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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새로운 하루 4 (58/148)



〈 58화 〉새로운 하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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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세현이 마구간을 나와 달리자 대청 쪽에서 일하는 한무리의 하인과 하녀들이 보였다.

성무장은 지금은 규모를 대폭 줄였다고 해도 무척 거대한 장원이라 한쪽에서만일하는 하인, 하녀들이 많았다.

양세현이 발가벗은 알몸으로 일하는 하인들 사이를 달리며 걸음을 뗄 때마다 커다란 두 개의 젖무덤이 물을 가득채운 가죽주머니처럼 공중에서 물컹물컹 출렁거렸다.

지나가던 하인과 하녀들이 그런 양세현의 젖가슴을 보고 손가락질 하며 양세현에게도 들리는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어휴 저 마님 젖통  봐. 어제보다 더 커진  같지.”

“정말 바늘로 찌르면 팡 터질 거 같네.”

“어떻게 저렇게 빨가벗고 달릴 수가 있을까?”

“마님도 여자인데 사람들 앞에 저렇게 빨가벗고 나서면 부끄럽지 않나?”

“어제 그 보지 벌어지던 거 생각해 봐. 그리고 나중에 아성이랑 그 애들에게 때려달라고 하던 거 하고 지금 저거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매가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닌가?”

“아무리 매가 무서워도 나 같으면 저렇게 빨가벗고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자살하겠어요.”

“돌아가신 장주님 체면이나 작은 장주님 생각하면 진짜 자살해야 하지.”

“아무리 죽기 싫어도 그렇지 마님 체면에 우리 앞에서 빨가벗고 저게 뭐예요.”

주위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말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너무나 부끄러워 어딘가 구덩이에 몸이라도 파묻고 싶었다.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아침만 해도 이런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간으로서의 긍지나 여인으로서의 체면보다 생명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양세현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변화였다.

“내가 왜 죽어. 난 살 거야. 사람들이  뭐라고 손가락질 하든 난 살고 싶어.”

대문을 지나고 대문 앞의 길을 쭉 따라 달리자 관도가 나왔다. 다행이아직은 관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관도는 장강에서 운행하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관도인지라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움직였다.

사람들은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호주성에서 출발했고 배에서 내린 사람들도 배가 도착해야 배에서 내려 호주성으로걸어가니 딱 거기에 맞춰 사람들이 붐볐다.

성무장 길에서 관도만 건너며 마을 입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도를 따라 백여 장을 가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양세현이 마을로 들어가려면 아무리못해도 그 백여 장 관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양세현은 성무장 길을 벗어나 관도를 따라 달렸다. 경공 사용을 금지 당했으니 보통 여인보다 약간 빠른 속도에 불과했다.

어제도 관도를 발가벗은 채로 걸었지만 그래도 유아나 용아가 바로 뒤를 따라오거나 하인들이 옆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위에 혈신문이나 성무장 사람  명도 없이 혼자서 넓은 관도를 발가벗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호주는 지형이 평탄한 곳이라 관도는 아주 멀리까지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에 이미 사람이 몇  보이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사람들은 제일 일찍 길을 나선 사람이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도에 나타날 것이었다.

양세현은 관도를 달리며 저 멀리서보이는 사람들이 자신이 발가벗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하기만을 빌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도 거리에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말고는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알아차라지 못하겠지만 간혹 그 정도 거리에서도 사람 얼굴까지 알아보는 눈 좋은 사람도 간혹 있었다.

양세현이 마을 어귀에 도착할 때 까지는 다행히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듯싶었지만 자신이 마을에서 목적을 마치고 나오면 관도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을 듯싶어 너무나 두려웠다.

양세현이 마을로 들어서자 일을 나가려 준비 중이던 많은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마을 사람 전부가 어제 양세현의 알몸을 보고 음부까지 다 만져보았는지라 특별히 기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양세현은 물을 채운 가죽 주머니 같은 커다란 젖가슴을 뭉클뭉클 출렁거리며 온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다 뛰어서 돌았다.

