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혈신문주 구양선 4
4.
양세현은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에게는 상관인 동시에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상관이자 동경의 대상이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히 발가벗은 알몸으로 그들 눈앞에 서 있었다.
거의 양세현 자신의 머리통만큼이나 거대한 젖무덤은 성무장의 무사들이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가는 허리와 반대로 큰 골반까지 합쳐지니 성무장 무사들은 비로소 성무장의 여주인이 얼마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또 박속처럼 뽀얀 피부와 털이 전부 뽑혀 세로로 갈라진 균열이 그대로 드러나는 반들반들한 보지까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지 않는 부위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성적 자극이 있다고 해도 자신들의 상관이자 중원을 구원한 사도백천의 아내가 발가벗겨져 있다는 모욕은 그들의 치를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내공을 완전히 상실해 닭 한 마리 잡을 힘이 없었고 설사 내공이 정상적이라고 해도 절대 혈신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두원기가 이를 갈며 말했다.
“협력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거요?”
“우리가 하는 일에 절대 간섭 않고 우리가 하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것이죠. 가령 이 아이들처럼 누군가를 잡아다 훈련시키거나 할 때 장소를 빌려주거나 하는 일도 포함되죠.”
두원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에 협력할 정파인들은 없을 거요?”
구양선이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장담하실 수 있나요.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전 우리의 압도적인 힘을 보고나면 동료의 아내나 딸을 잡아다 발가벗겨서 우리에게 보내는 이들도 있을 거라고 봐요. 어쩌면 자기 아내나 딸을 보내는 자도 있을지 모르죠. 그게 아니면 자기 아내나 딸에게 발가벗은 채 여기로 가라고 억지로 떠밀거나할 지도 모르죠.”
두원기가 입술을 깨물었다. 강호에서 수십 년간 굴러먹은 그는 정파 무림인에 대해 결코 환상을 가지지 않았다. 확실이 구양선의 말대로혈신문의 압도적인 힘을 보면 그렇게 하는 자들이 없다는 보장은 결코 할 수 없었다.
“도대체 강호의 이름 있는 여협들은 이렇게 모욕하는 이유가 뭐요?”
구양선이 살짝 웃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못하고 우리의 충실한 노예가 되기 때문이죠. 한 번 이렇게 만들어두면 우리 없이는 강호에서 살아 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에게 모든 힘을 다 바치게 되는 거죠. 두대협도 십이혈마의 난리 때 가장 마지막까지 십이혈마의 편에 서서 싸웠던 이들이 누군인지 기억하고 계시죠?”
두원기는십이혈마의 난리 때직접 사도백천을 도와 그들과 싸웠던 사람이고 누가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최후까지 십이혈마의 편에서 사도백천과 정파 무림에 대항해 싸웠던 자들은 십이혈마에게 빌붙어 살인, 방화, 약탈에 힝믈 보탰던 악당들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에게 잡혀가 눈앞의 양세현, 유월련, 단명선처럼 발가벗겨져 그들의 노예가 되었던 여인들이었다.
바로 두원기 자신이 그런 여인들과 싸우기도 했었다.
그 여인들은 어차피 돌아가 봤자 집안과 동료들로부터 온갖 손가락질과 모욕을 당한 뒤에 결국 자결하거나 아니면 집안과 문파의 명예를 추구하는 자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여인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들을 그 지경으로 만든 십이혈마에 충성했다.
“그래 무림맹에 그 말만 전하면 되는 거요?”
구양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또 한 가지가 있어요. 육합마궁이 출현했다는 걸 맹주께 알려주세요.”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은 육합마궁이 뭔지 몰라 전부 어리둥절해 했지만 두원기와 유헌백은 정말 기겁했다.
유헌백이 끼어들었다.
“육합마궁은 전조의 칭기즈칸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소? 칭기즈칸은 서역을 정벌하면서 수많은 나라와 대도시들을 전부 초토화시켜 거대한 묘지로 만든 사람이요. 그가 한 번 목표로 삼았던 적을 남겨뒀을 리는 없을 거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요. 저도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보기 전까지 육합마궁이 부활한 것이 맞는지 의심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증거가 나왔어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두원기가 말했다.
“그 증거라는 걸 우리에게 보여줄 수도 있으시오?”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옆에 시립한 여인들에게 말했다.
“그 아이들을 데려 오너라.”
잠시 뒤 대청 앞 연무장으로 세 명의 발가벗은 여인이 들어왔다.
성무장의 젊은 무사들은 어제부터 발가벗은 여체를 수없이 보아 와서 이제 여인이 발가벗고 있는 데는 무덤덤했지만 여인들의 빼어난 미모에는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인들의 출현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송석주와 양세현이었다.
세 명의 발가벗은 여인은 무량산 동부에서 성성이와 교미해 새끼를 낳았던 이진란과 양수정 그리고 남궁세가 출신의 소소였다.
양세현은 수정이 친가의 오촌조카가 되는 지라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었고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는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양세현은 수정이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삼 년 전에 죽은 줄만 알았던 수정이 갑자기 발가벗은 알몸으로 눈앞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삼 년이 지난 지금도 열여섯 때의 얼굴을 하고 있다니 그것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송석주는 세 여인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송석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란 누님, 수정 누님, 소소 누님, 누님들 돌아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송석주는 딱히 무림 세가 출신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양세현과 사촌이었고 양씨가문 자체가 오대세가에는 속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오대세가에 필적하는 가문이 되어 있었다.
