금하지는 않는지라 송석주를 포함한 젊은 무사들은 대부분 여인을 안은 경험이 있었고 여인의 나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저렇게 성숙한 여인의 음부가 체모가 전혀 없이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젊은 무사들은 대부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세현과 두원기, 유헌백 세 사람은 다른 이유로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과거 십이혈마가 무림의 여인들을 잡았을 때 저렇게 체모를 전부 밀어버렸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음부에 체모가 나지 않는 여인도 있다지만 눈앞의 두 사람이 모두 선천적으로 체모가 나지 않는 여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두원기가 급히 양세현과 유헌백에게 전음을 날렸다.

“여자의 음모를 저렇게 밀어버리는 건 과거 십이혈마가 무림 여인들을 잡았을 때 행한 대법의 결과와 동일하오. 아무래도 이 혈신문이라는 자들이 십이혈마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시오.”

양세현과 유헌백이 모두 전음으로 짧게 동의를 표했다.

청아가  여인에게 명령했다.

“자 귀여운 강아지들 부인께 예물을 바치고 인사를 드리렴.”

두 여인이 대청 앞으로 걸어와 들고 있던 예물을 대청의 계단 앞에 놓고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 고개를 들고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양세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곤륜 출신의 암캐 유월련이 성무장에 혈신문의 예물을 바칩니다.”

“점창 출신의 암캐 단명선이 성무장에 혈신문의 예물을 바칩니다.”

두 여인이 차례로 이름을 말하자 군웅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장문 부인!”

“단 장문!”

두 여인이 이름을 말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양세현은 그들이 누구인지 바로 깨달았다. 예전에 함께 생사를 같이하며 십이혈마와 싸웠던 여인들의 얼굴을 어찌 잊겠는가. 양세현은 너무나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눌렀다.

양세현은 성무장에 주는 예물을 들고 발가벗은 여인네들이 들어왔을 때도, 그리고 그 여인들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높은 경지의 무공을 보여줬을 때도 지금처럼 놀라지는 않았다. 발가벗고 예물을 들고 온 여인들은 곤륜파의 장문 부인과 점창파의 여장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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