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경산방 4 (42/148)



〈 42화 〉경산방 4

4.

여섯째가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글쎄 그 보들보들한 젖통이 얼굴을 통통 때려대는데 고것이 글쎄 젖통이랑 보지 만져도 된다고 하지 않겠어. 그래서 사양 않고 바로 주물렀지.”

“보지에 털이 없어서 까칠까칠한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반들반들한  매끄러워서 나쁘지는 않았지.”

“난 반들반들해서  좋더군. 털은 난 귀찮기만 하더라고 그러니  없는 민둥보지가 만지기도  좋았어.”

“난 보지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으려고 하니까 귀에다 대고 지금은 손가락 밀어 넣지는 마세요. 일이 다 끝나고 나면 그때 보지구멍 가지고 노세요. 하더라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나?”

“어라, 나도 그랬네.”

“나도 그랬지.”

같은 말을 하는 사내가 여럿 나왔다.

청아와 용아 그리고 다른 발가벗은 여인들 전부가 들릴만한 거리였기 때문에 남자들이 지껄이는 소리는 전부 여인들 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청아와 용아는 경산방도들의 음담패설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아예 반응 자체를 하지 않았고 알몸의 여인들은 경산방 사내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눈웃음을 쳤다.

손일을 제외한 전부가 알몸의 여인들을 보며 희희낙락하고 있었지만 손일만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저런 무공을 지닌 여자들이 무수한 사내들 앞에서 발가벗은 알몸을 내보이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이제 몸뚱이를 주무르는 것까지 허용한다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다.

손일은 여인도 성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성욕이 남자만큼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지를 못할 뿐이었다.

여인의 경우 성욕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예 안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반대로 남자만큼 아니 어떤 경우는 남자보다 더 심하게 성욕을 느끼는 여인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여인의 성욕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여인이 성욕을 표현하면 바로 음녀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의 손가락질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무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무림의 여인이 성욕을 드러내면 그대로 음녀로 낙인찍히고 정파에서는 배척의 대상이 된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들이 저렇게 발가벗은 몸뚱이를 남자들 앞에서 드러내고 성욕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감이 정파의 손가락질을 태연하게 무시할 수 있어서 그러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은 전부 살인멸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남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든  주물렀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손일이 노심초사 하느라고 미처 살피지 못했을 때 둘째 등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대형, 여기는  여자들 말대로 마차와 수레를 몰 수 있겠습니다.”

등이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 손일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경산의 통행로처럼 수레가 다닐 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무나 바위 같은 방해물도 없었고 경사도 완만해서 마차나 수레로 충분히  수 있었다.

손일은 일단은 저 여인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경산이라는 산 자체가 그렇게 험하지 않은 산이라 한참이나 그렇게 갈 수 있었지만 역시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이 아닌지라 얼마를 가면 반드시 길을 막는 장애물이 나타나곤 했고 그때마다 장검 하나만 걸친 알몸의 여인들이 말과 수레를 들고 장애물을 넘어갔다.

 경산방 남자들을 안고 넘어갈 때마다 경산방 남자들은 자신을 안고 가는 여인의 벗은 몸뚱이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지라 나중에는 장애물이 어서 나타나기만 바라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몇몇은 여인에게 뭔가 장난을 쳤는지 여인들의 교성이 들려오기도 했다.

“아앗, 그만두세요. 그렇게 간지럼을 태우면 실수로 아저씨를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고요.”

“히이익,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파요.”

“아얏, 그러게 갑자기 꼬집는  어디 있어요.”

손일은 그때마다 한숨을 쉬었는데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이 그런 장난을 여인들에게 쳤다.

여인에게 안겨가면서 여인의 젖꼭지를 비틀고, 보지에 손을 내려 보지의 꽃잎을 잡아당기고, 겨드랑이를 간질기도 했다.

손일은 지난 십여 년간  경산을 수십, 수백 번이나 넘어 다녔지만 가는 길은 항상 같았다.

지금 여인들이 가는 길은 경산에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그로서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자신들이 지나는 장소가 정확히 어디쯤인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계곡 아래에 흐르는 물이 어느 강의 지류인지도  수 없었다.

손일은 여인들이 수레나 말을 들고도 한 번에 삼사 장 길이를  걸음에 뛰어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하지만 눈앞의 계속은 얼핏 보아도 이십 장이 가까이 되어 보였다.

눈앞의 계속을 보면서 용아라는 여인이 청아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줄을 연결한 뒤에 타고넘어야겠어.”

청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방법밖에 없겠어. 우리는 그렇다 쳐도 수레나 말은 절대 무리야.”

용아가 여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사저, 둘째 사저, 둘이서 줄을 들고 건너가서 줄다리를 만드는 게 좋겠어. 우리가 안 도와줘도 가능하겠지?”

용아라는 여인은 희한하게 다른 알몸의 여인들을 전부 사저라고 불렀다.

두 여인  대사저라 물린 여인이 대답했다.

“그럼요. 이 정도는 우리 둘이서도 충분히 가능해요.”

두 여인은 수레에 올려둔 상자에서 가늘고 긴 밧줄을 꺼내 둘이 양쪽 끝을 각각 손목에 감고는 동시에 계곡으로 뛰었다.

