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혈신문주 구양선 2 (61/148)



〈 61화 〉혈신문주 구양선 2

2.

양세현은 누가 혈신문주인지 알게 되자 바로 그 앞으로 기어가서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성무장 출신으로 새로 혈신문의 암퇘지가 된 양세현이 감히 문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도를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하며 그저 바라보고 있었지만 양세현은 감히 소리를 낮춘다거나 할 수 없었다.

청아나 용아보다는 어려보이고 유아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은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 하나가 깔깔 웃으며말했다.

“어머나 문주님 유아 고것이 강아지를  만들고 돼지를 만들어 놨어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다른 소녀가 말했다

“그래도 교육은 제법 잘 시킨 거 같은데.”

역시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말했다.

“유아가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지금 시켜볼까?”

혈신문주는 그들이 재잘거리는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고  다른 한 무리의 젊은 여인들이 몰려와서 재잘거렸다.

용아 보다 한두 살 정도 어린 열예닐곱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말했다.

“유아 그 쬐끄만 것이 제법  가르쳤네.”

“용아사저는 재미를 좀 봤을까?”

“어제 겨우 돼지가 됐을 건데 벌써 말을 잘 듣네.”

“소문대로 정말 예쁘네.  빨리 데리고 놀고 싶어. 우리 사부를 처음 데리고 놀  정말 재미있었지. 시장 사람들 앞에서 빨가벗겨놓고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면서 이것저것 시켰을  정말 재미있었지. 아, 또 하고 싶다.”

“우리 사부랑 경주라도 시켜볼까.”

“호호호, 개랑 돼지가 경주가 되겠니.”

양세현은 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그들이 남해검문 출신의 소녀들로 한교운의 제자들이라는  바로 깨달았다. 하지만 과거 한교운이 성무장에 들릴 때 데리고 왔던 제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호 무림에서는 원래 부모와 자식의 관계 이상으로 중요시하는 것이 사제 간의 관계였고 이를 깨뜨린다는 것은 정파는 말할 것도 없고 사파에서조차 공적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유서 깊은 명문 남해검문의 제자들이 지금 자기네 문파의 문주이자 자기 사부였던 이를 발가벗겨 놓고 끌고 다니며 희롱했다는 것이다. 양세현은 자기 사부를 발가벗겨 놓고 희롱하는  계집애들이 자신에게는 과연 어떻게 할 지 두려웠다.

청아나 유아와 같은 차림을 한 혈신문의 여인들도 주위로몰려들어서 재잘거렸다.

“어제 하루 교육한  치고는  정도면 꽤 괜찮지.”

“유아 고것이 끝까지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쬐끄만 게 제법이야.”

“청아가 거들어주지 않았을까?”

“유아 고년 고집 몰라? 끝까지 자기가 했을 걸.”

“청아는 몰라도 용아는 끼어들었을 걸. 용아 그것이 이 암퇘지를 얼마나 데리고 놀고 싶어 했는지 몰라서 그래?”

“그나저나 하루 만에 잘도 저렇게 홀딱 벗고 관도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네.”

“하여간 예쁘긴 정말 예뻐. 저렇게 홀딱 벗겨놓아도 예쁜 애는 정말 드물거든.”

“일단 한 번 구경이나 하자고. 돼지야 한 번 꿀꿀거리며 돌아보렴.”

여기가 성무장 바로 앞인데다 말에  여인들이 전부 등에 검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여인들이 전부 무림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누구도 다가오지 않아서 이미 주위에 다른 이들은 전혀 없었다. 다들 멀찌감치 서서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양세현은 바로 가까이에 사람들이 없고 다들 멀찌감치 서 있자 조금 안심되었다. 불과 몇 장에 불과한 조그만 거리 차이로도 사람의 심정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다.

양세현은 엉덩이를 치켜 올리고 꿀꿀거리며 혈신문과 남해검문 사람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꿀꿀, 꿀꿀, 꿀꿀.”

혈신문주는 여전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지만 다른 여인들은 시끄럽게 재잘거렸다.

“어머나 잘도 꿀꿀거리네.”

“난 암캐가 되는 건 우리 흰둥이 사부 때문에 봤지만 암퇘지가 된  오늘 처음 봐.”

