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그녀들의 과거 3
3.
구양선은 이번에는 단명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정말 안타까웠어. 점창파가 남쪽에 있고 또 십이혈마가 제일 먼저 노린 곳이라는 이유로 그놈들에게 잡혀서 발가벗겨진 뒤에 성에 완전히 무지한 열다섯 살짜리 아가씨가 무려 칠 년이나 그렇게 발가벗고 놈들의 노예로 살아야 했지.
그것도 십이혈마 그놈들이 전부 고자라서 직접 건드릴 수 없으니 아예 수캐로 널 강간하게 했지. 아, 맞아. 십이혈마가 전부 고자였다는 건 너희들도 알고 있지? 그건 그들이 혈신경의 무공을 익히는데 지장이 없도록 일종의 금제를 가한 거였어.
그런데 그들이 할아버지를 배신하는 바람에 그걸 고치고 바로잡을 기회도 없었지. 그래서 그런 성적 욕망을 해소할 길이 사라지니까 강호의 여협들을 상대로 그녀들을 학대하고 모욕하면서 그런 방식으로 그들의 풀길 없는 성욕을 해소했는데 그 때문에 십이혈마의 악행이 더 무거워졌지.”
구양선이 탁자에 놓인 술을 한 잔 마시고 계속 말을 이었다.
“무려 칠 년 동안이나 십이혈마에게 끌려 다니며 수캐하고만 흘레붙으며 살아간 너도 정말 안타까워. 너희 점창파의 제대로 된 남자들은 다 죽이고 일부러 네 사모의 여덟 살짜리 어린 아들 하나만 남겨서 살려두고 넌 그 아이 때문에 자결할 수도 없었고 말이야.
네게 그 아이를 부탁하고 죽은 네 사모나 문파의 다른 여인들도 설마 네가 칠 년이나 그런 곤욕을 치러야 하는 건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랬다면 차마 그런 부탁을 남기고 죽진 못했겠지.”
양세현과 유월련은 단명선이 무려 칠 년이라 그런 지독한 굴욕을 겪은 것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었다. 단지 뒷날 단명선의 남편이 되는 점창파의 어린 소년 한 명과 단 둘이 점창파 재건을 위해 숨어 살았다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 무려 칠 년이나 십이혈마에게 끌려다니며 개와 흘레붙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리고 양세현과 유월련은 단명선이 누구였는지 짐작이 갔다. 십이혈마 중 대마가 항상 개목걸이를 채우고 네 발로 기게 해서 끌고 다니던 소녀가 바로 단명선이었다.
옆에는 항상 수캐 몇 마리가 붙어 있고 때때로 그들을 교미시켜서 사람들에게 구경시키곤 하던 그 소녀가 바로 단명선이었던 것이다.
구양선이 말을 멈추자 단명선이 고개를 저었다. 양세현과 유월련은 단명선이 감히 구양선의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젓자 깜짝 놀랐다. 자신들은 구양선 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단명선이 고개를 젓자 구양선이 웃으며 물었다.
“뭔가 할 말이 있니?”
단명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문주님이 하신 말씀은 맞지만 그 칠 년을 제가 고통스럽게 지내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아팠지만 그 뒤에는 수캐랑 흘레붙고, 또 수캐랑 엉덩이가 연결된 채로 사람들 사이로 끌러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에요.”
구양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혈신문의 대법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십이혈마의 대법도 그런 효과를 주지. 그래서 네가 십이혈마가 다 죽고 점창파 장문인이 된 이후에도 몰래 개랑 흘레붙기도 한 거고.”
단명선이 얼굴을 붉히며 항의했다.
“물론 제가 남들 몰래 개랑 흘레붙긴 했지만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한 번도 개랑 흘레붙지 않았어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네 그 점은 칭찬해 줄만 해. 그래도 네 남편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러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대단해. 네 남편도 칠 년 동안이나 십이혈마에게 끌려다니면서 네가 개랑 흘레붙는 걸 봤는데도 너랑 결혼한 것도 대단하지.”
단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의 나이가 어렸어도 대단한 사내라고 여긴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단명선은 아무리 자신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랑 흘레붙는 걸 보여주며 어린 그의 목숨을 구했다고 해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신 같은 여자와는 결혼하지도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명선은 남편이 자신과 결혼해 주고 또 함께 점창파를 재건한 것은 정말 자랑스러웠다. 또 그는 자신과 아무리 심하게 싸웠다고 해도 그 일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 거론한 적이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단명선에게 고마워했고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그래서 단명선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의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사소한 바람조차 피우지 않았다.
“그 사람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 어린 나이에 부모의 원수인 십이혈마의 뒤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원한을 잊지도 않았고 책임을 거부하지도 않았고 또 성격이 비뚤어지지도 않았어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중원에서 인정하는 남자들 중에 네 남편이 포함되어 있었던 거고 너희 점창파를 점령한 뒤에도 네 아들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단다. 네 남편은 그만한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구양선이 다시 술 한 모금을 마시고말했다.
“그런데 넌 네 남편이 죽고 난 뒤에는 정말 쉽게 다시 개랑 흘레붙더구나. 내가 그 장원에 일부러 그 개들을 가져다 두긴 했지만 네가 그렇게 쉽게 담을 뛰어넘어 개들과 흘레붙으로 올 줄은 몰랐단다.”
단명선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남편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외로움을 참기 어려웠는데 그 장원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듣고 그 개들을 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홀딱 벗고 장원 담을 넘은 거니?”
