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무량산의 괴물들 5
5.
손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적당한 곳에 묻어주겠으니 소저는 걱정 마시오.”
손일은 죽은 성성이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소전들이 철관에서 뿜어낸액체에 맞아 죽은 열두 마리의 성성이들은 털과 가죽이 거의 녹다시피 되어 있어 보기 흉했지만 옮길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고 싸우다가 청아의 단창에 찔려죽은 네 마리는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성성이들이 청아나 소전들과 싸울 때는 무섭기 이를 데 없는 야수로만 보였지만 성성이들을 낳은 여인들을 생각하자 약간의 동정심도 들었다.
손일은 경산방도들을 모아성성이들을 묻을 곳을 만들게 하고 자신은 금을 훔친 다른 사내 세 명을 더 두들겨 팼다.
손일이 금을 훔친 놈들을 적당히 손봐주고 성성이들을 다 묻은 뒤에 골짜기로 돌아가자 소전들이 마차와 수레를 전부 골짜기 안에 넣어두고 수레와 마차를 끄는 말들이 들어갈 울타리와 간단한 마구간을 만들고 있었다.
소전들은 바람막이는 어딘가에 벗어두고 전부 발가벗은 알몸이었다. 원래 옷을 입지 않으면 몸에 상처가 생길까봐 저런 일을 쉽게 하지 못하고 능률이 오르지 않는 법인데 소전들은 알몸으로 잘도 일들을 하고 있었다.
손일이 소전에게 물었다. 이미 손일의 소전에 대한 말투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울타리 재료와 마구간 재료는 어디서 구했느냐?”
“여긴 나무가 많아서 쉽게 잘라올 수있었어요. 우린 무공이 있으니까 이런 일이 비교적 편하죠. 그리고 죽은 작자들이 창고에 넣어 둔 재료도 좀 있었고요. 진란이랑 수정이가 이런 재료가 될 나무가 많은 장소를 알려줬어요?”
“그치들은 여기 동굴에 갇혀 산 게 아니었나? 어떻게 그런 장소를 알고 있지?”
“동굴에 갇혀 있었던 건 아니래요. 그냥 성성이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철문을 달아둔 것뿐이고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고 무량산을 벗어나는 건 금지되어 있었지만 무량산 안에서 돌아다니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대요. 그렇다고 방주님이나 다른 아저씨들이 놀러 갈 생각은아예 하지 마세요. 그동안은 성성이들이 워낙 강해서 괴수나 요괴들이 가까이 오지 않은 거지 이제 성성이가 안 보이면 그 괴수나 요괴들이 나올 거예요.그리고 무량산 깊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어쩌면 성성이들보다 더 강한 괴수나 요괴가 있을지도 몰라요.”
손일은 어려서부터 무량산에는 괴수와 요괴가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괴수야 그렇다고 쳐도 요괴라는 건 진짜 존재하는지 의문이었다.
“요괴라는 게 진짜 있느냐?”
“그럼요. 강시 같은 거야 사람의 시체가 요괴로 변한 것이니 사람 사는 곳에 나오지만 강시가 아니라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나오는데 무량산 같은 곳은 특히 나오기 쉬운 땅이래요. 원래 음기가 강해 요괴가 살기 쉬운 땅이라더군요.”
손일은 믿기 어려워 물었다.
“직접 본 적도 있느냐?”
“네, 강시를 세 번 보았고, 인면지주를 한 번, 인면망을 한 번 봤죠.”
인면지주라면 사람얼굴을 가진거미고 인면망은 사람얼굴을 가진 구렁이다. 손일을 소전이 그런 요괴를 직접 보았다고 하자 갑자기 등에 소름이 끼쳤다.
“싸워보기도 했느냐?”
소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봤는데 강시는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해서 두세 마리 정도는 저 혼자서도 상대할만 했는데. 인면지주는 셋이 합쳐서 싸워도 힘들었고. 인면망은 저희들 솜씨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더군요. 인면망은 선자님들 두 분이 직접 해치우셨어요. 근데 인면지주는 우리가 상대한 놈은 작은 놈이라 비교적 편한 거 였고. 진짜 무서운 놈은 선자님들도 여럿이 모여야 상대가 될 거라고 하셨어요.”
손일은 골짜기의 절벽 너머에서 갑자기 뭔가 그런 요괴가 튀어나올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손일이 화제를 바꿨다.