“나도 멍멍거리는 건 들었지만 꿀꿀거리는  처음 봐.”

“어머나 방금 궁둥이 흔드는 거 봤어.”

“방금 가랑이 벌리면서 조개 보여주는 봤지.”

“아휴 가랑이도 슬쩍슬쩍 벌릴 줄 알고 정말 교육이 잘 됐어.”

“저 암퇘지 우리에게 어리광부리고 있어.”

“돼지야 다른 재주도 좀 부려봐.”

양세현은 누군가가 다른 재주를 요구하자 어제 밤 보여주었던 자세 그대로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팔뚝 전부를 땅바닥에 대고 허벅지를 쪼그린 자세 그대로 물구나무를 섰고 그 자세 그대로 꿀꿀거리며 기어갔다.

“꿀꿀, 꿀꿀, 꿀꿀.”

옅은 미소만 짓고 있던 혈신문주도 이번에는 낮은 웃음소리를 내었고 혈신문과 남해검문의 문도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어머나 정말 대단해.”

“이번 건 진짜 재미있어.”

“돼지 주제에 물구나무도 설줄 알아.”

“어휴  가랑이 벌리고 보지 보여주는  좀 봐.”

“유아랑 용아가 정말 잘 가르쳤네. 앞으로 다른 애들 잡아서 가르칠 때도 걔네들에게 맞길까?”

“그냥 운이 좋았던 건 아닐까?”

양세현은 그들 앞에서 어젯밤 자신이 배운 모든 걸 보여주었다.

“어머나 저 돼지 지금 보지 벌리고 있어.”

“어떻게 저게 하루 만에 가능하지?”

“어휴 나도 어제 따라와서 구경할걸 그랬어.”

“저 보지 벌리는 거 좀 봐. 하루 만에 저렇게까지 만들다니 유아  계집애 다시 봐야겠어.”

남해검문의 여인들도 재잘거렸다.

유아보다 더 어려 보이는 열서너 살 정도의 어린 소녀가 말했다.

“사저, 근데 보지 벌리는 솜씨는 우리 흰둥이보다 못해. 우리 흰둥이가 훨씬 잘 벌려.”

소녀보다 두어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소녀가 어린 동생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는 언니처럼 말했다.

“흰둥이는 일 년이 훨씬 넘었고 저 돼지는 이제 하루잖아. 저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거야.”

남해검문의 다른 소녀들이 재잘거렸다.

“우리 흰둥이 사부도 좀 더 노력해야겠어. 잘못하면 저 암퇘지에게 뒤질 수도 있겠어.”

“우리 사부는 개고 쟤는 돼지인데, 개가 돼지에게 지면 말이 안 되지.”

양세현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그들을 성무장으로 안내했다.

양세현이 꿀꿀거리며 맨 앞에서 기어가고 그 뒤를 말을 탄 혈신문과 남해검문의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맨 뒤에서 몸에 바람막이를 걸친 여인들이 뒤따랐다.

바람막이를 걸친 여인들은 성무장으로 접어드는 구비를 돌자마자 제각기 걸치고 있던 바람막이를 걷어 올려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기 시작했고 어떤 여인은 아예 바람막이를 벗어버리고 등에 차고 있는 장검 하나만 걸친 알몸으로 말을 몰았다.

혈신문주는 미소를 지으며 기어가는 양세횬을 따라가고 젊은 여인들과 어린 소녀들이 앞서 기어가는 양세현을 향해 무수한 말들을 쏟아냈다.

“저 다리 쭉 뻗은 거 좀 봐. 정말 소문난 대로 대단해.”

“저 엉덩이는 어떻고 저 통통한 볼기 좀 봐. 나 때려주세요. 하고 시위하고 있잖아.”

“정말 찰싹찰싹 때려주기 딱 좋네.”

“그나저나 잘도 기어가네. 정말 돼지가 된지 하루밖에 안 된 애가 맞아?”

“꿀꿀거리는 건 어떻고. 저렇게 열심히 꿀꿀거리는 건 정말 대단한 거야.”

“어이쿠 방금 가랑이 벌리면서 보지 보이는  봤지. 우리 보고 자기 보지  달라고 한 거야.”

“아 정말 저 통통한 엉덩이를 보니 도저히 못 참겠어.  대 때려봐야겠어.”

