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발가벗은 여고수들 3 (7/148)



〈 7화 〉발가벗은 여고수들 3

양세현은 유아에게 느낀 공포의 감정을 돌리기라도 하듯 조금 전 떠올랐던 생각에 집중했다. 눈앞의 소녀 중 용아라 불린 소녀를 처음 볼 때부터 언제가 본 듯한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아가 그녀를 향해 용아라는 이름을 말하자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양세현이 노기 섞인 음성으로 용아를 향해 말했다.

“넌 남해검문의 용아가 아니냐.  어쩌자고 이런 일에 어울리고 있는 거냐?”

용아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부인을 뵌 게 벌써 사 년 전 일인데  기억하시네요.  무척 옛날 일이라 부인께서  기억 못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인사를 드리지 않았답니다.”

양세현이 용아의 웃는 얼굴과 쾌활한 대답 소리에 더욱 화가  소리쳤다.

“네 사부는 네가 이런 일에 어울리고 있는  알고 있느냐?”
용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사부님께서는 혈신문과 우리 남해검문은 이제 서로 깊이 돕는 사이가 되었으니 제게 혈신문의 일에 잘 협력하고 문주님의 명에 따르라고  번이나 당부하셨답니다.”

양세현뿐만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두원기까지 깜짝 놀랐다. 양세현은 남해검문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한문주가 네게 이런 일을 명령했단 말이냐?”

“으음, 믿어지지 않으시면 직접 사부님께 물어보시죠?”

용아는 말을 마치고는 뒤로 고개를 돌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삐익!

용아가 휘파람을 불자잠시 뒤 뭔가 검은 물체 하나가 중문으로 들어오는  보였다.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성문장의 대청 앞 연무장은 일개 장원의 것으로는 상당히 넓은 편이라 대청에서 중문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는편지만무공을 익힌 이들에겐 별 문제가 아니어서 그것이 검은 개라는 건 바로 알아   있었다. 거의 송아지만큼이나 큰 개였고 강호 경험이 무척 많은 양세현조차 그렇게  개는 생전 처음 본다 싶을 정도로  개였다. 그리고 개의 조금 뒤에 하얀 물체 하나가 개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커다란 개의 뒤를 따라오는 하얀 물체는 놀랍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이었고 여인은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하늘을 향해 잔뜩 치켜 올리고는 천천히 개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대청에서 바라보던 성무장 사람들은 유월련과 단명선의 일로 조금 면역이 된 것인지 유월련과 단명선을 봤을 때만큼 치를 떨지는 않았지만 놀랍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여인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자 모두들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다들 처음에는 여인이 개의 뒤를 따라 기어온다고만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여인은 코에 검은색의 고리 같은 것을 달고있었고 그 끝에는 가는 끈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끈의 반대쪽 끝 부분은 앞서 기어오는 개의 입에 물려있었다. 놀랍게도 사람이 개를 끌고 오는 것이 아니고 개가 사람을 끌고 오는 것이었다.

무공이 높으면 눈과 귀가 좋아지는 법이고 무공이가장 높은 양세현이 가장 먼저 개에게 끌려오는 알몸의 여인이 누군지 깨달았다.

양세현의 입술에서 들릴  말듯 개미처럼 가는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한문주!”

지극히 가는 목소리였지만 대청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 그랬다. 개에게 이끌려 기어오는 알몸의 여인은 바로 남해검문의 문주 한교운이었다. 검술로는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말해지는 남해검문의 문주 한교운이 마치 농사짓는 소라도 된 것처럼 코에 코뚜레를 하고 완전히 발가벗겨진 알몸으로 개에게 이끌려 네 발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양세현 뿐만 아니라 대청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하나의 불길한 영상이 그려졌다. 조금 전 유아가 유월련, 단명선에 대해 말했던 여인과 개가 서로 흘레붙는 영상이었다.

대청에 모인 사람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을 믿기 어려워하고 마음속으로 부정했지만 지금 커다란 개가 발가벗은 한교운을 끌고 오는 모습을 보자 유아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교운은 천천히 개에게 이끌려 용아의 옆에 섰다. 가까이에서 보자 한교운의 코에 걸려있는 코뚜레가 진짜 검은 쇠로 만든 코뚜레라는  다들 알아볼 수 있었다. 코뚜레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진짜 소처럼 코에 구멍을 뚫고 코뚜레를달아둔  같았다.

대청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저절로 낮은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용아가 한교운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자! 우리 귀여운 흰둥이 사부님, 부인께 잘 설명 드려 봐요!”

