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곤륜파의 제자들 2 (28/148)



〈 28화 〉곤륜파의 제자들 2

2.

곤륜제자들은 모두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가 여기서 사모님을 발가벗겨버렸다는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꺼낸단 말인가. 한참이나 모두들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중 대사형 조원형이 이를 갈며 말했다.

“강소명, 흔적을 살펴라. 그리고 조금도 숨기지 말고  것을 그대로 말해라. 지금은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할 때지 다른 생각을  때가 아니다.”

강소명이 사모에 대한 걱정 때문에 파랗게질린 얼굴을 하고 급히 흔적을 살폈다.

다른 제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넓은 평지에는 곳곳에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강소명은 제법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흔적을 살피던 강소명의 얼굴 점점 울상이 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다른 제자들이 급히 물으려고 하고 대제자 조원형이 막 화를 내려고 했지만 홍소연이 급히 전음으로 그를 말렸다.

“사형은 가만히 있어요. 애, 더 울리지 말고.”

강소명은 아주 어려서부터 곤륜제자로 들어왔고 홍소연은 그때부터 사모 유월련을 도와 강소명을 돌보아 왔기 때문에 강소명의 성품을  알았고 그를 달래는 법도 잘 알았다.

홍소연이 어릴 때 하던 그대로 강소명을 품에 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울지 마, 울지 마, 착하지 우리 막내 울지 말고 말해 보렴. 지금 막내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으면 사모님을 구할  없으니 그러니 천천히 네가 본 걸 숨기지 말고 전부 말해 주렴.”

강소명이 울먹거리며 바닥에 널려있는 발자국을 일일이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건 남자들 발자국이고 여기 있는 이 조그만  사모님 발자국이에요. 여기서는 신발을 신고 계세요. 그런 데 여기 이건 맨발자국이에요. 그리고 저기  조그만 바위에 조금  봤던 여자가 앉아 있고 사모님이 여기서 옷을 벗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이렇게 기어가서 머리를 땅에 박으면서 그 여자에게  절을 해요 여기 이게  여기가 무릎이에요. 여기서 이렇게 맨 무릎으로 여기까지 기어가서 여기 이게 손으로 땅을 짚은 자국이고 이게 바로 사모님 머리 자국이에요. 머리를 땅에 쿵쿵 박으면서 저기 앉아 있던 여자에게 절을 한 거예요.”

강소명이 손으로 하나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자 모두 머리 속으로 확실한 그림이 그려졌다. 사모 유월련이 어떤 여인 앞에서 스스로 발가벗고 무릎걸음으로 걸어가서 누군가에게 마구 절을 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셋째 도헌명이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막내 사제 틀림없는 거야? 사람들이 강제로 사모님 옷을 벗긴 게 아니고 사모님이 스스로 벗으신 거야?”

강소명이 홍소연의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다.

“예, 누가 사모님께 다가와서 옷을 벗겼으면 여기 다가온 발자국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발자국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신발을 신은 발자국이 여기서 맨발자국으로 바뀌어요. 이건 사모님 스스로 벗으신 게 틀림없어요.”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사모 유월련이 뭔가 사이한 수법에 당해 무공을 잃고 다른 남자들이 사모 유월련의 옷을 벗겼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여기서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점이 정말 이상했다. 사모 유월련은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라 혀를 물었으면 물었지 스스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을 사람이 아니었다. 유월련이 남자가 포함된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발가벗는다는 건 그들의 머리 속에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조원형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그랬다간 강소명을 더 울릴  같아. 약간 달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사모님과 그들이 이후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다시 살펴보려무나. 지금 막내 사제가 제대로 찾아주지 않으면 영영 사모님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

강소명은 약간 훌쩍이면서 홍소연의 품에서 나와 다시 흔적을 찾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여기서 이렇게 움직였어요. 여기  여자가 이렇게 가고 그 뒤를 따라 사모님은 여기서 손으로 땅을 짚고 기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 남자 여섯 명이 이렇게 사모님 좌우로 걸어가고요.

홍소연이 놀라서 말했다.

“기어가?”

강소명이 훌쩍거리며 말했다.

“네 여기 이게 손자국이에요. 이게 발자국이고요. 무릎 자국은 없으니까 무릎을 바닥에서 떼고 그렇게 기어가고 있는 거예요.”

다들 자신들의 사모 유월련이 엉덩이를 치켜 올리고 사람들 앞에서 네 발로 기어갔다는 걸 제대로 믿기 어려워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강소명이 훌쩍훌쩍 울면서 앞으로 걸어가며 그들을 안내했다.

“여기 이쪽이에요. 여기로 갔어요.”

그렇게 강소명이 앞서 가고 다들 침울하게 한마디 말도 없이 강소명의 뒤를 따르는 사이 조그만 계곡이 앞을 나타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소명이 말없이 계곡 주위를 살폈다. 계곡이라고 해도 절벽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물길이 옮겨다 놓은 큰 바위 몇 개가 주위에 있을 뿐이고 계곡 바닥에는 고운 자갈이 깔려있었다.

이런 곳은 흔적을 찾기 상당히 어려운 곳이지만 예민한 강소명의 시각을 피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계곡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갔어요.”

강소명은 바닥을 보며 흔적을 찾고 다른 사람들은 강소명의 뒤를 따라 일  정도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바닥을 살피던 강소명이 미처 보지 못하고 있을 때 홍소연이 뭔가를 발견했다.

“앗 저건 사모님의 장검이잖아.”

모두들 몸을 날리자 과연 사모 유월련이 항상 애용하던 장검이 검집에 꽂힌 채 놓여있었다.

당천우가 말했다.