마을 사람들도 하인이나 하녀들처럼 그런 양세현을 손가락질 하며 비아냥거렸다.

“어휴 마님도 여자면서 빨가벗고 저게 뭐하는 짓이래.”

“왜 마님 덕분에  큰 여자가 홀딱 벗고 뜀박질 하는 것도 구경하잖아.”

“어이쿠 저 젖통 좀 봐. 저렇게 커다란 젖통이 처녀보다 더 탱탱하잖아. 누구 저런 젖통 구경한  있어?”

“젖통도 젖통이지만 저 다리 좀 봐. 난 저렇게 쭉 뻗은 다리는 처음 봐. 누구 저렇게 날씬한 종아리 본 적 있어?”

“마님이야 빨가벗고 있으니 종아리를  수 있지만 여자 종아리를 어디서 본다고 잔뜩 본 것처럼 말하는 거야? 혹시 기녀원에라도 다닌 거야?”

“우리 처지에 기녀원은 무슨. 논에서 일하다보면흔히 보는 게 종아리인데 무슨 얘기야.”

여인들도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오늘은 돼지처럼 꿀꿀거리지는 않네.”

“난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빨가벗고 뜀박질을 하느니 차라리 머리를 찍고 죽겠어요.”

“그래도 피부 좀 봐요. 얼마나 뽀얗고 부드러워요.”

“저 허리랑 다리 좀 봐요. 어휴 부러워.”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홀딱 벗고 뛰어보든가.”

“호호호호. 저렇게 예쁜 마님이니 빨가벗고 뛰어도 보기가 괜찮은 거지 우리는 그랬다간 맞아 죽어요.”

아이들까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저것 봐. 마님이 또 빨가벗고 왔어.”

“와 마님 궁둥이 좀 봐.”

어제 유아는 양세현이 사탕 주머니를 물고 오면 오리걸음이나  발로 기게 하면서 회초리로 때리는 놀이를 하고 잘하면 사탕을 상으로 주겠다고 했었다.

아이들은 양세현이 입에 사탕주머니를 물지 않았으니 그런 놀이를 하려고  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입에 사탕 주머니를 안 물었으니 오리 놀이나 돼지 놀이를 하려고  게 아니야.”

특이하게도 보통 아이들이 이런 광경을 보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급히 데려가 버릴 건데 아무도 아이들을 제지하는 어른이 없었다.

양세현은 그런 모습을보면서 성무장 하인들의 반응도 그렇게 지금 마을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수치도 모르는 여자마냥 빨가벗고 이런 모습을 보인다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저 사람들의마님이었는데 저들의 저런 모습은 너무 변화가 빠르구나. 더구나 아이들이 이런 걸 보고 있는데도 부모조차 나서서 전혀 제지 않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래도 혈신문의 선자님들이 뭔가 알 수 없는 수법을 사용해서 이들의 심리를 조정하는 거 아닌가 싶구나.”

양세현은 혈신문이 사람의 심리까지 조종한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두려워졌다.

양세현 두려운 마음속에서도 마을을  바퀴 다 돈 뒤에 사람들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저, 저, 제, 제, 보, 보지를 만져주세요.”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이미 마을 사람들 전부가 그런양세현의 모습을 보려고 나와 있었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마님 방금 우리보고 마님 보지를 만져달라고 하신 겁니까?”

양세현이수치심에 고개를 숙이며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제 보지를 만져주세요.”

마을 사람들이 다시 전부 폭소를 터뜨렸다. 다시 누군가가 소리쳤다.

“마님 우리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빨가벗고 돌아다니는 거 보다는 낫지 뭘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또 다르지. 여자 입에서 보지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걸 또 우리보고 만져달라는 것도 웃기잖아.”

사람들이 한참이나 떠들어대자 양세현이 울먹이며 말했다.