정파무림 아니 설사 사파라고 해도 사제 간의 관계를 깨뜨리는 것은 무림에서 가장 범해서는  되는 금기 중 하나이고 이를 깨뜨릴 경우 살인이나 강간범보다 더한 무림 공적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검술로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남해검문의 제자가 자기 사부를 발가벗겨 놓고 볼기를 때리다니 양세현을 포함해 대청에 있는 모두가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죽일 년!”

용아가 한교운의 엉덩이를 때리는 모습을 본 송석주가 노성을 터뜨리며 그대로 용아에게 달려가려하자 두원기가 급히 전음으로 막았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방금 유사백이 당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느냐.”

그렇게 송석주를 제지하고는 양세현에게 전음을 날렸다.

“저들이 무슨 수법으로 양형을 쓰러뜨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이상 지체해봤자 뾰족한 수가 생길 거 같지 않소. 세 분 여협이 당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으니 지금 어떻게든 싸워 봅시다.”

양세현이 생각해봐도 무슨 방법이 생길 거 같지 않았다.

“좋아요. 다만 유대협을 쓰러뜨렸던 수법을 다시  수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검진을 둘로 나눠 저 청아와 당아라는 계집애를 공격하게 하게 하세요. 그리고 대협은 뒤에서 아이들을 지휘하고 저 계집애들이 허점을 보이면 공격하세요.  유아라는 쬐끄만 계집애와 남해검문의 용아라는 계집애를 제가 맡겠어요. 그리고 혹시 두 분 여협이 끼어들어 방해할 수도 있으니 충분히 주의해야 할 거예요. 가마를 메고 온 사내들은 무공을 모르는 놈들 같으니 신경 쓸 필요 없겠어요.”

두원기가 동의하는 전음을 보내고는 크게 소리쳤다.

“일월영진(日月盈進), 후오개병(後五開屛).”

두원기의 구호가 떨어지자 검을 뽑아들고 있던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  일제히 여덟 명씩 조를 짜 제일 뛰어난  명이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다섯 명은 그들의 뒤를 둘러싸서 보호하는 형상을 만들어 앞으로 나갔다.

이것은 과거 사도백천이 개발한 검진(劍陣)으로 이름을 일월검진이라고 불렀다. 천자문의 일월영측 진숙열장의 순서에 맞춰 여덟 명씩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거명된 사람들이 앞으로 나서고 나머지 사람들은 펼쳐진 병풍처럼 앞사람들을 보호하는 진법이었다.

더구나 이 진법의 장점은 여덟 명씩 숫자를 맞출 수만 있으면 열여섯 명이 되든 스물네 명이 되든 아무리 사람이 많아져도 검진을 점점 확장할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여덟씩 짝을 맞추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도 검진 뒤에서 검진의 보호를 받고 때때로 합류할 수 있는 있는 것 또한 장점이었다.

이렇게 장점이 많아 양세현이 직접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을  검진에 맞춰 특별히 훈련시키고 있었고 성무장만이 아니고 무림맹에서도 젊은 무사들에게 이 검진을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 대청에는 성무장의 모든 젊은 무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유헌백을 따라 오늘 성무장에 온 송석주까지 포함해 모두 서른여섯 명이었다. 이들이 모두 모여 네 개의 일월 검진을 이루고 남는 네 명도 각기 한 명씩 나누어 검진 뒤에 섰다. 송석주 또한 성무장의 무사들과 함께 수련한 일은 없었지만 익숙하게 수련한 검진이라 쉽게 그들과 합류할  있었다.

두원기는 청아라는 계집애가 유헌백에게 사용했던 수법으로 젊은 무사 몇 명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뒤쪽에서 검진을 이뤄 그들을 지원하는 다른 무사들이  사이 공격을 할 것이고 설사 그들이 전부 실패한다고 해도 자신이 그 사이에 계집들  하나의 목을 따버리고 도울  있다고 생각했다.

양세현도 두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검진을 이룬 무사들과 두원기가 청아와 당아를 공격하는 사이 유아와 용아가 그들을 돕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동시 공격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맨 앞에  일월 검진의 세 무사가 먼저 청아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양세현은 탁자에 놓여있던 찻잔 여덟 개를 용아를 향해 날리고 검을 들어 유아에게로 날아갔다.

젊은 무사들이 검진을 이루어 다가오자 청아와 당아는 생긋 웃으면서 품속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둘둘 말려있는 가는 철사였는데 한쪽 끝을 잡고 펼치자 길이가 거의 십여 장이나 되었다. 청아와 당아는 동시에 손에 쥔 철사를 검진을 이루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사들과 두원기를 향해 휘둘렀다.

