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무량산의 괴물들 1
第 九 章. 무량산의 괴물들
1.
상자에 든 금원보는 언듯 보기에도 하나에 스무 냥짜리 금원보로 은과 금은 십 대 일 정도로 거래되니 하나에 은자 이백 냥에 해당하는 물건들이었다.
은자 이백 냥이면 경산방 전체의 이 개월 내지는 삼 개월 수입에 해당하는 거액으로 경산방도 한 사람으로 따지면 이십 년의 수입에 해당될 정도의 거액이다.
청아는 금원보 열 개를 손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우리를 도와서 여기까지 와 준 보답이에요.”
손일이 원래 받기로 한 금액은은자 이백오십 냥이었으니 그 여덟 배나 되는 거액이었다.
청아는 금원보를 건네주고는 수레 몇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물과 식량이 있으니 그걸 먹고 마시면서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마차와 수레는 전부 여기다 버리고 도망치세요.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는데 왔던 길로 돌아가야지 절대 이 산을 넘어 무량산 옆길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조금 전 계곡을 건넜던 줄을 그대로 남겨두고 왔으니 그걸 이용하면 건너 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놓은 밧줄에는 가운 데 나무를 끼울 수 있으니까 거기에 나무를 하나씩 끼워 가면서 지나가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남은 금도 두고 갈 테니 그거면 충분히 잃어버린 마차와 수레에 대한 배상이 될 거예요.”
상자에 남은 금이라면 배상이 되는 정도가 아니고 경산방도 전부가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거액이었다.
청아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여기서 반드시 사흘은 기다려주셔야 해요. 그렇지 않고 금을가지고 도망을 치신다면 저희의 보복을 받게 될 거예요.”
손일이 뭔가 생각에 잠기더니 청아에게 말했다.
“소저 혹시 소인도 데려가 줄 수 없으시오? 소인도 무림인이라 소저 같은 분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상대하는 적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오. 소인의 청을 들어줄 수 없으시겠소?”
청아는 바로 거부를 하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뭔가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싸움은 정말 위험해요. 우리가 이길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준비를 해왔지만 그래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에요. 숨어서 구경만 하고 절대 나서지 않겠다고 하시면 데려가 드리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험하니 되도록이면 말리고 싶어요.”
손일이 다급하게 말했다.
“소저의 우련는 정말 고맙소이다만 이번 싸움을 보지 못하면 내 평생에 걸쳐 앙금이 남을 듯싶습니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청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손일은 둘째 등이에게 청아에게 받은 금을 넘겨주고 절대 사흘이 되기 전에 도망쳐서는 안되는 점이나 자신들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의 행동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손일이 등이에게 말을 끝내자 청아가 알몸의 여인들 중 대사저라고 불렸던 여인에게 말했다.
“소전, 네가 방주님을 안고 가도록 해. 네가 들고 있는 건 내가 들고 같게.”
소전은 청아의 명령을 받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전부 청아에게 건내 주고 바람막이까지 벗어서 넘겨주더니 장검 하나만 등에 맨 알몸으로 손일을 안더니 몸을 날렸다.
손일은 여기까지 오는 도중 이미 여러 번 알몸의 여인에게 안겨봤기 때문에 특별히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여인의 커다란 젖무덤이 물컹물컹 얼굴을 때리는 것만큼은 몇 번을 겪어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소전은 손일은 안은 채로 한참을 달려 경산을 지나 무량산 사이에 있는 길에 다다랐다. 최근 몇 번이나 이 길로지나가던 사람들이 사라져버려 지금은 폐쇄되었지만 손일도 몇 번 지나간 경험이 있는 길이었다.
청아 일행은 길을 건너 바로 무량산으로 들어갔고 손일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무량산은 경산에 비해 몇 배나 크고 험했으며 절대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산이었다.
안에 길을 낼만한 곳이 있는지 없는 지도 몰랐지만 무량산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아 옛날부터 이 지역의 사람들은 무량산에 들어가는 것을 죽으러 가는 것과 동일시할 정도로 무섭게 여기는 곳이었다.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로는 사천의 험지나 새외로나 가야 나오는 기이한 야수들이 많이 살고 있고 또 괴물이나 요괴도 나온다고 했다.
손일 또한 사람들이 말하는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무량산에 대한 두려움은 이 주위의 일반인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소전이 무량산에 들어서자 손일이 두려워하는 것을 느끼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두려우면 제 젖을 만지면서 젖꼭지를 빨아도 괜찮아요. 어른이라도 여자의 젖을 만지면서 젖꼭지를 빨면 엄마에게 안겼을 때처럼 두려움이 사라지곤 한답니다.”
손일은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다른 아저씨들은 다 말투를 바꾸셨는데 방주님만 여전히 저 같은 보지에게 존대를 하시네요. 저 같은 보지는 그냥 편하게 대해주시는 게 훨씬 좋답니다.”
몇 번이나 알몸의 여인들에게 안겨서 경산을 넘어오는 사이 경산방도 전부는 여인에 대한말투가 바뀌어 전부 하대를 했고 또 거침없이 그녀들을 보지라고 불렀다.
손일이 하대를 하는 건 좋지만 보지라고 부르는 건 그만두라고 하자 다들 의아해하며 먼저 그쪽에서 자기들을 보지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손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불편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둡시다.”
소전은 킥킥 웃으면서 손일의 얼굴을 자신의 커다란 젖무덤 사이로 더욱 끌어당겼고 손일은 길이 끝날 때까지 여인의 젖무덤 사이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했다.
그들이 멈춘 곳은 높은 벼랑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는 골짜기였다.
청아가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그들을 맞아 싸울 거니까 다들 가지고 온 걸 준비해.”
