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그녀들의 과거 1 (75/148)



〈 75화 〉그녀들의 과거 1

第 十四 章. 구양선의 과거

1.

아성과 아한은 양세현을  씻기고 나자마른 수건으로 몸을 말려준 뒤에 구양선의 침실로 데려갔다.

침실 앞에서는 청아가 유월련, 단명선  여인을 데리고 있었다.

청아는 양세현, 유월련, 단명선 세 여인을 데리고 침실 안으로 들어간  구양선 앞에 무릎을 꿇려 앉히고 자신은 물러났다.

구양선은 속이 비치는 얇은 침의를 걸치고 침대에 몸을 기대고 반쯤 누워 있었다.

과거 사도백천이 살아 있을 때 부부가 함께 사용하던 침실과 침대였지만 사도백천이 죽은 후 양세현은 혼자 사용하기에는 너무 넓은데다 남편과의 기억이 괴로워 자신의 침실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녀들을 시켜 매일 깨끗이 관리하게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방에서 나는 먼지 냄새 따위는 전혀 나지 않았다.

구양선이 세 여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명령했다.

“모두들  발로 기어보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세 여인은 손을 바닥에 대고 개처럼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

“아냐, 그렇게 하면 보여야  데가  안 보여 가랑이를 좀 더 벌리고 엉덩이를 조금 더 올려봐. 그래 그 정도 높이가  좋겠어.”

 여인의 가랑이가 벌어지고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한껏 치켜 올려졌다.

“엉덩이를 좀 흔들어 보렴. 아니 조금  크게, 그리고 조금 돌려 봐.”

세 여인이 하늘 높이 엉덩이를 올린  엉덩이를 흔들고 돌려대자 서로 벗은 엉덩이가 부딪치기도 했다.

 여인 모두 서로가 서로를  아는 사이라 서로 알몸만 보여도 얼굴을 붉힐 것인데 침실치고는 상대적으로 넓다고는 하지만 좁은 방 안에서 개처럼 기어가며 서로 벗은 엉덩이를 부딪쳐대니 모두들 성무장의 하인들이나 무림맹 사람들 앞에서 알몸을 드러낸 것과는 또 다른 민망함이 몰려왔다.

“너희 두 강아지가 먼저 짖어보렴.”

유월련과 단명선은 최대한 개처럼 소리 내며 열심히 짖었다.

“멍멍머엉, 멍멍머엉, 왈왈, 머엉멍멍.”

“왕왕왕왕! 왕왕왕왕! 우우우왕왕!”

구양선이 살짝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이번엔 돼지가 꿀꿀거려 보렴.”

양세현은 자신들이 할  있는 최대한 돼지처럼 꿀꿀거렸다.

“꿀꿀꿀꿀! 꾸우울꿀! 꾸우울꿀! 꾸우우꿀꿀! 꿀꿀꿀꿀! 꾸우우꿀꿀!”

구양선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셋  제법 어울리네.”

구양선이 반쯤 누운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역시 너희들은 사람보다 개나 돼지가 더 어울려.”

구양선이 옆의 탁자에서 말린 과일  개를 집어 바닥으로 던졌다.

세 여인이 서로 그걸 먹기 위해 허겁지겁 바닥으로 입을 가져갔다.


양세현은 자신이 진짜 주인이 던져준 과자를 주워 먹는 강아지나 돼지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구양선에게 보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양세현은 구양선이 바닥에 던져준 말린 과일이 진심으로 먹고 싶었다.

유월련과 단명선 두 여인도 양세현과 같은 마음인 듯 재빨리 바닥으로 열심히 고개를숙여 과일을 주워 먹었다.

구양선이 깔깔 웃으며 다시 한 움큼을 집어 던져주었다.

세 여인은 더욱 열심히 바닥으로 입을 가져갔다. 서로 먹기 위해서 움직이다보니 서로 머리가 부딪치고 엉덩이가 부딪치고 서로의 알몸이 마구 비벼졌지만 조금 전의 민망함 따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들에겐 이미 구양선이 던져주는 과일에 대한 욕심밖에는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다 주워 먹자 그녀들은 일제히 구양선에게 과일을 더 던져달라는 애처로운 눈길을 보냈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웃기만 하던 구양선이 입을 열었다.

“후후 너희들은 정말 귀여워. 너희들 너희 스스로도 모르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단다. 혹시 알겠니?”

양세현은 공통점이 뭔지 몰랐지만 구양선이 과일을 더 던져주기만을 원했다.

‘우리에게 우리도 모르는 공통점이 있었나? 아아 그딴 거 알고 싶지 않아요. 제발 좀 더 던져주세요. 너무 먹고 싶어요. 아 제발!’

구양선이 다시 특별히 커다란 말린 과일 세 개를 집어 던졌다.  여인이 동시에 달려들어  개씩 입에 물었을 때 구양선이 말했다.

“그건 너희  모두 사도백천이랑 동침했다는 거란다.”

 여인 모두 입에 과일을 물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양세현이야 원래 사도천의 아내였으니 그와 동침한 건 당연한 얘기지만 유월련과 단명선 둘 다 서로 상대가 사도백천과 동침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분명해 보였다.

거기다  여인 모두 구양선의 말투에서 뭔가 무서움을 느끼고 입에 문 과일을 먹지도 못하고 그대로 입에   한구석으로 물러나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가 성난 주인을 바라보는 듯한 두려운 눈으로 구양선을 바라보았다.

