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곤륜파의 제자들 5 (31/148)



〈 31화 〉곤륜파의 제자들 5

5.

주로 한 가운데의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날 안개가 약간 있었는데 그 안개 사이에서 갑자기 여자가 홀딱 벗고 나타난 거야.  처음엔 뭔가에 홀렸나 싶었다니까.”

반대편에 앉아서 대작하던 사내가 말했다.

“난 전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바람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 그래서 나는 내가 결국 술 때문에 헛것을 보는구나 싶어서 이제 정말 술을 끊어야 하냐 싶었지.”

주루 안에서 그날 광경을 목격했던 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자기 경험을 떠들기 시작했다.

“안개 사이에서 나타난 계집이 웬만큼 예뻐야지.  뭔가 요사한 귀신이나 여우요정이 둔갑한  아닐까 싶더군.”

“얼굴도 예뻤지만 몸매가 정말 죽여줬어. 난 지금까지 그렇게 쭉 빠진 몸매는 한 번도  봤어.  가는 허리도 죽여줬지만 글쎄 그 허벅지와 종아리 말이야. 난 기루에서 예쁘다는 계집들 제법 많이 벗겨봤지만 다리가 그렇게 예쁜 여자는 한 번도 못 봤어.”

“그 계집 젖통도 정말 근사했지 그렇게 젖통이 예쁜 여자가 흔치않지 그렇게 투실투실하면서 앞으로 툭 튀어나오고 게다가 젖꼭지도 적당한 크기에다 딱 일어서서는 흔들흔들 흔들리는데 정말 죽여줬어. 게다가  보지가 걸작이었지,   어른인 주제에 보지에 털이 하나도 없는 게 어린 애도 아니고 그렇게 매끈하다니 그렇게 털이 없는 여자가 간혹 있다는 소린 들었지만 직접  건 난생 처음이었어.”

“자네들 그건 봤나. 처음엔다들 전부 얼이 빠져서 구경만 하다가 나중엔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고 용가네 하인 하나가 걸친 외투를 벗어서 몸을 가려 줄려고 다가갔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휙 손을 뻗었는데 글쎄 손이 닫지도 않았는데 바닥에 웅덩이가 푹 파이더라는 거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 쭉 빠진 몸매를 봐도 그렇고 그렇게 손에서바람을 쏘는 것도 그렇고 틀림없이 무림인이야.”

“근데 무림인이 왜 그렇게 빨가벗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까?”

“나도 들은 얘기인데 사람들 중에 간혹 그렇게 사람들에게 자기 알몸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대.”

“어허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그런단 말인가?”

“그러니까 여자 중에도 있대.  여자는 무공이 강하니까 마음 놓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기 몸뚱이를 보여 준 거지.”

“난 정말 가까이서 봤는데 보지가 정말 발랑발랑 움직이더라고. 이제 자네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가는군.”

“그러니까 홀딱 벗고 남들 앞에 나서는  좋아서 그랬다는 말이지?”

곤륜제자들 중에서도 나이가 어리고 성미가 급한 다섯째 육전과 여섯째 육만 쌍둥이 형제가 울화가 치밀어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조원형이 전음으로 말렸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사모님이란 게 밝혀질  있는 어떤 행동도  돼.”

조원형이 전음으로 다른 제자들에게도 경고한 뒤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여자는 아무래도 저희가 찾는 여자 같군요. 혹시 어디로 갔는지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웃으며 음담패설을 하려고 했으나 검을  젊은 무사들이 일곱이나 모여 있는 데다 조원형의 형형한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손님들 중에 마흔 가량 된 중년인 하나가 말했다.

“웬 스무 살이 약간 안 되어 보이는 처녀랑 검은 옷을 입은 장한  명이 와서는 말을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여자랑 같은 일행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나중에 그 처녀가 그 여자를 손짓으로 부르자 그 처녀 뒤를 따라가는  보고 일행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처녀랑 장한들은 전부 말을 탔는데 그 여자는 알몸으로 그대로  뒤를 따라 달려가더군요.”

“음, 그럼 어디로 가셨는지는 보셨습니까?”

“여기서 가는 거야 저 관도 쪽으로 가는  뿐이지요. 관도를 따라갔다는 것만 알 뿐이고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는데 다만…….”