또 송석주는 어려서부터 넉살이 좋아서 친척들 집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양수정과는 상당히 잘 알고 있었고 이진란은 또 이씨 가문과 약간의 인연이있어 어렸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남궁소소는 바로 남궁세가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남궁세가에서 수련한 송석주로서는 상당히 자주 본여인이었다.
세 여인은 사망했다고 알려졌을 당시인 열여섯 살 무렵의 외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송석주는 첫눈에 바로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세 여인은 외모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자신들과 달리 장성한 송석주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제일 빨라 송석주를 알아본 것은 역시 제일 가까운 친척인 양수정이었다.
양수정이 말했다.
“어머나 너 석주였구나. 어릴 때 보고 장성한 지금 보니 바로 알아보지 못했어.”
이진란과 남궁소소도 송석주라는 말을 듣자 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이진란이 말했다.
“어머나 그 조그맣던 석주가 이렇게나 장성했구나.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남궁소소도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삼 년 전인데 석주 네가 이렇게 장성해서 무림맹의 무사가 되어 있었네.”
세 여인은 서로 간에도 송석주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라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너도 얘를 알고 있었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신기해했다.
송석주가 소리쳤다.
“누님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말해 보시오, 누님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분명히 들었단 말이오.”
세 여인은 구양선을 바라보았다. 지금 구양선의 허락 없이 송석주에게 사실을 말해도 되는지를 알 수 없어어떻게 할지를 알려달라는 눈빛이었다.
대청에서 바라보던 구양선이 말했다.
“세 사람이 다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얘들아 너희들이 그 소협께 설명을 해주면 다른 분께도 설명이 되겠구나”
세 여인은 곧 바로 자신들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무량산에 숨어 살던 십이혈마의 잔당들에게 납치된 일부터 시작해서 바로 발가벗겨져서 대법을 받고 그 뒤에 성성이와 교미해서 새끼를 낳은 일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낳은 성성이와 교미했던 일까지 전부 이야기를 마쳤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처음은 십이혈마의 잔당이 무량산에서 살아남아 그녀들을 납치했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잠시 후 그녀들이 은모대성과 교미해서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에는 경악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짐승과 교미했다고 어떻게 짐승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십이혈마의 난리 당시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두원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람이 짐승과 교미하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사이에서 사람을 낳았다는 건 믿기 어렵소.”
구양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걸 믿지 못하신다면 이걸 보시면 어떨까요?”
구양선이 다시 눈짓을 하자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용아가 품에서 조그만 피리 같은 것을 꺼내 불었다.
그러자 바로 연무장 한 쪽으로 발가벗은 여인 한 명이 빠르게 오리걸음을 걸으며 나타났다.
조금 거리가 있긴 했지만 코에 걸린 커다란 코뚜레 때문에 대청에 앉아 있던 성무장 사람들은 누구나 그 여인이 어제 개에게 끌려오던 남해검문의 문주 한교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교운은 두 손을 머리 뒤로 돌린 채 빠른 오리걸음으로 대청으로 달려와서는 그대로 폴짝 뛰어 두 걸음 만에 탁자위로올라갔다.
“꽉꽉! 꽉꽉! 꽉꽉! 꽉꽉!”
한교운은 입으로 오리소리를 내면서 머리 뒤로 돌린 두 손의 팔꿈치를 마치 오리 날개라도 되는 듯 앞뒤로 파닥파닥 움직이며 오리걸음으로 탁자 위를 분주히 움직이더니 다시 폴짝 뛰어서 빈 의자의 등받이 위로 올라갔다.
원래 그렇게 의자의 등받이에 올라간다면 당연히 의자가 뒤로 뒤집어져야겠지만 한교운의 뛰어난 무공 덕분에 의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꽉꽉! 꽉꽉! 꽉꽉! 꽉꽉!”
한교운은 연신 오리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비어있는 의자 몇 개의 등받이 위로 뛰어다니더니 다음에는 머리 뒤로 돌린 팔꿈치를 파닥거리며 대청의 난간 위로 뛰어 올랐다.
한교운은 마치 재주라도 부리는 듯 난간 위를 따라 오리걸음을 걷다가 바닥으로 뛰어내려 자신의 제자인 용아 옆으로 가서 그 주위를몇 바퀴 빙빙 돌았다.
용아가 그런 한교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머나, 사부님 정말 잘했어요. 아이 착해라.”
용아는 마치 재주부린 강아지를 칭찬하듯 한교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뺨을 살짝 잡아당기기도 했다.
무림에서 가장 중시하는 사부와 제자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그런 용아의 행동에 성무장 사람들은 전부 분노했지만 그들에게는 어떻게 할 힘이 없었다.
용아가 한교운의 뺨을 몇 번 꼬집고는 몸을 돌린 뒤에 등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자, 사부 다시 저거 올라가 봐.”
이번에는 사부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아예 존칭을 사용하지도 않고 평대를 했다.
한교운이 다시 폴짝 뛰어서 탁자 위로 올라가자 용아가 어디선가 미리 준비해 뒀던 대바구니 같은 것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
“자, 흰둥아 여기다 예쁜 일 해보렴. 아저씨들 보게 저쪽으로 돌아서서.”
용아의 명령을 듣자 한교운은 성무장 사람들 방향으로 몸을 돌린 뒤 바구니위로 걸어가서는 바구니를 자신의 사타구니 바로 아래에 오도록 한 뒤 아랫배와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한교운이 아랫배와 허벅지에 힘을 주자 반들반들한 보지가 벌어지며 오리알 하나가 보지에서 바구니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