청아와 당아가 철사를 휘두르는 순간 유아는 손가락을 쭉 뻗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양세현을 향해 한 줄기 지풍을 날렸고 용아는 검을 뽑아들고는 양세현이 던진 찻잔을 하나하나 쳐냈다.

양세현은 유아가 쏘아  지풍이 자신의 장검에 닫자 장검을 통해 한 가닥 차고 음사한 기운이 뻗어오는 것을 깨달았다.

양세현은 일찍이 남편 사도백천으로부터 서역과 천축의 무공 중에 상대의 무기이나 몸을 통해 음사한 기운을 쏘아 넣는 무공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양세현은 장검을 통해 들어오는 가느다란 기운이 바로 그런 종류의 수법이라 생각하며 바로 검을 거두고 마당에 내려서서 남편에게 배운 대로 현원공의 공력을 운용해 그 음사한 기운을 해소했다.

양세현의 현원공은 이미 남편 사도백천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라 바로 음사한 한 가닥 기운은 바로 해소되었다.

양세현이 음사한 기운과 싸우는 짧은 순간 청아와 당아가 휘두른 철사를 막아내던 두원기와 검진을 이루고 있던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 서른여섯 명이 모조리 기운을 잃고 바닥으로 꼬꾸라지듯 쓰러졌다. 특이하게 성무장 출신이 아닌 송석주만은 바로 쓰러지지 않고 조금 더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양세현이 제대로 도울 틈도 없이 청아가 뻗어낸 지풍에 맞아 바로 쓰러졌다.

양세현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두대협과 검진을 이뤘던 아이들이 쓰러진 것은 저 청아와 당아라는 두 계집애가 철사를 통해 유아라는 계집애가 내게 쏘아 보냈던 것과 같은 음경으로 공격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하구나, 방금 유아라는 저 어린 계집애가 내게 쏘아 보낸 음경은 기괴하고 음사한 수법이 분명했지만 내가 막아내는 방법을 몰랐다고 해도 짧은 순간 고통을 줄 뿐이지 저렇게 상대를 한 순간에 무력하게 만드는 수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두대협과 우리 아이들은 공력이 낮은 것도 아닌데 한 번에 쓰러진 것일까? 설마하니 저 청아와 당아라는 계집애들의 공력이  유아라는 계집애와 그렇게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리고  석주는 공력이 아직 일천해서우리 성무장의 아이들보다 나은  전혀 없는데 어째서 다른 사람이 쓰러지는데 혼자 멀쩡했던 걸까?’

양세현이 의문에 잠긴 사이 남해검문의 용아가 말했다.

“방금 너희들이 사용한 게 바로 투음경이었지? 그런데 사도부인만 멀쩡한 거야? 그리고 저 젊은 남자는 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러지지 않았지?”

유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아줌마가 여자니까 그렇지. 투음경은 원래 음기로 양기를 공격하는 거라 남자에겐 잘 통해도 여자에겐   통한다고, 게다가 우리가 사용한 투음경은 사실 투음경 자체만으로 이런 위력이 나온  아니야.”

“응? 투음경만으로 한 게 아니라고?”

“그래 아무리 청아와 당아가 혈신문의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어떻게 명문정파의 명숙을 저렇게  일초에 쓰러뜨릴 수 있겠어.”

“그럼 다른 숨겨진 수단이 있었다는 거야?”

“물론 있었지.”

유아는 용아에게 대답하고는 바로 양세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봐 아줌마, 우리가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양세현은 유아가 자신을 마치 도마 위에 올려둔 생선을 보는 듯 비웃고 있다는  느끼고 유아를 향한 살심이 솟구쳤지만  자신만이 멀쩡한 건지 의문스러운 건 마찬가지인지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줌마 요즘 공력이 늘었다는 거 못 느꼈어?”

양세현은 유아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무공 증진의 속도가 빠르고 공력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십 년은 더 연마해야 완성될 걸로 짐작되던 현원비급의 무공과 사일검법도 최근에 거의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양세현은 그동안 오랫동안 익혀온 무공이 시간이 갈수록 증진 속도가 빨라진 걸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양세현은 의문이 들었다.

‘최근 무공 증진이 빨라 익히는 나도 의아했는데 설마하니 그게 혈신문의 수작이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혈신문이 왜 내 공력을 올려준단 말인가?’

양세현이 의아해 하는데 유아가 계속 말을 이었다.

“아줌마 요즘 야한  계속 꾸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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