“진란들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면서 왜 도망을 치지 않았지?”
소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망을 왜 쳐요? 세상으로 돌아가면 여자가 빨가벗고 살 수 있나요? 무공이 있다고 해도 음녀로 몰려 당장 사냥당할 걸요. 어쩌면 걔네들 가문이나 문파에서 먼저 죽이려고 들 거예요. 거기다 성성이랑 씹까지 했는데요. 걔네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도망갈 곳 따위는 전혀 없어요. 차라리 걔네들은 성성이랑 씹해서 새끼나 낳고, 우리는 남자들에게 주물러지는 게 훨씬 좋은 거죠.”
손일은 성성이를 낳은 진란이나 수정들만큼은 아니지만 소전도 사고구조가 상당히 왜곡되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요 방주님? 이제 중요한 싸움은 다 끝났으니 우리도 몸을 싸릴 필요가 없어서 이제 보지에 자지를 박는 거 빼면 아저씨들이랑 다 즐길 수 있어요. 방주님도 생각 있으시면 제가 젖보지나 입보지로 해드릴게요. 저희들은 처녀들이고 처녀성을 잃으면 무공을 펼치거나 할 때 몇 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보지에다 박는 건 안 돼요.”
손일은 정말 놀랐다.
“처녀?”
“어라 모르고 계셨어요. 저희들은 전부 처녀예요. 여기 이렇게 처녀막도 그대로 있어요.”
소전은 일하던 걸 멈추고 일어나서 보지를 앞으로 쑥 내밀고 두 손으로 보지를 까 벌려서 보여주었다.
소전은 손일이 약간 기겁을 하자 손을 내리고 도로 일을 시작하며 말했다.
“뭐 처녀라고 해도 남자랑 씹만 안 했을 뿐이니 우리가 정숙한 처녀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보지에 남자 자지를 박을 수 없는 몸일 뿐이라고 알려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자지만 넣을 수 없다 뿐이지 손가락이나 물건을 쑤셔 넣어도 상관없어요. 저희들 상처가 바로 나아버리듯이 처녀막도 그런 정도로는 바로 재생하거든요.”
손일은 아우들과 경산방도들에게 마구간 만드는 일을 돕게 했다. 소전들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일은 무공보다는 사람이 많은 게 훨씬 도움이 되었다.
손일은 수레와 마차를 보다가 마차 몇 대가 모자라서 소전에게 물어보려고 할 때 소전이 먼저 눈치 채고 말했다.
“선자님들이 안으로 가져갔어요. 그 애들을 훈련시키는데 사용할 거래요.”
손일이 마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 하며 동굴 쪽으로 걸어갔다.
골짜기 안은 높은 절벽이 사방을 완전히 둘러싼 일종을 작은 분지 형태의 땅이었는데 상당히 넓어서 골짜기 입구에서 동굴까지는 제법 걸어가야만 했다.
손일이 걸어가는데 용아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서 뛰어. 그렇게 너무 빨리 달리면 마차 바퀴가 부서지잖아.”
찰싹!
용아의 외침 소리 뒤에 바로 뭔가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
손일이 급히 다가가보니 동부(洞府: 동굴 집) 앞에서 진란과 다른 여인 셋을 각각 마차에 묶어두고 마차를 끌게 하고 있었다.
중국식 마차는 말 한 마리가 끄는 소형 마차이긴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힘이 센 말이나 끌 수 있는 거지 사람이 쉽게 끄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진란과 여인들의 내공과 거기서 나오는 강한 힘을 마차를 말보다도 더 빠르게 끌고 있었다.
여인들은 진짜 말처럼 재갈을 물려두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용아가 여인들의 둥근 볼기를 매섭게 말채찍으로 때렸다.
“원숭이들이랑 씹할 줄만 알지 마차 하나도 제대로 못 끌어. 너희들처럼 쓸모없는 것을 키우고 먹여서 뭐하겠어. 제대로 못하면 바로 쫓아내 버릴 거야.”
진란을 포함한 여인들은 용아의 호령에 따라 요령 있게 마차 끄는 법을 연습했다.
다시 용아가 소리쳤다.
“마차 뒤에 태온 손님이 편하게 느껴야 하는데 너처럼 그렇게 거칠게 끌면 손님만 힘들잖아.”
찰싹! 찰싹!