 사람의 경공은 엄청나서 십 장이 넘는 거리를 단 한 번에 뛰어 건넜지만 그렇게먼 거리를 날아갔어도 아직 반대편 절벽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둘이 계곡 아래로 떨어지려던 순간 대사저라 불린 여인이 둘째 사저라 불린 여인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그리고 대사저라는 여인의 도움을 받은 둘째 사저는 바로 건너편 절벽에 내려서 손목에 감은 밧줄을 당겼고 대사저라 불린 여인은 그렇게 당겨지는 밧줄을 잡고 뛰어올라 반대편 절벽에 내려섰다.

두 여인의 놀라운 솜씨에 경산방도들이 다시 한  입이 쩍 벌어졌다.

하지만 두 여인이 보여준 놀라운 연계 동작에 가장 놀란 사람은 경산방에서 가장 무공이 강한 손일이었다.

손일은 무공이 강한만큼 무공을 보는 눈도 경산방에서 가장 뛰어났는데 두 여인이 방금 보여 준 솜씨는 손일로서도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연계무공이었다.

손일은 여인들이 둘이서 마차나 짐이 실린 무거운 수레를 들어 경공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여인들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고 여럿이 연계된 훈련을 엄청나게 수련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방금 보여준 무공은 그런 손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저 정도 솜씨라면 그렇게 대단하다는 구대문파에서도고수라 불릴 것 같았다.

그리고 저런 엄청난 여인들이  자신들 앞에서 발가벗은 걸로 모자라 몸뚱이를 마구 주물러지면서 좋아하는 교성을 토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사저라 불린 여인이 건너편에서 소리쳤다.

“여기 굵은 나무가 있는데 여기 묶어서 고정하려면 밧줄 길이가 삼십 장은 되어야겠어. 차라리 여기 바위에 말뚝을 박는 게 낫겠는데 누가 말뚝 좀 던져주겠어.”

이쪽에 있던 여인들 가운데서도 누군가가 소리쳤다.

“마차나 수레를 들고 건너려면 두 줄이 있는 게 편하겠어. 그러니 말뚝 두 개를 보낼게.”

말을 마친 여인은 수레에서 둥근 고리가 달린 넉자 정도 되는 길이의 쇠말뚝  개에다 밧줄을 묶어서 건너편으로 던졌다.

쇠말뚝 자체의 무게도 있고 거기다 밧줄이 묶여 더욱 무거워진 쇠말뚝이었지만 아무 문제없이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대사저와 둘째 사저는 건너편 절벽의 바위에다 개의 말뚝을 박아 넣었고 이쪽에서도 절벽 위의 바위에다 말뚝을 박아 넣어 대략 넉 자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개의 밧줄이 팽팽하게 연결되었다.

이쪽에 있던 여인들은 밧줄이 연결되자 각기 말 한 마리씩을 짊어지고 줄을 타고 건너갔다.

손일과 경산방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아찔한 광경이었지만 여인들은 아무 문제없이 외줄을 타고 건너갔다.

외줄로도 아무 문제없이 절벽을 건너던 여인들은수레나 마차만큼은 그렇게 외줄로 넘을 수 없는지 두 사람이 하나의 수레나 마차를 맡아 각각 반대쪽을 잡고 각기 다른 밧줄을 타고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건넬 때가 되자 한 여인이 경산방도들에게 경고했다.

“이 줄타기는 간단하게 보여도 상당히 위험해서 건너는 도중에 평소처럼 간지럽히거나 꼬집으면 떨어질지도 몰라요. 우리야 살아날 자신이 있지만 아저씨들은 떨어뜨릴지 모르니 각자 알아서 하세요.”

진짜 위험한지 아니면 여인의 장난치는 거짓말인지는 몰라도 여인의 위협은 효과가 있어 줄을 타고 건널 때만큼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안고 가는 여인을 간지럽히거나 꼬집지않았다.

그렇게 계곡을 건너고 다시 한참을 가다 어떤 고개 앞에 이르자 청아가 말했다.

“경산방 여러분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니까 여러분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이제부터는 너무 위험해서 여러분과 함께  수 없어요.”

청아가 말을 마치자 지금까지 등에 차고 있는 장검을 제외하면 항상 발가벗은 알몸으로 길을 오던 여인들이 일제히 자신의 바람막이를 꺼내 어깨에다 둘렀다.

그리고는 바람막이를 여미는 앞섶을 정면이 아닌 각자가 무기를 든 팔 쪽으로 돌렸다. 여미는 부분을 여미지 않고 그대로 풀어 둔 것은 무기를 자유롭게다루서 위해서일 것 같았다.

손일은 여인들이 바람막이를 돌려 입는 것을 보고 바람막이가 방패나 갑옷 역할을 한다고 짐작했다.

옷을 아예 입을 수 없는 여인들이 몸에 걸쳐도 아무 이상 없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었다고 했으니 그런 방어 기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여인들은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더니 수레의 밀봉된 상자들에서 이상한 장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구부러진 쇠막대와 어떻게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쇠로 만든 긴 관, 그리고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감겨 있는 이상한 철사, 뭔지 알 수 없는 둥근 쇠통 등등이었다.

여인들은 그런 물건들을 각기 나누어 들더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청아의 명령을 기다렸다.

청아가 손일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산을 넘으면 무량산을 돌아가는 바로 그 길이 나와요. 하지만 절대 저 산을 넘으면 안 되니 반드시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리고 만약 사흘이 지나도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레나 마차는 전부 여기 버리고 몸만 돌려서 왔던 길로 돌아가세요.”

청아는 수레에 남아있는 조그만 상자 하나를 가리키다가 뭔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직접 수레로 다가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주조된 금원보가 가득 들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