“네, 어차피 개와 흘레붙을 때는 옷 같은 건 필요 없고 아무 것도 안 입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그런데 대마가 죽고 네가 마침내 해방되었을 때 왜 사도백천을 속여 그와 동침했지?”
구양선의 추궁에 단명선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구양선이 자신에게 분노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감히 구양선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의 입을 막고 내가 바로 대마가 끌고 다니며 개와 흘레붙이던 그 계집애였다는 걸 그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사도백천 그 남자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몰랐니?”
“네. 십이혈마와 그 수하들이 사도대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와 동침해서 그의 입을 막으려 한 거예요. 내가 그를 해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엔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널 추궁하려고 얘기를 꺼낸 게 아니니까 그렇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사실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었을 뿐이야.”
구양선이 양세현의 턱을 간질이며 말했다.
“난 너와 유월련 그리고 한교운에 대해서는 꽤나 감탄했었단다. 세상에 정파 무림의 아가씨가 완전히 발가벗고 십이혈마의 수하로 잠입할 생각을 해낼 줄은 정말 몰랐단다.”
양세현이 몸을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제 남편 그러니까 사도백천이 그렇게 해도 절 아내로 맞이해 줄 걸 알아서 그랬어요. 그리고 비록 발가벗고 잠입한다고 해도 십이혈마의 제일 옆에서 일하게 되면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않을 걸 알고 있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문주님의 그 비약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구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비약이 있어서 가능했지 하지만 내가 너희에게 그런 약이 있다는 걸 말했던 건 그냥 당시에 내가 어려서 깊이 생각하지도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어. 십이혈마가 자기 가까이에서 시중드는 아이들은전부 처녀를 사용하고 또 그 처녀들은 십이혈마의 수하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건 알았지만 너희들이 진짜 그렇게 용기를 내어 스스로 발가벗고 들어갈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단다.”
“하지만 당시에는 십이혈마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누군가 첩자로 들어가지 않으면 도저히 희망의 끈이 보이지 않을 시기였어요. 그래서 사도백천 그 사람과 현중우, 남궁석진에게 다짐을 받았던 거고요. 그리고 또 그때는 저도 어려서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깊이 생각 못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내게 그런 비약이나 술법이 있는지 물었던 거니?”
“네. 그냥 발가벗고 잠입만 했다간 당장 발각될 테니까 십이혈마의 대법과 같은 효과를 내어 보지털이 전부 제거되고 또 추위와 더위에 상관없이 항상 발가벗고 지낼 수 있고 또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도로 본래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그런 비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건 문주님이 계셔서 가능했죠.”
“그래 내겐 그런 방법이 있었지. 그렇다고 해도 너희 셋이 그런 용기를 낼 줄은 몰랐어. 또 당시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게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인 줄도 몰랐고. 그런데 그렇게 잠입에 성공했을 때 십이혈마의 수하들에게 당하진 않았지?”
“처녀는 지킬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전부 심하게 주물러지고 온갖 수모를 당하긴 했어요. 처음에는 처녀 검사를 한다고 그 자리에 있던 남자 전부가 제 보지를 벌려서 내가 처녀인 걸 확인하더니 그 다음에는 자기들 자지를 만지게 하거나 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하고 첩자로 숨어 들어갔어요. 그 정도 수모를 각오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잔인하고 혹독하고 음란한 십이혈마의 거처에 발가벗고 들어갔겠어요?”
구양선이 양세현과 유월련 두 여인에게 동시에 물었다.
“그래서 싫기만 했니?”
두 여인이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양세현이 먼저 말했다.
“아주싫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좋은 건 절대 아니었어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익숙해져서 남자들이 보지 만지는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고 잘못해서 매를 맞거나 한 날은 남자들이 만져주길 바라기도 했어요.”
유월련도 말했다.
“저는 처음 발가벗었을 때부터 아찔한 감각이 절대 싫지 않았어요. 문주님께 대법을 받고 처음 시험 삼아 남자들 앞에 발가벗고 나갔을 때 그 남자들의 시선이 무척 좋았어요.
장래를 약속했던 현중우보다 남궁석진과 사도백천 그 남자가 봐 주는 게 더 짜릿했어요. 그리고 십이혈마의 거처로잠입했을 때 신입이 왔다고 마구 놀리고, 보지 벌려서 구경하고 마구 주물러 댈 때 전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틈틈이 남궁석진이나 사도백천이 보낸 연락책과 만날 때도 좋았고요.”
“그래 너희들은 그렇게 좋았겠지. 한교운도 마찬가지였단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야만 하는 남해검문의 장문인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때는 정말 좋았다고 하더구나.”
구양선이 조금 전 양세현에게 했듯이 단명선의 턱을 간질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잠입했던 너희를 십이혈마를 다 죽이고 난 뒤 다시 대법을 취소시키고 원래 몸으로 되돌린 뒤에 너희를 떠나 난 섬으로 돌아갔어. 그건 나만이 가능한 방법이었지.
또 십이혈마에 잡혀갔던 다른 여인들도 십이혈마에 당했던 대법을 취소시켜 구해줬어. 물론 그걸 거절하고 끝까지 십이혈마에 붙어서 싸운 애들도 많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을 그렇게 개나 돼지로 만든 이유도 사실 그때의 대법과 그때 겪은 경험들 때문이란다. 너희들은 그때 대법을 받고 비록 당시 십이혈마의 수하들에게 겁탈은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그들에게 겪은 여러가지 성적인 경험들 때문에 절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없었어.
그래서 강호에 다시 한 번 혈겁이 불어오기 전에 너희들부터 내 강아지와 돼지로 만들어 우리 혈신문에 충성하게 만든 거란다.”