“아래에 뭔가 하얀 게 있어요. 무슨 봉투 같은데.”

과연 장검 아래에는 하얀 봉투 같은 것이 있었다.

여섯째 육만이 말했다.

“뭔가 든 거 같은데 제가 열어 볼까요?”

첫째 조원형이 뭐라 말을 하려는데 홍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독이 있을지 모르니 내가 열어 보겠어. 사형은 조금 떨어져 있어요.”

봉투를 열어보는 것은 홍소연이 제일 적당했다. 다른 사제들은 홍소연만큼 조심성이 없었고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할 때 대처 능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조원형은 곤륜파의 대제자이자 무공이 가장 강한 사람으로 사모 유월련을 찾을 때까지 다른 사제들을 통솔해야 했고 적들과 마주쳤을 때 적을 상대해야 했다.

조원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약간 떨어져 있으면 혹시 독 같은 게 들어있더라도 같이 당하지 않고 재빨리 대처가 가능해 진다.

홍소연이 조심스럽게 숨을 참으며 유월련의 장검 아래에 놓여 있는 봉투를 집어 손에 들고 열어보았다. 홍소연은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보더니 처음에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조금 있다 깜짝 놀라며 손에  봉투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어머나 이거 뭐야!”

조심하며 홍소연을 지켜보던 다른 제자들은 홍소연이 혹시 뭔가에 당한 건가 싶었다. 조원형이 막 홍소연에게 달려가려 하자 홍소연이 손을 내 저었다.

잠시 뒤 홍소연은 집어던졌던 봉투를 집어들고 뭔가 징그러운 것을 다루 듯 조원형에게 건내며 말했다.

“사형이 직접 봐요. 난 말을 못하겠어요.”

조원형이 의아해 하며 봉투를 열어보았다. 처음에는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질 못했다. 그러다 내용물이 뭔지를 알아차리고는 봉투를 바로 찢어버리며 소리쳤다.

“이런 죽일 놈들  반드시 이놈들의 간을 꺼내 씹어버리겠다.”

그리고는 분을 참지 못하고 허리의 장검을 뽑아 들어 옆에 있던 나무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조원형이 봉투를 찢어버리자 봉투 속에 있던 내용물이 확 흩어지며 허공에 흩날렸다. 다른 제자들은 그게 뭔지는 몰라도 해로운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모두들 바로 손을 뻗어 허공에 흩날리는 그것들을 집어보았다.

그리고 잠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자 강소명을 제외하고는모두 동시에 소리쳤다.

“으아아악 이거 뭐야!”

“이런 망할!”

“이런 개 같은…….”

“이거, 이거, 이거 뭐야.”

단지 어린 강소명만이 손에 든 것이 뭔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

봉투에 든 것은 한 무더기의 가늘고 곱슬곱슬한 짧은 털 뭉치였다. 털 오라기 하나하나 모두 모근이 그대로 붙어있는  보면 잘라낸 것도 아니고 그대로 뽑아 낸 것이 분명했다.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강소명을 제외한 모두 그것이 사모 유월련의 사타구니 체모를 뽑아 봉투 넣어 둔 것이라는  알아차렸다.

홍소연과 강소명을 제외한 다른 제자 모두 자기 분을 참지 못해 장력으로 바닥을 갈기거나 장검을 뽑아 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들이 분을 참지 못해 광란상태를 보이는데 홍소연이 소리쳤다.

“모두 그만해. 생각 좀 하자고.”

홍소연의 소리에는 미약하지만 사자후 신공이 들어있었다. 귀를 울리는 강한 소리에 모두 정신을 차리고 홍소연을 바라보았다.

홍소연은 강소명이 사모의 체모를 보고도 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강소명은 아주 어려서 곤륜파에 왔기 때문에 누가 돌봐주어야만 했고 홍소연은 사모 유월련과 함께 강소명을 키우다시피 했다. 강소명은 이제 열세 살이 되었지만 동년배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조금 작았고 더 어려 보였다.

유월련과 홍소연은 강소명을 어려서부터 키우며 목욕을 할 때도 강소명을 함께 데려가 씻겼고 어릴 때부터 계속해온 일이라 아직까지도 강소명과 함께 목욕을 하곤 했고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홍소연은 함께 목욕을 하면서 강소명의 몸을 봐왔기 때문에 아직 강소명이 체모가 자라지 않은 어린애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소명 또한 두 사람이 어머니나 나이 많은 누나와 비슷해서 함께 목욕을 하면서 두 사람의 벗은 몸을 보아도 그저 일상으로만 여길 뿐이었고 조금도 이상한 마음은 품지 않았다.

강소명도 남자라 그런지 간혹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다 야릇한 장면을 이야기할 때면 고추가 딱딱해지는  느끼곤 했지만 너무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없어 그걸 감추곤 했고 때로는 여자의 벗은 몸을 궁금해 하곤 했지만 오히려 바로 옆에 있는 유월련과 홍소연의 벗은 몸은 일상적으로 보면서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았다.

홍소연은 강소명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살짝 말했다.

“사모님이랑 목욕할  사모님 그 부분에 털이 있는  보았지. 이건 그거야. 남들에게보이면 민망한 거니까 어서 버려.”

강소명은 왜 그게 민망한 건지 궁금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할 일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채고 손에 든 걸 바로 버렸다.

홍소연이 다른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아까 그 옷자락도 그렇고 이번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건 분명 우리에게 보라고 일부러 놓아둔 거야.”

조원형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이 조금 생각해 보더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홍소연이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가 뒤를 쫓고 있다는  알고 유인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원형이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지.”

넷째 당천우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조원형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어쩌긴  어째 계속 추적해야지. 강소명 흔적을 찾아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