청아의 명이 떨어지자 여인들은 가지고 온 물건들을 내려 서로 끼워 맞추더니 동그란 철관의 입구를 마치 화포를 겨누듯이 벼랑의 입구를 향해 설치하고는 나뭇가지 등을 잘라 와 위에 덮어 위장했다.
손일은 철관이 화포인가 의심이 들었지만 화포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두께가 얇아보였다.
청아는 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보더니 손일의 손을 잡고 몸을 날렸다.
손일은 청아가 발가벗은 여인들을 다루고 또 거친 남자들이나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해도 남자 경험이 처녀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청아와 용아 두 여인은 발가벗은 여인들이 경산방도들과 희희덕거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는 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만큼은 절대 남자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말만한 처녀인 청아가 외간 남자의 손을 아무렇지도 움켜쥐고 몸을 날리자 적잖게 당황했다.
청아는 손일을 주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으로 데려간 뒤 손에 든 장검으로 바위를 파내어 조그만 구덩이 하나를 만들어 손일에게 들어가게 한 뒤 다시 파낸 바위덩어리들로 앞을 막아준 후 말했다.
“이렇게 해두면 여기 방주님이 있는 걸 아무도 모를 거예요. 다만 우리가 앞으로 싸울 괴물들은 이목이 밝으니 소리를 내거나 하면 안 돼요. 만에 하나 우리가 지면 그 괴물들이 다 물러간 이후 밤에 여기서 나와 도망치도록 하세요.”
과연 손일이 숨은 장소는 청아가 싸울 장소로 준비한 곳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청아가 내려가자 손일은 조용히 숨을 쉬면서 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모든 일을 마쳤는지 청아가 뭐라고 하자 열두 명의 여인들 중에서 소전을 포함한 여섯이 바람막이를 벗어버리고 또 그동안 한 번도 벗지 않던 등에 맨 장검까지 벗어버린 뒤에 그야말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골짜기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여인들이 빠르게 골짜기 밖으로 뛰어 나오더니 소전이 소리쳤다.
“청아선자님, 용아선자님, 말씀대로 빨가벗은 채로 저놈들 보이는 멀찌감치 서서 보지를 까 벌렸더니 우릴 암컷으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원래 인간 여자를 탐하는 건지 저렇게 달려드네요. 그런데 저놈들이 그동안 숫자가 늘었나 봐요. 열 마리가 아니고 열여섯 마리예요.”
소전의 말을 듣자 청아가 빠르게 말했다.
“나머지 네 마리는 우리가 직접 해치운다. 먼저 열두 마리를 먼저 확실히 해치워야 해.”
소전과 골짜기에서 뛰어나온 여인들은 바로 준비했던 철관 뒤로 몸을 날리더니 급히 검을 등에 다시 짊어지고 바람막이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그들이 바람막이를 걸친 바로 그 순간 골짜기에서 괴성을 지르는 거대한 괴수들의 무리가 나타났다.
괴물들은 흰 털을 가진 거대한 성성이였다. 사람처럼 바로 일어서면 키가 일 장은 될듯싶은 거대한 성성이였다.
손일은 사천의 깊은 산에 저런 거대한 성성이들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무량산은 그가 어려서부터 들은 대로 저런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소굴이었다.
성성이는 괴성을 지르며 여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청아가 어느 틈에 등에 단창을 여덟 자루나 꽂고 소리쳤다.
“한 마리씩 잘 겨눠서 쏴. 여기서 열두 마리를 확실히 해치워야 다음 놈들 상대하기가 편해져.”
여인들은 철관으로 성성이를 한 마리씩 겨냥하더니 성성이가 다가오자 철관 아래에 붙어 있는 뭔가를 발로 밟았다.
철관에서 뭔지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와 성성이들의 흰 털로 덮인 몸을때렸다.
액체에 얻어맞은 성성이는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하더니 바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고 잠시 뒤 모두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정확하게 열두 마리의 성성이가 그렇게 바닥에 쓰러졌다.
맨 뒤에 따라오던 네 마라의 성성이가 동료들이 쓰러진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들기며 포효하고는 여인들을 덮쳤고 청아와 용아를 포함한 다른 여인들도 일제히 성성이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손일은 그동안 길을 오면서 열두 명의 여인들이 얼마나 몸이 빠른지 잘 보았다. 사람을 품에 안고 달릴 때도 그게 아니면 수레나 마차 혹은 말을 들고 몸을 날릴 때도 마치 바람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성성이는 여인들보다 더 빨랐다. 성성이는 팔을 휘둘러 여인 한 명을 때렸고 여인은 거의 십여 장이나 날아갔다.
그러나 입고 있던 바람막이가 막아 준 것인지 아니면 여인의 무공이 원래 그런 경우에도 타격을 별로 안 받게 한 것인지 몰라도 여인은 그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몸을 성성이에게 날리더니 다른 여인과 싸우고 있는 성성이의 등을 장검으로 찔렀다.
그러나 여인의 장검은 성성이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도로 튕겨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틈에 몸에 다른 여인들과 같은 바람막이를 몸에 걸치고 장검을 손에 든 용아가 소리쳤다.
“청아, 이놈들 역시 장검이 안 통해. 이대로 싸우다간 힘이 빠져서 우리가 질 거야.”
청아는 등에 여덟 자루나 되는 단창을 짊어지고 또 따로 한 손에 한 자루씩 단창을 쥐고 싸우고 있었는데 청아의 무공은 다른 여인들이나 용아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거의 성성이와 동일한 빠르기로 몸을 움직이며 성성이들을 향해 단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청아의 단창도 성성이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도로 튕겨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