“간 곳을 아십니까?”

“간 곳을 아는 것보다는 저쪽으로 관도를 쭉 따라가면 노룡진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며칠  그 고을에서 비슷한 걸 봤다는 얘길 오늘 들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며칠  노룡진  가운데로 지나가는 관도를 발가벗은 여자가  뛰어서 지나가더랍니다. 평소라면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믿었겠지만 저희도 본 게 있으니  믿을 수가 없었지요. 게다가 말을 타고 있는 장한들 뒤를 따라가더라고 하니 우리가  거랑 비슷하기도 했고요.”

조원형은 급히 노룡진의 위치를 묻고는 모두 함께 달려 나가려는 걸 그 중년인이 막더니 말했다.

“노룡진을 관통하는 관도라고 해도 노룡진 사람들이 반드시 봤을 리는 없습니다. 저만 해도 노령진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소협들이 찾는 건 그 여인이나 그들을 데리고 있던 무리들 같은데 그럼 노룡진으로 가는 것보다 오히려 여기서 수소문하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여기는 제법  마시(馬市)라 가까이 호남, 호북 뿐만 아니라 사천이나 광동, 광서 심지어 운남에서도 말을 팔고 사러 오지요. 덕분에  주위 소식은 들어오지 않는 게 없고요.”

조원형인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는 무림맹에서 나온 무사들로 말씀하신대로 그 여인을 잡아간 음적들을 추적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분들에게 여쭤보는 게 좋겠습니까?”

중년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두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은  같은데 여긴 모두 술을 마시는 시끄럽게 구는 곳이라 식사를 하긴 좀 불편하고 오히려 바로 옆의 식당이 음식이 맛있습니다. 거기서 뭔가 요기라고 하고 계시지요. 제가 여기저기 탐문해보고 와서 소협들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시겠습니까.”

“여긴 제가 아무래도 아는 사람도 많으니 그게 좋지 않겠습니까. 특별히 폐가 될 것도 없으니 모두 편히 기다리고 계십시오.”

중년인은 사람 좋은 호인인 듯 그들에게 맛있는 식당까지 알려주고는 소식을 알아보러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조원형은 사제들을 데리고 중년인의 말대로 옆의 식당으로 가 요기를 했다. 늦은 시간이라 마시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식사를 마쳤기 때문인지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곤륜제자들이 늦은 저녁을 먹고 중년인을 기다려도 장사에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곤륜제자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기다려도 중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탐문해 보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거의  시진이 가까워져도 중년인이 나타나지 않자 조원형이 일어서서 중년인을 찾아보려는데 마침 중년인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강소명은 무척 피곤했었는지 홍소연의 어깨에 기대 깜빡 잠이 들었다가 사형제들의 기척에 정신을 차렸다.

조원형은 중년인의 얼굴이 어두워 보이자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나 싶어 물었다.

“아무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셨습니까?”

중년인이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서 그럽니다.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은 거 같습니다.”

중년인이 곤륜제자들을 둘러보다가 홍소연과 강소명을 보고는 말했다.

“여기 여협과 아직 어린 소협도 계신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조원형이 말했다.

“저희는 무림인이고 이런 큰일을 처리할 때는 시중의 예교를 따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희는 상관마시고 얘기를 해주십시오.”

중년인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

“전 애초에 가장 최근에 그런 일이 어디서 일어났나 하는 것과 여기 마시에 나타났던 여인과  무리가 다시 나타난 곳만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탐문을 해보니 비슷한 일이 도처에서 일어난 거 같습니다.”

곤륜제자들이 놀라서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데 중년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무림의 일에 관해 잘 몰라서 여쭙는 것인데 혹시 점창파라는 곳의 장문인인 여자입니까?”

곤륜제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점창 장문 단명선은 유월련과 서로 친해서 간혹 왕래하기도 했고 그들도 모두 단명선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기 조금 남쪽의 대리성에서 글쎄  점창파의 장문인이라는 여자가 완전히 발가벗겨진 알몸으로 대리성 내를이리저리 끌려 다녔답니다.”

곤륜제자들이 모두 너무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조원형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려다가 사모 유월련에게 생각이 미쳤다. 곤륜의 장문 부인이 발가벗겨져서 끌려 다니는데 점창 장문인만 그러지 못하라는 법은 없었다.