용아의 말채찍은 정말 매서웠다. 용아의 말채찍에 맞은 진란과 여인들은 모두 진짜 말처럼 투레질을 하면서 다시 달렸다.
그리고 저편에서는 청아가 수정을 포함한 여인 네 명을 모아놓고 네 발로 기는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여인들은 모두 오년 전에잡혀온 여인들이었고, 개처럼 네 발로 기는 여인들은 모두 삼 년 전에납치되어 온 여인들이었다.
수정을 제외한 다른 세 여인은 남궁세가. 진주언가, 하북팽가의 여인들로 수정도 오대세가에 속하지는 않지만 꽤나 이름 높은 무림세가 출신이니 다들 강호 무림의 천금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여인들이 성성이들의 새끼를 낳고 자기가 낳은 새끼와 다시 교미하고 이번에는 네 발로 개처럼 기고 있었다.
청아가 용아가 용아처럼 말채찍으로 여인들의 치켜 올린 엉덩이를 매섭게 때렸다.
찰싹! 찰싹!
“가랑이 너무 벌렸어. 강호 남자들이 너희들 보지만 보면 자지 세우고 달려들던 원숭이들이 아니라고 보일 듯 말듯 애타게 해야 더 좋아한단 말이야. 그리고 젖통은 맘대로 흔들리게 놔둬. 남자들은 그렇게 젖통흔들리는 거 보면 엄청 좋아하니까.”
청아는 남자 경험도 없는 처녀 주제에 남자들이 뭘 좋아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네 여인들은 청아 말대로 가랑이 조금 더 오므리고 네 발로 잘도 기어가고 있었다.
청아가 소리쳤다.
“짖어!”
“왕왕! 왕왕!”
“멍멍! 멍멍!”
“왕왕! 왕왕!”
“멍멍! 멍멍!”
네 여인은 동시에 개처럼 짖으면서 재빨리 기었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청아가 다시 네 명의 여인 모두에게 말채찍을 휘둘렀다.
“엉덩이 흔드는건 왜 까먹었니.”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여기 오기 전에 개들이 어떻게 기는 지 한 번도 못 봤어? 무릎을 왜 그렇게 바닥에 댈려고 해. 개가 무릎을 꿇고 기어 다니던?”
여인들은 개처럼 소리 내어 짖으면서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거리며 기었다.
“다음에 수캐들 올 때까지 완벽한 암캐가 되어 있지 않으면 수캐랑 흘레붙여 주지 않을 거야.”
손일은 여자들을 수캐랑 흘레붙인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성성이랑 교미해서 새끼를 낳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모른다 싶었다.
손일이 온 것을 보고 청아가 웃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둘로 나눠서 한쪽은 말로. 다른 쪽은 개로 훈련시키고 있어요. 나중에 서로 바꿔서 얘들을 말로 다른 쪽은 개로 훈련을 시켜 볼 생각이에요. 그러다보면 얘들도 적성을 찾겠죠.”
청아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물었다.
“조금 전에 말들을 살펴보니 전부 거세마들이던데 거세마 밖에 안 키우세요.”
손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숫말은 성격이 거칠어서 다루기 어렵고 혹여 암말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날뛰는 경우가 있어서 키우지 않소. 그리고 암말은 수놈보다 성질이 순하지만 거리로 데리고 나갔다가 수말이 암말을 보면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서 안 키우고 있고요. 그리고 암말이든 수말이든 거세마보다 조금 비싸서 안 키우고 있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게 귀찮기도 해서 그렇소.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보시오?”
“아, 수말이 있으면 얘들이랑 교미시켜 줄려고 했죠.말자지는 워낙 커서 얘들도 좋아할 거고요.”
손일은 말이랑 여인들을 교미시킬 생각이었다는 얘기에 기겁했다.
청아가 손일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얘들은 이미 성성이랑 박아서 새끼까지 낳은 애들인데도 말이나 개랑 교미시키는 건 놀라운가 보죠.”
청아가 뭔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훈련 중지하고 얘들을 경산방도 여러 분께 넘겨드릴 테니 맘대로 해보세요. 성성이랑 박았던 애들이라 꺼림칙하지만 않다면 얘네 들은 사람이랑 박아도 아무 상관없어요. 하지만 해보면 내가 왜 얘들을 짐승이랑 흘레붙이려고 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