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기나긴 하루 5 (22/148)



〈 22화 〉기나긴 하루 5

5.

양세현이 아이들에게 포위되어 구슬프게 꽥꽥거리고 오리걸음을 걸으며 회초리를 맞던 중 갑자기 사내아이 하나가 소리쳤다.

“돼지!”

양세현은 직감적으로 유아가 전음으로 아이에게 가르쳐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세현은 재빨리  발로 엎드려 돼지처럼 꿀꿀거렸다.

“꿀꿀! 꿀꿀! 꿀꿀! 꿀꿀!”

양세현이 돼지처럼 네 발로 엎드려 꿀꿀거리자 돼지라고 외쳤던 사내아이가 포위를 풀고 길을 열어주었다. 양세현은 사내아이가 열어준 사이로 재빨리 기어서 달려갔다.

유아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 오리 잡기를 해봤으니 이번에는 돼지 잡기를 해보자. 그러니 돼지 뒤를 따라가면서 등이랑, 엉덩이, 허벅지 아무데나 마구 때려줘.”

아이들이 일제히 양세현의 뒤를 좇으며 양세현의 둥근 엉덩이와 쭉 뻗은 허벅지, 바닥으로 늘어진 젖퉁이 등을 향해 회초리를 휘둘렀다.

“꿀꿀! 꿀꿀! 꿀꿀! 꿀꿀!”

양세현은 자신이 진짜 돼지에 최대한 가깝게 행동해야 유아가 기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세현은 계속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아이들 앞을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

등이나 엉덩이 허벅지에 떨어지는 회초리는 젖꼭지나 젖무덤에 떨어질 때보다 훨씬 견딜만했다. 네 발로 기는 쪽이 오리걸음보다는 훨씬 빠르게 기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달아나서 아이들이 자신에게 회초리질을 못하게 되면 유아가 다른 방식으로 양세현 자신을 혼내줄 것이 분명했다. 양세현은 실제로 도망칠 수 있는 속도보다 조금 더 속도를 늦추어 기었다.

그 순간 이번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말했다.

“발가락.”

이번에도유아가 전음으로 가르쳐준 것이었다.

양세현은 돼지 쪽이 움직이기 편하고는 회초리를 맞는 곳도 나았지만 유아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양세현은 가랑이를 쫙 벌린 뒤 엄지발가락 하나만 바닥에 붙인 채 엉덩이를 치켜 올리고 무릎을 쭉 편 채로 좌우 다리를 하나씩 차례로움직이며 엉금엉금 기었다.

유아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다른 곳 말고 보지만 때려줘.”

아이들이 유아의 말에 따라 양세현의 뒤를 따르며 활짝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회초리를 휘둘렀다.

남자만 사타구니가 급소인 건 아니었다. 보지 또한 여인 최대의 급소 중 하나로 신경이 밀집되어 있어 뭔가에 맞으면 무척이나 아팠다.

“꾸울! 꾸우울! 꾸울! 꾸우울!”

양세현이 보지를 얻어맞을 때마다 굉장히 구슬픈 목소리로 돼지처럼 꿀꿀거렸다.

유아가 말한 발가락 동작은 오리걸음보다  움직이기 불편했다. 양세현이 아무리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다한들 내공을 이용한 경공을 사용하지 못하고 움직이니 엄지발가락 하나만 당에 붙이고 무릎을 구부리지 못하는 움직임으로는 아이들이 엉덩이 뒤쪽에 붙어 회초리를 휘둘러도 도저히 떼어낼 수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양세현의 엉덩이를 떼릴 수 있는 위치를 잡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다가 다툼을 하던 애들이  같이 밀려 나면서 제대로 때리지 못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아가 말했다.

“역시 그냥 돼지는 네가 꾀를 부려서 안 되겠고 앞으로는 오리랑 그 자세만 해야겠다. 보지야, 앞으로 얘들이 돼지라고 하면 그 자세를 하는 거야. 내 말 알겠어?”

아무래도 유아는 양세현을 앞으로 자주  마을로 보내 이런 일을 시키려는 모양이었다.

“꿀꿀! 꿀꿀!”