중년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사람 입을 한  건널 때마다 부풀려지는 법이라 그런 소문을 들었다고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법이지요. 다만 이 이야기를 해준 친구는 상당히 진중한 사람이라 이런 소문을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소식을 탐문하고 다니니 상당히 믿을만한 곳에서 들었다면서 이 얘기를 해준 것입니다. 더구나 그 친구 얘기로는 그 점창파 장문인이라는 여자도 대리성에서 끌려 다닐  사타구니에 거웃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조원형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런 것까지 똑같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중년인이 계속 탐문한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또 다른 얘기가 있습니다.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인데 이건 북쪽으로 말을 팔러 다니는 친구가 직접 목격한 것이랍니다. 글쎄 일 년 쯤 전에 등에 검을 짊어진 젊은 여자들이 아주 예쁜 부인 한 명을 빨가벗긴 채로 끌고 와서는 서주성 안에서 조리를 돌렸답니다. 그리고는 하는 얘기가 그 여자는 북경에서 아주 높은 관리의 며느리인데 외간 남자과 바람을 피우다가 시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잡혔는데 사내놈은 높은 무공을 익힌 놈이라 재빨리 도망하고 계집만 빨가벗은 채로 그대로 잡혔답니다. 하지만 여자도 꽤 한다하는 집안의 여식이기 때문에 죽일 수도 없고 북경에선 그 여자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아 체면 때문에 그렇게 빨가벗겨서 조리돌릴 수도 없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리 밖으로 와서 빨가벗겨 조리를 돌리는 거라고 했답니다. 그리고는 그 뒤로 일 년째  달에  번 정도 나타나서 그렇게 빨가벗긴 채로 조리를 돌렸답니다.  여자들이 하는 말로는 바람을 피우다 빨가벗은 채로 잡힌 뒤로 한 번도 옷을 안 입혀줬다고 하면서요.  친구도 소문을 듣고 진짜그런 일이 있나 궁금해서 두어 달 전에 일부러 시간을 맞춰 광주성에 가서 직접 보았답니다. 벌써 일  가까이 그렇게 하는 거라 아주 멀리서 까지 구경꾼들이 몰려왔답니다. 그런데 직접  제 친구 얘기가 조리 돌려지던 그 부인도 사타구니에 거웃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곤륜제자들 모두 일이 연관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중년인이 몇 군데 더 비슷한 목격담들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얘기들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싶어서 다들 얘기를 꺼내지 않던 것을 제가 탐문하면서 비슷한 얘기들이 계속 나오자 모두들 깜짝 놀라면서 서로 자기네들이 보고들은 얘기를 한 겁니다. 소협들은 모두 젊은 분들이라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십여 년  십이혈마가 강호를 어지럽힐 때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같은 난리가 다시 터지는 게 아닌가하며 보통 우려들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곤륜제자들은 모두 무림인들이니 십이혈마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곤륜제자들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원형은 강호에 십이혈마 때와 같은 혈풍이 다시 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들에게 당장 급한 것은 사모 유월련의 행방이었다.

“하신 말씀을 들으니 확실히 그런 우려가 되는군요. 당장 무림맹에다  사실을 알려야겠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궁금해 했던  여인네들의 소식은 듣지 못하셨습니까?”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디인지 모르실테니 제가 자세히 알려드리지요.”

중년인은 젓가락에 물을 찍어서 간단한 지도를 그려가며 여인들이 목격한 곳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여기서는 여인들이 물구나무를 서서 지나갔다거나 개처럼 네 발로 기어서 지나갔다거나 심지어 음부를 두 손으로  벌리고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키며 지나갔다는 얘기까지 했다. 곤륜제자들은 들으면서 치를 떨었다.

중년인이 목격한 곳들을 점을 찍어가며 설명하다가 그것들을 죽 이어서 하나의 선을 그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목격된 곳들을 이렇게 죽 선을 긋고 이어보면 강소나 절강 쪽으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항주, 소주, 양주로 갈 수도 있고 가흥이나 호주도 있습니다. 저는 무림인이 아니라 무림의 문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만 호주에 사도백천 대협이 세운 성무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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