“후후, 너희들 얼굴을 보니 너희들도 서로가 모르고 있었던  분명하네. 하긴 사도백천  남자 좀 눈치가 둔한 데가 있긴 했지만 너희들에게 서로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알 정도의 생각은 가지고 있었나 봐.”

구양선은 웃는 어투로 말하고 있지만 분명히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세 여인 모두 두려움에 가슴이 떨려왔다.

설마 구양선이 사도백천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걸까. 혹시 그의 옛 정인일까? 그래서 우리를 미워해서 이렇게 만들어버린 건가? 구양선은 그녀들의 마음을 바로 읽어버리는 것 같았다.

“후후, 걱정 마. 내가 그의 옛날 애인은 아니니까. 내가 그를 만난 건 십여 년  그가 십이혈마와 싸울 때 만난게 다란다. 그리고 십이혈마를 전부 죽이고 그와 헤어졌을 때 난 열세 살이었고.  남자의 애인이 되기는 좀 어리지. 그 남자 다른 건 몰라도 어린애 취향은 아니었으니까.”

세 여인이 두려움에 잠겨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계속 말을 이었다.

“먼저 내 얘기를 해주지. 대략 이백여 년 전 우리 선조가 천축에서 우연히 폐허가 사원에서 낡은 경전 하나를 구했는데 우리말로 풀자면 혈신경(血神經)이라는 물건이었어. 그 폐허가 된 사원도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혈신(血神)이라는 신을 숭배하는 사원이었지만 그때는 이미 사제도 신도도 모두 사라지고 그냥 폐허로만 남아있었지.

우리 선조는 그 혈신경 안에 몇 가지 무공과 기이한 대법이 기록되어 있다는  알았지. 그리고 중원에 돌아온  그 혈신경에 담긴 무공을 익혔어. 중원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는 거창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결과는 끔찍했어.

어느 날 갑자기 미쳐버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자기 아내를 이빨로 목을 물어 죽여 버리고 아들 둘은 사지를 찢어 죽였지. 그리고는 혈맥이 터져 죽어버렸어. 제일 어린 아들 하나가 살아남았지만 기가 막혔지 순식간에 부모와 형을 모두 잃어버렸으니까.”

구양선은 말을 멈추고 뭔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선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살아남은 어린 아들이 진정한 천재였어. 그는 아버지가 미쳐버린 원인이 혈신경에 담긴 무공 때문이라는  알았지. 하지만 그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한에 불타 혈신경을 태워버리거나 하지 않고 연구를 한 거야. 그리고 오랜 연구 끝에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어.

혈신경에 담긴 무공과 여러 가지 대법이 결코 완성된 게 아니라는 것과 그것이 완성될 경우 기존에 알려졌던 여러 무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무공이  것이라는  깨달았지.

그리고 더 중요한  혈신경의 무공과 대법을 어떻게 하면 완성할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낸 거야. 그리고 그 방법에 한 가지 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아셨지. 바로 장구한 시간이 걸린다는 거였어.

그래서 그 분께서는 혈신문을 만드시고 후손들로 하여금 계속  연구를 이어가 혈신경의 무공을 완성하게 하셨어. 그렇게 이백 년이 흘러서 우리 할아버지의 대에 와서는 축적된 연구결과가 거의 산을 이룰 정도였고 몇 년 정도만 더 있으면 연구가 완성될 거였어.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한 가지 큰 실수를 하셨어. 바로 사람을 너무 믿은 거야. 수십 년간 고락을 같이하며 당신의 연구를 도와주었던 수하들에게 그게 하나의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공이고 그것을익히면 중원 무림의 어느 누구도 상대가  될 거라고 말씀하시며 몇 가지 시험을 보여주셨지.”

구양선이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역시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생사고락을 같이한 친한 사이라도 너무 큰 보물은 결코 보여줘서는 안 되는 법인 가봐.  수하들은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 할아버지에게도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주고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도망쳐 버렸어.”

구양선이 세 여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도 그 수하들이 누구인지 이제 알겠지?”

세 여인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인데 세상에 누가 그걸 모르겠나.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십이혈마가 바로 우리 할아버지를 배신하고 우리 아버지를 죽인 그자들이야.”

세 여인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구양선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큰 실수를 했지 우리 할아버지를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상처만 입혔으니까. 비록 할아버지가 두 다리가 잘려나가고 한쪽 팔도 잘려나갔다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끝까지 죽이려고 덤비기에는 할아버지의 무공이 너무 강했어.

남은  팔 하나뿐이라고 해도 도저히 자신들이 할아버지를 죽이고 자신들은살아남을 자신이 없었지. 당장  자신들도 열두 명 전부 중상을 입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할아버지를 그냥 남겨두고 할아버지의 다른 하인들만 모조리 죽여 버리고는 그대로 도망쳐버렸어.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두 다리가 잘려나가고 한 팔도 잘려나간 노인이 이제 무인도나 다름없는 섬에서 무슨 수로 빠져나올 수 있겠나 하고 말이야.”

구양선은 그때의 일이 생각난 듯 약간 말을 멈췄다가 다시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간과한 게 있었지. 어리다고 해도 내가 살아있었으니까.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날 가르쳤어. 그들이 가지고 도망친  연구결과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어. 연구가 완성되면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거였지.

그때부터 난 할아버지에게 여러 가지 무공을 배웠고 남은 연구를 완성시키려 했지.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내가 열한 살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셨어. 그자들에게 당한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에 사실 그때까지 사신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어.

사실 그렇게 사실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연구해온 혈신경의 여러 비약들 때문이었지 그 뒤 혼자서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는 십이혈마를 죽이기 위해 강호로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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