양세현이 꿀꿀거리며 대답하자 마을사람들 사이에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양세현을 바라보며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양세현은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웃음소리에 수치심보다 의아함을느끼고 사람들을 살폈다. 웃음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사내들과 젊은 여인들이었다. 개중에는 자신을 향해 회초리를 휘둘러대는 아이의 엄마들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혈신문의 암퇘지가 되어 발가벗고 나타난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흐느끼던 사람들이 벌써 자신을 비웃다니 뭔가 이상해도 정말 이상했다.

유아가 양세현에게 회초리를 날리던 아이들을 멈추고 다시 사탕을 나눠주며 말했다.

“앞으로 저 돼지가 마을에 오면 방금처럼 오리잡기나 돼지잡기를 하면서 놀아. 그때마다 사탕이나다른 과자를 보내 줄 테니까.

사탕만 해도 좋은데 다른 과자도 보내준다고 하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좋아했다.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생긴 위에 다시 군것질거리까지 생겼으니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

마을을 나온 양세현은 성무장을 향해 꿀꿀거리며 기었다.

“꿀꿀꿀꿀! 꿀꿀꿀꿀!”

두 사람이 다시 관도에 도착하자 유아가 말했다.

“좋아 거기서 그대로 일어나 봐.”

양세현은 다시  발로 일어나서 혹여 누군가 관도를 지나가지 않나 좌우를 힐끔거렸다. 마차 두 대는 너끈하게 지나갈 넓은 관도에다 상당히 멀리까지 막히는 부분 없이 그대로 보이는지라 그렇게 발가벗은 알몸으로  있기는 너무 공개된 장소였다.

지금은 관도에 사람이 지나다닐 시간은 아니지만 이 관도는 호주와 가흥을 지나는 사람만 이용하는 길은 아니었다. 호주와 가흥 사이에는 조그만 마을들이 무수했고 그들의 마을은 성문이 닫히는 시간 따위가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이라도 간혹 지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이 자신의 알몸을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유아가 손을 뻗어 좌우를 힐끔거리는 양세현의 보지를 만지며 말했다.

“성무장의 하인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그렇게 전부 보여 놓고도 아직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무서운가 보지.”

양세현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자님 꿀꿀이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알몸을 보일까봐 무서워요.”

“그런 주제에 보지는 잔뜩 흥분해서 발랑거리는데 그래.”

유아의 말을 듣자 비로소 양세현은 자신의 보지가 미미하게 경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수치스러운 일을 연달아 당했기 때문에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지 유아의 말대로 성적으로 흥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양세현은 성무장의 하인들과 마을에서 작인들에게 만져질 때 격렬한 쾌감에 휩싸여 흥분했었지만  일을 정작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너무 수치스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양세현이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면서 유아가 관도 오른쪽의 가흥 방향을 가리기며 말했다.

“저기 가흥으로 쭉 가다보면 나루터가 있는  알고 있지?”

 나루터를 이용하려고 생긴 관도인데 그것을 어떻게 모르겠는가. 하지만 양세현은 유아가 나루터를 거론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가 양세현이 놀라는 걸 보면서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거기까지 뛰어갔다 오게 하고 싶지만 거기까지 다녀오면 너무 오래 걸려서  되겠군. 좋아 거기까지 가다보면 다리가 여럿 나오니까 맨 첫 다리까지만 뛰어다녀와 그리고 다리에 도착하면 네 발로 엎드려서 난간 기둥에다 보지를 백 번만 문지르고 와. 물론 경공 따위는 절대 쓰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금 관도 위에서 얼쩡거리는 것도 불안해 죽을  같은데 다시 이십 리가 넘는 길을 뛰어 갔다 오라고 하자 정말 미칠 것만 같았지만 무릎 꿇고 애원해 봤자 유아가 들어 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몸을 돌려 가흥 방향으로 달리기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이미 유아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걸 깨닫고는 도망을 칠까하는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잡혔을 때의 두려움 때문에 감히 도망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비록 경공을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무공을 깊이 수련한 몸이라 자신의 근육의 힘만으로 낼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호흡은 전혀 가쁘지 않았다.