남해검문 쪽에서 열대여섯 살 가량의 여인 하나가 꿀꿀거리며 기어가는 양세현의 옆으로 오더니 안장 옆에서 꺼낸 얇은 죽편으로 양세현의 발가벗은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찰싹!

양세현은 돼지 소리로 비명을지르며더욱 빨리 기었다.

“꾸울,꾸울, 꾸울,”

양세현이 매를 맞으면서 지르는 비명조차 돼지 울음소리를 내자 구경하던 여자들이 손뼉을 치면서 더욱 시끄럽게 재잘거렸다.

“와 저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비명소리도 꿀꿀거리고 있어.”

“정말  하루 만에 진짜 돼지가 돼 버렸네.”

“유아랑 용아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근데 신아 저것은 언제 또 저런 죽편을 준비하고 있었대.”

“어머나 그것도 몰랐어? 조것이 이미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거라고.”

“신아,  대 더 때려봐.”

신아라 불린 소녀가 몇  더 죽편을 휘둘렀다.

찰싹! 찰싹!

엉덩이를 얻어맞은 양세현이 다시 비명처럼 꿀꿀거렸다.

“꾸우울, 꾸우울, 꾸우울.”

“확실히 몸에 완전히 익어버린 듯이 비명이 튀어나오네.”

“하루만에  정도면 완전히 교육시키는데 열흘도 안 걸리겠어.”

“그러게 우리가 지금까지 해본 애들 중에 제일 빠르겠는데.”

“근데 신주제일화니 강호제일미니 하면서 무림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을 듣던 양세현이 우리가 교육시킨 애들 중에 제일 빨리 변해버리다니 정말 생각도 못했어.”

숲길을 지나 성무장의 대문 앞에 이르자 대문 앞에 청아, 당아, 용아, 유아  여인이 모두 나와 있었고 유월련과 단명선은 대문  좌우에서 발가벗은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기까지 올 때는 자기네 문주 앞에서 말을 달리며마구 장난질을 쳐대던 혈신문과 남해검문의 제자들도 감히 혈신문주보다 먼저 성무장으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않고 혈신문주에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혈신문주가 말을 탄  앞으로 나오자 청아, 당아, 용아, 유아가 일제히 한쪽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제자들이 문주님께 문안 여쭙습니다.”

 여인이든 뒤에 혈신문주를 따라온 여자들이든 모두 마구 장난질을 쳐대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네 여인의 인사가 끝나자 대문 옆에 무릎 꿇고 있던 유월련과 단명선이 재빨리  문주 앞으로 기어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곤륜 출신의 암캐 유월련이 문주님을 뵙습니다.”

“점창 출신의 암캐 단명선이 문주님을 뵙습니다.”

혈신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아와 용아, 유아에게 말했다.

“다들 수고 했구나. 특별히 어려웠던 일은 없었니?”

청아가 대답했다

“저희는 문주님의 명을 받들어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육합검문의 개입이 의심되어 무량산에 그대로 남겨두고 왔습니다.”

혈신문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탄 채 성무장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도 전부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혈신문과 남해검문 출신의 옷을 입은 여인들은 전부 그대로 말을 타고 혈신문주의 뒤를 따라갔지만 바람막이를 걸친 여인들은 전부 말에서 내리더니 바람막이를 벗어서 말안장에 걸고 등에 매고 있는 장검 이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채 말의 고삐를 쥐고 자신들이 타고 온 말을 끌었다.

중문을 지나 대청 앞에 이르자 청아가 양세현에게 손짓을 했고 양세현은 청아의 손짓이 무엇을뜻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말 옆으로 가 엎드렸다.

혈신문주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양세현의 발가벗은 맨 등을 밟으며 땅으로 내려섰다.

혈신문주가 대청에 올라 자리에 앉자 등에 장검은 맨 알몸의 여인 넷이 따라 올라가 혈신문주의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다른 알몸의 여인들도 바쁘게 움직이며 차와 음식을 내오자 그것을 쟁반에 담아 혈신문주 앞에 가져다 놓았다.

하인들이 들어와 타고 온 말들을 마구간으로 끌고 가는 등 약간 부산한 움직임이 있은 뒤에 혈신문주가 말했다.

“그럼 두원기와 유헌백 두  대협을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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