“제 보지를 만져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해요. 제발 제 보지 좀 만져주세요.”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누군가가 말했다.

“마님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려면 뭔가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다른 자 한 명이 끼어들었다.

“아니 자네는 마님 꼴을 보고도 어떻게 대가를 요구하는 건가. 몸을 가릴 실오라기 한 올도 없어서 저렇게 빨가벗고 있잖은가.”

“그러게 심지어 보지털도 없지. 머리카락이 있긴 하지만우리가 그걸 깎아버릴 수는 없지.”

다른 자들도 끼어들었다. 이런 기회에 양세현을잔뜩 희롱하려는 목적이었다.

양세현은 차라리  비굴하게 나가기로 했다.

양세현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애원했다.

“전 이제 성무장의 안주인이 아니라 혈신문의 암퇘지 꿀꿀이입니다. 부디 이 암퇘지의 보지를 만져주세요.”

이번에는 한 젊은 아낙이 말했다.

“그럼 암퇘지답게 행동해야지. 어제처럼 꿀꿀거리며 기어 봐.”

남자들은 비록 양세현이 발가벗은 알몸으로 있어도 마님이라고 불러주고 비아냥거리긴 했지만 말투도 존대였는데 비해 여자들은 이미 양세현을 마님이 아닌 마음대로 골려먹어도 되는 비천한 존재로 여기고 말투도 그에 맞추어 하대했다.

양세현은 이미 아낙이 자신을 어떻게 여기건 상관없었다.

양세현은 바로 네 발로 엎드려 기면서 돼지처럼 꿀꿀거렸다.

“꿀꿀! 꿀꿀! 꿀꿀! 꿀꿀!”

마을 사람들이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말했던 젊은 아낙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렇게 기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

양세현은 이제 그들의명령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꿀꿀! 꿀꿀! 꿀꿀! 꿀꿀!”

양세현이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발로 기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마을 가운데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조그만 우리가 만들어져있는  보였다.

유아가 만들 게 한 양세현을 위한 돼지우리였다.

젊은 아낙이 우리의 울타리를 탁탁 치면서 말했다.

“이게 우리가 널 위해 만든 돼지우리야. 여기서 수퇘지랑 흘레붙게  거야.”

양세현은 이들까지 자신을 수퇘지와 흘레붙인다는 얘기를 하자 이미 자신이 수퇘지와 교미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로 느껴졌다.

양세현이 구슬프게 울었다.

“꾸우울! 꾸우울! 꿀꿀! 꿀꿀! 꾸우울! 꾸우울!”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양세현의 보지를 만져주었고 아이들까지 전부 보지를 만지고 나자 양세현은 발딱 일어나 관도로 향해 달렸다.

마을 입구로 나오자 저 멀리 관도에 사람들이 붐비는 게 훤히 보였다.

관도에서 마을을 보면마을 입구에 나무 몇 그루가 있어 뒤에  양세현이 보이지 않았지만 양세현이 선 곳에서는 관도가 훤히 보였다.

이제 방법은 최대한 빠르게 달려서 사람들을 헤치고 관도를 지나 성무장 길로 들어서는 방법뿐이었다.

양세현은 각오를 다지고 관도를 향해 달렸다.

호주는 완전히 평탄한땅이라 마을의 농지와 관도 사이를 가려주는 어떤 물체도 없었고 때문에 양세현이 마을 밖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관도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일부가 마을에서 달려 나오는 사람이 발가벗은 알몸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몇몇이 손가락질로 달려오는 양세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헉, 저거 뭐야 빨가벗은 여자잖아.”

“아니 빨가벗은 여자가 갑자기 저기서 왜 튀어나와.”

“저것 좀 봐야 빨가벗은 여자가 여기로 뛰어와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양세현에게로 향했다.

관도에서 양세현이 달리는 지점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었지만 달려오는 사람이 발가벗은 여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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