그렇게 빨리 달리고 있기 때문에 뒤쪽에서 누가오다가 자신을 발견할 일은 없겠지만 앞쪽에서는 갑자기 누군가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불안했다.

더구나 관도를 달리다보면 관도 좌우로 농지가 펼쳐진 경우도 제법 있었다. 농번기는 아니라 농민들이 많이 나와 있을 시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은 나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농지 옆을 지날 때 다행히 관도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백여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 몇이 보였다. 눈이 밝은 양세현에게는 그들의 옷차림까지 명확하게 보였지만 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양세현이 그저 달려가는 사람 정도로만 보일 것이고 완전히 발가벗은 알몸이라는 건 알  없겠지만 만약 그들이 눈이 아주 밝은 사람이라면 지금 양세현이 알몸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을 것이었다. 다만 그들은 모두 허리를 굽혀 일을 하고 있었는지라 멀리서 뛰어가는 양세현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양세현이 발견하지 못했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달리고 있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양세현의 눈에는 그들의 얼굴까지 훤히 보이는지라 보지까지 훤히 드러낸 채로 빨가벗고 달리는 스스로가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

농지를 지나 다시 한참을 달려가자 강이라기에는 너무 작고 개천이라기에는 조금 큰 여울이 있었고 그 뒤에 나무로 만든 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양세현은 재빨리 다리 위로 올라가 잠시 좌우를 살펴 혹시라도 주위에 사람이 있는 지를 살피고는 네 발로 엎드린 뒤 보지를 난간에다 문지르기 시작했다.

비록 보는 사람은 없다지만 발가벗은 알몸으로 다리 난간에 보지를 문지른다는 생각을 하니 다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창피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문질러대는 보지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쾌감에 야릇한 교성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정작 양세현 본인은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쾌감에 빠져 보지를 문질러대던 양세현은 문득 자신이 이미  번을 훨씬 넘게 문질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일어나서 되돌라 달리기 시작했다.

되돌아오는 길에도 특별히 관도를 지나는 사람을 만나지는않았지만 농지 옆을 지날 때 조금 전 지날 때는 허리를 굽히고 농사일을 하고 있던 세 명의 농민들이 모두 일어나서 농기구를 어깨에 메고는 관도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관도를 지나 달려가는 양세현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도니 자기들끼리 뭔가 얘기를 나누고 걸음을 빨리해 뛰어 왔다.

양세현은 그들이 자신이 발가벗은  달리고 있다는  깨닫고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이 조금만  관도 쪽으로 가까이 오면 자신의 알몸을 훤히 볼  있다고 생각하자 너무 놀라서 그만 유아가 경공을 사용하지 말라고 금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공을 사용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뒤쪽에서 농사꾼들이 양세현의 경공에 놀란 듯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로는 아무도 만나는 일없이 유아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바로 달려올 수 있었다.

왕복 사십여 리나 되는 길을 달리고 오자 아무리 깊은 무공을 익힌 양세현이라고 해도 숨이 가빴다.

양세현이 자기 앞에 서서는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며 유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보지를 주무르며 물었다.

“아휴 보지가 이렇게 심하게 발랑거리네. 우리 암퇘지 정말 기분이 좋았나봐. 그래  말대로 다 하고 왔어?”

양세현은 고개를 끄떡이며 다리 위에서 보지를 문지르고 온 일을 말했고 농사꾼들이 다가오자 잠시 경공을 사용했던 일까지 고백했다. 어째서인지 유아 앞에서는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경공을 잠시 사용했다는 말을 하자 유아가 양세현의 보지를 꽉 쥐고 약간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못된 암퇘지 벌써 내 말을 어기면 어쩌자는 거야. 크게 벌을 줘야겠지만 사실대로 고백했으니   대만 때려주지.”

그리고는 왼손으로 양세현의 보지를 꽉 움켜쥔 채 오른손에 든 회초리로 볼기와 허벅지를 아프게 때리기 시작했다.

양세현은 정말 아파서 팔짝팔짝 뛰고 싶었지만 보지를 꽉 잡혀 있어 그저 약간씩 몸을 떨고 움찔거릴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